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5%법칙   

2010. 12.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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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가시고기는 흥미로운 물고기입니다. 여러 과학실험에서 피실험자로 자주 등장하는 단골손님이죠. 지난 번에 큰가시고기가 포식자를 향해 나아갈 때에 보이는 행동에 대해 포스팅(누군가가 총대 메기를 원합니까?)했는데요, 이번엔 그것과 비슷하면서 조금 다른 실험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애쉴리 워드와 데이비스 숨프터는 커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수조에 플라스틱 모양으로 만든 '가짜 큰가시고기'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진짜 큰가시고기들과 한동안 같이 두었습니다. 모형 물고기에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서였죠. 지난 번에 소개했듯이, 큰가시고기는 다른 물고기가 앞으로 나아가면 같이 따라가는 습성이 있습니다.

(큰가시고기. 이미지 출처 : http://pond.dnr.cornell.edu )


헌데, 따라가는 습성은 무리의 크기에 좌우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워드와 숨프터는 큰가시고기 2마리를 수조에 넣고 모형 물고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2마리 모두 모형 물고기를 따라갔습니다. 하지만 무리의 수가 4~8마리가 되면 절반 정도만 모형 물고기를 따라가는 모습이 발견됐습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행동은 큰가시고기의 세계에서는 '설득'에 해당합니다. 큰가시고기의 행동을 보면 보다 많은 물고기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설을 세우고 워드와 숨프터는 무리의 수를 4~8마리로 둔 상태에서 모형 물고기를 하나 더 넣고서 2마리의 모형 물고기를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큰가시고기들이 거의 모두 모형 물고기들을 따라갔다고 합니다.

워드와 숨프터는 한 가지의 실험을 더 해봤습니다. 이번엔 20센티미터의 가짜 포식자 물고기를 수조 한 쪽에 놓은 다음에, 모형 큰가시고기를 포식자를 향해 움직였습니다. 진짜 큰가시고기들을 딜레마에 빠뜨리기 위해서였죠. 앞으로 나아가면 포식자에게 잡혀 먹을지 모르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무리로부터 외떨어지기 때문에 혹시나 있을지 모를 다른 포식자의 표적이 되기 쉬운 상황이었습니다.

진짜 큰가시고기가 2마리일 때는 모형을 따라갈 때도 있었고 아닐 때도 있었습니다. 포식자가 없을 땐 모두 따라갔는 데 말입니다. 게다가 무리의 규모가 커지면 거의 모두가 모형 물고기를 따라가지 않았습니다. 포식자 물고기라는 '압박 상황'에 놓이자 더 보수적이 된 것입니다. 헌데 워드와 숨프터가 포식자 물고기가 있는 상태에서 모형 큰가시고기를 2~3마리로 늘리자 주저했던 물고기들이 모형을 따라가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큰가시고기 실험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할까요? 집단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한 두 명의 사람들만 움직인다고 일이 성사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실험입니다. 변화를 주도하는 자나 변화하고자 하는 자가 일정한 규모에 도달하지 않으면, 리더가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나를 따르라'는 모형 물고기처럼 앞으로 나아가도) 대다수의 구성원들을 변화에 동참시키지 못한다는 것도 알려주죠. 환경이 구성원 개인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을 때 더욱 그러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 '문턱값', 혹은 '역치'는 얼마일까요? 몇 명의 사람들이 주도해야 집단 전체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까요? 

이를 시사하는 실험이 독일에서 행해졌습니다. 연구자는 참여자들에게 하나씩 쪽지를 나눠주었습니다. 10명의 사람들에게는 "9시 방향으로 가라. 하지만 집단을 이탈하지 말라"란 쪽지를 주고, 나머지 190명의 사람들에겐 "집단을 이탈하지 말라"란 쪽지를 줬습니다. 그런 다음, 다른 사람의 쪽지를 보거나 다른 사람에게 쪽지의 내용을 알려주지 못하도록 통제했습니다. 아예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도록 했죠.

연구자는 200명의 참여자를 원형으로 모이게 한 다음 출발하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한동안 혼란스럽게 뒤섞이다가 이내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패턴이 발견되었습니다. 9시 방향으로 가라는 쪽지를 받은 사람들을 따라 나머지 190명의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던 겁니다. 200명 중 5%에 해당하는 10명이 집단의 대다수인 190명을 목적지까지 데리고 간 것이죠. 서로 의사소통을 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 실험을 조직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선봉에 서야 할 사람이 5%가 되어야 한다고 기계적으로 해석하면 곤란합니다. 하지만 중대한 변화를 주도하고 전파하는 데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만은 "변화의 5%의 법칙"이라는 말로 새겨둘 만합니다.

