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어촌편이 경영에 주는 시사점   

2015. 3. 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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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TV를 거의 보지 않는 편이지만 호기심이 일어서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을 몇 편 보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 포맷은 남자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재료를 구하고 요리를 해서 함께 모여 먹는 게 전부인데 대중의 인기를 얻은 이유 중 하나는 알다시피 ‘차줌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척척 요리를 해내는 남자 차승원의 ‘능력’이 그간 터프한 마초로만 비춰졌던 그의 이미지와 대비되었기 때문입니다. 요리 실력 뿐만 아니라 재료와 기구가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제작진이 부여한 어려운 요리 과제를 뚝딱 해치우는 모습은 방송이 끝나자마자 실시간 검색어 탑에 오를 정도로 많은 이의 부러움과 시샘을 동시에 샀죠.


저는 ‘삼시세끼-어촌편’이 비록 웃고 즐기는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시청하는 내내 느꼈습니다. 특별한 요리를 해먹기가 상당히 어려운 만재도라는 상황은 기업이 비우호적일 수밖에 없는 시장에 맞서야 하는 입장을 나타내는 듯했고, 만재도에 들어가 차승원과 유해진 등이 한 팀이 되어 힘든 조건을 타파하며 ’생존’해가는 과정은 목표를 추진하고 달성해가는 수많은 조직의 수많은 팀들을 연상케 했습니다.


출처: tvN



가장 큰 시사점은 누군가가 만들어낸 성과는 혼자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많이들 간과하는 교훈입니다. 다시 말해, ‘나’ 혹은 ‘우리 팀’이 만들어낸 성과는 다른 사람과 다른 팀이 일구어 놓은 성과가 없이는 창출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입니다. 어묵탕을 예로 들어보죠. 보통은 마트에 가서 어묵을 사와 냄비에 넣고 국물을 내면 끝나는 쉬운 요리지만, 누군가가 어묵을 만들어 주었기에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차승원과 유해진은 바다에서 직접 물고기를 잡아 살을 발라내고 동그란 모양으로 빚어 튀겨내는,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과정을 거치고서야 밥상에 둘러앉아 어묵탕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죠. 빵도 마찬가지고 마지막 미션으로 주어진 회전초밥과 해물피자도 그랬습니다.


삼시세끼-어촌편은 누군가가 미리 만들어 놓은 성과가 없을 경우에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점, 내가 만든 성과는 온전히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는 점, 개인들의 성과를 칼로 자르듯이 구분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만큼의 성과를 냈으니 나에게 높은 보상을 하라’는 요구는 옳지 않다는 점을 느끼게 해 줍니다. 커피 한 잔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 마실 수 있을까요? 커피콩 재배, 연료와 식수 확보, 버너 제작, 그릇 제조 등등 커피 한 잔을 위해 많은 이들의 에너지가 투여됩니다. ‘내 성과가 뛰어나니 많은 보상을 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본인의 성과가 혼자만의 창조물일까요? 우리는 커피 한 잔조차 혼자 힘으로 만들어 마실 수 없습니다. 조직 내에서 만들어지는 개인의 성과 역시 다른 직원들의 성과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높은 개인성과에 높은 보상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곳에 가서도 그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사실 차승원과 유해진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만 주목해야 할 인물이 바로 '호준'입니다. 그는 차승원과 유해진의 온갖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캐릭터죠. 그의 '직무가치'를 평가한다면 차승원과 유해진보다 낮을 수밖에 없고, 만약 그 직무가치에 따라 연봉을 책정한다면 가장 낮은 연봉을 받겠죠(이런 직무평가를 기업에선 아주 당연시합니다만). 하지만 호준이 묵묵히 잔심부름과 잡일을 했기 때문에 차승원과 유해진이 각자의 역할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의 직무가치를 낮게만 봐서는 곤란합니다. 호준이라는 일꾼의 역할은 차승원이 열악한 조건에도 짜증을 내지 않고 요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에 있습니다. 스타 플레이어가 아닌 소위 'B player'의 중요성, 이것이 두 번째 시사점입니다. 초기에 잠깐 나왔던 장근석이 탈세 문제 때문에 하차한 건 오히려 프로그램 인기 상승에 도움이 되었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자의 가치를 시청자들이 알게 모르게 느꼈다는 데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처: tvN



