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4. 유럽의 발코니, 네르하   

2010. 7. 2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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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어제 보지 못한 그라나다 알바이신 쪽으로 올라갔습니다. 어제 낮에는 그렇게 뜨겁더니 아침 7시 반의 공기는 서늘하다 못해 쌀쌀했습니다. 특이한 날씨입니다.

알바이신 지구에서 바라보는 알람브라 궁전의 야경이 그라나다 여행의 백미이지만, 애석하게도 야경을 보지 못하고 식구 모두 달게(?) 자버렸습니다. 아무래도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다 보니 밤 활동에 제약이 좀 있지요.

그라나다에서 차를 렌트하여 지중해에 면한 휴양지인 네르하로 이동했습니다. 스페인에서 처음 하는 운전인데다가 오래 전에 손을 놓은 '스틱'이라 처음에 시동을 꺼뜨리고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줄이다가 오토인 줄 알고 브레이크만 밟았더니 또 시동이 꺼지고... ^^ 게다가 렌터카에 부착된 GPS는 도로공사 전의 옛길을 안내하고.... 이래저래 난관을 헤치고 네르하에 당도했습니다. 

바짝 긴장한 몸이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스르르 풀렸던 까닭은 호텔에서 내려다 보이는 지중해 때문이었습니다. 날씨가 흐렸지만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여행에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았지요.

호텔 수영장에서도 놀고, 해변에 나가 바닷물에 몸을 담그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바닷물보다 더 짜게 느껴집니다.

물놀이를 하면 배가 금방 꺼지죠. 맛있고 싼 저녁을 먹고(네르하는 물가가 참 착합니다) 시원한 맥주 한잔과 함께 오늘 하루를 보냅니다.

내일은 유서 깊은 도시인 론다(Ronda)로 길을 나섭니다. 그곳은 붉은 석양이 유명하다 해서 기대를 가져봅니다.


알바이신 지구의 성 니콜라스 전망대. 사진엔 안 나오지만, 왼쪽에 가난한 배낭여행객 5명이 노숙을 하더군요. 처음엔 홈리스인 줄 알았답니다.


널브러져 자고 있는 배낭여행객이 깰까봐 조심스럽게 알람브라 궁전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어제 들렀던 나스리드 궁전과 카를로스 5세 궁전, 그리고 오른쪽인 알카자바가 보이네요. 야경을 봤으면 좋았을 텐데....


알바이신에서 내려와 까떼트랄을 찾았습니다. 시간이 너무 일러서인지 들어가진 못하고 겉에서만 봤지요. 다른 건물에 옹색하게 둘러 쌓여 있는지라 좀 그랬답니다.


왕실 예배당이란 곳인데, 여기도겉만 볼 수밖에 없었죠.


2시간 가량의 드라이빙 끝에 도착한 호텔.


호텔에서 내려다보이는 해변의 모습.


얼른 수영복을 챙겨 입고 물 속에 뛰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물이 찹니다. 모래사장이 아니라 자갈로 이뤄진 해변이라 아들이 기대했던 모래성 쌓기는 못했지요.


동양인 가족이 신기한지 우리에게서 눈을 못떼던 여자아이.


호텔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물놀이를 하고 저녁을 먹은 다음, '유럽의 발코니'라 불리는 곳을 찾았습니다. 지중해를 향해 돌출된 지형이라 발코니라 불리는 모양입니다. 이 동상은 이곳을 찾았던 왕(맞나?)인 듯합니다.


지중해의 시원한 바람을 즐기는 사람들.


우리나라의 여느 해수욕장과는 달리 한적하게 해수욕을 즐깁니다.


바다를 향한 오래된 포신.


유럽의 발코니에서 내려다본 해변


시원한 맥주로 마른 목을 축이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을 위해 쉬어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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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3. 이슬람이 숨쉬는 그라나다   

2010. 7. 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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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페인의 남부에 위치한 그라나다로 이동을 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은 나중에(여행 마지막날) 다시 보기로 합니다. 그라나다는 과거에 이슬람의 지배를 받은 지역이라 유럽 속에서 이슬람 문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유명한 알람브라 궁전이 있는 곳이죠.

