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행을 떠납니다   

2012. 7. 2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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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박 18일의, 조금 긴 여정으로 내일 캐나다 여행을 떠납니다. 캐나다 중부의 캘거리로 in하여 공룡 발굴지로 유명한 드럼헬러를 들렀다가, canadian rocky의 관문인 밴프 국립공원과, 록키 산맥의 꽃인 재스퍼를 여행할 계획입니다. 캠룹스에서 잠시 1박을 한 후에, 캐나다 서부 해안에 위치한 빅토리아에서 며칠 쉬고, 마지막으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매번 오르는 밴쿠버에서 다시 며칠 쉬었다가 그곳에서 out 하는 일정으로 잡았습니다. 더해 보니 총 1700 km에 이르는 거리네요. ^^





가족들과 함께 렌터카로 다니려 하는데, 땅 덩어리가 넓은 나라인지라 운전하는 시간이 길어서 걱정이 됩니다. 다행히 캐나다 사람들의 운전 매너가 좋다고 하니 마음을 놓습니다. ^^


중간중간 인터넷 사정이 괜찮으면, 그동안 해왔듯이 매일 그날의 기록을 남기려 합니다. 피곤하면 그냥 자버릴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경영에 관련한 글은 잠시 쉬었다가 휴가가 끝나고 나서 올리겠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여러분도 즐거운 여름 휴가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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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을 의심하면 의심이 줄어든다   

2012. 7. 20.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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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자신에 대해 의심이 들 때, 그리고 그런 의심이 자신감을 감소시키고 우울한 감정이나 초조함을 불러 일으킬 때, 사람들은 종종 그런 의심이 여러 면으로 좋을 것 없다고 느끼면서도 떨쳐버리지 못하곤 합니다. 사물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의심은 사고가 건강하다는 뜻이지만, 정도가 심하면 결심한 바를 바로 실행해야 하는데도 꾸물거리거나 방어적이 되고 맙니다. 자신이 생각해도 '자기 의심'의 정도가 지나쳐서 일을 그르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비록 일시적으로만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애런 위치만(Aaron L. Wichman)과 동료들이 제시하는 '의심을 의심하라'는 방법을 쓰면 도움이 될 겁니다.


위치만은 실험 참가자들이 평소에 느끼는 불확실함의 정도(의심의 한 종류)를 "나쁜 일이 생기면 그 이유를 모른다"와 같은 14개의 항목으로 측정했습니다. '자기 의심'에 대한 기질적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서였죠. 그런 다음 위치만은 참가자들에게 단어를 재배열하거나 쓸데없는 단어를 제거해서 문장을 의미 있게 만드는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참가자들 중 절반은 불확실함과 관련된 문장들로 게임을 했고, 나머지 참가자들은 불확실함과 관련 없는 문장들로 과제를 수행했죠. 





게임이 끝난 후에 참가자들은 도보 경주의 기록 향상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나서 성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8개의 원인에 대해 '확실히 이것이 원인이다'의 정도를 9점 척도로 측정하도록 요청 받았습니다. 그랬더니 평소 불확실함의 정도가 높은 참가자들은 불확실함과 관련된 문장으로 게임을 하고 난 후에 도보 경주의 성적 향상 요인에 대한 불확실함을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물을 의심의 눈길로 보는 사람들이 의심의 상황으로 자신도 모르게 프라이밍(priming)되면 오히려 의심이 줄어든다는 결과였습니다. 간단히 말해 의심을 의심하면 의심이 줄어든다는 뜻이죠.


