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깔끔하게 쓰기 위한 9가지 팁   

2009. 4. 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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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설턴트라는 직업 특성상 고객사 직원들로부터 직무조사서를 취합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거된 직무조사서를 기초로 직무기술서(Job Desc.)를 작성하기 위해서다. 작은 회사라면 모르지만, 직원 규모가 500명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이 작업에 드는 품이 만만찮다.

그런데 대부분의 노력과 시간은 직원들이 작성한 문장을 가필하고 재작성하는 데 소요된다. 고칠것 없이 정갈하게 작성됐더라면 간단하게 수정만 하면 끝이지만, 아쉽게도 컨설턴트가 처음부터 죄다 뜯어 고쳐야 할 문장이 제법 많다.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지 않는다든지, 지나치게 명사형을 남발한다든지, 구어와 문어가 섞였다든지 그 이유도 여러 가지다.

그래서 여기에 직원들이 2~3줄 밖에 안 되는 짧은 문장을 쓰면서도 자주 범하는 오류나 잘못된 글쓰기 습관 몇가지를 제시하고 바람직한 글쓰기 방향을 생각해 보자. 말 잘하는 능력보다 글 잘 쓰는 능력이 더 인정받기 때문에(개인적으로 나는, 말은 잘 하는데 보고서는 엉망인 친구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글쓰기 습관을 가다듬으면 업무(혹은 승진)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

나의 문장력이 그리 훌륭하지 않거니와 글쓰기를 강론할 수준은 절대로 아니기 때문에 주제 넘은 소리일지 모르겠다. 고백하자면 나도 아래에 적힌 사항을 어길 때가 많다. 자신의 문장 쓰기 습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아울러, 덕분에 직무기술서를 작성하는 시간을 절약하길 기대한다(^^ 농담이다).


1. 지긋지긋한 접속사, '및'
문장을 고치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단어 중 단연 1등은 '및'이라는 접속사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나쁜 예) 타부서 및 타기관의 요청에 대하여 신속 및 정확한 대응 및 방안을 제시한다.

무슨 말인지 대략 알겠는데, 여러 번 읽어봐야 정확한 뜻이 들어오는 문장이다. '및'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와(과)'나 '~하고'라고 하면 될 문장에 '및'을 여러 개 중첩해서 써서 난독증을 유발한다. 소리 내어 읽으면 '및'이란 단어에 액센트가 들어가기 때문에 술술 읽히지 않는다. 깔끔하고 잘 읽히는 문장을 쓰려면 절대로 '및'이란 접속사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및'을 쓰지 않고도 충분히 기술이 가능하다.

(좋은 예) 타부서와 타기관의 요청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고 방안을 제시한다.

절대 '및'을 쓰지 마라. 다 잊어도 이것 하나만 기억해 두자.


2. '~하도록 한다'식 서술어
국민 MC 유재석의 진행 멘트를 잘 들어보면 '본격적으로 무엇무엇을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식의 말이 귀에 걸릴 때가 많다. 이러한 오류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고치기 어려울 정도다.

(나쁜 예) 마케팅 계획 및 전략 수립시 OOO부서의 입장을 반영하도록 한다.

'~하도록 한다'라는 서술어는 누군가(타인)에게 무언가를 하도록 만들겠다는 뜻이다. 자기 자신을 그렇게 하도록 만들겠다고? 사역동사(make 등)를 쓰는 영어에서는 가능한 표현이지만 국어에서는 거북한 표현이다. 그냥 '본격적으로 무엇무엇을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해도 충분하다.

(좋은 예) 마케팅 계획과 전략을 수립할 때 OOO부서의 입장을 반영한다.

덧붙여서, 위의 '전략 수립시'라는 표현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아마 일본식 표현에서 유래된 습관 같은데, 간단하게 '~할 때'라고 써야 깔끔하다.


3. '~대하여' 혹은 '~관하여'의 남발
이 문구는 쓸데없이 문장 길이를 늘여서 가독성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주범 중 하나다. 다음의 문장을 보라.

(나쁜 예) OO분석 결과에 대하여 문제점을 발견하고 신규제품 지식에 관하여 숙지할 수 있다.

