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를 매번 죽이는 연역법에 대해   

2009. 7. 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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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실증의 방법인 '분석'에 대해 다룰까 하다가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이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바로 "연역적인 논증'입니다. 오늘은 그동안 제쳐 두었던 연역적 논증 또는 연역법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여러 글에 걸쳐 설명한 논증의 구조(가설, 관찰, 실증 등), 즉 문제해결의 구조는 '귀납적인' 방법입니다. 이 논증 방법은 관찰과 실증을 통해 개별적인 사실(fact)들을 증명한 다음에 논거(basis)이라는 지렛대를 통해 '비약'하여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알다시피 귀납적인 논증은 다음과 같이 전개됩니다.

(사실 1) 소크라테스는 죽었다
(사실 2) 토마스 아퀴나스도 죽었다
(사실 3) 세익스피어도 죽었다
...
(사실 n) N도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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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거) 그들은 '인간'이라는 종(種)에 속한 개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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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모든 인간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도 토마스 아퀴나스도 죽었다는 개별적인 사실로부터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논증이 귀납적 논증입니다. 그렇지만 귀납적 논증은 논리적인 허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만일 아주 오래 전에 태어나서 아직까지 살아있는 사람이 지구상 어딘가에 한 사람이라도 존재한다면(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 해도), 이 논증은 거짓으로 판명나 버립니다.

부부는 닮는다 / 우린 부부다 / 우린 닮는다 ?


개인의 문제든, 조직의 문제든, 문제해결의 구조는 거의 대부분 귀납적인 논증 구조를 취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완벽하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반대되는 예(이를 반례(反例)라고 함)가 하나만 발견돼도 논증의 탑이 허물어지기 때문이죠. 그러나 문제해결 구조의 논리적인 완벽성을 기하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문제를 둘러싼 환경이 수학식처럼 딱딱 맞아 들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위의 귀납적 논증에서 논리적인 결점을 0%로 만들고자 한다면 이미 태어났고 앞으로 태어날 무한히 많은 사람들의 '사실들'을 수집하여 증명하는 수밖에 없겠죠. 만일 그렇게 한다면 결론을 결코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문제해결의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논리적인 정합성을 기하는 과정은 용인되는 수준에서 끝내고 논거를 사용한 '논리적 비약'으로 결론을 이끌어 내야 합니다. 바로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사실 1) 팀장이 CEO가 시킨 중요 프로젝트 때문에 직원관리에 신경을 못쓴다
(사실 2) 갑자기 직원을 많이 뽑았는데 각자에게 임무를 부여하지 않는다
(사실 3) 경쟁사의 판촉 때문에 고객을 많이 빼앗겨서 일이 줄었다
(사실 4) 손으로 하던 많은 업무들이 IT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수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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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거) 업무량이 줄면 직원들이 태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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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우리 직원들은 태만하다
 
위의 사실들은 모두 업무량이 감소될 수밖에 없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만일 업무량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는 사실이 어딘가에서 발견되면 이 귀납적 논증은 성립되지 못하겠죠. 하지만 분석(실증)을 계속 해봐도 항상 업무량이 줄었다는 사실만이 발견되고 설령 업무량이 늘었다 해도 국지적이거나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면, 이 귀납적 논증은 논리적으로는 비록 결점이 존재하나 문제해결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수용 가능한 논증입니다.

그런데 이 귀납적 논증을 잘 들여다 보면 그 안에 '연역적 논증'이 자리잡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업무량이 줄면 직원들이 태만해진다'라는 논거와 '우리 직원들은 태만하다'라는 결론은 연역적 관계입니다. 연역적 논증이란, 대전제에 소전제를 대비하여 결론을 이끌어 내는 추론을 말합니다. 말은 어렵지만 연역적 논증을 말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다음의 예를 보면 쉽게 이해됩니다.

(대전제)  모든 인간은 죽는다 (= 인간이면 죽는다)
(소전제)  소크라테스는 인간이다

(결론)     고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이런 논증을 '삼단논법'이라고도 말합니다. 대전제와 소전제, 그리고 결론으로 이어지는 삼단논법의 전개방식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서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두 개의 '참' 명제로부터 새로운 '참' 명제를 도출하는 과정은 논리학의 대단한 발견입니다.

삼단논법이 옳게 완성되려면, 아래와 같은 논리 구조를 가져야 합니다.

대전제 :    A --> B   (A이면, B이다)
소전제 :    C --> A   (C이면, A이다)
결론    :    C --> B   (C이면, B이다)

위에서 예로 든 '논거'와 '결론'을 삼단논법의 형태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논리적으로 완벽한 형태를 갖추었습니다.

(대전제) 업무량이 줄면 태만하다
(소전제) 우리 직원들의 업무량이 줄었다

(결론)    우리 직원들은 태만하다

그러나 겉으로는 삼단논법의 모양을 띠지만 들여다보면 논리적으로 엉망인 논법들이 많습니다. 아래의 예를 보기 바랍니다.

 (대전제)  포유류 동물은 산소를 호흡한다 (= 포유류 동물이면 산소를 호흡한다)
 (소전제)  사람은 산소를 호흡한다
 (결론)     고로, 사람은 포유류 동물이다

언뜻 보면 맞는 것도 같고 틀린 것도 같습니다. 여기에서 '사람'을 '파리'로 바꿔 보면 어떨까요?

