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결과, 잘 공유해야 효과 있어   

2009. 8. 21. 13:29
반응형

알다시피 컨설팅 수수료는 비쌉니다. 비싼 서비스인 만큼 그 결과가 잘 활용되어 수수료 이상의 효과를 거둬 들어야 함은 당연한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이 컨설팅 결과물을 충분히 이해함으로써 행동의 방향을 일치시켜야 하고, 이보다 먼저 컨설팅을 진행한 부서가 구성원들에게 결과물을 올바르게 공유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컨설팅 결과가 조직 내에 제대로 공유되고 확산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컨설팅을 받았다고는 하는데 그 결과가 어떤지 확실하게 모르고 있거나, 컨설팅을 받은 사실조차 모르는 직원이 태반인 경우도 많지요. 그래서 A부서가 이미 컨설팅을 받은 내용을 B부서가 또다시 컨설팅을 의뢰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모 회사의 인사팀으로부터 조직평가(사업부 혹은 부서별 성과를 평가하는 제도)에 대한 개선을 의뢰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착착 진행되던 절차가 경영기획팀의 제동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인 즉, 바로 6개월 전 경영기획팀이 컨설턴트의 자문을 받아 조직평가 방안을 이미 수립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사실을 왜 인사팀은 모르고 있었을까요? 경영기획팀이 대대적으로 컨설팅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몇몇 컨설턴트들의 구두 조언을 받아 내부 인력들의 주도로 작업을 진행했던 것도 이유였지만, 방안이 다 만들어지고 거의 6개월이 지나도록 타 부서에게 결과를 전혀 공유하지 않은 것이 더 큰 이유였습니다.

결국 고객사는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한 번 더 컨설팅을 진행한다는 것은 비용 낭비라고 판단했고, 저와 진행했던 프로젝트 건을 없던 일로 해야겠다고 통보해왔습니다. 저로서는 프로젝트가 물 건너 갔으니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렇듯 옆 부서에서 뭐 하는지도 모르는 그들의 꽉 막힌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보며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었지요.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는 위와 같은 사례가 벌어지기 힘들 테지만, 관료주의가 점점 숨을 조여오는 대기업에는 이 같은 일들이 의외로 자주 발생합니다. 이미 컨설팅을 받은 걸 다른 부서에서 모르고 다시 의뢰하는 경우, 새로운 프로젝트라고 말은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실상이 드러납니다.

지난 번 했던 컨설팅과 그 범위와 수준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 부서장의 공명심 혹은 경쟁심 때문에 타 부서에서 이미 컨설팅을 받았다는 걸 알면서도 그 결과를 뒤집어 버리기 위해 컨설팅을 또 의뢰하는 경우 등 셀 수 없습니다. 심한 경우는 전임자가 진행했던 컨설팅 결과를 전혀 알지 못하고 신임자가 컨설팅을 다시 진행하려 하기도 합니다. 이것들 모두 기업의 젖줄인 현금이 줄줄 새는 원인입니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컨설팅 결과가 옳은 방향으로 도출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컨설팅 결과를 직원들에게 잘 이해시킴으로써 의도한 바에 따라 직원들이 행동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부디 이것을 간과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컨설팅 결과를 잘 공유할 수 있을까요? 첫째, 직원들에게 컨설팅 결과물을 홍보하고 교육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여 컨설팅 기간을 산출해야 합니다. 둘째, 최종보고서와는 별도로 컨설팅 결과물의 핵심을 요약 정리해야 합니다. 컨설팅 결과물의 핵심을 간추리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와 도표로 정리하고 이것을 직원들을 위한 설명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최대한 많은 직원들에게 공유될 수 있도록 설명회나 교육 일정을 수립해야 합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컨설팅 결과가 빠른 시일 내에 정착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로 인식해야 하지요. 넷째,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교육하고, 컨설팅 결과물에 부합하여 직원들이 행동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조사해야 합니다.

