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팀으로 보내달라고 팀장에게 말할까?   

2015. 2. 1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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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회사 내에서 이제 사양사업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어. 전략적으로 보면 분명 접어야 할 사업인데 경쟁사들도 여태 버리지 않는 사업이라서 먼저 사업을 철수했다가는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수의 고객들로부터 원성을 살 각오를 해야 해. 소위 말하는 ‘계륵’인 사업이야. 내가 왜 이 부서에서 일하게 됐냐고? 신입사원으로 뽑혀서 이 팀으로 배정 받았으니 난들 이 팀의 사정을 알았겠나? 그저 날 뽑아준 회사에 감사했었어.


내 자랑인데, 사양부서에서 4년 동안 일하면서 나름 열심히 일한 까닭에 팀장으로부터 인정도 받았고 자기네 팀으로 오라는 타부서의 러브콜을 수도 없이 받았어. 근데 왜 여태 이 팀에 있냐고? 생각해 봐. 일 잘하는 직원을 다른 팀에 뺏기고 싶은 팀장이 어디겠냐? 사실 우리끼리 하는 말인데, 팀장은 회사에서 무능하고 실력 없는 사람이라고 찍혔거든. 나 아니면 팀장 노릇을 못할 사람이란 말이야. 그런 팀장이 날 놔주겠냐고? 몇번 팀장을 찾아가서 타부서로 이동하고 싶다는 의중을 보였어. 하지만 ‘잘해주겠다’는 말로 매번 날 설득했고 인사평가 점수도 매년 최고로 주더군. 난감했지만 덕분에 동기들보다 1년 먼저 대리로 승진할 수 있었지. 무능한 팀장이라 해도 인간적으로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배신하기가 어렵잖아? 답답하지만 이 팀에 있을 수밖에 없었지.





근데 말야, 기회가 왔어. 기뻐해야 하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드디어’ 팀장이 해임된 거야. 어제까지 팀장이었다가 나와 동등한 팀원이 되고 말았어. 대신 타부서의 팀장이 우리팀 팀장으로 이동 배치됐고. 여기까지는 좋았어. 그런데 불행히도 새로 온 팀장은 회사에서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이란 거야! 버려야 하는 사업부서니까 조직에서 밀어내야 할 사람이 팀장으로 온 거지, 뭐. 새 팀장은 자신이 팽 당했다는 걸 모를 리가 없잖아? 잔뜩 화가 나 있을 거야. 


이런 상황에서 내가 타부서로 이동하겠다고 말하면 그가 과연 허락을 할까? ‘너 좋은 꼴 못 본다’는 심보로 날 주저앉힐지 모르잖아. 만일 그가 날 못 가게 만든다면 국으로 2년은 이 팀에서 썩어야 해. 그러다가 회사에서 사업을 접는다고 하면 구조조정 당하는 거 아닐까? 하지만 자포자기해서 ‘그래 니 맘대로 해라’하면서 순순히 날 보내줄 수도 있을 것 같애.  난 새 팀장이 어떻게 나올지 그게 참 불확실해. 내가 옮기고 싶은 부서에서는 언제든지 나를 받아들일 자리가 있다고 하기 때문에 그 점은 불안한 점이 없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새 팀장에게 다른 팀으로 옮기게 해 달라고 당당히 요구할까? 거부 당하더라도 지금 말해야 할까? 팀장이 잔뜩 골이 나 있으니까 6개월 정도 있다가 말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해. 내가 일 잘하는 직원이란 점을 보여주면 인간적으로 나를 도와주려고 할지 모르지. 물론 예전 팀장처럼 날 붙잡고 안 놔줄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아니면 그냥 지금처럼 팀장의 비위를 살살 맞추며 설렁설렁 일하는 것도 방법이지. 어쩌면 과장까지 남들보다 빨리 승진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문제부서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면 뭐해? 그랬다가는 ‘저 놈도 무능하니까 여태 그 팀에 있는 거겠지’라고 인식할 것 같애. 이왕 이렇게 된 거 다른 회사를 알아볼까? 이쪽 업계에서 4년간 일한 경력은 어디서나 환영 받거든. 뭐, 내가 사양사업에서 일했다는 걸 알면 뽑아줄지 솔직히 장담은 못하겠지만 말이야.


