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팀원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2012. 10. 1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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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고독한 자리라고 우리는 흔히 말하곤 합니다. 특히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매번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하는 리더들은 늘 엄청난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리더의 자리에 오르면 사방에서 쏟아지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역량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진짜로 리더의 자리에 오르면 리더가 아닐 때에 비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까요? 정말로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할 정도로 걱정거리가 많아질까요?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합니다. 그래서 코르티솔의 스트레스의 크기를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되죠. 하버드 대학교의 개리 셔먼(Gary D. Sherman)과 동료 연구자들은 진짜로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non-leader)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를 코르티솔 측정을 통해 규명하고자 했습니다. 셔먼은 하버드 대학의 임원 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한 연방 정부의 공무원과 군인들 213명의 타액을 채취하여 코르티솔의 양을 측정하고, 각자의 불안 수준도 평가했습니다.





통계적으로 리더들이 리더가 아닌 사람들보다 코르티솔의 수치와 불안 수준이 낮게 나타났습니다.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을 거라는 통념이 옳지 않음을 시사하는 결과였죠. 이런 결과가 나온 까닭은 아마도 리더들은 리더가 아닌 사람들이 자주 경험하곤 하는 '다른 사람에 의해 통제 받는다'는 느낌보다는 '내가 상황을 통제한다'는 느낌을 갖기 때문일 겁니다.


셔먼은 리더의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서열과 권한의 차이에 따라 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가 다를 거라는 가설 하에 후속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그는 휘하에 있는 부하의 규모, 직접 보고 받는 수, 권한의 크기가 코르티솔의 양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조사했습니다. 리더 중에서도 높은 위치에 있을수록(부하가 많고 직접 보고 받는 수도 많고 권한의 크기도 클수록) 코르티솔 수치가 낮게 나타났습니다. 셔먼은 리더의 서열이 높을수록 높은 통제감을 느끼고 그에 따라 불안 수준도 낮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 실험의 결과는 '리더는 고독하다'는 생각에 물음표를 짓게 만듭니다. 리더는 리더가 아닌 사람들에 비해 괴롭고 외롭기보다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덜 받고 더 행복합니다. 그런데 본디 스트레스에 대해 내성을 가진 사람들이 리더의 자리로 오르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 해도 리더가 리더가 아닌 자들에 비해 스트레스를 많이 느낀다는 말은 여전히 옳지 않습니다. 리더는 압박감을 많이 받긴 하지만 통제감이라는 버퍼가 있기에 스트레스를 컨트롤할 수 있죠.


셔먼의 실험은 비록 리더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내가 상황을 통제한다'고 느낄수록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사실, 그리고 통제감이 떨어질수록 스트레스가 가중된다는 사실은 부하직원들의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기 위한 조치로서 '권한 이양'이 무엇보다 효과적임을 또한 시사합니다. 똑같이 과중한 업무량이 주어져도 통제감이 높은 직원들이 그렇지 못한 직원들에게 비해 직무만족도가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비슷한 일을 하는 프로그래머라 해도 게임이나 솔루션 개발자들이 시스템 통합(SI) 개발자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것처럼 말입니다. 


여러분은 어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고 오늘도 스트레스를 받을 겁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결국 통제감으로 귀결될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참고논문)

Gary D. Sherman, Jooa J. Lee, Amy J. C. Cuddy, Jonathan Renshon, Christopher Oveis, James J. Gross, Jennifer S. Lerner(2012), Leadership is associated with lower levels of stress, PNAS, Sep. 2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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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적 차이가 직무만족도 차이를 야기한다   

2012. 10. 1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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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종류와 난이도, 관리자와 동료 직원들, 물리적인 업무 공간 등이 모두 동일한 조건이라 해도 업무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업무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어떤 불만을 가지는지 상관없이 자기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그마한 사안에도 불만을 떠뜨리거나 냉소적이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스토(B. M. Staw)는 이렇게 직무에 임하는 태도에 직원 각자의 기질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1969년과 1971년 사이에 이직을 했거나 경영진 교체를 경험했던 5천여 명의 직원들을 전국적으로 샘플링하여 조사한 결과로 이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직무만족도에 있어서 외부적인 근무조건도 중요하지만 직원 개인의 기질도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주장했던 것입니다. 



리차드 알베이(Richard D. Arvey)와 동료 연구자들은 스토의 연구 결과에 착안하여 '유전적인 요소'가 직무만족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다 심층적으로 규명하기로 했습니다. 알베이는 어렸을 때부터 따로 떨어져서 자란 34쌍의 일란성 쌍둥이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알다시피 일란성 쌍둥이는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에 직무만족도에 유전적인 요인이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를 연구하는 데 적합했습니다. 조사를 해보니 일란성 쌍둥이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의 복잡성과 신체적 조건이 비슷한 직업을 택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모두 20개의 문항으로 직무만족도를 측정하게 하자 전반적으로 일란성 쌍둥이들이 각자 느끼는 직무만족도에서 뚜렷한 상관관계가 포착되었습니다. 


