적의 마음을 읽어야 전쟁을 피한다   

2010. 6.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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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1일에 벌어진 9/11 사태의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했던 9월 20일, 부시 대통령은 결연한 어조로 '이분법적 사고'의 전형이라고 칭할 만한 발언을 합니다. "이제는 결정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편이 될지, 테리리스트의 편이 될지를!"

부시 정부는 오사마 빈 라덴의 탈레반 조직과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사이에 연관관계가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압박합니다. 물론 이라크가 탈레반 조직을 도와준 것은 사실이지만 적극적인 후원은 아니었습니다.

미국은 국제사회를 향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했음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데에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대량살상무기의 존재 여부를 감찰하기 위한 유엔 사찰단의 구성을 이끌어 내죠. 그리고는 이라크에게 "무엇이 감춰져 있는가? 왜 감추는가?"라고 말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여갔습니다.


결국 이라크는 자국에 대한 금수 조치를 해제하지 않으면 유엔 사찰단의 조사를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정확히 말하면, 초기엔 받아들였다가 민감한 시설들의 감찰은 거부했습니다). 이것은 미국에게 이라크를 침공해도 좋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의 가설인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가졌다"를 실증했기 때문입니다.

[가설]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가졌다

[전제] 감출 것이 없으면 유엔 사찰단의 조사를 허락할 것이다
         감출 것이 있으면 유엔 사찰단의 조사를 거부할 것이다

[근거] 이라크는 유엔 사찰단의 조사를 거부했다

[결론] 따라서,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가졌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 정부가 가설을 실증하기 위해 사용한 '전제' 부분입니다. 미국정부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가 가졌다면 들키지 않기 위해 유엔 사찰단의 감시를 피하고자 할 테고, 그렇지 않다면 떳떳하게 사찰단의 조사를 환영할 것이라는 전제를 실증에 적용했습니다. 이 전제는 옳을까요? 여러분은 미국 정부의 전제에 동조할지 모르겠군요. 

사담 후세인은 미국을 향해 허세를 부리긴 했지만, 미국과 대적해 실제로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할 만큼 대담한 바보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1990년에 벌어진 1차 걸프전에서 미국의 막강한 화력 앞에 무력하게 무릎을 꿇은 패배를 똑똑히 기억하기 때문에 미국을 자극할 동기가 없었죠.

그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그의 20년 넘는 장기 집권은 대량살상무기와 같은 '거짓 공포'에 의해 유지돼 왔기에 유엔 사찰단이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없음을 증명한다면 정권의 기반이 위태해질 것이 분명했습니다. 후세인은 대량살상무기가 없음을 감춰야 했기에 사찰단 방문을 거부했던 겁니다. 따라서 위의 실증에서 사용된 전제인 '감출 것이 없으면 유엔 사찰단의 조사를 허락할 것이다'는 잘못됐습니다. 

이 전제는 철저하게 '잘못이 없으면 당당하게 대응하라'는 미국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왔습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사담 후세인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자신들만의 생각이었죠. 권력욕이 강한 후세인의 입장을 반영하기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가졌다"는 가설을 올바르게 실증하려 했다면, 유엔 사찰단을 이용해서 만천하에 보유 여부를 드러내자는 식의 전제는 지양했어야 합니다. 미국이 후세인의 입장을 고려했다면, 다음과 같은 사고를 전개했어야 합니다.

대량살상무기가 있을 경우,  
  → 사찰에 걸리면 미국으로부터 제제를 당할 것이다
  → 따라서 사찰단 조사를 거부할 것이다

대량살상무기가 없을 경우,
  → 없다는 것이 공개되면, 권력 기반이 무너질 것이다
  → 따라서 사찰단 조사를 거부할 것이다

대량살상무기가 있거나 없거나 이라크가 사찰단의 조사를 허락하지 않을 것임을 미리 간파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대량살상무기가 있음을 밝히고 싶었다면 유엔 사찰단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했지요.

하지만 똑똑한 사람들이 대거 포진한 미국 정부가 이라크 입장을 고려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어떤 경우에든 이라크가 사찰단을 거부할 것임을 알고서 이라크를 압박했는지도 모릅니다.

