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이 벌면, 많이 놀 수 있을까?   

2015. 5. 1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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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2030년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주일에 15시간만 일하면서도 과거보다 많은 부를 축적할 것이고 더 많은 레저 시간을 즐길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주당 4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이고 어떤 사람들은 70~90시간 일하곤 합니다. 


물론 필요 이상으로 돈을 벌지 못해서 어쩔수없이 과중한 노동시간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만,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는 ‘먹고 살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버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은 놀기보다는 일에 파묻혀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지입니다. 여러분이나 저나 “돈을 많이 벌면서 쉬엄쉬엄 일하고 싶다”고 푸념 섞은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돈을 남들보다 많이 벌게 되면 과연 그에 맞춰서 일을 덜 하고 더 많이 놀게 될까요? 여러분은 어떨 것 같습니까?





시카고 대학교의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시(Christopher K. Hsee)와 동료 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돈을 많이 벌수록 필요 이상으로 많이 벌려는(overearing) 심리(혹은 관성)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보통 가족의 행복을 위한 가장의 책임감,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 편하게 살고 싶은 욕망, 명예로운 생활 등으로 ‘overearing’하려는 이유를 설명하곤 하지만, 시는 그런 이유를 통제한 상태에서도(즉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만든 상태에서도) overearing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시는 불쾌한 소음을 들은 회수에 따라 상으로 초콜릿 바를 주는 실험을 했습니다. 첫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은 소음을 20번 들을 때마다 1개의 초콜릿 바를 받았고, 두 번째 그룹은 120번을 들어야 초콜릿 바 하나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첫 번째 그룹은 ‘많이 버는 그룹’이고 두 번째는 그렇지 못한 그룹이었죠. 참가자들은 소음 듣기 과제를 끝내고 자신들이 획득한 초콜릿 바를 먹을 수 있었는데, 다 먹지 않고 남겨도 무방했습니다. 이렇게 참가자들은 먹을 만큼의 초콜릿 바를 얻기 위해 소음을 들어야 하는 ‘일’을 해야 했고 나머지 시간엔 피아노 곡을 들으면서 쉴 수 있었죠.


결과가 어땠을까요? 20번 소음을 들을 때마다 초콜릿 바 하나를 버는 그룹은 평균 10.74개의 초콜릿 바를 획득한 반면, 초콜릿 바 하나당 120번 소음을 들어야 했던 그룹은 평균 2.54개밖에 얻지 못했습니다. 이는 당연한 결과였죠. 또 ‘고소득 그룹’은 4.74개의 초콜릿 바를, ‘저소득 그룹’은 1.68개의 초콜릿 바를 먹었습니다. 다시 말해 고소득 그룹은 평균 6개의 초콜릿 바를, 저소득 그룹은 평균 1개의 초콜릿 바를 남겼다는 것이죠. 


흥미로운 사실은 ‘먹을 수 있는 초콜릿 바 개수’와의 비교에서 나타났습니다. 시는 별도의 사람들에게 실험 내용을 상상하게 하면서 몇 개 정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었는데, 그때 나온 개수는 3.75~3.77개였습니다. 따라서 고소득 그룹은 필요보다 7개 가량의 초콜릿을 더 벌었던 것이고 그 7개를 더 얻기 위해 140번 가량(초콜릿 바 1개당 20번)의 소음을 더 참아냈던 겁니다. 소음을 들을 시간에 피아노 곡을 들으며 편히 쉴 수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이 간단한 실험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지면 필요한 만큼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휴식을 취할 수 있겠다는 일반인들의 ‘다짐’이 말처럼 쉽지 않음을 보여 줍니다. 돈을 많이 벌면 별 생각없이 돈을 축적하게 된다는 점도 드러냅니다. 시는 일하는 시간을 결정하는 요소는 ‘시간당 소득’ 혹은 ‘투입 노동 대비 소득’이 아니라, 일을 하느라 몸이 느끼는 피로와 관련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고소득 그룹이 평균 215번의 소음을, 저소득 그룹이 305번의 소음을 들었던 것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습니다. 즉, 고소득자는 “충분히 벌었으니까 이제 쉴 시간이다”라기보다 자기 몸이 지치지 않는 한 일을 계속한다는 뜻이죠. 정리하면,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지면 더 많이 놀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일지 모른다는 점을 이 실험이 꼬집습니다.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이미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시의 실험을 접하고 나니, 이 말은 돈이 많다고 해서 자연스레 노는 시간이 많아지지 않는다는 점, ‘노는 것’은 수동적인 상태가 아니라 적극적인 활동이란 점을 뜻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여러분과 비슷한 조건의 친구에게 “너는 이 정도만 벌면 충분해”라고 조언할 때의 금액보다 여러분이 제법 많이 벌고 있으면서 “돈이 많으면 놀 시간이 많을 텐데”라고 푸념하고 있지 않나요? 만일 그렇다면 이제 ‘적극적으로’ 놀 시간은 아닐까요? 물론 방법은 각자 찾아야겠죠.