삼시세끼-어촌편은 초반부터 ‘신기한’ 요리 실력을 뽑내는 차승원이 부각되어 인기몰이를 했지만 뒤로 갈수록 유해진의 매력이 돋보이더군요. 특히 만재도를 떠나는 마지막날까지 한 마리라도 자기 힘으로 잡아보려는 집념은 대단했습니다. 헌데 그의 실력을 ‘잡은 물고기수’로 측정한다고 하면 우리는 그를 무능한 낚시꾼이라 판단하고 말 겁니다. 집념, 인내심, 팀워크 등 그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준 측면은 ‘물고기수’라는 KPI가 들어서는 순간 싹 사라지고 맙니다. ‘성과로 말하라’는 말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지만, 그 말 때문에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는 직원들의 노력과 고뇌와 성찰이 숨어 있음을 삼시세끼-어촌편이 새삼 일깨워 줍니다. 조직의 리더는 성과 자체가 아니라 팀워크를 유지하고 촉진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이 프로그램이 조직 경영에 주는 세 번째 시사점입니다. 


존경스럽게도 팀장격인 차승원은 유해진의 노력을 알기에 물고기를 못 잡아와도 질책하거나 비꼬지 않습니다. 그가 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얼마나 고생할지를 알기 때문에 잡은 물고기수와 관계없이 먼곳까지 죽과 차를 날라주었죠. 이 점은 조직이 크든 작든 리더가 새겨야 할 대목이자 이 프로그램의 네 번째 시사점입니다. 리더는 성과를 책임지는 자리라기보다는 직원의 성과 창출을 돕는 자리입니다. 직원들의 성과에 따라 상과 벌을 주는 ‘높은 자리’가 아니라 그들의 상황을 늘 살피고 조력하는 자리입니다. 


혹시 아직 이 프로그램을 보지 못했다면 한 편이라도 구해서 보기를 권합니다.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물론 지금도 방영하고 있지만) ‘1박 2일’과는 사뭇 다른 관점으로 프로그램을 보게 될 거라 생각됩니다. 차줌마처럼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덤이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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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이고 엄격한 평가가 과연 좋은가?   

2015. 3. 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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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팀에서 평가자들에게 직원들의 역량과 성과를 (어렵더라도)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평가해 달라고 요청해도 상사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준에 따라 평가 결과가 왜곡되는 일은 어느 기업이나 발생하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여러 상사를 경험해 본 분들을 알겠지만, 인사평가에 관련하여 상사의 극단적인 평가 성향을 2가지로 나눈다면, 직원들을 ‘엄격’하게 평가하는 상사와 ‘관대’하게 평가하는 상사로 나눌 수 있을 겁니다. 평가 스케일이 5점 척도라면, 평가에 엄격한 상사는 정규분포 모양처럼 평균이 3점에 형성된 분포를 그리고, 관대하게 평가하는 상사는 평균이 4점으로 치우친 분포를 나타내는 것이 전형적입니다. 


그런데 평균이 3점인 정규분포를 그린다고 해서 평가에 ‘엄격한’ 상사가 직원들의 역량을 올바르게 평가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인사팀에서는 엄격한 상사가 객관적으로 평가를 진행한다고 칭찬하겠지만, 과연 그 엄격함을 객관성과 등치시킬 수 있을까요? 어쩌면 더 중요한 질문은 ‘그렇게 엄격한 평가가 직원들의 ‘향상 욕구’를 자극할 수 있을까?’하는 것입니다. 상사로부터 관대한 평가를 받는 직원들은 ‘이 정도면 괜찮구나’라며 자만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자신의 역량 향상에 자신감을 갖고 업무에 임할지 모릅니다. 반면, 엄격한 상사를 둔 직원들은 미래를 비관적으로 느낄 가능성이 존재하죠.