미국의 입장에선 이라크에게 사찰단 조사를 강요하는 방법이 (아마도 이라크의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최고의 전략이었을 겁니다. 딜레마를 현명하게 타개하지 못한 순진한 후세인이 전쟁의 빌미를 확실하게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알고보면 부시는 바보가 아니라 똑똑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우리가 여기서 알아야 점은 2가지입니다. 첫째, 잘못된 전제는 잘못된 실증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앞에서 봤듯이 문화적 배경과 처한 입장 등에 따라 가설 실증을 뒷받침하는 전제가 달라짐을 사전에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죠.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각각 다른 전제를 가지고 가설을 바라본다는 점은 문제해결사가 꼭 염두에 둘 사항입니다.

둘째, 트릭을 쓴 전제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좁게는 미국의 국민과, 넓게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감출 것이 없으면 유엔 사찰단의 조사를 허락할 것이다"란 전제에 속아 넘어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동조하거나 묵인하고 말았습니다. 이는 문제해결을 방해하거나 자기 식대로 밀고나가기 위해 고의적으로 '뒤틀린 전제'를 사용하는 자를 조심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문제를 둘러싼 이해관계자 중에 이런 방식으로 몰고가는 '부시 같은 자'가 한 명쯤 있기 마련이니 필히 경계하기 바랍니다.

올바른 전제가 올바른 실증을 이끕니다. 올바르지 않은 전제가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전쟁을 촉발시킬지 모릅니다. '천안함 사고가 누구의 소행이냐'는 실증에서 정부가 들이댄 전제들은 과연 옳을까요? 그것이 옳건 그르건, 우리 모두 두 눈 똑바로 뜨고 감시할 일입니다. 그럴 자유는 있으니까요.


(*참고도서 : '생각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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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을 쉬이 믿지 말자   

2010. 6.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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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르네 블롱들로(Rene Blondlot)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이 사람은 20세기 초에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과학자였습니다. 그는 빌헬름 뢴트겐이 발견한 X선 연구에 열을 올렸습니다. X선이 입자의 흐름인지, 아니면 파동인지를 밝히려는 것이 그의 연구 주제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음극선을 통해서 X선을 석영으로 만든 프리즘으로 쏘아보는 실험을 했습니다. 그런데 X선이 프리즘이 닿을 때 미세한 빛이 그의 곁눈에 감지됐습니다. 착시인가 싶어 여러 번 실험을 반복했지만 매번 희미한 빛이 느껴졌고 감지기의 스파크도 밝아졌죠. 그는 의아하게 생각하다가 뇌리를 스치는 무언가에 의해 스스로 놀랍니다.

"이것은 X선이 아닌 새로운 방사선이다!"

(장미에서도 N선이 나온답니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방사선에 N선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작은 도시인 낭시의 이름을 딴 것이죠. 블롱들로는 N선이 X선과는 다른 성질을 가진다는 것을 후속 실험을 통해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나무나 검은 종이처럼 가시광선이 투과하지 못하는 물체는 N선이 쉽게 투과하지만, 가시광선이 통과하는 물이나 암염(돌처럼 변한 소금)은 투과하지 못함을 발견했지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은 블롱들로의 N선 발견에 열광했습니다. 너도나도 N선을 감지했다는 보고가 잇따랐습니다. 1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N선 연구에 뛰어들어서 겨우 2~3년 사이에 300편 이상의 논문을 쏟아낼 정도였습니다. 예를 들어 N선을 미간에 쏘면 느끼지 못했던 냄새를 맡게 된다고 주장하는 연구도 발표됐습니다. 사람들은 블롱들로가 퀴리 부부에 이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을 거라 의심치 않으며 그에게 찬사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로버트 우드(Robert. W. Wood)라는 미국 과학자가 의문을 제기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습니다. 블롱들로와 함께 실험을 재현해보던 그는 블롱들로가 모르게 석영 프리즘을 제거한 후에 "N선이 감지되느냐?"고 질문했습니다. 블롱들로는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N선이 감지된다"며 분광기로 수치를 측정하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프리즘이 없으면 N선 자체를 볼 수 없는데도 보인다고 말하는 모순을 우드가 포착한 것이죠.