(*참고논문)

Hsee, C. K., Zhang, J., Cai, C. F., & Zhang, S. (2013). Overearning. Psychological science, 0956797612464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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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인사는 관리가 아니다. 과학이다   

2015. 5. 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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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5년 전의 일이다. 이직을 계획하던 나는 모 컨설팅 회사의 임원과 면접을 보게 됐다. 그 회사는 국내 유수의 그룹사의 일원으로서 그룹 내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인하우스 컨설팅사’였다. 임원은 내게 물었다. 


“우리 그룹의 핵심역량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고백하자면 나는 그 회사를 들어가도 그만 안 들어가도 그만이었다. 당시 다니던 컨설팅사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자리잡고 있던 중이었고 파트너로 승진하겠다는 당찬 포부까지 가졌던 터였다. 그저 나의 ‘시장 가격’이 어느 정도인가를 테스트해 보려는 요량으로 헤드헌팅 사의 면접 제안을 수락했었다. 나는 거침 없이 대답했다. 


“핵심역량이라고 할 만한 게 과연 있습니까? 이렇게 규모가 커진 건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었습니까? 어쩌면 정치적인 상황을 잘 활용한 걸 핵심역량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임원은 당황한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결과는 어땠냐고? 당연히 떨어졌다. 그래도 내심 2차 면접까지는 가길 원했던 나는 조금 섭섭한 마음이었지만 “채용되어 일을 하게 되면 고객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발생시킬 거라고 판단한 것 같다”는 헤드헌터의 말을 듣고서 서운하던 마음을 싹 비워냈다. .





이 책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를 감수하면서 15년 전의 일이 새삼 떠오른 까닭은 구글이라면 내 당돌한 답변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해서다. 구글이었다면 면접관으로 하여금 자신의 의견을 꼼꼼히 기록하게 한 후에 다른 면접관이 그 기록을 보며 재차 판단하게 했을 터이고 무엇보다 한번의 인터뷰로 나를 불합격시키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내가 적임자가 아니었더라도 말이다). 


저자가 소개하듯이 구글의 면접 과정은 매우 천천히 이루어진다. 면접관 한 사람의 판단에 의해 우수인재를 초기에 놓치거나 형편없는 지원자를 뽑게 되는 실패를 막기 위해 심사숙고한다. 구글이 ‘자기복제 재능 머신’을 창조하고 계속 진화를 거듭하는 까닭은 남들은 모르는 특별한 비법이 있어서가 아니라 달팽이처럼 느린 속도로 인재를 거르고 또 거르는, 그래서 때로는 지원자를 지치게도 만드는 우직한 방법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비록 업무가 마비되는 한이 있어도 적임자를 찾을 때까지 수십 번의 면접을 마다하지 않는다. 많은 기업이 구글의 ‘사람 운영(People Operation)’ 비법을 알아도 못 베끼는 첫 번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무가 시급하다는 이유로 헤드헌팅 사에 의존하고 두 세 번의 면접으로 적당한 역량과 적당한 경력을 갖춘 사람을 빨리 뽑는 게 기업들 대부분의 현실이니 말이다.


