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이 클 때 최고의 성과를 내는 방법   

2015. 8.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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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다보면 압박감이 극에 달하는 상황을 여러 번 경험하게 됩니다. 대학 입학을 위해 시험을 치르거나, 큰 계약을 따내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회사의 성과를 좌우하는 거대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할 때 압박감 때문에 일을 그르치거나 좌절을 경험하는 일이 간혹 생기곤 합니다. 혹자는 압박감(특히 외부로부터)이 있어야 일이 잘 되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생긴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그저 느낌일 뿐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하게 되어 생산성은 높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일의 품질은 기대하기가 어렵죠.


그렇기 때문에 압박감이 큰 상황에서도 일을 잘 해내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의 비결은 압박감을 유유히 즐기는 것이라기보다는 몇 가지 방법을 통해 압박으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를 줄이는 데 있습니다. 헨드리 와이싱어(Hendrie Weisinger)와 J.P. 폴리브-프라이(J.P. Pawliw-Fry)는 <Performing Under Pressure: The Science of Doing Your Best When It Matters Most>란 책을 통해 압박감이 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부정적인 효과를 줄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 10가지만 여기에 소개하겠습니다.





1. 또 다른 기회가 있다고 스스로를 상기시켜라

이번이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하면 실패할 경우의 상황이 머리속을 압도하는 바람에 말 그대로 ‘얼어 버리고’ 말 겁니다. 인생은 길고 그런 기회는 다시 찾아온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죽느냐 사느냐’의 관점으로 상황을 인식하지 말고, 인생에 스쳐 지나가는 여러 가지 도전 중 하나라고 여기는 게 좋습니다. 그 도전이 아주 중요하다 해도 말입니다.


2.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초점을 맞춰라

마라톤 선수가 레이스를 완주하는 비결은 피니시 라인을 통과할 때의 자기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자신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업무의 최종 결과가 아니라 내가 지금 작성하는 보고서, 내가 지금 검색하는 자료, 내가 지금 참여한 회의에 집중해야 압박감을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높은 성과지표를 목표로 부여 받은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유용하리라 생각됩니다.


3.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라

‘만약 이러면 어떻게 할까?’라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면 막연한 불안감이 줄어들고 실질적인 대비책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죠. ‘설마 그런 일이 생기겠어?’라는 생각은 압박감 하에서 ‘일 못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일주일 안에 반드시 일을 끝내야 한다면, 그 기간 안에 일을 못하게 만드는 사건들이 뭐가 있을까, 그런 사건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둬야 합니다.





4. 통제할 수 있는 것을 통제하라

압박감이 큰 상황 하에서 사람들은 이런 저런 걱정이 많습니다. 헌데 그런 걱정들을 살펴보면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들’이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걱정해봤자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과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들은 3번 항목과 같이 대비책을 강구하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해낼 수 있을까에 집중하기 바랍니다.


5. 감각에 집중하라

압박감이 커지면 내가 지금 뭘 먹는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어떤 냄새를 맡는지가 무뎌지기 쉽고 그로 인해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길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며 구름의 변하는 모양을 관찰한다든지, 들꽃의 향기를 맡아 본다든지, 감동을 자극하는 영화를 본다든지 하면서 자신의 오감이 항상 생생하게 살아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생한 오감을 가질 때 현실을 직시할 수 있습니다.


6. 음악을 들어라

이 조언은 5번과 연결되는데, 음악을 들으면 두려움과 초조함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수영선수 박태환이 경기 직전에 헤드폰을 끼고 나오는 이유가 있죠.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직전에는 보고자료를 연신 넘기며 초조해 하기보다는(이미 보고자료는 숙지했을 터이니) 이어폰을 끼고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기다리는 게 훨씬 낫습니다. 바로 실천해 보세요.