우드가 '네이쳐'지에 이 사실을 공개하자 지금까지 앞다투어 블롱들로를 칭송하던 사람들이 180도 입장을 선회하여 "솔직히 말해 N선을 보지 못했다"면서 고백하기 시작했습니다. 동료 과학자들이 N선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할 때 남들과 다른 의견을 내기가 두려웠던 탓입니다.

우드의 반증 이후에 N선에 관한 논문은 과학계에서 썰물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프랑스 과학 학술원은 여전히 블롱들로를 옹호하면서 그에게 '르콩트 상'을 수여했습니다. 독일에 비해 낙후된 프랑스의 과학을 블롱들로가 위신을 세웠기에 쉽게 그의 오류를 쉽게 인정할 수 없었던 거죠. 하지만 N선 연구가 아니라 '평생 쌓은 업적 전체'에 준다고 상장에 명시했던 것으로 보아 프랑스 과학계도 꽤나 고심했던 모양입니다.

블롱들로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이겨내며 "N선"이라는 책까지 출간하여 N선의 존재를 끝까지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외면했지요. 그는 1909년에 은퇴를 했고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살다가 1930년에 쓸쓸히 세상을 떠납니다. N선은 이미 사람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였습니다.

그렇다면 블롱들로가 본 N선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사실 그는 N선을 '똑바로' 본 적이 없었습니다. 처음에 N선을 발견했던 순간에 '곁눈'으로 그걸 감지했을 뿐입니다. 인간의 눈은 색깔을 감지하는 원추세포와, 명암을 인식하는 간상세포로 이뤄져 있는데, 눈 가장자리에 놓인 간상세포가 감각에 더 예민합니다. 즉 눈동자는 정면을 향해도 옆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을 감지할 수 있는 이유는 간상세포 덕입니다.

허나 문제는 간상세포가 지나치게 민감해서 똑바로 볼 때보다 곁눈으로 볼 때 원래보다 더 '밝게' 빛을 감지한다는 것입니다. 블롱들로가 X선이 프리즘에 닿는 순간 곁눈으로 무언가가 밝아짐을 느낀 이유는 N선이 존재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의 간상세포가 활성화됐기 때문이었습니다. N선은 그의 눈이 만들어낸 착각에 불과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2가지의 시사점을 얻습니다. 첫째는 '눈으로' 관찰했다고 해서 항상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감각기관을 사용한 관찰은 객관적일 것 같지만, 앞에서 봤듯이 인간의 감각기관은 객관적 관찰이란 관점에서 볼 때 아주 취약합니다. 감각기관들이 판단을 명철하게 내리는 방향이 아니라 인간의 생존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까닭입니다. 우리는 감각기관이 '이것은 사실이다'라고 내리는 판단에 스스로 비판적이어야 합니다.

둘째는 한번 '집단사고'에 매몰되면 그릇된 판단을 하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점입니다. 사실 블롱들로는 N선을 주장하기 전까지는 매우 존경 받던 사람이었습니다. 과학적 업적도 뛰어났죠. N선의 존재를 '발명'한 이후에도 지나치게 확신적이었던 것만 빼고는 소박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의 비판적 사고가 초점을 맞춰야 할 대상은 블롱들로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2~3년 만에 수백 편의 논문을 왜 쏟아냈을까요? 확실하게 감지되지 않는 N선을 가지고 열광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습니다. 그 시절엔 방사선이 첨단 분야여서 N선 연구에 기여함으로써 명성을 얻고자 했던 욕구가 집단사고의 발단이었습니다.

더욱이 다른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던 분위기는 집단사고를 조장하고 강화시켜서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죠. 이와 비슷하게 몇 년 전 우리나라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한 '황우석 사태' 역시 집단사고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무엇인가를 확신하기 시작하면 그것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았는데도 판단체계 속에 '하나의 사실'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맙니다. 아직까지 가설에 불과한데도 가설을 계속 접하다 보면 가설과 사랑에 빠져 버리죠. 이것이 개인을 넘어 집단으로 확산될 때 집단사고가 자리를 잡고 명철한 판단을 원천적으로 봉쇄시켜 버립니다. 우리는 이를 경계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보이는 것이라도 쉽게 믿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문제를 바라보는 '문제해결사'의 냉철한 관점입니다.


