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를 조작하는 몇가지 방법   

2010. 10.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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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니 '여론조사'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여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는커녕 오히려 여론을 호도하는 경우도 꽤 많다고 그 책은 지적합니다. 

1년에도 수십, 수백 종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는데, 그것들 중 몇 가지는 '과연 그럴까?'란 의구심을 자아냅니다. 예전에 쓴 글에서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한 적이 있죠. ('여론조사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 모르긴 해도 아래와 같은 방법 중 하나 이상을 써서 사전적으로 혹은 사후적으로 조작된 것은 아닐까요? 5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1. 여론조사의 실시시기를 조절하는 방법

- 오전 10시에 가정집에 전화해서 설문합니다 → 대부분 주부들이 전화를 받죠.
- 오후 2시에 번화가에서 '대면 질문'을 합니다 → 사무직 회사원들을 거의 못 만나죠.
- 대형 자연재해 이후 정부의 지지도를 조사합니다 → 많은 사람들이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겠죠.


2. 여론조사 표본을 조작하는 방법

- 집단 조작 : 유기농식품을 선호하는 집단에게 유기농식품의 효능에 대해 묻습니다.
- 지역 조작 : 전통적인 여당 텃밭에서 여당 지지도를 조사합니다.
- 조사매체 조작 : 온라인으로 조사합니다 → 컴퓨터 사용에 능한 젊은 세대로 표본이 국한되죠.


3. 여론조사 결과를 '이상하게' 발표하는 방법

- 국산 쇠고기 맛이 더 좋다고 대답한 사람 30%, 수입 쇠고기 맛이 더 좋다고 답한 사람 10%, 국산이든 수입이든 맛의 차이가 없다고 답한 사람 60%라는 결과가 나왔다면, 
→ 쇠고기를 구입하는 사람의 70%가 '딱히' 국산 쇠고기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발표합니다. 이런 발표는 사실에 부합되긴 하지만, 국산 쇠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합니다.

- 결과가 의뢰인의 뜻에 반하게 나오면, 아예 그 결과를 발표하지 않거나 필요한 부분만 떼어서 발표합니다. → 아마도 이런 경우도 꽤 될 듯 하네요.


4. 답변을 한쪽으로 유도하는 방법

- 자사의 신형 자동차와 경쟁사의 신형 자동차를 비교 평가해 달라고 하면서, 시승 운전을 할 때는 자사의 신형 자동차만 제공합니다. → 실제로 닷지 자동차에 대해 그렇게 한 적이 있다고 하네요,

- 유행에 뒤떨어지는 옷과 자사의 옷을 함께 나열해 놓고 '무엇이 가장 유행하고 있는가'라고 묻습니다. → 리바이스가 이런 방법을 써서 "대학생 중의 90%가 리바이스 501 청바지가 대학가에서 유행한다고 대답했다"라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유치한 방법처럼 보이지만, 교묘하게 비교 대상을 선정하면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5. 유도질문을 하는 방법

아래와 같이 '네'라는 답변을 계속하게 만들어서 맨 마지막 질문에도 '네'라는 대답을 얻어내는 방법입니다. 가장 악의적이면서 교묘한 방법이죠.

- 환경 파괴로 인해 이상한 질병이 새로 생길까 두려운가요?   네.
- 핵무기의 과도한 경쟁의 지구를 파멸시킬 것 같은가요?  네.
- 체르노빌 원전 폭발과 같은 참사가 다시 일어날까 염려되나요? 네
- 원자력 개발의 확대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네.

답변자는 자신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본능에 가까운 의도 때문에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네'라고 대답하게 됩니다.


여론조사의 신뢰도는 표본을 얼마나 고르게 선정했냐에 달려있습니다. 표본이 모집단을 얼마나 옳게 반영하느냐가 핵심이죠. 그러나 표본을 잘 선정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왜냐하면 여론조사 받는 걸 좋아하는(그것에 별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 조사에 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공신력이 있는 단체에서 발표되는 여론조사라도 그 결과를 그대로 믿기 전에 한번쯤 의심해 볼 일입니다. 정보가 홍수를 이룰수록 그 속에 쓰레기도 많은 법이니 말입니다.

(*출처 : '괴짜생태학',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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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암을 완치한다구요?   

2010. 10.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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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일은 없어야 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암에 걸렸다고 상상해 보세요. 의술이 많이 발전했다 해도 암은 여전히 완치가 어려운 질병 중의 하나죠. 헌데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암은 너 스스로 극복할 수 있어. 네가 마음 먹기에 따라 암을 퇴치할 수 있어. 항상 긍정적으로 마음을 갖고 암에 맞서겠다고 생각해야 해. 절대 약해져서는 안돼"라고 말입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들은 얘기인데, 말기암이라 의사들이 포기했던 환자가 자기 의지로 암을 깨끗이 완치했대. 의사들이 그건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놀라더래"라고 꼭 덧붙입니다. 요컨대 그는 자기 삶에 대한 통제력이 질병도 퇴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죠.


