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할 때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지원자가 과연 해당 직무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갖춘 사람인지의 여부일 겁니다. 그렇게 하려면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던져야 하고 객관적으로 지원자의 답변을 평가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것 역시 당연한 과제겠죠. 그러나 실제로 기업에서 행하는 채용 관행을 살펴본 노스웨스턴 대학의 로렌 리베라(Lauren A. Rivera)는 지원자의 역량이나 경력 등과 같은 자질보다는 '문화적 동질성'이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합니다.
리베라는 법률 자문, 투자은행, 컨설팅사와 같이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했던 임원, 인사 담당자, 중간관리자 등을 대상으로 모두 120번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40~90분 동안 이뤄진 인터뷰에서 리베라는 가상의 지원자들이 쓴 이력서를 보여주고 구두로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들이 지원자의 어떤 요소를 중요시하며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죠. 또한 리베라는 2006년과 2007년에 걸쳐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중 한 곳에서 채용 과정을 직접 관찰하고 모니터링하면서 채용 담당자들의 판단 기준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이 두 가지 연구 방법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분석한 결과, 경영자들은 지원자의 역량 뿐만 아니라 그 지원자가 '조직의 문화와 얼마나 잘 맞는가', '동료들과 문화적으로 잘 융화될 수 있는가'를 매우 중요시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리베라의 연구에서 문화적 동질성이 채용에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는 사람은 40~70퍼센트에 달할 만큼 문화적 동질성 여부는 면접관들이 지원자들을 평가하기 위한 가장 보편적인 수단이었죠. 더욱이 리베라는 '이 지원자는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는가?'와 같이 채용 결정자와 지원자 간의 개인적인 동질성 여부도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여가 활동이나 취미가 얼마나 비슷한가와 관련된 질문도 자주 등장했고 지원자의 말하는 스타일 역시 중요한 변수였죠.
논문에서 리베라는 채용 기준을 충분히 갖춘 지원자를 라크로스나 스쿼시와 같은 운동에 관심이 적다는 이유로 탈락시킨 어느 법률회사의 관리자 이야기를 사례로 듭니다. 또한 18세기 문학에 관심이 많다는 지원자를 지나치게 '지성적'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떨어뜨린 사례도 있었죠. 리베라는 "여러 측면에서 채용을 결정하는 일이 마치 친구나 연애 상대를 선택하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고 한마디로 정리합니다. 능력 있는 동료보다는 '같이 놀기에 좋은 친구'를 뽑으려 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채용 결정자들이 문화적 동질성을 지원자의 역량만큼(혹은 그보다 더) 중요시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지원자가 조직의 일원이 될 때 다른 직원들과 불필요하게 경쟁하지 않고 원활하게 의사소통하며 융화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은 아닐까요? 조금 부족한 역량은 코칭이나 교육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지만 문화적 동질성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믿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문화적 동질성을 가진 직원일수록 자신의 업무를 즐기고 동료들과 잘 지내며 회사에 오래 근속할 거라는 믿기 때문이죠.
이유야 어떻든 간에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역량보다는 문화적 동질성을 중요시할 때의 장점과 단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 혹은 '나'와 문화적으로 잘맞는 사람을 뽑으면 신뢰와 의사소통을 지속적으로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슷한 문화적 성향의 사람들이 모인 조직일수록 업무 자체에 몰두하기 어려울뿐더러 집단사고의 위험도 크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채용 결정자들이 자신과 얼마나 잘 어울릴 수 있는 지원자인가를 중요시하는 탓에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를 외면한다는 것도 치명적인 단점이죠.
여러분의 채용 관행이 명시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문화적 동질성을 필요 이상으로 중요시한다면 그게 과연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필요에 따라 문화적 동질성이 더 중요한 직무가 있겠지만, 지원자의 취미가 나와 같지 않다고 해서, 내가 싫어하는 분야를 지원자가 좋아한다고 해서 충분한 능력을 갖춘 지원자를 평가절하하지 않는지 경계하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Lauren A. Rivera(2012), Hiring as Cultural Matching: The Case of Elite Professional Service Firms,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Vol. 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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