(*참고도서 : '밴버드의 어리석음', '명료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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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뜯어보면 해법이 보인다   

2010. 6.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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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트에서 문제의 해법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기법인 Duncker 도표에 대해 설명한 바 있습니다. 오늘은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또다른 방법인 "재진술(Restatement) 기법"을 여러분에게 소개할까 합니다. 간단히 말해, 재진술 기법은 문제를 발생시킨 원인을 여러 번 반복해서 '진술'함으로써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두부를 만들어서 마트에 납품하는 회사에 다닌다고 가정해 보세요. 그런데 갑자기 매출이 급락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이 문제를 풀기에 앞서 다음과 같이 문제를 정의할 겁니다(기억을 상기시키는 차원에서 재차 설명하면, 문제란 기대상태와 현재상태의 갭입니다).

   문제  = 기대상태 - 현재상태
           = 두부가 잘 팔리는 상태 - 두부 매출이 급락한 상태

(문제가 주렁주렁)


문제해결사인 여러분이 이 문제의 원인을 다각도로 실증한 결과, "두부가 마트에 입고될 때의 신선도가 매우 떨어진다"가 매출 급락의 원인임이 밝혀졌습니다. 알다시피 두부는 상하기 쉬운 식품이기 때문에 신선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고객들이 금세 알아차립니다. 더욱이 한번 상하면 전량을 폐기 처분해야 하므로 신선도의 문제는 해결해야 할 매우 시급한 문제입니다.

문제의 원인이 밝혀졌으므로(즉 실증됐으므로), 문제는 다음과 같이 재정의됩니다.

원인으로 재정의된 문제 
        =   두부가 신선하게 마트에 입고되는 상태 
          - 두부가 신선하지 못한 채 마트에 입고되는 상태

이렇게 재정의된 문제를 지난 번에 설명한 Duncker 도표를 통해 해법을 찾아가도 되지만, 그 방법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번에 설명할 '재진술 기법'을 적용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재진술 기법은 '현재 상태'인 '두부가 신선하지 못한 채 마트에 입고된다'를 다음과 같은 단초를 가지고 여러 번 진술해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는 방법입니다.

단초 1. 문장의 단어를 각각 다르게 강조해 보라.
단초 2. 문제의 대상이 되는 것의 특성을 생각해 보라.
단초 3. 반대되는 문장을 만들어 보라.
단초 4. 수식을 만들 수 있다면, 그렇게 해보라.

첫 번째 단초인 '문장의 단어를 각각 다르게 강조해 보라'는 말은 '두부가 신선하지 못한 채 마트에 입고된다'란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들을 하나씩 강조하고 음미하면서 해법이 될만한 가능성을 탐색하라는 뜻입니다. 바로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두부가 신선하지 못한 채 마트에 입고된다
   → 다른 신선식품들은 마트에 신선한 상태로 입고되는가?
       그렇다면, 그 식품들이 신선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나?

두부가 신선하지 못한 채 마트에 입고된다
   → 마트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신선도를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두부가 신선하지 못한 채 마트에 입고된다
   → 공장을 마트 근처로 옮길까?
       아니면, 중앙물류센터를 만들어야 할까?

두부가 신선하지 못한 채 마트에 입고된다
   → 입고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두 번째 단초인 '문제의 대상이 되는 것의 특성을 생각해 보라'는 말은 이렇게 이해하면 됩니다. 여기서 문제의 대상이란 바로 '두부'입니다. 두부라는 제품의 특성은 무엇일까요? 여러분도 알다시피 요즘 마트에서 팔리는 두부는 한 모씩 플라스틱 용기에 밀봉되어 판매됩니다. 바로 이것이 두부라는 제품의 특성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원래의 문장은 다음과 같이 재진술되는데, 여기에서도 역시 해법의 실마리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용기에 밀봉된 두부가 신선하지 못한 채 마트에 입고된다
  →  플라스틱 용기로 밀봉하는 방식이 두부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에 충분한가?
  →  포장 용기를 다른 재질로 바꿀까?
  →  포장하는 방식을 다르게 바꿀까?

