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없는 리더는 똑똑한 직원을 싫어한다   

2015. 1. 2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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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생각하는 ‘훌륭한 리더’의 상은 무엇인가요? 머리 속에 여러 가지의 상이 왔다 갔다 하겠지만, 직원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발산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실행되도록 돕는 리더의 모습이 그 중 대표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알다시피 직원들의 의견을 ‘오픈 마인드’로 청취하고 적절하게 피드백하는 능력은 조직뿐만 아니라 개인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자기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어야 높은 동기와 직무만족도를 유지할 수 있고 이직률을 최소화시킴으로써 조직의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된 바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이미 경험했거나 현재 경험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직원들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거나 듣더라도 직간접적으로 무시하는 리더가 제법 많습니다. 그런 리더들은 왜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직원들 의견을 무시하는 걸까요? 어떤 성향을 지닌 리더들이 리더로서 응당 수행해야 할 의무를 회피하는 걸까요?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나타나엘 패스트(Nathanael J. Fast)와 동료들은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현장 연구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출처: thecommunityofleaders.com)



패스트는 먼저 유전 개발과 정유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모 다국적 기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여 관리자들에게는 본인이 직원들에게 업무와 관련한 사항에 대해 개인적으로 얼마나 자주 의견과 도움을 구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직원들에게는 얼마나 자주 자신의 상사에게 반대 의견과 이슈를 제기하는지, 구성원들의 요구와 관심사항에 대해 얼마나 자주 목소리를 내는지 등을 질문했습니다. 또한 패스트는 ‘관리자로서 자기 효능(Managerial Self-Efficacy)’이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8개의 문항을 관리자들에게 따로 던졌습니다. 관리자로서 자기 효능이란 관리자에게 기대되는 역할과 역량을 자신이 얼마나 충족시키고 있는지 인식하는 것을 말합니다.


설문 결과를 분석하니, 애초에 패스트가 설정했던 가설 ‘관리자로서 자기 효능감이 낮은 관리자일수록 직원들로부터 의견과 도움을 구하지 않는다’를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한 ‘직원들은 자기 효능감이 낮은 관리자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려 하지 않는다’는 결론도 동시에 도출됐죠. 쉽게 말해, 본인이 리더로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느끼는’ 리더일수록 직원들에게 의견을 구하려 하지 않고 직원들은 그런 리더에게 어느새 입을 닫고 만다는 의미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자기 효능감이 낮은 리더일수록, 즉 리더로서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낄수록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것 같은데 왜 그들은(자기 효능감이 낮은 리더들은) 거꾸로 행동하는 걸까요? 왜 그들은 낮은 자기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는 걸까요? 패스트와 동료들은 131명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후속 실험을 통해 그 이유가 ‘자아를 보호하려는 심리’에서 온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65명의 직원들을 휘하에 둔 지역 항공사의 관리자 역할을 부여 받고 출퇴근 시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오버 부킹과 승무원들의 불친절로 인해 승객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읽었습니다. 시나리오 상에서 관리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선과 정비 스케쥴을 개선하는 나름의 방안을 마련해서 실행했는데 주간 미팅 자리에서 ’스펜서’라고 불리는 정비 담당자의 반대에 부딪힙니다. 스펜서는 더 많은 정비 시간과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완전히 다른 계획을 제기하는 바람에 관리자를 당황하게 만들죠. 


패스트는 참가자들을 둘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는 ‘지난 2년 동안 성과가 좋았고 상사로부터 능력 있는 관리자라고 인정 받고 있다’는 글을 읽게 하고(‘높은 자기 효능감’), 두 번째 그룹에게는 ‘이익이 감소하고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졌으며 상사로부터 관리자의 능력을 의심 받고 있다’는 글을 읽게 했죠(‘낮은 자기 효능감’). 그런 다음, ‘문제 해결을 위해 스펜서에게 어느 정도로 도움과 조언을 요청하고 싶은가?’, ‘다른 직원들에게 스펜서처럼 자기 목소리를 높이도록 얼마나 독려하고 싶은가?’를 물었습니다. 


그 결과, 유전 개발 및 정유 회사를 대상으로 했던 설문 연구와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자기 효능을 낮게 인식하도록 유도 받은 두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은 첫 번째 그룹보다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려는 욕구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려는 의지도 더 낮았으니 말입니다. 조금은 충격적이지만 흥미로운 결과도 나왔는데, ‘스펜서를 얼마나 유능한 직원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자기 효능이 낮은 참가자들은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스스로 리더로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관리자일수록 자신의 의견을 주저 없이 제기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는커녕 부정적인 평가를 내림으로써 자아를 보호하려는 심리 기제가 작동함을 뜻합니다.



(출처: michaelhyatt.com)



패스트의 연구 결과가 ‘리더십이 부족한 리더’를 모시는 직원들에게 주는 시사점은 자신의 아이디어 혹은 반대 의견이 뛰어나고 정당하더라도 그것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리더에게 제기하기보다는 둘만 있는 자리에서 하는 게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해야 리더의 체면을 살리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겠죠. 또한 리더의 자기 효능감을 저하시키지 않도록 발언 하나 하나에 유의할 필요도 있습니다. 리더 때문에 일이 잘못되고 있고 잘못될 거라는 뉘앙스가 전달되지 않게 하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원 각자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야 합니다. 


자기 효능감이 낮은 리더들이 조직의 의사소통과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저하시키는 문제의 핵심입니다. 그러므로 회사에서는 자유로운 의견 제기가 조직의 ‘규범’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고, 리더십 자체의 계발보다는 자기 효능감 낮은 리더들에게 자기 역할을 충분히 잘 수행한다고 확신을 주는 방향으로 교육해야 합니다. 리더에게 너무나 많은 역할을 기대한다면 관리자들이 느끼는 자기 효능은 저하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리더의 기준’을 높이면 관리자들이 그 기준에 따라가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커질 뿐이고, 그렇게 되면 자아를 보호하려는 심리 때문에 직원들의 의견과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뿐더러 정당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직원들을 나쁘게 평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능력 없는(아니 본인이 능력 없다고 느끼는) 리더들이 유능한 직원을 회사에서 내쫓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의 상사는 자기 효능감이 높은 사람인지 생각해 보세요. 만약 그가 리더로서 자기 효능감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면 그를 몰아세우기보다는 그를 격려하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고 직원들이 갖춰야 할 팔로워십 중 하나일 겁니다. 그렇게 하고 있는지요?



(*참고논문)

Fast, N., Burris, E., & Bartel, C. (2013). Managing to stay in the dark: managerial self-efficacy, ego defensiveness, and the aversion to employee voic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amj-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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