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개발제도(Career Development Plan : CDP)는 개인의 적성에 적합한 직무경험을 습득하게 하여 개인의 성장 비전을 충족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적절한 인력배치와 교육을 통해 조직의 역량을 제고하기 위하여 실행되는 제도입니다. 즉 조직목표와 개인목표를 조화시켜 성과창출을 꾀하는 제도인데, 많은 기업들이 경력개발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몇 가지 오해를 하고 있는 듯 합니다.
CDP에 대한 오해
우선 가장 많은 오해 중 하나는 경력개발제도를 이동/배치와 같은 수준의 제도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어떤 한 개인이 입사해서 어떤 경로를 거쳐 직무순환을 시켜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경력개발제도를 설계하는 경우가 많지요. 물론 이동/배치도 경력개발제도의 주요한 부분이지만, 단순한 순환보직 개념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순환보직은 경력개발의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죠.
또 다른 오해는, 경력개발제도를 도입하여 실행하면 구성원의 경력개발은 저절로 되리라는 생각입니다. 경력개발제도가 채용규정, 복리후생규정 등과 같이 정적인 제도 중 하나라고 인식한다는 거죠. 경력개발제도는 환경의 변화, 영위사업의 변화, 구성원의 역량 변화 등에 따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성공을 담보합니다. 또한 경력개발제도는 다른 인사제도 위에 존재하도록 해야 합니다.
경력개발을 전담하는 부서를 설치하여 모든 인사운영을 경력개발에 초점을 맞추어 실행되도록 해야만이 구성원의 경력개발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기대할 수 있지요. 이렇게 할 생각이 아니라면 경력개발제도의 도입을 아예 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유행 따라서 우리 회사도 해야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저는 이렇게 조언하고 싶습니다.
CDP 설계 과정
이제 경력개발제도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간단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경력개발제도를 설계하려면 먼저 직무분석을 통해 각 직무별 요건을 정의해야 합니다. 각 직무별로 요구되는 역량, 지식 및 스킬, 교육요건 등을 규명해야 하죠. 그 다음에는 모든 직무를 펼쳐 놓고 직무연관성 분석(그림 참조)을 통하여 ‘경력개발군’을 정의해야 합니다. 경력개발군이란 유사한 직무요건이 요구되는 직무들의 집합인데, 경력경로 설정에 기준이 됩니다.
경력개발군이 정의가 됐다면, 그 다음에는 경력개발단계를 정의합니다. 보통 탐색단계, 심화단계, 활용단계의 3단계 경력개발단계를 설정하는 게 일반적인데요, 탐색단계에서는 말 그대로 개인별 적성과 희망에 맞는 직무와 경력목표점을 탐색하는 기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될 수 있는 한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여 전문분야를 찾도록 하는 것이 좋겠죠. 일반적으로 3년 ~ 5년 정도의 기간을 여기에 할애합니다.
심화단계는 선택한 전문분야를 ‘파고 들어가는’ 시기로서 ‘전문가’가 절실한 요즘 기업들에 있어서 인력 활용의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회사마다, 직무마다 다를 수 있으나 10년 내외가 일반적인 기간입니다. 끝으로 활용단계는 고급관리자로서 리더십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단계죠. 즉 경영자(임원)로 가기 위한 전단계라고 보면 됩니다.
많은 인사실무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 바로 경력경로일 겁니다. 工자형이니 T자형이니 하는 말을 많이 들어봤지요? 경력경로는 경력개발군의 성격에 따라 구성원들의 직무를 어떻게 순환시켜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지침입니다. 일반적으로, 관리직군은 탐색단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고 심화단계에서는 전문분야를, 활용단계에서는 다시 다양한 분야의 관리를 맡기는 ‘工자형’ 경력경로를 채택합니다. 반면에 엔지니어나 연구원들은 입사해서 퇴직할 때까지 전문분야를 줄곧 종사케 하는 ‘1자형’ 경력경로를 타게 하는 것이 보통이죠.
그 다음에는 경력경로 내에서 직무를 이동하는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동일한 경력개발군 내의 타 직무로 이동할 경우와, 타 경력개발군의 직무로 이동할 경우를 구분하고, 이동하는 데 필요한 요건과 방법을 사전에 규정해야 합니다. 직무의 이동은 자기계발계획서(Individual Development Plan)에 근거하여 경력상담(Career Counseling)을 통해 이루어지거나 사내공모(Job Posting) 등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하면 됩니다.
맺으며...
경력개발제도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타인사제도를 아우르는 제도로 포지셔닝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경력개발의 개념 하에 채용, 교육, 승진 등의 제도가 일관성을 가지고 정렬되어야 합니다. 간략히 말하면, 직무별 혹은 직군별로 채용을 실시한다든지, 자기계발계획에 의거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든지, 승진을 상위경력개발단계로의 레벨-업한다든지의 개념으로 정렬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경력개발제도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즉 CEO, 인사부서, 관리자, 직원 본인이 각자가 담당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경력개발은 인사부서 혼자만의 몫이 아니라 모든 주체가 효과적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실행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회사들이 이렇게 하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여러 인사제도 중 하나로 경력개발제도를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렇게 구축할 계획이 아니라면 경력개발제도는 또 하나의 Burden이 될 뿐입니다. 인사의 패러다임을 정말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만 CDP를 도입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