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가설부터 세우세요   

2010. 7.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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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문제가 쉬어 보이거나 경험상 익숙할 때 문제해결의 과정을 생략하고 해법을 즉시 내리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믿음을 반영하는 결론을 찾는 데 마음이 쏠리기 때문이죠. 

어느 회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2명의 베테랑 기술자들이 있었는데, 제품의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를 접하고서 ‘고(高)정밀도의 베어링을 삽입하면 품질이 향상된다’라는 해법을 내놓았습니다. 과거에도 그렇게 해서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 해법의 근거였습니다.

베어링을 주문해서 받는 데까지 4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는데, 주위 사람들이 우려를 나타내자 그들은 베어링만 도착하면 문제가 다 해결되리라 장담했습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나고 고정밀도 베어링을 끼워 넣었지만 불량률은 전혀 줄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면밀히 살펴보니 문제의 원인은 베어링이 아니라 다른 부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들이 과정을 중시했다면, 정밀도가 낮은 베어링을 끼워 보고 품질이 저하되는지를 살펴야 했습니다. 베어링의 정밀도와 품질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된다고 판단될 때에 고정밀도 베어링이 문제해결의 해법이라고 주장했어야 했죠. 그들이 과정을 무시한 이유는 20년 이상의 경험으로 축적된 직관을 철썩 같이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를 성급하게 해결하려는 관성을 버리고 과정에 따라 착착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분은 가설지향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가설지향적 문제해결법은 과학에서 유래됐습니다. 여러분은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일반상대성이론’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의 작용으로 빛이 휜다는 이론입니다. 

그는 1916년에 이런 내용의 논문을 냈는데, 실험으로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가설로만 인정되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만일 일반상대성이론이 옳다면 태양의 중력 때문에 태양 너머에 있는 별은 원래의 위치보다 1.75도 옆에서 보일 거라고 예상했죠.

진짜 그러한지 실험을 진행한 사람은 아서 에딩턴(Arthur S. Eddington)이라는 천체물리학자였습니다. 그는 1919년 5월 29일을 가장 좋은 실험일로 선택했는데, 그날은 개기일식이 있는 날이라서 강렬한 태양의 방해를 받지 않고 별을 관측하기 좋았기 때문입니다.

에딩턴은 서아프리카에 있는 프린스페 섬과 브라질 북부의 스브랄 두 곳에서 관측을 실시했는데, 아인슈타인이 예견한 값과 매우 근사한 측정치를 얻었습니다. 이로써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가설에서 이론으로 승격됐습니다.

에딩턴이 이 실험을 어떤 전제 하에 진행했을까요?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아인슈타인의 가설] 중력에 의해서 빛이 휜다.

[에딩턴의 전제] 태양 너머에 있는 별이 원래 위치보다 다른 위치에 있는 듯이 보인다면, 중력에 의해서 빛이 휜다고 믿어도 된다.

[근거] 아인슈타인의 예측치(1.75도)와 매우 근사한 값을 관측했다.

[결론] 따라서, 중력에 의해서 빛이 휜다.

이렇게 전제와 근거를 통해 가설을 증명하여 결론을 이끌어 내는 방법이 바로 가설지향적 문제해결법입니다. 이때 전제와 근거는 충분한 납득성을 갖춰야 합니다. 이치에 맞지 않는 전제를 사용하고 거짓 근거를 제시해서 이뤄진 증명은 신뢰할 수 없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여러분이 “직원들이 나태해서 큰일이다”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해보죠.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 “최근에 외부에서 팀장이 영입된 팀의 직원들이 나태하다”는 것이 원인이라고 하겠습니다. 아직 잠정적이기 때문에 참인지 거짓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것을 가설로 설정한 다음, 전제와 근거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가설지향적 문제해결법은 다음과 같이 전개됩니다.

[가설] 최근에 외부에서 팀장이 영입된 팀의 직원들은 나태하다.

[전제] 최근에 외부에서 팀장이 영입된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근태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나태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근거] 근태 데이터인 일일평균근무시간, 지각횟수, 인터넷 사용량 등에서 통계적으로 큰 차이가 발견됐다.

[결론] 따라서 최근에 외부에서 팀장이 영입된 팀의 직원들은 나태하다.