7. 속도를 늦춰라

두려움이 커지고 초조해지면 사람들은 속도를 높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리 실험에서 압박감을 큰 상황을 조성하면 남들보다 과제를 더 빨리 완료하지만 실수를 더 많이 저지른다고 합니다. 문제의 원인을 찾기보다 곧바로 해법을 내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빨리 하는 것이 아니라 ‘잘 하는 것’입니다. 일부러 속도를 늦추고 찬찬히 현재의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8. 고무공을 주물러라

말 그대로 고무공을 주무르면 압박으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가 경감된다고 합니다. 고무공을 왼손에 쥐고 주무르면, 뇌에서 잘 하나 못 하나를 의식적으로 감시하는 부분의 활동을 무디게 만드는 반면 무의식적인 반응을 통제하는 부분은 자극한다고 합니다. 사무실에 적당한 고무공(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무르지도 않은)을 하나 두고 초조해질 때마다 쥐락펴락하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9. 압박이 큰 상황을 친구와 이야기하라

혼자 고민하지 말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친구(혹은 친한 동료)에게 이야기하면 자기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친구로부터 유용한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압박감 속에 있으면 판을 읽지 못하지만 바깥에서 볼 때는 판이 돌아가는 모습을 종종 꿰뚫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혹은 친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상황을 정리하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10. 성공했던 기억을 떠올려라

슬럼프에 빠진 농구선수들을 회복시키는 방법 중 하나는 그 선수가 보였던 최고의 플레이 동영상을 반복해서 보도록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슬럼프는 역량의 저하 때문이 아니라 자신감의 저하 때문에 발생합니다. 과거에 비슷한 상황에서 일을 잘 해냈던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머리속에 그려보면(더 좋은 방법은 글로 써보면) 어떨까요? 지금의 상황도 잘 헤쳐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날 겁니다. 비록 금방은 아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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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니스'가 사랑스러운 심리학적 이유   

2015. 8. 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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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본 적이 있습니까? 알다시피 이 만화영화는 기쁨, 슬픔, 역겨움, 소심함, 분노라는 5가지 감정이 사람의 말과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을 코믹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만화영화를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기쁨(Joy)은 좋은 것이고 슬픔(Sadness)는 좋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과연 옳은지, 어린이를 타겟으로 한 만화영화가 이토록 심오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사실은 마치 뒤통수를 가격 당하듯 저에게 강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영화 속에서 항상 즐거운 ‘조이’가 ‘새드니스’가 바깥에 나오지 못하도록 원을 그리는 장면은 사람들이 ‘얼마나 슬픔을 부정적으로 여기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죠. 슬픔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감정이고, 슬픔을 비롯한 모든 감정이 어우려져 인생이 완성된다는 것으로 이 만화영화를 매듭지을 수 있습니다.



(source: 만화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슬픔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가지 심리 연구를 통해 규명된 바 있습니다. 이 주제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온 호주의 심리학자 조셉 P. 폴개스(Joseph P. Forgas)는 슬픔이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있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실험으로 밝혔습니다. 그는 59명의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10분짜리 코메디 동영상과 암으로 죽어가는 사람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보여줌으로써 즐거운 감정과 슬픈 감정을 유도해 냈습니다. 그런 다음, 학생들에게 ‘대학 등록금 인상’과 ‘호주 원주민들의 권리 인정’이라는 이슈에 대해 찬성 입장과 반대 입장으로 누군가를 설득하는 문장을 적어 내도록 했습니다. 


실험의 목적을 알지 못하는 두 명의 평가자에게 학생들이 제출한 문장의 설득력과 구체성을 평가하게 했더니, 슬픈 감정으로 유도된 참가자들이 즐거운 감정에 젖은 참가자들보다 설득력과 구체성 모두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슈에 대해 찬성 입장이든 반대 입장이든 일관되게 이런 결과가 나왔죠. 



(source: 만화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



슬픈 감정이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은 폴개스의 두 번째 실험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125명의 참가자 스스로 과거에 경험했던 사건을 적어 내도록 함으로써 즐거운 감정, 슬픈 감정, 중립적인 감정을 유도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그리고 ‘호주는 공화국이어야 한다’ 등의 이슈에 찬성 입장이거나 반대 입장으로 역시 누군가를 설득하는 문장을 쓰도록 했죠. 설득력을 평가하니, 중립적인 감정의 참가자보다 슬픈 감정의 참가자들 점수가 더 높았고, 즐거운 감정의 참가자들 점수가 가장 낮았습니다. 문장의 구체성을 평가한 결과도 동일하게 나타났죠.