바르셀로나보다 아랫지방이고 내륙이라 그런지 산에 나무가 적고 날씨가 무척 뜨겁습니다. 햇볕 아래에 서면 말 그대로 살이 익는다는 게 실감납니다. 알람브라 궁전을 3시간 가량 둘러봤는데 오후 5시인데도 너무나 더워서 식구 모두 헉헉댔지요. 시원한 풀에 몸을 담그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내일은 지중해가 맞닿은 작은 도시, 네르하로 갑니다. 아들은 그곳에서 수영할 생각에 여행 오자마자 들떠 있습니다. 얼마나 더울지 벌써부터 겁이 납니다. ^^

오늘 둘러본 그라나다의 모습을 몇 장 올려 봅니다. 너무 더워서 사진을 뭘로 찍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스페인의 저가항공사인 뷰엘링을 타고 바르셀로나에서 그라나다로!


그라나다에 내린 비행기. 저가라 그런지 트랩에서 내려서 300미터 정도를 걸어 들어가야 합니다. -_-;


'그라나다도 식후경'. 캉구로라는 곳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뷔페식인데, 오랫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했지요. ^^


우리가 머물 호텔 'Macia Plaza"입니다. 작지만 깔끔한 호텔.


누에보 광장의 노천 까페. 햇살이 정말 뜨겁습니다. 오늘 낮 최고기온 38도!


알람브라 궁전으로 가는 길. '헤네랄리페(General Life)'란 정원도 가고 싶었지만, 더워서 생략!


궁전으로 가는 곳곳에 옛 건물들의 폐허가 있습니다.


아마도 '파라도르 데 그라나다' 호텔인듯.


카를로스 5세 궁전의 모습


카를로스 5세 궁전 내부의 모습. 궁전 치고는 수수합니다.


궁전의 회랑


알람브라 궁전의 가장 핵심인 '나스리드 궁전' 내부로 들어가는 길. 이슬람 건축 양식의 특징인 아치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나스리드 궁전의 백미로 꼽히는 아라야네스 중정.


중정 가장자리의 벽에 새켜진 화려한 문양


더위에 지쳐 잠시 쉬는 관광객들


화려한 천장 장식


또다른 천장 장식. 프랙탈이 연상되는 패턴입니다.


나스리드 궁전에서 바라본 알바이신의 모습.


알카자바 요새에서 바라본 나스리드 궁전과 카를로스 5세 궁전.


3시간 만에 더위를 먹고(?) 그라나다 시내로 피신을 했습니다. 가로등 모습도 예술적입니다.


더위를 식히러 Los Italianos라는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지요.


그리고 밤에는 근처 bar(바르)에서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면서 하루를 마감합니다. 오늘도 피곤하니 일찍 자야겠습니다. ^^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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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2.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   

2010. 7. 2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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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바르셀로나 시내 관광에 나섰습니다. 유명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부터 찾았지요. 가우디가 만든 미완성의 성당이죠.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첨탑의 위용이 대단합니다(누군가가 옥수수를 닮았다더군요.) 특히 '탄생의 문'은 굉장히 화려하고 기이하기도 합니다.

가우디가 설계했다는 구엘 공원, 까사 밀라, 까사 바뜨요 등등 바르셀로나는 가우디가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우디의 흔적이 곳곳에 투영돼 있습니다. 하다 못해 가로등 디자인도 사그라다 파말리아 성당의 첨답을 흉내내었습니다.

내일은 스페인의 남부에 있는 그라나다로 이동합니다. 이슬람 문화가 남아있는 곳이죠. 다른 유럽 지방과는 다르게 다가올 느낌이 기대되는 도시입니다.

인터넷이 느린 관계로 많은 사진을 올리지 못하고 몇 장만 추려서 올립니다. 날씨가 흐린 탓에 사진은 쨍하지 못하네요. ^^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이 부분은 '수난의 문'입니다.


예수의 수난이 독특한 양식의 조각상에서 느껴집니다


마방진처럼 보이는 숫자판은 가로 세로 대각선 숫자를 더하면 같은 수가 나옵니다.


'탄생의 문'. 아주 화려하고 기이합니다.


