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하려면 보고서에 수학공식을 넣자   

2012. 12. 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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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작성한 보고서에 본문의 내용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수학 공식 하나를 집어 넣으면 그 보고서를 읽는 독자에게 어떤 인상을 줄 수 있을까요? 꼭 수학 공식이 아니어도 보고서 내용을 요약하여 사칙연산이 포함된 방정식의 형태로 표현한다면 보고서의 신뢰도가 어떻게 달라질까요? 예를 들어, 제품의 매력은 제품 자체의 기능성과 제품이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감성으로 결정된다고 말로 표현하면 될 것을 '매력 = 기능성 X 감성적 어필'이라는 방정식으로 나타낸다면 독자가 어떻게 느낄 것 같습니까?





순수수학과 사회과학의 학제간 연구에 참여한 경험을 가지고 있던 스웨덴 멜라르라덴 대학의 킴모 에릭손(Kimmo Eriksson)은 이와 같은 의문을 가지고 수학 공식이 사람들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그는 수학 공식이 들어갈 법 하지 않은 인문학이나 교육학 등의 논문에 내용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수학 공식이 집어 넣을 경우에 사람들의 인식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에릭손은 다양한 분야의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200명의 참가자를 모집하여 권위 있는 학술지에서 뽑은 2개의 논문 초록을 읽게 한 다음에 논문의 질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나의 논문 초록은 수렵 채집 부족 내에서 음식을 나눠 먹는 행위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지에 관한 내용이었고, 두 번째 논문 초록은 교도소 수감이 백인 구직자와 흑인 구직자의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두 논문 모두 수학과는 거리가 멀었죠. 참가자 중 절반은 마지막 부분에 'TPP=T0fT0df2fTPdf' 라는 수학 공식이 포함된 초록을 읽었고, 나머지 절반은 수학 공식이 없는 (원래의) 초록을 읽었습니다. 사실 이 공식은 논문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참가자들은 아무 의미 없는 수학공식이 포함된 논문을 더 우수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수학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인문학 분야의 전공자들의 편향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수학 공식이 있는 논문을 수학 공식이 없는 논문보다 70퍼센트 이상 높게 평가했죠(수학 관련 전공자들고 45퍼센트 이상 높게 평가함). 이는 수학에 관한 스킬이 부족할수록 의미 없는 수학 공식이 추가된 논문의 질을 올바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소위 '수학 알러지'가 있는 사람에게 수학 공식이 뿜어내는 '아우라'는 일종의 경외감을 선사하는 모양입니다.


에릭손의 실험은 여러분의 보고서가 독자(보통 상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한 트릭 한 가지를 알려 줍니다. 물론 보고서의 내용과 아무 상관없는 수식을 가미하면 안 되겠지만, 가능하다면 보고서의 내용을 수학 공식으로 요약하는 것이 보고서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일러주죠. 오늘 결재를 맡거나 발표해야 할 여러분의 보고서를 한번 들여다 보고 수학 공식이 가미될 여지가 있는지 살펴보면 어떨까요? 밑져야 본전 아닐까요? ^^



(*참고논문)

Kimmo Eriksson(2012), The nonsense math effect, Judgment and Decision Making, Vol.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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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일하자는 압박감은 왜 생길까?   

2012. 12. 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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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행복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돈이 많으면 행복하고 돈이 적으면 불행할까요? 여러분은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또 그렇게 느끼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더 오래 일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일에 투여합니다. 가족과 함께 레져 활동에 쓰는 시간보다 일하는 시간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 결과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도 정작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의 라라 애크닌(Lara B. Aknin)과 동료 연구자들이 수행한 실험에서 사람들이 수입과 행복과의 관계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애크닌은 참가자들에게 현재 1년간 버는 수입에 해당되는 구간에 표시하게 한 후에 "현재 당신의 삶을 전체적으로 평가한다면 어떻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런 다음, 애크닌은 10개의 수입 금액을 각각 제시하고서 "이 정도의 금액을 1년에 버는 사람은 얼마나 삶에 만족할 것 같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자신이 느끼는 행복과, 수입이 같은 조건에서 타인이 느낄 것이라고 짐작되는 행복을 서로 비교하기 위해서였죠.