위치만은 이 점에 착안하여 안구(eyeball)의 운동이 의심의 정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위치만은 참가자들 중 절반에게 과거에 불확실하고 의심스러운 상황에 빠졌던 경험을 글로 쓰도록 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확실하고 자신감에 찼던 이야기를 쓰도록 하여 참가자들을 프라이밍했습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은 2분 동안 컴퓨터 모니터 상에서 좌우로 혹은 상하로 움직으로 공을 따라 안구를 움직이는 과업을 수행했습니다. 알다시피 안구의 좌우 운동은 고개를 가로젓는 동작과 마찬가지로 '거부'의 감정을 유발하고, 안구의 상하 운동은 '승락'이나 '인정'으로 인식됩니다. 안구운동을 끝낸 참가자들은 '도날드'라는 가상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난 후에 '말다툼을 한다', '기부를 한다',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와 같이 도날드의 특성이라고 제시된 문장에 대해 '얼마나 그럴 것 같은지' 9점 척도로 평가함으로써 불확실함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측정 받았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요? 불확실했던 이야기를 쓴 참가자들은 좌우로 안구를 운동시킨 후에 불확실함을 낮게 인식했습니다. 반대로 안구를 상하로 운동시킨 후에는 불확실함을 생다적으로 높게 느꼈죠. 확실하고 자신에 찼던 과거 경험을 쓴 참가자들은 안구를 상하로 움직였을 때보다 좌우로 움직였을 때 불확실함을 높게 인식했습니다. 불확실하고 혼란스럽고 의심스러운 상황에 빠졌을 때 그와는 다른 대상에 대해 의식적으로 의심의 수준을 높이면 오히려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조금은 헤어나온다는 점을 이 결과로 알 수 있습니다.


A가 의심될 때 B를 의심하면, (비록 일시적이겠지만) 전체적인 의심의 정도가 떨어진다는 것에서 보듯이 의심은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인 모양입니다. 마치 음수 곱하기 음수는 양수인 것처럼 말입니다. 


의심에 빠져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의심을 의심해 보는 게 도움이 된다는 게 이 실험의 시사점입니다. 개인적으로 항상 불안감을 느낄 때, 의사결정의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의심을 의심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메타-인식적'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의심에 빠진 자기 자신을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과정이 개인의 정신적인 건강이나 조직의 올바른 의사결정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겁니다. 한번 시도해 보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Aaron L. Wichman, Pablo Briñol, Richard E. Petty, Derek D. Rucker, Zakary L. Tormala, Gifford Weary(2010), Doubting one’s doubt: A formula for confidence?,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 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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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스토밍은 쓸모가 별로 없다?   

2012. 7. 1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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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를 마련하기 위해 사람들은 브레인스토밍이란 방법을 자주 사용합니다. 브레인스토밍를 창시한 오스본(Osborn)의 말처럼, 주제에 집중하되 각자가 내놓은 아이디어를 비판하지 않으며 가능한 한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내도록 권장하면 참신한 아이디어를 손에 쥘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하곤 하죠. 하지만 이미 여러분이 경험적으로 느꼈겠지만, 브레인스토밍으로는 아이디어의 참신성은 고사하고 아이디어의 양적인 측면에서도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합니다. 여럿이서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아이디어의 카테고리가 한쪽으로 집중되는 문제, 아무리 비판을 가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어도 '자기 검열'은 막을 수 없는 문제, 좌중을 압도하는 특정인의 의견에 동조하는 문제 등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브레인스토밍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오스본의 제시한 브레인스토밍의 원칙을 지키기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리고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하지만, 본질적으로 브레인스토밍이 치명적인 결점을 가지고 있음을 실험적으로 정확하게 검증한 연구는 아주 많습니다. 특히 니콜라스 콘(Nicholas W. Kohn)과 스티븐 스미스(Steven M. Smith)는 AOL 인스턴스 메신저를 가지고 통제된 조건에서 실시한 일련의 실험을 통해 브레인스토밍이 아이디어의 '순응(Conformity)'과 '고정화(Fixation)'를 야기하기 때문에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콘과 스미스는 160명의 참가자들을 메신저가 설치된 컴퓨터 앞에 앉히고 '텍사스 A&M 대학의 개선'이라는 주제로 브레인스토밍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칸막이가 쳐졌기에 참가자들은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오직 메신저를 통해 아이디어를 내야 했죠. 참가자들 중 절반은 혼자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다음 그것을 오직 실험자에게만 전달했고, 나머지 절반은 같은 그룹의 멤버끼리 메신저의 채팅 기능을 통해 서로의 아이디어를 볼 수 있었습니다.