내가 이런 고민을 이모에게 털어 놓으니까 이모가 이렇게 말하더군. 


  “시나리오 플래닝을 해봐.”

  “그게 뭔데? 먹는 거야?”


이모는 내 머리를 억세게 쥐어 박더니만 나에게 <전략가의 시나리오>란 책을 던져줬어. 아쉽게도 먹는 건 아니지만, 내가 책을 좀 좋아하잖아. 게다가 공짜로 받았으니까 열심히 책을 읽었어. 사무실에서 당당하게. 어차피 요즘은 할일도 없거든. 나는 책에서 안내하는 대로 내가 처한 딜레마를 가지고 시나리오 플래닝을 직접 해봤어. 좀 어려웠지만, 내가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었어. 물론 시나리오 플래닝을 한다고 해서 항상 최고의 결정을 내리는 건 아니지만(이건 저자가 강조하더구만), 적어도 최악의 결정은 막을 수 있는 것 같았지.


내가 처한 불확실성은 새 팀장이 나의 팀 이동을 허락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되겠지. 그에 따라 두 개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져.


시나리오 1: 팀장이 허락한다

시나리오 2: 팀장이 불허한다


아까 두서 없이 말했지만, 내가 택할 수 있는 대안은 4가지가 있어.


대안 1: 지금 바로 이동을 요구한다

대안 2: 상황을 보다가 이동을 요구한다

대안 3: 그냥 이 팀에서 일한다

대안 4: 다른 회사를 알아본다


책에서는 시나리오와 대안을 서로 묶어본 다음에 ‘이 시나리오에서 이 대안이 얼마나 좋은지’를 평가해 보라고 하더군. 물론 그 전에 어떤 지표로 평가를 하고 싶은지를 결정해야 한대.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경력개발 상의 이득’과 ‘심적 스트레스’, 이렇게 두 가지를 판단지표로 삼고나서 다음과 같이 평가를 내렸어. 3점이 가장 높은 점수야. 동의 못한다고? 하지만 이건 내 결정이고 내 판단이니까!





자, 이렇게 나온 결과를 보니까 대안 2 ‘상황을 보다가 이동을 요구한다’가 가장 좋은 대안으로 나왔어. 지금 말할까 말까 스트레스 받지 말고 좀 기다리다가 팀장이 안정될 때 이동을 요구하는 게 낫다는 거지(결과값은 경력개발 상의 이득에서 심적 스트레스를 빼서 나온 값이야). 





물론 대안 2가 최상의 대안은 아니야. 지금 당장 요구했는데(대안 1) 팀장이 순순히 허락하는 게 사실 최상이거든. 아까 말했지만 시나리오를 세우는 목적은 최악의 결정을 피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그런데 만일 6개월 정도 기다렸다가 요구했는데 팀장이 불허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그때는 뭐 다른 회사를 알아보는 수 밖에 없지. 그때 나에게 주어진 불확실성에 따라 다시 시나리오를 짜면 되겠지, 뭐. 


물론 이 평가 결과는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뀔 수 있어. 시나리오를 세우는 이유는 내가 처한 상황 전체를 조망하고 계속 변해가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거야. 잘 모르겠다고? 그러면 <전략가의 시나리오>를 좀 읽어. 거기에 아주 상세하게 방법이 나와 있으니까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거야. 나한테 밥 사면 내가 코치해 줄게. 그래도 좀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면 3월 21일에 열리는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 과정>을 수강해 봐. 여기를 클릭하면 자세한 안내를 볼 수 있을 거야. 그럼 난 이만 가봐야겠어. 새 팀장이 사업부장한테 엄청 깨졌대. 가서 일하는 척이라도 해야지. 수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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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 과정 2기를 모집합니다!   

2015. 2.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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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가장 확실한 방법,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 2기 수강생을 모집합니다.



‘허니 버터칩’을 드셔 보셨나요?