슬픈 감정이 문장의 설득력으로만 좋은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폴개스는 슬픈 감정에 싸인 사람이 실제로 타인의 입장을 더 크게 변화시킨다는 점을 후속 실험으로 규명했습니다. 폴개스는 ‘슬픔의 긍정성’을 주제로 여러 연구를 했는데, 행복감이 고양된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너그러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과, 슬픈 감정이 오히려 다른 사람을 공정하게 대하게 만든다는 점을 밝혔죠. <인사이드 아웃>에서 ‘새드니스’에 의해 주인공의 문제가 좋은 방향으로 풀리는 것이 영화적인 설정이 아니라 이렇게 심리적인 근거가 있었던 겁니다.


설득하기 위해 일부러 슬퍼질 필요는 없겠지만, 이제는 슬픔을 부정적으로 보지 마세요. 만화영화 속 새드니스란 캐릭터처럼 슬픈 감정을 우리는 귀엽게 볼 필요가 있답니다.



(*참고논문)

Forgas, J. P. (2007). When sad is better than happy: Negative affect can improve the quality and effectiveness of persuasive messages and social influence strategie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3(4), 51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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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에게 야단 맞으면 동료에게 무례해진다?   

2015. 7. 3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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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묵자흑, 근주자적(近墨者黑, 近朱者赤)’이란 말이 있습니다. 먹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검어지고, 주사를 가까이 하는 사람은 붉게 된다는 뜻인데,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남의 행동이 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 의역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행동은 전염된다’는 뜻이죠. 직장 내에서 많은 직원들이 상사나 동료의 무례한 언행(폭언, 경멸, 비웃음, 심한 장난, 왕따 등)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98%의 직원이 무례함을 경험하고, 50%의 직원들은 매주 한번꼴로 그런 일을 당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서로의 행동이 영향을 미친다고 간주한다면 이토록 무례함이 조직 내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이유는 무례한 행동을 당했을 때 거기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다시 무례한 행동을 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군가에게 감기가 걸리면 다른 사람에게 감기를 옮기는 것처럼, 무례함을 전염시키는 ‘숙주’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





플로리다 대학교의 트레보 폴크(Trevor Foulk)와 동료 연구자들은 부정적인 행동이 사람들이 알고 있는 수준보다 훨씬 전염성이 높고, 감기처럼 쉽게 퍼진다는 점을 실험을 통해 주장합니다. 누군가에게 당한 무례함을 엉뚱한 타인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는 것이죠. 심하지 않은 부정적 행동 역시 그러하다고 폴크는 말합니다. 그는 90명의 학생들을 무작위로 짝을 지어 11회의 협상 세션을 7주 동안 수행하게 하고, 매회마다 협상 파트너의 무례함 정도와 본인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분노, 불안, 혼돈스러움)의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또한 그는 세 번째 협상 세션부터는 ‘협상 파트너에게 얼마의 자원을 배분할 것인지’를 학생들이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파트너와 40씩 동일하게 나누는 옵션, 본인이 50을 갖고 파트너에겐 20을 주는 옵션, 본인이 30을 갖고 파트너는 아무것도 못 갖게 만드는 옵션 중 하나를 택하게 한 것이죠. 여기에서 마지막 옵션을 선택하는 것은 본인이 30밖에 못 갖기 때문에 가장 불리하지만 파트너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음으로써 앙갚음할 수 있는, 가장 적대적인 옵션입니다. 


분석 결과, ‘이전 파트너’에게서 무례함을 경험한 사람은 ‘다음 파트너’로부터 무례하다고 평가 받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다음 협상 파트너’는 그 사람에게 적대적인 옵션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전 파트너’와 ‘다음 파트너’ 사이에 상호작용이 없었음에도 말입니다. 7주 동안 이 실험이 이어졌기에 협상 세션들 사이의 공백기가 1주일인 경우도 있었지만, 이런 효과는 여전히 나타났습니다.


