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얼굴을 씻을까?   

2009. 11. 1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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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의 청소부가 그으름이 많이 쌓인 굴뚝을 청소했습니다. 굴뚝 청소를 마치고 나왔을 때, 1명의 인부는 얼굴에 검댕이가 많이 묻어 아주 더러웠는데, 다른 1명은 이상하게도 얼굴이 깨끗했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둘 중에 누가 얼굴을 씻으러 갈까요? 답을 맞혀 보세요. (참고로, 그들 주변엔 거울이나 거울 대용물이 없습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답을 금방 생각해 냈을 겁니다.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가 얼굴을 씻는다!" 왜냐하면 얼굴이 더러운 청소부의 얼굴을 보고 '내 얼굴도 더럽겠구나. 얼굴을 씻으러 가야겠다'라고 생각할 테니 말입니다. 재미삼아 트위터에서 이 문제를 내보니, 모든 분들이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를 정답으로 말씀하시더군요.

그러나 정답은 "얼굴이 더러운 청소부가 얼굴을 씻는다"입니다. 왜냐구요?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가 얼굴을 씻으러 갈 때 다음과 같은 대화가 이뤄질 겁니다.

더러운 청소부 :  "넌 얼굴이 깨끗한데, 왜 얼굴을 씻으러 가냐?"
깨끗한 청소부 :  "어, 그래? 난 네 얼굴이 더럽길래 나도 더러운 줄 알았지."
더러운 청소부 :  "내 얼굴이 더럽다고? 그럼 씻을 사람은 나로군."

이제 아셨습니까? 그러나 "둘 다 씻는다"가 더 옳은 답입니다. 왜냐하면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가 자신의 얼굴이 더러운 줄 알고 씻고 난 다음에, 아래과 같이 대화하기 때문이죠.

깨끗한 청소부 :  (얼굴을 다 씻고 돌아와서) "어? 넌 얼굴이 더러운데 왜 안 씻냐?"
더러운 청소부 :  "그래? 난 네 얼굴이 깨끗하길래 나도 깨끗할 줄 알고 안 씻었지."
깨끗한 청소부 :  "뭐라고? 네 얼굴은 온통 검댕이 투성이야. 빨리 씻고 오라구"
더러운 청소부 :  "알았다구!"

여러분이 처음에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가 얼굴을 씻는다"를 정답으로 떠올린 이유는 2명의 청소부 사이에 상호작용(예 : 대화나 표정)을 배제했기 때문입니다. 위에 낸 문제에서 둘 사이에 대화가 없다는 전제가 전혀 없는데도 그렇게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얼굴이 더러운 청소부가 얼굴을 씻는다" 혹은 "둘 다 씻는다"가 정답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협력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고 여러분이 실제로 이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고 상상해 보세요.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만 얼굴을 씻는 상황은 일어나기 매우 어려움을 직감할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사이가 굉장히 안 좋아서 서로 말을 절대 나누지 않는다면 어쩌죠?"라는 의문을 던질 겁니다. 맞습니다. 대화가 없다면 얼굴이 깨끗한 청소부만 얼굴을 씻으러 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둘 다 씻는다"가 옳은 답입니다. 상식적으로 볼 때, 굴뚝을 청소하러 들어간 사람들은 검댕이 때문에 자연스레 자신의 얼굴이 더러워질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얼굴이 절대 깨끗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청소를 끝내고나서 '아무 말 없이' 둘 다 얼굴을 씻으러 갈 겁니다. 둘 사이에 대화가 전혀 없어도 말입니다.

이 문제의 교훈은 문제를 해결할 때나 상황을 관찰할 때 '사고의 한계를 자동적으로 설정하려는 관성'을 탈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답은 오직 하나라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고의 한계를 벗어 버릴 때 다양한 정답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양한 정답들을 찾을 수 있을 때 창의력이 샘솟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신입사원 면접 때 던져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둘 다 씻지 않는다'와 같이 위에서 제시하지 않은 새로운 정답을 멋진 이유와 함께 설명하는 친구가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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