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일은 없어야 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암에 걸렸다고 상상해 보세요. 의술이 많이 발전했다 해도 암은 여전히 완치가 어려운 질병 중의 하나죠. 헌데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암은 너 스스로 극복할 수 있어. 네가 마음 먹기에 따라 암을 퇴치할 수 있어. 항상 긍정적으로 마음을 갖고 암에 맞서겠다고 생각해야 해. 절대 약해져서는 안돼"라고 말입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들은 얘기인데, 말기암이라 의사들이 포기했던 환자가 자기 의지로 암을 깨끗이 완치했대. 의사들이 그건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놀라더래"라고 꼭 덧붙입니다. 요컨대 그는 자기 삶에 대한 통제력이 질병도 퇴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죠.


삶에 대한 통제력이 사람을 정신이나 신체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사례를 '통제력을 잃으면 '바보'된다'라는 글에서 소개한 바 있죠.

하지만 이미 위험한 질병에 걸린 사람에게 통제력을 운운하는 일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큰 해악을 가져다 줄지 모릅니다. 삶에 대한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암이 호전되지 않고 악화되면 암 환자는 자기가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렇게 됐다는 죄책감에 빠질 수 있죠. 이런 자괴감은 스트레스를 발생시켜서 암 퇴치에 방해가 될지 모릅니다.

"상황이 이미 악화됐거나 스트레스가 파괴적일수록 그 결과에 대한 조절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로버트 새폴스키는 말합니다. 통제력에 대한 믿음은 어디까지나 '가벼운 상황'에서나 도움이 된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통제력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하는 경우는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제한됩니다. 즉 뭔가를 진짜 변화시킬 수 있을 때의 '통제감'이 건강에 도움이 되죠. 하지만 암과 같은 난치병은 통제 불가능한 영역에 속합니다. 그런 영역에까지 자신의 통제력이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은 그 발상 자체가 병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셔면 제임스는 통제감에 대한 착각이 '존 헨리즘'이란 병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이 이름은 존 헨리라는 무모한 사람의 이름에서 딴 것인데, 그는 6피트 짜리 강철 드릴을 가지고 증기 드릴보다 더 빨리 산을 뚫으려고 했습니다. 그는 초인간적인 노력으로 기계를 이겼지만 결국 지쳐서 죽고 말았습니다. 존 헨리즘은 무슨 일이라도 열심히 하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하면 된다'라는 생각이죠.

문제는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입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교육의 기회를 충분히 받지 못했거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심한 사회에서 자란 사람에게 "네가 더 열심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어"라는 조언이 과연 도움이 될까요? 

구조적인 부조리함이 한 인간의 삶을 옥죄는 상황에서 "모든 것은 다 너하기 달렸어. 하면 된다는 말을 잊지마"란 말은 오히려 그를 크나큰 열패감에 빠지게 만드는 독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의미에서, 개인의 의지가 삶을 변모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기계발서들은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경제적, 사회적 약자들에게 '존 헨리즘'의 병폐를 심화시키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 큰 일이 벌어졌을 때 "내가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는데"라면서 이미 벌어진일에 대해서 자신의 통제력을 대입하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뿐더러 상황을 낫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이미 벌어진 일은 통제력이 미치지 못하는 '통제 불가능한 영역'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내탓이다'는 윤리적인 입장에서 바람직한 생각이지만, 어쩌면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기는 교묘한 장치일지 모릅니다. 

모 기업의 광고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창립자가 연설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더 잘 할 수 있다하고 그 어려운 것은 우리가 다 극복할 수 있다. 난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그는 말합니다. 여러분은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어쩌면 이 말은 "희망을 가지면 암을 완치할 수 있다"는 헛된 기대감 같은 건 아닐까요?

편안한 금요일 되세요.

(* 사례 출처 : '스트레스 : 당신을 병들게 하는 스트레스의 모든 것', 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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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Favicon of http://snowall.tistory.com BlogIcon snowall 2010.10.22 18:13

    무한도전의 원조군요...-_-;

    아무튼, 존 헨리의 이야기는 우공이산이 생각나는 일화네요. 그나마 우공은 신이 도와줬지만 헨리는 그것도 없이 혼자 삽질하다가 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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