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가 되면 사람들은 으레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다이어트하기, 담배 끊기, 영어 공부하기 등의 목표를 다이어리에 쓴다. 독자 여러분도 이미 야심찬 계획을 세웠으리라. 하지만 그 계획들은 작년 다이어리의 첫머리에도 똑같이 언급됐을 테고 아마도 내년 다이어리의 첫장을 장식할 확률이 높다. 작심한지 삼일만에 죽어버린 계획들이 매년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작심삼일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새해가 밝은지 벌써 여러 날 흘렀지만 이제라도 심리학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보자.


우리는 목표 달성에 힘겨워하는 사람에게 ‘잡념을 버리고 오로지 목표 자체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이런 조언은 섣불리 해선 안 된다. 심리학자 에일렛 피시바흐는 목표에 집중하면 오히려 달성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는 체육관에 다니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의 참가자들에게 운동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 예를 들어 ‘나는 살을 빼기 위해 운동한다’라는 결과에 집중하며 운동하도록 했다.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에게는 “나는 스트레칭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러닝머신을 뛴다”와 같이 운동하는 과정에 몰두하면서 운동하라고 했다.




참가자들이 실제로 운동한 시간을 살펴보니 ‘결과에 집중’했던 사람들은 ‘과정에 집중’했던 사람들보다 10분 가량 적게 운동했다. 결과에 집중하면 오히려 동기가 오래가지 못했던 것이다. ‘결과에 집중하라’, ‘결과를 생생하게 그려라’, 이런 조언은 목표 달성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마라톤을 뛰는 사람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조언은 ‘완주했을 때의 너의 모습을 상상해 봐’가 아니라, ‘네가 뛰는 한 걸음, 한 걸음에만 집중하라’란 말이다.


목표 달성의 동기를 높이는 방법 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목표를 조건문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심리학자 피터 골비처는 학생들에게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반드시 해야 할 과제를 2개씩 정하라고 지시했다. A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각자가 정한 2개의 과제를 ‘언제’가 되면 실행할지, 그리고 ‘어디에 있을 때’ 실행에 옮길 것인지 제출하도록 했다. B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과제 2개만 정하게 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고 학생들이 얼마나 과제를 완료했는지 점검하니 때와 장소를 정했던 A그룹이 B그룹보다 어려운 과제를 실행한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이처럼 목표를 정할 때 ‘그것을 언제 실행에 옮길지’, ‘어디에 있을 때 수행할지’와 같이 구체적인 조건문으로 바꾸어 놓으면 성공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다이어트하기’를 목표로 정했다면 “감자튀김을 보면 당장 그 자리를 피하겠다.”와 같이 “X이면, Y를 한다.”의 형태로 목표를 조건문으로 바꾸면 작심삼일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목표를 너무 많이 정하는 욕심도 작심삼일을 부추긴다. 심리학자 에이미 달튼은 한쪽 참가자들에게 하나의 목표를, 다른 그룹에게는 ‘즐겁게 책 읽기’, ‘건강에 좋은 음식 먹기’, ‘전화한 적 없는 이에게 전화하기’ 등과 같이 6개의 목표를 부여했다. 5일 동안 살펴보니 6개의 목표를 받은 참가자들의 달성도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목표에 대한 몰입도 훨씬 저조했다. 왜 그랬을까? 목표가 많으면 ‘언제 이걸 다하지?’란 생각에 목표 달성의 어려움을 더 크게 느끼고 그러다 보니 목표 외의 것들에 신경이 분산된다. 새해 목표를 여러 개 세웠다면 지금이라도 3개 이내로 줄일 것을 권한다. '목표가 많은 사람은 불행하다.'





목표를 한 두 개만 세웠다 해도 ‘담배 끊기’, ‘다이어트하기’ 등의 목표는 엄청난 의지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때 ‘한 발 들여놓기’ 전략을 쓰면 도움이 된다. 린 키베츠는 스탬프를 10개 찍어야 공짜 커피를 주는 쿠폰과 12개를 찍어야 하는 쿠폰을 준비했다. 하지만 12개 짜리 쿠폰에는 2개의 스탬프가 미리 찍혀 있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무작위로 나눠주고 공짜 커피를 얻기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했다. 똑같이 10개의 스탬프를 찍어야 공짜 커피를 마실 수 있었지만, 이미 도장 2개가 찍힌 쿠폰을 가진 학생들이 20퍼센트나 더 빨리 공짜 커피를 받았다.


2개의 스탬프가 미리 찍힌 12개 짜리 쿠폰을 받으면 ‘벌써 2개나 찍혀 있네’라는 생각에 도장을 모두 찍고 싶다는 동기가 일어난다. 반면, 도장이 하나도 안 찍힌 10개 짜리 쿠폰을 보면 “이 빈칸을 언제 다 채우나?”란 생각에  중간에 포기하거나 공짜 커피를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다이어트가 목표라면 옷을 잔뜩 입은 상태로 몸무게를 재고 다음날에는 옷을 모두 벗은 상태에서 몸무게를 재보라. ‘어, 벌써 2kg나 빠졌네? 앞으로 10kg만 더 빼면 되겠어’라고 자신에게 트릭을 쓰면 어떨까? 비록 꼼수지만 다이어트의 동기를 끌어올리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책 많이 읽기’, ‘조깅하기’, ‘일기쓰기’처럼 분명히 삶에 도움이 되는 습관이지만 막상 하려면 귀차니즘에 발목을 잡히고 마는 목표는 어떻게 해야 달성할 수 있을까? 이럴 때는 ‘딱 5분만 법칙’을 활용해보라. ‘딱 5분만 책을 읽고 그 다음엔 미련없이 책을 덮어 버리자’라고 마음 먹은 후에 독서를 시작하는 것이다. 아마 10분, 1시간 후에도 책을 읽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귀차니즘이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을 때마다 ’딱 5분만’을 외쳐보라. 내년 다이어리 첫장에는 다른 목표를 적게 될 것이다.



(* 본 글은 월간 샘터 2014년 2월호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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