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가의 시나리오> 출간!   

2014. 9.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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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유정식입니다.

이번에 <전략가의 시나리오>란 책를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5년 전에 나온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책의 개정증보판입니다. 내용을 일부 수정하고 몇 가지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전면적으로 개정하기보다는 기존 컨텐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아울러 출판사를 옮겨 출간하면서 가격을 크게 낮추었으니(23,000원에서 17,000원으로) 보다 쉽게 접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왜 무수한 전략보고서, 사업계획서, 미래예측서의 내일은 

당신의 예측을 번번이 빗겨가는가! 

삼성, SK, 현대, LG가 미래 전략법으로 택한 시나리오 플래닝 

다가올 미래의 기회와 리스크를 한 발 앞서 내다보다! 


『전략가의 시나리오』는 제가 수십 년간 국내 유수의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얻은 경영전략에 관한 실천적 방법과 노하우를 집약한 책입니다. 예측의 허상을 논리적 사고와 구체적 사례로 증명하고, 독자 스스로 미래에 접근하고 대비하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불확실 속에 숨어 있는 기회와 리스크를 바라보도록 돕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과 실질적인 미래 대비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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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불확실성의 시대, 

당신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환율, 유가, 원자재가격, 정부의 규제 등 모든 것이 급변하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대부분의 기업 전략은 3가지 모습을 취합니다. 이상적인 예측 모델을 구축하기에 힘쓰는 이상주의자, 사전 대비보다는 순발력을 우선시하는 현실주의자, 그리고 보수적 또는 저돌적 경영이 불확실성을 타파할 것이라 믿는 아생없주의자(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그들은 미래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입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업 환경의 여러 동인들 앞에서 여러분은 어떠한 전략가입니까? 



‘예측’이라는 허상을 좇는 사람들, 

시나리오 속 전략적 미래를 바라보다 


전략가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는 다름 아닌 '예측'입니다. 잘못된 예측으로 오판한 기업의 사례는 무수히 많은데 어긋난 예측으로 PC시장에서 철수한 IBM이나 디지털 카메라의 기회를 잡지 못한 코닥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또한 우리 주위만 둘러봐도 때마다 작성하는 전략보고서, 신규판매기획서, 사업계획서 속 예측이 실제와 얼마나 다른지, 또 이것이 어떻게 우리를 임기응변식 조처로 몰고 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대가 피터 슈워츠는 세계 정치경제적 판도를 바꾼 사건들도 실은 미리 정교한 시나리오 작업을 했더라면 이를 미리 내다보고 대비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합니다. 시나리오는 눈앞의 부분적인 현상에만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의 사고를 확장시켜 보다 멀리 내다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죠. 


《전략가의 시나리오》는 과거 천문학자들이 일부로 물체를 똑바로 보지 않는 간접관측법을 사용하여 전체를 보다 정확하게 관측했듯이, 우리도 불확실하고 불안한 미래를 감지하려면 무리하게 집중하여 예측하기보다는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멀리 포괄적으로 탐색하는 것, 즉 ‘시나리오적 관점’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런 관점으로 진행되는 미래 전략법이 시나리오 플래닝이며, 이는 그 프로세스 자체가 변화의 동인에 대한 심층적인 통찰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기업들은 시나리오 과정를 통해 앞으로 나타날 결과물의 인과관계는 무엇인가에 대해 자문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모든 유형의 동인과 이에 따른 변화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하나씩 검증하게 되죠. 어떤 동인이 중요하며, 어떤 동인이 의미가 없는지를 가려내게 됨으로써 미래를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위기의 상황, 애드리브는 안 통한다. 

