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이패드 구입 & 사용기   

2010. 8.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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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에 다녀온 스페인에서 어렵게(아니 뜻하지 않게) 아이패드(iPad)를 구해서 사용한지 이제 2주가 넘었네요. 한국에는 아직 발매되지 않는 제품이라 그런가요? 다른 기기보다 아이패드에 더 애착(?)이 갑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아이패드를 사용 중이라 별건 아니지만, '느린 어답터'로서 구입하고 사용하기까지 사진과 함께 간단한 기록을 남겨 봅니다. 한글이 지원이 되지 않기에 제대로 사용하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린 탓일까요?


이곳은 fnac(쁘낙)이라고 불리는 전자제품 쇼핑몰입니다. 세비야(스페인)을 관광할 때 여러 번 지나갔지요. 유명한 건축물인 세비야 대성당(까떼드랄)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벽면이 투우와 관련된 사진으로 장식돼 있는데, 언뜻 볼 땐 전자제품 쇼핑몰이라기보다는 백화점처럼 보이는 독특한 곳입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2NE1의 뮤직비디오가 손님을 맞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2NE1을 알까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가수와 회사명을 보니 반가웠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애플의 코너가 있습니다. 다른 곳은 한산한데 이 코너엔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특히 아이패드를 만져보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저도 좀 만져보고 싶었는데 제 차례까지 오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아이폰과는 다른 그립감과 화질, 무엇보다 큰 화면이 마음에 들더군요. 사진은 아이패드로 제 블로그를 여는 모습입니다.


사실 아이패드를 사러 들어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려고 fnac에 들어간 것이죠. 세비야의 한낮 온도는 43~45도에 달하기 때문에 조금만 무리하면 탈진하기 쉽습니다. '어어~~'하다가 카드를 커내고 덜컥 구입하고 말았죠. 제가 산 모델은 WiFi only + 16 GB로 가격은 488 유로입니다. 메모리가 작을까 염려됐지만, 아이폰 사용 경험에서 볼 때 저에겐 16GB면 충분하다고 판단했지요. 호텔에 돌아와 아이폰과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이폰의 작은 화면만 보다가 아이패드를 보니 넓은 집에 이사 간 듯 기분이 좋습니다.


여행할 때 인터넷 사정도 있고 해서 본격으로 사용하게 된 건 집에 돌아와서 입니다. 이것저것 어플도 깔고 사진에서 보듯 ebook도 다운 받아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커피숍이나 지하철에서 아이패드를 꺼내면 넘겨다 보는 사람이 많아서 좀 부담스럽습니다. 어떤 사람은 저에게 다가와 아이패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기까지 합니다. '어디서 구입했느냐? 전화 기능이 있느냐? 한글은 입력 가능하냐?' 등등. 그래서 조금만 보다가 집어넣게 되지요.


아이패드는 생각보다 좀 무거워서 손에 들고 오래 있다보면 손목이 좀 아픕니다. 그래서 거치대나 dock을 사려고 했지만 아이패드 악세사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식발매가 안돼서 그런 모양입니다. 아쉽지만 독서대에 아이패드를 세워 놓으니 볼품은 없지만 그런대로 볼만하더군요.