품귀 현상이 벌어졌던 허니버터칩, 여러분이 해태제과 관계자였다면 "허니버터칩을 증산해야 할까?”란 고민이 가장 컸을 겁니다. “소량 생산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모처럼 찾아온 '매출 수확'의 기회를 최대로 이용하기 위해 증산에 돌입할 것인가?” 이런 고민이 딜레마로 느껴지는 이유는 '허니버터칩의 향후 수요'를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이는 몇년 전에 열풍을 일으키던 '꼬꼬면'을 떠올려 보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죠. 또 하나의 불확실성은 유사제품의 등장으로 제품이 진부해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딜레마에 빠진다면 어떻게 의사결정하겠습니까? 매출을 예측해서 증산 여부를 결정해야 할까요? 그러다 예측이 틀리면 어떨까요? 불확실성으로 인한 딜레마 상황에서 여러분에게 필요한 의사결정 도구가 바로 ‘시나리오 플래닝’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불확실성이 증폭될 때 예측에 기반한 전략은 실패하기 마련입니다. 예측을 통해 불확실성을 이기겠다는 발상은 구태의연하고 실패하기 십상인 전략을 이끌 뿐입니다. 한때 지하철 내에서 누구나 읽던 무료신문들이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일시에 자리를 감추었습니다. 불과 2~3년 안에 벌어진 일입니다. 여러분은 이를 예측할 수 있었습니까? 


시나리오 플래닝은 예측과는 다릅니다. 불확실성에 따라 펼쳐질 수 있는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각각의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전략을 따로따로 마련하여 불확실성으로 인한 전략의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과정이 시나리오 플래닝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 과정’을 추천 드리고 싶은 분들

- 시나리오 플래닝 워크숍을 진행하는 ‘퍼실리테이터’나 ‘강사’로 활동하고 싶은 분들

- 미래 대비 역량을 제고하고자 하는 ‘중간 관리자’분들

- 조직 및 개인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싶은 분들


1기 수강생들의 리뷰


- "보석 같은 시간이었다!"

- "나 혼자만 교육을 받을 게 아니고 회사 임원들과 관리자들이 꼭 들어야 하는 과정이다."

- "저희 회사 직원에게 추천했는데 아주 만족하더라구요. 감사합니다. 2기에도 다른 직원을 보낼 생각이예요."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 과정’ 2기 모집 안내

- 일시 : 2015년 6월 6일(토) 09:00 ~ 6월 7일(일) 18:00  (1박 2일 합숙)

- 장소 : 추후 공지 (서울 시내 호텔 예정)

- 퍼실리테이터 : 인퓨처컨설팅 유정식 대표


- 수강 신청 방법 : 다음의 사이트에 접속하여 신청
    
   https://40.typeform.com/to/MAyJYf

- 수강료 : 140만원 (교재 및 책자, 식비, 숙박비, 부가세 포함)

- 한 회사에서 2명 이상 등록시 1인당 110만원(부가세 포함)으로 할인


- 입금계좌

  개인일 경우: 국민은행 816-24-0206-031 (예금주: 유정식)
  법인일 경우: 국민은행 394401-04-027132 (예금주: 유정식(인퓨처컨설팅))

- 세금계산서 발급이 가능합니다(사업자등록증 사본을 이메일로 보내 주세요).

- 문의처 : 02-733-1568, 010-8998-8868,  jsyu@infuture.co.kr



수료자에게 드리는 특전

본 과정을 수료하신 ‘시나리오 플래너(Scenario Planner)’들께는 다음의 특전을 드립니다.


- 사내외에서 시나리오 플래닝을 강의하고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합니다.

- 강의 및 워크숍 진행에 따른 로열티는 부과하지 않습니다.

- 강의 및 워크숍 진행에 필요한 자료를 소프트 카피로 제공합니다.

- 매년 보수 교육을 통해 최신 자료와 사례를 공유해 드립니다.
   (단, 보수 교육을 참여해야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 자격이 유지됩니다.)


교육 시간표

아래의 안내문을 다운로드 받으시면 상세한 교육 시간표를 볼 수 있습니다.


