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족보다 직원만족이 먼저다   

2013. 4. 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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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활짝 웃는 표정을 보인다면 여러분의 기분도 덩달아 밝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반면 찡그리거나 화난 얼굴을 보면 그 기분이 여러분에게 전염되어 버립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이 부지불식 간에 여러분의 기분 뿐만 아니라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캘리포니아 주립대 샌디에고 분교의 피오트 윙킬만(Piotr Winkielman)과 동료 연구자들은 화난 얼굴, 무표정의 얼굴, 웃는 얼굴을 각각 실험 참가자들에게 보여주고 마셔 본 적이 없는 음료를 얼마나 많이 따르고 얼마나 많이 마시는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현재 얼마나 목 마른지, 얼마나 배가 고픈지를 스스로 평가했습니다.





그런 다음, 윙킬만은 참가자들은 세 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웃는 얼굴, 무표정한 얼굴, 화난 얼굴에 아주 짧은 시간(16 밀리초) 노출시켰습니다. 총 8장의 사진에 노출된 참가자들은 설탕, 레몬 라임향의 '쿨-에이드 파우더'가 각각 얼마씩 섞였는지 모르는 음료를 원하는 만큼 컵에 따라 마시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각자 얼마나 컵에 따랐는지, 실제로 얼마나 마셨는지 자동적으로 측정됐죠. 참가자들은 음료를 마신 후에 얼마나 맛있었는지, 그 음료에 얼마의 돈을 내고 싶은지(10센트부터 1달러까지) 평가했습니다.


실험 시작 전에 목이 많이 마르다고 답한 참가자들 중에서 웃는 얼굴을 본 참가자들이 가장 많은 음료(79밀리리터)를 컵에 따랐고 화난 얼굴을 본 참가자들이 가장 적은 음료(37밀리리터)를 컵에 따랐습니다. 실제로 마신 음료의 양도 동일한 패턴으로 나타났죠. 행복한 표정의 얼굴을 보면 찡그린 얼굴을 볼 때보다 더 많이 마신다는 건 상대방의 표정에 따라 소비가 좌우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였죠. 얼마의 돈을 음료값으로 내고 싶은가를 묻는 질문에서도 웃는 얼굴을 본 참가자들은 38센트를, 화난 얼굴을 본 참가자들은 고작 10센트의 돈을 제시했습니다. 


기업에게 이 실험의 시사점은 고객들을 웃는 얼굴로 대해야 고객의 소비를 더 촉진할 수 있다는, 아주 당연한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각각의 표정에 노출됐는데도 음료 소비량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여지 없이 이를 증명하죠. 


그러나 더 중요한 시사점은 고객을 대하는 직원들이 먼저 행복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직원이 행복하지 못하면 지나가는 표정 속에 '힘들고 짜증나고 괴로운 얼굴'이 언뜻언뜻 비치게 마련이죠. 물론 내부 규정이나 직원 교육을 통해 고객에게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대하도록 훈련시킬 수 있겠지만, 눈은 웃지 않고 입만 웃는 '만들어진 웃음'을 고객들은 무의식적으로 알아차리고 이는 소비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칩니다. 위 실험에서 16밀리초라는 아주 짧은 노출에도 소비량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은 그만큼 표정을 짓는 직원의 행복이 먼저라는 점을 일깨우는 것 아닐까요?


여러분이 다니는 대부분의 회사는 고객만족을 외칠 겁니다. 하지만 직원 만족이 먼저라는 점을 아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Winkielman, P., Berridge, K. C., & Wilbarger, J. L. (2005). Unconscious affective reactions to masked happy versus angry faces influence consumption behavior and judgments of valu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1(1), 12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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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이 모두 공개된다면 어떻게 될까?   

2013. 4. 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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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여러분의 연봉과 평가 결과가 공개되고 아울러 동료들의 연봉을 (익명으로) 알게 된다면, 여러분은 회사에서 더 열심히 일할 마음이 들까요? 제가 간단하게 페이스북을 통해 의견을 물어본 결과, 자기보다 일을 잘하는 직원이 자신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것보다, 자기보다 일을 못하는 직원이 자신과 같은 연봉을 받는 것이 더 '기분이 나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모든 직원들의 연봉이 공개된다면 (비록 익명으로 공개된다 해도) 이런 불만이 더 증폭되겠죠.