세 번째 단초인 '반대되는 문장을 만들어 보라'는 말은 '두부가 절대로 신선한 상태로 마트에 입고되지 못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역발상을 통해 해법을 찾으라는 뜻입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이러한 반대 진술을 통해 오히려 두부를 신선하게 유지할 아이디어를 재빨리 얻을지도 모릅니다.

네 번째 단초인 '수식을 만들 수 있다면 그렇게 해보라'는 말은 재진술 기법에서 항상 적용되는 단초는 아닙니다. 하지만 수식이 해법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수식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최대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부가 신선하지 못한 채 마트에 입고된다'란 문장에서 수식으로 만들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신선하다'란 단어로부터 '신선도'를 연상해 냈다면 여러분은 대단한 문제해결역량을 보유했다고 자부해도 좋습니다.

신선도는 두부가 생산되고 난 이후의 시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생산된 이후의 시간이 경과할수록 신선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즉, 신선도는 '생산된 이후 경과시간'에 반비례합니다. 이를 수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선도 = k / 생산된 이후 경과시간

여기서 k는 비례상수를 의미하는데, '생산된 이후 경과시간'이 신선도의 하락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나타냅니다. 신선도를 높이려면 여러분은 어떤 해법을 이 수식을 통해 찾을 수 있을까요? 

첫 번째는 k를 높이는 방법으로서 '생산된 이후 경과시간'이 신선도에 많은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만드는 해법입니다. 포장 상태를 견고하게 한다든지, 냉장트럭의 온도를 1도 정도 내린다든지, 아니면 양심에 저촉되긴 하지만 두부에 방부제를 첨가하는 방법도 해법의 후보가 되겠죠.

두 번째는 '생산된 이후 경과시간'을 줄이는 해법입니다. '생산된 이후 경과시간'은 생산되고 나서 공장에 쌓여있는 시간, 마트까지 이동하는 시간, 마트 창고에 머문 시간, 상품대에 진열된 시간 등으로 세분됩니다. 따라서 각각의 시간을 줄이는 방법들이 역시 해법의 후보가 됩니다.

지금까지 문제의 '현재 상태'를 여러 각도로 재진술함으로써 해법의 실마리를 찾는 '재진술 기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 기법의 핵심은 문제의 현재 상태를 뜯어보고 또 뜯어보면 그 안에서 해법이 얼굴을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해법은 다른 곳이 아니라 문제 자체에 숨어있음을 일깨우는 기법이 바로 재진술 기법입니다.

기법의 절차는 단순하지만, 해법의 단초를 이끌어내는 데에 매우 유용합니다. 여기에 여러분의 창의력이 가미된다면 기발하고 탁월한 해법을 찾아낼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즐겁게 문제해결 하세요. ^^

(*참고도서 : '창의적 문제해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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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10. 6. 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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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에는 모두 6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좀 저조하군요. ^^ 그래도 좋은 책 3권을 얻었으니 50%의 '이익률'입니다. ^^

날씨가 더워지니 저에게는 책 읽기가 더욱 좋은 계절입니다. 움직이면 땀이 나니 가만히 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독서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즐거운 독서생활 누리길 바랍니다. ^^

(전 이렇게 중요한 부분이 나오면 페이지 귀퉁이를 접어놓고 나중에 다시 펼쳐 본답니다.)



행운에 속지 마라
행운에 속지 마라 : '블랙 스완'의 저자인 나심 탈레브의 책. 블랙 스완보다 먼저 쓴 책인데 번역은 블랙 스완보다 늦었습니다. 투자와 불확실성에 대한 그의 독창적인 관점이 매력적입니다. 행운을 얻으면 자신의 능력 때문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결국 불행해지고 만다는 것을 강하게 꼬집습니다. 강추!

노자강의
노자 강의 : '노자'의 내용을 쉽게 풀어서 강의한 방송을 옮긴 책. 중국의 고전을 풀어서 쓴 책을 몇 권 읽는 중인데, 상대적으로 그 내용이 평이해서 재미가 좀 덜한 책이었습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쓴 '노자와 21세기'와 비교가 되었습니다. '노자'에 대해 쉽게 접근하고자 하는 분들께는 추천합니다.

