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의 의미와 전략가의 역할   

2015. 2.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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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머리 수컷인 이에론은 젊은 수컷인 루이트가 자신의 권위에 도전을 걸어오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무리의 거의 모든 암컷을 독차지하는 즐거움을 누려왔던 이에론은 루이트가 자신이 보는 앞에서 암컷과 짝짓기를 하자 큰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루이트가 또 다른 수컷인 니키와 연합을 형성하고 암컷들이 이 신진세력에 줄을 대기 시작하자 이에론은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었다. ‘루이트와 일전을 벌여야 하는가, 아니면 순순히 물러나야 하는가? 어떻게 하는 것이 나에게 최선인가?’ 고민을 거듭하던 이에론은 루이트에게 우두머리 자리를 내주고 니키와 손을 잡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래야 예전에 누리던 특권들 중에서 몇 가지라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관찰 연구를 주도했던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은 집단 내에서 가장 힘센 수컷이 권력을 누리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빠른 자라고 해서 경주에 이기는 것이 아니고, 강한 자라고 해서 전투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는 성경의 구절처럼 밀이다. 그의 연구는 정치의 뿌리가 인간 이전에 이미 형성되어 있다는 점, 침팬지들도 자기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 계획을 수립할 능력이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침팬지들 사이에 일어나는 동맹의 형성과 권력 투쟁의 증거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결론적으로 말해 전략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그 기원은 인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명의 진화 과정에서 전략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진화론자들은 희소하고 필수적인 자원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머리를 쓰는’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유인원은 상대편을 만날 때 수적 규모와 수컷의 구성비율로 쌍방 간의 물리적인 힘의 균형을 계산하는 데 아주 능하다. 자기들이 약하면 도망가고, 자신들이 월등하면 싸움을 걸기 위해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적보다 더 많이 더 빨리 생각할 줄 하는 능력이었고, 이러한 생존 투쟁의 자연스러운 결과가 ‘전략을 수립할 줄 아는 능력’으로 얻어진 것이다.


전략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지나치게 남발되는 바람에 오히려 정의 내리기 어려운 단어로 전략이란 단어만한 게 또 있을까? 전략(strategy)의 어원은 ‘사기를 높이기 위한 건강한 정신’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스트라테제마타(strategemata)에서 왔다. 로마의 원로원 의원이었던 프론티누스는 “미래에 대한 통찰, 아군의 유리한 점, 계획과 결단 등과 관련해서 사령관이 성취하는 모든 것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전략은 목적과 방법 사이에 일정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 혹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수단을 파악하는 것이라는 말로 정의되지만 왠지 쉽게 와닿지 않는다. 전략은 단기적이고 사소한 관점이 아닌,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내용을 바라보는 것, 증상보다는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전략을 학술적 관점이 아닌 실용적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전략은 원래 ‘전쟁의 기술’을 가리키는 군사학 용어이지만 요즘에는 기업들이 더 많이 사용한다. 나의 경험으로 볼 때, 사업 전략, 마케팅 전략, 영업 전략 등과 같이 기업 조직에서 전략이라는 단어가 한번 이상 언급되지 않고 넘어가는 날은 없다. 1960년대 이전에 기업들이 전략이란 말을 쓴 적은 거의 없었다. 1970년대가 되어 경쟁사와의 각축을 ‘전쟁’으로 묘사하면서 ‘전략은 기업의 과제’이라는 이미지가 생겨났다. 이런 시각은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 마이클 포터가 <경쟁론>을 펴내면서 굳어졌다. 어쨌든 국가나 대기업과 같이 사활을 거는 의사결정을 내릴 때만 전략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문제에서도 전략적 사고가 유용하다. 전략은 ‘힘을 창조하는 기술’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인간의 활동 중에서 전략이 필요 없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춘추전국시대가 낳은 위대한 병법서 <손자병법>의 손자는 전략의 의미를 좀더 실용적으로 접근했다. 그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 백전백승보다 더 낫다”, “적이 다른 세력과 연합하는 것을 막으라”는 말을 함으로써 전략의 핵심은 ‘속임수’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 손자는 적을 잘 속여 싸우지 않고 이기려면 ‘선견지명’이 있어야 하고 적의 작전계획과 특징, 장수들의 성격 등과 관련한 정보에 달통할수록 선견지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손자병법의 유명한 문구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는 훌륭한 전략의 기반이 정보에 있음을 한마디로 표현한다. 이는 경영전략을 고민하는 경영자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교훈이다.