잭 젠거(Jack Zenger)와 조셉 포크만(Joseph Folkman)이 모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엄격한 상사를 둔 직원들의 업무몰입도(level of engagement)는 평균적으로 47퍼센타일이었지만, 관대한 상사를 둔 직원들의 경우에는 60퍼센타일이었습니다. 이 결과는 관대한 상사가 직원들의 업무 의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단서를 줍니다. 실제로 드러난 직원들의 성과가 어떻든 간에,  직원들은 자신들을 매순간 ‘매’의 눈으로 바라보며 피드백하는 엄격한 상사로 인해 자신감을 잃고 역량을 끌어올릴 의욕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는 말이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다면평가를 할 때 발생합니다. 엄격한 상사를 둔 직원은 자신의 부하직원과 동료들로부터 리더십 스킬을 ‘낮게’ 평가 받기 때문입니다. 젠거와 포크만의 분석에 따르면 동료들은 관대한 상사를 둔 직원의 리더십 스킬을 51~56점 정도로 평가한 반면, 엄격한 상사를 둔 직원에게는 42~45점으로 평가했습니다. 물론  엄격한 상사 밑에 있는 직원들의 실제 리더십이 취약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차세대 리더를 선발한다면 엄격한 상사 밑에 있던 직원보다는 관대한 상사를 뒀던 직원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라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나쁘게 보면 나빠지고, 좋게 보면 좋아진다’는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3점을 중심으로 한 정규분포에 근접하게 평가하는 엄격한 상사가 ‘직원들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니까 좋은 상사다’라는 인식은 옳지 않습니다. 그런 엄격한 평가가 직원들의 업무 몰입을 방해하거니와 동료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해 사기를 떨어뜨리니 말입니다. 엄격한 상사가 설령 옳게 평가한다 해도 이런 부정적인 효과 때문에 직원들의 업무 의욕과 역량은 정체되거나 떨어질지 모릅니다. 젠거와 포크만의 연구는 ’평가를 도대체 왜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심각하게 던지게 만드는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객관적이고 엄격한 평가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객관적인 평가는 불가능하지만 설령 가능한다 한들 그렇습니다. 모 조찬 강의에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다면서 저에게 다가와 따지던 분께 이 말씀을 분명히 드리고 싶네요. "객관적인 평가요? 가능하다면 제발 좀 하세요. 하지만 그게 좋다는 보장은 못합니다!"라고요. ^^ 



(*참고문헌)

https://hbr.org/2015/01/if-your-boss-thinks-youre-awesome-you-will-become-more-awesome?utm_source=feedburner&utm_medium=feed&utm_campaign=Feed%3A+harvardbusiness+%28HBR.org%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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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을 존중해야 마음을 바꾼다   

2015. 3. 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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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행동학자인 펠릭스 바르네켄과 마이클 토마셀로는 생후 17~18개월 가량의 유아 24명을 대상으로 몇 가지 실험을 수행했다. 그들은 일부러 펜이나 빨개집게에 안 닿는 척 하거나, 손에 물건을 가득 들고 있어서 캐비넷을 열지 못하는 척 하거나 또는 실수로 책을 미끄러뜨렸을 때 유아들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관찰했다. 유아들은 10회 시도할 때마다 5.3회 꼴로 실험자를 도와주는 행동을 보였다. 개인별로 차이가 있긴 했지만 어떤 유아가 항상 남을 돕는지, 또 어떤 유아가 절대로 남을 돕지 않는 이기적인 성격을 지녔는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바르네켄과 토마셀로는 비슷한 실험을 세 마리의 침팬지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실험자가 테이블을 스폰지로 닦다가 일부러 떨어뜨리고 집어올릴 수 없는 척 하거나, 손에 물건을 잔뜩 들고 있어서 바닥에 있는 물건을 치우지 못하는 척 하거나 할 때마다 침팬지들은 실험자를 자주 도왔다.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아무런 대가 없이 상대방을 돕는 이타심, 상호존중과 신뢰의 본능이 내재돼 있음을 이 실험들을 통해 알 수 있다. 또한 자율을 부여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해야 최고의 성과를 끌어낼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역사에서 이를 증명한 대표적 인물은 에이브러험 링컨이다. 남북전쟁 때 링컨은 호주가(好酒家)인 그랜트 장군을 북군 총사령관에 임명했다. 당시의 전세가 북군에게 매우 불리하게 돌아갔기 때문에 술을 좋아하는 그랜트 장군의 단점은 총사령관직 수행에 상당한 결격사유임이 분명했다. 당연히 참모들은 링컨의 결정을 강하게 만류했다. 하지만 링컨은 “장군이 좋아하는 술이 어떤 술인지 알면 다른 장군들에게도 한 병씩 보낼 텐데.”라며 태연해 하며 임명을 강행했다. 개인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항상 올바른 작전으로 승리를 이끌어 낸 그랜트의 강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역사는 가정을 허용하지 않는다지만 만일 링컨이 그랜트를 신뢰하지 않고 약점인 술버릇을 더 크게 보는 ‘부정적 사고’를 했다면 미국의 역사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을지 모른다.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앞서 나갈 수 있음을 경제학자 폴 자크의 연구에서 추측할 수 있다. 42개국 사람들에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체로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경제와 신뢰와의 관계를 검증한 결과, 그는 '타인이 믿을 만하다’고 답한 사람의 수가 15% 증가하면 1인당 연간소득이 1% 증가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신뢰가 구성원 만족의 중요한 요소이고 구성원 만족이 회사의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고 보면, 상호신뢰를 높이는 일이 품질을 높이고 기술을 개발하는 일보다 우선할 과제가 아닐까?


