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회사는 황소개구리입니까?   

2010. 2. 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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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가 고향인 황소개구리는 1970년대 초반에 식용으로 쓰기 위해 우리나라에 수입됐습니다. 그러나 개구리 판매가 변변치 않자 1990년대 초부터 산과 호수 등 자연생태계에 무분별하게 버려졌지요. 그래서 전국의 저수지는 황소개구리의 천지가 됐습니다. 

이렇게 버려진 황소개구리는 한 번에 1만개 이상의 알을 낳는 엄청난 번식력과 뱀까지 잡아 먹는 포식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토종 생태계를 급격히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알다시피 개구리는 보통 뱀이나 물새가 천적인데, 길이 60cm에 1kg이 넘는 황소개구리는 천적들이 감히 공격하기 어려운 존재였습니다.

(업혀있는 개구리는 새끼가 아니라 일반개구리)


황소개구리 창궐이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되자, 학생들이 황소개구리를 잡아오면 봉사 점수를 준다든지, 실업대책으로 황소개구리 잡기를 위한 공공근로사업을 벌인다든지, 환경부가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황소개구리 시식회를 연다든지 등 황소개구리 박멸에 열을 올렸습니다.

그랬던 황소개구리가 요즘에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황소개구리 퇴치 운동이 효과를 발휘한 걸까요? 파충류 전문가인 심재한 박사는 황소개구리의 근친교배로 인해 열성유전자가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3명의 과학자가 연구를 진행했지요. 그들은 황소개구리의 서식지가 고립됐기 때문에 근친교배가 늘었다고 설명합니다. 각종 저수지 준설 공사, 하수도 정비 공사, 생태공원 조성 등 때문에 서식지가 격리됐던 거죠.

이 같은 지역적 격리는 황소개구리에게 근친교배가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심재한 박사는 격리된 서식지에서 유독 기형 개구리가 많이 발견되는 현상이 발견된다고 말하면서, 황소개구리의 급감은 과잉번식에 의한 근친교배 때문에 유전적으로 환경 적응력이 떨어진 것이 주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합니다.

동물원에서도 근친교배의 위험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동물원에서는 개체 수를 늘리고 후대를 잇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근친간의 교배가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서울 대공원에 사는 9살 난 암컷 호랑이는 99년부터 한 어미에서 태어난 오빠와 남동생과의 근친교배를 통해 모두 9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그 중 5마리가 폐사했다고 합니다.

또한,  국내 13개 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는 호랑이 중 절반이 근친교배에 의해 태어났는데, 그것들 중 25%는 백내장, 사시, 신경이상 등과 같은 유전질환을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과학에서 경고하는 근친교배의 위험성은 기업에 고스란히 대입됩니다. 소위 순혈주의에 입각한 조직 운영이 기업에서의 근친교배에 해당합니다. 속된 말로 '자기네끼리 다 해먹는' 조직에서는 갈등이 적어서 무슨 일이든 합의가 잘 이루어지죠. 직원들끼리 의기투합도 잘 됩니다. 그래서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하지만 '출신성분 따지기', '자기 사람 챙기기', '경력사원 배척하기' 등이 암암리에 만연됩니다.

이것을 '우리 회사는 참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라고 잘못 이해하면 곤란합니다. 잘못된 의사결정이라 해도 합의와 화합이라는 탈을 쓰면 훌륭한 의사결정으로 둔갑합니다. 박수치고 '으쌰으쌰'하면 잘 될 줄 압니다. 그러나 시장은 냉정합니다. 합의와 화합을 했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최악의 의사결정은 대개 갈등이 적은 회사에서 나옵니다.

다양성을 상실한 채 '자기 사랑'에 열중하다보면 환경 적응력이 떨어져 황소개구리처럼 순식간에 절멸할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어떻습니까?

(* 참고도서 :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유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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