요즘 고객사를 돌아다니면서 컨설팅에 대한 불만과 무용론을 꽤나 자주 듣습니다. 그럴 때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생각해 봅니다. 물론 1차적인 책임은 컨설턴트에게 있습니다. 허나 고객들 자신도 컨설팅을 편의적으로만 적용하려는 관행을 버리고 전략적으로 컨설팅을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반응형

  
,

해결책을 구상해 봅시다   

2009. 8. 21. 09:06
반응형

지금까지 올린 포스팅의 내용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문제해결 과정을 다시금 음미하면서 이번 포스팅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동안 설명한 문제해결의 과정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관찰 → 가설 → 실증(=분석) → 근본원인

개인이나 조직에 원인 모를 문제가 감지되니 이를 해결해 달라는 의뢰인의 요청이 들어오면, 문제해결사는 관찰을 통해 가설을 수립하고 그것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실증함으로써 문제의 근본원인을 결론으로 규명합니다. 그 동안 올린 포스팅은 모두 '문제의 근본원인 규명'을 위한 단계였습니다. 여기까지가 문제해결의 1부입니다.

문제해결의 1부를 끝내고 잠시 휴식을...


오늘부터는 문제해결의 2부인 '해결책 수립'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이 단계는 근본원인을 해소하거나 줄임으로써 지금보다 좀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과정입니다. 해결책을 수립하는 단계를 자세히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설 → 검증 → 채택

여기서 가설이란 말이 또다시 튀어 나와서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문제해결의 1부(문제의 근본원인 규명)에서의 가설은 '원인 규명의 가설'인 반면에, 여기서는 해결책들을 가설로 설정한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됩니다. 어떤 해결책이 문제해결에 적합할지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설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설은 '문제해결의 가설'이라고 말합니다. 

가설 수립하기
근본원인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해 적용이 가능한 해결책들은 여러 가지가 제시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나태한 근무태도를 보이는 근본원인이 '팀장의 리더십 부재'라고 한다면, 이를 해결할 방법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노련한 문제해결사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바로 제시합니다.

1) 팀장의 리더십을 향상한다
2)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
3) 팀장의 리더십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 수준을 낮춘다

이렇게 근본원인이 규명되자마자 곧바로 '툭툭' 튀어나오는 잠정적인 해결책들이 바로 문제해결의 가설을 형성합니다. 이 중 어떤 방법이 직원들의 나태한 근무태도를 개선시킬지는 아직 모르는 상태, 즉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가설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문제해결의 가설들이 과연 의뢰인의 고민(예:직원들의 나태함)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과정이 '검증' 단계입니다. 다시 말해 '적합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검증인데요, 그러려면 우선 가설의 내용을 상세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하게 '팀장의 리더십을 향상한다'라는 가설로는 무엇을 어떤 관점으로 검증해야 할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위의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라는 가설을 검증이 가능하도록 상세하게 수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설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

- 현 팀장을 리더십의 요구가 덜한 부서로 전보한다
- 일단 내부채용으로 새로운 팀장을 선임한다
- 적격자가 없을 경우, 헤드헌터로부터 팀장 후보를 추천 받는다
- 심층면접을 통해 새로운 팀장을 선임한다

위의 예는 가설 자체가 간단하기 때문에 상세 내용도 간단하게 구성되지만 "VIP고객에 판매를 집중한다"와 같은 가설을 수립했다면 그 안에 채워져야 할 내용이 녹록하지 않습니다. 이 가설의 상세 내용은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겁니다.

가설 "VIP고객에 판매를 집중한다"

- 전문점 판매에 집중한다. 동시에 할인점에서 철수한다
-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광고를 제작/방송한다
- 전문점의 VMD(비주얼 머천다이징)을 VIP고객 취향에 맞게 변경한다
- 전문점을 전국 주요도시에서만 운영한다
- '1:1 고객담당제'를 운영한다
- 高마진, No세일 정책을 도입한다
...