그래도 아이패드에게 뭔가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애플샵에 가서 '집'을 샀습니다. 다행히 케이스나 파우치 같은 악세사리는 팔더군요. 가격이 좀 셌지만 오래 쓸 생각으로 가장 튼튼한 녀석으로 골랐습니다. 장착해보니 꼭 다이어리 같습니다. 아이패드에 내장된 키보드가 있지만 아무래도 글을 쓴다는 터치감이 없어서인지 자꾸 오타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사진에서 보이는 블루투스 키보드도 샀지요. 하지만 이 키보드만 가지고는 한글 입력은 불가능합니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아이패드 뿐만 아니라 PC(윈도우7)에도 연결해서 쓰니 좋더군요. 이 노트북엔 열이 많아서 오랫동안 작업을 하면 손바닥이 화상을 입은 듯 얼얼합니다. 겉이 아니라 살 속이 기분 나쁘게 따끔거리죠. 블루투스 키보드가 좋은 대안이 되었습니다. 다만 가끔 연결이 불안한 것만 빼고는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한글 입력이 안 되는 불편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트위터를 보다가 아이패드에 한글입력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왔다고 하더군요. 문제는 탈옥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좀 고민이 되었지요. 자칫 탈옥했다가 뭔가 잘못되는 건 아닌가, 나중에 iOS 4.0으로 업그레이드를 못하진 않을까 염려됐지요. 그러나 한글 입력의 유혹은 엄청났습니다. 눈 질끈 감고 결국 탈옥을 감행했고 한글입력이 가능하도록 모디파이했지요. 아이패드를 가로로 세우고 블루투스 키보드로 입력하니 새로운 노트북이 탄생(?)했습니다.


끝으로 아이패드에 마우스를 달아주면 좋지 않을까 하여, 벨킨의 블루투스 마우스를 구입했습니다. 탈옥된 아이패드에서 마우스 사용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구글링을 통해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대부분의 블루투스 마우스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제가 구입한 벨킨 마우스는 아무리 해도 아이패드와 '결합'이 안됐습니다. 혹시 블루투스 마우스와 아이패드를 연결하고자 한다면, 이미 호환이 검증된 애플의 매직마우스를 사용하라고 권하고 싶네요. 사진에 벨킨 마우스를 함께 등장시킨 이유는 연결시키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지 결코 호환이 된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 말기를 바랍니다. ^^


간단한 문서 작업은 iWork으로 충분히 가능해서 이동할 때 아이패드가 무거운 노트북을 대체할 훌륭한 수단입니다. 물론 3G가 안 되는 모델이라(3G모델이라 해도 아직 우리나라에서 쓰려면 과정이 복잡하지만) WiFi가 잡히지 않는 곳에선 사용에 제한이 있긴 하죠. WiFi가 전국망을 형성하기를 바라는 수밖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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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과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   

2010. 8.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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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과학이라고 말을 하면 '어렵고 따분하다'란 반응이 즉각(?) 나옵니다. 요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큰데, 과학은 그만큼 주목을 못 받아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인문학과 마찬가지로 과학은 새로운 시각과 지평을 탐구하는 데 무엇보다 유용한 학문입니다. 

여러분의 이해를 위해서 제가 쓴 책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에 대해 문화일보와 인터뷰와 인터뷰한 기사를 올립니다. 혹 책을 읽어보고 싶은 분이라면, 이 기사가 책을 쓴 계기와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얼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라는 제목의 의미를 경영학과 자연과학의 <통섭>이라고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통섭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두 학문을 ‘통섭적’인 관점으로 바라 본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통섭이란 말은 사회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주장하고 있는 개념으로서, 모든 학문이 인간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생물학을 근간으로 통합하고 연결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사실 저는 그의 극단적인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서로 다른 학문끼리의 넘나듦을 통해 새로운 지식이 창발(創發)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경영과 자연과학을 의도적으로 만나도록 주선했습니다

이 책은 통섭의 결과물이 아니라 통섭적인 관점을 통해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과 같은 자연과학과의 교류로부터 ‘경영학적 함의’를 캐내려한 시도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자연과학을 경영에 접목하실 생각을 갖게 됐습니까?

