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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나 기업이나 속을 들여다 보면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이라면 주택 구입하기부터 시작해서 아이들 교육 문제, 기한이 임박한 세금 납부 문제, 부부 사이의 갈등 문제 등이 예가 될 수 있지요.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출이 정체되는 문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문제, 고객들의 클레임 제기 건수가 날로 늘어나는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문제가 단 하나 뿐인 개인이나 기업이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요.
문제가 이토록 다양하다면 어떤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지도 중요한 의사결정 사안일 겁니다. 물론 동시에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풀면 좋겠지만 개인이나 기업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과 동원 가능한 자원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문제를 풀 순서를 사전에 정해 놓는다면 해결의 효과와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해결할 문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에 대해 간단히 알아볼까 합니다.
의뢰인이 문제해결사에게 문제 해결을 요청할 때 특정 문제를 콕 집어서 '이걸 해결해 달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대개는 '우리 회사(또는 집)에 문제가 좀 많은데 좀 해결해 달라'고 뭉뚱그려서 말하지요. 심한 경우, '도무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총체적인 문제에 직면했다면서 문제해결사에게 매달리기도 하죠.
이럴 때 문제해결사는 그 기업(혹은 개인)이 어떤 문제들에 처했는지 조사에 들어갑니다. 나름의 진단 요소에 근거해서 인터뷰도 하고 자료도 분석해서 의뢰인을 그토록 괴롭히는 문제들을 하나 둘씩 끄집어 냅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렇게 해서 드러낸 문제는 한둘이 아닌데요, 그것들 모두가 하나 같이 다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처럼 보입니다. 의뢰인이 느끼는 위기감이 심각할수록 더욱 그렇지요.
문제는 한번에 하나씩 공략하는 게 원칙입니다. 궁사가 표적에 화살을 하나씩 겨누고 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TV 드라마 '주몽'에서 주인공 주몽이 활에 화살을 두 개 걸고 두 명의 적군을 쓰러뜨린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것은 어디까지나 드라마니까 가능한 모습입니다. 문제를 하나만 잡고서 그것의 원인을 탐색하고 가설을 세워 실증하고 해결책을 수립하는 일련의 과정을 수행한 후에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 합니다.
물론 문제들 중에는 서로 연관된 것들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택 구입 문제는 이직 문제와 관련이 있고, 신제품의 품질 문제는 고객 불만 증가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따지고 들어가면 완전히 동떨어진 문제란 없고 서로 관련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문제들 사이의 연관성을 일일이 고려한다면 문제 해결의 과정이 복잡하게 전개되어 해결책을 내는 데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문제 해결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문제들 간의 연관성을 고려하는 일은 깨끗이 포기하고 각각을 별개의 '화살'로 간주하고 표적에 겨눌 것을 권장합니다.
문제들을 기록한 목록이 만들어지면 우선순위를 매겨야 하는데요, 우선순위를 매기기 위한 측정 기준이 필요합니다. 측정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난 포스팅에서 KT 분석법을 설명할 때 언급한 케프너와 트리고(Kepner-Tregoe)가 제안한 기준을 소개하겠습니다. 그들은 문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안했습니다(원래는 용어가 아래와 같지 않지만 여러분의 이해를 위해 쉬운 말로 바꿨습니다). 아마 여러분이 잠정적으로 가지고 있던 측정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문제 우선순위 측정 기준
(1) 시급성
(2) 영향도
(3) 심각해질 경향
'시급성'은 말 그대로 해당 문제가 얼마나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하는가를 측정하는 기준입니다. 지금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회사가 망한다든가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경우엔 'High', 기다릴 여유가 있는 문제면 'Low'를, 중간 정도로 시급하다면 'Mid'로 평가하면 됩니다.
'영향도'는 그 문제가 개인이나 기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느냐 하는 측정 기준입니다. 고객의 불만 건수가 증가하는 문제가 존립 자체를 위협한다면 'High', 고객이 불만을 갖건 말건 우리는 시장을 리드하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쓸 일이 아니라면 'Low', 중간 정도의 영향이 예상된다면 'Mid'로 평가합니다.
