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을 속이는 교묘한 방법   

2010. 6.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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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어느 회사의 영업 담당 임원인데, 월 실적보고 회의에서 사장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세요. 그 이유는 팀별 평균매출액이 최근 들어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다음 분기까지 팀별 평균매출액을 올리지 않으면 '옷 벗을 각오'를 하라는 서슬 퍼런 경고까지 들은 마당입니다.

자리로 돌아온 여러분은 당연히 골치가 아프겠죠. 어떻게 하면 사장의 요구를 충족시킬지, 뾰족한 방법은 없는지 고민일 겁니다. '이를 어쩐다.' 여러분은 휘하에 있는 두 명의 팀장을 방으로 호출하겠죠. 그러고는 사장에게서 들은 말을 똑같이 전달할 겁니다. "다음 분기까지 팀별 평균매출액을 높이지 않으면 팀장에서 잘릴 줄 알아!"라며 화풀이에 가까운 지시를 내릴지도 모릅니다.


두 명의 팀장은 회의실에 모여 깊은 한숨을 쉽니다. 경기가 하강 국면이고, 소비를 자극할 새로운 제품도 없는데, 다음 분기까지 평균매출액을 올리라니, 윗사람들은 소리만 지르면 다냐며 분노를 애써 삼킬지도 모릅니다.

이때 회의실을 지나가던 김 대리가 들어와서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두 명의 팀장에게 무슨 일이 있냐며 묻습니다. 두 팀장은 김 대리에게 여차저차 사정을 이야기하고는 "네가 무슨 아이디어가 있겠냐?"며 힘없이 자리를 일어서려는데, 김 대리가 "기다려 보세요.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라고 소리칩니다.

김 대리는 화이트 보드로 달려가서 뭔가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두 팀을 각각 A팀, B팀이라고 해보죠. A팀은 7개의 대리점을 관리하고, B팀은 5개의 대리점을 관리합니다. 그런데, A팀에 속한 대리점들이 B팀 소속의 대리점보다는 실적이 상대적으로 좋습니다. 김 대리가 그린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A팀 : 30, 29, 28, 27, 26, 25, 24
B팀 : 15, 14, 13, 12, 11

숫자들은 각 대리점의 매출액을 의미합니다. 딱 봐도 B팀 소속의 대리점들의 매출액이 매우 열세입니다. 아마도 A팀과 B팀은 지역을 구분하여 대리점들을 관할하기 때문이겠죠.

김 대리는 화이트보드를 보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A팀 소속의 대리점 중에서 상위 5개만 남기고 나머지 2개 대리점을 B팀 소속으로 변경하면, 팀장님들의 고민을 싹 해결됩니다." 말도 안 된다며 두 팀장은 코웃음을 쳤지만, 김 대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제가 말한대로 대리점들을 재배치하면 팀별 평균매출액이 두 팀 모두 올라갑니다."

김 대리의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현재대로 대리점들을 묶으면 A팀의 평균매출액은 27 이고, B팀의 평균매출액은 13 입니다(각 팀의 가운데에 위치한 대리점의 매출액이 해당 팀의 평균매출액입니다).

A팀 : 30, 29, 28, 27, 26, 25, 24  --> 평균 : 27
B팀 : 15, 14, 13, 12, 11  --> 평균 : 13

김 대리의 말대로 하위 2개의 대리점을 B팀으로 보내 버리면, 팀별 평균매출액은 다음과 같이 바뀝니다. 정말 두 팀의 평균매출액이 모두 상승했습니다.

A팀 : 30, 29, 28, 27, 26  --> 평균 : 28
B팀 : 25, 24, 15, 14, 13, 12, 11  --> 평균 : 16.3

게다가 전사 단위의 평균매출액은 현재엔 20.0 ( = (27+13)/2 ) 인데, 대리점 소속을 바꾸고 나면 22.1 ( = (28+16.3)/2 )로 높아집니다.

눈이 휘둥그레진 두 팀장은 김 대리와 함께 여러분(영업 담당 임원)을 찾아가 이런 '비법'을 보고하고, 이에 수긍한 여러분은 곧바로 대리점 개편을 은밀하게 단행합니다. 그리고는 다음 분기까지 갈 것도 없이 바로 다음 달 실적보고회의 때 당당하게 사장에게 "각고의 노력으로 팀별 평균매출액을 올렸다"라고 말하겠지요. 이런 보고를 들은 사장은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할지도 모릅니다.

자, 그럴 듯 한지요?

이렇게 하위 부서나 직원들의 소속만 변경해서 평균매출액이 높아진 것처럼 '속이는' 방법을 '윌-로저스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분류를 다르게 함으로써 마치 개선된 듯이 보이게 만드는 조작을 일컫는 말이죠. 또한 개별 부서의 성과는 좋아지는데 조직 전체로 보면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 현상도 가리키는 말입니다.

사실 위의 사례에서 전사적인 관점으로 보면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위에서 전사 단위의 평균매출액이 증가했다고 언급했는데, 팀별 평균매출액을 다시 평균해서 얻었기 때문에 늘어난 듯이 보이는 겁니다. 대리점 소속을 바꾸나 안 바꾸나 대리점들의 평균매출액 항상 21.2일 뿐입니다(팀 소속과 관계없이 모든 대리점 매출액의 평균을 구하면 됨).

'설마 사장이 이런 식의 눈속임에 속겠어?'라고 의구심이 들지 모르지만, 교묘하게 재배치하면 깜빡 속아 넘어가고 맙니다. 위의 예는 이해를 위해 노골적인 방법으로 재배치를 했지만, 대리점(혹은 하위 부서나 직원)들이 많으면 재배치되는 대리점이 눈에 띄지 않고, 대리점들을 섞는 방법을 복잡하게 하면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여기에 재배치하는 이유를 사장에게 말하지 않는다든지, 재배치하는 이유가 설득력이 강하면 교묘한 의도를 감출 수 있습니다.

혹시 윌-로저스 현상이 여러분의 조직에서 나타나진 않나요? 전체적으로 보면 성과가 별로 나아진 것같지 않은데, 개별 부서나 사업부의 성과는 높아지는 이상한 현상을 목격하지는 않았나요? 만약 그런 경우가 있다면, 누군가가 교묘하게 경영자를 속이고 있거나, 아니면 조직이나 프로세스 자체가 윌-로저스 현상을 방치한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노파심이지만, 이 포스팅이 사장을 속이는 교묘한 방법을 일깨우는 데 활용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

(*참고도서 : '알을 낳는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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