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함께 블로그도 휴가를 갑니다   

2009. 7. 2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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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먼저 드리면서
한 가지 공지를 띄웁니다.

제가 오늘부터 보름간 동유럽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체코 - 오스트리아 - 헝가리를 다녀 볼 예정입니다.


그래서 한동안 블로그 포스팅에 별로 신경을 쓰지 못할 것 같네요.
혹시 제 포스팅을 기다리시는 분이 계시다면(그럴 분 별로 없을 듯)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가능하면 매일 몇 장의 사진과 함께 짤막한 메시지를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피곤하면 그냥 잘지 모르지만요. ^^)

건강하게 다녀오겠습니다.
여러분도 즐겁고 행복한 휴가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블로그지기 유정식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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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논리는 건전합니까?   

2009. 7. 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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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포스트(소크라테스를 매번 죽이는 연역법에 대해)에서 연역법의 의미를 알아봤습니다. 연역법을 적용할 때 나타나는 오류에 대해서도 설명했지요. 오늘은 연역법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오류를 '타당성'과 '건전성'의 개념을 통해 좀더 체계적으로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연역 논증은 반드시 타당하고 건전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아무리 목소리가 큰 사람의 주장이라도 수용해서는 안됩니다.

저기 문제(?)가 달려오네요. 긴장하십시오~!


다음과 같은 연역 논증을 살펴보기 바랍니다. 어떤 세일즈맨이 고객에게 하는 말입니다. 

(대전제)  훌륭한 안목을 가진 분들(A)은 이 제품을 구입하십니다(B).
(소전제)  그런데 선생님(C)은 이 제품의 구입을 고려하시는군요(B)!

(결론)     그러므로, 선생님(C)은 훌륭한 안목을 지닌 분이십니다(A).

이 논증은 오류입니까, 아닙니까? 언뜻 보면 세일즈맨의 말이 옳게 보입니다. 이런 식의 말을 세일즈맨으로부터 자주 들어보셨을 텐데요, 만일 여러분이 세일즈맨에 이런 말을 듣고서 기분이 우쭐해진다면 문제해결사로서의 역량을 스스로 의심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지름신' 같은 세일즈맨의 현란한 입놀림에 현혹되어 필요하지 않은 물건에 돈을 써버리는 건 아닌지 정신을 번쩍 차려야 합니다.

이 논증은 명백히 거짓이며 오류입니다. 굳이 훌륭한 안목이 없더라도 물건을 사게 될 이유는 무수히 많습니다. 제품 구입을 고려하는 것이 훌륭한 안목의 존재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이런 상황에 처하면 세일즈맨의 논리적인 오류를 당당히 지적해 주던가 그냥 듣기 좋은 소리로 웃어 넘기는 게 좋습니다. 아래의 논리식을 보면 왜 이런 논증이 오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연역의 오류 1 

(대전제)  A → B
(소전제)  C → B
(결론   )  C → A

이번엔 문제해결사가 다룰 만한 연역 논증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다음의 진술은 성과관리의 필요성을 연역 논증으로 주장하는 대목입니다.

(대전제)  기업들은 요즘 성과관리 도구인 BSC를 도입해서(A) 높은 성과를 달성합니다(B).
(소전제)  우리 회사(C)는 BSC를 도입할 계획이 전혀 없습니다(~A).

(결론)     그러므로, 우리 회사(C)는 절대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B).

이 논증은 참일까요, 거짓일까요? 만일 여러분이 이런 식의 논리가 가득 담겨 있는 프리젠테이션을 듣는다면, "이봐요, 문제해결사. 논리에도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려거든 당장 짐 싸세요!" 라고 독한 말을 해도 무방합니다. 명백히 오류이기 때문입니다.