그렇다면 구성원들 간의 신뢰를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 그럴려면 먼저 신뢰도를 결정 짓는 변수가 무엇인지 들여다 봐야 한다. 어느 팀원에게 고객만족도를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더니 몇날 며칠을 밤 늦도록 자료 조사와 분석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자. 그 팀원은 신뢰할 만한 사람일까? 아마 많은 이들이 ‘그렇다’라고 답할 것 같다. 사람들은 상대방의 신뢰도를 판단할 때 나를 도와주거나 내 말을 따를 ‘선한 의도’가 있느냐를 매우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감일에 책상 위에 올라온 보고서를 살펴보니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방법론으로 고객만족도를 조사했고 데이터의 신빙성도 떨어진다고 해보자. 아직 그 팀원은 신뢰할 만한 사람일까?


이때는 ‘아니다’라고 대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능력’ 없이 ‘선한 의도’만으로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소리다.

선한 의도와 함께 능력까지 갖춘다면 신뢰 받을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다. ‘우연’이란 요소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능력이 있고 조직의 발전을 위하는 마음(의도)이 충만한 팀원이 경영진 앞에서 신사업 아이디오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빔 프로젝트가 고장 나는 바람에 프레젠테이션이 엉망이 되면 비록 그 팀원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신뢰도가 떨어지는 게 인간의 마음이다. 정리하면, 신뢰도는 다음과 같이 의도, 능력, 우연이라는 변수로 이루어진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신뢰도 = 의도 * 능력 * (100 - 우연)


세 개의 변수 중에서 무엇이 가장 핵심일까? 바르네켄과 토마셀로의 실험에서 봤듯이 상대방에게 ‘잘하려는 의도’는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본능적으로 지니고 있기 때문에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다. 또한 ‘우연’은 말 그대로 우발적이기 때문에 컨트롤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믿고 맡길 수 있을 만한 능력’을 구성원 각자가 갖추는 것이 조직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하지만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려는 구성원들의 ‘본능적인 선한 의도’를 훼손시키지 않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럴려면 정신의학자인 에릭 번이 제안하는 ‘상호존중의 대화법’을 꾸준히 연습하고 습관화하기 바란다. 번이 정립한 ‘교류 분석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말과 행동의 양식은 성인형, 부모형, 자식형이란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성인형은 상호존중과 개방성을 갖추고 상대방의 감정을 자신에게 이입할 줄 아는 유형이고, 부모형은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듯이 통제적이고 비판적인 행동 유형을 말하며, 자식형은 감정이 앞서고 자기중심적인 행동 양식을 가리킨다.


번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가장 이상적인 상호작용의 방식은 ‘성인형 대 성인형’이라고 말한다. ‘부모형 대 부모형’이나 ‘자식형 대 자식형’의 상호작용은 오해를 가중시키고 대립과 갈등을 심화시킨다고 일갈한다. 조직에서 자주 일어날 법한 이야기로 예를 들어보자.


늑장부리며 기획안을 올리지 않는 팀원에게 팀장이 이렇게 말한다. “지시한 지가 2주일이 넘었는데 왜 아직도 기획안을 올리지 않는 거야?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이런 말은 통제하고 비판하는 ‘부모형’ 대화의 전형인데, 애석하게도 부모형의 대화법은 자식형의 대화를 유도한다. 팀원은 이런 식으로 대꾸할 것이다. “제가 OOO일로 바쁜 거 안 보이세요? 상무님이 지시사항이라서 그것 먼저 해야 한다고요.” 만일 앞뒤 안 가리는 팀원이라면 “그렇게 급하면 직접 하시는 게 어떨까요? 아니면 박 대리가 요즘 한가한 것 같은데, 걔한테 시키시지요.”라며 부모형 대답으로 대항할 가능성도 있다. 팀원이 이렇게 대꾸하면 팀장은 팀원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삭이느라 괴로울 것이다. 