성당 내부의 모습. 기둥의 모양이 아주 특이합니다. 아직까지 공사가 한창입니다


가우디의 거리에서 본 성당 모습


성 파우 병원에서 바라본 성당 모습


구엘 공원


기이한 모양의 기둥.


구엘공원


말이 필요없는 테라스


구엘공원의 상징, 이구아나



까사 밀라의 전경


까사 밀라 옥상의 모습. 독특한 굴뚝 모양이 눈길을 끕니다



까사 밀라 내부의 모습. 19세기말~20세기 초의 생활상을 볼 수 있습니다.


까사 바뜨요의 모습. 테라스 난간의 모양이 조개껍데기를 연상시킵니다. 가우디는 생명체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 디자인에 적용을 했다지요.



이 가로등도 가우디가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저녁을 먹고 람블라스 거리를 좀 걷다가 숙소로 향합니다. 플라멩코를 보려하다가 너무 피곤한 나머지, 다른 도시에서 보기로 합니다. 내일은 그라나다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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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1. 가우디와 몬세랏   

2010. 7.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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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 적응이 안 됐는지 아침에 일찍(새벽 5시) 깨고 말았습니다. 원래는 바르셀로나 시내를 관광하려 했는데, 일정을 급(?)변경하여 바르셀로나 교외에 있는, 영산(靈山) 몬세랏이란 곳에 가기로 했습니다.

몬세랏은 커다란 바위산을 말하는데, 그 모습이 톱으로 자른 듯하다 해서 이름이 몬세랏(montserrat)이라 붙여졌습니다. 실제로 보면 바위들의 모습이 참 특이합니다. 스페인이 낳은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이 산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는 말이 이해가 됩니다.

몬세랏은 바르셀로나에서 교외선(R5)를 타고 1시간 정도 가면 됩니다. 그리고 구석구석 보지 않는다면, 2시간이면 훑어볼 수 있지요. 그래서 오후에는 바르셀로나로 돌아와서 유명한 람블라스 거리를 둘러봤습니다.

그런데 사람도 많고 날씨가 엄청나게 덥습니다. 서울보다는 습기가 적지만 햇살이 뜨거워서 잠시만 햇빛 아래 서면 살이 익는 듯 합니다. 그러다간 더위를 먹을 것 같아서 호텔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나가려고 했는데, 그만 식구들 모두 잠이 들었습니다.

눈을 깨보니 밤 10시! 다시 나가기엔 곤란한 시간이 돼 버리고 말았습니다. 여행 첫날부터 파행(?)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못 보면 그만'이 이번 여행의 컨셉(?)이기 때문입니다.

식구들은 다시 잠을 청하고, 저만 이렇게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바르셀로나의 밤이 깊어갑니다. 서울은 지금 동이 텄겠죠?

이곳 인터넷이 매우 느려서 겨우 몇 장 올립니다. 나머지는 서울에 가서 업데이트 해야겠습니다.

20시간 만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는 길에 잠깐 만난 '까사 바뜨요". 가우디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 바르셀로나에 왔다는 느낌이 팍 들었습니다.


몬세랏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나름 깜찍한 표정을 짓는 아들.


케이블카를 타고 몬세랏으로 오릅니다.


여기가 몬세랏. 가우디가 영감을 받을 만한 모습입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서 찍은 몬세랏 모습. 아래의 집은 푸니쿨라 정거장입니다


기암괴석과 그 아래 세워진 건물들.


몬세랏에는 오래된 수도원(바실리카)가 있죠. 그 안에는 '검은 성모 마리아 상'이 있습니다. 특이하게 얼굴이 검습니다. 검은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성모 마리아가 들고 있는 구슬을 한번씩 만지고 지나갑니다. 그러면 원하는 소원이 이뤄진다는 믿음 때문이죠.


촛불을 켜고 기복을 하는 사람들. 아들이 원해서 저희도 초를 켰습니다.


수도원 안의 모습. 예수와 12제자상이 보이네요.


여기가 수도원 앞 광장 모습입니다. 바위 아래에 지어졌지요.


광장 한켠에 세워진 가우디가 만든(맞나?) 조각상이 서 있습니다.