포용의 시대가 온다
포용의 시대가 온다 : 교보에서 서평을 요청해서 급히 읽은 책입니다. 글로벌화가 되면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되는데,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이 글로벌 기업의 역량임을 강조합니다. 글로벌화가 덜한 조직에서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스위치
스위치 : 커다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커다란 해결책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책.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보다는 해결 지향의 방법을 소개하고,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 사람들을 어떻게 '넛지'해야 할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재미있게 기술합니다. 너무나 도움이 되는 책, 강추!

작은 소리로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 법
작은 소리로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 법 :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라 주변에서 권하기에 읽어본 책. 아는 것보다 실천하는 게 중요함을 일깨우는 책입니다. 즉, 어디선가 많이 들어온 평이한 이야기가 많아 1시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습니다. 제목의 승리라고도 볼 수 있는 책.

누워서 읽는 퍼즐북
누워서 읽는 퍼즐북 : 확률, 게임이론, 논리학, 기하학 등을 퍼즐을 통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책. 퍼즐이지만 그 '함의'는 대단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누워서 읽을 수 있는 수준이라 했지만, 사실 머리를 쓰지 않으면 풀지 못할 문제가 상당히 많으니, 퍼즐을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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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로 배우는 시나리오 플래닝   

2010. 6. 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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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경제신문 2010년 6월 4일자에 소개된 기사를 옮겨온 것입니다.)

요즘 '불확실성'이란 말을 자주 듣습니다. 아마존에서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면 미국 텍사스에서 토네이도가 일어난다는 '나비효과'도 덩달아 거론됩니다. 하찮아 보이는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난 파국을 야기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말인데,이런 나비효과들이 불확실성을 만들어낸다는 것이죠.우리는 불확실성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요. 다음 세 개의 문장 중 가장 불확실한 것은 뭘까요.

⑴내일 비 올 확률은 90%다. ⑵내일 경기에서 우리 팀이 이길 확률은 50%다. ⑶우리가 인연이 될 확률은 바늘 하나가 떨어져 사방 1㎝의 종이 위에 꽂힐 확률이다. 

질문을 받은 70% 정도는 ⑶번을 택한다고 하지만 정답은 ⑵번입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동전을 던질 때마다 어떤 면이 나올지 확신해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앞면이든 뒷면이든 나올 확률이 2분의 1로 똑같으니까요. 이렇듯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확률이 똑같을 때가 가장 불확실한 겁니다. 

만약 동전의 무게중심이 쏠려서 앞면이 나올 확률이 51%만 돼도 50%일 때보다 불확실성은 작아지죠.사람들이 ⑶번을 많이 선택하는 것은 발생 확률이 작은 것을 불확실성으로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확률이 아주 작다는 것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한 것을 말하기 때문에,불확실성이 작다는 의미로 생각해야죠.

이런 불확실성에 따라 이렇게 될 수도,저렇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을 인정하고 각각의 경우에 모두 대비하기 위한 것이 시나리오입니다. 시나리오는 미래에 발생하게 될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발생 가능한 스토리를 찾아내서 대비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런 관점을 견지하면서 미래의 시나리오를 찾아가는 과정을 '시나리오 플래닝'이라고 합니다. 

(출처 : 한국경제신문 2010.6.4)


WBC에 시나리오 적용하기
시나리오 플래닝은 총 7단계를 거쳐 완성됩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보죠.당시 한국과 일본의 제2라운드 순위 결정전이 치러졌습니다. 한국팀을 이끈 김인식 감독은 경기 전에 이런 고민을 했을 겁니다. '일본에 이겨야 하나,져야 하나. '

이기면 조1위가 돼 미국과,지면 조2위가 돼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을 치러야 했지요. 두 팀 모두 객관적인 전력이 한수 위였습니다. 또 김 감독 입장에서는 일본을 상대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을 겁니다. 김 감독의 이런 딜레마를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풀어보죠.


첫 단계는 핵심 이슈를 명확히 선정하는 것입니다. 김 감독의 핵심 이슈는 '준결승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일본과의 2라운드 순위결정전을 이겨야 할까,져야 할까'입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의사결정 요소를 선정해야 합니다.

