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TV를 거의 보지 않는 편이지만 호기심이 일어서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을 몇 편 보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 포맷은 남자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재료를 구하고 요리를 해서 함께 모여 먹는 게 전부인데 대중의 인기를 얻은 이유 중 하나는 알다시피 ‘차줌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척척 요리를 해내는 남자 차승원의 ‘능력’이 그간 터프한 마초로만 비춰졌던 그의 이미지와 대비되었기 때문입니다. 요리 실력 뿐만 아니라 재료와 기구가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제작진이 부여한 어려운 요리 과제를 뚝딱 해치우는 모습은 방송이 끝나자마자 실시간 검색어 탑에 오를 정도로 많은 이의 부러움과 시샘을 동시에 샀죠.


저는 ‘삼시세끼-어촌편’이 비록 웃고 즐기는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시청하는 내내 느꼈습니다. 특별한 요리를 해먹기가 상당히 어려운 만재도라는 상황은 기업이 비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시장에 맞서야 하는 입장을 나타내는 듯했고, 만재도에 들어가 차승원과 유해진 등이 한 팀이 되어 힘든 조건을 타파하며 ’생존’해가는 과정은 목표를 추진하고 달성해가는 수많은 조직의 수많은 팀들을 연상케 했습니다.


출처: tvN



가장 큰 시사점은 누군가가 만들어낸 성과는 혼자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많이들 간과하는 교훈입니다. 다시 말해, ‘나’ 혹은 ‘우리 팀’이 만들어낸 성과는 다른 사람과 다른 팀이 일구어 놓은 성과가 없이는 창출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입니다. 어묵탕을 예로 들어보죠. 보통은 마트에 가서 어묵을 사와 냄비에 넣고 국물을 내면 끝나는 쉬운 요리지만, 누군가가 어묵을 만들어 주었기에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차승원과 유해진은 바다에서 직접 물고기를 잡아 살을 발라내고 동그란 모양으로 빚어 튀겨내는,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과정을 거치고서야 밥상에 둘러앉아 어묵탕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죠. 빵도 마찬가지고 마지막 미션으로 주어진 회전초밥과 해물피자도 그랬습니다.


삼시세끼-어촌편은 누군가가 미리 만들어 놓은 성과가 없을 경우에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점, 내가 만든 성과는 온전히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는 점, 개인들의 성과를 칼로 자르듯이 구분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만큼의 성과를 냈으니 나에게 높은 보상을 하라’는 요구는 옳지 않다는 점을 느끼게 해 줍니다. 커피 한 잔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 마실 수 있을까요? 커피콩 재배, 연료와 식수 확보, 버너 제작, 그릇 제조 등등 커피 한 잔을 위해 많은 이들의 에너지가 투여됩니다. ‘내 성과가 뛰어나니 많은 보상을 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본인의 성과가 혼자만의 창조물일까요? 우리는 커피 한 잔조차 혼자 힘으로 만들어 마실 수 없습니다. 조직 내에서 만들어지는 개인의 성과 역시 다른 직원들의 성과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높은 개인성과에 높은 보상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곳에 가서도 그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사실 차승원과 유해진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만 주목해야 할 인물이 바로 '호준'입니다. 그는 차승원과 유해진의 온갖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캐릭터죠. 그의 '직무가치'를 평가한다면 차승원과 유해진보다 낮을 수밖에 없고, 만약 그 직무가치에 따라 연봉을 책정한다면 가장 낮은 연봉을 받겠죠(이런 직무평가를 기업에선 아주 당연시합니다만). 하지만 호준이 묵묵히 잔심부름과 잡일을 했기 때문에 차승원과 유해진이 각자의 역할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의 직무가치를 낮게만 봐서는 곤란합니다. 호준이라는 일꾼의 역할은 차승원이 열악한 조건에도 짜증을 내지 않고 요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에 있습니다. 스타 플레이어가 아닌 소위 'B player'의 중요성, 이것이 두 번째 시사점입니다. 초기에 잠깐 나왔던 장근석이 탈세 문제 때문에 하차한 건 오히려 프로그램 인기 상승에 도움이 되었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자의 가치를 시청자들이 알게 모르게 느꼈다는 데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처: tvN



삼시세끼-어촌편은 초반부터 ‘신기한’ 요리 실력을 뽑내는 차승원이 부각되어 인기몰이를 했지만 뒤로 갈수록 유해진의 매력이 돋보이더군요. 특히 만재도를 떠나는 마지막날까지 한 마리라도 자기 힘으로 잡아보려는 집념은 대단했습니다. 헌데 그의 실력을 ‘잡은 물고기수’로 측정한다고 하면 우리는 그를 무능한 낚시꾼이라 판단하고 말 겁니다. 집념, 인내심, 팀워크 등 그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준 측면은 ‘물고기수’라는 KPI가 들어서는 순간 싹 사라지고 맙니다. ‘성과로 말하라’는 말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지만, 그 말 때문에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는 직원들의 노력과 고뇌와 성찰이 숨어 있음을 삼시세끼-어촌편이 새삼 일깨워 줍니다. 조직의 리더는 성과 자체가 아니라 팀워크를 유지하고 촉진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이 프로그램이 조직 경영에 주는 세 번째 시사점입니다. 


존경스럽게도 팀장격인 차승원은 유해진의 노력을 알기에 물고기를 못 잡아와도 질책하거나 비꼬지 않습니다. 그가 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얼마나 고생할지를 알기 때문에 잡은 물고기수와 관계없이 먼곳까지 죽과 차를 날라주었죠. 이 점은 조직이 크든 작든 리더가 새겨야 할 대목이자 이 프로그램의 네 번째 시사점입니다. 리더는 성과를 책임지는 자리라기보다는 직원의 성과 창출을 돕는 자리입니다. 직원들의 성과에 따라 상과 벌을 주는 ‘높은 자리’가 아니라 그들의 상황을 늘 살피고 조력하는 자리입니다. 


혹시 아직 이 프로그램을 보지 못했다면 한 편이라도 구해서 보기를 권합니다.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물론 지금도 방영하고 있지만) ‘1박 2일’과는 사뭇 다른 관점으로 프로그램을 보게 될 거라 생각됩니다. 차줌마처럼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덤이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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