20분 간의 브레인스토밍 세션이 끝나고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혼자 아이디어를 생각한 참가자들이 채팅을 한 참가자들보다 더 많은 양의 아이디어를 산출했습니다. 산출된 아이디어의 다양성도 더 컸죠. 하지만 두 그룹 사이에 아이디어의 참신성은 뚜렷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고, 아이디어의 심도(depth)는 반대로 채팅을 한 참가자들이 더 컸습니다. 이 결과는 처음부터 여럿이 브레인소토밍을 벌이는 것보다는 일단 각자가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생각해 본 다음에 모이는 것이 아이디어의 양적인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임을 시사합니다. 또한, 채팅을 한 참가자들의 아이디어 심도가 높았다는 결과는 그들의 아이디어 다양성이 크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아이디어들이 서로 비슷해지고 몇몇 카테고리로 집중되는 '고정화'가 일어났음을 의미합니다.


콘과 스미스는 브레인스토밍이 참가자들로 하여금 다른 이의 아이디어에 순응하도록 만들고 그 때문에 아이디어의 고정화가 야기된다는 점을 후속실험을 통해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실험참가자들은 각자 2명씩 짝을 이루어 메신저를 통해 아이디어를 제시하도록 요청 받았습니다. 헌데 함께 브레인스토밍하기로 정해진 상대편 사람은 사실 연구자들에게 고용된 공모자였죠. 공모자는 참가자들을 4그룹으로 나눠 미리 정해진 아이디어를 각각 1개, 4개, 10개, 20개를 메신저로 보여주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콘과 스미스는 공모자가 제시하는 아이디어의 개수가 참가자의 아이디어 창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했습니다. 우선, 공모자가 참가자에게 보여주는 아이디어 개수와 상관없이 참가자가 내놓는 아이디어의 양과 다양성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공모자로부터 많은 아이디어를 받아 본 참가자일수록 공모자의 아이디어에 순응한다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공모자에게서 오직 1개의 아이디어만 전달 받은 참가자들이 아이디어의 참신성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들은 20개의 아이디어를 받아 본 참가자들에 비해 참신성 점수가 92%나 높았습니다. 이는 여럿이 아이디어를 내놓고 그것이 쌓여가는 모습을 목격하는 브레인스토밍의 특성 상, 참석자들이 다른 참석자의 의견에 순응하고 동조될 수밖에 없으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어려움을 바로 드러냅니다.  


많은 조직에서 브레인스토밍을 일상적으로 실시하기 때문에, 그리고 브레인스토밍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을 뿐 그룹 토론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브레인스토밍의 결점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가 중요할 겁니다. 콘과 스미스는 세 번째 실험을 통해서 '휴식'이 해독제임을 규명했습니다. 브레인스토밍 상대방으로 정해진 공모자로 하여금 참가자에게 세션이 시작되고 나서 10초, 3분, 6분, 9분 시점에 하나씩의 아이디어를 메신저로 제시하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참가자들을 절반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는 5분 정도 미로 찾기 게임을 시킨 다음에 다시 브레인스토밍의 두 번째 세션을 10분 간 계속하도록 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그런 휴식 없이 20분 동안 브레인스토밍을 해야 했죠.