시나리오대로 경영하라 


오일쇼크,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9?11 테러 등 경제의 흐름을 한순간에 뒤흔드는 위기 상황은 언제든 우리를 위협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위기 상황을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기회로 바꾼 기업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로열더치셸(Royal Dutch Shell)을 꼽을 수 있는데, 이 기업은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설립을 기점으로 정유회사가 장악한 교섭력이 산유국으로 넘어가 석유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이에 대응함으로써 1차 석유 파동 위기 극복은 물론 단숨에 업계 2위로 뛰어 올랐습니다. 또한 국내에서는 SK에너지가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 미국발 금융 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에 환 헤지를 함으로써 환차손을 1000억 원 정도 줄인 사례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여러분이 속한 기업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매번 전략 방향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하고 의견 차이가 큽니까? 매년 사업계획이 요식적으로 이루어지고, 돌발변수에 대응하지 못합니까? 산업의 특성상 매출이나 이익의 등락이 심한 편입니까? 이런 기업들의 특징은 난관에 부닥치면 어떤 전략적 대안도 수립하지 못한 채 수많은 변수와 가능성 속에 갈팡질팡 표류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업일수록 시급히 ‘시나리오 플래닝’을 도입하여 조직의 미래 역량을 강화하고 전략의 환경 불일치로 인한 전략 리스크를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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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논문을 찾아서 읽는 방법   

2014. 9.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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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3일부터 9월 21일까지 페이스북 등 SNS에 남긴 저의 짧은 생각을 모았습니다. 가을이 조금씩 깊어짐을 차가워지는 아침 공기에서 느낄 수 있군요. 환절기는 면역력이 가장 저하되는 시기입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학술논문을 찾아서 읽는 방법]


몇몇 분들이 저에게 어떻게 논문을 찾아서 읽느냐, 소스가 어디냐라고 질문하십니다. 사실 별것은 아니지만, 제가 논문을 찾아서 읽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학술 저널 하나하나를 다 구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서요(논문 한편에 가격이 30달러 선).


* 첫 번째 방법

Harvard Business Review의 블로그, Inc.com, Business Insider, 와튼스쿨 블로그, PsyBlog, Scientific American, Forbes 등에서 기사를 RSS로 매일 구독 --> 하루 평균 100개이상의 기사가 올라오기 때문에 며칠 읽지 않으면 큰일남 --> 기사 제목을 빠르게 훑고 관심 가는 것만 자세히 읽음 --> 기사 내용이 연구 결과를 소개한 것이면 해당 논문을 구글에서 검색 --> 논문 다운로드


* 두 번째 방법

ResearchBlogging.org 에 들어가면, 연구분야별로 최신 결과를 소개하는 블로그들이 모여 있음. 일종의 메타 블로그 --> 여기에서 재미있는 기사 읽음 --> 링크된 연구논문을 구글에서 검색 --> 논문 다운로드


* 세 번째 방법

책을 읽다가 재미있는 연구가 소개되면 --> 책 뒤의 참고문헌을 살펴봄 --> 해당 논문을 구글에서 검색 --> 논문 다운로드 (참고문헌 부분이 없는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음)


별 거 없죠?


* 구글의 일반 화면에서 검색하는 것도 좋지만, 구글 학술 검색(https://scholar.google.co.kr)로 검색하는 게 저는 더 좋더라구요.


*구글에서 논문을 다운 받지 못할 경우, 학교에 적을 두신 분들의 도움을 받음 (빈도가 그리 많지는 않음. 웬만하면 구글에서 다운 받을 수 있음)





[의사결정과 결단에 대하여]


- 결단력은 '결정을 빨리 한다'라는 뜻으로 자주 오용되고 있다. 결단력이란, 결정은 신중하되 한번 결정되면 실행에 재빨리 옮길 줄 아는 능력이다.


- 잘 안 되는 조직은 프로세스를 무시한다. 프로세스만 준수해도 중간 이상은 간다.


- CEO에게 드리는 의사결정 모토! "결정은 신중하게, 실행은 빠르게!" 결정이 빠르면 실행이 오히려 늦어진다는 점을 명심하자.


- 만장일치로 동의하는 전략이라면 그 전략이 실패할 가능성은 아주 높다.


- 어떤 선택지에 대하여 고민이 깊어서 선뜻 결정 내리기 어렵다면, 그것은 당신에게 좋지 않은 선택일 가능성이 거의 100퍼센트라는 뜻이다.


- 경영자들은 자기네 조직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잘 안다. 하지만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실제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지난 1주일의 행동을 반추해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쓸데없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밥이나 먹었을 테니까.


- 경쟁사의 제품을 써보지도 않고 경쟁사를 잘 안다고 자신하지 마라. 예컨대, 삼성전자는 직원들 전원에게 아이폰을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피드백 받아야 한다.