하지만 나의 생산성과 동료의 생산성을 서로 비교하는 게 가능하다면 어떨까요? 조르디 브래인스 아이 비달(Jordi Blanes i Vidal)과 마레이키 노솔(Mareiki Nossol)은 개별 슈퍼마켓 등에 물건을 유통시키는 독일의 모 도매유통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현장 연구에서 직원 각자의 성과를 다른 직원들과 비교한 정보와 그에 따른 상대적인 급여 정보를 공개하는 조치(단, 이름은 공개하지 않고)를 취했더니 생산성이 6.8퍼센트 상승하더란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비달과 노솔이 관찰 대상으로 삼은 65명의 직원들은 고객의 주문을 받아 상품을 확보한 후 배달을 위해 포장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죠. 업무의 성격 상 직원 각자의 일들이 자신으로부터 시작하여 자신에 의해 마무리되는 일이었습니다. 즉, 다른 직원들과의 협업이 필요없는 업무 구조였습니다. 더욱이 이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들 중 승진하는 사람은 극소수였기에 승진보다는 급여가 동기를 자극하는 요소였습니다.


직원들의 급여 구조는 고정급과 변동급으로 구분되었는데, 변동급은 얼마나 많은 주문을 처리했느냐는 양적인 부분과 얼마나 실수 없이 주문을 처리했느냐는 질적인 부분으로 나뉘었습니다. 변동급은 평균적으로 전체 급여 중 25퍼센트 내외였죠.


그런데 2001년 어느 날, 몇몇 직원들이 경영진을 찾아와 시간당 평균 임금에 관한 정보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경영진은 이런 요청을 듣고서 각 직원의 급여와 생산성에 순위를 매겨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하기로 한 이유는 직원들 중 두 명이 근무 조건에 대해 늘 불평불만을 쏟아내며 다른 직원들에게 불만을 퍼뜨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두 명은 일 못하는 직원이었죠(불만은 대개 일 잘하는 직원보다는 일 못하는 직원들에게 더 큰 경향이 있죠). 


경영진은 급여 순위를 공개하면 일 못하는 직원(혹은 일을 안 하는 직원)들의 행동이 바뀔 거라고 여겼습니다. 물론 특정 직원이 얼마를 받는지는 표시하지 않았지만 그 순위를 보면 직원들은 각자 자신의 급여가 몇 위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조치를 취하자마자 생산성이 즉각 2.8퍼센트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비달과 노솔은 직원들이 자신들의 생산성 순위가 공개된다는 소식에 자극 받아 이런 효과가 발생한 것 같다고 추측했습니다. 그리고 생산성과 급여 순위가 공개되자 4퍼센트의 생산성 향상 효과가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한번 높아진 생산성은 그 후로도 죽 이어졌습니다.


급여 순위 공개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비달과 노솔의 연구 결과를 모든 종류의 직무에 적용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 연구에서 관찰 대상이 됐던 직무는 '자기완결적'이고 생산성 측정이 용이했지만, 많은 직무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대개의 직무는 팀워크를 기반으로 하기에 직원들 간의 업무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정성적인 업무라서 시간당 산출량을 정량적으로 계산하기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죠.


업무가 자기완결적이고 정량적으로 생산성이 측정 가능한 직무에 한하여(예: 영업직, 텔레마케터, 전문 기능직 등) 급여 순위를 (익명으로) 제시하는 방법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고려해 볼 조치라는 것으로만 이 연구의 시사점을 정리하기 바랍니다. 


헌데, 만약 모든 직무에 대해 직원들의 연봉 순위를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공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참고논문)

i Vidal, J. B., & Nossol, M. (2009). Tournaments without prizes: evidence from personnel records. Centre for Economic Performance,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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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가 계속 주장하면 다수는 흔들린다   

2013. 4. 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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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길이가 다른데 여러 사람이 같다고 우기면 어쩔 수 없이 다수의 의견에 순응(conformity)한다는 솔로몬 애쉬(Solomon Asch)의 고전적인 실험을 이제 모르는 분들은 없을 겁니다(애쉬의 실험 내용을 보려면 여기를 클릭). 애쉬의 실험의 다수(majority)의 의견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소수(minority)의 순응을 다루고 있는데, 오늘은 그와 반대로 소수의 의견에 다수가 순응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밝힌 또 하나의 고전적인 실험을 소개하겠습니다. 