 (대전제)  포유류 동물은 산소를 호흡한다
 (소전제)  파리는 산소를 호흡한다
 (결론)     고로, 파리는 포유류 동물이다

대번에 이 논법이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파리는 포유류 동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엉터리 논법을 명제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전제 :    A --> B   (A이면, B이다)
소전제 :    C --> B   (C이면, B이다)
결론    :    C --> A   (C이면, A이다)

연역적 논증(추론)을 할 때는 대전제, 소전제, 결론이 논리적인 단절이 없어야 하고 서로 상충되지 않아야 합니다. 위의 대전제와 소전제로부터 'C-->A' 라는 증거를 전혀 이끌어내지 못함을 알 수 있습니다. 노련한 문제해결사들도 때론 이와 같은 엉터리 삼단논법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연역적인 논증을 할 때 이 점을 꼭 주의하기 바랍니다.

위에서 예로 든 '논거'와 '결론'을 '엉터리 삼단논법'의 형태로 써보겠습니다.

(대전제) 업무량이 줄면 태만하다
(소전제) 우리 직원들은 태만하다

(결론)    우리 직원들의 업무량이 줄었다

마찬가지로 언뜻 보면 말이 되는 것 같지만, '태만하다'는 것이 '줄어든 업무량'을 증명하지 못하므로 이 논법은 '명확하게' 틀렸습니다. 아래의 예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전제)  고급인재는 성과가 높다
(소전제)  길동이는 성과가 높다

(결론)     길동이는 고급인재다

길동이의 성과가 높다 해도 그가 고급인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고급인재가 아닌데도 시장환경이 우호적이라서 그가 높은 성과를 나타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길동이를 고급인재라고 섣불리 결론 내리는 오류를 왕왕 범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해결사는 이러한 오류를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역적 논증에서 대전제는 이미 참이라고 증명된(혹은 거의 모두가 참이라고 인정한) 명제여야 합니다. 그리고 소전제는 실증을 통해 문제해결사가 참/거짓의 여부를 증명해야 할 명제인데요, 이것은 개별적인 사실(위의 사실1~4)로부터 귀납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만일 참이 아닌 대전제를 설정해 놓거나, 귀납적으로 참이 아닌 소전제를 설정하면, '우리 직원들은 태만하다'는 결론을 참이라 말하지 못합니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문제해결의 전체 구조는 귀납적 논증 구조를 가집니다. 그리고 논거와 결론 사이에는 연역적 추론 과정이 숨어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전제는 논거가 되고, 인터뷰, 관찰, 분석 등의 실증을 통해 귀납적으로 증명되고 요약된 사실이 소전제가 되어 연역적인 추론으로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이죠.

문제해결사는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또 논리적 오류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 귀납적과 연역법을 시의적절하게 적용하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연역법과 귀납법이라는 용어 자체가 좀 어렵게 느껴지지만 필히 숙지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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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꼭 필요한 초식 몇가지   

2009. 7. 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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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에 이어 인터뷰 때 지켜야 할 원칙을 계속해서 살펴보겠습니다. 3번부터 6번이 오늘 설명할 부분입니다.

인터뷰 원칙
1) 사전에 문제와 관련한 배경지식을 습득한다
2) 가설 목록을 반드시 준비한다
3) 간단명료하게 질문한 후 듣는다
4) 가설 하나에 '왜'를 세 번 묻는다
5) 인터뷰를 계속 진화시킨다
6) 인터뷰를 반드시 기록한다

문제해결도, 인터뷰도 충분한 연습이 열쇠입니다.


세번째 원칙, '간단명료하게 질문한 후 듣는다'. 인터뷰 시간을 100으로 본다면 인터뷰어가 말하는 시간은 5% 미만이어야 합니다. 능력 있는 문제해결사는 95%이상의 시간을 인터뷰이가 이야기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는 당연한 말이지만, 몇몇 어설픈 문제해결사들은 인터뷰이보다 오히려 더 많이 이야기하는 오류를 범합니다. 50% 이상 혼자서 인터뷰 시간을 잡아먹는 경우도 왕왕 발생합니다.

그들이 그렇게 '혼자 떠드는' 이유는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이 인터뷰의 목적이라고 잘못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인터뷰이가 "이런 프로젝트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불평을 토하면 어설픈 문제해결사들은 100% 말려들고 맙니다. 간단하게 프로젝트의 목적을 언급하고 넘어가면 충분한데도, 프로젝트가 시작된 배경부터 시작해서 절차와 방법, 기대되는 아웃풋 이미지, 협조를 꼭 해야만 하는 이유 등등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면 인터뷰이가 만족한 표정으로 "알겠습니다. 잘 이해했습니다"라는 반응을 보일 것 같지만, 이런 기대는 접어두는 게 좋습니다. 인터뷰 시간은 인터뷰이를 위해 마련한 무대입니다. 그를 무대 위에 세워두고 그냥 인터뷰어의 장황한 설명만을 듣도록 놔두면 어떻겠습니까? 겉으로는 잘 이해했다고 말할지는 몰라도 말할 기회를 빼앗겨서 불만이 더 쌓이고 맙니다.

그가 프로젝트에 관해 불평을 던지면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후에 답변을 듣고서 계속 질문을 이어가는 흐름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인터뷰이가 질문에 답하면서 스스로 프로젝트의 당위성을 인지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비록 불평불만이더라도 인터뷰이에게 충분하게 발언 시간을 줘야 합니다. '불평 들어주다가 인터뷰 질문을 하나도 못하겠네'라는 생각에 인터뷰이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리고 '그건 이러저러 해서'라며 변명을 늘어놓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인터뷰어는 질문을 하고 듣는 사람이지 답변을 하는 사람이 아님을 기억하십시오.

