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 브루스 멜러머드(Bruce Malamud)는 모니터 상의 격자판에 무작위로 가상의 나무를 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가상의 성냥을 떨어뜨리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그는 1백 그루씩 채워질 때마다 성냥을 떨어뜨리다가 주기를 변경해 2천 그루마다 한번씩 떨어뜨려 보았다. 당연히 첫 번째 경우에 산불이 빈번했지만 공터가 많았기 때문에 불이 붙더라도 얼마간 타다가 꺼져 버렸다. 반면 후자의 경우엔 숲 전체에 대참사가 벌어지는 광경이 자주 나타났다. 멜러머드는 나무들이 빽빽한 숲에서는 상호작용이 크기 때문에 숲 전체가 임계상태에 도달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대형 산불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바꿔 말해, 산불이 드물게 발생할수록 대형 산불로 악화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그의 가설은 1988년 미국의 옐로스톤(Yellowstone)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증명한다. 세 달 가까운 진화 작업에 소방수 1만 명, 비행기 117대, 소방차 100대 이상이 동원됐지만 150만 에이커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무엇 때문에 산불이 이토록 커졌을까?
자연보호라는 미명 아래 산림 당국은 단 한 건의 산불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목표로 숲을 관리했고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조그만 산불까지도 필사적으로 막아내려 했다. 그 결과, 숲에는 불쏘시개가 될 만한 죽은 나무들과 마른 나뭇잎들이 축적되기 시작했고, 불쏘시개를 제거하던 작은 산불이 없다 보니 나무들이 조밀해지고 숲은 임계상태로 치달았다. 멜러머드는 이런 현상을 ‘옐로스톤 효과’라고 명명했다. 이제 산림당국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여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작은 산불은 구태여 끄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불쏘시개를 없애기 위해 작은 불을 내기도 한다.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갈등들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악화되는 원리는 옐로스톤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무려 74일 동안 파업이 이어지다가 가까스로 해결된 모 호텔의 노사분규는 대표적인 사례다. 호텔업계는 노사문제의 무풍지대로 불릴 만큼 노사 갈등이 없었던 곳이다. 이러한 상황은 오랫동안 산불이 발생하지 않아(혹은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서) 빽빽한 숲과 동일한 환경을 조성했다. 직원들을 대하는 비인간적 태도, 직원들 요구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태도 때문에 분노와 절망 같은 감정들이 바짝 마른 불쏘시개처럼 조직에 축적된 임계상태였다. “어떤 전쟁이든 그것이 시작될 때는 얼마나 커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물리학자 마크 뷰캐넌(Mark Buchanan)의 말처럼 사소한 마찰이 시작될 때 그것이 얼마나 커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갈등이 있는 조직과 없는 조직, 어느 곳이 더 건강할까? 이는 좋은 질문이 아니다. 조직은 필연적으로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임계상태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건강한 조직은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 조직이 아니라, 갈등을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해결을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는 조직을 일컫는다.
인체가 병원균에 감염되면 면역세포들은 뇌에 화학물질을 전달하여 체온을 높이도록 한다. 많은 병원균들이 온도에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몸에 열이 오르는 것은 나쁜 현상이 아니라 몸이 병원균을 제대로 방어하고 있다는 좋은 신호다.
건강한 조직은 일시적인 열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노조 활동이 왕성한 회사임에도 파업으로 유명한 항공업계에서 단 6일의 파업일을 기록할 정도로 노사관계가 안정적이다. 그 이유는 창업자인 허브 켈러허(Herb Kelleher)가 심어놓은 ‘열린 경영’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정비사들과 새벽 5시까지 술잔 기울이기를 즐겼다. 술자리에서 직원들의 불만을 가감 없이 청취한 그는 다음날 아침에 문제 해결을 곧바로 지시했다.
소방대원들이 조그만 산불도 허용치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듯이 갈등이 드러나지 못하게 회유하거나 입을 틀어막는 조직은 무기력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나이젤 니콜슨(Nigel Nicholson) 교수는 “실패한 회의는 직원들이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회의실을 나가버리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조용한 조직의 위험함을 경고한다. 2015년 새해, “진보는 갈등으로부터 나온다.”는 이탈리아의 애국자 쥬세페 마치니(Giuseppe Mazzini)의 말처럼 갈등은 변화를 이끌기 위한 필수 요소임을 기억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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