1960년대 말에 S. 모스코비치(S. Moscovoch)와 동료 연구자들은 색깔 감지를 위한 실험이라며 6명의 참가자들에게 스크린에 나오는 여러 장의 슬라이드를 보고 색깔과 빛의 세기(조도) 변화를 판단하라고 요청했습니다. 헌데 6명의 참가자 중 2명은 거짓 대답을 하도록 미리 짠 공모자들이었습니다. 공모자들은 항상 '녹색'이라고 말하도록 약속되어 있었죠. 모스코비치는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참가자들의 색맹/색약 여부를 검사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는 공모자들의 눈에 이상이 없음을 일부러 강조하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모스코비치가 누가 봐도 분명히 파란색 슬라이드를 여러 장을 연속하여 보여주자 2명의 공모자들은 매번 녹색이라고 답했습니다. 나머지 4명의 '진짜 참가자'들은 어떤 대답을 했을까요? 다수가 소수의 의견에 끌려가지 않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2명의 공모자들이 일관되게 파란색을 녹색이라고 말하자 그 말에 영향 받은 참가자들 중 57퍼센트(4명 중 2명 꼴)가 공모자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모습이 발견되었습니다. 공모자들이 대답하는 순서를 변경시켜 봤지만 결과는 비슷했죠.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공모자의 거짓 진술을 경험한 참가자들의 시각도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모스코비치는 이 실험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참가자들을 붙잡고 16개의 색상판을 보여주고 그게 파란색인지 녹색인지 구분해보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6개의 색상판은 색상이 뚜렷하게 구분됐으나 10개는 모호했죠. 실험 결과, 공모자의 거짓 진술에 영향 받은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에 비해 색깔이 모호한 색상판을 '녹색'으로 더 많이 분류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소수가 자신의 주장을 일관되게 말할 때 다수는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습니다. 그 소수가 조직에서 힘을 가진 자라면 더욱 그러하겠죠. 맞는 말이든 틀린 말이든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면 다수는 그에 따라가기 쉽습니다. 그래서 조직의 장이 휘하의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것이고 조직의 장이 누구냐에 따라 조직문화가 좌우되는 것이죠.


여러분 조직의 장(팀장이나 CEO)은 여러분에게 어떤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고 있습니까? 그 메시지가 옳지 않다고 여겨 본 적은 없었나요? 만일 그 메시지가 옳다고 믿거나 옳고 그른지 따지지 않은 채 따르고 있다면, 그 메시지의 옳고 그름을 떠나 여러분은 그에게 순응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부디 그 메시지가 긍정적인 것이길 바랍니다.



(*참고논문)

Moscovici, S., Lage, E., & Naffrechoux, M. (1969). Influence of a consistent minority on the responses of a majority in a color perception task. Sociometry, 365-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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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과서에 내 이름이 나왔다고?   

2013. 4.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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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 문화' 교과서에 제 책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의 내용이 인용되어 실려 있다는 것을 이제야 발견했습니다. 책이 2011년 8월에 검정을 받았으니, 좀 늦게 알게 된 것이죠. 암튼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네요. ^^



고등학교 <사회 문화>, 금성출판사



인용되어 실린 부분(페이지 87)



특정 회사의 이름이 나오지 않게 원문의 내용을 고쳐서 올린 듯 합니다. 그런데 아래 글은 제 책을 인용한 것이 맞지만, 윗 글("메모지로 유명한..."이라고 시작되는 글)은 제 책에 나오지 않은 부분입니다. 어느 책에서 인용했는지 저로서는 알 수 없네요. ^^


제 책의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의 포천(Fortune)지는 매년 근무여건이 가장 좋은 100대 기업을 선정하는데, 2006년에는 구글(Google)과 지넨텍(Genentech)이 각각 1, 2위에 랭크되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각각 인터넷과 생명과학 분야에서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는 것인데, 그들이 이처럼 업계의 리더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직장의 개념을 일하는 장소에서 즐거운 놀이터로 변모시킨 데에 있다. 즉 우연을 통제하지 않는 조직문화가 밑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의 영국 지사를 방문하고 그들의 자유분방한 근무환경을 취재한 통신원의 글을 인용해 본다.