폴크는 후속실험에서 누군가에게 무례하게 행동을 하는 모습을 경험하면 ‘무례함’에 대해 민감해진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그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실험실에 늦게 도착한 공모자를 인격적으로 모독하면서 혼을 내는 상황을 지켜보게 했습니다. 그런 다음, 옳은 단어와 틀린 단어(존재하지 않는 단어)를 빠르게 판단하는 과제를 수행하게 했죠. 그랬더니, 무례한 상황을 본 참가자들은 무례함에 관련된 단어들(bluntly, boorish, brutish, infringe, obscene, surly, tactless, disturb, pushy, intrude)들을 특별히 빨리 알아차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무례함을 경험하면 다른 사람의 행동을 해석하는 데 영향을 받고 결국 자기 자신의 행동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폴크가 수행한 세 번째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연구는 앞서 언급했듯이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무례한 언행들이 상대방 뿐만 아니라 그걸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염을 시키고, 한번 전염이 되면 타인에게 무례하게 행동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무례하게 구는 사람을 경멸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과 똑같이 타인에게 무례하게 행동하게 된다는 것을 꼬집고 있죠. 흔히 같은 회사에 다니면 ‘한솥밥을 먹는다’라고 표현하는데(저는 이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 말은 그만큼 나의 행동이 남을 전염시키기 쉽고 남에게 전염되기 쉬운 조건에 있다는 뜻으로 비틀어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상사로부터 심한 말을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동료에게 무례하게 행동할지 모릅니다.



(*참고논문)

Foulk, T., Woolum, A., & Erez, A. (2015). Catching Rudeness Is Like Catching a Cold: The Contagion Effects of Low-Intensity Negative Behavior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DOI: 10.1037/apl000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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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만족도를 높이면 회사 성과가 좋아질까?   

2015. 7.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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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자들과 경영 컨설턴트들을 흔히 말합니다. “직원이 업무와 회사에 만족할수록 회사 성과에 더 많이 기여한다.” 만족도와 충성도(loyalty)가 높은 직원들이 고객의 니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그런 직원일수록 회사를 오래 다닐 가능성이 커서 좋은 인력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장기적으로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 바로 그들의 논리입니다. 에드워드 데밍과 같은 경영의 구루를 비롯하여 수많이 경영학자들이 논문과 저서를 통해 이야기한 터라 반박의 여지가 전혀 없는, 소위 ‘경영의 진리’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죠.





하지만 영국 워윅 대학교의 라이언 실베스트로(Rhian Silvestro)는 그것이 진리가 아닐 수 있음을 경험적 근거를 가지고 주장합니다. 그는 2002년에 영국의 유명 슈퍼마켓 체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경영의 구루들이 논리가 현장의 데이터로 증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습니다. 직원만족도와 회사 성과 사이에는 정(+)의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부(-)의 상관관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죠. 실베스트로가 연구 대상으로 삼은 슈퍼마켓 체인의 CEO는 평소 직원만족도와 충성도가 회사의 이익과 성장의 실질적인 동인임을 굳게 믿고 있었고 그런 철학을 관리자 교육 프로그램에 반영할 정도였기에 더 흥미로운 결과였습니다.


그는 직원들의 이직률, 지인의 입사 추천 의지, 근무시간 등을 충성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하고, 매장의 단위면적당 매출, 단위면적당 이익기여도, 노동시간당 이익기여도 등을 이익과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채택했습니다. 또 매장 당 20~30명 가량 근무하는 직원들에 설문을 돌려 직원만족도를 측정했습니다. 


상관관계를 분석하자 경영학자들의 주장과는 반대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직원만족도가 높을수록 직원의 충성도가 높긴 했지만, 단위면적당 매출과 이익기여도는 직원만족도가 높을수록 오히려 낮았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직원만족도가 높은 매장일수록 노동생산성(노동시간당 이익기여도)이 낮았고 이익률도 낮았습니다(아래 그래프 참조). 