팀장이 자식형의 대화법으로 “OOO기획안, 빨리 좀 줘. 전무님이 보자고 하신단 말이야.”라고 말하면 팀원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팀원은 "저도 힘들어 죽겠단 말이에요. 왜 저만 가지고 그러세요?”라며 칭얼거리는 자식형 대답을 할 공산이 크다. 


번이 이상적인 상호 교류 방식이라고 말한 ‘성인형 대 성인형’으로 대화한다면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팀장 : 자네가 바쁜 건 잘 알지만, 실은 그 기획안을 전무님이 1주일 후에 열릴 경영회의 때 발표해야 해서 꼭 필요해. 해 줄 수 없을까?


팀원 : 죄송합니다. 저도 실은 상무님이 별도로 시킨 OOO일로 좀 바쁩니다. 상무님께 이야기해서 그 일은 잠시 미루자고 하겠습니다. 전무님 일이 더 급하니까요.


팀장 : 고마워. 상무님한테 이야기할 때 나도 같이 갈게. 내가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이해하실 거야. 


팀원 : 네, 알겠습니다.


팀장 : 아, 그리고 좀 힘들겠지만 오늘부터 나와 같이 기획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짜보자고. 이따 3시에 회의실에서 보면 어떨까?


팀원 : 네, 자료를 준비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는데요, 5시쯤 보면 어떨까요?


팀장 : 그래, 그러자고. 





문제가 급하고 상황이 좋지 않게 돌아가면 사람들은 강압적인 부모가 되거나(부모형 교류), 감정이 앞서서 요리조리 피하는 자식이 될(자식형 교류) 가능성이 크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성인형 교류를 하려고 노력한다면 상대방도 성인형 대화법으로 응대하면서 문제해결에 머리를 맞댈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였던 척 노블락은 뉴욕 양키스로 이적하면서 심한 스트레스에 빠졌다. 명문구단인 만큼 경기 중에 자그마한 실수를 저질러도 팬과 언론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노블락은 의기소침해졌고 기대보다 못한 성적을 낼 수밖에 없었다. 이를 지켜 본 조 토리 감독은 그에게 “자네 모습 그대로 뛰어주길 바라네.”라고 말했다. 의미 없는 반성은 할수록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토리 감독의 메시지였다. 그 말에 힘입어 노블락은 본래의 컨디션과 플레이를 회복했고 팀을 월드시리즈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만일 토리가 “자네는 도대체 무슨 실력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나?”라고 말하며 노블락을 비난했더라면 노블락 개인뿐만 아니라 팀도 몰락했을지 모른다. 이처럼 상호존중이란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배려하며 소통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동반자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신뢰는 상호존중의 초석이고, 성인형 대화법은 상호존중을 지속시키는 엔진임을 기억해 두자. 



(*참고도서)

<착각하는 CEO>, 유정식, 알에이치코리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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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비공 같은 미래를 잘 대비하려면?   

2015. 3. 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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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까요? 우리는 불안한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다양한 상황들을 머리 속에 그려 봅니다. 아마도 정리가 안 될 정도로 수많은 장면들이 스치고 지나가겠죠. 이것도 위험하고 저것도 문제라서 그 모든 케이스를 다 대비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가능한 한 많은 수의 시나리오들을 세워 놓고 그에 따른 대비책을 꼬리표 붙이듯이 달아놓아야 마음이 놓일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회사는 수천 가지의 시나리오를 세워 놓았다고 자랑스레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에서 권장하는 시나리오의 개수는 겨우 4개 정도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많은 분들이 과연 그 정도 개수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겠냐며 반문하죠.





4개의 시나리오를 만든다는 것은 가장 불확실하고 중대한 변화동인(이를 시나리오 플래닝에서는 핵심변화동인이라 함)을 2개 찾아낸다는 말과 같습니다. ‘뭐라고? 겨우 2개? 미래 환경 변화를 이끄는 요인들이 무수히 많은데 고작 2개의 핵심변화동인만으로 시나리오를 세운다고?’ 여기서 많은 분들이 또 한번 의문의 눈초리를 쏘아 대시죠.


