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서 오랫만에 먹어본 스페인 음식   

2012. 6. 2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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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랜드(Wishland)에서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에 운 좋게 당첨되어 오늘 가족들과 집 근처에 있는 '보데가'란 스페인 레스토랑에 다녀왔습니다. 추첨에 당첨된 적이 별로 없어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사다리 타기를 통해 제가 당첨되었다고 하더군요. ^^

당첨된 덕에 2010년에 스페인에 다녀온 이후 먹어 보지 못한 스페인 음식을 먹게 되었죠. 좋은 음식을 공짜로 먹었으니, 블로그 올려도 괜찮겠죠? ^^
어둔 조명 아래에서 아이폰으로 찍은 터라 사진이 좀 그러네요. ^^ 

애피타이저로 타파스(Tapas) 세 가지를 주문했죠. 왼쪽이 하몽 크로켓, 오른쪽 것이 마늘이 들어간 새우


갑오징어 구이입니다. 쫄깃쫄깃 맛있네요.


빵 사이에 끼워 넣어 먹으라고 하몽(jamon)과 페페로니를 주네요.


하몽이 들어간 하몽 크로겟. 아이가 먹기에 좋습니다.


달달한 샹그리아 한 잔도 시키고.



해산물과 닭고기가 섞인 빠에야. 스페인에서 먹던 것보다 짜지 않아 좋더군요. 맛이 한국화된 듯한.


후식으로 나온 푸딩.


우리 식구가 모두 먹는 양이 적어 이 정도만 먹어도 배가 부르더군요.
금요일 밤 8시에 가면 플라멩코 공연을 볼 수 있다던데, 오늘은 토요일이라 아쉽네요.
오랫만에 스페인 음식을 먹어서 기분 좋은 토요일 저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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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규정을 만들면 비용 지출이 늘어난다   

2012. 6. 2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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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적이고 불건전한 행위를 억제하거나 사람들에게 바람직한 행동을 이끌어낼 목적으로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 정도 수준으로 이렇게 행동한다'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캠페인이 종종 눈에 띱니다. 이런 캠페인들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행동이 올바르고 바람직한 것인지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함으로써 행동을 수정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 실시되곤 하죠.

하지만 사회적 기준을 강조하는 방식의 캠페인은 오히려 억제하고 줄이려고 했던 파괴적이고 불건전하며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대학 당국이 학생들의 폭음을 줄이기 위해서 캠페인 메시지 속에 일반적인 학생들이 평균 음주량 정보를 알려준다면 원래 평균보다 술을 덜 마셔왔던 학생들은 자신의 음주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학 당국의 본래 의도는 '이 정도를 마시는 게 학생으로서 적당하다'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지만, 학생들은 '내 음주량이 별로 많지 않으니까 더 마셔도 되겠네'라고 생각합니다.



이웃사람들의 평균 전력 소비량 정보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전력 소비량 변화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본 P. 웨슬리 슐츠(P. Wesley Schultz)와 동료들의 연구에서도 동일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슐츠는 캘리포니아 샌마르코스에 거주하는 여러 가구들의 전력 소비량을 측정한 다음, 각 집의 현관에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그 자료에는 해당 가정의 전력 소비량과 이웃들의 평균 전력 소비량 정보가 적혀 있었고 어떻게 하면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지에 관한 방법도 쓰여 있었습니다.

3주 후에 각 가구의 전력 소비량을 측정해 보니 평균보다 전력 소비가 높았던 가구들은 상당한 수준으로 전력을 절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하루에 1.22kWh를 덜 소비). 이웃들의 평균보다 높다는 정보를 접하고서 전력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뜻이었죠. 사회적 기준을 제시하는 방법이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해내는 데 효과적임을 증명하는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원래부터 평균보다 전력을 적게 소비하던 가구들은 반대의 소비 패턴을 보였습니다. 자신들이 평균보다 적게 소비한다는 것을 알고나서는 하루에 0.89kWh의 전력을 더 썼으니 말입니다. "우리집이 다른 집보다 적게 쓰고 있었네? 이제 더 써도 되겠어."라고 생각했다는 의미였습니다. 더 소비해도 괜찮다는 핑계거리를 준 셈이었죠.