BSC를 도입하지 않는다고 회사의 성과가 반드시 저조해질 거란 이유가 있습니까? 설령 회사 성과가 나빠진다 해도 BSC를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고객 클레임이 늘었다든지, 시장 규모 자체가 축소됐다든지 등의 이유일지 모릅니다. BSC를 도입하지 않으면 그만큼의 비용을 아끼고 본업에 충실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회사 성과가 높아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시간이 되면 여러분의 회사에서 돌아다니는 보고서를 몇 개 살펴 보십시오. 내부 직원들이 작성했든, 비싼 수수료를 주고 컨설턴트로부터 받아냈든 이런 식의 논리적 오류를 금세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무엇무엇을 하지 않으면, 나빠질 것이다' 라는 식의 오류는 차라리 협박에 가깝습니다. 아래의 논리식을 보면 오류가 훤히 눈에 보입니다.

연역의 오류 2

(대전제)  A → B
(소전제)  C → ~A
(결론   )  C → ~B            ('~' 표시는 '아니다'라는 의미입니다)

위의 2가지 예는 연역법의 형식을 올바르게 적용하지 않아서 잘못된 결론을 이끌어 낸 사례입니다. 이런 연역 논증은 '타당하지 않다(not valid)'고 말합니다. 연역 논증이 타당하려면 형식적으로 완벽한 연역을 갖춰야 합니다. 아래의 논리식은 타당한 연역이 무엇인지를 보여 줍니다.

'타당한(valid)' 연역의 올바른 형식

(대전제)  A → B
(소전제)  C → A
(결론   )  C → B

연역 논증이 타당하지 않으면, 즉 잘못된 형식을 갖추지 못하면 '건전하지 않다(not sound)'고 말합니다. 문제해결사가 위의 예시처럼 보고서를 쓴다면 BSC를 도입하려는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형식을 속인 것이므로 '건전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지요.

그런데, 연역의 형식이 올바르다고 해서 항상 건전한(sound) 것은 아닙니다. 형식이 완벽해도 대전제와 소전제 중 어느 하나가 거짓이라면 건전하지 못한 논증입니다. 다음의 예를 보기 바랍니다.

(대전제)  사랑하는 사람들은(A) 항상 1~2년 안에 이별합니다(B).
(소전제)  나와 당신은(C) 서로 사랑합니다(A).

(결론)     그러므로, 우리는(C) 조만간 이별하고 말 겁니다(B).

이 논증은 위에서 제시한 타당한 형식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뭔가 잘못됐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대전제인 '사랑하는 사람들은 항상 1~2년 만에 이별한다'는 명제가 거짓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면서 죽을 때까지 해로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거짓인 전제를 가지고 결론을 이끌어 냈으니 비록 형식적으로 타당할지라도 건전하지는 않습니다.
 
이번엔 비즈니스의 사례를 보십시오.

(대전제)  업계에서 BSC를 도입하지 않은 회사(A)는 성과가 매우 저조합니다(B)
(소전제)  우리회사는(C) 업계에서 BSC를 도입하지 않은 회사입니다(A)

(결론)     그러므로, 우리회사는(C) 성과가 매우 저조합니다(B).

언뜻 수긍이 가는 이 논증 역시 올바른 형식을 지닌 연역입니다. 그러나 '업계에서 BSC를 도입하지 않은 회사는 성과가 매우 저조하다'는 대전제가 거짓으로 드러났다면 이 논증을 인정해도 될까요? '업계'라는 말은 상당히 애매한 용어입니다. 산업 전체를 말하는 것인지, 개별 산업(이를테면 전자산업)을 일컫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문제해결사와 의뢰인이 서로 자의적으로 해석할 만한 용어입니다. 또한 BSC를 도입하지 않아서 성과가 저조한 것이 아니라 업계 전체의 불황이 큰 원인이라면 대전제는 명백히 거짓이 됩니다. 따라서 이 논증은 건전하지 않습니다. 

건전한(sound) 논증이 되려면, 형식을 올바로 갖춰야 하고 결론을 이끄는 데 사용된 전제사항들이 모두 참이어야만 합니다. 

'타당하고 동시에 건전한' 연역

(대전제)  A → B  (참)
(소전제)  C → A  (참)
(결론   )  C → B

논증의 타당성과 건전성을 확보하려면 아래의 도식을 꼭 기억하기 바랍니다. 건전하지 못한 논리들이 독버섯처럼 곳곳에 퍼져있는지 문제해결사는 남이 만든 보고서 뿐만 아니라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야겠습니다.