경영학이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젊은 학문이라 말할 수 있는 경영학은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등 타 학문으로부터 필요한 지식과 방법론을 폭넓게 수용하면서 학문적 체계를 갖춰 나간 학문입니다. 즉 경영학은 초기부터 여러 학문 간의 통섭으로 이루어진 종합 학문이었습니다. 경제학과 게임이론을 수용하여 경영전략이론을, 심리학을 받아들여 조직행동이론을, 정보기술을 경영에 접목하여 경영정보시스템 분과를 탄생시켜 왔지요. 그래서 경영학은 결코 타 학문과 분리하여 논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서점에 가보거나 논문을 검색해 보면 경영학의 콘텐츠가 얼마나 곤궁해지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학문의 주류를 형성할 새로운 콘텐츠는 별로 눈에 띄지 않고 특정 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근사하게 포장한 개별적인 케이스 스터디만 양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문학의 위기라고 말들을 하는데, 경영학 역시 똑같은 입장입니다.

경영학 위기의 원인은 바로 통섭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독자적인 정체성을 갖추고 학계에서 독립적인 위상을 갖춰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벽을 높이 쌓고 타 학문을 배제해 버렸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학문적 고립에 처하게 된 거죠. 그래서 저는 경영학이 통섭의 학문으로서의 위치를 다시 수복해야 하고 위기 탈출의 훌륭한 동반자가 바로 자연과학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과학은 그동안 경영학 입장에서는 미지의 땅이거든요. 역사와 심리학 등에서 경영학적 함의를 찾으려는 노력은 종종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과학을 통섭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시도는 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자연과학에 평소 관심이 많았던 저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귀중한 보물이 과학이란 대륙에 묻혀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죠. 


#책에서 기업의 조직관리와 인재관리를 실행함에 있어 생태학, 유전학, 내분비학 등으로 지식으로부터 이 시대 리더들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상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설명해 주십시오.

이 책 전반에는 기업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인식하는 관점이 녹아 있습니다. 구성원을 기업의 DNA로 본다든지, 모 그룹 회장의 폭력 사건을 조직의 호르몬 변화로 이해한다든지, 생명의 진화를 기업의 진화에 빗대어 본다든지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헌데 많은 리더들은 기업을 생명체가 아닌 하나의 기계로 여기는 ‘기계론적 인식’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들은 조직이 위기에 빠졌을 때 강력하고 엄격한 지침을 하달하고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마치 기계에 정확하게 프로그램을 입력하듯이 조직을 다루고 만일 구성원들이 저항하면 더욱더 정밀하고 완벽한 통제를 가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기업은 살아있는 시스템이고 하나의 생명체처럼 생식하는 초유기체입니다. 기계는 부품 하나만 없으면 고장 나 버리지만 조직은 결점이 있더라도 항상성을 유지합니다. 기계는 에너지를 소비할 뿐이지만 기업은 성장하면서 지식과 문화를 축적해 나갑니다. 기계는 조작자의 지시를 무조건 따르지만 구성원들은 인위적인 상명하달에 저항하곤 합니다.

리더들이 기업을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기업 경영의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제가 책 말미에서 경영자가 되고 경영학을 전공하려면 반드시 생태학에 대한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입니다.


#개별학문간의 가로지르기를 대표하는 `네트워크 과학'이 창발적인 경영에 활용될 수 있다고 하면서, 조직의 `갈등을 조장하라'`비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라'는 등의 파격적인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1988년에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는데요, 과학자들이 그 원인을 분석한 결과는 우리의 상식과 반대되는 것이었습니다. 자연보호라는 미명 하에 산림관리 당국은 단 한 건의 산불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목표로 숲을 관리했습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조그만 산불도 필사적으로 막아냈지요. 그래서 불쏘시개가 될 잡목과 나뭇잎들이 쌓이고 나무들 사이의 간격도 조밀해졌습니다.