저는 그럴 때마다 미래 환경의 거대한 변화를 이끄는 요인(즉 핵심변화동인)은 2개 내외이고 나머지 요인은 그로부터 파생되어 나오거나 연관된 것들이기 때문에 2개의 핵심변화동인만으로 충분하다고 말씀 드립니다.


2개의 핵심변화동인을 가지고 4개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대비해도 충분한(또는 효율적인) 이유를 비유를 통해 쉽게 이해해 보겠습니다. 축구공이나 야구공같은 '구(球)'를 머리 속에 그려보며 사고실험을 해보죠. 구는 어느 방향으로 봐도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없습니다. 그래서 평평하고 매끄러운 바닥에 바운드되면 대략 어느 방향으로 튈지 예상 가능하죠. '완벽한 구'라면 튈 때 그리는 궤적은 하나의 곡선으로 표현될 겁니다. 여기서 완벽한 구의 궤적이란 모든 것이 예정되어 있고 예측 가능한 이상적인 미래를 나타내죠.


그런데 어떤 이유 때문인지 공의 어느 한 부분이 톡 튀어나왔다고 가정해보죠. 평평한 바닥에 떨어뜨리면 구와는 다르게 불규칙적으로 바운드될 겁니다.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하면 톡 튀어나온 공이 바운드되며 그리는 궤적은 구보다는 복잡하고 그때그때마다 달라서 결코 하나의 곡선으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만약 실험을 무한히 반복한다면, 궤적의 집합은 특정 공간을 모두 채우고 지나갈 겁니다. 이 말은 톡 튀어나온 부분, 즉 불확실한 변화동인이 하나만 존재해도 충분한 크기의 미래 환경을 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원래 튀어나온 부분과 정확히 반대쪽에 또 하나의 '톡 튀어나온 부분'이 생겼다고 하죠. 럭비공의 모양을 떠올리면 됩니다. 바운드되는 럭비공을 잡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여러분은 익히 알 겁니다. 럭비공은 아까보다 더욱 예상 못하는 방향으로 튀기 때문에 실험 횟수를 조금만 반복해도 궤적의 집합이 금세 공간의 대부분을 채울 겁니다.


그렇다면, 톡 튀어나온 부분이 3개라면 어떨까요? 아마도 이런 모양의 공이 있다면 럭비공보다 더 불규칙한 궤적을 나타낼 거라 짐작됩니다. 그러나 톡 튀어나온 부분이 하나일 때와 두 개일 때의 차이만큼은 아닙니다. 톡 튀어나온 부분을 3개로 만들어 봤자 2개일 때의 궤적과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하나 더 늘린다고 해서 궤적의 다양성을 크게 증가시키지 못하죠. 


핵심변화동인이 3개이면 모두 8개(2의 3제곱)의 시나리오 조합이 만들어지는데, 모두 기억하기엔 너무 많아서 미래를 대비하는 데에 혼란만 야기합니다. 그러므로 미래 환경의 대부분을 커버하면서 동시에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대비하려면 2개의 핵심변화동인과 4개의 시나리오로도 충분합니다. 사실 4개의 시나리오도 많다고 하여 2~3개로 더욱 압축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요즘처럼 자본주의가 세상을 압도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 요인들을 생각해 보죠. 많은 이들이 기업들(특히 다국적 거대기업)의 탐욕, 헤지펀드의 농간, 일부 CEO와 스포츠 스타의 천문학적인 수입, 신자유주의 광풍 등 여러 가지의 이유를 갖다대지만 그것들은 모두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소위 '수퍼 자본주의'는 결국 '신기술'의 출현과 확산 때문에 벌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향유하는 대부분의 신기술은 과거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시기에 벌어진 무기경쟁의 부산물이죠. 따지고 보면 '냉전'이 요즘의 슈퍼 자본주의를 낳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이는 로버트 라이시의 견해이기도 합니다).


환경 변화를 이끄는 중대한 요인은 하나이거나 많아야 2개 정도입니다. 미래가 어디로 갈지 예측하기보다 환경의 불확실성을 일으키는 그 2개의 동인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3~4개의 시나리오를 미리 '예상'해 보는 것, 그리고 각 시나리오에 어떻게 대비를 할 것인지 전략을 구상하는 것, 이것이 미래를 현명하게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 '시나리오 플래닝'입니다.