전반적으로 참가자들은 자신의 수입이 많을수록 행복하다고 답했지만 상관관계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짐작해보라고 하니 수입이 낮을 때의 행복을 실제보다 낮다고 짐작하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1년에 1만 달러 밖에 벌지 못할 때의 행복 수준은 5~6점이라고 평가한 반면, 타인이 그 정도를 번다면 행복 수준이 2~3점 밖에 안 된다고 짐작했던 것이죠. 반면 높은 수입 구간에서는 자신의 행복을 측정할 때와 타인의 행복을 짐작할 때의 차이가 아주 작았습니다. 


후속실험에서 애크닌은 "당신이 그 금액을 1년에 벌게 된다면 얼마나 삶에 만족할 것 같습니까?"란 질문을 추가로 던졌습니다. 이때도 타인의 행복을 추측하라고 할 때와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입이 낮을 때의 행복을 실제로 느끼는 행복보다 훨씬 낮게 평가했으니 말입니다.


돈이 적을 때 실제보다 더 불행할 거라고 믿는 이유 때문에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과 레져 활동을 즐길 시간을 희생함으로써 더 많은 돈을 벌려는 동기가 강화됩니다. 여기에 장기적인 경기 불황과 일자리 불안까지 겹치고, 돈이면 다 된다는 배금주의가 판을 치는 요즘, 돈과 행복과의 관계는 더욱 과대평가되고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수입이 낮으면 불행해질 거라는 잘못된 믿음이 강화되는 현실입니다.


알다시피 돈은 행복에 필요한 여러 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현재 수입이 낮다고 해서, 향후에 낮은 수입이 예상된다고 해서 자신의 삶이 불행으로 치닫게 될 거라고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 그런 걱정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며 더 많은 양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자신도 잘 느끼지 못하는 막연한 압박감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더 열심히 더 많이 더 빠르게'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여러분 자신의 손이 과연 무엇으로부터 기인했는지 곰곰히 따져볼 일입니다. 조직에서 직원들에게 가하는 여러 가지 '성과 채찍질' 또한 두려움에 기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입니다. 그런 채찍질 자체가 오히려 불행의 원인일지 모릅니다.



(*참고논문)

Lara B. Aknin, Michael I. Norton, Elizabeth W. Dunn(2009), From wealth to well-being? Money matters, but less than people think, The Journal of Positive Psychology, Vol.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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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임하는 기업들의 잘못된 습관   

2012. 11. 3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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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2일부터 11월 30일까지 페이스북에 적어 본 짧은 생각들


[위기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습관에 관하여]


- 최근 성과가 좋고 자원이 풍부할 때 스트레치 골(Stretch Goal)을 추구해야 효과가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최근 성과가 나쁘고 자원도 부족할 때 스트레치 골을 설정하는 바람에 구성원들의 사기가 오히려 저하되고 실패를 경험한다.  

(*참고논문 : Sim B. Sitkin, Kelly E. See, C. Chet Miller, Michael Lawless, Andrew Carton(2011), The Paradox of Stretch Goals: Organizations in Pursuit of the Seemingly Impossible,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Vol. 36(3) )


- 위기의 해법으로 직원들에게 절박함을 강조하는 것이 과연 변화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까? 


- 조직 구성원들에게 위기의식을 강조할수록 기존의 규칙과 오래된 전략에 집착하는 경향이 커진다. 당연한 인간의 심리다. 그래서 위기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라는 혁신적인 해법이 나올 기회를 차단해 버린다.






[혁신에 관하여]


- 기술이나 제품 개발이 아니라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할 때 혁신의 기회가 움트기 시작한다.


- 제품의 뒷면을 보거나 내부를 뜯어서 보면 그 회사가 얼마나 철저한지 알 수 있다. 보이지 않을 거라 여기는 곳까지 깔끔하게 마감하려는 회사는 충분히 100점을 받을 만하다. 정비소에서 어떤 자동차의 밑바닥을 보고 그 회사의 정신이 의심스러웠다.


- 독특한 사회구조를 가진 복잡하고 정교했던 과거 문명들은 스스로 붕괴했다. 기업도 복잡하고 정교함이 극에 달할수록 스스로 붕괴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소니와 파나소닉의 사례를 보며....



[사람관리에 관하여]


- 회사를 창업할 때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한 전략은 많이 고민하지만, '사람 관리'의 철학에는 많은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직원이 적더라도 인사철학을 처음부터 잡아가는 게 좋다.