ScenarioPlanner.pdf



문의하실 사항이 있으면 장길연 실장(02-733-1568, smilla.jang@gmail.com)에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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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가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2015. 2. 1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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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에는 사무실에서 쓸 간단한 의자와 소품 몇 개를 구입하기 위해서 광명시에 위치한 이케아를 찾았습니다. 개점한 지 제법 시간이 지났으니(두달 가량) 지금쯤이면 길게 줄을 서며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어려움 없이 주차하고 바로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넓은 주차장이 월요일 오전임에도 거의 만차인 걸 보니 이케아의 인기가 여전히 높다는 게 느껴지더군요.


2층에 위치한 쇼룸에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구경하고 카페테리아에서 요기를 한 후에 1층의 셀프 서브 구역에서 원하는 물품을 픽업해서 계산대로 향하는, 이케아가 세심하게 설계한 동선을 따라 움직였습니다. ‘이 물건을 어떻게 배치할까?’, ‘이것이 다른 가구들과 잘 어울릴까?’ 등을 생각하면서 매장을 돌다 보니 어느새 4시간이 훌쩍 지나 있더군요. 그 안에서 하루종일 놀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비록 4시간 가량의 짧은 방문이었지만 왜 전세계 사람들이 이케아에 열광하는지를, 이케아의 경영철학이 얼마나 독특한지를, 우리나라 가구기업들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등을 알아차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미 많은 분들이 이케아 광명점을 방문하고 매장과 물건을 소개하는 식으로 후기를 남겼지만, 저는 경영 컨설턴트의 관점에서 이케아의 ‘진짜 매력’을 간단히 정리했습니다(E1이니 E0니 하는 친환경소재 사용 여부와 고가격과 관련된 논란은 많은 이들이 이미 언급했으니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우선 이케아에서는 돈을 벌려는 ‘냄새’가 나지 않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이케아의 주차장에 들어서고 매장을 잠시 둘러보자마자 든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매장을 세운 목적 중 하나가 매출과 점유율 확대임은 틀림없겠지만, 질 좋은 가구들을 싸게 판매한다는 것 외에도 매장 어디에서도 고객의 지갑에서 돈을 빼가겠다는 ‘악착스러움’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왜 그렇게 느꼈냐구요? 


첫째, 그 넓은 주차장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물론 3시간까지만 무료도 그 후에는 구매 영수증이 없으면 2만원을 부과한다는 안내문은 걸려 있죠. 하지만 이케아와 와서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을 고객이 얼마나 될까요? 게다가 구매 금액에 따라 무료 주차 시간을 차등하지도 않으니 실질적으로는 주차요금이 0이라는 의미입니다. 주차장을 나갈 때 영수증 검사를 할 거라 예상했는데 출구에는 아무도 없고 차단봉조차 없더군요. 직원들이 출구에서 세금을 징수하는 사람처럼 구매 금액에 따라 악착같이 주차요금을 받는 국내 쇼핑몰과 확실히 대비가 됐습니다.




주차요금 걱정 때문에 별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도록 하고, 매장 안에 머물며 충분히 오랫동안 즐기지 못하게 만들고, 물건값을 깎아주는 척하며 대신 주차장에서 돈을 버는, 그러면서도 ‘우리는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거는 모순과 '찌질함'을 이케아에서는 전혀 감지할 수 없었습니다.


돈을 벌겠다는 냄새가 나지 않은 두 번째 이유는 음식값이었습니다. 메쉬드 포테이토가 포함된 미트볼 10개 가격이 5900원, 불고기 덮밥이 3900원, 무한 리필되는 탄산음료가 500원 밖에 되지 않더군요. 싸지만 음식맛도 꽤 괜찮았습니다. 매장 내 카페테리아를 독점 운영하며 손님들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고 20~50% 비싼 가격에 음식을 판매하는 국내 쇼핑몰, 그들과 차원이 다른 이케아의 경영철학이 여실히 느껴지더군요.