올바른 형식 → 타당함(valid) → 전제가 모두 참                → 건전함(sound)
                                        ↘ 전제 중 하나 이상이 거짓  → 건전하지 않음(not sound)

그릇된 형식 → 타당하지 않음(not valid) → 건전하지 않음(not sound)

이 도식은 귀납법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언급했듯이, 귀납법은 사례들이 죽 나열되고 거기서 일반화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 내는 논증인데요, 귀납법의 타당성과 건전성은 다음 글(아마도 내일)에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오늘도 건전한 마음으로 문제해결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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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사고란 무엇일까?   

2009. 7. 2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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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문제해결의 기술적인 측면만을 강조해 온듯 하여 오늘은 조금 '철학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철학이라 말하면 우선 하품부터 나오거나 긴장하기 십상일 텐데요, 문제해결사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이 되는 역량이자 어떻게 보면 유일한 역량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에 관하여 가볍게 설명하고자 함이니 마음 놓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흔히 문제해결사들에게 필요한 사고(思考) 역량이 무엇이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곤 합니다. 약간씩 답변이 다르겠지만, 대개는 비판적 사고, 논리적 사고, 창조적 사고, 전략적 사고 등이 문제해결사가 지녀야 할 사고방식이라고 답변을 할 겁니다. 그런데 각각이 어떤 의미인지 구별해 달라고 질문을 다시 던지면 우물쭈물하거나 말문이 탁 막히고 맙니다. 서로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비슷한 것 같기도 합니다. 

비판적 사고가 뭔지 한입 배어 먹어 봅시다.


여러 이견이 있겠지만,  이 4가지 사고방식 중에 가장 근본이 되면서 포괄적인 것은 바로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입니다. 왜 그런지는 지금부터 설명하겠습니다. 

비판적 사고라고 말을 하면 '비판'이라는 단어의 뉘앙스 때문인지 우리는 이 말을 약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곤 합니다. 일상에서 비판은 "타인의 생각, 행동, 작품 등에서 헛점을 발견하여 공격을 가한다" 라는 의미로 통용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남을 헐뜯는다', 즉 '비난한다'란 뜻으로 비판이란 말을 오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비판은 그렇게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의미를 지니지 않았습니다. 비판을 뜻하는 영어 단어 critic은 라틴어인 criticus에서 유래했는데요, 본디 '판단할 수 있다(able to make judgements)'라는 뜻이었습니다. 비판(批判)의 한자어 뜻도 "옳고 가름을 가려 판단한다"는 의미입니다. 타인의 헛점을 공격하거나 비난한다는 의미와는 상당히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모든 이들에게 비판은 장려되고 권장돼야 할 태도입니다. 

비판적 사고란 한마디로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한 생각의 방법'입니다. 옳고 그름을 가리려면 객관적이든 주관적이든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 근거는 논리적이거나 경험적인 기반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과정 속에서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판단을 얻습니다. 동그라미로 보이는 세계를 따지고 들어가니 실제의 세계는 네모라는 통찰을 얻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통찰과 기존 관점과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에까지 생각이 확대됩니다. 따라서 비판적 사고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물을 관찰, 분석, 평가, 추리할 때 올바르고 엄정한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판단과 해석을 이끌어 내고 대안을 제안하는 과정

비판적 사고의 정의를 들여다 보면 그 안에 논리적 사고, 창조적 사고, 전략적 사고가 다 포함됨을 알아차릴 겁니다. 올바르고 엄정한 근거에 기반한다는 말은 바로 논리적 사고를 뜻합니다. 새로운 판단과 해석을 이끌어 낸다는 말은 창조적 사고를, 대안을 구상한다는 말은 전략적 사고를 일컫습니다. 한마디로 비판적 사고는 곧 "문제해결 과정에 적용해야 할 사고방식"입니다. 사물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는 말은 눈으로 보이는 것과 자신이 판단하는 것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겠다는 말과 같은데, 이 괴리가 바로 문제를 뜻하므로 비판적 사고는 곧 문제해결적 사고입니다.