'~대하여'라는 문구가 들어가면 뭔가 대단한 내용을 이야기하듯 느껴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문서에서 많이 발견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남발하면 촌부가 화려한 장신구를 주렁주렁 건 모습처럼 어색하다. '~대하여' 혹은 '~관하여'라는 말을 쓰지 않고도 얼마든지 간결하게 기술이 가능하다.

(좋은 예) OO분석 결과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신규제품 지식을 숙지한다.


4. '~할 수 있다'라는 서술어
위의 예에서 '숙지할 수 있다'를 '숙지한다'라고 고쳐 썼다. 영어 번역 문장에 길들여져 'can'이나 'may'에 해당하는 '~할 수 있다'라는 서술어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나쁜 예) 적절한 담당자의 도움을 받아 연구 및 프로젝트 수행을 할 수 있다.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안정효는 그의 책 '글쓰기 만보'에서 '~할 수 있다'식의 서술어를 문장쓰기에서 척결해야 할 습관 중 하나로 지적한다. 물론 '~할 수 있다'를 빼기가 곤란한 문장도 간혹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한다'라고만 해도 충분하다. 안정효는 문장 전체를 뜯어 고쳐서라도 '~할 수 있다'를 없애라고 조언한다. 명심해 두자.

(좋은 예) 적절한 담당자의 도움을 받아 연구와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할 수 있다'식 문장을 보면 글쓴이의 소심함이 느껴진다. 자신 있게 '~할 수 있다'라는 말을 없애고 '~한다'라 고쳐 쓰자


5. '~하고 있다'라는 서술어
동작이 계속되는 상황을 표현하는 '~하고 있다'라는 서술어가 많이 쓰인다. 이것 또한 불필요한 장식이다. 안정효는 문장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하고 있다'가 남발된다고 꼬집는다. 직원들이 쓴 문장에서는 '이해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다', '알고 있다' 등의 표현이 많다.

(나쁜 예) OO산업 및 XX시스템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그저 아래의 예처럼 '이해한다', '보유한다', '안다'라고 해도 뜻을 전달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안정효가 말했듯이, '~하고 있다'라는 표현은 문장력의 밑천이 드러날까 두려워하기 때문에 나온다. 진정한 문장력은 짧게 쓰는 용기에서 나옴을 기억하자.

(좋은 예) OO산업과 XX시스템을 이해한다.


6 '~시킨다'라는 서술어
이 서술어는 위에서 언급한 '~하도록 한다'와 유사하다. '시킨다'는 다른 이가 하게 만든다는 뜻이므로 자신에게 쓰기엔 어색한 말투이다. 보통 아래의 예처럼 자신의 의지를 강조하려고 '~시킨다'라는 붙인다.

(나쁜 예) OO을 제안하여 XX시스템을 변경시킨다.

그저 '~한다'라고 해도 충분하다. '~시킨다'라는 군더더기를 붙일 까닭이 없다.

(좋은 예) OO을 제안하여 XX시스템을 변경한다.


7. 명사형의 나열
가독성을 떨어뜨는 주범은 명사형 단어들을 지나치게 주렁주렁 이은 문장이다. 아래의 예를 보라.

(나쁜 예) 프로젝트 진행 과정 판단 미숙으로 문제 발생 확률 예측 실패 야기 가능성을 점검한다.

설마 이런 문장을 누가 썼을까 싶지만, 실제로 직원에게서 받은 문장이다. 읽어보면 숨이 턱턱 막혀서 괴롭기까지 한 문장이다. 문장을 짧게 쓰는 것도 좋지만 이 경우는 심했다. 명사형을 지양하고 서술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라. 주렁주렁 달린 명사 몇 개를 빼내어 간결하게 하라. 그래야 문장이 한껏 정갈해지고 우아해진다.

(좋은 예) 프로젝트 진행을 잘못 판단하여 문제가 발생할 확률을 예측하지 못하는지 점검한다.


8. '~성(性)'이란 명사
직원들이 쓴 문장에서 '방향성, '효율성', '효과성', '중요성', '연관성'처럼 '~성'으로 끝나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나쁜 예) 회사 방향성과 관련하여 전문성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하나의 명사로 굳어진 단어라면 모를까, 아무 명사에나 '~성'을 붙이면 꽤 어색하다. '~성'으로 끝나는 명사는 대개 젠체하려는 수단이다. '방향성'이 대표적인데, 그냥 '방향'이라고 하면 충분하다. 효율성, 효과성도 효율, 효과라고 하면 그만이다.