기존에 수립한 가설을 검증하고 새로운 가설을 관찰하기 위한 기회로만 인터뷰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고 싶다면, 사전에 인터뷰어들을 모두 모아놓고 프로젝트의 배경과 목적, 과정, 아웃풋 등을 공지하고 협조도 요청하는 설명회 시간을 별도로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전에 아무런 말없이 무턱대고 인터뷰를 시작하면, 위에 언급했듯이 인터뷰어가 더 말을 많이 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마니까요.

질문도 너무 길면 곤란합니다. 하나의 질문에 10초를 넘기지 마십시오. 가령 하나의 질문을 던질 때마다 질문의 배경부터 시작해서 예상되는 효과나 리스크까지 총망라해서 질문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은 100분 토론 같이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 쓰이는 전술이지 문제해결 과정에서는 지양해야 할 질문 형식입니다. 인터뷰는 상대방을 추궁하고 공격하는 시간이 아니라 사실을 밝히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문장 하나에는 한 가지 내용만 질문하십시오. '이것에 대해 답변해 주시고요, 또 저것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식의 질문은 토론이나 심포지움에나 어울리는 질문 형식입니다. 하나의 질문을 오래 하는 것보다 질문을 여러 번 하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또한 인터뷰이가 질문과는 다른 내용의 말을 하더라도 제지하지 말고 일단 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인터뷰이가 평소에 꼭 하고싶은 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기타 질문할 때의 Tip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니, 충분히 숙지하기 바랍니다.

1) 질문을 하는 데에 10초를 넘기지 않는다
2) 질문 하나엔 한 가지 주제만 담는다
3) 어떤 경우에도 답변을 중단시키지 않는다
4)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냐는 식의 언급을 하지 않는다
5) 추궁하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6) 질문 후에 인터뷰이가 생각할 시간을 준다
7) 답변이 틀렸다고 생각돼도 절대 교정하지 않는다
8) 답변을 들으면서 적절하게 '추임새'를 넣는다

네번째 원칙, '가설 하나에 '왜'를 세 번 묻는다'. 문제의 근본원인을 충분히 탐색하려면 이 원칙이 매우 중요합니다. 보통 질문을 받으면 제일 먼저 생각하는 표면적인 원인과 이유만을 답변하게 됩니다. 게다가 인터뷰는 사실 관계를 밝히는 과정이라서 때때로 인터뷰이가 방어적인 입장에서 답변에 응합니다. 속으로 '이런 답변을 해도 되나?'는 걱정을 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사고의 한계와 우려를 깨뜨리려면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합니다. 저는 가설 하나에 최소한 세 번 정도는 '왜'라는 질문을 던질 것을 권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왜 그것이 발생했다고 보는가, 왜 그것이 가능/불가능한가, 라는 질문을 이어가야만 가설 속에 내재된 근본원인으로 다가갈 수 있고 해결책의 실마리도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업무량이 적어서 직원들이 태만하다'라는 가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연속적으로 '왜'를 세 번 이상 질문해야 합니다.

- 문제해결사 : 업무량이 적다는 말이 오고 가는데요,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 인터뷰이    : 팀장이 우리에게 일을 별로 시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 문제해결사 : 왜 팀장이 일을 주지 않습니까?
- 인터뷰이    : 인력이 갑자기 늘었는데 팀장이 자기 일에 바빠 신경을 안 씁니다.
- 문제해결사 : 왜 팀장이 바쁩니까?
- 인터뷰이    : CEO가 팀장에게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겼는데 비밀사항이라 알 길이 없네요.

이런 방식으로 '왜'를 파고 들면 직원들이 태만한 근무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팀장의 통제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고, CEO가 팀장에게 팀 관리 업무보다 더 중요한 임무를 맡겼기 때문임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팀장에게 맡긴 임무가 중차대하다면 팀 관리를 맡을 사람을 새로 영입하고 기존 팀장은 프로젝트에 전념하도록 조치하는 것이 잠정적인 해결책일 겁니다.

하나의 가설에 너무나 많이 '왜'를 질문하면 인터뷰이의 짜증을 유발할지도 모르니 유의해야 합니다. '왜'를 여러 번 하면 추궁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서너 번 정도 '왜'를 질문하고서도 더 궁금하다면, 일단 다른 가설로 넘어갔다가 '아까 이렇게 말씀하셨는데요, 제 생각엔 중요한 것 같아서 좀더 질문 드리겠습니다. 그것은 왜 그렇습니까?'라고 질문해야 좋습니다.