5%의 법칙은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구성원을 변화에 동참시키려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전략보다는 변화의 촉매 역할을 담당할 소수의 사람들을 변화의 리더로 집중 양성하는 전략이 훨씬 효과적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교장선생님의 훈화처럼 모든 구성원들에게 "변화하자"라고 해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2~3명으로 이루어진 작은 조직이 아니라면, 리더 역할을 할 '모형 큰가시고기'를 수조 속에 더 많이 넣어야 합니다. 그래야 모두 움직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넣을 필요도 없습니다. 5%의 사람들이 95%의 다수를 충분히 견인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5%란 말은 상징적인 말이니 기계적으로 5%의 사람이 필요하다고 이해하진 않겠죠?).

변화의 5%의 법칙은 '5분 법칙'이라는 말로 바꾸어 개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워서 하기 싫은 일이 있을 때 5분만 하고 무조건 끝내자고 마음 먹고 시작해 보세요. 아마 5분, 10분, 1시간 넘게 그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겁니다.

모든 변화는 '턱'을 넘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턱을 넘고나면 시원하고 편안한 내리막길이 펼쳐집니다. 


(*참고도서 : '스마트 스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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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선택을 위한 기술   

2010. 11.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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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가 많고 고려해야 할 사항도 많을 때 선택을 쉽게 하기 위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37%법칙과 속성별 제거법인데요, 어떤 것인지 함께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애플 아이튠즈에서 보기 (이 방법을 가장 추천합니다)
http://itunes.apple.com/kr/podcast/id394088827 

YouTube(유튜브)에서 보기
http://www.youtube.com/watch?v=MVBjo63WsSM

* 슬라이드 다운 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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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 100 퀴즈에서 이기려면?   

2010. 11.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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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1 대 100'과 같은 퀴즈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상상해 보세요. 10단계까지 문제를 다 맞히고 이제 최후의 문제인 11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사람들은 여러분이 퀴즈왕으로 등극할지 아니면 아쉽게도 5천만원의 상금을 잃을 것인지 나름대로 예상해 보면서, 이번엔 어떤 문제가 나올까 화면을 주시합니다.

드디어 11번째 문제가 화면에 나옵니다.

"다음 중 그룹 송골매의 1기 멤버가 아닌 사람은?"

1번 : 이응수
2번 : 지덕엽
3번 : 김기훈
4번 : 이봉환

(* 실제 1 대 100 프로그램에서는 보기가 3개이지만, 여기서는 4개라고 가정합니다)

최후의 문제답게 꽤 까다로운 문제군요. 과거부터 송골매의 열렬한 팬이라면 답을 금방 알아맞히겠지만, 여러분이 젊은 세대라면 송골매의 멤버로는 겨우 배철수 밖에 모를 겁니다. 하지만 4개의 보기엔 배철수가 없어서 맞힐 확률이 더 적군요. 5천만원이란 거액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이렇게 어려운 문제가 나왔으니 속이 타들어 갈 겁니다.


다행히 여러분에겐 '100인의 답'이라는 찬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11단계까지 오는 동안 한번도 찬스를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00인의 답이란 100명의 참가자들이 각 보기에 어떻게 답을 했는지 분포를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여러분은 그 분포를 보고 4개의 보기 중 하나를 최종 선택해야 합니다(실제 1 대 100 프로그램의 진행방식과 다를 수 있으나 여기에선 이렇게 가정합니다).

아마 이 순간 여러분의 머리 속에는 "100인의 선택을 따라야 하나, 아니면 내가 그냥 찍어야 하나"란 생각이 왔다갔다 합니다. 다수가 특정 답을 많이 했다고 해서 그것이 정답이라고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100인도 여러분처럼 송골매 멤버로는 배철수 밖에 몰라서 아무렇게나 찍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여러분은 100인의 답(100인이 가장 많이 선택한 답)을 정답이라고 결정해야 할까요? 위 문제의 정답을 미리 말하자면, '3번 김기훈'입니다. 제가 그냥 임의로 가져다 쓴 이름입니다(독자 중에 동명이 있다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이럴 때 100인의 답 중에서 가장 많은 분포를 보이는 응답 역시 '김기훈'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시 말해서 100인이 가장 많이 답하는 보기가 진짜 정답일 확률이 꽤 큽니다. 그래서 송골매에 대해 일말의 단서도 없는 여러분은 혼자 결정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보다는 100인의 답을 따르는 게 좋습니다.