-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실제적인 일정을 예상하는 법. 프로젝트 멤버들이 최초 산정했던 일정에 30~50%만큼의 일정을 더하라. 즉 1개월(30일) 걸릴 거라고 멤버들이 말한다면, 10~15일을 더하여 총 40~45일이 걸릴 거라고 짐작하라.


- 현대차그룹이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의 입찰가를 감정가의 세 배 넘게 쓰고 낙찰 받았다. 평과 제곱미터를 헷갈렸다는 소문이 있다 한다. (1평= 3.3제곱미터) 농담이겠지만 정말 그렇다면 미터와 인치를 헷갈렸다는 NASA에 필적할 만한, 역사에 남을 비화다. 웃자고 하는 소리다 ^^


- 리더십(leadership)이 아니라 리더쉿(leadershit)을 발휘하는 것은 정말 순간이다. 리더는 본디 어려운 자리다.



[창의성에 대하여]


- 본래 목적과 다르게 쓰이는 제품들을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다. 사무실의 바퀴 달린 의자는 물건 나르는 '카트'로 자주 쓰인다. 의자로 모니터나 데스크탑을 많이 옮겨 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무실 의자를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 플라스틱 페인트 통은 가난한 뮤지션들의 타악기로 자주 쓰인다. '울림 좋은 페인트 통'을 만들면 어떨까? 뮤지션들이 사랑하는 페인트 통이 되고 싶지 않은가?


- 출판사들에게 드리는 하나의 아이디어. 두꺼운 책을 보면 '베개해도 될만한 책'이란 말이 있습니다. '책 모양과 아주 똑같이' 베개를 만들어 팔면 어떨까요? 유명 베스트셀러 모양이라면 더욱 좋겠죠. "책 만드는 회사가 왜 베개 따위를 만들겠느냐?", "과연 팔리겠느냐?"고 반문한다면 할말은 없습니다만.


- 조직의 창의성을 말살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것이다. 창의성은 비효율은 인정하는 분위기 속에서 태어난다.





[위기 대처에 대하여]


- 직원들이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상황이 심각한 것 같다'라고 말하면 경영자는 다그칠 것이 아니라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긴급히 대처해야 한다. 직감은 데이터를 선행하기 때문이다.


- 화재 경보기는 잘 작동되더라도 화재를 경보하지 못한다. 오작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들은 구조조정과 사업확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경기가 나빠진다고 구조조정과 긴축경영에 몰두한다면, 직원들의 사기는 곤두박질칠뿐더러 경기가 좋아진 후에 시장의 이득을 선점하기 어렵다.


- 예측하지 말고 대비하자. 애플워치가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은 의미 없는 행동. 각각에 대해 대비하는 게 S사, L사 등이 할 일. 소비자가 어떻게 반응할지 '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오류다.



[상담에 대하여]


-‘ 그게 고민이니 어떻게 해야 할까'가 아니라 '나는 왜 하필 그것을 고민할까'가 올바른 질문이다.


- 좋은 상담가는 하나의 대안을 놓고 고민하는 내담자에게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도록 돕는다.


- 상담할 때 많은 분들이 'OO를 할까요, 말까요?'라고 질문하십니다. 이런 질문은 OO외에 다른 대안이 있음을 고민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고민의 깊이가 그리 깊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 차를 몰고 목적지를 향할 때 좌회전이나 우회전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다가 가끔 유턴도 해야 한다. 아주 짧은 거리를 제외하고는. 그러니, 인생의 전환을 두려워 말라.


- 상담을 잘하는 비결은 좋은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묻는 것에 있다.



[개인들이 고민하는 '성장'에 관한 나의 생각]


- 왜 꼭 성장해야 하는가? 당신은 이미 성장해 있다.

- 성장 끝에는 죽음이 있을 뿐. 죽음 직전의 성장이 의미 있는가?

- 당신의 삶은 누구에게 평가 받기 위함이 아니다.

- 진정한 자아란 없다. 지금의 당신이 진정한 자아다.

- 당신의 성장 욕구가 불안과 초조함의 원인인지 들여다 보라.

- 남에게 성장을 강요하지 마라. 성장하고 싶다면 혼자 하라.

- 성장이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다. 강점을 외면 마라.



[고객사를 방문하면서 든 생각들]


1. 몇몇 제조업이나 유통업 회사에 가면 직원들이 죄다 '회사 잠바'를 입고 있다. 여직원들조차. 안 입었으면 좋겠다. 이유는? 매우 구리다.