다섯번째 원칙, '인터뷰를 계속 진화시킨다'. 조직의 규모와 프로젝트(문제해결 과정)의 경중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명에서 50명 정도로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하는데요, 보통 3~4명 인터뷰를 하다보면 모든 인터뷰이들이 동일하게 답변하는 질문(즉 가설)들이 발견됩니다.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인터뷰가 모두 끝날 때까지 똑같은 질문들을 반복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인터뷰이 모두가 동일하게 답변하는 질문(가설)은 참/거짓 여부가 일단 증명됐다고 보고, 다른 가설에 초점을 맞춘 질문들을 위주로 뒤에 이어질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새로운 가설을 파악하는 데에도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짧은 인터뷰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 포스트에서 인터뷰에 임하기 전에 이슈 트리 형태로 가설 목록을 꾸며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 가설 목록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거짓이라 생각되는 가설은 날려버리고인터뷰이가 새롭게 제기한 가설이 있다면 추가해서 다음 인터뷰이에게 질문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팀장이 CEO가 시키는 중요한 일 때문에 팀원들에게 신경을 못쓴다'라는 답변을 얻기 위해 위에서 제시한 '3 Why 질문'을 수십 수백 번 반복하는 건 의미 없는 행동입니다. 하나의 가설 목록(질문서)을 끝까지 고수하는 건 설문지에서나 통용되는 방법입니다. 인터뷰를 계속 진화시켜야 폭넓은 관점에서 문제의 근본원인과 해결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여섯번째 원칙, '인터뷰를 반드시 기록한다'. 이 원칙은 매우 당연한데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인터뷰 결과가 머리 속에 다 있는데 굳이 기록할 필요가 있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문제해결사가 있다면, 그 말은 그가 표면적인 질문을 위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증거입니다.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 만한 답변만을 얻었다는 뜻이니까요.

인터뷰 기록의 목적은 단지 문제해결사 본인의 기억을 돕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첫째, 인터뷰 기록을 다른 이와 공유하려면 반드시 문서 형태로 정리된 기록이 필요합니다. 둘째, 이렇게 기록된 문서는 가설 검증의 증거가 됩니다. 셋째, 해결책을 수립하기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됩니다. 인터뷰를 하고서도 기록하지 않는 것은 과학자가 실험을 하고서도 실험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실험기록이 없는 연구 결과는 누구도 믿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롱거리가 되죠.

한 사람의 인터뷰가 끝나면 곧바로 인터뷰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인터뷰 중간중간에 메모를 하지만 대개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필체로 적혀서 기록으로서는 적절치 못합니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인터뷰 기록을 정리하고 가설 목록(이슈 트리)을 업데이트한 후에 다음 인터뷰에 임해야 합니다.

인터뷰 기록 작성의 수고를 덜기 위해서 기록하는 사람(보통 노트북 PC로)을 대동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이가 꼭 취조 당하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에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습니다. 나중에 인터뷰 기록이 윗사람에게 보고되면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피해를 줄까 우려하기도 하죠. 물론 손으로 적거나 PC로 적거나 근거로 남게 되지만, 딸각거리는 키보드 소리는 그런 우려를 확대시키는 역효과를 일으킵니다.

인터뷰 장소에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둘만 참여하고 노트북 PC는 사용하지 마십시오. 그냥 백지에 인터뷰이의 답변을 키워드 중심으로 적으면 충분합니다. 토씨 하나까지 모두 적겠다는 마음도 버려야 합니다. 인터뷰이의 눈을 맞추기도 힘들고 교감을 이끌어 내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문제해결 과정에서 관찰의 도구, 가설 실증의 도구로 필수적으로 쓰이는 인터뷰의 원칙 6가지를 살펴봤습니다. 이 원칙 이외에 인터뷰어가 준수해야 할 사항이 더 있겠지만, 대부분 지엽적이고 이 원칙들에서 파생된 것이라 보면 됩니다. 인터뷰 역시 경험이 중요합니다.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바람직한 인터뷰 방법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겠지만, 이 원칙들을 염두에 둔다면 시행착오의 수를 줄이고 문제해결력도 키울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실증의 일종인 '분석'의 내용을 다룰까 생각 중입니다. 지금까지 잘 따라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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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기술을 걸어 봅시다   

2009. 7. 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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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인터뷰의 기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인터뷰는 문제해결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과학에서 행해지는 여러 실험이 문제의 답을 알아내기 위한 과정이듯이 인터뷰는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탐색하기 위한 결정적인 '실험도구'입니다.

여러분은 조직의 문제를 해결할 때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인터뷰를 해왔을 겁니다. 그러나 인터뷰의 목적과 절차, 방법 등을 숙지하지 않은 채 무조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뭔가 밝혀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감행'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과학자들은 실험을 하기 전에 철저하게 실험을 설계합니다. 특히 여러번 되풀이하기 힘들다면 실험이 잘못되지 않도록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갖춥니다.

문제가 참 많기도 합니다.


인터뷰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문제해결사들은 한정된 기간에 문제를 해결하기를 요청받기 때문에 인터뷰를 여러 번 반복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또한 인터뷰는 필연적으로 인터뷰이(interviewee)의 시간을 빼앗게 됩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흉흉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일은 없어야 되겠지요. 문제해결이 지체되면 나중에 아무리 좋은 해결책이 나왔다 해도 구성원들이 수용하기를 거부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괴롭히더니 고작 그런 해결책이냐?"고 말입니다. 사전에 인터뷰를 잘 설계해서 진행해야 가설을 검증할 수 있고 바람직한 해결책에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인터뷰는 관찰의 일종이라고 지난 글에서 언급했습니다. 즉 인터뷰의 목적은 현상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죠. 문제가 벌어지고 야기하는 상황, 문제의 잠정적인 원인, 해결책의 실마리를 관찰하는 도구가 인터뷰입니다. 컨설턴트들은 프로젝트 초기에 문제가 무엇이든 간에 거의 자동적으로 인터뷰를 실시합니다. 문제해결에 부여된 기간이 3개월이라면 1개월에 가까운 시간을 인터뷰에 공을 들입니다. 

