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은 위험한 '가짜 학문'   

2010. 7. 19. 09:00

지난 금요일 밤, 주말을 맞이한 홀가분한 기분을 즐기려 서점에 갔습니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책 한 권이 있더군요. "<위험한 경영학>". 처음에는 비슷한 제목을 가진 책들이 있기에 시류에 편승하여 '제목의 힘'으로 팔아보려는 책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몇 장을 훑어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이 책은 100년 밖에 안 된 경영학이 어떻게 태동하고 어떻게 체계를 갖춰 갔는가를 고찰하면서 소위 '경영의 구루'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저지른 학문적 오류와 의도된 조작을 서슴없이 비판합니다. 과학적 경영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레데릭 테일러 뿐만 아니라, 전략경영의 대가 마이클 포터, 초우량 기업의 조건을 쓴 톰 피터스 등에게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립니다.

게다가 '학자들이 별로 인용하지 않는 이론', '오랫동안 살면서 매번 동일한 말을 반복하거나 반대로 번복한 점' 등을 들며 위대한 경영사상가로 추앙 받는 피터 드러커까지 공격합니다. 특히 다혈질적인 경영의 전도사인 톰 피터스의 뻔뻔함에는 집중적으로 비판의 포화를 쏘아 댑니다.

(매튜 스튜어트 著, 청림출판)


경영의 대가들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저자가 전략 컨설팅 회사에 다니면서 느꼈던 자기 모순과 절망의 이야기를 챕터를 번갈아가며 서술합니다. 컨설팅 회사가 어떻게 고객들을 '후려치는지'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 줍니다. 이 부분을 읽으니 제가 2007년에 쓴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에서 고발한 내용들이 겹쳐지더군요.

경영학의 위험함과 컨설팅의 어두운 그림자를 동시에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랍니다. 책의 모든 내용을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상식과는 다른 이야기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다양한 시각을 원한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문구가 나타나면 트위터에 아래와 같이 트윗을 날렸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답장과 RT를 주셨습니다. 문맥을 걷어낸 트윗이므로 오해의 여지가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니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책을 읽어보기 바랍니다.

(*책의 문장을 그대로 옮긴 것도 있고, 요약한 것도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에서 CEO가 잠들기 전에 읽는 책을 조사했더니, 경영 대가들의 책을 읽는 CEO는 거의 없었다. 그 책의 독자들 대부분은 중간관리자나 직업이 없는 여성들이었다."

"경영대학원 교수들은 피터 드러커를 위대한 경영사상가라고 추앙하지만 그의 작업을 학문적으로 인용한 학자는 거의 없다. 이는 드러커의 저서에 연구다운 연구가 거의 없음을 의미한다"

" 얼마 전 '경영의 미래'를 쓴 게리 하멜. 사람들은 그의 책을 읽고 감동한다. 하지만 그는 엔론을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회사라고 칭찬하고 CEO인 켄 레이를 혁명가라며 찬양했다. (속칭 경영의 구루를 조심합시다)"

"경영의 구루들로부터 도움이 받고자 한다면 그들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라. 그리고 그들의 말을 듣자마자 그 반대 방향으로 잽싸게 달려가라"

"<초우량 기업의 조건>을 쓴 톰 피터스는 공개 인터뷰에서 "데이터를 조작했다"라고 실토했다. 그런 책이 600만부나 팔렸고 아직도 팔린다"     (참고 : 인터뷰 관련 기사) --> '조작했다'란 말이 문제가 될까봐 자신의 블로그에는 '잠꼬대'란 말로 완화시켰다고 합니다.

"경영의 대가들(드러커,톰피터스,게리하멜,짐콜린스 등)은 경영의 비밀을 알려주겠다고 하지만 그 비밀은 엄마가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주면서 하는 말과 뭐가 다른가?"

"마이클 포터의 5 Forces 분석 프레임워크는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단지 과거에 대해 그럴듯하게 설명하는 그저그런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포터의 이론은 사실 이론이 아니다"

"전략경영이란 학문은 비즈니스 뿐만 아니라 사회에 크나큰 해를 미치는 학문이다. 교수들은 그런 학문을 만들어내는 데 놀라운 업적을 이룩했다"

"전략경영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조차 대부분의 회사에서 전략은 주주 가치를 늘리기는커녕 흩트려 버리고 말았다고 결론 내렸다"

"전략 기획은 중간관리층을 지배하는 최고경영진의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다"

"주주들은 회사에서 전략이라는 말이 나오기만 하면 잽싸게 주식을 팔아 버려야 한다. 기업이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경영학과에서 배우는 조직행동 관련 교과서는 아리스토텔레스나 셰익스피어의 책보다도 못하다. 그 책을 읽느니 좋은 소설 한 권이나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이 더 낫다"

"경영학은 과학이나 기술이 아니라 일종의 유사종교다"

"컨설턴트는 고객에게 새로운 지식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미 있는 지식을 단순히 전달할 뿐이다"

"테일러는 과학적 경영을 연구한 적이 없다. 그는 뛰어난 약장수였을 뿐이다"

"음식을 자르고 먹는 것은 다른 기능이다. 그러나 자르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달라야 최고의 효율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경영학 학위를 따기보다는 차라리 좋은 소설을 읽는 것이 낫다. 사람들이 경영학 학위를 치워 버린다면 세상은 좀더 살기좋은 곳이 될 것이다"

짐 콜린스는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란 책으로 이름을 날리더니, 위대한 기업들 대부분이 망하거나 위기에 처하자 얼마 전부터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란 자가당착적인 책을 또 팔아댑니다. 기업을 영속적으로 경영하려면 망해 버린 위대한 기업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것이 골자입니다.

