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행복이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렇습니다. 실제로 행복은 생산성의 높고 낮음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임을 밝힌 실험들이 여러 번 실시됐었죠. 그런데 왜 그렇게 자명한 것을 굳이 실험을 통해 규명하고 논문으로 만들어 발표하냐는 의문이 생길지 모르겠네요. 과학은 지금까지 모르던 새로운 것을 밝혀내는 역할도 하지만, 우리의 상식(혹은 편견)이 정확한지를 확인하는 역할도 합니다. 그렇다면, 행복이 생산성에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칠까요?
영국의 심리학자 앤드류 오스왈드(Andrew J. Oswald)와 동료 연구자들는 ‘정량적’으로 생산성에 대한 행복의 기여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 오스왈드는 유명한 코미디언이 나와서 우스운 이야기를 하는 10분 짜리 동영상을 276명의 참가자들 중 절반에게 보여주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아무런 동영상을 보여주지 않았죠.
출처: www.softgardenhq.com
그런 다음, 두 자리 숫자 5개를 더하는 문제를 여러 개 제시하고 10분 내에 가능한 한 많은 문제를 풀도록 했죠. 총 6일에 걸쳐 이 실험이 실시됐는데, 1~4일에는 보상 금액을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았고, 5~6일에는 정답 하나 당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를 정확히 이야기해줬죠. 그 결과, 웃긴 동영상을 본 참가자들이 대조군보다 문제를 2.11개 더 많이 풀어서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13퍼센트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총 세 번(실험 시작 전, 동영상을 본 후, 과제를 끝내고 나서)에 걸쳐 행복감을 느끼는 수준을 7점 척도로 물어보았습니다. 코미디언 동영상을 보여주고 첫 번째 실험과 동일한 과제를 부여하니까 참가자들은 더하기 문제에서 평균 22.96개를 맞혔습니다. 반면 대조군(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조용한 동영상을 본 그룹)은 18.81개를 맞혔죠. 참가자들이 느낀 행복감과 정답 개수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행복감을 많이 느낄수록 정답을 많이 맞히는 경향이 발견됐습니다. 행복감이 1점(7점 만점) 더 높으면 9개를 더 많이 맞힌다는 뜻이었습니다.
출처: 아래에 명기한 논문
세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의 행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도구로 ‘먹을 것’을 사용했습니다. 오스왈드는 참가자들 중 절반에게는 초콜릿 바, 과일, 생수를 제공하고 나머지 절반(대조군)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은 다음, 앞에서 언급한 더하기 문제를 풀도록 했습니다. 음식을 제공 받은 참가자들은 대조군보다 3.07개를 더 풀어서 15퍼센트의 생산성 향상을 보였습니다.
지금까지의 실험은 사실 연구실에서 행복감을 ‘조작’한 것이기에 실제 생활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론에 부딪힐 수 있겠죠. 이런 약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오스왈드는 참가자들에게 최근에 가족들 중 사망한 사건을 경험했는지, 가족이 치명적인 질병에 걸린 적이 있었는지, 부모가 이혼을 했는지 등을 물어봄으로써 ‘불행감’을 유도했습니다. 그 결과, 불행한 사건을 경험한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평균적으로 0.5점 정도(7점 만점) 행복감이 낮았고 2문제 가량을 맞히지 못했습니다.
모두 4번에 걸친 실험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행복이 생산성에 명확하게 영향을 미치고 그 정량적 효과는 대략 12퍼센트라는 것입니다. 행복감이 낮으면 낮은 생산성을, 행복감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성을 달성한다는 것은 상식에 해당하지만, 이 실험은 생산성에 미치는 행복의 정량적 효과를 알아낸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12퍼센트의 생산성 증진 효과는 과연 얼마나 큰 것일까요?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12퍼센트면 상당한 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을 들여오고 제도를 바꾸고 인력을 훈련시키는 등의 여러 가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12퍼센트의 생산성 증진 효과를 얻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현장의 관리자나 경영자들은 익히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직원들의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서 기업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질문의 답은 쉽게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개인의 행복감을 결정하는 변수가 상당히 많을 뿐더러 그 변수가 어떤 것인지조차 애매모호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각 변수의 상관계수도 매번 변화하기 때문에 어떤 변수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도 정말 쉽지 않은 문제죠.
단, 행복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이벤트성’ 조치는 피해야 합니다. 단합대회라는 명목으로 회식을 한다든지(술 사주기), 같이 모여 산행을 한다든지, 포상금을 걸고 경진대회를 하는 식의 이벤트는 직원들의 행복감을 지속시키지 못합니다. 기업에서는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기보다 어쩌면 직원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 그 원인을 제거해 가는 것이 먼저입니다. 직원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요소는 그냥 놔둔 채로 행복감을 높이기 위한 이벤트를 벌이는 것은 생산성에 별로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냉소를 가중시킬 뿐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조직 내에서 얼마나 행복한가요?
(*참고논문)
Oswald, A. J., Proto, E., & Sgroi, D. (2009). Happiness and productivity (No. 4645). IZA discussion pap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