비판적 사고의 개념

사물 또는 현상 
      → [논리적 사고] 근거 제시
                → [창조적 사고] 새로운 판단과 해석
                          → [전략적 사고] 대안 제안

비판적 사고의 의미론을 장황하게 설명한 느낌이 드는데요, 이제는 비판적 사고를 위해 문제해결사가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것일지 모르지만 상당히 중요하니 꼭 새겨 두기 바랍니다. 그 3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반성적인 자세
2) 진리를 추구하는 자세
3) 열린 마음의 자세

첫째, 반성적인 자세란 고정관념을 의도적으로 깨고 뒤집어서 생각하는 버릇을 말합니다. 앞면만 보이는 동전을 뒤집어서 뒷면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문제해결사는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사물이나 현상을 목격하면 그것이 무엇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되는지, 다른 상황에 놓이면 그 당연함이 더 이상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이런 질문을 통해 문제해결사는 '의도적으로' 문제를 야기하고 발굴해야 합니다. 

둘째, 진리를 추구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진리란 '절대적으로 옳은 그 무엇'이 아니라, 문제를 둘러싼 상황(맥락) 하에서 상대적으로 옳은 그 무엇을 의미합니다. 문제해결사는 누구나 납득 가능하도록 논리적이고 경험적인 근거를 제시해서 옳고 그름을 반드시 가려내야 합니다. '옳을 수도,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어정쩡한 결론은 문제해결사가 취해서는 안 될 '비겁함'입니다. 나중에 비난이나 불이익을 당할까 염려되어 언제나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결론을 선호한다면 문제해결사로서의 길을 깨끗이 포기하는 게 좋습니다.

셋째, 열린 마음의 자세란 오류의 가능성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함을 뜻합니다. 문제를 관찰하고 분석하려면 주관적인 판단을 절대로 배제하지 못합니다. 주관적이란 말을 병적으로 싫어하면서 무조건 객관적이야 함을 주장하는 사람들 있는데요, 문제해결사가 직면할 문제의 세계는 수학으로 딱딱 떨어지는 세계가 아니므로 주관적인 판단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오히려 권장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주관적인 판단은 언제나 오류의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관점에 사로잡혀서 편협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자신의 오류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사이비 종교의 교주와 다를 바 없습니다. 그들은 세상이 망할 거라는 둥, 반대로 신이 우리를 구원하러 UFO를 타고 올 거라는 둥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예언을 내뱉습니다. 그런 예언이 틀렸음을 지적하면 이렇게 변명합니다. "너그러운 신이 우리에게 한번의 기회를 더 주셨다." 또는 "신도들이 성심을 다해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등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사이비 종교에서는 오류가 절대 용납되지 않습니다.

훌륭한 문제해결사라는 누군가가 오류를 지적하면 기쁜 마음으로 수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문제 해결이 최종목적이지 자신의 관점을 고수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른 사람이 실수를 하거나 오류에 빠지더라도 그를 심하게 몰아 세우거나 폭언에 가까운 논평을 해서는 안 됩니다. "나의 주관도, 너의 주관도 모두 불완전"하므로 타인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서로 비난하기보다는 협의를 통해 좀더 나은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비판적 사고를 함양하려면 논리학과 문제해결기법 같은 기술이 전부가 아닙니다. 위의 3가지 자세를 문제해결 과정 내내 견지하고 매번 체크해야 그런 기술을 적용하여 나온 산출물들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오늘 포스트는 도덕적인 이야기가 돼 버렸는데요, 문제해결사를 자칭하는 분들 중 많은 이들이 비판적 사고의 의미를 제대로 모를 뿐더러 비판적 사고를 위한 자세를 자주 망각하는 듯하여 이렇게 따로 강조해 봅니다.

오늘도 비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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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사진을 찍다   

2009. 7. 2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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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있었던 우주쇼! 일식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동안 구름에 가려져 있어서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모릅니다.

구름에서 나오는 순간, 구름이 적당하게 가려져 있어서
달이 먹은(?) 해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참 경이롭습니다!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처음엔 50mm로 찍었는데, 해가 너무 작았습니다. 아래 사진은 크롭한 것.
  이 없으면 잇몸이라고, CD로 렌즈를 가리고 찍었지요.