2. 12시부터 식사시간인데 11시 30분부터 엘리베이터는 붐빈다. 오후 업무는 대략 1시 15분쯤 시작한다. 일과시간에 타이트하게 일하고 야근하지 않으면 좋겠다.


3. 고객용 주차구역에 직원들이 차를 대는 바람에 옆건물 마트에 주차한다. 손님(객)들은 가버리라(Go)고 해서 '고객'인가?



[채용에 대하여]


- 입사하면 힘든 일 시킬 거면서 '우리 회사 좋은 회사'라고 말하지 말라. 차라리 입사하면 얼마나 힘들지를 이야기하라. 그게 공정할 뿐만 아니라, 그런 말을 듣고 입사한 직원들이 오래 회사에 다닌다.


- 면접으로 지원자의 능력을 판단하려는 것은 100미터 달리기 대표선수를 면접으로 뽑으려는 것과 같다. 면접을 없애라.



[전문가 활용법]


전문가에게 미래를 묻지 마라. 

그들도 당신만큼 틀린다.

전문가에게 과거와 현재를 물어라. 

그들은 당신에게 많은 정보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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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에게 회사의 나쁜 점을 솔직히 말하라   

2014. 9. 1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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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 직무 소개(Realistic Job Preview, RJP)’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실적 직무 소개란 지원자가 입사하여 수행할 직무의 내용, 직무 수행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애로점, 현실적인 한계 등을 ‘있는 그대로’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채용을 원하는 기업이 지원자에게 현실적으로 직무를 소개해야 한다는 말은 매우 당연하게 들리지만, 사실 실제로 채용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살펴보면 지원자에게 ‘장미빛 전망’을 강조해야 이야기하고 직무의 ‘어두운 측면’은 가능한 한 감추려 한다는 점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채용 과정은 상대방에게 좋은 면만 부각시켜 유혹하려는 남녀 사이의 교제 과정과 비슷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남녀가 사귀다가 서로에 대해 좋지 않은 점을 발견하고 실망하여 관계가 틀어지는 것과 같이, ‘좋은 줄 알고’ 입사했던 직원이 회사와 직무의 실체를 목격한다면 직무 몰입은커녕 만족도와 성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일찍 회사를 그만둘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렵게 채용한 직원이 금세 나가 버린다면 회사로서는 많은 손실을 떠안아야 합니다. 1년에 이직률이 10%라면, 1000명 규모의 조직은 매년 100명의 신규 직원을 뽑느라 정신이 없을뿐더러 채용과 교육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이 상당할 겁니다.





현실적 직무 소개는 직무의 내용뿐만 아니라 ‘나쁜 점’까지 모두 일러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예의 없고 ‘거만한’ 고객을 매일 접해야 한다든지, 일정 압박에 시달려 한 달에 10일 이상은 야근해야 하고 주말 출근도 감수해야 한다든지, 사무실에 있기보다 거의 모든 시간을 밖에서 지내야 한다든지 등을 적나라하게 알려주는 것이죠. 현실적 직무 소개를 하면, 지원자가 지레 겁을 먹고 입사를 포기할 가능성이 커서 채용에 애를 먹지는 않을까 염려될 겁니다. 당장 사람이 필요한 기업에서 이런 식으로 직무를 있는 그대로 설명했다가는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이 오지는 않을까 우려하겠죠.


물론 그런 위험 부담은 있지만, 현실적 직무 소개는 실질적으로 이직률을 크게  낮추는 효과를 가져다 주기에 오히려 안정적으로 인력을 운용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해 줍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들은 상당히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중 로저 딘(Roger A. Dean)은 249명의 신입 은행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그들이 입사한 후 43주 동안 지켜본 결과, 현실적 직무 소개를 받은 입사자들은 첫 3주 동안(즉 OJT 기간 중에) 회사를 그만두는 경향이 컸습니다. 아무래도 은행 창구 업무의 현실을 일찍 깨달은 탓이겠죠. 중요한 점은 현실적 직무 소개를 받지 않은 입사자들은 첫 20주 동안 더 많이 퇴사했다는 것입니다. 첫 20주라면 어느 정도 창구 업무에 익숙해지는 기간이라서 이 시기에 은행을 더 많이 그만둔다는 사실은 현실적 직무 소개 없이 직원을 뽑을 경우의 비용이 매우 크다는 점을 가리키는 것이죠.