구글은 절대 추측하거나 예단하지 않는다. 새로운 인사제도나 규정을 만들 때 반드시 실험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따른다. 의학계에 ‘근거중심 의학’이란 말이 있듯이 구글은 ‘근거중심 인사’를 실천한다. 구글의 ‘인사 실험법’은 알고 보면 아주 간단하다. 여러 가지 조건이 동일한 두 개의 그룹을 선정한 다음 한쪽 그룹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다른쪽 그룹에는 특정 조치를 취해서 두 그룹 간의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피는 것이 전부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인사 실험의 백미는 ‘관리자의 자질은 팀 성과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라는, 직원들에게 널리 퍼진 미신을 깨뜨렸다는 데 있다. 최고의 관리자와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은 최악의 관리자를 모시는 직원들에 비해 높은 성과를 나타내고 이직률도 낮았기 때문이다. 어떤 직원이 사직서를 낸다면 그건 회사를 떠나는 게 아니라 나쁜 관리자를 떠나는 것임을 구글은 엄밀한 실험과 분석을 통해 규명했다. 


구글의 인사는 관리가 아니다. 과학이다. 이 점이 구글의 사람 운영 비법을 알아도 못하는 두 번째 이유인데, 많은 기업들이 특성상 인사는 계량적인 관리가 어렵다고 간주하는 탓에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외면한다. 그래서 하다 못해 고된 과제를 끝낸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선물을 줘야 하는지 아니면 그만큼의 돈으로 줘야 하는지 결정하는 사안에도 왈가왈부 추측이 난무하고 지지부진하다. 의미를 기억해내는 데 있어 선물이 돈보다 효과가 높다는 것을 밝힌 구글처럼 정량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실험 한 번이면 논란이 깨끗이 정리될 텐데 말이다. 


이런 실험과 면밀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이유는 사람 운영 부서를 매우 새로운 방식으로 편성한 데 있다. 독특하게도 구글은 인사에 잔뼈가 굵은 사람 뿐만 아니라 전략 컨설턴트 출신과 수학, 물리학, 심리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사람을 팀원으로 구성한다.


구글은 학계의 연구를 활용하는 데에도 앞서간다. 베스트셀러 <넛지>를 읽은 리더들은 많겠지만 정책 실행에 응용한 리더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구글은 직원들이 자신도 모르게 좀더 건강에 좋은 음식을 찾도록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넛지를 실험하고 있다. 식당의 접시 크기를 작게 한다든지 사탕이나 초콜릿 같은 식품은 불투명한 용기에 담는다든지 하는 조치는 정밀한 실험 과정을 거쳐 시행되었다. 


심리학자 매슬로의 욕구단계설을 토대로 ‘라즐로의 피라미드’라고 불리는 인사의 지향을 명확하게 설정한 부분을 읽던 나는 저자에게 존경심마저 들었다. 구글에서는 책이 장식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성과를 높이는 실천적 지혜로 승화된다. 이것이 구글의 사람 운영 비법을 알아도 못하는 세 번째 이유가 아닐까?



저자 라즐로 복



이 책에서 독자의 관심이 가장 집중되고 가장 논란을 일으킬 만한 부분은 보상 부분이 아닐까 싶다. 구글은 공정한 보상에 의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우수인재가 보통인재의 몇 사람분을 수행한다면 우수인재에게 몇 사람분의 연봉을 지급하는 게 공정한 보상이라고 주장한다. 우수인재가 회사를 나가는 까닭은 그가 기여하는 성과에 비해 보상은 턱없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내부 공정성’이라는 이유로 우수인재라 할지라도 그저 보통인재보다 조금 더 많이 보상하는 기업들은 소위 ‘중간에 치고 들어오는’ 경력사원들에게는 높은 연봉을 약속하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한다. 


그 우수인재가 자신의 가치를 온전히 보상 받을 방법은 회사를 그만두는 것뿐이다. 모 컨설팅 사와의 면접 후에 나는 프로젝트를 연달아 수행하느라 정신이 없던 차였다. 새로 입사한 동료의 책상을 지나던 나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다. 그것은 연봉 계약서였다. 거기엔 동료가 받기로 한 연봉 액수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당시 내가 받던 연봉의 1.5배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헛웃음이 나오더니 급기야 분노가 치밀었다. 그 동료는 컨설팅 경력도 없고 현업 경험도 전무한 초보였다. 