짐 콜린스의 새 책은 <위험한 경영학>과 거의 동시에 우리나라에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콜린스의 책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당당히 올렸습니다. 

경영의 대가들이 수도 없이 날린 '헛발질'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기꺼이 속을 준비가 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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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Favicon of http://www.wizmusa.net BlogIcon wizmusa 2010.07.19 09:23

    속을 준비가 된 걸 수도 있고, 실은 내 맘 대로 하기 위한 인용 소스로 삼기에 만만한 걸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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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overock.tistory.com BlogIcon oveRock 2010.07.19 10:38

    컨설턴트이시면서도 다소 '자폭'으로 비쳐질 수 있을 정도의 파격적인 포스팅을 종종 하시는 데서, 프로페셔널로서의 자신감과 윤리의식을 느낍니다.
    어렵고 딱딱하게만 보이는 이야기거리들을 너무 말랑말랑하게 잘 풀어주셔서 RSS 피드에 등록해놓고 항상 구독중입니다 :)

    최근 글의 내용을 보았을 때 트위터도 하시는 듯한데, 외람되지만 트위터 주소도 알 수 있을까요? ^^ (검색 내공이 부족해서 찾지 못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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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0.07.19 15:33 신고

      고맙습니다. 욕 먹지 않는 컨설턴트가 되는 방법은 잘못이 있을 때 그걸 변명하지 않고 겸허히 수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 그래서 자폭(?)하는 경향이 있지요. ^^ 트위터 주소는 http://twitter.com/in_future 입니다. 감사합니다. ^

  3. spilist 2010.07.20 11:30

    짐 콜린스의 Build to last (한국어판은 성공하는 기업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아주 시류편승적인 제목이었지만)를 군대에 있을 때 상당히 감명깊게 읽었었는데, 으음.. 저런 모순적인 책을 또 냈는지는 몰랐군요.

    경영도서는 자기계발서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다 뻔하고 거기서 거기인 말을 하지만, 읽는 그 순간에는 뭔가 공감하게 되고, 스스로 (정신적으로) 혁신이나 재생산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더군요. 그 책에서 뭔가 배운 게 있긴 한데 그다지 삶에 적용해 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두번 다시 읽지 않고, 조금씩 삶이 방만해지다가, 다시 어떤 고만고만한 책을 읽습니다...

    얼마 전 재미있게 읽었는데, The Goal의 앨리 골드랫은 어떻습니까? 이 사람도 까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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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0.07.24 06:42 신고

      자기계빨서는 독이다, 이런 말을 누군가가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 채은 앨리 골드랫을 까지는 않습니다. 골드랫의 이론은 경영학이라기보다는 응용수학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

  4. Favicon of http://joodink.com BlogIcon JooDinK 2010.07.20 22:51

    저도 대학 때 경영학을 수강하긴 했습니다만 느낀 점은 결과들 속에서 이론을 나름 도출하고 거기에다 다른 결과를 끼워 맞춰 예측하는 식의 논리들이 이론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을 도식화하고 이슈화해서 상품으로 만들면 상당기간동안 팔리는 그럴듯한 제품이 되는 것이겠구요.
    중요한 것은 그 이론과 사례들을 접하는 우리들이 기본과 지혜를 바탕으로 선별 취합하고 각각의 상황에 맞게 응용하는 능력을 먼저 가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때론 플라시보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저도 한 번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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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0.07.24 06:43 신고

      이 책은 내용이야 어떻든 경영학이란 학문의 정당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그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책입니다. ^^ 저자는 경영학이 상품이 되어 버린 것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5. Favicon of http://moochi.tistory.com BlogIcon 한문일 2010.07.22 16:00

    비단 이들뿐만이 아니라, 서로 상반되는 내용들이 공존하는 경우가 많지요.

    말씀하신대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안정'감'을 느끼기 위한 플라시보 효과도 하나일 수 있고 A라는 멋진 업적을 거둔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전혀 다른 분야라 하더라도 옳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죠.

    선생님 말처럼 상황에 맞춰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할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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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0.07.24 06:45 신고

      경영학은 이론을 먼저 만들고 그것에 맞는 사례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학문적 체계를 구축해 갔다는 점을 저자는 비판합니다. 경영의 대가들이 대개 그런 방법을 썼다지요. ^^ 불안감을 자긱하는 경영대가들의 행태도 강하게 비판합니다.

  6. sunlight 2010.07.27 22:15

    한 가지만 태클 걸어 봅니다.

    "경영 대가들의 책을 읽는 CEO는 거의 없었다. 그 책의 독자들 대부분은 중간관리자나 직업이 없는 여성들이었다."

    책읽는 습관과 CEO를 같이 놓을 수 없다고 봅니다. 책을 많이 읽는 CEO도 있을 수 있겠지만,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는 경우라면 그의 말에 따르는 방법으로 경영을 해나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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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magiclamp 2010.08.05 09:53

    경영학서적을 읽는 시간에 교양서적을 읽는 게 낫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경영학이, 다양한 기업들의 사례를 일반화하려다 보니, 사례를 취사선택하거나 "고객에게 다가서라"와 같은 의미없는 일반화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덕분에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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