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사태 후 국내 소비자의 선호 시나리오   

2015. 10. 1. 09:05
반응형



글로벌 자동차 판매 2위에 빛나는(?) 폭스바겐이 디젤 차량의 배기가치 저감장치에 대한 소프트웨어 조작으로 미국으로부터 징벌적인 벌금을 부과 받은 사건으로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술렁거리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뿐만 아니라 같은 그룹에 속한 아우디와, 경쟁사인 BMW 등도 비슷한 조작을 벌였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련의 사태를 놓고 '잘 나가는' 독일 자동차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국내에서도 연일 폭스바겐의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끊이지 않고, 엊그제는 도요타 프리우스의 기계적 문제와 애프터 서비스에 대한 무신경을 보도하는 TV 뉴스가 나올 정도로 매년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수입차 전체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참에 고급 세그먼트를 필두로 점점 모든 세그먼트로 확산되고 있는 수입차의 맹공을 꺾고 승기를 잡으려는 국내 자동차업체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전문가들이나 '자동차깨나 안다'는 여러 블로거들은 폭스바겐 스캔들이 130년 자동차 역사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거대한 사건이 될 거라고 말합니다.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이 스캔들이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각이나 선호를 크게 뒤바꿔 놓을 계기로 작용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젤 차량에 대한 선호가 조금 떨어질 수도 있지만 연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는 점, 환경 보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일부를 제외하고 여전히 높지 않다는 점,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로의 이동은 이번 스캔들이 아니더라도 이미 진행 중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국내로 시각을 돌린다면, 폭스바겐 차량 계약자들의 계약 포기가 속출하고는 있지만 수입차에 대한 고객 선호와 국산 메이커에 대한 반기업정서는 그와 별개라는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근거로 폭스바겐 스캔들 이후 고객들, 특히 국내 고객들의 선호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을 내놓고 있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바로 그런 예측을 경계해야 합니다. 미래를 맞히려고 하기보다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그 가능성들을 생각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간단히 말해, '시나리오'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래를 예측하려 하기보다 미래의 불확실성이 무엇인지 간파해야 한다는 것이죠.


시각을 좁혀 '국내 시장에만 국한'시킨다면, 폭스바겐 스캔들 이후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크게 두 개의 변수를 갖습니다. 하나는 수입차에 대한 선호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디젤차 선호 여부가 되겠죠. 그에 따라 다음과 같이 4개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집니다. 정부의 환경 기준 강화라든지,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국내업체의 개발 속도 등은 이미 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에 불확실성은 낮은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자들은 여전히 연비 좋은 디젤차를 선호하고 동시에 수입차를 선호(특히 독일차를)하는 1번 시나리오가 국내 자동차업체로서는 가장 원치 않는 시나리오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수입차를 선호하면서 친환경차를 선호하는 2번 시나리오가 최악의 시나리오일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기술 수준과 상용화 능력에 있어서 국내 자동차업체가 열세에 있는 것이 사실이니 말입니다. 국내에서 힘을 못쓰고 있는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하이브리드 기술을 앞세워 한때 렉서스 ES가 '강남 소나타'로 불렸던 것과 같은 옛명성을 되찾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업체에게 이 시나리오들 중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디젤차를 선호하고 국산차 선호도가 증가하는 4번 시나리오입니다. 수입차 중 상당비율(70%?)가 디젤 승용차라서 수입차=디젤차라는 인식이 형성되어 있기에 폭스바겐 스캔들로 수입차가 타격을 받고 반사이익을 국내 자동차가 받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승용 디젤 엔진의 수준이 독일차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고(반론이 있겠지만 ^^) 라인업도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냥 좋은 시나리오라고는 보기 힘듭니다. 디젤 엔진의 수준을 높이고 라인업의 다양성을 재빨리 추구하지 못하면 그 '욕구의 빈 자리'를 해외 브랜드가 차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위 4개의 시나리오는 향후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는 틀로 사용하기 바랍니다.


자동차 전문가가 아니라 이보다 더 자세한 분석을 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재야의 자동차 전문가들은 양해하기 바랍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보다(즉 맞히는 것보다) 몇 가지 가능성들을 탐색하는 시나리오적인 관점을 갖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대비라는 점을 말하고자 합니다. 위에서 밝힌 두 개의 변수 외에 이번 폭스바겐 스캔들 이후 국내 고객들의 선호라는 요소에서 발견되는 불확실성이 또 존재할 수 있겠지만(당연히 그럴 겁니다), 시나리오는 계속 바뀌면서 수정해 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반응형

  
,

직원들을 업무에 몰입시키는 5가지 방법   

2015. 9. 23. 09:00
반응형




데일 카네기 트레이닝Dale Carnegie Training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소규모 기업의 직원들 중 36%가 업무에 전적으로 몰입하지만 대기업의 경우에는 그보다 적은 29%의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민다 제틀린Minda Zetlin은 기업이 작을수록 직원들은 다음과 같은 5가지 이유 때문에 업무 몰입도가 높다고 말합니다. 