결과를 분석하니, 중간에 미로 찾기 게임을 한 참가자들이 그렇지 못한 참가자들에 비해 40퍼센트나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냈고, 아이디어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우수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브레인스토밍을 한다면 계속 이어서 하기보다는 적절한 타이밍에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말이죠.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브레인스토밍은 기대와 달리 아이디어의 양과 질적인 측면을 보장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브레인스토밍을 해야 한다면 반드시 각자가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하고, 중간에 '한 두 번 끊어 가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 순응하고 고정화되는 경향을 줄임으로써 아이디어의 양과 질을 제고할 수 있죠. 또한, 아이디어의 심도를 높인다는 결과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브레인스토밍이 특정 주제에 관한 한 아이디어를 깊게 파고드는 데에 적당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그냥 한번 폭넓게 논의하자는 의도로 브레인스토밍을 실행해봤자 별로 소득이 없습니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파고들 때야 브레인스토밍이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는 것이죠.


오늘도 여러분은 크고 작은 브레인스토밍을 했거나 할 예정일 겁니다. 주제가 무엇이든 브레인스토밍에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래도 해야 한다면 브레인스토밍의 문제를 중화할 수 있는 해독장치(휴식, 브레인라이팅 등)를 써보면 어떨까요?



(*참고논문)

Nicholas W. Kohn, Steven M. Smith(2010), Collaborative Fixation: Effects of Others’ Ideas on Brainstorming, Applied Cognitive Psycology, Vol.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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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질적인 상사는 불확실한 걸 싫어해   

2012. 7. 1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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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상사에게 보고해야 할 사항이 매출이 급증했다거나 특허를 획득했다는 것과 같이 긍정적인 내용이라면 상사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아주 시니컬한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상사는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겁니다. 반대로 매출이 급락했다거나 고객으로부터 클래임을 받았다는 것처럼 부정적인 내용이라면 어떨까요? 부정적인 보고 내용에 기분 좋아할 사람은 없겠죠? 상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심각한 표정을 지며 우울해 하거나 이런 저런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책임 소재를 따지려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겠죠.


헌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식의 보고 내용이라면 상사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신제품이 출시됐는데 시장의 첫 반응을 살펴보니 대박을 터뜨릴지 머지않아 시장에서 퇴출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보고를 들은 후 상사의 기분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이런 경우는 전형적인 상사의 반응을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제이콥 허쉬(Jacob B. Hirsh)와 마이클 인즈리히트(Michael Inzlicht)는 "불확실하다"는 정보를 접하고 나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의 크기가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뇌파 검사를 통해 밝혀냈습니다.






허쉬와 인즈리히트는 41명의 실험참가자들을 모집하여 먼저 다섯 가지 요소로 성격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런 다음 각자의 머리에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전극 모자를 씌우고 컴퓨터 모니터 상에 표시가 나온 후 1초가 흘렀다고 짐작될 때 키보드를 누르도록 했습니다. 참가자가 비교적 정확하게 타이밍을 맞히면 화면에 플러스(+) 표시가, 1초에서 벗어나면 마이너스(-) 표시가, 그리고 정확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물음표(?) 표시가 나타났습니다. 사실 참가자가 키보드를 정확한 타이밍에 누르든 그렇지 않든 세 가지 표시는 총 168회를 실시하는 동안 거의 같은 빈도로 나오도록 조치했죠.


실험이 끝난 후, 허쉬와 인즈리히트는 참가자들의 '신경질적인 정도'와 '부정적인 뇌파 반응'과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부정적인 피드백(화면에 마이너스 표시)을 받으면 신경증적인 정도와 상관없이 동일한 크기로 부정적인 감정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부하직원으로부터 부정적인 내용의 보고를 들을 때 거의 모든 상사가 비슷한 정도로 부정적인 감정 상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결과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불확실한 피드백(화면에 물음표 표시)을 받을 때 참가자 각자의 신경질적인 정도에 따라 부정적인 감정 반응의 강도가 달랐다는 점이었습니다. 신경질적인 정도가 낮은 참가자, 다시 말해 흔히 신경이 무딘 사람들은 불확실한 피드백을 받을 때는 그다지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면, 신경질적인 사람들(신경질적인 정도가 높은 참가자)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보다 불확실한 피드백을 받을 때 훨씬 강한 부정적인 감정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우리 신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직 알 수 없다"는 식의 불확실한 보고를 받으면 "제품 매출이 떨어진다"란 부정적인 보고를 받을 때보다 머리 속에 부정적인 감정이 더 크게 나타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허쉬와 인즈리히트의 연구는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사람들은 불확실한 정보에 노출되면 부정적인 정보를 접할 때보다 더 불편해 하고, 신경이 무딘 사람들은 불확실한 정보를 봐도 부정적인 감정 변화가 크지 않다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상사의 성격(신경질적인 정도)에 따라 불확실성을 못 참기도 하고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만일 상사가 신경질적이고 예민하다면 불확실성을 참지 못해서 어떻게든 미래를 '예측해 내라'고 부하직원들에게 지시 내릴 가능성이 클 겁니다. 