조직 내에서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이 정도 수준을 지켜야 한다'는 식으로 기준을 제시하면, 원래부터 바람직하게 행동하던 사람들이 그 기준에 가까워지려는(기준에 가깝게 행동해도 괜찮다는) 동기를 자극할 우려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용을 절감하려고 비용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따라야 한다고 구성원들을 독려하면 비용을 많이 쓰던 사람(혹은 부서)들을 통제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원래 비용을 덜 쓰던 사람들이 '이 기준까지는 써도 뭐라고 하지 않겠네'라고 생각하며 비용 지출을 늘릴지 모릅니다. 그래서 조직 전체적으로 비용 절감의 효과가 반감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비용 지출액이 늘어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죠. 어떻게 해야 이런 '부메랑 효과'를 줄일 수 있을까요?

슐츠는 실험 조건을 바꿔서 이웃들의 평균 전력 소비량보다 많이 소비하는 집에는 '울상 이모티콘'을, 그것보다 적게 소비하는 집에는 '스마일 이모티콘(☺)'을 각 가구에 배포해 보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전력 소비량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고 용인되는 수준인지를 넌지시 알려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랬더니 평균보다 많이 소비해서 '울상 이모티콘'을 건네 받은 가정은 전략 소비량을 줄였는데, 그 감소량은 이모티콘이 없을 때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습니다. 

반면, 평균보다 적게 소비하던 가정(스마일 이모티콘)은 원래의 적은 소비량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이모티콘 하나를 추가하니 평균 전력 소비량 정보만 전달할 때 생겼던 '부메랑 효과'가 사라진 것입니다. 보다 장기적으로 살펴봐도 이모티콘으로 인해 변화된 전력 소비량의 패턴이 꾸준히 유지됐다고 합니다.

조직 내에서 불건전하거나 파괴적인 행동을 줄이려고 할 때,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려 할 때, 사회적 기준을 제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 슐츠의 실험이 주는 시사점입니다. 억제하거나 줄이려는 행동이 사회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용인되고 수용될 수 있는 것인지를 은근하면서도 간단한 방법으로 '넛지(nudge)'하는 방법이 효과적임을 또한 알려 줍니다. 

크고 작은 변화를 시도할 때마다 "남들은 이런 상황에서 다 이렇게 한다"라는 기준(이를 '기술적 규범'이라고 말함)만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 그렇게 하는 행동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해 답을 줄 수 있도록 무엇을 인정되고 무엇이 인정되지 않는지(이를 '당위적 규범'이라고 말함)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슐츠가 제시한 이모티콘은 전력 소비에 있어 무엇이 용인되고 무엇이 용인되지 않음을 알려주는 '당위적 규범'의 장치였습니다.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를 유도할 때 기술적 규범과 당위적 규범이 적절하게 제시되고 이해될 수 있도록 유념할 필요가 있음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비용 규정이 비용 지출을 늘리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참고논문)
The Constructive, Destructive, and Reconstructive Power of Social No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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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 눈에 자주 보여야 평가에 유리하다?   

2012. 6. 2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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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직원이 아침에 일찍 출근하여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고 또 늦게까지 남아 일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인다면 여러분은 그를 어떻게 평가하겠습니까? 성실하고 책임감 있으며 회사에 헌신적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여러분이 그 직원의 상사라면 평가 점수를 다른 이들보다 높게 주고 싶은 마음도 들겠죠. 직원들이 회사에 일찍 출근하여 밤늦도록 근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상사에게 얼굴을 '오랫동안 보여주면' 상사로부터 좋은 인상을 얻어 평가나 보상 혹은 승진에 유리할 거라 믿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경영학자인 킴벌리 엘스바흐(Kimberly D. Elsbach)와 동료들은 간단한 연구를 통해 이렇게 암묵적으로만 짐작하고 있던 현상이 사실임을 드러냈습니다. '단순히 얼굴을 보여주는 시간(passive face time)'이 부하직원에 대한 상사의 인식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죠. 부하직원의 성과를 관찰하는 상사는 손에 잡히는 성과를 중요시한다고 말은 하겠지만, 애석하게도 평가 요소의 상당 부분(특히 역량평가)은 '얼굴 보여주는 시간'에 좌우된다는 것입니다. 엘스바흐는 얼굴을 보여주는 시간이 긴 직원일수록 독창적이고 헌신적이며 리더십이 있고 팀워크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여러 경험적 사실을 정량적으로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엘스바흐는 먼저 MBA를 졸업한 39명의 관리자와 심도 있는 인터뷰를 통해 각자의 직장에서 자신이나 다른 직원의 '얼굴 보여주는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물었고 구체적인 사례를 가능한 한 자세히 묘사해 달라고도 요청했습니다. 또한 멀리 떨어져 일하거나 집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얼굴 보여주는 시간이 제한된 직원에 대해서 어떻게 인식하는지도 물었죠. 