(Source: 아래 명기한 논문)


(Source: 아래 명기한 논문)



연구 여건 때문에 전체 매장이 아니라 6개 매장을 대상으로 분석한 것이지만 통계적으로는 유의한 결과였습니다. 실베스트로는 직원만족도가 매장의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매장의 ‘규모’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말합니다. 소매업계에서는 규모가 큰 매장이 작은 매장보다 이익이 더 큰 것이 통상적인데, 이 슈퍼마켓 체인도 그렇다는 것이죠. 또한 매장의 규모가 클수록 같은 지역에서 다른 업체와 경쟁이 치열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럴 경우 직원들은 성과 압박을 더 크게 받아 만족도가 떨어지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이 연구의 결과처럼 매장의 성과가 좋을수록 직원만족도는 나빠질 수 있는 것이죠.


실베스트로의 연구는 (그가 논문에서 줄곧 염려하는 것처럼) 샘플 사이즈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그러나 통계적으로는 유의함), 직원만족도가 곧 회사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지극히 단선적일 수 있음을 경고하기에는 충분합니다. 회사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상당히 많고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회사 성과를 높이기 위한 드라이버로 직원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조치들은 실패하기가 쉽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또한, 직원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방법들을 시도했는데 성과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실망감이 커져서 직원만족에 오히려 소홀해질 위험이 있음을 암시하죠.


성과 창출의 방정식은 변수가 하나뿐인 ‘1원 1차 방정식’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 이 연구의 주된 시사점입니다. 또한 경영학자들과 경영 컨설턴트들이 진리라 주장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를 실제 데이터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교훈이죠. 그냥 믿고 추진하기보다는 정말로 회사 상황에 적합한지를 가능한 한 정량적으로 판단하고 나서 직원만족도 향상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하고, 직원만족도만으로 성과를 끌어올리겠다는 발상은 접어야 합니다.


구글처럼 업무환경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면 직원들은 만족할 겁니다. 하지만 만족한 직원은 그저 즐길뿐, 회사 성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끝으로, 혹여 이 글을 ’직원만족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잘못 해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참고논문)

Silvestro, R. (2002). Dispelling the modern myth: Employee satisfaction and loyalty drive service profitability. International Journal of Operations & Production Management, 22(1), 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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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한국인은 미쳤다'고 말하는가?   

2015. 7.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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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년병 시절의 이야기다. 평가 시즌이 되자 팀장이 직원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면담을 진행했다. 팀장이 내게 읽어보라고 건넨 평가지에는 점수뿐만 아니라 동료 직원들의 코멘트가 함께 적혀 있었다. 회사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다면평가의 결과물이었다. 담담히 읽어가던 중 눈에 걸린 단어가 있었다. “조직 부적응자.” 순간 귓불이 뜨거워질 정도로 혈압이 올랐다. 함께 적혀 있던 이유 때문에 더 그랬다. “동료들과 잘 어울리려 하지 않는다. 친화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내 자리로 돌아와 감정을 억누르고 기억을 떠올려보니 사실 그럴 만도 했다. 그들의 관점에서는 포커 치러 가자거나, 볼링 치고 술 한 잔 하자는 말을 자주 거절했던 내가 친화력 빵점의 조직 부적응자로 보였을 테니까. 토요일 오전에 열린 사내 등산대회에서 집결장소 코앞까지 갔다가 ‘내가 뭐하는 짓인가?’란 생각에 조용히 내빼버렸고, 야근하러 저녁 먹으러 가는 동료들의 따가운 시선을 뒤로 하고 자주 ‘칼퇴근’ 하던 나였으니 말이다.


성과를 중시한다는 회사 방침으로 볼 때 초과근무 없이도 정해진 기일에 나름 완벽한 결과물을 무리 없이 내놓는다고 팀장이 인정하는 내가, 고객 중심이 핵심가치 중 하나인 회사에서 ‘고객 지향’ 항목에 높은 평가를 받은 내가 왜 조직 부적응자인가? 그때의 나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나는 납득이 좀 된다. 그들에게 성과는 결과물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표시’를 의미했고, 그들에게 고객은 돈을 주는 진짜 고객이 아니라 ‘상사’를 뜻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왜곡된 정의는 여전히 한국 기업들에 만연해 있다. 


(이 글은 <한국인은 미쳤다>에 수록된 저의 추천사입니다.)