이 5가지 이유를 뒤집어 보면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직원들을 각자의 업무에 최대한 몰입시키기 위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업무 통제력: 자신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곧바로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되고 그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자기계발 기회: 직무기술서에 명시된 일이 아니어도 다양하고 흥미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자율과 신뢰감: 직원들에게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직접적인 신뢰를 받는다고 믿는다.


리더와의 상호작용: 회사의 리더, 즉 CEO와 알고 지내며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상호작용한다.


투명성: 경영진이 회사의 성과와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바로 수용한다. 




(*참고 사이트)


http://www.dalecarnegie.com/white-papers/employee-engagement-best-practices/


http://www.inc.com/minda-zetlin/5-reasons-small-companies-have-more-engaged-employees-and-one-thing-their-bosses.html



반응형

  
,

책상이 지저분해야 목표 달성에 집중한다?   

2015. 9. 11. 09:00
반응형




2년 전쯤 이 블로그에 ‘책상이 지저분하면 일 못한다’라는 글과 ‘지저분한 책상이 창의력에 도움 된다’란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두 글 모두 굉장한 반응을 얻었습니다. 책상을 지저분하게 쓰는 분들에게는 변명의 근거를 주었고, 동료의 지저분한 책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분들에게는 비판의 근거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지저분한 환경이 창의적인 생각을 자극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지만, 자기조절능력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지저분한 업무환경이 방해가 된다는 것이 두 글의 요지였죠.


오늘 소개할 연구는 지저분한 환경에 처하면 목표를 추구하려는 의지가 높아진다는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지저분한 책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변명거리(?)를 줍니다.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교의 밥 훼니스(Bob M. Fennis)와 제이콥 비벤가(Jacob H. Wiebenga)는 길거리에서 43명의 쇼핑객에 접근하여 “나는 특정 포인트를 획득하면 그 결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걸 좋아한다”, “쇼핑가가 사람들로 붐비는 것 때문에 불쾌감을 느낀다”라는 항목에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상관분석을 해보니, 복잡함 때문에 불쾌감을 느낄수록 포인트에 따른 보상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지가 높았습니다. 간단한 설문이었지만, 복잡한 환경에 처할수록 목표의 최종점(endpoint)을 제시하는 것에 끌린다는 점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source: www.firefold.com



훼니스와 비벤가는 90명의 네덜란드인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1그룹에게 복잡하고 지저분한 상점을 찍은 사진을(선반에 옷가지가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2그룹에게는 깔끔하게 정리된 상점 사진을, 3그룹에게는 중립적인 사진을 웹사이트의 배경으로 보여줬습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에게 구매 포인트를 모으면 카탈로그에서 상품을 골라서 가질 수 있는 보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장면을 상상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포인트에 도달할 용의가 있다.”, “추가 점수를 얻기 위해 좀더 많은 제품을 구매하고 싶다”, “프로그램을 완료하고 싶다” 등의 항목에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예상한 대로, 복잡하고 지저분한 배경사진을 본 참가자들은 깔끔한 사진을 본 참가자들에 비해 보상 프로그램을 끝까지 완료하고 싶다는 동기가 더 강했습니다. 


훼니스와 비벤가는 지저분하고 복잡하고 더러운 환경에 처할수록 질서가 잡힌 상황을 선호하게 된다는 점을 추가적으로 밝혔는데, 그런 심리가 특정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지를 강화시킨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78명의 미국인들에게 “나는 분명하고 잘 구조화된 삶의 방식을 좋아한다”, “일상생활을 일관되게 유지해야 삶을 보다 즐길 수 있다” 등의 항목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물은 후에 판매업자가 두 가지의 보상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상황을 상상하도록 했습니다. 하나는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얼마의 포인트를 모아야 얼마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가 정해져 있는 프로그램이었고, 다른 하나는 따로 종료일과 보상액, 획득해야 할 포인트 점수가 모호한 프로그램이었죠. 깔끔하고 질서 잡힌 생활을 좋아하는 참가자일수록 구체적이고 분명한 보상 프로그램을 더 많이 선택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가 항상 책상을 지저분하게 쓰는 사람들에게 변명거리가 될 것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훼니스와 비벤가의 실험은 늘 업무환경을 깨끗하고 질서 있게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목표 달성의지가 크다는 점이 아니라, 복잡하고 지저분한 상황에 처하게 할 때 사람들은 질서 잡힌 모습을 찾으려는 목적으로 목표에 집중한다는 것을 밝힌 연구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무언가를 집중하고 있는 직원의 책상이 지저분하다고 해서 그에게 굳이 다가가 책상을 정리하라고 핀잔을 줄 필요는 없다는 점을 이 연구가 일러줍니다. 그 직원은 자신이 도달해야 할 목표(크든 작든)에 최고로 집중하는 상태일지 모르니까 말입니다.