내가 적극적으로 이직을 계획했던 것은 그때부터였고 6개월 후 나는 다른 회사로 옮겨 갔다. 물론 그 동료보다 더 많은 연봉으로. 구글은 동일업무, 동일직급이라 해도 성과의 차이에 따라 확연하게 차등을 두는 보상 방식을 추구한다. 아마도 내부 공정성이란 올가미에 묶인 기업들은 이러한 구글의 사람 운영 비법을 알아도 실천하지 못할 것이다. 


감수를 위해 원고를 읽어가던 내 눈에 처음부터 걸리던 말은 ‘사람 운영’이란 단어였다. 그냥 ‘인사관리’ 혹은 ‘인적자원 관리’라고 하면 될 것을 왜 사람 운영이라고 했을까? 직역이 과한 것일까? 이런 의문은 책을 읽어가면서 차차 해소되었다. 많은 이들이 ‘사람 운영’을 ’사람을 운영한다’라는 문장으로 해석하겠지만, 나는 ‘사람이 운영한다’라는 뜻으로 읽어야 한다고 본다. 직원뿐만 아니라 그들 가족의 행복을 함께 염려하며, 직원의 기대를 앞서 발굴하고 만족시켜주고, 하루하루가 끝없는 놀라움의 연속으로 만들어 주고, 결국 직원이 ‘인사의 열반’에서 자신의 역량을 말 그대로 마음껏 ‘운영’하도록 돕는 것이 구글이 추구하는 인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인사 분야의 컨설턴트이다보니 ‘선진 기업의 사례’를 자주 요청 받는다. 그때마다 난감하다. 내부의 비밀을 어떻게 공개하겠는가? 이제 더 이상 다른 곳에서 사례를 구하지 말고 이 책을 읽어라. 인사 담당자들의 숱한 고민들을 이미 구글 역시 했고 독창적인 해법으로 좋은 성과를 거뒀으니까 말이다. 진짜로 놀라운 것은 자신들의 비결을 이 책에 상세히 공개했다는 것이다. 일찌기 이런 책을 본 적이 없다! 그러니 구글의 사람 운영 비법을 알고도 못하는, 더 이상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기 바란다.



(* 이 글은 2015년 5월 7일자로 출간된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에 실린 저의 '감수의 글'입니다. 지금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도 제가 강력 추천하는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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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를 보면 뇌는 중독된다   

2015. 4. 2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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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는 주말 내내 진행된 워크숍을 끝내고 회식을 겸해 스태프들과 함께 <위플래쉬>란 영화를 관람했다. 솔직히 영화관에 들어가기 전에는 ‘피곤한데 왠 영화?’란 생각에 살짝 후회스러웠고 광고가 나오는 동안 깜빡 졸기도 했다. 하지만 긴장감 있는 스토리와 주인공의 격렬한 드럼 소리에 빠져 들다보니 피곤함은 말끔히 사라졌고, 영화관을 나설 때는 마치 시원한 물로 온몸을 샤워한 듯이 뇌가 개운해졌다. 스태프들은 모두 신기해 했다. 처음엔 피곤해서 집에 가겠다던 스태프들은 한껏 밝아진 표정으로 술 한잔 하자며 내 팔을 잡아끌 정도였으니까.





어찌된 일일까? 이유는 천연 마약이라 불리는 ‘도파민’ 분비 때문이다. 호르몬의 일종인 도파민은 쾌락과 환각을 경험하게 해주는데, 캐나다 맥길대의 신경심리학자인 로버트 자토르는 음식, 스포츠, 섹스뿐만 아니라 음악도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음악이 최고조에 이르기를 기대하는 동안 뇌의 ‘미상핵’이란 부위에서 도파민이 분비됐고, 최고조에 이르면 ‘측좌핵’에서 역시 도파민이 분비되었던 것이다. 


우리 스태프들의 뇌를 자기공명영상(fMRI)로 촬영했다면 주인공이 드럼 템포를 늦추다가 점점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연주하는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왕성하게 분비되는 도파민을 뚜렷이 관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영화가 스태프들의 뇌를 도파민으로 샤워시킬 수 있던 까닭은 재즈 음악에 대한 거부감이 다들 없었기 때문이다. 자토르의 연구에 따르면 싫어하는 음악을 들을 때 도파민 분비가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한다.


