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갈 때를 조심하라   

2015.05.20 09:00



사람들은 흔히 “잘 나갈 때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심하지 않으면 시쳇말로 “한방에 훅~ 간다”라는 말도 있다. CEO나 임원처럼 조직의 높은 위치에 올라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라면 이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서는 안 된다. 누군가를 지배하거나 관리하는 역할이 주어지면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행동을 범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한 심리 실험에서 학생 2명에게 사회 현안에 관해 짧은 글을 쓰도록 하고 나머지 1명에게는 두 학생이 쓴 글을 평가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실험자는 세 명의 학생들에게 간식거리로 쿠키 5개를 주었다. 각자 1개씩 먹고 나면 2개가 남는데,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보통 남아 있는 쿠키를 선뜻 집지 못한다. 누군가는 반드시 쿠키를 하나 밖에 못 먹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스’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나머지 학생들보다 자연스럽게 네 번째 쿠키를 집어들었다. 또한 그들은 과시하는 듯 입을 크게 벌리고 쿠키를 씹어댔고 테이블 위에 쿠키 부스러기를 잔뜩 흘렸다. 





이렇듯 힘 있는 자리에 오르면 부지불식 간에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2009년에 미국 자동차 3사의 CEO들은 구제 금융을 요청하러 최고급 전용 제트기를 타고 워싱톤에 갔다가 미국인들의 엄청난 분노를 샀다. 그들의 성격이 원래 탐욕적이기 때문에 그랬을까? 그들은 여론의 질타를 받고 나서야 자신들의 잘못을 인식할 수 있었다.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자동차를 살펴보면 ‘권력자의 행패’가 얼마나 일상적인지 짐작할 수 있다. 심리학자 폴 피프는 최고급 자동차들 중 30퍼센트가 끼어들기 위반을 하는 반면, 낮은 등급의 자동차들은 7~8퍼센트만 위반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낮은 등급의 자동차들은 횡단보도의 선을 웬만하면 밟지 않았지만, 최고급 자동차는 45퍼센트가 넘게 횡단보도를 침범했다.


왜 그럴까? 높은 지위에 오르면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왕성해진다. 왕성한 테스토스테론 분비로 인해 비윤리적인 행동을 해도 자신에게 사회적인 제약이 가해지지 않을 것이라 착각하고, 자신이 하는 일이 중요하고 막중하다는 이유로 비윤리적인 행동을 합리화한다.





권력자가 되면 의사결정에도 무리수를 둘 위험이 있다. 어느 심리 실험에서 참가자들을 권력자로 인식하도록 만든 다음에 주사위 게임을 하도록 했다. 주사위는 본인이 던질 수도 있었고, 다른 사람이 대신 던져줄 수도 있었다. 자기가 권력자라고 인식한 참가자들은 대부분 본인이 주사위를 던지겠다고 고집했다. 반대로, 남에게 지배를 받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인식한 참가자들은 타인에게 주사위를 던져 달라고 더 많이 부탁했다. 주사위를 본인이 던지든 남이 던지든 확률은 똑같은데도 권력자가 되면 ‘우연’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는 의미다. 불확실한 미래를 권력자 본인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자신의 마음이 끌리는 대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바람에 일을 그르칠 확률이 높아진다. 역사적으로 봐도 국가 지도자의 권력욕이 높을수록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물론 권력욕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권력욕에서 나쁜 것과 좋은 것이 있다. 개인적 목적을 추구하는 ‘P권력욕’이 강한 사람은 이 세상을 ‘내가 이기고 네가 지는’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는 반면, 거시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S권력욕’이 강한 사람은 사회 전체적으로 이익이 되는 변화를 우선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P권력욕과 S권력욕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데, 그 비율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새로운 직원을 채용할 때나 리더를 육성할 때 그 차이를 염두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을 때도 마찬가지다.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로가 폭발한 사건은 그 원인이 아주 사소했다. 우스꽝스럽게도, 원자로의 상황을 윗사람에게 사실대로 보고하면 혼이 날까 두려워 입을 닫아 버린 것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는 이유가 됐다. 자기가 힘을 가졌다고 과시하거나 강압적으로 대하면 구성원들은 입을 닫아버리고 ‘될대로 되라’고 생각한다. 힘을 가진 자는 이런 ‘침묵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침묵한다면, 그들을 ‘꿀먹은 벙어리’라고 질타할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지나치게 강압적으로 대하는 것은 아닌지 먼저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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