'전문가라면 척 보면 알 텐데 왜 귀찮게 인터뷰를 하지? 빨리 해결책이나 내놓지 그래'라며 짜증을 내는 의뢰인이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해결사가 신이 아닌 한 의뢰인의 말만 듣고서는 현상을 옳게 파악하지 못합니다. 노련한 문제해결사들은 가설을 빨리 내놓은 데에는 '선수'로서의 능력을 보이지만, 인터뷰를 통한 관찰 없이는 절대로 해결책을 내놓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면 다 똑같은 문제 같지만, 조직에 내재된 독특한 특징은 제각각이므로 문제의 잠정적 원인과 해결책은 다르기 마련입니다. 여러분이 사실에 기반을 둔(Fact-Based) 문제해결을 추구한다면 인터뷰는 빼먹지 말아야 할 필수 과정입니다. 문제가 벌어지는 현장을 직접 관찰하지 않으면 의뢰인 입맛에만 맞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인터뷰는 실증의 도구이기도 합니다. 미리 설정한 가설이 실제로 그러한지의 여부를 인터뷰를 통해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직원들을 많이 뽑아 놓고는 아직까지 어떤 업무를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는다', '권한이 모두 윗사람에게 집중되어 그 밑의 직원들은 허드렛일만 한다' 등의 답변을 통해 '업무량 적어 직원들이 태만하다'라는 가설이 참인지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터뷰도 사람의 일인지라 인터뷰이가 거짓으로 답변하면 가설의 참/거짓 판단이 왜곡될 위험도 있습니다. 직원들이 게으름을 피워놓고 엉뚱하게 회사 탓, 관리자 탓으로 돌릴 가능성도 충분하니까요. 하지만 노련한 문제해결사라면 심층적이고 다각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에게 부여된 공식적인 업무는 무엇입니까?", "그 업무는 아주 중요한 임무인데 수행하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까?"라고 말입니다.

서론이 조금 길었는데 정리해 보면, 인터뷰는 현상을 파악하기 위한 관찰의 도구이자, 가설의 참/거짓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실증의 도구입니다.

인터뷰는
1) 관찰의 도구
2) 실증의 도구

그렇다면 인터뷰를 실행할 때 문제해결사가 지켜야 할 원칙을 알아보겠습니다. 인터뷰 스킬의 세부적인 사항(질문하는 태도, 표정, 말투, 분위기 조성 등)은 여러 책에서 이미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여기서 굳이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인터뷰이를 편안하게 해주면서 문제해결에 열의를 가지고 임한다면 손동작이나 억양과 같이 세세한 것에 지나치게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6가지 사항은 인터뷰어(interviewer)로서 문제해결사가 반드시 준수해야 할 기본 원칙임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1) 사전에 문제와 관련한 배경지식을 습득한다
2) 가설 목록을 반드시 준비한다
3) 간단명료하게 질문한 후 듣는다
4) 가설 하나에 '왜'를 세번 묻는다
5) 인터뷰를 계속 진화시킨다
6) 인터뷰를 반드시 기록한다

첫번째 원칙 '사전에 문제와 관련한 배경지식을 습득한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문제해결사가 조직 내부의 사람이라 해도 문제를 둘러싼 배경지식에는 종종 무지합니다. 경영기획 파트에 근무하는 문제해결사는 예전에 근무를 해본 경험이 없으면 영업 일선의 업무 프로세스와 공장에서 운영되는 생산/물류 시스템을 잘 알지 못합니다. 문제해결사는 반드시 배경지식을 공부해야 하는데요,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함입니다. 때론 인터뷰인지 수업 시간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터뷰이가 인터뷰어에게 자기네 업무 프로세스와 용어를 일일이 가르치는 데 귀한 시간을 허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정말 곤란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로 찍혀 버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라며 콧방귀를 뀌기 마련입니다. 이런 첫인상이 박히면 성의 없고 정보도 없는 답변 밖에는 얻지 못하죠. 일단 인터뷰이들이 '아, 이 사람은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좀 아네?'라고 인식시키려면 완벽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배경지식을 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심층적인 질문을 통해 관찰과 실증의 질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배경지식이 없다면 질문을 이어가기가 어렵습니다. 인터뷰이가 A라고 답변하면 '혹시 그것은 B 때문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C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재차 질문을 날려야 하지만, 배경지식이 없다면 이런 심층적인 질문은 불가능합니다. 변죽만 울리는 질문에 그쳐서 문제해결사를 통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아는 정보를 얻게 됩니다.

배경지식을 학습하는 데에 일주일 정도 투자하기 바랍니다. 먼저 문서로 된 자료를 살펴본 후에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의뢰인이나 전문가에게 물어서 꼭 숙지해야 합니다. 시간이 급박하다 해도 배경지식 습득에 쏟는 일주일의 기간은 문제해결의 완료시간을 이주일 이상 앞당기는 효과가 있습니다.

두번째 원칙, '가설 목록을 반드시 준비한다'. 이는 지난 글에서 수차례 강조했던 사항입니다. 관찰과 실증에 임하기 전에 가설을 먼저 설정하는 작업이 필수적입니다. 잘 작성된 가설 목록은 인터뷰 질문지를 대신합니다. 굳이 질문지를 따로 만드는 수고를 덜 수 있지요. 질문지가 필요한 경우라도 가설 목록을 질문으로 전환하면 그만입니다.

가설 목록은 계층을 갖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 말은 가설들을 체계없이 죽 나열하지 말고 다음과 같이 '트리(tree)' 형태로 목록을 구성하라는 말입니다. 이런 모양을 '이슈 트리(issue tree)'라고 부릅니다.