일본에 이길지 말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요소는 '준결승전 상대'입니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중 누가 되는지에 따라 핵심 이슈에 대한 의사결정이 달라지기 때문인데,여기에도 두 팀의 전력이라는 불확실성이 숨어 있습니다. 이것을 핵심변화동인이라고 하는데,이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4개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집니다. <표1>

감독은 시나리오별로 취해야 할 최적의 전략을 궁리하면 됩니다. 만일 베네수엘라가 약하고 미국이 강한 세 번째 시나리오라면,일본에 져서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전을 치르는 것이 최적의 전략이겠죠.그전에 각 시나리오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그 이미지를 머릿속에 명확히 해둘 수 있게 시나리오를 수립해야 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나온 대응전략이 더 효과적이고 다른 사람들을 동참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네 번째는 각 시나리오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시나리오 라이팅(writing) 단계입니다. 다음은 4개의 시나리오 중에서 두 팀 다 강한 '최악의 1번 시나리오'에 대해서 간략하게 시나리오를 라이팅한 사례입니다. 

"우리 팀이 준결승전(4강전)에서 만나게 될 베네수엘라나 미국은 모두 강팀이다. 두 팀 모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 출신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WBC 1~2라운드에서 6승1패의 전적을 기록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는 타격과 마운드 모두 미국보다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미국도 만만치 않다.

미국팀은 1라운드에서 다소 부진했으나 전력을 보강해 2라운드를 통과했다. 또한 '홈 어드벤티지'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지난 1회 WBC에서 미국은 일본을 상대로 '어이없는 오심'으로 아주 쉽게(?) 1승을 거뒀던 전례가 있다. 전원 메이저 리그 심판이기는 하지만,자신들의 조국에 유리한 판정을 내릴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

(출처 : 한국경제신문 2010.6.4)


시나리오 다음은 대응전략 수립
시나리오가 나왔으면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전략을 어떻게 세울까요. 일단 대응전략에 일정한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야구는 공격과 수비가 명확히 구분되니 전략도 둘로 나뉘겠죠.공격전략은 타력으로 대표되고,수비전략은 투수력이니 이 두 개의 기준으로 구분될 겁니다. 이 기준들을 시나리오 플래닝에서는 '전략요소'라고 부릅니다. 

타력을 위해서는 기존대로 뛰어난 기량의 주전 타자로 구성하는 것과 후보 선수를 포함해 구성하는 방법이 있겠죠.투수력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기기 위해 에이스급 선발투수를 기용하는 것과,져도 관계없으니 기량이 약간 부족한 중간급 선발투수 기용 중에서 선택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전략요소가 취할 수 있는 값들을 시나리오 플래닝에서는 '옵션'이라고 부릅니다. 두 개의 전략요소가 두 개씩의 옵션을 갖기 때문에 김 감독이 취할 수 있는 전략대안은 다음과 같이 모두 4개가 될 겁니다. <표2>

이제 각 시나리오에 가장 적합한 전략이 위의 4개 전략 중 무엇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든 당황하지 않고 즉각 대응할 수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와 미국 모두 전력이 강한 첫 번째 시나리오인 줄 알았는데,갑자기 미국의 에이스급 투수와 타자가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게 된다면 베네수엘라가 강하고 미국이 약한 두 번째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납니다. 그럴 때 처음 세운 전략과 다른 전략으로 재빨리 선회해야 합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동기부여 효과 커
시나리오 플래닝은 무엇보다도 미래를 대비하고자 하는 구성원들의 동기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큽니다. 위기가 닥치면 '상황이 어려워졌으니 허리끈 졸라매고 열심히 뛰어보자'는 캠페인을 벌이지만,그동안 너무 많이 써먹은 탓에 더 이상 구성원들을 감화시키지 못합니다. 

시나리오는 이때 빛을 발합니다. 시나리오는 이야기를 통해 구성원들의 마음속에 변화 의지의 불꽃을 발화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불확실함을 인정하고,예측이 아니라 시나리오로 미래를 관측해야 합니다. 숫자가 아니라 미래의 구체적인 모습을 이야기해야 하는 거죠.그래야 희미하게 반짝이는 미래를 보다 잘 관측하고 대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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