동양에 손자가 있다면 서양에는 마키아벨리가 있다. 그는 아군보다 잠재적으로 더욱 강한 적의 힘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서 손자의 생각과 궤를 같이 한다. 그는 저서 <전술론>에서 가능한 한 모든 전투력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적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려면 속임수와 첩자의 활용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가능하면 싸우지 않고 이겨야 한다는 말도 손자의 관점과 일치한다. 하지만 그가 손자와 다른 점은 외부의 적보다는 ‘내부의 잠재적인 적’에 관하여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전략의 성공에는 내부 규율이 매우 중요하고 권력자가 규율에 소홀할 때 뒤통수를 맞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대표적인 저서인 <군주론>에서 겉으로는 비난 받을 짓을 하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면서 은밀하게 바라는 ‘모든 짓’을 바로 실행하라고 서슴없이 주문한다.


많은 이들이 ‘계획’과 ‘전략’을 동일한 의미로 간주한다. 하지만 이 두 단어를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 계획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절차를 상세하게 제안하는 과정을 뜻한다. 그래서 확신을 가지고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때 ‘계획대로’란 말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계획이 그러한가? 생각치도 못했던 돌발변수가 나타나기 마련이지 않은가? 바람이 적쪽으로 부는 것을 보고 화공을 펼쳤더니 갑작스럽게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방향이 바뀌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위대한 군사전략가인 클라우제비츠는 어떤 전쟁계획이든 애초에 의도대로 수행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바로 불확실성 때문이다. 따라서 전략은 환경이나 타인(혹은 적)이 우리가 세운 전략을 망가뜨리려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설정한 목표대로 질서정연하게 나아가는 계획은 현실에서 거의 없다. 전략은 수시로 바뀌면서 진화할 것을 전제로 한다. “이것이 우리의 전략이니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략가는 전략의 의미를 오해하는 셈이다. 유비무환이란 여러 시나리오를 미리 구상하고 각 시나리오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것(시나리오 플래닝)임을 기억해야 한다.


전쟁에서 보여준 나폴레옹의 천재성은 독특한 전략에 있다기보다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해석하여 응용하고 대담하게 실천했다는 데 있었다. 그는 적의 전선에서 약점이 노출되는 지점을 발견하면 그곳에 병력을 집중하여 가차없이 돌파하고, 적을 측면이나 후방에서 공격하는 전술을 즐겨 구사했다. 하지만 그는 무모하지 않았다. 연전연승의 비결은 돌파의 결정적인 시점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 신중함에 있었다. 그러던 그가 러시아를 굴복시키지 못하고 몰락한 까닭은 그런 집중력을 잃어버렸고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술의 변화를 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략은 ‘부단히 바뀌는 것’이라는 점을 망각할 때 위기가 찾아온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다면 전략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전략가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가? 군사 이론가 콜린 그레이는 모름지기 전략가라면 ‘어디에 노력을 기울여야 가장 큰 성과를 거둘지 파악하기 위해 수많은 변수가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을 하나의 온전한 전체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각각의 부분들과 그것들 사이의 관계,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파악해야 하고, ‘큰 그림’을 보면서 전쟁과 관련된 모든 것에 익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이 과연 현실에 존재할까? 앞서 언급했듯이, 전략의 실행에 불확실성은 반드시 제기되기 마련이라서 설령 사전에 모든 것을 꿰뚫어 봤다 하더라도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급변한다. 그러므로 모든 분야에 완벽성을 기함으로써 훌륭한 전략가가 되려는 시도는 무모할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다. 위대한 전략가들은 갈등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무엇인지, 그 특징들이 어떻게 영향 받는지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들의 재능은 다른 사람들을 ‘행동으로 설득하는 능력’에 있다. 조직의 리더들은 전략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역사적인 전략가들의 고민으로부터 혜안을 얻기를 바란다.