몬세랏 구경을 마친 다음, 산악열차를 타고 내려갑니다. 산악열차보다는 케이블카가 짜릿합니다.


산악 열차를 타고 가면서 몬세랏을 바라보니 울산바위가 연상됩니다.


람블라스 거리. 햇살이 너무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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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옳은 선택이란 무엇인가?   

2010. 7.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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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이란 무엇인가? 선택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select는 라틴어인 selectus에서 유래했는데, ‘어딘가로부터(from) 무언가를 분리해서(apart) 취한다’는 뜻을 지녔다. 이런 점에서 선택이란 무언가를 얻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버려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옳은 선택이란 무언가를 얻는 데에서 오는 이득이 무언가를 버리는 데에서 발생하는 손실보다 큰 선택이라 말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대체 옳은 선택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선택의 기술(The art of choosing)'이라는 원 제목에 맞게 이 책은 선택 자체의 의미와 옳은 선택의 방법에 대한 다양한 심리학적 고찰을 우리에게 소개한다.

저자는 책의 서두를 선택의 권리와 삶에 대한 통제력과의 관계로 시작한다. 선택에 대한 통제력을 잃거나 위협 받으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좌절한다. 기업 내에서 임금이 적은 근로자일수록 흡연과 비만 가능성이 높고 심장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두 배나 높다고 한다. 통제력의 구속을 야기하는 여러 상황들이 혈압을 상승시키는 요인인 까닭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선택에 대한 통제력을 잃으면 머리도 나빠진다는 또 다른 실험 결과가 떠올랐다.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소음을 틀어 놓은 상황에서 수학 문제를 풀게 했다. 한 그룹이 앉은 테이블에는 소음 차단 스위치가 있었고, 다른 그룹에는 없었다. 실험 결과, 스위치를 가진 그룹의 사람들이 문제를 훨씬 많이 풀었고 또 틀린 개수도 얼마 안 됐다.

반면 스위치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문제를 덜 풀었고 오답도 많았다. 그렇다면 소음 차단 스위치의 사용이 성적을 좌우했을까? 그렇지 않다. 스위치를 가진 그룹은 실제로 스위치를 한 번 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차단할 수 있어!’라는 생각이 문제해결능력을 유지시킨 것이다. 선택 그 자체보다는 선택할 수 있다는 통제력이 더 중요하다는 증거이다.

선택실험실 쉬나 아이엔가 著, 21세기북스

이처럼 충분한 선택권과 통제력은 정신과 신체의 건강 상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엘렌 랭거와 주디 로딘이 65~90세의 노인들이 거주하는 요양원에서 실시한 실험을 소개한다. 한 그룹의 노인들에게는 화초를 가꾸거나 영화를 관람하는 등 웰빙에 관한 모든 서비스가 직원들의 통제 하에 이루어질 거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다른 그룹의 노인들에게는 화초를 스스로 선택하여 가꾸는 것이 노인들의 책임이고 영화를 관람하는 요일을 선택하는 권리를 주었다. 하지만 실제로 두 그룹 모두에게 동일한 화초가 제공되었고 똑같은 영화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두 그룹에겐 사소할지 모르는 선택권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3주일 후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화초를 스스로 가꾸로 영화 관람일을 선택할 수 있었던 노인들이 그렇지 못한 노인들보다 더 행복하다고 느꼈고 보다 활동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교류했다. 반면 선택권이 없는 노인들은 3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건강이 쇠퇴하고 말았다. 6개월 후까지 실험을 진행하자 선택권이 있던 노인들의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선택에 대한 통제력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해서 무조건 선택의 자유를 누리게 만드는 방법이 개인의 옳은 선택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저자는 놓치지 않는다. 저자는 시티코프 사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시티코프는 전세계에 지사를 둔 글로벌기업이라서 다양한 출신의 구성원들이 근무하기 때문에 문화적 차이가 선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에 좋았다.

조사 결과, 동일한 상사 밑에서 일하는 직원이라 해도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앵글로색슨계 미국인에 비해서 직장에서의 선택권이 크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앵글로색슨계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선택권을 더 많이 가졌다고 생각할수록 업무의 동기, 만족도, 업무수행 과정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에 아시아인과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일상 업무를 상사가 결정한다고 생각할 때 점수가 더 높았다. 선택권이 많다고 지각하는 것이 오히려 업무에 부정적인 향을 미치기도 했다.