(*참고논문)

Fennis, B. M., & Wiebenga, J. H. (2015). Disordered environments prompt mere goal pursuit. 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 43, 226-237.


반응형

  
,

인내심 강한 직원이 성과도 좋다   

2015. 8. 28. 09:00
반응형




다른 직원들보다 유독 끈기와 인내심이 강한 직원이 팀내에 한 두 명 정도는 있을 겁니다. 그들이 평소 달성하는 성과는 다른 직원들에 비해 어느 정도인가요? 또 그들이 비윤리적이고 비생산적인 행동(Counterproductive Work Behaviors, CWB)을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판단합니까? 이스라엘 아리엘 대학교의 하다샤 리트만-오바디아(Hadassah Littman-Ovadia)는 인간의 여러 가지 성격적 특성 중에 ‘인내심’이 업무 성과와, 그리고 CWB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가설을 수립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이 가설을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모두 686명의 응답자를 확보한 리트만-오바디아는 ‘VIA-IS’라 불리는 ‘성격적 강점’ 측정방법을 변형하여 120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VIA-120’이란 설문을 구성했습니다. 여러 가지 성격적 특성 중 ’창의력’을 측정하는 설문을 예로 들면, “새롭고 차별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능력이 내 강점 중 하나다.”라는 항목에 5점 척도로 응답해야 했죠. 또한 리트만-오바디아는 “나는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적절하게 수행한다.”라는 식의 문항에 응답하게 해서 응답자 스스로 자신의 업무 성과를 드러내도록 했고, “아프지 않은데도 아프다고 전화해서 집에서 논 적이 있다.”라는 식의 문항을 통해 얼마나 자주 CWB를 범하는지를 측정했습니다.





피어슨 상관분석을 해보니, 인내심이 높은 사람일수록 업무 성과가 좋고 CWB를 덜 범했는데, 이런 상관관계는 정직성, 열정, 호기심, 팀워크 등과 같은 성격적 강점보다 더 강했습니다. 인내심이 업무 성과와 CWB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성격적 특성임을 알 수 있죠. 응답자들 중에는 자신의 일을 그저 직업으로 보는 사람이 있었지만, 경력으로 인식하는 사람과 ‘소명’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리트만-오바디아는 통계분석을 통해 자신의 일을 경력이나 소명으로 볼 때 인내심과 업무 성과 사이에 정(+)의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남을 규명했습니다. 일을 그저 직업으로 볼 경우에는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정리하면, 여러 가지 성격적 강점 중에서 인내심이 업무 성과와 가장 큰 관련이 있고, 일을 경력이나 소명으로 느낄 때 이런 연관성이 큽니다. 물론 리트만-오바디아의 연구가 자가진단을 통한 설문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거짓으로 답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약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조직에서 이루어진 평가 결과를 가지고 인내심과 업무 성과 간의 관계를 분석하면 좀더 확실한 결과를 알 수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가 주는 시사점은 학습의욕, 통찰, 리더십, 희망적인 태도, 용기, 열정 등과 같이 업무 성과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성격적 특성들을 제치고 의외로 인내심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성격적 강점임이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리더는 화려하고 열정적으로 보이는 직원들에게 지나친 관심을 두기보다는 화려하진 않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조용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이 연구가 주는 교훈입니다. ‘열정을 가져라’는 독려도 좋지만, 일의 의미, 일의 목적과 소명을 일깨우도록 돕는 것도 직원들의 인내심이 업무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리더의 임무라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인내심과 관련하여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성공적인 기업가와 그렇지 않은 기업가를 나누는 기준이 있다면 나는 그것이 '순수한 인내심'이라고 확신한다."





오늘은 과묵하게 자신의 업무를 끈기 있게 수행하는 직원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것은 어떨까요? 조직 성과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는 그들의 노고를 고마워하면서 말입니다.