(*참고도서)

<전략의 역사 1, 2>, 로렌스 프리드먼 저, 이경식 역, 비즈니스북스,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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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0대 빵집을 순례하다   

2015. 2.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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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에 걸쳐 전국에 산재한 유명 빵집 10군데를 '순례'하는 여행을 했습니다. 사실 저는 빵을 아주 즐기는 편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런 테마로 여행을 한 이유는 '지방의 작은 점포'에 불과한데 어째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는 빵집이 되었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짧은 방문으로 각 빵집의 경영 철학이나 전략이 어떤지를 알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매장에 들어가서 빵 냄새를 맡아보고 빵의 구색이나 인테리어를 보면 '이래서 이 빵집이 유명할 수밖에 없구나'를 아주 조금은 느낄 것 같다고 생각했죠.


(사진이 많습니다. ^^ 스크롤 압박 주의)



1. 대전 성심당


아침 일찍 출발하여 도착한 첫 번째 빵집은 대전의 성심당입니다. 유명한 부추빵과 튀김 소보루를 맛봤습니다. 부추빵은 자주 먹어도 부담이 없고, 튀김 소보루는 바삭하지만 너무 바삭해서 입천장이 까질 수도 있겠네요. 주말이라 사람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다른 빵집들이 부러워할 만합니다. 하지만 빵을 구매하려는 손님과 계산하려는 손님들이 엉켜서 동선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았죠. 또한 설립 당시부터 만들어 팔던 빵이 무엇인지 알기 쉽게 진열하면 어떨까 싶었답니다. 반면, 빵을 파는 곳과 케잌을 판매하는 곳을 분리하고 2층에 관련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전략은 매우 스마트해 보였습니다.



성심당 건물





튀김 소보루와 부추빵 등


튀김 소보루의 속살


케잌 부티크의 먹음직스런 케잌들









부추빵의 속살




2. 군산 이성당


이곳에서는 1시간이나 줄을 서서 겨우 야채빵과 앙금빵을 손에 넣었네요. 많은 사람들이 1인 최대 구매 가능량인 10개씩 사던데, 오랫동안 기다린 탓에 많이 사가야 한다는 보상 심리가 작용하나 봅니다. 1~2개 사려고 줄을 서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네요. 빵 나오는 시간을 통제해서 손님들을 줄 서게 만드는 것, 고도의 판매 전술인 듯 싶었답니다. 이성당의 대표빵인 야채빵은 부드럽고 감칠맛 납니다. 나머지 빵들은 전체적으로 투박해 보이지만 기본기에 충실한 것 같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야채빵과 앙금빵이 워낙 유명해서 그 빵들이 외면 받는 것 같더군요. 한 두 가지 빵에 집중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다양한 빵들을 고객에게 맛보이는 게 좋을까, 제가 빵집 주인이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 봤습니다. 흔히 말하는 '선택과 집중'이란 게 과연 빵집에 어울리는 전략인가 싶었죠. 이런 고민은 뒤에 방문한 광주의 궁전제과와 부산의 백구당에서 해소되었답니다.




오래 기다려서 받은 앙금빵과 아채빵



줄이 너무 길어요


요즘 유행인 달달한 붕어빵, 여기서도 만들어 파네요.





3. 전주 PNB풍년제과


PNB풍년제과는 수제 쵸코파이가 유명한 곳이죠. 들어서자 마자 갓 구어져 나온 쵸코파이를 포장하는 종업원들의 바쁜 손놀림이 보였습니다. 빵집이라기보다는 마치 공장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쵸코파이를 제외하고 다른 빵들은 끌리지 않았죠. 조명도 좀 어두웠고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제한적이었습니다. 원래 전병으로 유명하다던데 초쿄파이에만 너무 집중돼 있어서 어디에 있는지 찾기 어려웠죠. 이성당과 마찬가지로 다른 빵들이 외면 받는 것이 안쓰럽기까지 하더군요. 유통기한이 길어서 관광객들의 선물용 구매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는 초쿄파이와 묘한 대비가 되었습니다.


