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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소리
메조소프라노와 나는 사랑을 한다
시절이 깊어져 눈 내릴 때면
낮은 음 하나 밀며 가는 몸짓을 나는 기억한다
찬 입김이 성에가 될 때
그 날, 잠길 듯한 안개의 속살 같이
소리 없는 노래 위에 입술을 댄다
가느다란 숨 몰아 쉬며 나는 돌아눕는다
무제(無題)의 계절과 나의 이연(異然)은
더 이상 회상되지 않는다
오로지 낮게 사라질 뿐, 그 날,
손 건네고 받은 찬 손과
고개 숙여 안기는 이마와
그 위로 녹아 내리는 눈처럼
오로지 높이 휘날릴 뿐이다
메조소프라노와 나는 사랑을 한다
머무는 바람의 저향(低響)같이
숲을 헤치는 울림같이
아픈 겨울 소리를 공명하며
함께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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