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김의 복수를 피하는 방법   

2009. 9. 1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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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사인 여러분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서 문제를 정의하고, 원인을 분석해서 가설로 실증한 다음, 해결책을 선택해서 의뢰인에게 보고를 끝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여러분은 문제라는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지고 이제 편한 마음으로 문제해결이란 책의 덮고서 공기 좋은 공원으로 기분 좋은 산책이라도 나갈까는 마음이 들 겁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느낄 풍만한 해방감에 초를 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해결책은 항상 또다른 문제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해결한 문제는 아예 소멸돼 버리는 게 아니라 다른 형태와 성질을 가진 문제로 얼굴을 바꾼 건 뿐입니다. 여러분이 노련한 문제해결사라면 모든 해결책 안에는 새로이 야기될 문제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해결할 문제들은 항상 산더미 같습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의 나태한 근무 태도를 바로잡기 위한 해결책으로 엄격한 성과관리제도를 도입했다고 하겠습니다. 이 성과관리제도는 직원들 각자가 1년 동안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정하도록 한 다음,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실행방안을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합니다. 그리고 목표 달성도를 측정해서 성과급을 얼마나 줄 것인지, 승진에 얼마나 반영해야 하는지 등을 결정하는 데에 활용합니다.

알다시피 성과관리제도를 실시하면 직원들이 딴짓을 못하고 목표 달성에 매진하게 되어 조직 전체의 성과가 높아질 거라 기대합니다. 고질적인 문화적 병폐였던 직원들의 나태한 근무 태도를 개선하고 거기다 회사의 성과도 높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의 멋진 해결책이라며 의뢰인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수고했다고 칭찬할지 모르겠군요.

불행하게도 성과관리제도이 꿈꾸는 장미빛 미래는 꽤 자주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회색빛으로 변하고 맙니다. 성과관리제도의 성공 포인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관리'입니다. 그러나 성과관리제도란 용어 자체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관리'가 아니라 오로지 '제도'에만 무게중심을 두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성과관리제도를 운영하거나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금방 알 겁니다.

합의는 커녕 Top-Down으로 목표가 강제되고, 1년 내내 아무런 가이드도 없다가 연말이 되면 앞뒤 사정 고려 없이 기계적으로 성과를 측정하며, 목표 달성에만 신경 쓴다고 일상 업무를 소홀히 하고, 너무나 관대하게 평가해서 성과관리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등의 현상들이 성과관리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에서 벌어짐을 부인하기 힘들 겁니다. 성과관리제도를 운영하는 비용은 만만찮은데도 이와 같은 부작용은 그치지 않고 계속됩니다. 이처럼 성과관리제도 도입이라는 해결책은 다른 형태와 성질을 가진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뛰어난 문제해결사일 것이 분명하므로 문제해결효과와 문제해결효율이 가장 좋은 해결책을 의사결정한 이후에는 반드시 그 해결책이 가진 잠재적 문제를 따져 볼 겁니다. 해방감은 그 다음에 느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할 겁니다.

잠재적 문제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해결책이 실행된 이후에 어떤 상황이 도래할지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거나 토론하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이런 방법을 '퓨처링(Futuring)'이라고 합니다. 이 용어는 뭔가 심오하고 난해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퓨처링을 수행하기 위한 핵심 질문들을 본다면 여러분이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리 속으로 해보는 것임을 금세 알 겁니다.

퓨처링을 위한 5개의 핵심질문

- 만약 ~이 일어난다면, 무엇이 어떻게 될 것인가?

- 그 '무엇'은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

- 나쁜 일이라면, 왜 '그것'이 발생하는가?

- 현재의 해결책을 어떻게 바꿔야 '그것'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을까?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퓨처링의 핵심질문으로 도출된 의견을 아래와 같이 잠재적 문제, 예상되는 원인, 예방책, 대처방법을 포함한 양식으로 정리합니다.

 잠재적 문제 예상되는 원인  예방책  대처방법 
 1.       
 2.       
 3.       