가설 1  - 가설 1.1  - 가설 1.1.1
             가설 1.2  - 가설 1.2.1
                             가설 1.2.1

가설 2 - 가설 2.1
            가설 2.2

가설 3 - 가설 3.1  - 가설 3.1.1
                            가설 3.1.2

예를 들어, '업무량이 적어서 직원들이 태만하다'라는 걸 가설 1로 본다면, 그 밑단에 놓일 세부 가설들은 다음과 같을 겁니다. 

 가설 1 : 업무량이 적다

가설 1.1 : 팀장이 직원들에게 충분한 업무량을 부여하지 않는다
가설 1.1.1 : 팀장이 중요업무를 모두 혼자 수행한다
가설 1.1.2 : 직원들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뽑았다

가설 1.2 :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가설 1.2.1 : 타사와의 경쟁이 치열하다
가설 1.2.2 :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중이다

....

이렇게 이슈 트리로 가설 목록을 만들면 3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첫째, 어떤 가설이 포괄적이고 어떤 가설이 더 심층적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원인의 원인, 원인의 원인의 원인으로 파고 들어가면 문제를 야기하는 근본원인(root cause)과 만나게 됩니다. 이슈 트리는 그 자체가 근본원인을 탐색하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둘째, 옳지 않은 가설을 신속하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만일 인터뷰를 하다가(또는 자료를 분석하다가) '가설 1.2'이 거짓이라는 결정적 증거를 얻었다면, 그것에 딸린 가지는 모두 제거됩니다. 그러면 후속 인터뷰에서는 가설 1.1을 입증하기 위한 심층적인 질문에 집중하거나 이슈 트리를 더 '깊은 수준'으로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가설 1.2에 해당하는 질문에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셋째, 이슈 트리를 통해 입증된 가설과 거짓으로 판명된 가설, 그리고 입증이 완료되지 않은 가설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습니다. '이 가설은 참(또는 거짓)이니까 이제 더 이상 증명하지 않아도 돼' 혹은 '인터뷰만 가지고 아직 참/거짓을 판단하기엔 곤란해. 심도 깊은 분석을 해봐야겠어'라며 향후의 문제해결 과정을 계획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슈 트리를 만들 때는 MECE(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austive)라는 원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MECE는 그 의미는 아주 간단하지만 훈련이 안되면 실제로 준수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다음 기회에 따로 설명하겠습니다. 그리고, 인터뷰 원칙 3번~6번은 내일 포스트에서 다루기로 하지요.오늘도 문제 없는, 아니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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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관계를 파헤쳐 봅시다   

2009. 7. 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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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설을 실증하는 단계로 넘어오겠습니다. 실증(proof)이란 가설의 참/거짓 여부를 밝히는 과정이고, 관찰을 행할 때 설정되는 가설은 문제의 원인에 초점을 맞춰야 좋은 가설임을 지금까지의 포스트에서 언급했습니다. 따라서 실증은 '인과관계'를 밝히는 과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실증이란,
1) 가설의 참/거짓 여부를 밝히는 과정
2)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과정

그렇다면 인과관계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두 개 이상의 사건이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 묶인다는 뜻입니다. 아주 자명해서 굳이 정의할 필요가 없다 싶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문제해결사의 자격을 취득하려면 흠결 없는 실증을 위해서 인과관계의 의미를 올바르게 알아야 합니다.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인과관계가 성립하려면 다음의 3가지 조건을 반드시 만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과관계 성립조건
1) 원인이 결과보다 시간적으로 먼저여야 한다.
2) 원인과 결과가 서로 관련이 있어야 한다.
3) 다른 인과적인 설명은 배제되어야 한다.

머리가 어지러우시죠? ^^


첫번째 조건은 너무나 당연해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원인이 되는 사건이 먼저 일어나야 결과의 사건이 벌어지지, 결과가 먼저 생겨난 다음에 원인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문제해결사가 처음 문제를 접할 때는 결과가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그렇다고 결과가 원인보다 앞서서 발생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 첫번째 조건을 제시하면 많은 분들이 '당연한 말을 왜 해?'라며 약간은 빈정거리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러나 문제해결에 직면하여 실증을 행할 때, 이토록 자명한 인과관계의 성립조건을 망각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합니다. 시간적인 선후관계를 따져보지 않고 마음대로 인과관계란 표시를 합니다.

예를 들어, '직원들에게 충분한 양의 업무량이 주어지지 않아서 직원들이 태만하다'라는 가설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충분하지 않은 업무량이 원인이고, 직원들의 태만함이 결과라고 제시된 가설이죠. 수학에서 쓰는 형식으로 이 가설을 표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충분하지 않은 업무량 → 직원들의 태만함

일할거리를 많이 주지 않으면 남아도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동료들과 잡담하거나 멍하니 자리를 지키는 것이 당연합니다. 따라서 인과관계가 성립된다고 보기 쉽죠. 허나 '당연함'에 도사린 함정을 조심해야 합니다. 과거 경험이나 타 사례를 통해 자동적으로 이러한 인과관계를 옳다고 인정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명하다는 본능적 판단을 억제하고, 충분하지 않은 업무량이 직원들의 태만함보다 시간적으로 먼저 일어났는지의 여부를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직원들이 다른 이유(예:월급이 짜서)로 태만하게 일하니까 관리자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어차피 일을 많이 줘 봤자 안할 테니 이 정도의 일만 시키자'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업무량이 점차 적어졌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의 태만함이 먼저 발생했다면 위의 가설을 참이라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두번째 조건인 '원인과 결과는 서로 관련이 있어야 한다'를 살펴보죠. 이 조건도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서로 관련이 있다'라는 문구에 주의해야 합니다. 이 말을 상관관계란 의미로 오해하면 곤란합니다. 상관관계란 두 개의 사건 사이에 규칙적인 관계가 존재함을 일컫는데, 인과관계와 혼동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인과관계가 성립하면 상관관계도 성립합니다. 그러나 상관관계가 성립한다고 해서 항상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 일화는 실제가 아니라,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가 자신의 저서 '풀 하우스(Full House)'에서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오인하는 경향을 비꼬기 위해 쓴 글입니다.