(*참고논문)

Littman-Ovadia, H., & Lavy, S. (2015). Going the Extra Mile Perseverance as a Key Character Strength at Work. Journal of Career Assessment, 1069072715580322.




반응형

  
,

유럽의 풍력발전 사랑   

2015. 8. 18. 09:13
반응형




출장차 온 유럽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마다 드넓은 들판이나 언덕에 서있는 풍력 발전기를 볼 수 있다. 처음엔 장관이라는 생각에 연신 카메라를 눌러댔지만 나중에는 심심치 않게 나타나서 무감해질 정도다. 지나는 길에 네덜란드의 잔세스칸스에 들른 나는 풍력 발전의 원류인 풍차를 만났다. 이곳은 무역과 어업이 번창하여 17~18세기 무렵 수백여 기의 풍차가 돌아가던 지역이었지만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조금씩 줄다가 내연기관이 일상이 된 지금은 관광용으로 10기 가량만 유지되고 있다. 


4유로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땅콩에서 기름을 짜고 염료 가루를 만드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를 이용한 요즘의 방식에 비하면 한없이 더딘 작업이지만 육지보다 바다가 높은 척박한 환경에서 삶을 일구어 가던 옛사람의 간난과 지혜를 동시에 엿볼 수 있다.





바람으로 맷돌을 돌릴 수 있다면 전기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1852년 미국에서 발전기와 축전지가 연결된 풍력 터빈이 최초로 제작되었고, 1891년에 덴마크의 기상학자 폴 라쿠르가 오랫동안 실험을 거듭해 풍력 발전기의 원형을 처음 건설하면서 풍력발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북해와 발트해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자연스럽게 전기 생산의 자원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이후 네덜란드 엔지니어들이 날개를 유선형으로 만드는 등의 개선을 통해 3개의 날개가 돌아가는, 거대한 선풍기 모양의 풍력 발전기가 완성되었다.


바람의 힘으로 어떻게 전기를 만들 수 있을까? 요즘에도 있는지 모르겠으나 어릴 적에 타고 다니던 자전거에는 핸들 아래에 전구가 달려 있었고 전선을 따라가면 바퀴에 물려서 돌아가는 조그만 발전기가 있었다. 바퀴가 돌아갈 때 발전기를 갖다 대면 페달 밟는 속도에 따라 전구가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했다. 풍력 발전의 원리는 그것과 동일하다. 풍력 발전기에서 선풍기 모터와 비슷하게 생긴 부분을 ‘나셀’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바람의 힘을 전기 에너지로 바꾼다.


풍력은 청정 에너지이지만, 풍력 발전의 확대를 논할 때마다 발전 효율이 도마 위에 오른다. 전기 생산의 주력인 화력 발전의 효율은 40~50%이고 수력 발전은 80~90%이지만, 풍력 발전은 효율이 30%이다. 상대적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또 다른 대체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는 태양광 발전이 8~15%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다행히 기술의 발달로 풍력 발전의 효율이 조금씩이나마 증가하고 있다. IFAM이라 불리는 독일 연구소는 상어 비늘을 본뜬 구조를 날개에 적용하면 날개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소음을 줄일 뿐만 아니라 효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상어 비늘은 헤엄칠 때 발생하는 작은 소용돌이가 피부에 닿지 않도록 밀어내는 역할을 해서 적은 힘으로 빠르게 헤엄칠 수 있게 돕는다. 마이클 펠프스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상어 비늘 수영복’을 입고 8개의 금메달을 따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IFAM은 나노 기술을 이용해 ‘상어 비늘 날개’의 실용화에 성공한 것이다.


유럽 여행을 한다면 관광뿐만 아니라 에너지에 대한 그들의 노력을 체험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특히 덴마크의 미델그룬덴을 추천할 만하다. 이곳은 바다 위에 줄지어 선 20기의 풍력 발전기로 유명해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놀랍게도 주민 8500여명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발전소 건설에 투자했고 여기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판매하여 정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대관령 삼양목장 등에 풍력 발전기가 있지만 풍력으로 전기 수요의 140%를 생산한다는 덴마크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이다. 독일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에 17개의 핵발전소 중 8개를 즉시 중단했고 2022년까지 모두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풍력 발전기가 미관을 해치고 소음을 유발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가 있으나 전기를 쓰지 않을 수 없는 세상에 산다면 해법을 빨리 찾아야 할 것이다. 강바닥에 쏟아부은 돈의 몇십 퍼센트만 풍력 발전에 썼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답답함은 분명 더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