인터뷰에서 나온 말을 종합하고 분류해 본 결과, 근무시간 동안 항상 자리를 지키고 늘 얼굴을 보이는 직원들은 '책임감 있고 믿음직하다'는 인상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근무시간 이외에 매우 자주 얼굴을 보이는 직원들은 관리자로부터 '열성적이고 헌신적인' 사람으로 인식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얼굴을 오래 보여주는 직원들이 비효율적으로 일하기 때문이고 잘 보이기 위해서 일부러 그러는 것이라고 말하는 관리자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인터뷰에서 나온 결과를 정량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엘스바흐는 경영대학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60명의 고참 직장인(평균연령 40.4세)들을 실험 참가자로 모집했습니다. 처음에 본 정보를 나중에 얼마나 기억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에 참여하는 줄 알았던 참가자들은 어떤 사람에 대해서 세 문장으로 짧게 기술한 글을 받아 보았습니다. 참가자 중 절반은 '나는 근무시간 내내 항상 그가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라는 문장을 읽었고, 나머지 절반은 '나는 밤 늦게 혹은 주말에도 항상 그가 일하는 모습을 본다'라는 봤습니다. 이 문장 이외에 글의 나머지 내용은 두 그룹 모두 동일했습니다.

30초 동안 글을 읽게 한 후 엘스바흐는 참가자들에게 3분 동안 낱말 맞히기 게임을 하도록 해서 신경을 분산시켰습니다. 그런 다음, 15개의 단어를 주고서 참가자 자신들이 읽었던 글에서 나온 단어에 동그라미를 치라고 요청했죠. 15개의 단어 중 5개는 글에서 나왔지만 나머지 10개는 나오지 않은 단어였습니다. 나오지 않은 10개의 단어 중에는 앞서 관리자들과 했던 인터뷰에서 종합되었던 '책임감 있다', '믿음직하다', '열성적이다', '헌신적이다'란 단어가 포함되어 있었죠. 엘스바흐는 원래의 글에 나오지 않았는데도 나왔다고 잘못 지적하는 경우가 얼마나 다른지를 보고자 했던 겁니다.

결과를 분석해보니, '근무시간 내내 항상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는 글을 읽은 참가자들은 (원래의 글에는 나오지 않았는데도) '책임감 있다'와 '믿음직하다'란 단어에 동그라미를 치는 경우가 많았고, '밤 늦게 혹은 주말에 항상 일하는 모습을 본다'는 글을 읽은 참가자들은 상대적으로 '열성적이다'와 '헌신적이다'란 단어를 골랐습니다. 

이 실험 결과는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첫째, 근무시간 동안 얼굴을 항상 보이는 직원일수록 상사로부터 책임감 있고 믿음직하다란 인상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업무 특성상 자리를 자주 비워야 하거나 다른 장소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고 신뢰감이 떨어진다는 불리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존재함을 나타내죠. 둘째, 야근하는 직원일수록 소위 '칼퇴근'하는 직원들에 비해 상사로부터 열성적이고 헌신적이라고 평가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에 정시에 출근하고 정시에 퇴근하는 직원들은 좋은 성과물을 산출한다고 해도 열성과 헌신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죠.

얼굴 보여주는 시간에 의해 편향적인 평가가 이루어짐으로써 야기되는 문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실재하는 역량과 성과가 아니라 얼굴 보여주는 시간이 보상이나 승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번 글('야근을 많이 해야 승진이 잘 된다')에서 봤듯이, 부하직원들의 역량과 성과 차이를 뚜렷하게 평가하기 어려울 때 야근의 강도와 지속성이 승진에 유리하도록 만들죠. 부하직원의 역량과 성과를 올바르게 평가하고자 하는 상사들은 이런 편향이 존재함을 항상 유념해야 합니다. 또한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는 직원들을 불리하게 평가할지도 모른다는 점도 항상 유의해야겠죠.