(좋은 예) 회사의 방향에 전문가로서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9. 기타
위의 8가지 사항 이외에도 많은 사항들이 있다. '~것', '~통해', '~등'이라는 문구도 자주 남발되는데, '글쓰기 만보'를 통해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으니 여기서는 생략한다. 100% 없애기 어렵겠지만 최대한 쓰지 않아야 깔끔하고 맛있는 문장이 된다. 특히 '~것'은 매우 자주 쓰이는데, 그걸 쓰지 않고도 문장을 만드는 방법을 매번 고심하기 바란다(이는 안정효 선생의 충고다).

지금까지 하나의 문장을 어떻게 하면 깔끔하게 쓰는지 나름의 방법을 서술해 봤다. 문장보다 큰 문단과 글 전체의 구성 문제는 나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니 시도조차 하지 않겠다. 지금까지 주제 넘는 자의 문장 쓰기(글쓰기가 아님) 이야기였다. ^^

(* 이 글에도 9가지 사항을 위반한 문장이 있을지 모른다. 찾아서 지적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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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도 승자독식 현상이?   

2009. 4. 1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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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로 블로그별 구독자 수를 기준으로 1위에서 60위까지를 그래프를 그려 보았다. 아래 그래프에서 핑크색 곡선은 순위별 '구독자수 분포'이고, 남색 곡선은 '누적점유율'을 나타낸다.

(데이터 출처 : 한RSS 중 '경영' 카테고리에 속한 60개의 블로그별 구독자수. 2009년 4월 17일 기준)

이 그래프에서 80대 20법칙의 모습이 발견된다. 딱 들어맞진 않지만, 상위 30%(18위)의 블로거들이 구독자의 약 8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1위부터 6위의 블로거들이 약 50%의 구독자를 점유하고, 나머지 블로거들은 긴 꼬리를 나타내는 것도 볼 수 있다. 

이 그래프를 가지고 파워 블로거들이 대부분의 구독자를 점유하는 소위 '승자독식(the-winner-take-all)' 현상이 존재한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이 그래프만으로는 데이터 수가 작아서 섣불리 그렇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겨우 60개의 블로그를 가지고 구독자 수 분포를 그렸기 때문이다(심심풀이였음을 양해 바란다). 사실 승자독식 현상이라고 판단하려면 80대 20법칙보다 더 심해야(예컨데 99대 1의 법칙 정도) 한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과 데이터를 확보한 후에 한RSS에 등록된 모든(카테고리 불문하고) 블로거들을 구독자 수를 기준으로 1위부터 나열해 본다면, 등수가 낮아질수록(즉, 1위에서 멀어질수록) 구독자수가 급감하는 전형적인 '승자독식'의 패턴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승자독식의 강도(1위에서 멀어질수록 얼마나 급감하는지)가 어느 정도일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블로거들간의 '구독 네트워크'는 파워 블로거라는 허브들로 연결선들이 집중된 모습의 그물망으로 나타날 것이다. 아마 그것은 A.R.바라바시가 말한 '척도없는 네트워크'가 아닐까?

만약에 전세계의 모든 블로그를 대상으로 통계를 내본다면 어떨까? 짐작컨데, 그때도 승자독식 패턴이 나타나겠지만, 동시에 크리스 앤더슨이 말한 '롱테일(Long tail)'이 발견될지도 모르겠다. 낮은 등수의 블로거들이 비록 소수지만 어느 정도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어서, 꼬리에 해당하는 구독자 수를 모두 더하면 상위 블로거들의 구독자 수를 압도한다는 것이 롱테일 현상이다. 하지만 위 그래프는 롱테일이라 말하기에 부족하다. 데이터가 얼마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러나, 왜 파워 블로거들은 구독자의 거의 대부분을 점유할 수 있을까? 그들에겐 여타 블로거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일까? 무엇이 그들에게 승자독식의 위치를 점하게 했을까?