검증하기
문제해결의 가설들 모두에 대해 이렇게 상세 내용의 정리가 완료되면, 검증의 단계로 넘어갑니다. 검증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각 가설이 문제해결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따지는 과정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검증의 잣대인 '검증 요소'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가설들은 어떤 잣대를 가지고 적합한지의 여부를 따질까를 결정하자는 것이지요.

검증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가장 첫번째에 놓여야 할 검증 요소는 바로 '문제해결효과'입니다. 지난 포스트에서 설명한 '효과'의 의미를 떠올려 보면 문제해결효과가 어떤 말인지 금방 깨달을 수 있습니다. 문제해결 과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문제의 해소'입니다. 따라서 가설 A를 적용하여 근본원인을 눈 녹듯이 사라지게 만들어 의뢰인을 괴롭히는 문제를 일시에 해소한다면, 가설 A의 문제해결효과는 높습니다.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는 가설을 적용한다고 가정할 때 직원들이 나태한 근무태도를 버리고 의뢰인이 원하는 수준의 생산성을 보일 거라 신빙성 있게 예상된면 이 가설은 문제해결효과가 높은 가설입니다. "이미 몸에 뱄는데 팀장 바꾼다고 해서 직원들의 태도가 바뀌겠어?" 라는 반론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면 이 가설의 문제해결효과는 높지 않다고 봐야 합니다.

문제해결효과 뿐만 아니라, '문제해결효율'도 가설을 검증하는 또하나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효율'이란 효과를 달성하는 과정을 얼마나 '잘 했는지'를 측정하는 척도라고 역시 지난 포스트에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다른 가설들보다 적은 비용으로 빠른 속도로 효과에 다다를 수 있어야 문제해결효율이 높은 가설(해결책)입니다.

"팀장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는 가설이 문제해결효과가 높다고 평가되더라도 그것을 실제로 실행하려면 돈과 인력이 상당히 많이 소요되거나 직원들의 나태한 근무태도를 척결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좋은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문제해결효과는 오직 '문제해결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는 단 한 가지의 차원을 가집니다. 반면에 문제해결효율은 그 안에 속도, 비용, 양과 같은 3가지 차원을 포함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지표로 표현됩니다. 문제해결사는 해결책을 실행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돈, 인력, 중간산출물의 양 등의 지표들 중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들을 선정하여 문제해결효율을 대표하도록 해야 합니다.

채택하기
결론적으로 좋은 해결책이란 문제해결효과가 높고 문제해결효율도 높은 가설입니다. 여러 가설들을 이 두 가지 검증 요소로 이뤄진 매트릭스로 판단한 후에 우상단에 위치한 가설을 최우선적으로 채택하면 됩니다.


다행히 우상단(고 효과 & 고 효율)에 놓인 해결책이 오직 하나라면 그것을 곧바로 채택해 실행하면 됩니다. 그러나 2개 이상의 해결책들이 함께 위치한다면, 이제 문제해결사에게는 '의사결정'이라는 과제가 주어집니다. 그것들 모두를 실행할지, 아니면 하나만 골라서 집중적으로 실행에 옮길지가 고민이 됩니다. 최상의 해결책 하나만을 채택하기 위한 의사결정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겠습니다.

오늘도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해결책과 함께 하길 바랍니다.


반응형

  
,

2009년 7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09. 8. 19. 07:09
반응형


7월이 지난지가 언젠데, 이제야 읽은 책을 소개한다.
7월엔 모두 10권의 책을 읽었다.