이케아를 둘러보고 나오니 얼마 전 신문에서 본 ’공룡 앞에서 더 강해진다’라는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국내 굴지의 가구업체가 자신들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을 통해 이케아의 한국 진출에도 불구하고 32% 이상 매출이 성장했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전략들이 이런 성과를 가능케 했지만 저의 눈을 끌었던 단어는 바로 ‘밤샘’이었습니다. 이 회사 CEO는 기사에서 이케아와 달리 직접 건자재를 시공해주고 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의 불만이 접수되면 새벽 4시에 직원들이 모여 대책을 수립하여 대응했다고 말하더군요.


저는 ‘밤샘’이란 말이 불편했습니다. 상품으로 인한 고객 불만을 해소해주는 것은 물건을 판매하는 회사로서 당연한 의무지만, 그 일을 위해 직원들을 꼭 새벽 4시에 소집해야 할까요? 새벽에 나와 일찍 대책을 수립하고 신속히 대응하면 고객들은 분명 만족하고 또 감동하겠죠. 하지만 졸린 눈을 비비며 나온 직원들이 감당해야 할 과로와 맞바꿀 만큼 고객만족이 그렇게 중요한 가치인지 되묻고 싶었습니다. 고객을 왕으로 대접하라고 말하기 전에 직원들에게 어떤 고충이 있는지 먼저 살펴야 하지 않을까요? 고객만족을 위해 희생되는 직원만족… 과연 요즘의 고객들은 “싸게 사고 좋은 서비스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직원들이 괴로움을 감내하는 기업에게 과연 만족할까요? 그런 회사를 ‘좋은 기업’이라 칭송할까요? 


사실 극소수 고객들이 ‘갑질’을 하며 종업원들을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직원들에게 무조건적으로 고객만족을 강조하는 것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새벽 4시에 소집되는 경우가 실제로는 별로 없을지 모르지만, 저는 CEO가 밤샘을 성공요인 중 하나로 ‘자랑스레’ 언급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조직의 성공을 위해서 직원의 희생을 얼마나 당연시하는지를 금세 느낄 수 있더군요. ‘인력을 때려 넣어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전략으로 그들이 공룡이라 칭한 이케아를 이길 수는 있겠죠. 하지만 전혀 스마트하지 않아 보입니다. 어쩌면 공룡은 그동안 변하지 않았던 국내 가구업체들일지 모릅니다. 공룡이란 단어를 거대 기업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했다는 의미로 비유한다면 말입니다. 




이케아가 머리 나쁜 공룡이 아닌 이유는 곳곳에 걸린 디자이너들의 사진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국내 가구매장 어디를 가도 가구들이 멋지게 전시돼 있을 뿐 그것을 디자인한 사람의 얼굴은 본 적이 없었죠(해외 유명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광고하려고 걸어놓은 사진은 있었겠지만). 이케아에서는 물건보다는 디자인의 가치를, 그리고 그것을 디자인한 사람의 사상을 존중하는 철학이 매장 내에 흐르고 있었습니다. 홈페이지를 보면 제품에 담겨진 철학이 더 자세히 소개돼 있지요. 국내 가구업체들이 해외에서 열리는 가구 박람회에 자사의 디자이너를 보내 최신 디자인을 카피해 올 것을 ‘당당히’ 주문한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아는 비밀입니다. 말로만 디자인을 외칠 뿐 디자인의 가치와 디자이너의 철학은 헌신짝처럼 버리고 오로지 돈 버는 데에만 급급한 것, 이것이 국내 가구업체들의 현실이고 패착입니다. 





부석사, 낙산사, 내소사 등 유명 사찰에 가면 사람들이 대웅전을 찾아 부처님을 바라보고 합장을 하고 절을 합니다. 대부분 불상을 바라보고나서 석탑을 둘러본 후에 절을 빠져나가곤 하죠. 하지만 부처님의 시선이 향하는 쪽을 유심히 보는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절을 지을 때 부처님이 바라보는 방향을 제일 우선시하고 가장 세심하게 고려하는데도 말입니다. 알다시피 이케아는 고객이 가구를 스스로 조립하는 DIY방식을 추구하는데, 그 이유는 DIY를 통해 가구를 싸게 팔겠다라는 것이 아니라 고객 스스로 자신의 집에 맞는 가구를 만든다는 ‘창조의 즐거움’을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기사가 배달하고 설치해주면 고객이 스스로 만들고 설치하고 사용하는 즐거움을 빼앗고 가구에게 느끼는 애착을 경감시키겠죠. 이것이 고객의 시선이 향하는 쪽을 같이 바라보는 이케아만의 독특한 철학입니다. 혹자는 이케아 가구가 이사 다닐 때 버리기 쉬워서 산다고 말하던데,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자신의 노력이 투입된 가구를 쉽게 버릴 수 있을까요?