어떤 직원이 상사 자신에게 얼굴 보여주는 시간이 길다면 그 시간과 성과가 비례하는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하겠죠. 쉽지 않겠지만 그런 관점으로 직원들을 평가하고 독려해야 쓸데없이 오래 자리를 지키고 있으려는 직원들의 동기가 줄어듭니다. 물론 일이 절대적으로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야근하고 휴일에도 출근해야 하는 경우라면 그건 직원의 잘못이 아니라 그렇게 많은 일을 부과한 상사나 조직의 과실이므로 즉시 시정되어야 할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오래 근무해야 하는 분위기도 문제지만, 얼굴 보여주는 시간이 길어야 평가와 보상에 유리하다고 인식하는 문화도 문제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How passive ‘face time’ affects perceptions of employees: Evidence of spontaneous trait in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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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으로 그린 그림   

2012. 6. 1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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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폰으로 그림 그리는 맛에 빠졌습니다.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아이폰의 '그림판 프로' 앱을 실행시켜서 눈 앞에 보이는 정물을 그리거나, 상상 속의 장면을 스케치하곤 합니다. 손가락이 굵고 또 아이폰 화면 크기는 작아서 선 하나를 그리는 데 애를 먹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어지러운 머리 속이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몰입의 순간을 느끼기도 하지요.

못 그린 그림이지만, 여기에 그동안 그렸던 그림을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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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직원은 승진하기 어렵다   

2012. 6. 1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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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리더에게 여러 가지 역량을 기대합니다. 특히 외부환경이 급변하고 고객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리더의 창의력을 매우 중요시합니다. 창의적인 리더가 그렇지 못한 리더에 비해 구성원들의 창의력을 자극하고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직원들보다 창의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곧잘 제시하는 직원을 조직의 리더로 선발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죠.

하지만 어떤 직원이 창의적일수록 잠재적인 리더십 역량을 낮게 평가 받는다는, 그래서 승진에 불리하다는 다소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제니퍼 뮬러(Jennifer S. Mueller)와 동료들은 실험실에서의 연구와 실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뮬러는 194명의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아이디어 제시자와 평가자로 구분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디어 제시자를 다시 둘로 나눠 한 그룹은 '참신하고 유용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도록 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유용하지만 참신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생각하도록 했습니다. 아이디어 제시자들에게 주어진 질문은 "항공사가 승객으로부터 더 많은 매출을 끌어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였죠. 아이디어 제시자들이 평가자들에게 10분 동안 자신의 아이디어를 프레젠테이션하면, 평가자들은 아이디어의 창의성, 참신성, 유용성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제시자의 잠재적 리더십을 3가지 차원으로 평가했습니다.

통계 분석 결과, '참신하면서 유용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참가자들은 '유용하기만 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참가자들에 비해 평가자들로부터 더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잠재적 리더십 점수는 훨씬 낮게 받았습니다. 그리고 두 그룹의 아이디어 제시자 모두 역량과 인간적인 따뜻함에서는 동일한 평가를 받았죠. 이는 리더로 선발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곧잘 제시하는 사람이 불리한 상황에 처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기 때문은 아닐까 의심한 뮬러는 인도 중부에 위치한 다국적 정유 회사에 근무하는 346명의 직원을 연구 대상으로 설정했습니다. 뮬러는 346명 중 55명을 평가자로, 나머지 291명을 피평가자로 구분했습니다. 그런 다음, 평가자들에게 피평가자의 잠재적 리더십 역량과 창의력을 평가하도록 했죠. 

결과는 실험실에서의 결과와 동일했습니다. 성별, 근속년수, 교육, 내적동기 수준 등을 통제한 상태에서 분석해 보니 창의적인 성과를 낸다고 인식되는 직원일수록 잠재적 리더십 역량은 부정적으로 여겨졌던 겁니다. 창의적인 리더를 요구하는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창의적인 직원들은 리더로서의 잠재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아직까지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죠. 창의적인 사람은 현상 유지의 관성을 깨뜨리고 아직 증명되지 않은 아이디어들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임의적이고 불확실하며 불편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뮬러는 이런 고정관념 때문에 창의적인 사람들이 리더로서의 잠재력을 부정적으로 평가 받는다고 추측합니다. 뮬러의 연구는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현상을 추구하고 참신하기보다는 상투적인 아이디어를 고수하는 사람이 리더로 선발될 가능성이 높음을 경고합니다. 창의적인 리더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덜 창의적인 사람이 리더로 선호된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기업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민한 속도로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부정하고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사람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그들을 리더의 위치에서 알게모르게 제외시키려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일 겁니다. 또한 직원들도 리더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튀지 말고' 기존의 규율과 조직 논리를 따라야 한다는 점을 은연 중 깨닫고 있을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창의적인 리더를 원한다면서 창의적이지 않은 사람을 리더로 선호하는 모순에 빠져 있지는 않습니까?


(*참고논문)
Recognizing Creative Leadership: Can Creative Idea Expression Negatively Relate to Perceptions of Leadership Potent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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