이런 류의 경영자들에게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전략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시나리오 플래닝'이 눈에 들어올 리 없습니다. 경험상 까칠하고 꼼꼼하고 예민하고 다혈질적인 경영자들은 시나리오 플래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설령 시나리오적으로 미래를 그린다 해도 '가장 발생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가 무엇인지 판단하고자 하겠죠(시나리오 플래닝으로 나온 각 시나리오는 발생 가능성이 동일하다고 간주해야 함). 시나리오 플래닝을 그저 비상경영을 대신하는 멋진 문구로 사용할 뿐입니다. 


여러분이 있는 그대로 '아직 이것은 불확실하다'라고 보고할 때 상사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그것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 상사가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는 기질을 가지고 있는 탓입니다. 여러분의 상사는 어떤 사람입니까? 



(*참고논문)

Jacob B. Hirsh, Michael Inzlicht(2008), The Devil You Know Neuroticism Predicts Neural Response to Uncertainty, Psychological Science, Vol.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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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평가자와 피평가자는 생각이 다를까?   

2012. 7. 1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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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가 실험 참가자에게 머그를 하나 주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최소 얼마의 가격으로 팔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반면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타인이 가진 동일한 머그를 최대 얼마의 가격으로 사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이때 두 가격은 동일할까요? 같은 물건이니 두 가격의 차이가 별로 없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전자가 후자보다 2배 이상 크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처럼 물건을 파는 입장이 될 때의 판매희망가격이 물건을 살 때의 구입희망가격보다 훨씬 크게 나타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라고 부릅니다.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것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소유 효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능하면 적게 손해를 보려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경향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소유 효과를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설명하기엔 부족합니다. 스위스 바젤 대학의 토르스텐 패처(Thorsten Pachur)와 벤자민 샤이베헤네(Benjamin Scheibehenne)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물건을 사이에 두고 물건에 관하여 서로 다른 정보를 탐색하기 때문이라는, 소유 효과를 설명하는 또 다른 가설에 주목했습니다. 



패처와 샤이베헤네는 바젤 대학교에 다니는 152명의 여학생들을 복권의 판매희망가격과 구입희망가격을 묻는 실험에 참가시켰습니다. 컴퓨터 화면에 여러 장의 복권 관련 정보(그 복권을 가지면 얼마의 확률로 얼마를 딸 수 있는지, 복권의 예상 상금은 얼마인지)를 무작위로 보여주고서 그 복권을 다른 이에게 최소 얼마의 금액으로 팔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또한 동일한 복권들을 가지고(참가자들에게 동일한 복권인지 모르도록 한 상태에서) 그 복권을 최대 얼마의 금액으로 구입하고 싶은지도 물었죠. 


참가자들은 최소 판매희망가격과 최대 구입희망가격을 결정하기 전에 얼마든지 '다음'을 클릭하면서 복권에 관한 정보(확률, 예상 상금 등)를 탐색할 수 있었습니다. 패처와 샤이베헤네는 참가자들이 각각 판매자와 구매자의 입장일 때 복권의 가격을 최종 결정하기 전에 몇 번이나 정보를 탐색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살펴보는 정보의 특성은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했습니다. 