*제가 가진 렌즈 중 가장 망원인 200mm로 다시 찍었습니다. 
  가장 절정일 때의 모습입니다.
  구름이 살짝 가려주어서 CD를 사용하지 않아도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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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을 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2009. 7. 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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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포스트에서 "문제해결 과정에서의 '분석'과 과학에서의 '실험'은 모두 '실증'을 위한 활동이므로 개념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한 과학 실험들은 일반적으로 실험군과 대조군을 설정한 후에 실험군에게는 어떤 조치를 취하고 대조군에는 취하지 않는 방법으로 진행됩니다.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과학 실험
1) 실험 대상을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눈다
2) 실험군에는 계획된 조치를 취하고, 대조군은 그대로 유지되도록 통제한다
3) 실험군과 대조군에서 보이는 결과를 서로 비교한다
4) 통계적으로 유의한지의 여부를 따져 가설의 증명 여부를 판단한다

문제해결 과정에서도 과학 실험처럼 분석을 할 수 없을까요? 예를 들어 "직급체계가 너무나 세분되어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는 가설을 분석을 통해 실증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과학에서 하듯이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눈 다음에 실험군에는 직급체계를 3단계(이를 테면, 주니어-시니어-매니저)로 단순화해서 운영하고 대조군은 예전과 동일하게 유지해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면 가설을 실증할 수 있습니다. 

직급체계를 3단계로 단순화한 실험군에서는 하나의 결재가 완료되는 평균시간을 따져보니 예전에 비해 30%나 향상된 반면, 대조군은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해보죠. 만약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다면, "세분된 직급체계가 의사결정 속도를 늦춘다"는 가설이 멋지게 입증됩니다. 이런 결과를 얻으면 실험군 뿐만 아니라 전사적으로 직급체계를 단순화하자는 전략을 곧바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문제해결력이 솟구치지 않습니까?


그러나 아쉽게도 실험군의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느려졌다는 결과를 얻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과거(세분된 직급체계)에는 결재 건에 대한 자기책임이 덜해서 바로바로 윗사람에서 넘겨버리고 다른 일에 집중하면 그만이었는데, 직급단계가 줄다보니 결재 건의 리스크 부담 때문에 검토하고 또 검토하다가 의사결정이 오히려 느려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런 결과를 얻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실험이 실패했으니 축소된 직급체계를 원래대로 되돌리자" 라고 간단히 말할 사안일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겁니다. 탄력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도 좋지만 확증되지 않은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매번 이랬다저랬다를 반복하면 경영시스템이 누더기가 될 뿐더러 구성원의 신뢰와 로열티를 얻지 못합니다.

이렇듯 문제해결 과정의 분석은 과학의 실험처럼 실제의 세계를 마음대로 조치하고 조작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녔습니다. 만약 과학 실험처럼 여러 가지의 시도가 가능하면 최고의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문제해결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직급체계를 줄여서 의사결정 속도를 빠르게 한 타사의 사례를 실험군으로 설정해서 우리 회사(대조군)의 경우와 비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과학의 실험 방법을 들여오는 것이 분석의 효과를 높이는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이를 의류 회사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다음의 예시를 읽어보기 바랍니다(상세한 내용은 생략했습니다).

상황 : 이 회사는 각 점포의 매출액이 급감하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 반면에 경쟁사들의 매출액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의류시장 전체의 규모도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영진들은 문제의 원인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가설 : 문제해결사는 이 회사의 매출이 줄어드는 원인으로 "매장의 디스플레이가 통일적이지 못해서 내점 고객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문제해결사는 통일적이지 못하고 난삽한 디스플레이를 개선하면 매출액이 늘어나거나 적어도 더이상 떨어지지 않으리란 새로운 가설을 수립했다.

분석
1) 이 가설의 참/거짓 여부를 증명하기 위해 문제해결사는 전국에 흩어진 매장들 중 20개를 골라서 실험군(10개)과 대조군(10개)으로 구분했다. 또한 각각에 포함되는 매장은 서로 규모나 지역이 비슷하도록 적절하게 안배했다.

