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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클수록 저항이 크다"
여러분은 이런 식의 말을 (아마도 자주) 들어본 적이 있거나 누군가에게 말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변화에 저항하기 마련이다"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도 모르겠네요. 예컨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고 해도 직원들이 변화에 저항하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이 문장이 사용되곤 합니다.
물리학자이자 제약이론(TOC) 전문가인 엘리 골드랫이 이 문장을 듣는다면 아마도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할 겁니다. 그는 사람들이 변화에 저항한다는 말이 고정관념일 뿐만 아니라, 실패에 대한 추궁을 모면하기 위해 내뱉는 '인격 모독적인' 발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인격 모독적인 고정관념은 문제의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순환논리'를 가져 온다고 말합니다. 그는 왜 이렇게 주장할까요?
그는 '초이스(Choice)'란 책을 통해 논리적으로 이렇게 반박합니다. "변화가 클수록 저항이 크다"란 말을 분리하면 다음과 같이 2개의 문장이 나옵니다.
원인 : 변화가 크다
결과 : 저항이 크다
결과 : 저항이 크다
여기서 '변화가 크다'란 원인은 추상적인 생각입니다. "1과 1을 더하면"과 같은 구체적인 진술이 아니죠. 어떤 생각이 추상적이라면 그것이 옳다고 곧바로 인정하지 말라고 골드랫은 조언합니다. "변화가 크다"란 말이 원인으로서 타당함을 갖추려면, "저항이 크다"란 현상이 항상 발생하거나 대체적으로 일어나야 합니다.
즉, 변화가 커도 저항이 크지 않은 경우가 충분히 존재한다면 "변화가 클수록 저항이 크다"란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서 반례(反例)가 없거나 적을 때만 이 문장을 수용할 수 있겠죠. 골드랫의 이같은 생각은 반증(反證)에 의해서 과학이 발전한다는 칼 포퍼의 주장에서 비롯됩니다.
그렇다면 반증을 한번 해볼까요? 변화가 커도 저항이 크지 않은 경우를 찾으면 됩니다. 여러분이 조금만 주위를 살펴보면 반증의 근거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결혼, 이직, 이민 등과 같은 개인적인 일 뿐만 아니라, 조직 개편, 비전 재설정 등과 같은 기업의 새로운 시도들은 상당히 큰 폭의 변화를 요구하지만 실행에 옮겨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성공하는 경우를 압도할 만큼은 아닙니다.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죠. 따라서 "변화가 클수록 저항이 크다"란 말은 충분한 반증 근거가 있기 때문에 옳지 않습니다.
골드랫이 "변화가 클수록 저항이 크다"란 문장이 인격을 모독하는 말이라고 비판한 이유는 조금만 살펴보면 틀리다는 증거를 찾을 수가 있는데도 사람들이 대개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개성을 무시한 채 "인간은 원래 변화에 저항하는 동물이야"라고 자동적으로 믿어 버리는 것처럼 인격 모독적인 발언은 없습니다. 이렇게 모든 문제의 원인을 변화에 대한 저항으로 치부하면 당장은 편해도(그리고 뭔가 '있어' 보여도)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이렇게 핑계 대기 좋지만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논리들을 '순환논리'라고 부릅니다. "변화가 클수록 저항이 크다"란 걸 어떻게 아느냐고 물을 때, "직원들이 항의한다", "파업을 한다", "회사를 나가 버린다" 등등 "저항이 크다"란 구체적인 사실을 언급한다면 여러분은 순환논리에 빠진 겁니다. X가 왜 Y의 원인이냐는 질문에 Y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순환논리에 빠지면 "문제를 발생시킨 건 모두 네탓이야"란 비난으로 발전되기 마련입니다. 순환논리를 적용해도 문제가 해결될 리 없으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잘못을 남에게 전가해 버리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문제는 더욱 미궁에 빠지고 맙니다. 문제를 떠넘기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나쁜 방법입니다.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접할 때 직관적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그 직관들이 옳을 때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변화가 클수록 저항이 크다"라는 말 같은 고정관념일 가능성이 큽니다.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우리의 머리 속에 형성된 고정관념들이 직관으로 보기 좋게 포장되어 나올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의 직관을 믿기 전에 그 직관이 옳은지 먼저 입증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변화에 대한 저항이 커서 새로운 제도가 실패하고 말았다"라는 식의 영양가 없는 보고에 고개를 끄덕이는 오류에 빠지고 말 테니까요. 우리가 저항할 대상은 인격을 모독하는 나쁜 명제들임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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