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커피 쿠폰을 빨리 찍으려면   

2011. 1.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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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몇몇 커피 전문점에서는 판촉을 위해 커피를 구매할 때마다 스탬프를 찍어줍니다. 10잔이나 12잔 정도를 마시면 한잔을 공짜로 마실 수 있는 쿠폰을 주는 것이죠. 이 쿠폰이 사람들의 구매 행동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짐작한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란 키베츠(Ran Kivets) 교수는 흥미로운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키베츠는 스탬프를 10개 찍어야 공짜 커피를 주는 쿠폰과, 12개를 찍어야 하는 쿠폰, 이렇게 2가지 쿠폰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는 12개를 찍어야 하는 쿠폰에는 이미 2개의 스탬프를 찍어 뒀습니다. 이 쿠폰을 자기네 학생들에게 무작위로 나눠주고 그들이 공짜 커피를 얻기 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해 보기로 했습니다. 무작위로 나눠줬기 때문에 학생들의 취향은 골고루 섞였다고 가정했지요.



사실 쿠폰은 2가지이지만, 똑같이 10개의 스탬프를 찍어야 공짜 커피를 마실 수 있기 때문에 공짜 커피를 받기 까지의 시간은 차이가 나지 않으리라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12개 짜리 쿠폰(이미 2개의 도장이 찍혀 있는)을 받은 학생들이 10개 짜리 쿠폰을 받은 학생들보다 20%나 빨리 공짜 커피를 얻었다고 합니다. 전자는 12.7일이 걸린 반면, 후자는 15.6일이 걸렸으니 말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사람들은 성공이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할 때 더 큰 동기를 부여 받음을 이 실험은 시사합니다. 12개의 빈칸에 2개의 스탬프를 찍어주면 사람들로 하여금 "앞으로 10개만 찍으면 공짜 커피가 생긴다"라고 생각하도록 만듭니다. 공짜로 찍어준 2개의 스탬프가 공짜 커피라는 '성공'이 멀지 않도록 느끼게 하죠. 반면, 도장이 하나도 안 찍힌 10개 짜리 쿠폰을 보면 "이 빈칸을 언제 다 채우나"란 생각을 들기 때문에 중간에 도장 받기를 포기하거나(저도 그런 적이 많습니다) 공짜 커피를 받기 까지 오래 걸립니다.

키베츠의 실험은 마케팅에 활용할 가치가 있는 연구 결과이지만, 팀이나 사업부에서 목표를 설정할 때도 좋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10만큼의 목표를 달성하자고 말하는 것보다, 12만큼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미 2만큼은 달성했으니 10을 더 달성하자라고 말하는 것이 목표 달성에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결과적으로 10만큼의 성과를 달성하기 때문에 '달성량' 차원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후자의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직원들에게 목표 달성에 큰 동기를 불어 넣지 않을까요?

물론 실험을 해보지 않아 단언할 수는 없지만, 키베츠의 실험은 '성공이 멀지 않았다' 혹은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라고 관리자와 직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목표의식을 갖는 것이 제도, 계획, 절차와 같이 공식적이고 명시적인 요소보다 중요할지(혹은 더 효과적일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키베츠의 실험과 비슷하지만 초점이 다른 또 하나의 실험을 소개하겠습니다.  에이즈에 걸린 아프리카 고아들을 돕는 모 자선 단체는 1만 달러를 모금하기 위해 기부를 요청하는 '편지 보내기 이벤트'를 벌인 적이 있습니다. 에얼렛 피쉬바흐란 행동심리학자는 편지에서 무엇을 강조하냐에 따라 기부를 약속하는 사람들의 규모가 달라지리란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피쉬바흐는 '현재까지의' 모금액을 강조하는 편지와, 1만 달러가 되기 까지 '앞으로 남은' 금액을 강조하는 편지, 이렇게 2개의 편지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발송했죠.

그랬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예전부터 기부를 해오던 사람들은 '현재까지의' 모금액이 강조된 편지보다는 '앞으로 남은' 금액을 강조하는 편지에 더 많은 기부를 약속했습니다( 1.6% 대 12.5%). 반면 한번도 기부한 적이 없는 사람들은 '앞으로 남은' 모금액을 강조하는 편지보다 '현재까지의' 모금액을 강조한 편지를 받은 편지에 더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24.2% 대 8.3%).

피쉬바흐는 이 실험 결과를 놓고 이렇게 해석합니다. 기부를 쭉 해오던 사람처럼 확고한 의지를 지닌 사람에게는 목표가 달성되지 못한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기부에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처럼 상대적으로 의지가 약한 사람에게는 달성된 부분을 돋보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입니다. 어떤 부분을 강조하냐에 따라 동기부여의 수준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아마 여러분의 기업에서는 보통 연초에 목표를 설정하고 난 후에 6월이나 7월 정도가 되면 '중간평가'라는 과정을 거칠 겁니다. 중간평가는 실제로 평가를 실행하는 절차라기보다는(물론 어떤 회사는 점수에 '반영'하기도 하지만), 상반기의 목표 달성의 과정과 결과를 점검하고 피드백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컵에 같은 양의 물이 담겼어도 '물이 반이나 남아있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물이 반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듯이, 직원들 중에는 분명 목표 달성의 의지(열성)가 강한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들이 있을 겁니다. 어쨋든 관리자 입장에서는 중간평가할 때 의지(열성)가 강한 직원들과 그렇지 않은 직원들 모두 목표 달성에 매진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싶을 겁니다.

이때 피쉬바흐의 실험 결과를 고려해서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하면 어떨까요? 즉 의지가 강한 직원들에게는 앞으로 목표 달성치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를 강조함으로써 "더 열심히 하면 달성할 수 있어"라고 독려해 주는 겁니다. 마치 "공짜 커피를 마시려면 앞으로 10개만 더 찍으면 돼"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한 직원들에게는 현재까지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강조함으로써 "지금까지 잘 했다"라고 칭찬해야 좋겠죠. 이는 "12개 짜리 쿠폰인데 이미 2개나 찍혀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달리 말해, 성공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겁니다. 이렇게 직원들의 성향에 따라 피드백이 강조점을 달리 한다면, 결과적으로 팀과 사업부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겁니다(의지가 중간 정도의 직원에게는 앞으로 남은 부분과 지금까지 달성한 부분을 비슷하게 강조하면 되겠죠).

만약 반대로 피드백하면 어떨까요? 의지(열성)가 약한 직원에게 앞으로 남은 목표를 강조하면 "이것을 무슨 수로 달성해?"란 부정적인 압박감 때문에 "그냥 관두자"라고 포기할지 모릅니다. 의지가 강한 직원에게 지금까지 달성한 목표 부분을 강조하여 피드백하면 관리자의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여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겠지"라는 생각을 유도할지 모릅니다.

이 또한 실험을 하지 않았기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직원들의 개별적 성향을 반영하여 피드백해야 한다는 점은 새겨둘 만합니다. 동기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하나의 정답은 없다는 말이죠. "이렇게 하면 동기가 샘솟는다"라는 도깨비 방망이식 해법은 없습니다. 직원들 개인이 어떤 가치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지, 낙천적인지 혹은 비관적인지, 내성적인지 혹은 외향적인지 등에 따라 '동기가 활활 타오르는 발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포인트를 찾는 일은 경영자의 최우선 의무이고, 한쪽으로 치우침 없는 중용이 아닐까요?

(*참고 사이트 :http://bit.ly/6ogvOq )
(*참고도서 : '당근과 채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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