신경전달물질인 호르몬은 인간 행동을 지배하기도 하고 인간 행동에 의해 그 수치가 변한다. 벨기에의 연구팀이 실험참가자의 코에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을 뿌린 후에 ‘신뢰게임’을 진행하게 했다. 이 게임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이 받을 돈을 파트너와 나누면 공유한 돈의 세 배를 실험진행자로부터 받을 수 있었지만, 파트너를 신뢰할 수 없으면 돈을 나누지 않아도 됐다. 게임 결과, 코에 옥시토신이 뿌려진 참가자들이 파트너를 훨씬 더 신뢰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더 많은 돈을 파트너와 공유했기 때문이다. 옥시토신은 무조건 상대방을 믿도록 만드는 묘약은 아니지만 특정 조건에서 신뢰감을 높인다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신경경제학자인 P. J. 작크는 인간 행동에 의해 옥시토신 수치가 변한다고 말한다. 그는 참가자들이 사전에 서로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측정하고 신뢰게임을 진행하도록 했다. 나눠줄 금액을 결정한 참가자의 혈액을 채취하여 호르몬 수치를 분석하니 많은 금액을 나눈 참가자일수록 혈중 옥시토신의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상대방을 신뢰할수록 옥시토신 분비가 왕성했던 것이다. 


옥시토신은 정서적 안정감을 촉진하고 유대와 협력 행동을 강화하는데, 앞서 언급한 도파민의 분비를 자극하는 역할도 한다. 옥시토신은 신뢰를 구축하고 하는 동기를 높이고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호르몬이다. 신뢰는 옥시토신을 분비시키고 옥시토신은 서로의 이득을 높이는 데 기여하며 높아진 이득은 다시 신뢰를 강화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반면, 신뢰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신뢰의 상실은 양자 모두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우리의 몸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스트레스의 고통을 경감시켜주고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코르티솔에 장기간 노출되면 오히려 면역체계가 약화되고 늘 긴장 상태가 되며 집중력도 떨어지고 신경이 예민해지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벼락치기로 공부한 내용을 시험 보는 동안 하얗게 잊어버리는 이유 역시 코르티솔 때문인데, 스트레스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된 코르티솔이 기억력을 약화시키는 탓이다. 타인으로부터 불신을 자주 받는 사람에게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과학적 이유다. 이를 아는지 폭주족과 문제아를 받아들여 능력 있는 기술자로 양성해내는 주켄공업의 마츠우라 모토오 사장은 “서로 권리를 인정하고 서로에게 무조건 믿음을 주어야 한다. 그것은 (경영자의) 의무다.”라고 말한다.


‘도파민 샤워’ 효과를 경험한 나는 며칠 후에 다시 <위플래쉬>를 봤다. 도파민의 분자 구조가 마약과 비슷하다고 하니 아무래도 ‘음악 중독’이란 게 있는 모양이다.


(* 이 글은 제가 월간 샘터 5월호 '과학에게 묻다' 코너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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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 과정 3기   

2015. 4. 1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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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가장 확실한 방법,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 3기 수강생을 모집합니다.



‘허니 버터칩’ 생산을 늘려야 할까?

품귀 현상이 벌어졌던 허니버터칩, 여러분이 해태제과 관계자였다면 "허니버터칩을 증산해야 할까?”란 고민이 가장 컸을 겁니다. “소량 생산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모처럼 찾아온 '매출 수확'의 기회를 최대로 이용하기 위해 증산에 돌입할 것인가?” 이런 고민이 딜레마로 느껴지는 이유는 '허니버터칩의 향후 수요'를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이는 몇년 전에 열풍을 일으키던 '꼬꼬면'을 떠올려 보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죠. 또 하나의 불확실성은 유사제품의 등장으로 제품이 진부해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딜레마에 빠진다면 어떻게 의사결정하겠습니까? 매출을 예측해서 증산 여부를 결정해야 할까요? 그러다 예측이 틀리면 어떨까요? 불확실성으로 인한 딜레마 상황에서 여러분에게 필요한 의사결정 도구가 바로 ‘시나리오 플래닝’입니다.


해태제과는 결국 허니버터칩을 증산하기로 결정 내렸다고 합니다. 과연 그 결정이 옳은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다른 팀으로 옮겨 달라 팀장에게 말할까?