'예상되는 원인'란에는 말 그대로 잠재적 문제를 일으킨 원인을 유추하여 적습니다. '예방책'은 잠재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재 마련된 해결책을 보완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반면 '대처방법'은 예방 노력에도 불구하고 잠재적 문제가 현실로 터졌을 때 사후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뜻합니다. 이 둘을 혼동하지 말기 바랍니다.

성과관리제도로 예를 들면 재미가 없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듯하여 일상적인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지난 밤에 잠을 설치는 바람에 상당히 피곤한 상태이고 지금은 점심식사를 막 끝낸 오후 1시라고 상상해 보십시오. 피곤과 식곤증이 겹쳐 눈꺼풀이 장미란 선수가 드는 역기 만큼이나 무거울 겁니다. 여러분이 기대하는 상태는 '맑게 깬 정신'이므로 현재의 '피곤한 정신'과 갭이 있군요. 바로 문제가 발생했다는 뜻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커피 마시기'일 겁니다. 헌데 여러분이 근무하는 곳은 아주 이상하게도 여직원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고리짝 적 회사라고 가정하겠습니다(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여성차별이나 여성비하는 아니니 오해 말기 바랍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미스 김에게 커피 심부름 시키기'가 해결책으로 선택되겠죠. 

상상력을 기반으로 퓨처링의 핵심질문을 던져보면 여러분에게 닥칠 잠재적 문제가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아래는 그 중 하나입니다.


만약 커피를 가져달라는 말을 듣고 미스 김이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다면, 그녀가 커피에 이상한 짓을 할지도 몰라. 무슨 짓을 할지 모르지만, 그건 나에게 분명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겠지. 

헌데 왜 미스 김은 그럴 행동을 서슴지 않을까? 요새 눈에 띠게 나에게 쌀쌀맞단 말야. 아, 맞아! 생각해보니 옆 팀에 미스 정이 입사하고나서 계속 그녀가 나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어. 난 미스 정과 같은 태스크 포스팀(TFT)라서 업무상 몇번 만났을 뿐인데. 여자들이란...

어떻게야 그녀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을까? 최대한 상냥하게 웃으면서 부탁하면 어떨까? 아니면 '오늘 미스 김 패션이 정말 좋아보여'라며 칭찬을 먼저 해줄까? 이렇게 하면 아마 미스 김이 이상한 짓을 하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거야. 그녀가 커피 타는 모습을 죽 지켜보는 것도 방법일 거야.

그렇지만 나의 이 미소작전이 먹히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내가 지켜보는 것도 모르고 그녀가 커피에 수상한 일을 벌였다면? '아, 고마워요. 여기에 두고 가세요'라고 말한 다음, 그녀가 안 보는 사이에 탕비실에 커피를 쏟아버리고 내 손으로 커피를 타는 수밖에 없겠지, 뭐. 그리고 더 이상 그녀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지 말아야겠지. 그리고 미스 김, 당신을 철저히 미워할 테야. 내가 자기를 얼마나 마음에 두는 지도 모르다니 말야.


머리 속에 이렇게 복잡하게 떠다니는 생각을 아래와 같이 표로 정리하면 깔끔하게 전체를 살펴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현실에서 이런 표로 매번 정리하긴 거의 불가능하겠죠. 예로만 보기 바랍니다)

 잠재적 문제 가능한 원인   예방책 대응방법 
  미스 김이 커피에
  이상한 짓을 한다
  나와 미스 정 사이를
  의심한다
- 최대한 친절한
  표정으로 부탁한다 

- '오늘 정말 옷이
   멋져!' 라고
   칭찬한다 

- 커피 타는 모습을
  감시한다 
- 커피를 버리고
  내 손으로 탄다

- 미스 김을 미워한다

맥도나우라는 사람은 '기업은 해결해야 할 문제의 집합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개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입니다. 하나의 해결책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씨앗입니다. 문제는 해결책을 낳고 해결책은 다시 문제를 낳습니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문제해결사로서 우리가 처한 현실이고 동시에 우리의 인생이 다채롭고 재미있는 이유가 아닐까요?

내일은 어떤 내용을 포스팅할까요? 아직 모르겠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올리는 글이라 '문제해결기법의 순서'가 뒤죽박죽임을 양해하기 바랍니다.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문제 해결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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