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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사진은 지난 번 태풍 '곤파스'가 전국을 휩쓸고 지나간 날 아침(9월 3일)에 제가 직접 찍은 것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목격한 장면이죠. 언뜻 살펴보니 새차인듯 했는데 수리해서 쓰지 못할 만큼 지붕이 내려 앉았습니다.
여러분이 이 차의 주인인데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주차장에 와보니 차가 이 지경이 됐다면 어떤 마음이 들 것 같습니까? 우선 이게 무슨 일인가, 라며 크게 놀라겠죠. 아마 처음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다가 마음이 좀 가라앉으면, 태풍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본 후에 차를 안전한 곳에(적어도 나무에 깔릴 위험이 없는 장소에) 옮겨 놓았어야 하는데, 라는 후회가 찾아옵니다. 설마 하면서 차를 그냥 두기로 한 결정에 속이 상합니다. 또 나무에 깔린 차를 어떻게 빼내지, 라는 걱정도 앞섭니다. 이같은 천재지변에도 자동차 보험이 적용되는지는 좀 지나고 나야 생각납니다. 여하튼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휘젓고 다니면서 복잡한 마음이 되겠죠.
반대로 여러분이 차 주인의 친구라면 어떤 생각이 들겠습니까? 친한 사이라면 태풍 온다고 할 때 빨리 옮겨 놓지 뭐했냐, 며 핀잔을 주면서 보험이 되는지 알아보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할 겁니다.
이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사람들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태풍과 같은 환경의 변화로 인해 피해가 클 것이라는 경고를 받아도 설마 내가, 우리가 영향을 받겠냐는 생각에 위험을 줄이려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차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과 같은 간단한 조치나 방지책도 현재 누리는 상황이 안락할 때는 태산을 옮기는 일만큼이나 힘들고 쓸데없는 일로 느껴집니다. '설마~'라는 조건문을 달면서 엉덩이를 스스로 주저 앉히죠. 그러다가 이런 사고가 터지면 후회를 하거나 그때 가서야 재발방지책을 만든다고 허둥댑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입니다.
핀잔을 주는 친구의 태도도 새겨볼 만한 부분입니다. 사건이 터지고 난 후에는 이렇게 '그때 그렇게 했어야지, 뭐했냐?'는 식의 비난들이 봇물처럼 쏟아집니다. 자기의 일이 아닐 때(혹은 자기의 책임이 아닐 때)는 '내 그럴 줄 알았다'식의 사후판단은 누구나 하기 쉽죠. 자신도 태풍도 온다는 소식에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으면서 말입니다. 진짜로 '내 그럴 줄 알았다'면 왜 미리 말해주지 않았는지 모를 일입니다.
또한 미래에 벌어질 사고에 대해 미리 방지책을 마련하는 조치는 돈과 노력을 낭비하는 일이라고 단순하게 비판해서는 곤란합니다. 설령 대비하기로 한 위급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이미 지출한 돈과 노력을 무조건 아까워할 일도 아닙니다.
어느 정도의 돈과 노력은 불확실한 환경을 안전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보험 납입금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왜 그렇게 자원을 낭비하냐'는 비난은 1년간 자동차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해서 자동차 보험금을 아까워하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미래에 불확실성을 현명하게 인식하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무슨 일이 터질지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보고 대비합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터진 후에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도 미리 계획을 세웁니다. 비록 자신의 대비와 계획이 나중에 쓸일이 없다 해도 '에이, 그냥 아무것도 하지말 걸'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무탈하게 지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감사할 줄 압니다.
"내일 특급 태풍이 전국을 강타할 것으로 보입니다!" 밤 12시 마감뉴스에서 이런 일기예보를 들었다면 여러분은 잠옷 위에 겉옷을 걸쳐 입고서라도 주차장으로 나가 차를 옮기겠습니까, 아니면 그냥 따뜻한 방에 누은 채 '설마~'하며 잠을 청하겠습니까?
여러분은 어느 쪽입니까? '당신이 잠든 사이, 태풍이 몰아쳐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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