진 필립스(Jean M. Phillips)는 과거에 수행된 40건의 연구를 메타 분석하여 현실적 직무 소개가 이직률을 줄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규명했습니다. 또한 필립스는 현실적 직무 소개의 ‘시점’, 그러니까 지원자에게 어느 시점에 직무의 ‘쌩얼’을 설명해야 가장 효과가 좋은지를 분석해냈습니다. 그는 현실적 직무 소개가 이루어지는 세 개의 시점(채용 과정 초기, 채용 직전, 채용 직후)을 설정한 후에 그것이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이탈, 입사자의 직무만족도, 업무 몰입도, 자발적 이직률, 업무 성과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했습니다.


각각의 변수에 가장 적절한 ‘현실적 직무 소개 시점’은 조금씩 달랐지만(예를 들어, 직무만족도는 채용 초기에, 자발적 이직률은 채용하기 전에 현실적 직무 소개를 해야 가장 좋게 나타났음), 놀라운 점은 채용 직후에 현실적 직무 소개를 해도 이직률뿐만 아니라 업무 성과라든지 업무 몰입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시점이 중요하기보다는 채용 직전이나 직후에 현실적 직무 소개가 이루어지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해석할 수 있죠.


그렇다면 왜 현실적 직무 소개는 이직률을 낮추고 직원들의 직무만족도(그리고 업무 몰입도)에 긍정적인 걸까요? 첫 번째 이유는 현실적 직무 소개를 통해 애초에 입사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걸러내는 효과(즉, 각오를 단단히 하고 들어오는 사람만 통과시키는)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점은 이유가 되지 못했습니다. 입사 지원을 포기하는 사람의 비율을 보면, 현실적 직무 소개를 들었든 듣지 않았든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죠. 필립스는 현실적 직무 소개가 지원자들에게 일종의 ‘백신’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현실적 직무 소개를 통해 직무를 조금 경험해 보면 나중에 다가올 직무에 대한 실망과 충격을 미리 예상하고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채용 직후에 현실적 직무 소개를 해도 이직률을 낮출 수 있다는 필립스의 연구 결과는 이런 ‘백신 효과’가 존재함을 시사하죠.


현실적 직무 소개가 이직률을 오히려 낮춘다는 사실은 인력 운용에 있어 ‘솔직함’이 미덕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웁니다. 여러분의 경우, 입사 면접 때 들었던 설명과 실제로 경험하는 직무가 얼마나 다릅니까? 예상했던 것과 같습니까, 아니면 크게 달라서 실망하고 있습니까?




(*참고논문)

Dean, R. A., & Wanous, J. P. (1984). Effects of realistic job previews on hiring bank teller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69(1), 61.


Phillips, J. M. (1998). Effects of realistic job previews on multiple organizational outcomes: A meta-analysis.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41(6), 673-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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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결재와 대면결재, 무엇이 좋은가?   

2014. 9. 1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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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요즘 많은 기업들은 그룹웨어를 통한 전자결재 방식을 쓰고 있기에 직접 대면하여 보고하거나 결재 받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습니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라서 최고경영자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할 때는 ‘대면 보고’ 방식이 여전히 쓰이고 있지만, 비용 처리라든지 휴가 신청과 같이 상대적으로 소소한 결재는 대면하지 않은 채로 온라인에서 결재가 이루어지곤 합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전자결재까지 등장해서 직원이 밖을 돌아다니면서도 언제든지 상사에게 결재를 요청할 수 있게 되었죠.


이렇게 상사와 직원이 서로 대면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결재와 승인 방식이 시간과 공간 상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기에 많은 기업에서 선호되고 있지만, 몇몇 상사들은 결재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한번이라도 더 직원들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하고, 직접 대면해야 자신이 승인해야 할 사안이 무엇인지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그래야만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몇몇 조직에서는 전자결재 시스템으로 결재를 요청해 놓고(그렇게 하도록 되어 있기에) 직원이 따로 상사를 대면하여 결재 내용을 설명하고 승인을 받는, 2중 프로세스가 비공식적으로 운영되기도 합니다.