이렇듯, 가설지향적 문제해결법은 가설을 먼저 세우고 그것을 전제와 근거를 통해 증명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문제해결법은 과학자들이 자연법칙을 탐구하고 증명하기 위해서 오랜 기간 적용하고 다듬어 온 연구 방법에서 차용한 것으로서, 원인을 증명하고 해법을 도출하는 데에 매우 좋은 접근 방법임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무언가를 증명하려면 무조건 가설부터 세우세요. 가설을 세우느냐 세우지 않고 넘어가느냐, 여기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가늠됩니다. 오늘도 즐겁게 문제해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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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도 카메라다 2   

2010. 7. 1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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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올린 '아이폰도 카메라다'에 이어 두 번째로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을 올려 봅니다.

요새 DSLR 대신 아이폰으로 사진 찍는 재미를 느낍니다. DSLR은 마음을 먹어야 들고 나가 찍을 수 있지만, 아이폰은 항상 주머니 속에 있으니 좋은 피사체나 풍경을 만나면 아무 때나 셔터를 누르기가 편합니다. 

아이폰의 화질이 DSLR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죠. 조금만 더 성능이 나아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높은 휴대성 때문에 봐줄 만 합니다. ^^ 거기에 약간의 보정을 가하면 DSLR의 쨍한 사진과는 다른 맛을 지닌 사진을 아이폰으로 건질 수 있지요.

못 찍은 사진 몇 컷을 여기에 올려 봅니다.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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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은 항상 틀린다', 그것은 진리   

2010. 7.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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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은 미래를 대비하는 데 사용되는 기법들 중에 가장 유명하고 막강합니다. 사실 예측은 별도의 정의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인간의 삶에 깊게 뿌리 내린 제 2의 본성이죠. 여러분은 자신도 모르게 매일 수차례 예측을 하고 있을 겁니다.

내가 갈 도로에 교통체증이 발생할지, 어제 산 주식이 오를지, 나의 제안을 상대방이 수용할지 등등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예측을 자동적으로 수행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경쟁자의 전략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고객의 니즈는 또 어떻게 바뀔 건지 매번 예측을 해서 전략을 수립하죠.


기업에서 흔히 사용하는 예측 기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마도 회귀분석법일 겁니다. 회귀분석은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을 종속변수 Y로 놓고 그것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개의 독립변수 X들을 찾아서 방정식을 도출하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해서 미래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예측하는 데 사용합니다.

회귀분석은 반박의 여지가 없을 만큼 수학적으로 완벽한 논리를 가집니다. 대부분의 예측 기법들은 회귀분석처럼 과거의 패턴을 미래에 투영하는 논리를 가졌지만, 그 속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숨어 있음을 많은 경우에 간과하고 맙니다.

바로 과거의 환경구조가 미래의 환경구조가 동일하다고 전제하는 것이 오류입니다. 미래로 갈수록 상호작용이 증폭되고 환경의 구조가 복잡하게 바뀝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환경구조는 절대로 과거의 환경구조와 같을 수가 없죠. 따라서 예측은 대개의 경우 실패하고 맙니다.

왜냐하면 예측은 미래의 여러 가지 가능성을 오로지 하나의 수치로 압축시키고 그에 따라 전략을 수립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수치와 다른 미래가 펼쳐지면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겠죠. 예측이 실패를 해서 어려움을 겪은 회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IBM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요즘에는 잘 나가고 있지만 90년대엔 그렇지 못했습니다. IBM은 1980년대 초에 향후 미래의 PC시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될까 예측을 해 봤다고 합니다. 그 결과 1990년이 되면 전 세계 PC보급 대수가 잘해야 27만대 정도라고 예측했죠.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만 해도 1993년에 1억 7천만 대가 보급됐고, 한국만 해도 170만 대의 PC가 보급됐습니다.

IBM의 예측이 이처럼 상당히 크게 빗나간 이유는 1980년대까지 완만하게 성장한 PC시장의 패턴이 미래에도 그대로 이어질 거라 생각한 탓입니다. 결국 IBM은 PC시장이라는 거대한 기회를 놓쳤고, 1992년에 파산 직전까지 갔습니다. 예측이 그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았기 때문입니다.