이런 상태는 조그만 불씨만 튀어도 걷잡을 수 없이 산불이 번지는 ‘임계 상태’입니다. 과학자들은 대형 산불을 막으려면 일부러 작은 산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명했던 OO호텔의 노사분규는 작은 갈등조차 용납하지 않으려는 사측의 태도 때문에 그처럼 크게 일어난 것이죠. 조직의 갈등을 조장하라는 말은 임계 상태에 치닫지 않도록 숲을 관리하는 것처럼 구성원들의 불만과 갈등을 수시로 수면 위로 끌어 올려 해결해야 나중에 커다란 갈등 상황을 미연에 막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기업이란 조직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네트워크입니다. 언뜻 보면 체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죠. 이것에 효율을 강조하는 조치를 인위적으로 취하려 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네모반듯한 잔디밭에 지름길이 생기는 것이 자연스럽듯, 다소의 비효율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창발적인 경영을 정착시키려면 네트워크과학이 발견해 놓은 네트워크의 성질과 특성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님은 환원주의적 사고를 경영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침을 가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말하는 건지요.

환원주의라는 말은 전체를 잘게 쪼개어 각 부분의 메커니즘을 밝혀내면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패러다임입니다. 우주를 몇 개의 수학 공식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유전자가 생명 현상의 모두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환원주의적 사고입니다. 이런 사고는 사물 사이의 관계를 무시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죠. 이에 대한 반성으로 하나의 통합된 전체로 이해해야 한다는 전일주의(全一主義) 과학이 대두되었지만, 일반인들은 아직 환원주의적 사고에 많이 젖어 있으며 경영학도 예외는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가 많은 기업들이 선호하는 직무 중심의 인사제도입니다. 기업이란 조직을 잘게 나누면 최소 업무 단위가 직무인데, 그것을 잘 관리하면 조직 전체의 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장점이 있긴 하지만, 환원주의적 관점이 지나치게 강해서 문제점 또한 많습니다.

전체적인 시각이 아닌 직무라는 미시적 관점으로만 인력을 운용하도록 만들기 때문이죠. 환원주의적 경영의 예는 전략 수립이나 성과관리 과정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CEO이 관심을 많이 두는 ‘핵심인재 경영’도 조직보다는 개인에게서 희망을 구하려는, 환원주의적 경영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끝으로 직장인들의 자기계발을 하는데 있어 과학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요즘 직장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재테크인 것 같습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모두 부자가 되려고 혈안이 돼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관심이 나쁜 건 아니지만 돈을 쫓지 말고 돈이 자신을 따라오게 만들려면 본인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키우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과학은 사물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 숨겨진 이치를 파헤치는 학문입니다. 지식의 퓨전 시대인 요즘, 과학의 지식은 물론이고 과학자들이 이치를 발굴해 나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면 남들이 가지지 못하는 경쟁력 있는 무기를 가지는 셈입니다. 뛰어난 학문적 성과나 발명은 대부분 폭넓은 지적 활동과 열망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남들과 다르게 사고하고 싶다면 과학이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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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을 잘하기 위한 작은 기술   

2010. 8.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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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여러분은 하루에도 수십 번 무언가를 예측하는 일에 매달릴 겁니다. 만일 예측이라는 행위를 하지 않고 하루를 보냈다면, 하루 종일 잠만 잤다는 뜻이겠죠. 아니, 정확히 말해 우리는 꿈 속에서도 예측이라는 활동을 멈추지 못하는 "예측의 동물"입니다. 꿈 속에서조차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리하지 않습니까?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직감에 의하든 '빵빵한' 데이터에 근거로 하든, 우리가 행하는 수많은 예측은 미래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작게' 만듦으로써(작게 만들 수 있을지는 차치하더라도) 의사결정으로부터 최대한의 이익을 끌어내기 위한 활동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전문으로 하는 컨설턴트로서 "예측은 항상 틀린다. 그것은 진리다. 미래를 예측하기보다는 미래를 대비하라"는 주장을 내내 해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생각엔 변함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인간은 무언가를 항상 예측하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된 탓에 예측을 완전히 버리기가 어렵다는 점을 또한 인정합니다. 

게다가 매번 불확실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할 수 없는 노릇이겠죠.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위급한 상황이라면 시나리오 플래닝이 필수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덜 중대하고 일상적이며 또한 '단기적인' 이슈라면 예측이 나름대로 효용을 발휘합니다.