(*참고도서)

<전략가의 시나리오>, 유정식, 알에이치코리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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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적 직원은 외향적 직원을 '낮게' 평가한다   

2015. 3. 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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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향적인 사람을 선호하고 내향적인 사람들이 부적절한 인간형으로 평가절하되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은, 수전 케인의 책 <콰이어트>는 감각적이고 깊게 사고할 줄 아는 내향적 기질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켰습니다. 산업사회에 걸맞지 않는 열등한 기질이라 여겨지는 내향성 기질이 조용히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힘을 만들어낸다는 케인의 책은 숨어 지내거나 외향적이길 강요 받아 온 수많은 내향적 인간들에게 커다란 공감을 이끌어내어 지금도 절찬리에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기업들도 ‘도전’ 또는 열정’처럼 외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인재 육성의 방향을 보다 현실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는 모양입니다.



출처: fractalenlightenment.com



헌데 내향적인 직원들이 사고력, 창의력, 감성 등에서 우수한 특성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조직 생활에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플로리다 대학교의 아미르 에레즈(Amir Erez)와 동료들은 내향적인 직원들이 다른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할 때 자신의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여 실제보다 ‘낮게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를 지적합니다. 경영대학원에 다니는 178명의 학생들은 학기 중에 4~5명씩 팀을 이루어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에레즈는 여기에서 내향적인 학생들이 외향적인 학생들의 기여를 ‘박하게’ 평가하는 경향을 발견했습니다.


이어 실시된 실험에서 에레즈는 학생들을 팀에 참여시켜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했습니다. 학생들은 헤드셋과 문자 채팅만으로 동료 팀원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그들이 실제로 대화를 나눈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에레즈가 컴퓨터로 조작한 가상의 동료들이었죠. 학생들은 내향적이거나 외향적인 동료, 친절하거나 불친절한 동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과제를 수행했고, 그 후에 팀원들의 성과를 평가해야 했습니다. 


내향성이 높은 학생들은 외향적인 동료(실제로는 가상의 동료)에게 박한 평가점수를 내렸습니다. 외향적인 동료에게 다른 가상팀원들이 준 점수는 모두 같았는데도, 내향적인 학생들은 외향적인 동료들에게 보너스를 줘야 한다는 의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른 동료들에게보다 6배나 많이 말입니다. 반면, 외향적인 학생들은 동료들의 성격이나 친절함 정도에 따라 평가를 달리하는 경향을 보이지 않았죠. 이것으로 내향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들에게 뭔가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higherperspective.com



여러 기업에서 실시하는 ‘동료평가(peer appraisal)’는 ‘인기투표를 조장한다’, ‘서로 야합한다’ 등의 문제점 때문에 실효성을 의심 받고 있습니다. 에레즈는 여기에 한 가지 문제점을 추가한 셈입니다. 외향적인 직원들의 성과가 타 직원들과 동일하거나 높더라도 내향적인 직원들에 의해 평가절하되는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동료평가 결과가 보상에 반영된다면 더 큰 문제겠죠. 에레즈의 말에 따르면, 내향적인 직원들이 조직 전체의 성과에 해가 될 거라고 ‘짐작되는’ 행동을 더 민감하게 감지하기 때문이고, 그들의 눈에는 외향적인 직원들의 시끌벅적하고 과감한 언행이 조직 성과에 해가 된다고 여기는 모양입니다.


에레즈의 연구는 평가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절대 객관적일 수 없는 이유는 평가하는 사람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합니다. 평가지표가 아무리 객관적으로 설정돼 있다 한들 점수를 기록하는 자는 ‘사람’이니까요. 얼마 전, ‘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한 제 강의가 끝나고 나서 어떤 분이 “객관적인 평가는 가능한다.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만들면 된다.”며 짐짓 화가 난 표정으로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말이 길어질까 “네, 그렇군요.”라고 짧게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의 이런 뒷 말을 듣고 씁슬하게 웃었습니다.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만드는 게 어렵긴 하겠지만요.” 


지금까지 어려웠다면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고, 계속 어렵다면 불가능한 겁니다.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찾아내는 것은요.



(*참고논문)

Erez, A., Schilpzand, P., Leavitt, K., Woolum, A., & Judge, T. (2014). Inherently Relational: Interactions Between Peers' and Individuals' Personalities Impact Reward Giving and Appraisal of Individual Performanc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amj-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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