예측으로 인해 기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전략적 사고를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예측의 결과로 내년도 매출액이 금년보다 10% 성장할 거라고 나왔다고 가정해 보죠. 누군가가 나서서 ‘10% 성장이 아니라 마이너스 2% 성장이다’라고 반박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사람이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해도 10% 성장 예측이 마이너스 2% 성장으로 바뀌기는 힘들 겁니다. 기껏해야 10%를 7% 정도로 끌어내는 것에 만족하죠. 예측 결과가 강력한 신념으로 바뀌어서 그것에 반대되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 결과입니다. 전략적 사고를 아예 막아버리고 맙니다.

예측은 기회를 잃게 만들고 잘못된 판단을 이끕니다. 예측을 통해서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오직 하나의 숫자 속에 우겨 넣으려고 하기 때문이죠. 많은 기관과 기업들이 갖가지 예측을 쏟아내는데, 경제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그런 경향이 큽니다.

하지만 예측 시스템이 제아무리 정교하다 해도 ‘예측은 항상 틀린다’라는 진리를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여러 가지 가능성, 즉 시나리오로 미래를 바라봐야 합니다.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그 불확실성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습니다. 불확실성을 없애겠다면서 '덮어놓고 예측하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할지'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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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개발을 시스템으로!   

2010. 7.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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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들이나 공공기관들이 앞다투어 경력개발제도(CDP)를 도입합니다. 경력개발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회사의 목표와 자아실현의 목표를 일치시킴으로써 성과를 최대한 이끌어 내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인사정책의 방향이 회사 입장에서 직원 입장으로, 중앙통제 중심에서 개인 자율로 변화하는 흐름을 반영합니다.

경력개발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성공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죠. 무엇보다 훌륭하게 만들어진 제도가 서류상의 제도로 남지 않고 원활하게 실행에 옮겨지려면 IT시스템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경력개발을 위해 직원, 관리자, 인사부서가 해야 할 일들이 당연히 늘어나게 되는데, 모든 것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면 가뜩이나 할 일이 넘쳐나는 개인들의 반발에 부딪쳐 결국 경력개발제도는 유야무야해질 게 뻔합니다.


요즘에는 e-HR이라 하여, 인사관리의 모든 기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운영하려는 회사가 많은데, e-HR 내 경력개발 모듈에서 갖춰야 할 기본 기능은 아래와 같이 모두 5가지입니다.

- 경력정보 제공
- 경력개발 활동 관리
- 자기개발계획 기능
- 직무적합도 평가 기능
- 교육 기능

경력개발 IT시스템은 회사 내에 어떤 직무가 존재하고 직무별 요건은 무엇인지, 각 직무는 어떠한 표준경력경로를 갖게 되는지를 분명하게 정의해 놓은 ‘경력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누구나 쉽게 자신이 목표로 하는 직무의 내용을 인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보통 직무기술서의 형태로 경력정보를 제공하는데, 가장 간단한 것인데도 많은 기업들이 직무의 기본정보를 제공하는 데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직무가 요구하는 여러 조건(역량, 지식/스킬, 사전 경력 등)에 자신이 얼마나 적합한지, 또는 얼마나 부족한지를 스스로 평가해 볼 수 있도록 ‘직무적합도 평가’ 기능을 포함해야 합니다. 단순한 평가보다는 ‘어떤 것이 부족하니까 이렇게 해 보라’라고 교육과정을 권한다든지 등의 조언을 해주는 시스템이 되어야 합니다. 간단한 로직인 것 같지만, 의외로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죠.

또한 경력개발 IT시스템에 교육 관련 정보들이 집약되어야 합니다. 경력개발 지원에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구성원의 만족도를 가장 크게 높이는 방법이 바로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경력개발시스템은 회사 내외에서 실시하는 모든 교육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 포탈’이 되어야 합니다.

경력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인사부서에서 여러 활동을 하게 되는데, 사내채용(Job Posting), 경력상담, 멘토링(Mentoring), 지식동아리(CoP) 운영 등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구성원들이 이러한 활동에 스스로 참여하여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능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인사부서가 경력개발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수시로 분석하고 통제하도록 통계기능과 보고자료 작성 기능도 갖추면 좋겠죠.

많은 이들이 경력개발제도에 대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오해는 ‘내가 가만히 있어도 제도가 나의 경력을 개발해 줄 것이다.’ 라는 식의 생각입니다. 경력개발 활동들은 기본적으로 회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율에 의한 것입니다. 회사는 어디까지나 지원자일 뿐이죠. 스스로 무엇을 개발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우고 교육 이력 등을 관리해 나가는 공간을 경력개발 IT시스템이 제공해야 합니다.