그러나 예측이 효용을 발휘하려면 당연한 말이지만 예측을 "잘" 해야겠지요. 오늘은 여러분이 조직(회사)에서 예측을 잘 하기 위한 '작은' 기술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우선, 외국 사이트에서 읽은 글(출처를 잃었음)을 제 나름대로 재해석하여 올리는 글이라는 점을 양해 바랍니다.


1. 숫자를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보통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한다고 합니다. 맞습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거짓말을 하지요. 하나의 숫자를 보고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숫자를 있는 그대로 믿지 말고 숫자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구함으로써 숫자에 대해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는 상황을 피하기 바랍니다.

2. 최고의사결정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실무자들이 예측을 행할 때 가장 빠지기 쉬운 것이 바로 "실무적인 입장"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실무적인 관점이 옳은 예측과 의사결정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조직 전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엔 올바른 예측 결과를 내놓지 못하기도 합니다. 실무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을 아예 제쳐두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스스로 CEO라고 생각하고 예측을 수행해야 합니다.

3. 겸손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모든 분야에 정통할 수 없습니다. 정보원(source)보다 더 많은 걸 알 수 없습니다. 다행히 세상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존재합니다. 물론 전문가가 잘못된 예측을 자주 내놓긴 하지만, 그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가진 지식과 노하우는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습니다. 전문가를 잘 활용하는 방법은 그들의 예측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지식과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고 수용함으로써 예측이 올바른 의사결정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수정하는 것임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4. 정보에게 말을 걸어야 합니다.
이 말은 여러분이 어떤 정보를 접할 때마다 "이 정보는 나에게 무엇을 말하는가?"라고 항상 질문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의사결정에 그 정보가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죠. 상당히 상식적인 조언이지만, 정보를 얻으면 무조건적으로 예측에 반영하려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자신의 예측을 증명하는 정보이면 더 그러한 경향이 있지요. 이런 '관성'에 저항하려면 항상 정보에게 말을 걸기 바랍니다.

5. 결론으로 쉽게 비약하지 말아야 합니다.
의사결정의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위급한 상황일 때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는 경향이 커지고 나중에 예측이 실패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실패한 예측을 뒤돌아보면 "그때 조금만 더 생각할 걸", "그때 좀더 기다려야 했어"란 반성을 하게 되죠. 바로 아무리 조급해도 '여유'를 가질 시간이 있다는 방증입니다. 시간에 쫓기지 말고 시간을 리드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기 바랍니다.

6. 경계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할 때 매번 강조하는 말이지만, 어디에서 어떤 불확실성이 발발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런 불확실성이 대개 '울타리' 바깥에서 튀어나온다는 점입니다. 예측을 할 때 여러분의 시야에 들어오는 외부환경 뿐만 아니라, 그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7. 기존의 가정(assumption)을 의심해야 합니다.
당연한 것이라고 여겨지는 전통적인 관점이나 의견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예측을 할 때마다 당연하다고 가정하는 사항이 무엇인지, 그것이 적합한지 항상 따지기 바랍니다. 어리석은 의문을 제기한다고 누군가가 비웃을지 모르지만, 성공적인 예측을 위해서는 그 정도의 비난은 아무것도 아닐 겁니다.

8. 계속 테스트하고 수정해야 합니다.
한번 끝난 예측이 언제까지나 유효한 진리는 아닙니다. 어제 완료한 예측이 오늘 뒤집어지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예측은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이고, 그 도전에서 예측은 승률이 턱없이 낮습니다. 예측이 불확실성에게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지속적으로 예측을 검증하고 수정하는 것뿐입니다. 자신의 예측 결과를 신뢰하지 말고 의심하는 자세가 올바른 예측에 필수적입니다.