왜 그럴까요?

100인 중에서 송골매의 골수팬이 있을지 모릅니다. 그들은 송골매가 1기부터 어떤 멤버인지 줄줄이 꿰차고 있겠죠. 그런 사람이 100인 중에서 3명이 있다고 가정해 보죠. 이 사람들은 3번이 정답임을 금세 알 겁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송골매에 대해 불완전하게 아는 탓에 위의 보기 중에서 두 사람만 정확히 송골매의 멤버였음을 압니다. 예를 들어 '이응수와 지덕엽'만 아는 사람이 100명 중에 2명이 있다면, 그들은 김기훈과 이봉환 중에 하나를 찍을 겁니다. 둘 중 하나를 찍는 것이기 때문에 김기훈은 확률적으로 1표를 얻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이응수와 이봉환'아는 사람도 2명, '지덕엽과 이봉환'만 아는 사람도 3명이면, 김기훈은 모두 3표를 얻겠죠.

송골매에 대한 기억이 더 불완전한 사람들, 즉 위의 보기 중에서 한 사람만 정확히 멤버였다고 아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이응수'만 아는 사람이 100명 중에 3명이 있다면, 그들은 지덕엽, 김기훈, 이봉환 중에 하나를 찍겠죠. 그래서 김기훈은 확률적으로 1표를 얻습니다. 마찬가지로 '지덕엽'만 아는 사람이 3명, '이봉환'만 아는 사람이 3명이 있다면, 김기훈은 여기에서도 총 3표를 얻습니다.

하지만 100명 중 절대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82명은 송골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4개의 보기 중에서 하나를 임의로 선택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기훈은 4분의 1인 20표 정도(혹은 21표)를 얻을 겁니다.

상황이 이와 같다면, 100인 중에서 김기훈을 선택하는 사람은 모두 29명 내지 30명일 겁니다. 그리고 이응수, 지덕엽, 이봉환을 선택한 사람들은 각각 23명 내지 24명이겠죠. 김기훈이 다른 보기보다 6~7표를 더 얻는다는 말입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82명을 4로 나눌 때 소수점 아래는 '버림'을 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위와 같이 100인의 답 분포가 제시되면(즉 김기훈이 가장 많이 나온다면), 고민하지 말고 김기훈이 정답이라고 결정하는 게 아주 유리합니다.

물론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100인 모두가 송골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찍는다면, 김기훈은 다른 보기와 마찬가지로 확률적으로 25표 밖에는 못 얻기 때문에 다른 보기와 구분이 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100인이 김기훈이 아닌 다른 사람을 더 많이 지목할 확률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100인 중에서 조금이라도 송골매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다면 김기훈이 정답이라고 알려줄 가능성이 큽니다.

다수의 선택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정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는 경우엔 '다수의 선택'을 따르는 것이 매우 유리하다는 것을 위의 사례가 알려줍니다. 각 구성원이 해답에 대해 아주 작은 정보를 안다면 집단 전체는 어려운 문제의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의미죠.

물론 복잡한 문제를 무조건 다수의 손에 맡기겠다는 생각은 위험하지만, 비교적 단순하고 명확한 문제일 때는 집단의 지성을 이용하는 방법이 현명합니다. 모든 걸 틀어쥐고 독불장군처럼 혼자 결정하겠다는 생각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수의 선택을 따르라' 이 논리는 이미 기원전 4세기 때 아리스토텔레스가 간파했습니다. 그는 "탁월함과 실용적인 지혜를 분담하는 대중 속의 개인들이 모인다면, 그들은 많은 발과 손과 감각기관을 지닌 한 사람처럼 되며, 성격과 사고 측면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습니다.

집단의 지혜를 모으면 실수는 줄고 최상의 해법이 떠오른답니다.

(*참고도서 '스마트 스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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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의 화해   

2010. 11. 27.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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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의 화해


아침은 한낮의 오만함 끝에
저녁 무렵 긴 그림자 내려놓고
야윈 등을 보인 채 멀어진다
그만 화해하자는 미소를 내게 보였지만
난 모른 척 시계만 들여다 보았다
얕게 숨을 쉬면서, 믿음 따윈 믿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길을 잃은 건 나지, 나의 아침이 아니다
한밤 중 어지러운 눈으로 찬물 들이키고
어둠이 그대로 아침이기를 바랬던 나지,
가엾은 아침이 아니다