처음에 이 실험 결과를 접할 때는 저자(비록 그가 인도계 미국인지만)가 인종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그릇된 결론을 유도한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동양인들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그들의 통제력을 약화시켜야 함을 합리화하려는 의도가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저자의 결론에 수긍이 갔다. 스스로 목표를 정해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나중에 그 결과로 평가 받는 미국식 성과주의제도가 우리나라 기업에 잘 정착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선택권에 관한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는 상사나 조직이 top-down으로 내려주는 목표에 반감이 크다고 말하지만, 스스로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라고 하면 몇날 며칠을 고민하는 모습을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솔직하다면 나보다 우리를 먼저 우선시하고 의존하려는 동양적 사고방식이 개인의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저자는 선택지의 다양성이 선택의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많은 분량을 할애한다. 인간들은 대체적으로 적은 선택지보다는 선택지의 다양성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선택지가 줄어들 때보다는 선택지가 많아질 때를 선호한다. 

한 가지 음식만을 먹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뷔페 음식점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개인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가능한 한 많은 종류의 틈새상품을 만들어 내는 전략이 매출 확대와 시장점유에 효과적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그런 전략은 너무나 많은 선택지로 인해 고객들의 스트레스를 높일 뿐만 아니라 매출에 오히려 부정적임을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가 수행한 유명한 ‘잼 실험’이 그 증거이다. 저자는 시식코너에서 24가지의 잼을 보여줄 때와 6가지 잼을 보여줄 때 고객들이 실제로 얼마나 잼을 구입할지를 살펴봤다. 그 결과 적은 가짓수를 본 고객들의 30퍼센트가 잼을 사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반면에 많은 종류의 잼을 본 고객들은 겨우 3퍼센트만이 구매했다. 이처럼 선택지를 줄여서 오히려 매출이 확대된 사례는 여러 가지가 있다. 프록터앤갬블이 헤드앤숄더 샴푸의 종류를 26종에서 11종으로 줄이자 매출이 10퍼센트나 상승했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선택지가 많아지면 선택되지 않는 것들이 함께 많아지기 마련이라서 자신이 옳은 선택을 했는지 확신을 가지기가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무력해지는 법이다. 사람들에게 많은 수의 선택지를 줄 때보다 적당한 수의 선택지를 줄 때 실제로 선택을 실행하고 자신의 선택에 더 큰 확신을 갖고 더 만족한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저자는 책 말미에 이르러 ‘불편한 선택’에 대해 이야기한다. 불편한 선택이란 무엇을 선택하든 항상 행복이 감소되는 상황을 말한다. 3명이 최대정원인 구명보트에 4명의 가족이 타야할 때 누구를 뒤에 남겨야 하는지와 같은 상황은 선택권을 발휘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고통이고 선택을 강요받는 고문이다. 불편한 선택 상황에 처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저자는 철학적이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인 질문을 묵직하게 던진다. 이 점이 여타 심리학 책과는 다른 점이다.

저자가 강조한 것처럼, 선택에 힘이 있는 이유는 바로 불확실성 덕분이고 만약 미래가 결정되었다면 선택은 큰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선택은 우리의 삶이 투영된 결과물이자 우리의 삶을 남에게 보여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선천적인 시각장애자인 저자 쉬나 아이엔가는 시각장애라는 불행을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장애가 주는 불확실성과 모순에 굴하지 않고 선택을 연구하는 학자가 되겠다는 선택지를 취함으로써 스스로 옳은 선택의 귀감이 된다.

무언가를 취하는 데에서 얻는 이득을 무언가를 버리는 데에서 오는 손실보다 커야 옳은 선택이라 했다. 옳은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 옳은 선택을 나쁜 선택으로 만드는 함정들, 옳은 선택의 기술, 그리고 ‘삶에서 옳은 선택이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 물음을 폭넓게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책이 좋은 교사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의 일독을 권한다.

(* 교보 북모닝CEO에 게재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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