시급성과 영향도는 문제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측정 기준입니다. 하지만 '심각해질 경향'은 특이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측정 기준입니다. 이 기준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냥 놔둘 경우에 그 문제가 더 심각해지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판단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고객 불만 건수가 증가하는 문제를 바로 해결하지 않을 경우 향후에 아주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면 'High', 심각해질 리 없다면 'Low', 중간 정도이면 'Mid'로 평가합니다.
'심각해질 경향'을 측정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문제 그 자체만 가지고 평가해야지, 그 문제가 야기할 파급효과를 반영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파급효과는 이미 '시급성'과 '영향도'로 측정했기 때문입니다. 공장이 전소됐다는 문제를 생각해 보십시오. 이 문제의 '심각해질 경향'은 어느 정도입니까? 공장이 불타 버렸으니 제품을 생산할 수 없어서 매출이 급감하고 고객들이 이탈하므로 이 문제는 매우 시급하고 매우 영향이 큰 문제입니다. 하지만 '심각해질 경향'은 Low입니다. 전소된 공장 그 자체는 더 탈 만한 게 없으니 그냥 둔다고 해서 심각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음과 같은 매트릭스로 문제의 우선순위를 평가합니다.
문제 | 시급성 | 영향도 | 심각해질 경향 |
직원들의 업무량 부족 | High | Mid | Low |
공장의 전소 | High | High | Low |
고객 불만 건수 증가 | High | Mid | Mid |
경쟁사 공격적 마케팅 | Mid | Mid | High |
위의 예에서 무엇이 가장 우선순위가 높을까요? 다음과 같은 절차로 판단하기 바랍니다. 이 기준은 제가 제안하는 것입니다.
(1) High가 가장 많이 얻은 문제가 1순위
(2) High의 숫자가 같다면, 시급성과 영향도에서 High를 많이 얻은 문제가 우선한다
(3) 역시 High 숫자가 같다면, 심각해질 경향의 값이 더 큰 문제가 우선한다
(4) 그래도 1순위를 정할 수 없다면, 동일한 수준으로 평가된 문제들만을 놓고
시급성, 영향도, 심각해질 경향을 상대적으로 비교해서 결정한다
이 판단기준에 따르면 위의 예에서 공장의 전소 문제가 가장 우선순위가 높습니다. 위와 같이 문제의 우선순위를 정한 후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문제에 대해서 원인을 분석하고, 가설을 설정해서 실증하고, 근본원인을 해소할 해결책을 도출하는 일련의 과정에 돌입하겠죠.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더 판단할 것이 있습니다. 문제들을 곰곰히 살펴보면 어떤 문제는 원인을 알아야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는 반면, 어떤 문제는 원인을 따져볼 것도 없이 곧바로 해결책을 실행할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장의 전소 문제'는 왜 공장이 불탔는지 원인을 따져보는 건 그다지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미래에 발생할 화재를 미리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원인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원인을 따져본다고 해서 공장을 다시 건설하는 방법(해결책)이 더 낫게 나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원인 분석에 수고할 필요 없이 바로 공장을 짓기 위한 방법(해결책)을 논의해야겠죠.
반면에 '고객 불만 건수의 증가 문제'는 반드시 원인 분석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고객이 왜 불만을 가지는지 원인을 알아야 원천적으로 고객 불만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인을 알지 못하고 고객 불만을 줄이려는 방안을 시도한다면 미봉책에 불과하여 나중에 더 큰 문제로 비화될지도 모릅니다. 문제들을 다음과 같이 두 개의 범주로 분류하기 바랍니다.
(1) 원인 분석이 필요한 문제
: 원인 분석 - 가설 실증 - 해결책 도출 과정을 차례로 진행
(2) 바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한 문제
: 바로 해결책 도출 과정에 돌입
오늘은 개인이나 기업이 처한 여러 문제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한번에 하나씩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 주기 바라며, 오늘의 포스팅을 닫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문제 해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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