어딘가 촌스러운 케잌들


초쿄파이를 포장하는 손길들


초쿄파이를 사려고 줄 선 사람들


좀 썰렁한 매장





맛보라고 둔 전병



4. 전주 원제과점


네번째 빵집인 원제과점은 60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데, 손님이 하나도 없어서 PNB풍년제과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과연 전국 10대 빵집이 맞나 싶었죠. 대표빵이라는 바나나빵만 하나 사서 나왔습니다. 전주 한옥마을의 맞은편 동네에 위치해 있는데, 그래서인지 오히려 사람들이 덜 찾게 되나 봅니다. 


찾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손님도 별로 없고 진열대도 빈 곳이 많고.



5. 광주 궁전제과


다섯 번째인 광주의 궁전제과에서 유명한 공룡알 빵과 나비파이를 먹었습니다. 다른 빵집들은 마트의 매대같은 느낌이었는데, 이곳은 분위기가 따뜻하고 빵들이 먹음직스럽게 잘 진열돼 있어서 좋았습니다. 빵 냄새가 매장을 가득 메우고 있어서 '웰커밍'에 신경을 많이 쓰는 빵집으로 인정해 줄 만합니다. 2층에서 음료와 함께 빵을 먹을 수 있는 점도 좋았구요. 공룡알 빵과 나비파이가 대표빵이지만 그것들을 부각시키지 않고 다른 빵들에게도 손님에게 선택될 기회를 골고루 주고 있다는 점에서 군산의 이성당과 전주의 PNB풍년제과보다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습니다. 배가 불러서 다른 빵들을 못 먹는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이번 투어에서 가장 느낌이 좋은 빵집 중 하나였습니다.




궁전제과 버전의 부추빵


나비파이


2층으로 향하는 나선형 계단


2층 카페의 모습


불고기 또띠아


따뜻한 느낌의 매장




공룡알 빵


아삭 소세지와 불타는 핫도그



간추려진 역사




6. 목포 코롬방제과


여섯 번째 빵집인 목포의 코롬방제과는 치즈크림 바게트가 대표빵이죠. 요거트 맛이 가미된 치즈크림이 바삭한 바게트와 잘 어우러집니다. 밀크셰이크도 옛스러운 맛인데 이성당 것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하지만 빵이 진열된 모습이 식욕을 자극하지 않았습니다. 동네 빵집을 보는 듯 했죠. 2층에 마련된 카페는 나름 운치가 있었지만, 빵집 특유의 따뜻함은 느낄 수가 없었죠. 분발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옛스러운 종이컵과 크림치즈빵



겉에서 보기엔 규모가 꽤 크네요


이런 모양의 빵은 없던데....



뭔가 초라한 진열대




7. 부산 OPS


일곱 번째 빵집인 부산의 OPS(본점이 아닌 해운대점)에서 '학원 가기 전에 먹는다'는 학원전 빵과 슈크림 빵을 먹었습니다. 슈크림이 가득 든 빵맛이 의외로 담백하네요. 학원전 빵은 우유랑 같이 먹으면 간식으로 훌륭할 듯 합니다. 다른 빵집들은 지역 빵집이란 느낌이 강했는데, 이곳의 인테리어는 뚜레쥬르나 파리 바케트 같았답니다. 그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지역 빵집으로서의 전통은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OPS 본점을 가면 좀 달랐을까요? 나중에 본점으로 가봐야겠습니다.


학원전 빵


초콜릿도 맛있어 보이네요


슈크림빵



슈크림빵의 속살



포장용 학원전 빵





8. 부산 B&C(비앤씨)


여덟 번째 빵집인 부산의 B&C의 대표빵인 사라다빵와 어묵 고로케, 만쥬를 샘플로 먹어 봤습니다. 사라다빵은 맛이 좀 평범했습니다. 단, 어묵 고로케 맛은 독특하더군요. 특별한 맛과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는데 부산이 아닌 서울에 이 빵집이 있었다면 이렇게 유명해질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느낌으론 그랬답니다.



