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캐롤 드웩(Carol Dweck)은 지능이나 능력과 같은 특성이 변하지 않는다는 고정적 사고(Fixed mindset)를 지닌 사람들과, 그런 특성이 학습을 통해 발달할 수 있다는 성장적 사고(Growth mindset)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 글에서 밝혔듯이('머리좋은 직원이 조직을 망친다?'), 고정적 사고를 가진 자는 지능이 좋다는 평가를 받으면 계속해서 그런 칭찬을 받기 위해 어려운 과제보다는 쉬운 과제에만 집중하려는 위험회피적 경향을 보이지만, 성장적 사고를 지닌 사람은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더 새롭고 더 어려운 과제를 추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고정적 사고를 가진 자의 실력은 계속 제자리를 맴돌지만 성장적 사고를 지닌 사람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드웩은 과제를 수행하는 자의 관점에서 두 가지 사고방식의 차이를 논했는데, 피터 헤슬린(Peter A. Heslin)과 동료 연구자들은 관점을 달리 하여 수행 결과를 평가하는 사람의 사고방식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질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 똑같은 수행 과정을 관찰하면서도 고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평가자와 성장적 사고방식을 지닌 평가자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가설을 수립했죠.
헤슬린은 MBA를 전공하는 83명의 학생들에게 "모든 사람들은 각자 고유의 인간형을 지녔기에 변화할 만한 여지가 많지 않다.", "사람들은 다른 종류의 인간형으로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 등 의 문항을 제시하여 고정적 사고와 성장적 사고의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2주 후에 실험실에 모인 학생들 중 절반은 콜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현재 주니어 매니저인 콜린은 승진 심사에서 이미 두 번이나 떨어졌고 그의 상사도 콜린의 향후 승진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죠.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헤슬린은 학생들 모두에게 콜린이 동료와의 협상을 제법 잘 진행하는 비디오를 보여준 후에 콜린의 협상력 수준을 5점 척도로 평가하게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학생들은 고정적 사고가 강할수록 협상력 점수를 낮게 주고 성장적 사고가 강할수록 협상력을 더 높게 주었습니다. 이런 경향은 콜린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의 경우에 더욱 강하게 나타났죠. 이 결과는 성장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사전에 콜린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받았더라도 그것에 그리 연연하지 않고 콜린이 보이는 훌륭한 협상력을 충분히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반면, 고정적인 사고가 강한 사람은 사전에 들었던 콜린의 승진 탈락 이야기에 여전히 고정되어 있어서 콜린의 협상력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다는 의미죠.
헤슬린의 실험은 고정적 사고를 지닌 평가자(상사)가 평가를 진행한다면 직원이 과거에 보였던 성과나 행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반면 성장적 사고가 강한 평가자는 과거의 인상이나 실적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직원의 현재 성과를 충분히 인정할 줄 압니다. 평가자의 사고방식 차이에 따라 직원에 대한 평가 결과가 달라진다는 사실은 객관적 평가가가 매우 어렵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볼 수 있죠. 이러한 평가 오류를 줄이려면 평가자들이 성장적 사고방식을 갖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헤슬린은 후속실험을 통해 고정적 사고가 강한 사람(즉 성장적 사고가 약한 사람)이라고 해도 성장적 사고 방식을 갖도록 점차 유도하면 직원이 보이는 성과 향상을 충분히 인정하게 된다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과거 행적에 연연하여 현재의 성과 향상을 평가절하하는 고정적 사고를 지녔는지, 평가자는 스스로 자신을 반성하면서 어떻게 하면 성장적 사고방식을 취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인사부서에서도 평가자 교육 시에 이런 요소를 충분히 담아내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평가를 객관적으로 하라."는 말은 구호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상사는 고정적 사고를 지녔습니까, 아니면 성장적 사고를 지녔습니까? 여러분의 성과 향상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았다면 여러분의 상사는 아마도 고정적 사고가 강한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참고논문)
Peter A. Heslin, Gary P. Latham, Don VandeWalle(2005), The Effect of Implicit Person Theory on Performance Appraisal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Vol. 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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