구글은 직원이 밖에서 3시간 정도 점심시간을 보내도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대개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팀 미팅을 주변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갖는다. 하여튼 먹는 복지만큼은 세계에서 구글보다 나은 회사는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건물 중간에는 휴식 장소로 스카이라인이 뚜렷한 아트리움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여러 종류의 편안한 소파가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어 쉬기에는 그만이다. 아무 때나 와서 잠을 자도 되고, 노트북을 들고 와서 그곳에서 일을 해도 된다. 한 쪽 벽면은 화이트보드로 되어 있어 메모판이나 게시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일부 팀은 아예 휴게실에서 회의를 열기도 한다…(후략)


구글과 지넨텍의 자유분방한 근무환경을 채택한 이유는 꽉 짜인 통제로는 창의력이라는 세렌디피티의 선물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노드스트롬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틀을 벗어나지만 않으면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우연적 상황을 장려해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쨌든 고등학교 교과서에 제 이름이 나와서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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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런 과거로부터 배우기 힘든 이유   

2013. 4. 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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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마취 없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면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검사인지 말하지 않아도 압니다. 만일 검사를 실시하는 의사가 미숙하여 짧게 끝날 검사를 오래 지속한다면 아마 그 고통을 견뎌내기가 매우 힘들겠죠. 오랫동안 지속된 고통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아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다시는 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 겁니다.


하지만 도널드 레델마이어와 대니얼 카너먼은 '고통스러운 검사가 지속된 시간'은 '환자가 기억하는 고통'과 그다지 상관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오히려 '환자가 기억(회상)하는 고통'은 검사를 받는 동안의 '최고 고통(Peak Pain)'과 '마지막 순간의 고통(End Pain)'과 상관이 있었다는 것이죠. 



출처: http://office.microsoft.com/ko-kr/images/



그들은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모 병원에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으러 온 154명의 환자와 담석 파쇄 시술을 받게 된 133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런 결론을 얻었습니다.


레델마이어와 카너먼은 특별한 장치를 사용해 환자들에게 시술을 받는 동안 60초마다 한 번씩 고통의 정도를 측정하도록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환자들이 시술을 마치고 회복실에 누워 있을 때 '얼마나 시술이 고통스러웠는지'를 회고하여 평가하게 했죠. 레델마이어와 카너먼은 시술을 진행한 의사들에게도 환자가 경험했을 고통의 정도를 짐작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통계 분석 결과, 시술 받은 시간은 환자들이 경험한 고통 수준과 통계적으로 상관이 없었습니다. 시술을 짧게 받든 길게 받든 간에 환자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측정한 '최고 고통'이 높을수록 시술이 힘들었다고 답했습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시술 마지막 순간에 측정한 고통(End Pain)이 강할수록 환자들은 시술 받는 게 매우 괴로웠다고 기억했죠. 


다시 말해, 시술 받는 동안 가장 아팠던 순간과 시술 마지막에 느끼는 고통이 시술에 대한 기억을 결정하는 변수였습니다. 시술 받은 시간, 즉 '총 고통(Total Pain)'이 환자들의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아니었죠. 시술이 빨리 끝났어도 '최고 고통'이 높았으면 '시술 받는 게 너무 괴로웠다'고 기억하고, '마지막 순간의 고통'이 컸다면 역시 그렇게 기억했던 겁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고 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때(한 달 후) 다시 한번 더 물었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실험의 결과가 무엇을 시사하는 걸까요? 우리는 미래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과거의 기억을 많이 참조합니다. 과거의 경험에 근거하여 전략의 세부 사항을 조정하기도 하죠. 하지만 여기에서 의문이 드는 것은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가 과연 과거 모습 그대로인가'입니다. 과거에 느꼈던 감정 상태가 과거에 대한 기억을 왜곡시키는 것은 아닐까요? 자금 부족이나 경쟁사의 압박 등과 같은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이 그 고통이 지속된 시간(즉, 총 고통)이 아니라 고통의 피크(최고 고통)에 의해 좌우된다면, 과거를 거울 삼아 결정되는 전략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조직이 경험했던 과거의 고통이 총량으로는 매우 컸지만 특별히 매우 힘들었던 순간은 없었을 때 여러분은 과거를 '견딜만 했다'고 '미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특별히 충격적인 일로 조직이 매우 큰 고통을 겪었다면 그 고통스러운 기간이 짧았더라도 여러분은 필요 이상으로 두려움이 앞서서 의사결정의 폭을 제한 받을지도 모릅니다. 과거로부터 배운다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도 매우 크죠.


여러분의 조직에는 과거에 어떤 위기가 있었습니까? 그 위기에 대한 기억은 어떻습니까? 여러분이 기억하는 고통은 견딜만 했습니까, 아니면 떠올리기조차 싫습니까?



(*참고논문)

Redelmeier, D. A., & Kahneman, D. (1996). Patients' memories of painful medical treatments: real-time and retrospective evaluations of two minimally invasive procedures. Pain, 66(1),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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