유명한 통계학자가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술주정꾼 검거 건수와 침례교 목사 수 사이에 '정(+)'의 상관관계가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통계학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술주정꾼이 많아져서 그들을 계도하려고 목사들이 많아졌다." 목사가 많아진 원인이 술주정꾼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한 마디로 그의 결론은 엉터리입니다. 술주정꾼이 많아진 사건이나 침례교 목사가 늘어난 현상이나 모두미국 인구의 증가가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술주정꾼과 목사 수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존재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바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상관관계가 있으나 인과관계도 있다고 주장한다면 "목사 수가 많아진 시대상황을 개탄(?)하느라 술주정꾼도 많아졌다"는 말도 우스꽝스럽게 성립돼 버립니다.

두번째 조건에서 '서로 관련이 있다'라는 말은 '원인이 발생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결과가 일어난다', 혹은 '결과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원인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를 의미합니다. '업무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반드시 직원들이 태만해지고', '직원들이 열심히 일한다면 업무량이 적을 리 없다'는 뜻이죠. 상관관계를 의미하지 않음을 유의하기 바랍니다.

세번째 조건 '다른 인과적인 설명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무슨 말일까요? 이 말은 좀 어렵습니다. 천천히따져보겠습니다. '업무량이 충분치 않으니 직원들이 태만해지고, 동시에 월급도 줄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럴 때 우리가 다뤄야 할 사건은 1) 충분치 않은 업무량, 2) 줄어든 월급, 3) 직원들의 태만함, 등 3개가 됩니다.

'충분치 않은 업무량이 반드시 직원들의 태만함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우리가 실증할 가설임을 다시 상기하기 바랍니다. 이 가설을 증명하려면, '업무량은 태만함과 전혀 관련이 없다. 월급이 줄어들어서 직원들이 태만해졌다'라고 주장하는 또다른 인과적 관계를 배제해야 합니다. 

'줄어든 월급'이라는 인과적 설명을 배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업무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원인)에서 월급이 줄어들지 않았을 경우(배제할 인과관계)에 직원들이 태만(결과)해졌는가?'를 증명하면 됩니다. 쉽게 말해 월급이야 줄든 늘든 원인과 결과 사이의 관계가 확고하다면 인과관계가 성립되고 가설도 실증됩니다.

그러나 '충분치 않은 업무량'만으로 '직원들의 태만함'을 설명할 수 없다면, 즉 '줄어든 월급'이라는 또다른 원인이 가미되어야 직원들이 태만해진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은 업무량 → 직원들의 태만함'이라는 가설은 기각되고 다음과 같이 새로운 가설을 설정해야 합니다.

(충분하지 않은 업무량) and (줄어든 월급)  →  직원들의 태만함

반증(Disproof)이란, 가설이 거짓임을 밝히는 과정입니다. 위에서 실증이란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과정이라고 했으므로, 반증은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음을 증명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반증의 실행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반증의 실행방법
1) 원인과 결과가 시간적으로 거꾸로임을 증명한다.
2) 원인과 결과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증거를 찾는다.
3) 대체하거나 보완할 새로운 인과적 설명을 찾는다.

요약하면, 실증은 가설의 참/거짓 여부를 증명하는 과정이고, 결국은 인과관계가 성립하는지를 밝히는 절차입니다. 위에 제시한 인과관계의 성립조건을 명확히 인지해야만 참인 가설을 거짓으로, 혹은 그 반대로 증명하는 오류에 빠지지 않습니다. 문제해결사는 이를 명심해야겠습니다.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의 링크를 눌러서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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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을 사랑하십니까?   

2009. 7. 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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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을 설정함으로써 문제해결 과정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음을 지난 포스트에서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가설이 되려면 단순한 상황 이외에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의 실마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가설은 문제해결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임을 이제 알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실증)하는 과정에서 여러분이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오늘은 가설의 실증 과정에서 가져야 할 마인드를 알아보겠습니다.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은 불굴의 발명가로서 우리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늘 각인돼 있습니다.지만 그도 인간인지라 한때 영욕에 눈이 멀어 아름답지 못한 행동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는 뉴욕시에서 사용할 직류 방식의 전력 공급 시스템을 발명한 후 사업을 전개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강력한 경쟁자였던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가 교류 방식을 발명하고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교류 기술을 기반으로 전력 공급 사업에 뛰어 들자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습니다.