(현재까지 55권/2009년)

 

슬럼독 밀리어네어 : 빠르게 읽히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영화보다 더 재미있다. 영화와 소설의 내용이 전혀 다르니, 영화를 본 사람들도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The Audacity of Hope : '담대한 희망'이란 제목으로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을 원서로 읽었다. 가족, 가치, 기회 등 그의 철학을 담담하게 펼쳐가는 책이다. 오바마는 참 글을 잘 쓴다. 이 정도의 저술 능력이라면 퇴임해서도 좋은 역작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머니 해킹 : 블로거 김현님이 쓴 책. 선물로 받아 감사히 읽었다. 숨어있는 투자의 원리를 간결하면서도 강하게 서술해 간다. 투자에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OTL english : 역시 블고거 김현님이 쓴 책. 그의 scope은 대체 어디가 끝인지 모르겠다. ^^ 저자 자신이 영어를 배우면서 체득한 노하우를 공개한다. 꽤 유용한 팁들이 많으니, 영어로 끝없이 좌절을 반복한다면 이 책이 길잡이가 되리라 본다.

논리와 비판적 사고 : 논리학의 교과서로 사용되는 책. 다음에 낼 책을 위해 샀는데, 풍부한 사례들이 마음에 든다. 논리학을 처음 배우려는 분들께 추천.

과학이란 무엇인가 : 과학철학의 역사를 서술한 책. 과학하는 방법과 의미를 놓고 이처럼 많은 담론들이 오고가다니, 과학철학의 문외한으로서 여러 가지를 습득할 수 있었다. 일독을 권한다. 단, 조금 어려우니 감안하시길...

논리적 추론과 증명 : 역시 논리학에 관한 책. 연습문제 위주로 나와 있어서 실사례에 적용하기가 좋다.

꽃짐 : 춘천에 거주하며 환경운동을 펼치는 어느 여류화가의 산문집이다. 일상의 기쁨과 슬픔과 경이로움을 단아하고 담백하게 서술한다. 이 책을 읽고 전원생활을 동경해 본다.

블로그 만들기 : 블로그코리아 이지선 대표님이 쓰신 책. 선물로 받아 감사히 읽었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이처럼 친절한 가이드가 있을까 싶다. 아직 블로그가 없다면, 이 책을 길라잡이 삼아 자신만의 온라인 공간을 마련해 보기 바란다.

가난뱅이의 역습 : 스스로를 가난뱅이라 칭하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저자가 자신의 벌인 '가난뱅이 운동'의 이야기를 유머스럽게 풀어간다. 일본의 이야기라 우리와 맞지 않는 이야기가 다소 눈에 띄나, 그 정신(?) 만큼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반응형

  
,

효과와 효율, 그 차이를 아십니까?   

2009. 8. 17. 09:04
반응형
(* 여행 때문에 잠시 미뤄둔 '문제해결의 미학'을 다시 이어갑니다.)
 
오늘은 자주 사용하면서 그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습관적으로 사용하기 쉬운 단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문제해결 과정과 결과를 기록한 보고서를 읽어보면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말들이 눈에 띕니다.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제일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효과적이다' 혹은 '효율적이다'라는 말입니다. 헌데 저의 경험상 많은 사람들이 각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모른 채 그저 '괜찮다, 좋다'의 뜻으로 사용하곤 합니다. 
 
적당한 수식어를 찾기 힘들 때, 문장의 구색을 맞추고 싶을 때, 혹은 무언가를 강조하고자 할 때, 거의 자동적으로 이 두 단어를 갖다 붙이는 것이죠. 그래서 "A라는 방안은 효과적이다" 라고 말을 해놓고 그게 무슨 의미냐고 물어보면, "효과적이니까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라는 식으로 동어반복을 하면서 얼버무리거나 얼굴을 붉히는 경우(특히 윗사람이면)도 왕왕 발생하곤 합니다. 문제해결사의 세계에 입문한 여러분들의 기초를 다지는 취지로 이 두 단어의 차이를 알아보겠습니다.
 
효과를 원하십니까, 효율을 원하십니까?
 
효과와 효율의 의미
단어의 어원과 뿌리를 알면 훼손되지 않은 원래의 의미를 깨닫는 효과가 있습니다.(여기서도 '효과'라는 말이 쓰였군요. 정확한 의미로 쓰였는지 이 글을 읽고나서 판단해 보기 바랍니다.) 효과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effect는 라틴어인 effectus에서 유래했고, 효율을 의미하는 efficiency는 efficiens에서 나왔습니다. 이 두 단어 모두 'efficere' 라는 동일한 라틴어 어근을 가졌지요. 동일한 부모에서 태어난 형제지간인 셈입니다.
 