지금까지 예측을 잘하기 위한 8개의 작은 기술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예측이라고는 했지만, 행간을 잘 읽어보면 계량적인 모델이 성공적인 예측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성공적인 예측은 회귀모델이니 엘리어트 파동이론이니 경기사이클 이론이니 하는 정량적인 모델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다양한 의견을 구하고 자신의 예측을 검증하고 의심하는 것만이 올바른 예측과 의사결정에 필수적인 조건입니다. 결국 예측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매우 취약함을 인정하는 겸손한 자세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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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로 사망할 위험, 얼마나 될까요?   

2010. 8.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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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누군가가 감기에 걸린다면, 그가 감기로 인해 사망할 위험(Risk)은 얼마나 될까요? 사망할 위험이 클까요, 작을까요? 아니면 중간 정도일까요? 아마 여러분 중 대부분은 감기로 인해 사망할 위험은 아주 작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감기로 사망할 위험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감기로 사망할 위험

= 감기에 걸릴 확률(a) * 감기에 걸려 사망할 확률(b)

아마도 여러분은 '감기에 걸려 사망할 확률(b)' 즉 '치사율'이 작기 때문에 감기로 사망할 위험 역시 작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감기에 걸릴 확률(a)'이 제법 크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위험의 크기는 감기로 인한 치사율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감기에 걸릴 확률(a)'을 곱해야만 알 수 있음을 직감하지 못합니다. 여러분이 얼마나 자주 감기에 걸리는지 회수를 세어본다면, 감기의 위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겁니다.


이와 같이 사람들은 '위험'을 '치사율'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행기 사고로 사망할 위험은 '사고가 발생할 확률'에 '치사율'을 곱해서 구해야 하는데, 한번 비행기가 사고를 일으키면 사망할 확률(치사율)이 아주 높기 때문에 위험도 크다고 잘못 판단합니다. 

비행기 사고로 사망할 위험 = 비행기 사고 발생 확률(a) * 비행기 사고로 사망할 확률(b)

사실 비행기 사고가 발생할 확률(a)은 자동차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비행기 사고의 위험은 아주 낮은 편인데도, 이처럼 사람들은 치사율(b)로만 위험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합니다.

위험을 잘못 판단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자율성의 유무' 때문입니다. 아래의 식처럼 위험을 위험 자체로 인지하지 않고 자율성에 따라 편향되게 인지하다는 말입니다.

인지하는 위험 = 실제의 위험 / 자율성 정도

자신이 운전하는 자동차가 비행기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느끼는 까닭을 이 식이 보여줍니다. 자동차는 자율성의 정도가 커서(분모가 커서) 실제의 위험보다 더 적게 느껴지고, 타인에게 자신의 안전을 맡길 수밖에 없는 비행기는 자율성의 정도가 작아서(분모가 작아서) 실제보다 더 위험하게 인지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위험에 대한 판단은 '해당 사건이 얼마나 충격적이냐'에 따라 편향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천연가스 버스의 폭발 사고가 촬영된 CCTV 동영상을 보노라면 시내를 돌아다니는 모든 버스가 '달리는 폭탄'이라는 두려움이 솟아납니다. 그만큼 폭발 동영상이 충격적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아래의 식처럼 위험을 잘못 인식하게 되죠.

인지하는 위험 = 실제의 위험 * 충격의 정도

하지만 어떤 사건이 충격적이고 위험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아주 예외적이고 특별하기 때문이지 반드시 발생확률(a)이 크거나 치사율(b)이 크기 때문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이처럼 위험이란 개념은 우리 뇌 안에 숨은 '도마뱀의 뇌' 때문에 편향되거나 잘못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험을 치사율과 동일하게 인지하고, 자율성의 유무와 충격의 정도에 따라 실제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고 말죠.

여러분이 위험이라고 인식되는 상황에 처할 때마다 위의 세 가지 편향에 빠지진 않았는지 스스로를 되돌아 본다면, 보다 나은 의사결정의 기회가 주어질 겁니다. 편향에 빠지면 그런 기회는 결코 주어지지 않습니다. 옳은 판단이란 지식의 양과 깊이보다는 편향적인 사고를 경계하는 지혜에서 비롯됨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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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야, 넌 어디 소속이니?   