과자로 만든 장식





사라다빵




9. 부산 백구당


비앤씨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습니다. 밖에서 보기에도 역사와 전통이 엿보이는 곳입니다. 크람빵이 유명하다해서 먹어보려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더군요.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손님들이 크람빵만 너무 찾는 바람에 다른 빵들이 외면 받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지금은 만들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다른 빵들이 훨씬 맛있는데 손님들이 크람빵만 찾는다면 빵 만드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요?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소수의 대표빵에 집중하고 나머지 빵들은 병풍처럼 구색만 갖추고 돈을 벌면 되겠죠. 


하지만 그런 빵집에서 우리는 장인의 손맛을 느낄 수 없을 겁니다. 백구당은 제빵 명가로서 자부심이 느껴진 유일한 빵집이었는데, 크람빵을 만들지 않는 이유를 종업원들이 자신 있게 말하는 모습에서 더 신뢰가 갔습니다. 빵이 지겨워서 패스하려고 했는데 하마터면 좋은 빵집을 경험하지 못할 뻔 했습니다. 크람빵 대신 콘샐러드가 들어있는 크로이즌이라는 빵을 먹었는데 어릴 적 먹던 빵맛이더군요. 독특했습니다.












10. 안동 맘모스제과


마지막 열 번째 빵집인 안동의 맘모스제과는 이름이 촌스러워서 이렇게 건물이 세련될 줄은 몰랐습니다. 서울의 대형 빵집 못지 않았죠. 베스트라고 명찰이 붙은 사과 또띠아와 크림치즈빵을 먹었습니다. 호두와 사과맛이 어우러진 사과 또띠아가 입에 맞더군요. 주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조도 재밌었습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 특히 외지 관광객들에게 '이 빵이 우리의 대표빵이다'라는 걸 알기 쉽게 표시해주는 건 좋았지만, 오히려 그렇게 하는 바람에 다른 빵들이 외면 받고 있었습니다. 빵 종류도 다양하지 못해서 광주의 궁전제과에서 느꼈던 빵집 특유의 따뜻함은 느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화장실은 건물 외양에 맞지 않게 초라했습니다.


케잌을 만드는 사람들


크림치즈빵






몇 개 안 남은 사과 또띠아





이번 전국 10대 빵집을 돌면서 처음으로 든 생각은 '버티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잘 하는 것'보다 어떻게든 오래 살아남는 것이 빵집의 지향점이 돼야 한다는 것을 10대 빵집들이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죠. 제빵과 같이 장인의 실력에 크게 의존 받는 업종일수록 '잘 버텨야' 합니다. 그러면 성장은 자연스레 따라 올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지역의 유명 빵집들은 그 지역에 있을 때만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답니다. 지역의 빵을 먹는다는 것은 그 지역의 분위기를 함께 먹는 것이니까요. 이성당 등 지역의 몇몇 유명 빵집들이 전국(특히 수도권)으로 확장하고 있는데, 제가 볼 때는 그리 좋은 전략은 아닌 듯 합니다. 처음에야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어 매출이 급증하겠지만, 확장 때문에 빵맛이 진부해지는 것은 시간 문제 아닐까요? 혹여 대기업 자본에 이용 당하지는 않을까 염려되기도 합니다. 1940~70년대 설립된 대부분의 유명 빵집이 2세 경영체계로 옮겨 간 듯 한데, 양적 확장을 통해 자신의 경영능력을 인정 받으려 하기보다는 선대부터 이어져 온 빵맛을 진화시키는 것을 본인의 임무라 여겨야 하지 않을까요?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라는 점을 미리 밝히면서, 제 나름대로 베스트 3와 워스트 3를 뽑았습니다. 그 이유는 위에서 이미 설명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베스트 3