잘은 모르겠으나, 아마도 그 이유는 파워 블로거들과 여타 블로거들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차이 때문은 아닐까? 작은 오차가 축적되어 커다란 효과로 나타난다는 '나비효과' 때문은 아닐까? 그 미묘한 차이, 파워 블로거를 여타 블로거들과 차별되게 만드는 요인이 무엇인지는 콕 집어 말하기 어렵다. 블로그스피어는 상호작용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증폭되는 복잡한 장(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파워블로거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혹시 그렇게 되길 원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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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물에서 놀아야 성공한다   

2009. 4. 1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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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나는 요즘 시나리오 플래닝의 개념을 전략 수립의 새로운 대안으로 고객들에게 제안한다. 헌데, 시나리오플래닝을 설명하러 다닐 때마다 항상 듣는 소리가 있다. 다른 기업은 시나리오플래닝을 하고 있느냐란 질문이다. 아직 우리나라 기업은 일반화되어 있지 않고 외국의 로열더치쉘, 아스트라제네카 등과 같은 회사가 전략적으로 이용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대답하면, "에이 우리나라 동종사는 안 하고 있나보네요" 라며 생뚱맞다는 표정을 짓는다. 쫑긋 세웠던 귀를 내리고, "다른 회사에서 안 하는 걸 왜 합니까, 모르모트도 아니고, 검증 안 된 것을 했다가 손해 보면 책임질 테요" 란 반응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전략 수립방법을 도입하여 실행하는 것도 일종의 투자일 텐데, 그 투자가 실패했을 경우 입게 되는 리스크를 생각하면 다른 회사에 했는지의 여부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생리이기 이전에 인간심리가 원래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보기에,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조직에 도입하고자 할 경우 기업들은 거의 반사적으로 벤치마킹을 해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보고서에 다른 회사는 이렇게 하고 있다는 내용이 부족하면, 그 아이디어가 좋고 나쁜지는 차치하고, 믿을 수 없다, 근거가 뭐냐며 보고서 작성자를 향해 공격할 채비를 한다. 뛰어난 아이디어가 무덤 속으로 묻히는 순간이다.

벤치마킹은 회귀적 사고와 쌍둥이다. 회귀적 사고란 과거에 일어난 사건과 추세가 미래에도 비슷하게 전개될 거라 판단하는 사고방식인데 과거와 미래의 사업구조가 동일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벤치마킹도 마찬가지다. 사업영역도 같고 게다가 같은 국가에 있으니까 그 회사가 하고 있는 A사업에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식으로 전개하는 것이 벤치마킹적 사고방식인데, 고객, 제품, 인력 등 양사의 구조가 동일하다는 전제를 밑바탕에 두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미래의 사업구조가 절대 같을 수 있으며, 타기업과 우리회사의 구조 또한  동일하지 않다. 저 회사에서 잘 된다고 하니 우리도 잘 될 거란 보장을 누가 할 수 있겠으며, 남들 하는 걸 흉내 내서 무슨 혁신을 꾀할 수 있을 것인가? 벤치마킹은 본래 남의 장점을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경영기법인데, 어찌 된 일인지 모방하고 뒤쫓아 가는 것으로 잘못 쓰이고 있다. 특히 업계 2, 3위 기업들이나 중소기업들이 그런 식으로 벤치마킹을 활용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그 위치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냉정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벤치마킹의 덫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하이트 맥주를 뒤돌아 보자.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맥주는 OB맥주가 강력한 업계 1위였다. 하이트의 전신인 크라운 맥주는 OB맥주의 그늘에 가려 만년 2등의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하이트가 100% 천연 암반수라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워 업계의 판도를 뒤집어 놓은 사례는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것과 비할 수 있는 일대 사건이었다. 만약 그때 하이트 내부의 벤치마킹적 사고에 단단히 물이 든 누군가가 뒷다리를 잡았더라면 어떠했을까? 그랬으면, OB맥주는 2005년에도 여전히 잘 나가고 있을 것이고 하이트는 근근이 버티고 있거나 최악에는 외국 업체에 합병됐을지도 모른다.

벤치마킹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벤치마킹을 하지 말라. 하더라도 참고만 하거나 아예 반대로 가라. 백전백승의 전략은 경쟁자와 ‘다른 물에서 노는 것’이다. 같은 물에서 놀아봐야 싸우느라 힘만 들고 돌아오는 몫도 탐탁치 않다. 온라인보험도 처음 아이디어를 내놓았을 때는 엄청난 벤치마킹적 사고의 후폭풍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어떤가? 다른 물에서 놀기로 작정한 이후에, 전통적인 보험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어 놓았고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했다.

