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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시
한 일자(字)로 입을 다문
무덤과 무덤의
거대한 서식처
인류들의 얼어붙은 침묵 사이로
풀-풀- 떠돌았다
가슴 아픈 이름만으로
창백한 도시를
바람 따라 부유하던 내 발 너머
슬픈 초상인 양 흩뿌려진
안개,
안개성(城)
요통을 앓으며 내려앉던
4시의 하늘 아래
오로지 죽음 앞에서만
꺼질 수 있는 인연의 잔염(殘炎)을 느끼며,
흘러만 내리는 생의 비감을 쓸어 넘기며
나는,
나는,
미상(未詳)의 도시에서 이윽고 살아남은
미상의 목숨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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