그런데 각각의 뜻은 옛날부터 확연히 달랐습니다. 둘 다 어떤 작업이나 조치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가늠하는 지표로 쓰이는데요, 어원에 따르면 effect는 결과(result)나 성과(Performance)와 관련된 반면, efficiency는 작업(making)이나 성취(work out)의 뜻을 지녔습니다. 좀더 면밀하게 각각의 의미를 음미해보면 효과는 어떤 일의 '결과'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나타내고, 효율은 그 일을 해가는 '과정'이 얼마나 탁월한지를 뜻합니다.
 
 
효과(effect)         →  결과의 뛰어난 정도
 
효율(efficiency)   →  과정의 뛰어난 정도
 
 
이 의미를 통해서 '효과적이다'와 '효율적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확대해 보겠습니다. 
 
효과적이다?
어떤 작업이나 조치가 효과적이라는 말은 그것을 통해 얻어지는 '결과가 좋다'는 뜻입니다. '결과가 좋다'는 말은 성취하고자 한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음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전략이든 조치든 그것이 효과적인지 따지려면 궁극적인 목표(전략이나 조치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살펴보면 됩니다.
 
만약 여러분의 회사가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향후 1년 이내에 시장점유율을 지금보다 10% 포인트 높이려는 목표를 가졌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런데 마케팅 부서에서 시장점유율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려면 소비자들이 자사나 경쟁사의 기존 제품을 가지고 매장을 찾으면 제품 가격을 30%나 파격 할인해 주는 보상판매전략을 실행해야 한다고 CEO에게 보고를 올렸습니다.
 
여러분이 CEO의 입장에서 마케팅 부서가 제안하는 '보상판매전략이 정말 효과적이구나'라고 판단하려면, 보상판매전략을 실시하여 시장점유율의 상승이 기대되거나 실제로 나타나야 합니다. 당초 신제품 출시만으로 6%P의 시장점유율 상승이 예상되는데, 보상판매전략을 추가적으로 실시하여 8%P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했다면 2%P 만큼의 상승이 보상판매전략이 가져다 준 '효과'입니다. 만일 시장점유율이 6%P 상승에 그치거나 미달한다면 보상판매전략은 절대 효과적인 전략이 아닙니다.
 
즉, '효과적이다'는 말은 어떤 작업이나 조치가 궁극적인 목표(예:시장점유율 10%P 상승)를 달성하는 데에 기여를 한다는 뜻입니다. 기여하는 바가 전혀 없거나 오히려 목표 달성에 해를 끼친다면 제아무리 근사한 전략이라 해도 '효과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고 붙이지도 말아야 합니다.
 
효율적이다?
그렇다면 '효율적이다'는 뜻은 무엇일까요? '보상판매전략이 효율적이다'라는 말의 의미는 '효과적'이라는 말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위에서 효율은 과정이 뛰어난 정도를 의미한다고 했으므로, 이는 보상판매전략을 실시하는 과정을 얼마나 '잘 했는지'를 말합니다. 
 
'잘 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방법, 즉 효율적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은데요, 따지고 보면 모두가 속도, 비용, 양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효율적이다'는 말은 어떤 작업이나 조치가 적은 노력(비용)을 들여서 빨리(속도) 많은 산출물(양)을 낸다는 뜻입니다.
 
 
효율의 3가지 범주
 
1) 속도   :  얼마나 빨리 성취했는가?
2) 비용   :  얼마나 인력과 비용을 적게 들였는가?
3) 양      :  얼마나 많은 양을 산출했는가?
 
 
보상판매전략을 기획해서 실행에 옮기려면 필연적으로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적어도 15일의 준비기간이 예상됐는데, 부서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해서 1개월 이상의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면 이 보상판매전략은 비록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해도 비효율적인 방안임이 틀림없습니다. 
 