어제까지 팀장이었던 사람이 동등한 팀원이 되고 새 팀장이 임명됐습니다. 불행히도 새로 온 팀장은 회사에서 평판이 좋지 않아서 한직으로 밀려난 사람입니다. 그에게 타부서로 이동하고 싶다고 말하면 허락을 받을 수 있을까요? 만일 그가 날 붙잡으면 국으로 2년은 이 팀에서 썩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그래 니 맘대로 해라’하면서 순순히 날 보내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새 팀장이 어떻게 나올지 그게 참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새 팀장에게 다른 팀으로 옮기게 해 달라고 당당히 요구할까요? 거부 당하더라도 지금 말해야 할까요?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불확실성이 증폭될 때 예측에 기반한 전략은 실패하기 마련입니다. 예측을 통해 불확실성을 이기겠다는 발상은 구태의연하고 실패하기 십상인 전략을 이끌 뿐입니다. 한때 지하철 내에서 누구나 읽던 무료신문들이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일시에 자리를 감추었습니다. 불과 2~3년 안에 벌어진 일입니다. 여러분은 이를 예측할 수 있었습니까? 


시나리오 플래닝은 예측과는 다릅니다. 불확실성에 따라 펼쳐질 수 있는 여러 개의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각각의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전략을 따로따로 마련하여 불확실성으로 인한 전략의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과정이 시나리오 플래닝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 과정’을 꼭 수강해야 할 분들

- 시나리오 플래닝 워크숍을 진행하는 ‘퍼실리테이터’나 ‘강사’로 활동하고 싶은 분들

- 미래 대비 역량을 제고하고자 하는 ‘중간 관리자’분들

- 조직 및 개인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싶은 분들


과거 수강생들의 리뷰


- "보석 같은 시간이었다!"

- "나 혼자만 교육을 받을 게 아니고 회사 임원들과 관리자들이 꼭 들어야 하는 과정이다."

- "저희 회사 직원에게 추천했는데 아주 만족하더라구요. 감사합니다. 2기에도 다른 직원을 보낼 생각이예요."


1기에 참여하셨던 분들


1기 워크숍 진행 모습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 과정’ 3기 모집 안내

- 일시 : 2015년 10월 3일(토) 09:00 ~ 10월 4일(일) 18:00  (1박 2일 합숙)

- 장소 :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 http://www.courtyardseoul.com )

- 퍼실리테이터 : 인퓨처컨설팅 유정식 대표


- 수강 신청 방법 : 다음의 사이트에 접속하여 신청
    
   https://40.typeform.com/to/MAyJYf

- 수강료 : 140만원 (교재 및 책자, 식비, 숙박비, 부가세 포함)

- 한 회사에서 2명 이상 등록시 1인당 110만원(부가세 포함)으로 할인


- 입금계좌

  개인일 경우: 국민은행 816-24-0206-031 (예금주: 유정식)
  법인일 경우: 국민은행 394401-04-027132 (예금주: 유정식(인퓨처컨설팅))

- 세금계산서 발급이 가능합니다(사업자등록증 사본을 이메일로 보내 주세요).

- 문의처 : 02-733-1568



수료자에게 드리는 특전

본 과정을 수료하신 ‘시나리오 플래너(Scenario Planner)’들께는 다음의 특전을 드립니다.


- 사내외에서 시나리오 플래닝을 강의하고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합니다.

- 강의 및 워크숍 진행에 따른 로열티는 부과하지 않습니다.

- 강의 및 워크숍 진행에 필요한 자료를 소프트 카피로 제공합니다.

- 매년 보수 교육을 통해 최신 자료와 사례를 공유해 드립니다.
   (단, 보수 교육을 참여해야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 자격이 유지됩니다.)


교육 시간표


첨부한 '안내문' 파일을 참조하세요.




아래의 안내문을 다운로드 받으시면 상세한 교육 시간표를 볼 수 있습니다.

http://cfs.tistory.com/custom/blog/16/169728/skin/images/Brochure_ScenarioPlanner3.pdf



문의하실 사항이 있으면 02-733-1568 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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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뽑아라   

2015. 4. 1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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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25일부터 4월 16일까지 페이스북 등 SNS에 남긴 저의 짧은 생각입니다. 여러모로 가슴 아프고 말 그대로 잔인한 4월입니다. 봄이 왔으나 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채용에 대하여]


- ‘형편없는 사람을 채용하는 실수' vs '유능한 사람을 채용 과정에 떨어뜨리는 실수', 둘 중 무엇이 더 치명적일까? 정답은 전자.