떠나는 아침에게는
편지지 위 한 방울 눈물 같은 냄새가 난다
내 분노에 놀라 급히 흘린 그의 눈물이다

마른 눈물 자국처럼 어둠이 접힐 때
어둠 속 나는 아침이 그립다
나를 떠난 아침은
입 다문 지평선 너머로 쉴 참도 없이 길을 가겠지
 
내 분노가 식고
내 용서가 너를 맞이할 때까지
고된 길을 가고 또 가겠지

아침이 오면
나는 바란다, 시간이 존재하는 한,
너와 나는 꿈이 아니기를,
차마 슬픈 현실이기를



* 1999년 어느 날,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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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자동차가 나무에 깔렸다면   

2010. 11.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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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사진은 지난 번 태풍 '곤파스'가 전국을 휩쓸고 지나간 날 아침(9월 3일)에 제가 직접 찍은 것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목격한 장면이죠. 언뜻 살펴보니 새차인듯 했는데 수리해서 쓰지 못할 만큼 지붕이 내려 앉았습니다.


여러분이 이 차의 주인인데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주차장에 와보니 차가 이 지경이 됐다면 어떤 마음이 들 것 같습니까? 우선 이게 무슨 일인가, 라며 크게 놀라겠죠. 아마 처음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다가 마음이 좀 가라앉으면, 태풍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본 후에 차를 안전한 곳에(적어도 나무에 깔릴 위험이 없는 장소에) 옮겨 놓았어야 하는데, 라는 후회가 찾아옵니다. 설마 하면서 차를 그냥 두기로 한 결정에 속이 상합니다. 또 나무에 깔린 차를 어떻게 빼내지, 라는 걱정도 앞섭니다. 이같은 천재지변에도 자동차 보험이 적용되는지는 좀 지나고 나야 생각납니다. 여하튼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를 휘젓고 다니면서 복잡한 마음이 되겠죠.

반대로 여러분이 차 주인의 친구라면 어떤 생각이 들겠습니까? 친한 사이라면 태풍 온다고 할 때 빨리 옮겨 놓지 뭐했냐, 며 핀잔을 주면서 보험이 되는지 알아보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할 겁니다.

이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사람들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태풍과 같은 환경의 변화로 인해 피해가 클 것이라는 경고를 받아도 설마 내가, 우리가 영향을 받겠냐는 생각에 위험을 줄이려는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차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과 같은 간단한 조치나 방지책도 현재 누리는 상황이 안락할 때는 태산을 옮기는 일만큼이나 힘들고 쓸데없는 일로 느껴집니다. '설마~'라는 조건문을 달면서 엉덩이를 스스로 주저 앉히죠. 그러다가 이런 사고가 터지면 후회를 하거나 그때 가서야 재발방지책을 만든다고 허둥댑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입니다.

핀잔을 주는 친구의 태도도 새겨볼 만한 부분입니다. 사건이 터지고 난 후에는 이렇게 '그때 그렇게 했어야지, 뭐했냐?'는 식의 비난들이 봇물처럼 쏟아집니다. 자기의 일이 아닐 때(혹은 자기의 책임이 아닐 때)는 '내 그럴 줄 알았다'식의 사후판단은 누구나 하기 쉽죠. 자신도 태풍도 온다는 소식에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으면서 말입니다. 진짜로 '내 그럴 줄 알았다'면 왜 미리 말해주지 않았는지 모를 일입니다.

또한 미래에 벌어질 사고에 대해 미리 방지책을 마련하는 조치는 돈과 노력을 낭비하는 일이라고 단순하게 비판해서는 곤란합니다. 설령 대비하기로 한 위급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이미 지출한 돈과 노력을 무조건 아까워할 일도 아닙니다. 

어느 정도의 돈과 노력은 불확실한 환경을 안전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보험 납입금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왜 그렇게 자원을 낭비하냐'는 비난은 1년간 자동차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해서 자동차 보험금을 아까워하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미래에 불확실성을 현명하게 인식하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무슨 일이 터질지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보고 대비합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터진 후에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도 미리 계획을 세웁니다. 비록 자신의 대비와 계획이 나중에 쓸일이 없다 해도 '에이, 그냥 아무것도 하지말 걸'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무탈하게 지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감사할 줄 압니다.

"내일 특급 태풍이 전국을 강타할 것으로 보입니다!" 밤 12시 마감뉴스에서 이런 일기예보를 들었다면 여러분은 잠옷 위에 겉옷을 걸쳐 입고서라도 주차장으로 나가 차를 옮기겠습니까, 아니면 그냥 따뜻한 방에 누은 채 '설마~'하며 잠을 청하겠습니까?

여러분은 어느 쪽입니까? '당신이 잠든 사이, 태풍이 몰아쳐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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