고객만족을 위해 고객을 왕처럼 바라보고 고객에게 굽신굽신하는 것은 절에 와서 부처님의 시선이 향해 있는 풍경은 외면하고 불상에 절만 하고 가는 것, 불상이 낡아보인다고 화려하게 금칠을 입히는 것, 불상 앞 제단에 매일 제물을 풍성하게 올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밤샘을 자랑하는 CEO가 과연 이케아 매장에 와서 본인이 직접(수행원 없이) 노란 비닐주머니를 들고 테이블과 의자, 스탠드와 러그를 직접 골라보며 그것들을 자기집 어느 곳에 놓을까 궁리해 보았을까요? 고객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직접 몸으로 경험해 보았을까요? 전 ‘그러지 않았다’에 한 표를 던집니다. 


국내 가구업체들은 이케아를 이길 수 없습니다. 왜냐구요? 이케아는 싸우려 하지 않기 때문에, 이기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스웨덴 국기의 청색과 노란색으로 CI를 표현한 이케아는 전체적으로 돈을 벌기 위한 쇼핑몰이라기보다 스웨덴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문화원’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떤 면에서 보면 이케아는 항상 이길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본사가 위치한 스웨덴은 어떤 나라일까 궁금해지고 꼭 한 번 여행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라 제품을 통해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 기업의 새로운 역할 중 하나이니까요.


앞으로 집의 인테리어를 바꾸거나 크고 작은 가구를 살 때마다 이케아가 첫 번째 방문처가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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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마셔도 잠만 잘 오는 이유는?   

2015. 2. 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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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기준으로 한국은 12만톤의 커피를 수입하는 세계 6위의 커피 소비국이다. 전국적으로 약 2만개의 커피전문점이 성업 중인데, 도심의 거리를 걸으며 한집 건너 하나씩 있는 커피숍들을 보면 바야흐로 ‘커피 천국’임을 실감한다. 커피를 둘러싼 몇 가지 궁금증들을 과학으로 알아보자. 


가장 일반적인 의문, 커피를 마시면 왜 잠이 잘 오지 않을까? 알다시피 커피에 약 1.5% 가량 함유되어 있는 카페인 때문인데, 커피 색깔 탓에 카페인 역시 짙은 갈색일 것 같지만 결정 상태의 순수한 카페인은 백색이다. 몸이 피로해지면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이 생성되는데, 아데노신이 신경세포의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신경세포의 활동을 둔화시키고 졸음이 오도록 만든다. 이것은 수면을 통해 아데노신의 농도를 감소시키고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자연스런 과정이다. 



문제는 카페인의 분자구조가 아데노신과 유사해서 아데노신 대신 수용체와 결합한다는 것이다. 이러면 신체는 피로를 인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활력이 회복된 줄 착각한다. 또한 카페인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이고 간의 혈당 분비를 자극해 근육에게 운동하기 좋은 상태로 각성시킨다. 이 때문에 커피를 마시면 잠이 달아나 버린다.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면 어떨까? 디카페인 커피라 해도 카페인이 10mg 정도(일반커피의 1~3%) 함유돼 있기 때문에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은 잠을 설친다.


커피를 못 마시면 불안감을 느끼는 ‘커피 중독’ 증세는 거짓으로 피로를 풀었기에 더 많은 카페인을 몸이 요구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또한 카페인 중독은 ‘마약에 가볍게 중독’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카페인은 마약 성분이자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분비를 늘리는 작용을 하는데, 도파민은 다시 신경세포를 흥분시켜 쾌감을 높인다. 어떤 측면에서 “시간 있으면 저와 커피 한 잔 할까요?”라고 이성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고전적인 멘트는 나름 과학적인 효과가 있는 셈이다.