- 현업부서에 채용 권한을 이양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적 역량의 하향평준화를 원한다면 그렇게 하라. 다른 것은 다 위임한다 해도 채용은 인사부서가 절대로 놓아서는 안 되는 핵심이다.


- 채용을 잘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가장 쉬운 방법은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뽑는 것"이다.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뽑는 조직, 매우 드물다.


- 회사가 직원들 교육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는 말은 자랑할 것이 못된다. 좋은 직원을 '채용하는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뜻이니까.


- CEO들의 인터뷰를 보면, 하나같이 최고의 인재를 채용해서 최고의 전문가로 육성하는 데 무엇보다 힘쓰고 있다고 말한다. 그 최고의 인재들, 과연 회사 안에 있긴 한가?



[전략에 대하여]


- 고객에 대해 기업들이 가져야 할 마인드.

"아무리 좋다고 해도 충분히 좋은 것은 아니다"


- 한샘의 전략인가, 꼼수인가?




- 전략이 실패하면 그 책임을 물어 관련자를 징계하거나 해고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징계나 해고로 전략 실패라는 문제가 해결된 것인양 행동하는 것이다. 희생양은 해법이 아니다.


- “평가를 없앤다고? --> 차등보상 안 하겠다고? --> 일 잘하거나 못하거나 균등하게 주겠단 말씀? --> 공산주의 아니냐? --> 너도 종북이구나!"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제법 많다.



[그들의 실제 업무]


- 임원들의 주요업무 중 하나는 '바빠 보이는 것'이다.


- 팀장들의 주요업무 중 하나는 '자기 팀 챙기기'다.


- 팀장 하기 참 쉽죠잉~

팀장 : OO을 판매하는 방법을 생각해 봐.

팀원 : 법적으로 OO판매는 못하게 되어 있는데요.

팀장 : 법을 요리조리 피해서 팔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봐.

팀원 : .....



[구마모토 여행에서]


- 구마모토 서점에서 발견한 고흐의 그림엽서 책. 우리나라도 이런 다양한 책이 나오면 좋겠다.






- 꼬깔 하나에도 위트가 있다. 구마모토 신시가이 아케이드에서.






[책임에 대하여]


- 무언가를 해야 하는 이유가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보다 많다면, 그것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고 싶은 것일지 모른다. 하고 싶은 이유를 해야 하는 이유와 혼동하지 마라.


- 책임(Responsibility)은 대답한다(respond)에서 나왔다. 책임은 자신의 행동이 옳든 그르든 의문이나 의심 혹은 비판에 대해 '응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기타]


- 사람들이 객관적이기 어려운, 한 가지 이유. 자신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는 일에는 아전인수가 된다. 그래서 자기 이익을 손해 보더라도 할말을 하는 사람은 존경스럽다.


- 대학원 진학을 도깨비 방망이쯤으로 아는 이들이 많다. 대학원 나와도 삶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 목적이 없다면.


- 학위 딴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다. MBA 같은 건 가지 마라. '뭔가 변화가 생기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심이라면.


-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일을 제시간에 끝내지 못하는 이유는 지나치게 게으르거나 지나치게 완벽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완벽주의는 어찌보면 '결정에 대한 두려움 혹은 게으름' 때문일지 모른다.


- “이걸 보완하면 훨씬 좋을 텐데..."라는 말을 듣지 마라. 자신만의 '엣지'를 잃을 뿐이다.


- 무언가를 하지 말라고 하면 "그럼 뭘 해야 하나?"고 묻는다. 그냥 안 하면 안 되나? 뭘 자꾸 하려고 하는지? '노력 중독'에 빠진 이들이 많다.


- 근거를 가지고 말하는 주장에는 근거를 가지고 반박하라. '아닌 것 같은데....'라는 식으로 반박하려면 아예 입을 닫아라. 꼰대라는 소리, 듣기 싫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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