2010. 8.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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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특성과 상황에 따라 몇 개의 유형으로 나뉩니다. 여러분이 '문제해결사'가 되고자 한다면 문제를 접할 때마다 그것이 어떤 유형에 해당되는지 반드시 파악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해법의 형태가 문제 유형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화재를 진압해야 할 때와 직원들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때를 각각 머리에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겁니다. 여러분을 둘러싼 거의 모든 문제들은 다음과 같은 4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됩니다.

(1) 개념 문제 vs. 실용 문제
(2) 정형문제 vs. 비정형문제
(3) 위급문제 vs. 원인문제
(4) 설정형 문제 vs. 회복형 문제

오늘은 각 카테고리별로 간단하게 개념을 소개하겠습니다.


개념문제 vs. 실용문제
해법이 초점을 맞추는 대상에 따라 개념문제와 실용문제로 나뉩니다. 개념문제란 ‘알고 싶은 욕구를 채워주기 위한 문제’를 말합니다. 어떤 현상을 목격할 때 ‘왜 그것이 발생했을까?’, ‘그것의 특성은 무엇일까?’ 라고 던지는 질문들은 모두 개념문제에 해당됩니다.

개념문제를 주로 다루는 사람들은 학자들입니다.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하려는 것이 그들의 지상 목표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작 뉴턴은 ‘왜 지구는 사과를 끌어 당길까?’ 라는 조그만 개념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한 끝에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고 이를 기초로 현대물리학의 체계가 확립됐습니다.

학자들만 개념문제를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다니는 회사의 CEO가 “이번 달 매출이 왜 저조한지 원인을 파악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한다면 이는 분명 개념문제입니다. 매출 개선이 궁극적인 목적이므로 뒤에서 설명할 실용문제라고 판단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시를 내리는 순간에는 매출이 떨어지는 현상을 잘 이해하려는 것이 CEO의 1차적인 목적이므로 개념문제에 해당합니다.

반면, 실용문제는 ‘기대하는 상황으로 개선하려는 문제’를 가리킵니다. 여러분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문제들은 대부분 실용문제입니다.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경쟁사를 제압하려면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하나?”와 같은 실용문제로부터 하루라도 자유로운 날이 없습니다. 그래서 ‘경영이란 끝없는 문제해결의 과정’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하죠.

정형문제 vs. 비정형문제
문제해결의 구조가 뚜렷하게 보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정형문제와 비정형문제로 구분됩니다. 정형문제는 해법을 찾는 절차와 방법이 사전에 마련되어 있어서 그것만 따라가면 해결되는 문제, 즉 ‘표준화된 구조를 가진 문제’를 말합니다.

가전제품 설명서 내용 중에 ‘고장일 때 이렇게 해 보세요’ 라는 부분에 기재된 문제들은 정형문제들입니다. ‘전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플러그의 상태를 살펴라’와 같이 설명서가 지시하는 대로 따라가면 대개의 경우 고장이라고 생각했던 문제가 사용자의 부주의나 실수를 바로잡는 해법에 의해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설명서 대로 조치를 취해도 문제가 사라지지 않거나, 아예 그런 류의 문제에 대한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비정형문제가 됩니다. 다시 말해, 표준화된 해법이 없는 문제가 비정형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매출의 급락을 어떻게 방어할까?” 라는 기업의 문제는 대표적인 비정형문제입니다. 매출을 하락시킨 원인들이 매우 많고 불분명해서 관점과 분석 여하에 따라 여러 해법들이 제시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정형문제는 과거에 적용했던 해법을 다시 적용하기가 난감합니다. 물론 ‘제품의 품질 저하’로 인해 발생한 당시의 매출 하락이 이번에도 똑같은 원인으로 재현됐을지 모르지만 그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아주 낮습니다. 따라서 비정형문제에 대해서는 매번 원인을 새로 규명해야 하고 그에 따라 차별적인 해법을 제시해야만 효과적입니다.