역시나 소유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동일한 복권 세트(총 30개의 개별 복권)로 질문했는데도 구매자일 때보다 판매자일 때 평균적으로 약 1.7배 높은 가격을 매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판매자들은  화면에 복권의 예상 상금이 높게 나타날 때 정보 탐색을 멈추고 판매희망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구매자의 입장일 때는 복권의 예상 상금이 낮다는 정보를 찾은 후에 구입희망가격을 결정했습니다.


다시 말해,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판매자들은 판매희망가격을 높여야 할 이유를  발견하려 하고, 구매자들은 가격을 깎아야 할 이유를 찾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동일한 물건을 사이에 두고 판매자와 구매자는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찾기 전까지는 정보 탐색을 멈추지 않습니다. 바로 이것이 소유 효과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패처와 샤이베헤네는 결론 내립니다. 


비약일지 모르지만, 평가자와 피평가자 사이의 시각 차이도 소유 효과의 발생 메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피평가자의 역량을 피평가자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으로, 피평가자를 판매자로, 평가자를 구매자로 간주하면 어떨까요? 피평가자는 자신의 역량이 뛰어나다고 말해주는 정보들을 찾고자 하는 반면, 평가자는 최종 평가 점수를 기입하기 전에 피평가자의 역량을 깎아내릴 근거를 확보하려는 것, 바로 이것이 평가와 관련하여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의 시각 차와 갈등을 야기하는 원인일지 모릅니다.


이런 설명도 가능합니다. 자신이 조직 내에서 상위 20% 이내에 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80%가 넘는다는 사실에서 볼 때(이를 '워비곤 호수 효과'라 함), 피평가자들은 대략 80점(100점 만점)을 기준선으로 놓고 거기에 추가 점수를 부여할 만한 근거들을 찾아내 자신의 최종 평가 점수를 예상합니다. 반대로 평가하는 입장이 되면 기준선을 80점보다 낮게 잡을 가능성이 크죠. 설령 80점을 기준선으로 잡았다 해도 깎아내리기를 정당화할 정보를 확보하자마자 평가를 멈추는 경향 때문에 최종 점수는 80점보다 높아지기 어렵습니다. 예컨대 피평가자는 80점에서 시작하여 90점으로 높이고, 평가자는 80점에서 시작하여 70점으로 낮추게 되죠. 소유 효과가 평가자와 피평가자 사이의 시각 차를 더욱 벌리고 맙니다. 매년 평가 시즌이 되면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의 갈등의 앙금이 쌓이는 까닭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평가자와 피평가자 사이에서 나타나는 '소유 효과'를 줄이고자 한다면, 관심 정보를 바꾸도록 유도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피평가자는 의식적으로 자신의 부족하다는 근거를 찾게 하고, 평가자는 피평가자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정보를 찾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피평가자는 100점 만점에 100점을 기준선으로 놓고(즉 '누가 봐도 완벽하고 롤모델 수준의 역량을 가진 사람') 그것에 미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적어 보고, 평가자는 기준선을 보통 수준인 70점 정도로 형성하고 그것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근거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최초의 갭이 줄어들어 어느 선에서 수렴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설이라서 실험으로 증명이 필요하겠죠(혹시 소유 효과의 감소를 연구한 실험이 있다면 알려 주십시오).


무언가를 소유하면 그것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에 집중하고, 무언가를 소유해야 한다면 그것의 가치를 낮추는 것을 정당화할 정보에 집중한다는 경향이 자기 자신을 평가하고 타인을 평가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나지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이란 조직을 노동력을 서로 거래하는 시장이라고 간주한다면 말입니다.



(*참고논문)

Thorsten Pachur, Benjamin Scheibehenne(2012), Constructing Preference From Experience: The Endowment Effect Reflected in External Information Search,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Learning, Memory, and Cognition, Vol. 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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