의사결정에는 검증이 필요하므로 벤치마킹은 필수적이라고 항변한다면, 좋은 사례가 있다. 정수기 필터업체인 브리타(Brita)사는 미국시장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타당성을 알아봐야 했다. 대개의 기업들은 동종기업 사례를 수집하고 시장조사를 위해 컨설턴트를 고용하는 등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방법을  채택할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솔트레이크 시티에 있는 한 약국에 자사의 정수기로 걸러낸 차를 판매하는 작은 공간을 설치하고서, 지나가는 여성 소비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었다. 불과 3일 만에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파악할 수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브리타사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성공하려면, 늘 다른 물에서 놀자. 좋은 전략이란, 다른 물에서 놀 수 있는 방법을 말한다. 중국의 최대기업인 하이얼의 장뤼민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기수는 말을 달릴 때 옆을 돌아보지 않는다.”  훌륭한 기업 혹은 성공한 개인이 되려면 남이 하는 것보다 내가 해야 할 것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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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꽃을 보면 사진을 찍고 싶을까?   

2009. 4. 16.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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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이틀 무리했더니 어깨가 찌를 듯 아팠다. 몸을 피곤하게 다루기만 하면 당장에 아파오는 걸 보니, 무리하지 말라는 내 몸의 경고처럼 여겨진다. 몸도 달랠 겸 공원을 산책했다. 좀 쌀쌀했지만 피곤한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은 오히려 시원했다. 이제 곧 더워질테니 소슬한 바람이 좋았다.

개나리와 목련이 지고 벚꽃이 지니 이제 철쭉꽃이 핑크색 꽃잎을 여기저기 터뜨린다. 공원에서 자라는 철쭉은 '겹철쭉'이라고 하는 종인데, 수많은 꽃들이 수북하고 탐스럽게 피어서 지나가는 사람의 눈을 핑크빛으로 흠뻑 물들인다.


공원 모퉁이에서 만난 어떤 아주머니의 포즈가 내 눈에 들어왔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분은 울타리를 넘어 철쭉꽃 아래에 자리를 잡더니 70년대 영화나 달력에서 봤음직한 자세를 취했다. 두 팔은 땅을 짚고 오른 다리는 접고 왼 다리는 뒤로 쭉 뺀 자세로 앉은 그 아주머니는 젊었을 적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였을 얼굴 표정이었다.

그 과감하고 농염한(?) 모습에 슬며시 웃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앉아서 찍다가 일어서서는 꽃송이 하나를 손에 쥐고는 향기를 맡는 포즈를 취했다. 향기를 맡으랴, 시선을 카메라로 향하랴 약간 애매해진 모양으로 사진을 찍는 그녀는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꽃들이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으면 사람들은 예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꽃향기에 취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이 또한 꽃들의 일원인 듯 환하게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나직한 시선을 던진다. '어때? 꽃하고 같이 있으니까 나도 예쁘지?'라며 그 시선은 말한다. '꽃 옆에 있으면 내 얼굴이 못생겨 보여서 싫어'라며 꽃을 멀리 돌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누구나 미인이 아니니 그럴 만도 한데...

잘난 얼굴도 못난 얼굴도 꽃 앞에서는 모두 꽃이 되는 모양이다. 우리 모두 잠깐이지만 스스로를 꽃으로 상상하는 착각에 빠진다. 이 즐겁고도 착한 착각은 외양의 미추나 빈부, 혹은 생의 애락을 차별하지 않는다. 꽃 앞에서는 누구나 꽃이다. 꽃이 인간에게 주는 효용이고 지금껏 인간들의 곁에서 수만년을 함께 살 수 있던 이유리라.

개나리와 목련이 지고나면 철쭉을 피우고 철쭉이 지고나면 붉은 장미를 피운다, 그러니 늘 꽃다울 수 있는 이 봄이 좋을 수밖에 없다. 고맙다. 이 봄을 자칫 놓쳐도 다음의 봄을 기다릴 수 있도록 계절이 순환하니, 또한 고맙다.

생각해 보니, 생을 뜰 때 마지막을 함께 하는 것도 꽃이 아닌가? 슬플 것 같지만 그래도 외롭지는 않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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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지기 전에   

2009. 4. 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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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꽃으로 시작되어 꽃으로 진다.
그 꽃들이 지기 전에
품 낮은 사진으로 남겨둔다.

(크게 보려면 클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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