- 80~90퍼센트의 기업이 평가제도로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전해도 '평가제도가 문제다'라는 말이 성급한 일반화라고 반박한다.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성급하지 않을 수' 있나?


- 존경하는 상사에 대해 생각하라면 다들 긍정적인 형용사로 그 사람을 표현한다. 그런데도 많은 상사들은 직원들에게 공포나 위협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앞세워야 '말을 듣는다'고 착각한다.


- 얼마나 오래 일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집중해서 일하느냐가 중요하다. 많은 회사들이 얼마나 오래 일하게 만들까에만 신경을 쓴다.


- 경주용 자동차들은 경주에서 이기기 위해 반드시 핏스탑(Pit Stop)을 한다. 하지만 직원들은 경쟁에 내몰리며 휴식을 차단 당한다.


- 컴퓨터는 인간의 노동력을 감해주지 못한다. 오히려 컴퓨터의 등장은 인간들도 컴퓨터처럼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주었을 뿐이다.



[기타]


- "OO푸어"는 OO가 있어서 혹은 OO가 있어도 가난하다는 뜻.


- 컨설팅 분야와 상관없이 재무제표 읽는 법은 모든 컨설턴트의 기본 스킬. 그 중 손익계산서는 가장 필수. 이런 기본스킬이 없는 컨설턴트가 제법 있다.


- 지구온난화의 문제를 인간들은 결코 대처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바로 그 문제를 목도하고 있는 엔터티들이 많다는 이유 때문에. 범죄 현장의 목격자가 많을수록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는 이유와 같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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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향상을 제대로 인정 안하는 상사는?   

2012. 11. 2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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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캐롤 드웩(Carol Dweck)은 지능이나 능력과 같은 특성이 변하지 않는다는 고정적 사고(Fixed mindset)를 지닌 사람들과, 그런 특성이 학습을 통해 발달할 수 있다는 성장적 사고(Growth mindset)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 글에서 밝혔듯이('머리좋은 직원이 조직을 망친다?'), 고정적 사고를 가진 자는 지능이 좋다는 평가를 받으면 계속해서 그런 칭찬을 받기 위해 어려운 과제보다는 쉬운 과제에만 집중하려는 위험회피적 경향을 보이지만, 성장적 사고를 지닌 사람은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더 새롭고 더 어려운 과제를 추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고정적 사고를 가진 자의 실력은 계속 제자리를 맴돌지만 성장적 사고를 지닌 사람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드웩은 과제를 수행하는 자의 관점에서 두 가지 사고방식의 차이를 논했는데, 피터 헤슬린(Peter A. Heslin)과 동료 연구자들은 관점을 달리 하여 수행 결과를 평가하는 사람의 사고방식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질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 똑같은 수행 과정을 관찰하면서도 고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평가자와 성장적 사고방식을 지닌 평가자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가설을 수립했죠.


헤슬린은 MBA를 전공하는 83명의 학생들에게 "모든 사람들은 각자 고유의 인간형을 지녔기에 변화할 만한 여지가 많지 않다.", "사람들은 다른 종류의 인간형으로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 등 의 문항을 제시하여 고정적 사고와 성장적 사고의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2주 후에 실험실에 모인 학생들 중 절반은 콜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현재 주니어 매니저인 콜린은 승진 심사에서 이미 두 번이나 떨어졌고 그의 상사도 콜린의 향후 승진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죠.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헤슬린은 학생들 모두에게 콜린이 동료와의 협상을 제법 잘 진행하는 비디오를 보여준 후에 콜린의 협상력 수준을 5점 척도로 평가하게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학생들은 고정적 사고가 강할수록 협상력 점수를 낮게 주고 성장적 사고가 강할수록 협상력을 더 높게 주었습니다. 이런 경향은 콜린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의 경우에 더욱 강하게 나타났죠. 이 결과는 성장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사전에 콜린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받았더라도 그것에 그리 연연하지 않고 콜린이 보이는 훌륭한 협상력을 충분히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반면, 고정적인 사고가 강한 사람은 사전에 들었던 콜린의 승진 탈락 이야기에 여전히 고정되어 있어서 콜린의 협상력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다는 의미죠.