위급문제 vs. 원인문제
문제 발생의 원인을 규명해야 문제해결이 가능한가의 여부로 위급문제와 원인문제로 구분됩니다. 화재나 테러 등 긴급하게 대처해야 하는 사고가 위급문제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시험 문제도 위급문제의 일종입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풀지 않으면 점수가 낮게 나와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거나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질책을 받아야 하는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위급문제를 해결하려면 그것이 어떤 원인으로 발생했는지 따지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공장이 불타는 중인데 화재의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자질이 의심스러운 엉터리 문제해결사임에 틀림없습니다. 원인을 찾는 동안 공장이 모두 불타버리면 문제해결의 기회조차 잡지 못할뿐더러 무엇보다 피해가 막대할 겁니다.

물론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알아야 나중에 불이 나지 않도록 예방책을 수립할 수 있지만, 이미 불이 난 상태에서는 원인을 규명해 봐야 상황이 나아질 리 없고 오히려 심각해질 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위급문제는 조기에 해결하지 않으면 금방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리라 예상되는 문제를 말합니다.

원인문제는 위급문제와는 달리 반드시 원인을 규명해야만 효과적인 해결이 가능한 문제를 말합니다. 가만히 둬도 상황이 악화되지 않아서 원인을 파악할 시간적인 여유가 있거나, 반드시 원인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해법이 구성돼야만 하는 문제가 바로 원인문제입니다. 아침에 차를 타러 나왔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면 시간을 가지고 배터리가 방전된 탓인지 연료가 바닥난 까닭인지를 살펴야 수리가 가능하겠죠. 따라서 이 문제는 원인문제입니다.

설정형 문제 vs. 회복형 문제
‘기대 상태’가 미래의 것이냐, 아니면 원래의 것이냐에 따라 설정형 문제와 회복형 문제로 나뉩니다. 설정형 문제는 미래의 기대 상태 때문에 발생한 문제입니다.

설정형 문제는 쉽게 말해 ‘일부러 만든 문제’ 입니다. 현재 상태로 만족하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가 필요치 않은데, 기대 상태를 더 높게 추구함으로써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라고 인식된 것’이 바로 설정형 문제입니다. 여러분의 영어 실력이 외국인과 일상생활을 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수준이라면 영어 실력에 한해서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겁니다. 헌데 생활영어 수준에서 벗어나 미국인들과 공식적인 영어를 사용해 토론을 벌이고 싶다면 그때부터 문제가 발생합니다.

회복형 문제는 설정형 문제와 반대입니다. 설정형 문제가 기대 상태를 원래 수준에서 끌어올린 ‘일부러 만든’ 문제인 반면, 잘 나가다가 현재의 상태가 나빠져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문제들이 회복형 문제입니다. 조속히 원래의 상태로 돌려놓은 것이 목적이므로 회복형 문제라고 따로 구분하죠. 

이런 의미로 볼 때, 앞에서 말한 위급문제는 안정된 상태에 있다가 갑작스레 사고가 발생한 상황이므로 회복형 문제에 해당됩니다. “원인이 뭔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면 현재의 상태가 정상궤도를 벗어났다는 회복형 문제의 출현을 감지했기 때문입니다.

맺음말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처음부터 다시 꿰어야 하듯이 여러분이 처한 문제가 누구의 것이며, 정확히 어떻게 정의되는지,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를 잘못 파악하면 더 큰 위험에 빠지거나 문제해결이 요원해집니다. 순간적인 직감에 의존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문제를 정의하기 바랍니다. 

문제에도 '소속'이 있습니다. 문제가 어디 소속인지도 모르고 문제를 푸는 성급함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바랍니다. 문제가 여러분의 앞을 막아 설 때마다 항상 질문하세요. "문제야, 넌 어디 소속이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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