이렇게 말하면 ‘나는 커피 마셔도 잠이 잘 오는데?’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CYP1A2라고 불리는 카페인 분해 효소가 간에서 많이 분비되거나 소변을 통해 카페인 배출이 잘 되는 경우에 해당된다. 하버드 대학 메릴린 코넬리스의 연구에 따르면 커피와 관련된 유전인자를 대부분 가진 사람일수록 커피를 많이 마셔도 수면에 문제가 없기에 하루 4~5잔은 거뜬히 마신다고 한다. 몸으로 들어온 카페인 농도가 절반으로 떨어지려면 보통 6시간이 걸리는데, 이들은 그보다 빨리 카페인을 배출한다.




하도 커피 소비가 많다 보니 ‘몸에 좋다 나쁘다’ 의견이 분분하다. 커피를 마시면 이뇨작용이 활발해져서 체내 수분이 감소하는데 이 과정에서 커피 한 잔 당 4~6mg의 칼슘이 빠져 나간다. 골다공증에 취약한 폐경기 여성이거나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골다공증이 생기거나 고관절 골절의 위험이 있으니 커피를 마신 후에 칼슘이 많은 음식을 꼭 섭취해야 한다. 


또한 커피는 철분과 아연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빈혈 환자, 신경기능 또는 생식기능 이상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식사 후에 커피가 당기는 까닭은 커피가 위액 분비를 왕성하게 하여 소화를 촉진시키기 때문인데, 빈 속에 커피를 자주 마시면 과도한 위액으로 위벽이 손상되고 위궤양이 발생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커피가 만성 스트레스, 주의력 결핍증, 알츠하이머병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는 터라 마냥 커피를 유해하다고만 볼 수 없다. 특히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과 폴리페놀 등의 성분이 간암, 뇌종양, 피부암 등의 예방에 좋다는 연구들은 커피 애호가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집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갖추거나 핸드드립으로 추출해서 마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맛있는 커피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는 뜻이리라. 가장 맛있는 커피를 과학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미국 커피양조센터에서 수년간 커피맛 감별사들을 통해 실험한 결과, 최적의 커피 농도는 1250ppm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원두에서 물에 녹는 성분은 28% 가량인데, 모두 추출하는 것보다 16~22%만 녹여내야 맛과 향이 우수하다고 한다. 과하게 추출하면 오히려 맛이 텁텁해진다는 이유다. 


그래도 무엇보다 가장 맛있는 커피는 추운 겨울날 방에 앉아 사랑하는 사람과 마시는 커피가 아니겠는가? 낮은 기온이 커피의 향이 흩어지는 걸 막아줄 테니 말이다. 창밖에 눈이 내리면 그 향은 더욱 그윽할 것이다.



(*본 글은 월간 샘터 2월호(2015년)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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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만족도를 측정하는 간단한 방법   

2015. 2. 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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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7일부터 2015년 2월 4일까지 페이스북 등 SNS에 남긴 저의 짧은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2015년도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가 버렸네요. 연초에 세운 계획,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만일 작심삼일에 그쳤다면 새로 마음을 다잡기보다는 왜 작심삼일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먼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직원만족도를 간단히 측정하는 방법]


- 직원만족도를 측정하기 위해 수십 개의 설문 문항을 돌린다. 그럴 필요 없다. 다음의 세 개 문항이면 충분하다('동의' 여부를 5점 척도로 질문).


(1) "우리 회사는 나를 배려하는 회사다"

(2) "우리 회사는 내가 믿을 수 있는 회사다"

(3) "나는 기꺼이 다른 이들에게 우리 회사의 좋은 점을 소개한다"





[개인에게 드리는 조언]


- 목표가 많은 사람은 불행하다.


- 세상에서 가장 실행하기 쉬운 일은 오늘 할일을 내일로 미루는 일이다.


- 열정이 안 생긴다며 지금의 일이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하고픈 말. "버티기라도 해봤는가?" 버티기가 곧 열정이다.


- 열등감의 가장 친한 친구는 게으름이다.