삶에 대한 통제력이 사람을 정신이나 신체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사례를 '통제력을 잃으면 '바보'된다'라는 글에서 소개한 바 있죠.

하지만 이미 위험한 질병에 걸린 사람에게 통제력을 운운하는 일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큰 해악을 가져다 줄지 모릅니다. 삶에 대한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암이 호전되지 않고 악화되면 암 환자는 자기가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렇게 됐다는 죄책감에 빠질 수 있죠. 이런 자괴감은 스트레스를 발생시켜서 암 퇴치에 방해가 될지 모릅니다.

"상황이 이미 악화됐거나 스트레스가 파괴적일수록 그 결과에 대한 조절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로버트 새폴스키는 말합니다. 통제력에 대한 믿음은 어디까지나 '가벼운 상황'에서나 도움이 된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통제력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하는 경우는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제한됩니다. 즉 뭔가를 진짜 변화시킬 수 있을 때의 '통제감'이 건강에 도움이 되죠. 하지만 암과 같은 난치병은 통제 불가능한 영역에 속합니다. 그런 영역에까지 자신의 통제력이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은 그 발상 자체가 병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셔면 제임스는 통제감에 대한 착각이 '존 헨리즘'이란 병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이 이름은 존 헨리라는 무모한 사람의 이름에서 딴 것인데, 그는 6피트 짜리 강철 드릴을 가지고 증기 드릴보다 더 빨리 산을 뚫으려고 했습니다. 그는 초인간적인 노력으로 기계를 이겼지만 결국 지쳐서 죽고 말았습니다. 존 헨리즘은 무슨 일이라도 열심히 하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 '하면 된다'라는 생각이죠.

문제는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입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교육의 기회를 충분히 받지 못했거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심한 사회에서 자란 사람에게 "네가 더 열심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어"라는 조언이 과연 도움이 될까요? 

구조적인 부조리함이 한 인간의 삶을 옥죄는 상황에서 "모든 것은 다 너하기 달렸어. 하면 된다는 말을 잊지마"란 말은 오히려 그를 크나큰 열패감에 빠지게 만드는 독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의미에서, 개인의 의지가 삶을 변모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기계발서들은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경제적, 사회적 약자들에게 '존 헨리즘'의 병폐를 심화시키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 큰 일이 벌어졌을 때 "내가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는데"라면서 이미 벌어진일에 대해서 자신의 통제력을 대입하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뿐더러 상황을 낫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이미 벌어진 일은 통제력이 미치지 못하는 '통제 불가능한 영역'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내탓이다'는 윤리적인 입장에서 바람직한 생각이지만, 어쩌면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기는 교묘한 장치일지 모릅니다. 

모 기업의 광고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창립자가 연설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더 잘 할 수 있다하고 그 어려운 것은 우리가 다 극복할 수 있다. 난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그는 말합니다. 여러분은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어쩌면 이 말은 "희망을 가지면 암을 완치할 수 있다"는 헛된 기대감 같은 건 아닐까요?

편안한 금요일 되세요.

(* 사례 출처 : '스트레스 : 당신을 병들게 하는 스트레스의 모든 것', 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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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via iPhone 4   

2010. 10. 2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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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갑니다.

iPhone 4로 찍은 가을 풍경입니다. 

iPhone 4로 찍은 후, photoshop express라는 앱으로 보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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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와 효율, 어떻게 다른가?   

2010. 10.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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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몸에 좋은 경영의 비타민'에 새로운 에피소드가 업데이트됐습니다.

- 제목 : 효과와 효율, 어떻게 다른가?
- 카테고리 : 경영전략

오늘은 습관적으로 사용하지만 의미를 혼용해서 쓰는 2개의 단어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효과'와 '효율'입니다. 여러분은 이 둘을 잘 구분할 수 있나요? 이 팟캐스트를 통해 확실히 의미를 구분해 드리겠습니다.



애플 아이튠즈에서 보기 (이 방법을 가장 추천합니다)

YouTube(유투브)에서 보기

* 슬라이드 다운 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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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직원에겐 적은 연봉을   

2010. 10.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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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 항공청에 근무하는 심리학자들은 여객기에서 승객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관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합니다. 특히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 승객들이 공포에 질려서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엉키는 현상(예를 들어 비상구 한 곳에만 집중적으로 몰리는 현상) 등을 연구하죠.