헤슬린의 실험은 고정적 사고를 지닌 평가자(상사)가 평가를 진행한다면 직원이 과거에 보였던 성과나 행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반면 성장적 사고가 강한 평가자는 과거의 인상이나 실적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직원의 현재 성과를 충분히 인정할 줄 압니다. 평가자의 사고방식 차이에 따라 직원에 대한 평가 결과가 달라진다는 사실은 객관적 평가가가 매우 어렵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볼 수 있죠. 이러한 평가 오류를 줄이려면 평가자들이 성장적 사고방식을 갖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헤슬린은 후속실험을 통해 고정적 사고가 강한 사람(즉 성장적 사고가 약한 사람)이라고 해도 성장적 사고 방식을 갖도록 점차 유도하면 직원이 보이는 성과 향상을 충분히 인정하게 된다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과거 행적에 연연하여 현재의 성과 향상을 평가절하하는 고정적 사고를 지녔는지, 평가자는 스스로 자신을 반성하면서 어떻게 하면 성장적 사고방식을 취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인사부서에서도 평가자 교육 시에 이런 요소를 충분히 담아내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평가를 객관적으로 하라."는 말은 구호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상사는 고정적 사고를 지녔습니까, 아니면 성장적 사고를 지녔습니까? 여러분의 성과 향상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았다면 여러분의 상사는 아마도 고정적 사고가 강한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참고논문)

Peter A. Heslin, Gary P. Latham, Don VandeWalle(2005), The Effect of Implicit Person Theory on Performance Appraisal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Vol. 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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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만한 CEO의 결정을 의심하라   

2012. 11. 2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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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미국에서는 기업 간의 인수합병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1981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에서는 총 1만 2천 건의 인수합병 건이 성사되었고 금액으로 따지면 3조 4천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인수합병으로 이득을 챙기기는커녕 같은 기간에 2천 2백억 달러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울리크 말멘디어(Ulrike Malmendier)와 펜실베니아 주립대의 제프리 테이트(Geoffrey Tate)는 인수합병이 손실로 끝나는 이유가 경영자의 '과신(overconfidence)'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나치게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며 자신의 결정을 과신하는 경영자는 인수합병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과대평가하여 피인수 기업을 지나치게 비싸게 사들인다는 것입니다.





말멘디어와 테이트는 1980년부터 1994년까지 이루어진 394건의 인수합병 건을 정량적으로 분석하여 이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은 분석을 통해 CEO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스톡옵션을 언제 행사하는지 살펴보면 과신의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주가가 벤치마크보다 높을 때조차도 CEO들이 스톡옵션의 만기일까지 옵션 행사를 미루거나 적어도 5년 이상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채 들고 있다면 그것은 그만큼 회사의 미래 성과를 훨씬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는 뜻이었죠. 말멘디어와 테이트는 이런 CEO들이 어떤 시점에 기업 인수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뉴욕 타임즈>, <비즈니스 위크>, <파이낸셜 타임즈> 등의 비즈니스 관련 기사에서 '자신감 넘친다', '낙관적이다'라고 묘사되는 CEO들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과신에 빠진 CEO가 인수합병을 발표하면 투자자들은 3일 동안 평균적으로 100 베이스 포인트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과신하지 않는 성향의 CEO의 인수합병 건은 투자자들에게 27 베이스 포인트의 손실만을 끼쳤습니다. 그들이 시도한 인수합병이 기업가치의 제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신하는 CEO들은 자신들이 주주의 이익에 따라 민감하게 행동한다고 믿었죠.


연구의 결과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과신하는 경영자라고 해서 특별히 인수합병을 많이 시도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피인수 기업을 비싸게 사들이고, 기업가치를 깎아먹는(즉 주주의 가치를 해치는) 인수를 결정하며, 충분한 내부 자원이 있는데도 맹목적으로 인수를 결정하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투자를 결정할 때는 그 회사의 CEO(혹은 오너)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도 중요한 의사결정 포인트임을 이 연구가 말해 줍니다.


평소 자신감에 찬 CEO들이 피인수 기업을 비싸게 사들이는 경향이 있고 기업가치를 훼손시켜 모(母)기업까지 위태롭게 만든다는 말멘디어와 테이트의 연구 결과를 보니, 얼마 전 법정관리를 신청한 어떤 그룹사가 곧바로 떠오릅니다. 자신만만한 CEO의 결정은 항상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신은 개인에게도 기업에게도 경계해야 할 감정 상태입니다.



(*참고논문)

Ulrike Malmendier, Geoffrey Tate(2006), Who Makes Acquisitions? CEO Overconfidence and the Market’s Reaction,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Vol. 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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