- 무언가를 배울 때 배울수록 어렵다고 푸념한다. 쉬우려고 배우는 게 아니다.


- 남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은 알고 보면 가장 이기적인 사람이다.



[연말이면…]


- 많은 사람들이 새해 다짐을 위해 동해 일출을 보고 설산의 정상에도 오른다. 하지만 그런 이벤트 자체론 목표에 한발자국도 다가서지 못한다는 점만 염두에 두자.


- 연말이면 꼭 이런 고민하는 직장인들 있다.


1. 공부할까?(MBA나 갈까?)

2. 사업이나 할까?(커피숍 할까?)

3. (특히 여자들) 결혼이나 할까?

4. (특히 남자들) 이직이나 할까?

5. 이민 갈까?



[묻지 마라]


1.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지 마라.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를 물어라.


2. 회사 그만두고 뭘 해야 하는지를 묻지 마라. 왜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지를 고민하라.


3.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묻지 마라. 사람들에게 나를 어떻게 생각하도록 만들지를 고민하라.





[리더에게 드리는 조언]


- 경영자에게 무언가를 조언하면 다 해봤다고 한다. 상투적인 것 말고 새로운 건 없냐고 한다. 그러나 경영의 핵심은 상투적인 조언 속에 숨어있다. 상투적인 조언이 상투적인 이유는 그것이 진실에 가깝기 때문이다.


-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직원들을 '한 통'에 넣고 평가하고 서열을 매기는 건 참 넌센스다. 학생들에게 한 과목씩 따로 시험 보게 해서 석차를 매긴다고 하자. 얼마나 우습겠는가?


- R&D 예산 늘린다고 해서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산을 늘려주면, 늘린 예산을 정당화할 일거리를 찾는 경향이 있다. 돈과 혁신은 별로 상관관계가 없다. 특히 요즘에는.


- 직원들과 의사소통 잘하라고 하면 술 사줘야겠다 말한다. 알고 보면 그 이유는 본인이 술을 마시고 싶기 때문인 것 같다.


- 구성원의 제안이 유용할수록 위험해 보이고, 위험해 보일수록 유용한 법이다.


- 합리적인 사람은 창의적이지 못하다. 창의적인 사람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직원 개개인에게 두 가지 모두를 바라는 CEO가 가장 불합리하다.


- 기업에게 변화를 주문하는 컨설턴트들... 알고보면 그들이 제일 변화를 거부한다. 특히 HR쪽 컨설턴트들이 그러하다.


- 보고 받는 것을 '직원들 일 시키는 방법'이라고 여기는 경영자들이 참 많다.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건데...


- 전략과 계획은 다르다. 계획은 단계적 절차를 사전에 정해놓고 그대로 따르기 위한 것인 반면, 전략은 상황에 따라 부단히 '바뀌기 위한 것'이다.



[변화의 공식] 


기업이든 개인이든 변화에 성공하려면...


1. 현재 상태에 대해 강한 '불만'을 느껴야 한다.

2. 기대하는 미래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가져야 한다.

3. 미래에 다가가기 위해 구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4. 위의 1,2,3을 모두 곱한 것이 '저항'하려는 욕구보다 커야 한다.


이것이 David Gleicher(데이비드 글라이쳐)이 주장하는 '변화의 공식'

Dissatisfaction x Vision x First step > Resistance



[‘꼰대'가 되는 3가지 방법]


1. 대접 받고자 한다.

2. 가르치고자 한다.

3. 상대방 입장을 고려치 않는다.




[리더십에 대해]


- “이순신, 나폴레옹, 히딩크, 스티브 잡스, 이건희...." 

훌륭한 리더들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나오는 대답들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훌륭한 리더의 상(像)은 왜 전쟁이나 경쟁의 수장들이어야 하는가?


- ‘리더는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는 통념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상처 받는다. '리더십의 법칙' 따위는 없다.


- ‘타인을 이끌거나 조직을 장악하는 것'이 리더십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는 것이 '내 안의 리더'를 찾아내기 위한 첫 발걸음이다.


- 리더십은 '타인을 이끌거나 조직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이끄는 것',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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