- 백구당

- 궁전제과

- 성심당


워스트 3

- PNB풍년제과

- 이성당

- 코롬방제과


그나저나 저는 빵을 많이 먹는 바람에 당분간 빵은 못 먹을 것 같군요. 여러분도 이런 식으로 자기만의 테마를 가지고 전국 일주를 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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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없는 리더는 똑똑한 직원을 싫어한다   

2015. 1. 2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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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생각하는 ‘훌륭한 리더’의 상은 무엇인가요? 머리 속에 여러 가지의 상이 왔다 갔다 하겠지만, 직원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발산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좋은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실행되도록 돕는 리더의 모습이 그 중 대표적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알다시피 직원들의 의견을 ‘오픈 마인드’로 청취하고 적절하게 피드백하는 능력은 조직뿐만 아니라 개인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자기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어야 높은 동기와 직무만족도를 유지할 수 있고 이직률을 최소화시킴으로써 조직의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된 바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이미 경험했거나 현재 경험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직원들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거나 듣더라도 직간접적으로 무시하는 리더가 제법 많습니다. 그런 리더들은 왜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직원들 의견을 무시하는 걸까요? 어떤 성향을 지닌 리더들이 리더로서 응당 수행해야 할 의무를 회피하는 걸까요?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나타나엘 패스트(Nathanael J. Fast)와 동료들은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현장 연구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출처: thecommunityofleaders.com)



패스트는 먼저 유전 개발과 정유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모 다국적 기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여 관리자들에게는 본인이 직원들에게 업무와 관련한 사항에 대해 개인적으로 얼마나 자주 의견과 도움을 구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직원들에게는 얼마나 자주 자신의 상사에게 반대 의견과 이슈를 제기하는지, 구성원들의 요구와 관심사항에 대해 얼마나 자주 목소리를 내는지 등을 질문했습니다. 또한 패스트는 ‘관리자로서 자기 효능(Managerial Self-Efficacy)’이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8개의 문항을 관리자들에게 따로 던졌습니다. 관리자로서 자기 효능이란 관리자에게 기대되는 역할과 역량을 자신이 얼마나 충족시키고 있는지 인식하는 것을 말합니다.


설문 결과를 분석하니, 애초에 패스트가 설정했던 가설 ‘관리자로서 자기 효능감이 낮은 관리자일수록 직원들로부터 의견과 도움을 구하지 않는다’를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한 ‘직원들은 자기 효능감이 낮은 관리자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려 하지 않는다’는 결론도 동시에 도출됐죠. 쉽게 말해, 본인이 리더로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느끼는’ 리더일수록 직원들에게 의견을 구하려 하지 않고 직원들은 그런 리더에게 어느새 입을 닫고 만다는 의미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자기 효능감이 낮은 리더일수록, 즉 리더로서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낄수록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것 같은데 왜 그들은(자기 효능감이 낮은 리더들은) 거꾸로 행동하는 걸까요? 왜 그들은 낮은 자기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는 걸까요? 패스트와 동료들은 131명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후속 실험을 통해 그 이유가 ‘자아를 보호하려는 심리’에서 온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65명의 직원들을 휘하에 둔 지역 항공사의 관리자 역할을 부여 받고 출퇴근 시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오버 부킹과 승무원들의 불친절로 인해 승객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읽었습니다. 시나리오 상에서 관리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선과 정비 스케쥴을 개선하는 나름의 방안을 마련해서 실행했는데 주간 미팅 자리에서 ’스펜서’라고 불리는 정비 담당자의 반대에 부딪힙니다. 스펜서는 더 많은 정비 시간과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완전히 다른 계획을 제기하는 바람에 관리자를 당황하게 만들죠. 