한국 기업의 조직문화 문제를 이야기해보라면 가장 먼저 드는 것이 야근이다. 통계에 따르면 일주일에 평균 2.8일을 야근하고 매일 야근하는 경우도 20퍼센트를 넘는다. 1년에 OECD 평균보다 392시간이 넘는 2,163시간을 근무하면서도 생산성은 절반 수준이다(2013년 OECD 데이터베이스 기준). 이 책의 저자는 외국인의 시각으로 10년 동안 한국 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이 문제의 핵심에 파고든다. 한국 직장인들이 하루에 12~14시간을 회사에 바치는 이유는 성과 창출의 압박을 상사에게 ‘얼굴을 보이는 시간’으로 돌파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직에서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윗사람에게 일을 열심히 하는 듯 보이려 한다는 것이다. 성과와 고객은 이런 목적에 비하면 하찮은 것으로 간주된다.


한국 직장인들에게 진짜 고객이 상사인 까닭은 ‘까라면 까라’는 말로 표현되는 군대식 계급 문화로 설명할 수 있다. 모 기업의 컨설팅 최종보고회 때 있었던 일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최종보고 전에 나와 인사담당자는 CEO에게 조직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 몇 가지 논리를 함께 논의하고 합의했다. 보고를 진행하다가 CEO가 말을 끊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예상된 반응이었기에 나는 그의 의견을 사전에 합의된 논리로 반박했다. CEO의 반대 이유는 누가 봐도 빈약했지만, 놀랍게도 인사담당자는 “회장님 말씀이 옳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라며 즉각 동조했다. 게다가 최종보고가 끝나고 나서 “거기에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라며 나를 나무라기까지 했다. VIP의 말 한 마디에 거금을 들여 수개월 간 컨설팅한 결과물이 하루아침에 휴지가 됐다. 나는 경악했고 분노했다. 


저자 역시 프랑스 법인이 독창적으로 시작했고 고객들도 좋아한 ‘워시 바(Wash Bar)’ 프로젝트를 단지 부회장이 마음에 안 들어 한다는 사유만으로 없애버린 사례를 들며 한국 직장인들에게 진짜 고객은 상사라는 점을 고발한다. 고객이란 말을 쉽게 풀면 ‘만족시켜야 하는 대상’이다. 고개를 들어 벽에 붙어 있는 사훈을 보라. 고객이 빠지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 고객은 누구를 말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라.




사실 저자가 제기하는 한국 기업의 조직문화 문제를 우리가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를 낯부끄럽게 만드는 이 책을 이 시점에 읽고 되새겨야 할 부분이 몇 가지 있다. 첫째, 한국 기업들이 인간관계를 중시한다는 말은 환상이다. 저자가 밝혔듯, 한국 본사에서 높은 임원이 프랑스에서 신제품 광고가 잘 되고 있는지 시찰하러 온다는 말에 유통업체를 설득해 그 시간만 자기 회사의 TV를 전면에 깔도록 부탁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인화’를 중시한다는 엘지라면 자기네 체면을 살려준 유통업체들에게 고마워할 법도 한데 법인장은 입을 싹 씻었다. 협력업체와의 인간관계, 정(情)을 중시하는 문화는 목표 달성이라는 미명 하에 온데간데없어졌다. 오로지 ‘갑’과 ‘을’이라는 인간관계만 존재한다.


둘째, 조직에서 개인이 철저하게 소외됐다는 점이다. 프랑스 법인의 간부 직원이 과로로 쓰러져 수술을 받고 나오는 자리에서 한국인 직원들이 의사를 붙잡고 처음 내뱉은 질문이 이를 말해준다. “언제 다시 복귀할 수 있을까요?” 나름대로 걱정되어 한 말이었겠지만 “환자는 괜찮나요?”란 말 대신 환자의 업무 복귀를 염려하다니, 이것은 조직 내에서만 자아를 발견하고 조직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한국 직장인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진정 ‘나’를 위해 일하는 한국 직장인은 얼마나 될까?