교류는 직류 방식보다 멀리 전기를 보낼 수 있고 전선이 잘 부식되지 않으며 자유롭게 전압을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오늘날 모든 가정에서 쓰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에디슨은 교류의 장점을 모른 체하며 자신의 직류 방식을 홍보하기 위해 끔찍한 실험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연구소에 사람들을 모아 놓고 산 채로 개와 고양이를 고압의 교류 전기로 태워 죽이는 실험을 여러 차례 실시해서 교류가 직류보다 안전하지 않다고 거짓으로 알리고 다녔습니다. 또한 사형 집행 도구로 교류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 의자’를 손수 발명함으로써 교류의 위험성을 대대적으로 부각시키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런 악의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웨스팅하우스가 전력 공급 사업권을 획득했고, 결국 그는 패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에디슨은 ‘내가 발명한 직류 전기가 교류보다 우수하다’는 가설에 스스로 매몰되어 오로지 교류의 위험성을 규탄하는 데 힘을 모으는 과오를 범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일단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그것을 고수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A로 인해 B가 발생한다’라는 하나의 가설을 세우면 그 가설에 어떤 힘이 생긴다고 착각합니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 원자력 발전소가 세워진 직후에 자갈만한 우박이 떨어지는 이상기후현상이 나타나면,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온 방사능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웁니다. 그리고 이 가설을 실증하지도 않았으면서 그 이후에 일어나는 모든 이상 현상을 전부 원자력 발전소 탓으로 돌리기 십상입니다.

실증을 통해 가설을 참/거짓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보다, 가설의 참을 입증하는 데에 힘을 모으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설을 반대되는 증거가 나타나면 가설을 기각하기보다 오히려 그런 증거가 틀렸다고 말합니다. 가설을 반증하기보다는 입증하려는 경향이 더 크다는 뜻입니다.

이를 증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다음과 같이 카드 네 장이 있습니다. 진행자가 한쪽 면에 모음이 있으면 반대 면에는 짝수가 있다는 규칙을 만족하는지 확인하려면 어떤 카드를 뒤집어야 하는가?" 라고 물어 본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떤 카드를 선택해야 할까요? 답을 보기 전에 본인의 마음이 가는 카드를 집기 바랍니다.


골랐습니까? 아마 짐작이 맞는다면, 여러분들 많은 분들이 ‘A’나 ‘2’를 집어 들었을 겁니다. 맞습니까?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할 겁니다.

위에서 설정된 가설은 '한쪽 면에 모음이 있으면 반대 면엔 짝수가 있다'입니다. 사람들은 이 가설을 입증하려고만 하지 반증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A'나 '2'를 집어 듭니다. 만일 여러분이 ‘7’을 집었다면 입증이 아니라 반증을 시도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반증을 시도하는 사람은 연구 결과 4%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반증에 굉장히 약합니다. (고급 독자를 위한 설명 : ‘모음이 있으면 짝수가 있다’는 명제가 참이 되려면 대우(對偶)명제인 ‘홀수가 있으면 자음이 있다’는 명제도 참이 돼야 합니다. 완벽한 증명을 하려면 여러분은 ‘A’와 ‘7’을 함께 선택해야 합니다).

반증이 귀찮더라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일어나세요, 문제해결사여!


가설을 설정할 때는 반드시 반증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반증 가능성이 낮은 가설은 좋은 가설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우리 제품의 향후 매출액은 증가하거나 하락하거나 아니면 유지할 것이다"라는 가설을 떠올려 보십시오. 이 가설을 반증(거짓이라고 증명)할 수 있습니까? 매출의 향후 추이를 모두 언급했기 때문에 이 가설은 항상 참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증의 여지가 전혀 없어서 실증할 도리가 없습니다. 이런 가설은 세우나 마나한 무가치한 가설입니다.

따라서 지난 글에서 제시한 '좋은 가설의 조건'에 하나가 더 추가됩니다.

1) 문제의 원인을 파고드는 가설
2) 측정 대상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가설
3) 해결책의 실마리와 방향을 제시하는 가설
4) 반증 가능성이 높은 가설

또한, 가설에 대한 실증 방법을 설계할 때도 입증과 반증의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오로지 입증만 가능하도록 실증 방법을 왜곡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제멋대로 실증 방법과 결과를 조작하여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된 사례를 알고 있습니다. 바로 '황우석 사태'입니다. 그는 자신이 세운 가설이 옳다고 주장하기 위해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방법으로 실증을 행했습니다. 비윤리적인 난자 채취는 차치하고서라도 교묘한 사진 조작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능력 있는 문제해결사라면 가설이 휘두르는 힘을 누를 줄 알아야 합니다. 가설은 어디까지나 '임시로 옳다고 가정한 명제'이니까요. 문제해결의 효과를 위해 잠시 눈에 씌운 색안경에 불과합니다. 가설을 설정했다는 말은 가설이 참/거짓을 실증하라는 의미지, 그 가설이 옳음을 증명하라고 숙제를 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분자생물학자인 후쿠오카 신이치(福岡伸一)는 “지적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자기회의(自己懷疑,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가 가능한가 아닌가에 달렸다”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문제해결의 입장에서 다시 써보면 이렇게 됩니다. "가설의 실증을 위한 최소한의 마인드는 가설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회의적 관점을 견지하는 것이다."

가설이 틀렸다고 입증되면 과감히 그것을 폐기하고 다른 가설을 세워야 합니다. 영국의 경험주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인간은 자신이 진실이기를 바라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선호가 실증의 기준은 아닙니다. 가설은 실증의 대상이지 '사랑'의 대상이 아님을 명심해야겠습니다.


* 덧붙임 : 이 글은 예전에 제가 쓴 글(http://www.infuture.kr/195)의 내용을 기초로 문제해결의 관점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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