패스트는 참가자들을 둘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는 ‘지난 2년 동안 성과가 좋았고 상사로부터 능력 있는 관리자라고 인정 받고 있다’는 글을 읽게 하고(‘높은 자기 효능감’), 두 번째 그룹에게는 ‘이익이 감소하고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졌으며 상사로부터 관리자의 능력을 의심 받고 있다’는 글을 읽게 했죠(‘낮은 자기 효능감’). 그런 다음, ‘문제 해결을 위해 스펜서에게 어느 정도로 도움과 조언을 요청하고 싶은가?’, ‘다른 직원들에게 스펜서처럼 자기 목소리를 높이도록 얼마나 독려하고 싶은가?’를 물었습니다. 


그 결과, 유전 개발 및 정유 회사를 대상으로 했던 설문 연구와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자기 효능을 낮게 인식하도록 유도 받은 두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은 첫 번째 그룹보다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려는 욕구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려는 의지도 더 낮았으니 말입니다. 조금은 충격적이지만 흥미로운 결과도 나왔는데, ‘스펜서를 얼마나 유능한 직원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자기 효능이 낮은 참가자들은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스스로 리더로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관리자일수록 자신의 의견을 주저 없이 제기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는커녕 부정적인 평가를 내림으로써 자아를 보호하려는 심리 기제가 작동함을 뜻합니다.



(출처: michaelhyatt.com)



패스트의 연구 결과가 ‘리더십이 부족한 리더’를 모시는 직원들에게 주는 시사점은 자신의 아이디어 혹은 반대 의견이 뛰어나고 정당하더라도 그것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리더에게 제기하기보다는 둘만 있는 자리에서 하는 게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해야 리더의 체면을 살리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겠죠. 또한 리더의 자기 효능감을 저하시키지 않도록 발언 하나 하나에 유의할 필요도 있습니다. 리더 때문에 일이 잘못되고 있고 잘못될 거라는 뉘앙스가 전달되지 않게 하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원 각자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야 합니다. 


자기 효능감이 낮은 리더들이 조직의 의사소통과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를 저하시키는 문제의 핵심입니다. 그러므로 회사에서는 자유로운 의견 제기가 조직의 ‘규범’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고, 리더십 자체의 계발보다는 자기 효능감 낮은 리더들에게 자기 역할을 충분히 잘 수행한다고 확신을 주는 방향으로 교육해야 합니다. 리더에게 너무나 많은 역할을 기대한다면 관리자들이 느끼는 자기 효능은 저하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리더의 기준’을 높이면 관리자들이 그 기준에 따라가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커질 뿐이고, 그렇게 되면 자아를 보호하려는 심리 때문에 직원들의 의견과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뿐더러 정당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직원들을 나쁘게 평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능력 없는(아니 본인이 능력 없다고 느끼는) 리더들이 유능한 직원을 회사에서 내쫓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의 상사는 자기 효능감이 높은 사람인지 생각해 보세요. 만약 그가 리더로서 자기 효능감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면 그를 몰아세우기보다는 그를 격려하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고 직원들이 갖춰야 할 팔로워십 중 하나일 겁니다. 그렇게 하고 있는지요?



(*참고논문)

Fast, N., Burris, E., & Bartel, C. (2013). Managing to stay in the dark: managerial self-efficacy, ego defensiveness, and the aversion to employee voic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amj-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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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를 버려라" 특강 동영상 2부   

2015. 1. 1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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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올렸던 '평가를 버려라' 특강 동영상 1부에 이어 2부를 공개합니다. 1부에서는 평가를 버려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2부에서는 평가의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시청을 바랍니다.






동영상 촬영과 편집은 1인 미디어로 활동 중인 안경유희님이 도와주셨습니다.  '안경유희님'에게 취재를 요청하시려면 movavimp4@gmail.com 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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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를 버려라" 특강 동영상 1부   

2015. 1.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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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0일에 "새로운 인사를 연구하는 모임"에서 제가 진행했던 '평가를 버려라' 특강 동영상을 공개합니다. 동영상 촬영과 편집은 1인 미디어로 활동 중인 안경유희님이 도와주셨습니다. 



왜 평가를 버려야 하는지, 그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일단 1부만 먼저 공개합니다. 많은 시청 바랍니다.





'안경유희님'에게 취재를 요청하시려면 movavimp4@gmail.com 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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