2) 문제해결사는 실험군에 속한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통일성 있게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외부에서 VMD(visual merchandise) 전문가를 영입했다. 반면, 대조군에게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3) 디스플레이 교체 후에 3개월 간 실험군과 대조군의 매출액 증가율을 각각 수집하고 비교했다.

결과 : 실험군이 디스플레이 교체 이후에 25%의 매출액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대조군의 매출액은 5% 증가에 그쳤다.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했다. 따라서 "디스플레이가 통일적이지 못한 것"이 매출액 감소의 원인 중 하나임이 입증됐다.

문제해결사가 실험을 통해 이런 결과를 내놓는다면 의뢰인을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습니다. 조치를 취한 실험군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 사이의 차이가 크고 명확할수록 분석의 설득력은 커집니다. 아마도 많은 문제해결사들은 "이런 방식으로 가설을 입증하면 논란도 반론도 없으니 얼마나 좋을까" 란 생각이 들 겁니다.

하지만 설득력을 높이는 데에는 그만큼 돈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위의 예시에서 매장 디스플레이를 바꾸려면 전문가에게 지급할 수수료 뿐만 아니라 공사비가 꽤나 많이 지출됩니다. 게다가 공사를 진행하려면 최소한 2주 가까운 시간이 들고 그 기간엔 고객을 맞을 수 없기 때문에 기회비용 또한 만만찮습니다. 만약에 디스플레이를 교체했는데도 매출액이 개선되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 돈과 시간은 공중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위에서 든 사례(직급체계 축소, 매장 디스플레이 개선)들이 문제해결사에게 주는 시사점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가설 입증을 위해 분석을 행할 때 과학적인 실험 방법을 적용하려면 다음의 3가지를 떠올리십시오. 이 3가지 요소는 실험 결과가 현재의 상태를 변경시켜야만, 즉 가상이 아니라 실제의 것을 다뤄야만 가설의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을 때 반드시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1) 가역성
2) 비용
3) 윤리

가역성이란 말 그대로 '되돌리기가 가능한가'란 의미입니다. 가역성이 높은 실험이라야 문제해결사는 그것을 분석의 방법으로 채택할 수 있습니다. 직급체계를 축소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복구해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혹시 그런 조직이 있다면) 실험을 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분석 방법입니다. 허나 실제로 직급체계 변경 실험은 매우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문제해결사는 가설 증명을 위해 실험이 아니라 다른 분석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비용이란 실험을 하는 데 드는 돈, 시간, 인력 등을 말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바꾸는 일은 비용을 많이 소요하기 때문에 현금이 많지 않은 한 적절하지 못한 분석 방법입니다. 상품의 위치와 순서를 다르게 배치하는 것이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라면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대대적으로 공사하는 일보다는 비용이 매우 적게 들기 때문에 실험으로 적절합니다.

윤리는 실험을 위해 취하는 조치가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문제를 야기하느냐의 여부를 뜻합니다. 과학에서 윤리 문제를 야기하는 실험이 종종 회자되는데요, 줄기세포와 인간 배아 연구가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의 업무태도를 감시하지 않아서 생산성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팀장에서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니터링하도록 하면 생산성이 증가할 것이다"라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실시한다고 가정하죠. 

직원들이 업무 외의 사적인 일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해서 생산성을 측정하겠다는 것인데요, 상상해봐도 이러한 조치는 직원들의 인권을 압박해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야기해서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팀장과 팀원 사이의 반목과 갈등을 야기하기 때문에 극단적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비록 실험일지라도 이러한 방식의 실증은 배제돼야 합니다.

이 3가지 요소를 만족한다면, 즉 가역성이 높고 비용이 낮으며 부정적 기대효과가 적다면, 과학 실험처럼 실험군과 대조군을 나눠 분석을 실행하는 방법을 채택하기 바랍니다. 조치를 취한 쪽과 그렇지 않은 쪽 간의 명확한 차이는 가설 입증의 효과 뿐만 아니라 의뢰인을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해결책을 수용하게 만드는 힘을 뿜어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즐겁게 문제를 해결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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