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만한 CEO의 결정을 의심하라   

2012. 11. 2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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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미국에서는 기업 간의 인수합병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1981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에서는 총 1만 2천 건의 인수합병 건이 성사되었고 금액으로 따지면 3조 4천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인수합병으로 이득을 챙기기는커녕 같은 기간에 2천 2백억 달러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울리크 말멘디어(Ulrike Malmendier)와 펜실베니아 주립대의 제프리 테이트(Geoffrey Tate)는 인수합병이 손실로 끝나는 이유가 경영자의 '과신(overconfidence)'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나치게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며 자신의 결정을 과신하는 경영자는 인수합병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과대평가하여 피인수 기업을 지나치게 비싸게 사들인다는 것입니다.





말멘디어와 테이트는 1980년부터 1994년까지 이루어진 394건의 인수합병 건을 정량적으로 분석하여 이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은 분석을 통해 CEO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스톡옵션을 언제 행사하는지 살펴보면 과신의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주가가 벤치마크보다 높을 때조차도 CEO들이 스톡옵션의 만기일까지 옵션 행사를 미루거나 적어도 5년 이상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채 들고 있다면 그것은 그만큼 회사의 미래 성과를 훨씬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는 뜻이었죠. 말멘디어와 테이트는 이런 CEO들이 어떤 시점에 기업 인수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뉴욕 타임즈>, <비즈니스 위크>, <파이낸셜 타임즈> 등의 비즈니스 관련 기사에서 '자신감 넘친다', '낙관적이다'라고 묘사되는 CEO들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과신에 빠진 CEO가 인수합병을 발표하면 투자자들은 3일 동안 평균적으로 100 베이스 포인트의 손실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과신하지 않는 성향의 CEO의 인수합병 건은 투자자들에게 27 베이스 포인트의 손실만을 끼쳤습니다. 그들이 시도한 인수합병이 기업가치의 제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신하는 CEO들은 자신들이 주주의 이익에 따라 민감하게 행동한다고 믿었죠.


연구의 결과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과신하는 경영자라고 해서 특별히 인수합병을 많이 시도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피인수 기업을 비싸게 사들이고, 기업가치를 깎아먹는(즉 주주의 가치를 해치는) 인수를 결정하며, 충분한 내부 자원이 있는데도 맹목적으로 인수를 결정하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투자를 결정할 때는 그 회사의 CEO(혹은 오너)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도 중요한 의사결정 포인트임을 이 연구가 말해 줍니다.


평소 자신감에 찬 CEO들이 피인수 기업을 비싸게 사들이는 경향이 있고 기업가치를 훼손시켜 모(母)기업까지 위태롭게 만든다는 말멘디어와 테이트의 연구 결과를 보니, 얼마 전 법정관리를 신청한 어떤 그룹사가 곧바로 떠오릅니다. 자신만만한 CEO의 결정은 항상 의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신은 개인에게도 기업에게도 경계해야 할 감정 상태입니다.



(*참고논문)

Ulrike Malmendier, Geoffrey Tate(2006), Who Makes Acquisitions? CEO Overconfidence and the Market’s Reaction,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Vol. 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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