연구의 애로점은 그런 비상사태를 시뮬레이션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모의 실험에 참가한 '모의 승객'들이 '이것은 어차피 실험이잖아'라고 다들 알기 때문에 승객들이 서로 엉키는 혼돈스러운 모습이 연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애써 모의 승객들에게 '실제 그런 사태가 펼쳐졌다고 상상해달라'고 하며 분위기를 조성해도 막상 실험이 시작되면 무질서한 행동보다는 '예의 바른' 행동(예를 들어 노약자에게 길을 터주는 것과 같은)을 종종 나타냈죠.


연구자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비상사태를 시뮬레이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트릭을 쓰기로 했습니다. 모의 탈출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수고료로 시간당 11달러를 받았는데, 연구자들은 비행기에서 가장 먼저 빠져나온 사람에게 그 두 배를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두 배라고 해봤자 시간당 22달러(약 26,000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과연 사람들이 그걸 받겠다고 서둘러 비행기를 빠져나오겠냐 싶었습니다.

하지만 실험에 참가한 모의 승객들은 비상사태에 빠진 실제 승객처럼 행동했습니다. 난폭하게 서로 밀치는 것은 다반사였고 노약자를 배려하는 행동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물론 실제 비상사태 때와는 절박함이 적었겠지만 그와 비슷하게 혼란을 보였다는 점은 연구자들이 보기에도 특이할 만했습니다. 

어쨋든 '돈의 유혹'을 통해 비상사태를 시뮬레이션하는 실험은 그런대로 성공적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좀더 빨리 비상구로 빠져나가려는 욕구를 자극해서 실제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들의 연구 목적은 승객들이 무엇 때문에 탈출 동기를 자극 받느냐가 아니라, 탈출시에 난폭하게 변하는 승객들을 어떻게 질서 있게 신속히 탈출시키느냐에 있었기 때문이죠.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 각자의 성과에 따라서 기본급이나 성과급을 차등 지급 받는 연봉제가 이제 일반화되었습니다. 보상의 편차가 일정 부분 성과 창출의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생각은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열심히 하든 팽팽 놀든 똑같은 월급을 받는다면 누가 과연 열심히 일을 하겠느냐고 주장하는 사람의 논리는 거부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반대논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성과 차등이 개인들의 이기적인 행동을 자극하기 때문에 직원들 간의 협조는 고사하고 서로 반목하게 만든다는 이유입니다. 위에서 제시한 모의 탈출 실험이 이런 논리를 뒷받침하는 사례일지도 모릅니다. 두 배라고 해봤자 겨우 22달러 밖에 안 되는 '성과 차등' 때문에 개인들 간의 배려는 싹 사라졌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차등 보상이 개인들 간의 이기심을 극대화하는 부작용이 있더라고 그 순기능을 모두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이기심이 일정 부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지탱해 온 힘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과제는 성과를 차등 보상하면서도 직원들 간의 협조를 통해 더 큰 성과를 달성하도록 유도하느냐입니다. 또한 그 방법은 개인의 목표보다 조직의 목표에 직원들을 어떻게 몰입시키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렇다면 성과 목표를 설정할 때나 측정할 때 '조직의 목표에 개인이 얼마나 기여를 했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요컨대 '개인들의 성과들을 모두 모은다고 해서 조직 성과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개인이 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것이 조직의 성과에 기여한 바가 적다면 좋은 보상을 주지 말아야니다(우리나라는 정서상 열심히 일했다는 태도에 높은 점수를 주려고 하는데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오로지 개인 성과에만 초점을 맞춘 보상은 폭력적인 행동을 서슴치 않고 비행기를 빠져나간 사람에게 남들보다 두 배의 수고료를 주는 것과 같습니다. 서로 난폭하게 밀치는 행동(개인 성과를 높이려는 시도) 때문에 비행기 전체로 보면 일정 시간에 빠져나온 승객의 수가 적더라고(즉 조식 성과가 낮더라도) 돈을 지급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성과 목표를 설정할 때보다는 측정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는 잘못된 관행입니다. 개인의 성과 목표가 조직 전체의 목표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기여를 하는지 냉정하게 판단하여 설정할 일입니다. 개인의 성과 목표는 아래에서 위로(bottom-up)가 아니라 위에서 아래(top-down)으로 주어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물론 서로 합의가 이뤄져야 하죠.

모의 승객들에게 "여러분 모두 짧은 시간 안에 탈출을 완료한다면 수고료의 두 배를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모두 신속하게 탈출할 수 있을까요?"라고 주문했다면 아마도 사람들의 행동 양태는 우호적으로 바뀌지 않았을까요? 

성과 차등은 유효합니다. 단, 개인의 성과가 조직의 성과에 정렬(align)되지 않는다면 하지 않으니만 못합니다. 이기적인 직원(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에게 돈을 많이 주는 오류를 범하지 말기 바랍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기심을 자극하는 쪽으로 제도가 오용되면 안된다는 점이겠죠.

(* 사례 출처 : '심플렉서티', 민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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