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의 착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해당 분야에서 오랜 경력과 지식을 쌓고 인터뷰 경험도 많은 면접관들이 심사숙고하여 결정했다고 말하면서도 처음 몇 분 안에 얻은 인상만으로 지원자의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구글에서는 면접관의 착각으로 인해 좋은 인재를 떨어뜨리고 원치 않는 지원자를 채용하는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천천히 뽑고’ 여러 면접관들이 공통된 의견을 이야기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채용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면접관의 착각’이 실제보다 과장됐을지도 모름을 주장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라첼 프리더(Rachel E. Frieder)와 동료 연구자들은 면접 현장에서 얻은 데이터를 통해 면접관의 착각은 어느 정도는 존재하지만 대다수의 면접관들이 처음 3~5분 만에 합격 여부를 직감적으로 결정한다는 말은 옳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모 대학에서 열린 채용 박람회에 면접관으로 참여한 166명에게 어떤 방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할지를 면접 전에 질문했습니다. 또한 각 면접이 끝난 다음에는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걸린 시간을 물었죠. 





평균 13년 가량의 면접 경력을 지닌 그들 중 오직 4.9퍼센트만이 1분 안에 결정을 내렸다고 답했고, 5분 내에 결정했다는 면접관은 30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70퍼센트의 면접관들은 그보다 오랜 시간을 채용 결정에 들인다고 답했죠. 15분 이상 걸렸다는 면접관들은 17.7퍼센트, 인터뷰가 다 끝나고 나서야 결정을 내렸다는 면접관들도 22.5퍼센트나 됐습니다. 이것은 대다수의 면접관들이 첫인상만 가지고 5분 이내에 채용 결정을 한다는 면접관의 착각이 실제보다 과장됐음을 시사하는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요소가 채용 결정에 소요되는 시간(decision making time)과 관련이 있을까요? 프리더의 조사에 따르면, 본격적인 인터뷰 전에 지원자와 가벼운 이야기를 하며 친밀함을 조성하는 면접관일수록 채용 결정을 빨리 내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경험이 많고 본인의 채용 능력에 자신만만한 면접관들 역시 그랬습니다. 오랫동안 인터뷰를 진행해 온 면접관일수록 지원자와 가벼운 농담을 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하기 마련이겠죠. 하지만 ‘구조화된 면접’과 같은 방식을 훈련 받은 면접관일 경우에는 친밀함 형성과 성급한 결정과의 관련성이 없었습니다. 이 결과는 면접관의 오랜 인터뷰 경력과 자신감은 채용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부분입니다. 


예전에 올린 글에서 가석방을 결정하는 심사관의 ‘혈당 수치’가 수감자의 가석방 여부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야기한 적 있습니다. 식사 시간 전에 심사 받은 수감자들은 다른 시간에 심사 받은 수감자들보다 유독 가석방 불가 판정을 더 많이 받게 된다는 것이었죠. 프리더의 조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패턴이 발견되었습니다. 채용 박람회에서 여러 지원자들을 인터뷰하던 면접관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점차 많은 시간을 들이지만 어느 순간을 지나고 나면 채용 결정 시간이 점점 짧아졌습니다. 막바지에 이를수록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쳐서 객관적 근거보다는 직감에 의존하여 빠르게 결정 내리기 마련이겠죠. 하루에 면접관들이 담당하는 인터뷰 회수가 많으면 채용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을 이 결과로 재차 알 수 있습니다.





프리더의 연구가 면접관의 착각이 실제보다 과장되었을지 모른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면접관들의 설문에 의존했기에 그 결과를 신뢰하기는 곤란합니다. 면접관들이 무의식적으로 채용 결정을 5분 이내에 결정내렸으면서도 심사숙고한 결정이라고 잘못 답했을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5분 이상 숙고했다고 답한 70퍼센트의 면접자들은 본인이 훌륭한 결정을 내렸다고 자기자신을 ‘속이는’ 일종의 ‘자신감 착각’에 빠졌을 수 있습니다. 만일 설문이 아닌 다른 측정 방법, 예를 들어 fMRI를 써서 ‘결정을 내린 상태’에서 보이는 뇌의 패턴을 관찰했다면 신빙성이 높아졌을 겁니다. 오히려 프리더의 연구는 면접관들의 착각을 줄이고 채용의 질을 높이려면 소위 ‘라포르(rapport)’형성 시간을 줄이고 인터뷰 질문과 지원자의 대답에 집중하는 ‘구조화된 면접’ 방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한번 더 일깨웁니다.


인사(HR)의 시작과 끝은 평가도 보상도 경력개발도 아니라, 채용입니다. 여러분의 회사에서는 이렇게 중요한 일을 누가 맡고 있습니까?



(*참고논문)

Frieder, R. E., Van Iddekinge, C. H., & Raymark, P. H. (2015). How quickly do interviewers reach decisions? An examination of interviewers' decision‐making time across applicants. Journal of Occupational and Organizational Psyc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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