또한 보상판매는 어쩔 수없이 비용이 동반합니다. 인력이 투여됨은 물론이고 기존 제품을 받아와서 폐기하거나 (중고로) 싸게 넘기는 데에 비용이 제법 소요됩니다. 당초에 마케팅 부서에서 보상판매를 하려면 10억원 비용이 예상된다고 보고했는데, 실제로 소요된 비용을 따져보니 모두 8억원이라면 마케팅 부서가 효율적으로 보상판매업무를 실시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 범주인 '양'은 과정 상의 결과물들이 얼마나 많이 산출됐는지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공정에서 중요한 지표인 '수율(yield)'이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동일한 재료를 투입해서 더 많은 양의 산출물을 냈다면 수율이 높다는 의미이고 그 공정은 효율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보상판매전략을 예로 든다면, '수거된 기존제품의 수'나 '신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양에 해당하는 효율 지표입니다.
 
효과와 효율은 관심의 대상이 다르다
효율은 효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효율은 궁극적인 목표와 관련된 단어가 아니라 수단(전략, 조치, 방안 등) 자체에만 관심을 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보상판매전략이 제아무리 효율적이라 해도 시장점유율의 추가적인 상승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면, 보상판매전략은 전혀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또한 역으로, 효과가 효율을 반드시 수반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점유율이 보상판매로 10%P나 상승했다 해도 비용이 10억원을 초과해 50억원이 소요됐다면 '효과적이지만 효율적이지 않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효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수단들의 잘잘못과 관련이 없고 오로지 궁극적인 목표의 달성 여부에만 관심을 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속도와 비용처럼 효율을 측정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은 데 반해, 효과의 측정은 오로지 하나, 궁극적인 목표의 달성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여부 뿐인 점도 효과와 효율의 차이입니다.
 
 
효과(effect)         →  오로지 궁극적인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지의 여부만으로 측정
 
효율(efficiency)   →  수단의 탁월성 여부를 무수히 많은 지표로 측정
 
 
효과가 효율은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주범 중 하나이고 멋을 내기 위해 별뜻 없이 갖다 붙이는 미사여구로 오용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저는 가능하면 "~~이 효과적이다', '~~이 효율적이다' 라는 말을 보고서에 쓰지 않기를 권합니다. 어쩔 수없이 써야만 한다면 위에서 설명한 의미를 정확하게 표현하기 바랍니다. 효과적이라고 말하고 싶으면 진짜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효과적인지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효율적이라고 말했으면 속도와 비용 관점의 지표들로 근거를 보여줘야 합니다.
 
보고서를 쓸 때는 별도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 보고서의 이해관계자들 모두가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 중 하나입니다.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사전(dictionary)가 필요한 보고서는 최악의 보고서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이제 효과와 효율의 차이를 명확히 습득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 글의 궁극적인 목표가 '효과와 효율의 차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므로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이해도를 높였다면 '이 글은 효과적'입니다. 게다가 이 글이 여러분이 읽기에 쉽고 간결해서 글을 읽음과 동시에 빠르게 내용을 이해했다면 '이 글은 효율적'입니다. 부디 이 글이 효과와 효율 모두에서 우수한 평점을 얻기를 기대합니다.
오늘의 문제해결은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
 
 
 
반응형

  
,

커피 테이블이 만능 리모콘 기능을?   

2009. 8. 15. 10:49
반응형

오늘자 WIRED.com에 실린 내용입니다.
CRISTAL (Control of Remotely Interfaced Systems using Touch-based Actions in Living spaces)이라는 프로젝트에서 개발한 커피 테이블 모양의 리모콘(?)입니다.

여기에 모든 리모트 콘트롤 기능을 통합해서 사용할 시기가 몇 년 안에 실용화될지 모르겠네요. 물론 예상가격($ 10,000 ~ 15,000)은 그리 싸지 않지만요.



(* 작성 중)
반응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