직접 대면 보고와 전자결재 방식, 이 중 어떤 것이 결재의 ‘질’을 높이고 시간과 비용 등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에 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오늘은 완벽하게 결론을 내주는 연구는 아니지만, 직접 대면 보고를 지지하는 논문을 하나 소개하는 것으로 만족하겠습니다. UC버클리의 알렉스 반 잰트(Alex B. Van Zant)와 로라 크레이(Laura J. Kray)는 직접 대면하며 소통하는 방식이 거짓말하려는 욕구를 줄인다고 말합니다. 사실 이런 효과는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어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잰트와 크레이가 규명하고자 한 것은 대화를 주고 받지 않은 채 그저 얼굴을 잠깐 동안 대면하는 ‘최소한의 대면 조건(minimal face-to-face interaction)’만으로도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느냐였죠. 





그들은 180명의 UC버클리 대학생들이 실험실에 도착하면 옆방에 있는 다른 참가자와 함께 전략 게임을 하도록 하고 상대로부터 보복을 당하지 않으려면 상대를 속여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그래야 실험이 끝난 후에 받는 수고료를 높일 수 있다고 말입니다. 참가자들은 상대에 대한 정보를 받은 다음, 그에게 진실을 알릴 것인지 아니면 거짓된 메시지를 보낼지를 결정해야 했죠. 잰트와 크레이는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는 상대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한 채로 정보를 교환하도록 했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상대(실제로는 실험 공모자)과 복도에서 만나 ‘말없이’ 정보를 주고 받도록 했습니다. 두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에겐 서로 말은 나누지 못하지만 상대의 얼굴을 잠깐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이죠.


이런 조치를 취하고서 잰트와 크레이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옵션을 보여줬습니다.


옵션 A: 10달러는 당신이 갖고, 12달러는 상대가 갖는다

옵션 B: 12달러는 당신이 갖고, 10달러는 상대가 갖는다


이 두 개의 옵션을 접한 참가자들은 상대에게 다음 중 하나의 정보를 전달해야 했습니다.


진실 : 당신은 옵션B보다 옵션A를 선택해야 돈을 더 받을 수 있다

거짓 : 당신은 옵션A보다 옵션B를 선택해야 돈을 더 받을 수 있다


그 결과, 상대의 얼굴을 잠깐 본 두 번째 그룹 참가자들 중 84%가 진실을 알린 반면, 상대의 얼굴을 못 본 참가자들은 65%만 진실을 알렸습니다. 또한 두 번째 그룹 참가자들이 ‘도덕적 관심도’가 더 높았죠.


이 짧은 실험은 서로 대화를 주고 받지 않아도 얼굴을 접하면 상대방에게 거짓된 정보를 덜 전달하려는 경향이 존재함을, 다시 말해 ‘더 정직해지려 한다’는 점을 간명하게 보여 줍니다. 이 결과를 가지고 전자결재보다 직접 대면이 훨씬 낫다는 점을 확증할 수는 없습니다. 직원들은 이미 상사의 얼굴과 성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실험에서처럼 얼굴을 잠깐 본다고 해서 더 정직해지리라 예단할 수는 없죠. 만일 실험이 이미 얼굴을 아는 상대에게 진실 혹은 거짓을 전달하도록 이루어졌다면 그리고 복도에서 잠깐 만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상태로 실험 조건을 꾸몄다면, 실험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요? 저는 이런 실험에서도 얼굴을 잠깐 보는 것이 참가자들의 정직도를 높일 거라는 가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직접 실증해보는 수밖에는 없겠죠.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는 전자결재, 그리고 직접을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대면 결재, 어떤 것이 거짓말하려는(즉 결재 내용을 허위로 작성하려는) 욕구를 줄일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참고논문)

Van Zant, A. B., & Kray, L. J. (2013). " I Can't Lie to Your Face": Minimal Face-to-Face Interaction Promotes Honesty. Institute of Industrial Relations, UC Berke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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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존재하는가?   