그밖에, 퇴사 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취업정보, 창업정보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퇴사자와 재직자가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경력개발 IT시스템의 활성화를 위해 도움이 되는 기능입니다.

오늘도 즐겁게 '경력개발' 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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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간한 성과주의, 할 생각 마라   

2010. 7.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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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성과주의 인사관리가 도입된 때가 90년대 초입니다. 그리고 IMF 환란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기 시작하면서 회생을 위한 한 가지 방편으로 성과주의 인사관리를 도입하는 기업이 급증했죠. 연공의 파괴, 능력에 따른 승진과 보상으로 대표되는 성과주의는 어느새 필수불가결한 철학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하면 개인은 남들보다 성과를 많이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단순하면서도 매력적인 논리는 경영자와 HR관리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습니. 게다가 연공에 의해 돈만 많이 받아가면서 성과는 보잘 것 없는 직원들을 정리할 명분도 챙길 수 있으니 IMF 위기로 돌파구를 찾던 많은 기업들이 너도나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죠.


'후지쯔 성과주의 리포트'라는 이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 후지쯔가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일찍이 도입해서 놀랄만한 성공을 거뒀다는, 무용담류의 책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첫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성공담을 기대하던 마음은 점점 심각하게 변해갔죠.

후지쯔 성과주의 리포터

과거 후지쯔의 인사부에 근무하던 저자는 이 책에서 후지쯔의 형편없는 성과주의 실태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합니다. 후지쯔는 1990년대 초 일본식 종신고용제와 연공서열제를 최초로 폐지하고 성과주의를 도입하여 일본 내 큰 충격을 가져다 준 회사로 유명합니다. 성과주의로 미국의 IBM도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충만하던 후지쯔가 어찌하여 비판의 도마에 오르게 되었을까요?

저자는 성과주의 때문에 후지쯔가 망하기 일보직전까지 갔고 아직도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고 거침없이 일갈합니다.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저자가 주장하는 성과주의 실패의 원인은, 인사담당자들이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제도를 전파하여 억지로 따르게 하려는 기계적 사고방식에 젖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또한,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연공우대 정책, 파벌주의 등과 적당히 타협하여 '어중간한 성과주의'를 채택할 생각은 말라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그리고 연공서열 관행에 젖은 관리자들의 생각을 혁신하지 못한 채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도입하면 오히려 일신의 안위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지 모른다는 점을 꼬집습니다. 무엇보다 인간적인 면을 도외시한 성과주의는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죠.

이 책에서 제시되고 있는 후지쯔의 성과주의 병폐는 컨설팅 현장에서 고객들로부터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평가를 관대하게 주는 문제, 힘 있는 부서 직원들에게 높은 점수가 은연 중 부여되는 문제, 성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관리자 문제, 비밀리 진행되는 평가 조정의 문제, 직원들 간의 반목과 갈등 문제 등이 그것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특히 인사담당자들이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제 성과주의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과 찬사에 스스로 눈이 어두워져 직원들을 잘못된 성과주의의 틀에 가두려는지 자아비판을 해 볼 때가 됐기 때문입니다. '하면 된다'와 '까라면 까라'식으로 제도를 강요하면서도 기득권은 포지하지 않으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는지, 제도만 던져주고 나 몰라라 뒷짐 지지 않았는지, 윗사람에게 되도록 피해 안주려고 밑의 사람들을 성과주의의 희생양으로 삼지 않았는지를 반성해야 합니다.

컨설팅으로 밥 먹고 사는 저에게도 반성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고객에게 제출하는 보고서 몇 줄이 고객의 존망을 결정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경영학을 하는 사람이나 컨설턴트들은 회사를 하나의 기계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사담당자들이 잘못된 성과주의 신화(?)에 전염된 것은 컨설턴트들 탓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성과주의는 폐기해야 할 경영이념일까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성과주의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성과주의의 무조건적인 수용에 있는 것이지, 성과주의 자체에 있지 않습니다. 외국의 패밀리 레스토랑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조리법으로 성공했듯이, 우리 정서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면 성과주의는 그때야 비로소 제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회사(會社)는 말 그대로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애정이 결여되었다면 제 아무리 좋은 제도도 약(藥)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독(毒)이 됨을 이 책을 통해 새삼 되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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