셋째, 이상한 방법으로 ‘한국’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영어로 대답한 저자에게 신임 부회장이 “한국어를 잘 못하는군요.”란 핀잔을 줬다는 점, 신임 부회장 취임 후 회사 내 유일한 언어는 한국어라면서 다른 언어로 번역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사례만으로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신임 임원 워크숍에서 부인들을 모아 놓고 남편의 원활한 근무를 위해서는 입을 닫고 아내로서 완벽한 내조를 해야 한다는 교육을 왜 하는 걸까? 왜 회사가 가정생활까지 직장생활의 연장선에 놓으며 간섭하는 걸까? 회사를 위해서라면 가족 구성원들도 동참하라는 것은 만용 아닌가? 이것이 한국의 문화인가? 


모 그룹사의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나는 한국 기업의 조직문화 문제를 한창 설명하던 중이었다. 내내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수강생이 손을 들었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주변 직원들은 퇴근시간이 되면 상사 눈치 안 보고 바로 퇴근하거든요. 선생님의 말씀은 요즘의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네요.”


조금 당황스러웠다. 무어라 답할지 시간을 벌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반문하는 나를 다른 수강생이 구제해주었다.


“사업장마다 다른 것 같은데요. 제가 근무하는 곳에서는 상사 눈치 보느라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열에 일곱은 되거든요. 아직 심한 상태입니다.”


그렇다. 많이 개선됐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갈 길이 멀다. 이 책이 고발하는 우리 기업의 고질적인 조직문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첫째, 상사가 아니라 고객을 위해 일하라. 저자가 많은 사례로 고발했듯이, 업무들 중 상당수가 윗사람에게 보고하고 결재 받기 위한 일들이고 상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일들이다. 아침에 사장실 앞에 결재판을 들고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 마치 어른의 허락을 받을 수 있는지를 염려하는 아이의 초조함이 느껴진다. 서양인이라고 해서 일을 적게 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성이 높은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정해진 업무시간에 핵심적인 업무에 집중해서 일하기 때문이다. 상사 비위를 맞추기 위한 요식행위만 사라져도 야근은 줄어들고 성과는 높아질 것이다.





둘째, 성과주의를 재고하라. 높은 목표를 부여하고 보상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면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것이라는 단선적 사고를 버려라. 많은 연구가 증명하듯이 성과주의는 어떻게 해서든 평가점수만 높이려는 동기를 자극하는 바람에 정치에 능한 직원들을 중용하고 진정한 성과를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을 실망시킨다. 이렇게 조직의 활력이 저하되면 다시 강력한 성과주의로 직원들을 채찍질하면서 악순환을 지속시킨다.


셋째,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라. 한국 기업에 다니는 어느 미국인이 자신의 블로그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야근, 계급문화, 회식 관행보다 그를 가장 화나게 만드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동료들이었다. 변화는 침묵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한다. 모닝커피를 금하고 토요일에도 출근하게 만든다고 술만 마시는 신세 한탄은 이제 그만하라. 어차피 다음날에도 무슨 일 있었냐며 순응할 텐데 말이다. 진정한 고객과 성과에 복무하려면 우리의 조직 문화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고민하고 그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라.


지금 나는 독일의 어느 호숫가에 앉아 이 글을 쓴다. 물이 꽤 깊고 찬데도 독일인들은 아무 제약 없이 수영을 즐기고 있다. 유명 관광지라 수영하다가 사고가 났을 법한데 경고문도 없고 안전요원도 없다. 우리나라 같으면 야단법석일 텐데 말이다. 왜 그럴까 궁금해 하다가 이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고 또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게 틀림없다는 답을 얻었다. 그리고 조직의 통제와 논리에 순응하고 조직인으로서의 자아를 중시하는 우리들은 과연 이들 독일인들처럼 삶을 즐길 수 있을까란 생각에 이르렀다. 


저자가 지적하는 것은 단지 한국 조직은 문제가 많고 서양의 기업 문화는 좋다는 이분법적 비교가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그리고 ‘나’를 위해 일하는 것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갖게 한다. 책 제목처럼 조직에 미쳐버린 한국인들이 ‘나’를 잃어버렸는데도 잃어버렸는지조차 모른다는 사실, 이것이 그의 까칠한 문장 속에서 건져내야 할 진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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