2014. 9.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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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르네 블롱들로라는 과학자가 있었다. 뢴트겐이 발견한 X선 연구에 열을 올리던 그는 어느 날 X선을 석영으로 만든 프리즘에 쏘는 실험을 하던 중 곁눈으로 미세한 빛을 감지했다. 착시인가 싶어 여러 번 실험을 반복했지만 매번 희미한 빛이 느껴졌다. 의아하게 생각하던 그에게 "이것은 X선이 아니라 새로운 방사선이다!”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방사선에 ‘N선’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N선이 X선과는 다른 성질을 가진다는 점을 후속 실험을 통해 주장했다. 예를 들어, N선은 나무나 검은 종이처럼 가시광선이 투과하지 못하는 물체는 쉽게 투과하지만 가시광선이 통과하는 물이나 암염은 투과하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전역은 N선 발견에 열광했다. 너도나도 N선을 감지했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1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N선 연구에 뛰어들어 2~3년 사이에 300편 이상의 논문을 쏟아냈다. N선을 미간에 쏘면 느끼지 못했던 냄새를 맡게 된다는 연구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사람들은 블롱들로가 퀴리 부부에 이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을 거라 확신했다.



르네 블롱들로



하지만 로버트 우드라는 미국 과학자가 의문을 제기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블롱들로와 함께 실험을 재현하던 그는 몰래 석영 프리즘을 제거하고 "N선이 감지되느냐?"고 물었다. 블롱들로는 우드의 속임수를 알아채지 못하고 "N선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프리즘이 없으면 N선 자체를 볼 수 없는데도 말이다.


우드가 <네이처>지에 이 사실을 공개하자 앞다투어 블롱들로를 칭송하던 사람들이 180도 입장을 선회하며 “솔직히 N선을 보지 못했다"고 고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N선에 관한 논문은 과학계에서 썰물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럼에도 프랑스 과학 학술원은 여전히 블롱들로를 옹호하며 그에게 '르콩트 상'을 수여했다. 독일에 비해 낙후된 프랑스 과학계의 위신을 세워준 블롱들로의 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학술원이 상장에 명시한 공로는 N선 연구가 아니라 '평생 쌓은 업적 전체’였다.



로버트 우드



블롱들로는 쏟아지는 비난을 이겨내고 <N선>이라는 책까지 출간하며 N선의 존재를 끝까지 주장했으나 사람들은 그를 철저히 외면했다. 그는 1909년에 과학계를 떠났고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살다가 1930년에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N선은 이미 사람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였다.


N선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N선을 '똑바로' 본 적이 없었다. 처음에 N선을 발견했다고 느끼던 순간에도 곁눈으로 감지했을 뿐이었다. 인간의 눈은 색깔을 감지하는 원추세포와 명암을 인식하는 간상세포로 이뤄져 있는데, 눈 가장자리에 놓인 간상세포가 감각에 더 예민하다. 눈동자가 정면을 향해도 옆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을 감지하여 주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이유는 간상세포 덕이다. 문제는 간상세포가 지나치게 민감해서 곁눈으로 볼 때 원래보다 더 밝게 빛을 감지한다는 것이다. 블롱들로가 X선이 프리즘에 닿는 순간 곁눈으로 무언가가 밝아짐을 느낀 까닭은 N선이 존재해서가 아니라 그의 간상세포가 활성화됐기 때문이었다. N선은 그의 눈이 만들어낸 착각이었다.


눈으로 관찰했다고 해서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블롱들로의 이야기가 단적으로 보여 주듯 우리 몸의 감각기관을 사용한 관찰은 객관적이지 못하다. 판단을 명철하게 내리는 방향이 아니라 인간의 생존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감각기관들이 진화한 까닭이다. 그러니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으니 사실이다’라는 판단에 스스로 비판적이어야 한다.


블롱들로는 N선을 주장하기 전까지는 매우 존경 받았고 과학적 업적도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랬던 그가 N선의 존재를 맹신했다고 비웃고 싶겠지만, 사실 비판 받아야 할 사람들은 N선을 봤다고 동조한 과학자들이다. 그들은 왜 보이지도 않는 N선으로 수백 편의 논문을 써낸 것일까? 그 이유는 당시 첨단과학이었던 방사선 분야에서 N선 연구를 통해 명성을 얻고자 했던 그릇된 욕망 때문이다. 한몫 잡으려는 욕망이 뵈지 않는 N선을 확신하게 했고 N선이 실제로 존재하는 양 떠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눈에 보인다고 중요한 것은 아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여우는 이 말의 의미를 알고 있었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고 했으니 말이다.


(*본 글은 월간 샘터 2014년 8월호 '과학에게 묻다'에 실렸던 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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