특히 20개의 문항 중에서 충분한 업무 시간, 독립적 업무 수행, 성취감, 판단의 자유 등 만족의 '내적 요소'에 해당하는 12개의 문항에서 상관관계가 높았습니다. 다시 말해 동일한 만족도 문항에 대해 일란성 쌍둥이들은 비슷한 측정값을 내놓았다는 뜻이죠. 급여, 작업환경, 고용의 안정성, 칭찬 같은 만족의 '외적 요소'에는 일란성 쌍둥이들 사이의 상관도가 미약했습니다.


알베이는 동일한 유전자를 지닌 일란성 쌍둥이들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직무에 느끼는 만족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서 유전적 요소가 직무만족도에 적어도 30퍼센트를 기여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30퍼센트라는 값이 그리 크지 않게 느껴지지만 외부적인 근무조건(업무 난이도, 관리자 및 동료, 물리적 작업환경 등)이 동일할 경우에 직원 개인의 'DNA'가 직무만족의 차이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합니다. 


만족이라는 감정은 외부의 상황과 조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리고 상황과 조건을 해석하는 필터는 환경적인 요인보다는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상당히 좌우됩니다(물론 환경적 요인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황을 항상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구나 긍정적으로 여기는 상황도 항상 냉소적으로 바라보려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참고논문)

Richard D. Arvey, Thomas J. Bouchard, Jr., Nancy L.Segal, Lauren M. Abraham(1989), Job satisfaction: Environmental and genetic component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Vol. 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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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가 나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알까?   

2012. 10.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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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일까요, 아니면 다른 사람일까요? 우리는 자기 자신을 항상 관찰하고 느끼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자기 자신을 더 잘 안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나에게 무언가를 지적하면 그 내용이 맞건 틀리건 간에 일단 '당신이 나에 대해 뭘 안다고?'라는 감정이 일어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내가 모르는 것을 다른 사람이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사실에 또한 놀라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나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나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인지 명확하게 분간이 되질 않습니다. 


사이민 바지르(Simine Vazire)는 나 자신의 여러 가지 특성 중에 내가 잘 아는 부분이 따로 있고 다른 사람이 잘 아는 부분이 따로 있을 거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165명의 학생들을 모은 다음 서로 잘 아는 친구끼리 5명씩 그룹을 이루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멤버들의 성격 특성들을 평가하게 했습니다. 이 과정이 끝나고 바지르는 이번에는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그룹을 이루도록 한 다음에 역시 다른 멤버의 성격 특성을 평가하도록 요청했습니다. 평가 전에 10분 동안 각자 대화할 시간을 줌으로써 성격 특성을 파악하도록 했죠. 





이렇게 자기 자신, 친구, 모르는 사람이 각각 평가한 결과의 정확도를 계산해 보니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먼저 신경증적 성질(neurotism)과 같이 알아차리기 어렵고 측정하기도 어려운 특성들은 자기 자신이 가장 정확하게 평가했습니다. 반면, 알아차리기는 어렵더라도 측정하기 쉬운 특성(예 : 지적능력(intellect))들은 친구가 가장 정확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외향성(Extraversion)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서 알아차리기는 쉽지만 측정하기는 어려운 특성들에 대해서는 정확도가 모두 비슷했습니다. 이것으로 나 자신에 대해 내가 잘 아는 부분과 친한 사람이 잘 아는 부분이 같지 않다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이 실험 결과는 평가 결과에 대해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에 시각 차이가 존재함을 시사합니다. 피평가자가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특성에 대해 평가자는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 평가자의 입장에서는 피평가자의 실제 특성을 정확히 평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 실험이 보여줍니다. 요약하면, 창의력과 지능 등의 지적능력은 평가자가, 자존감과 불안감 같은 신경증적 성질은 피평가자 자신이 잘 평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달변, 지배력, 리더십과 같은 외향성은 피평가와 평가자가 공히 잘 평가하는 특성입니다. 


이런 차이를 숙지한다면 상대방에 대해 알기 어려운 특성을 내가 잘 안다고 믿거나, 상대방이 나보다 더 잘 아는 나의 특성을 지적할 때 거부감이 드는 경우를 경계해야 할 겁니다. 나에 대해 상대방이 잘 아는 특성이 따로 있고 내가 잘 아는 특성이 따로 있음을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유념해야만 엉뚱한 피드백이 오고 가는 일이 적어지고 평가에 대한 불만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상사가 나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알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더 잘 아는 부분도 있고 더 모르는 부분이 있다.'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참고논문)

Simine Vazire(2010), Who Knows What About a Person? The Self–Other Knowledge Asymmetry(SOKA) Model,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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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에서 배우는 성과관리의 교훈   

2012. 10. 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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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이기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쟁에 참여한 병사들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충성을 다하는 것? 아니면 '군인의 명예를 유지하는 것? 아닙니다. 병사들의 가장 큰 목적은 무엇보다 '살아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기면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면 그 전쟁은 패배합니다. 베트남 전쟁 패배의 근본적 원인은 전쟁의 목적과 병사들의 목적이 일치하지 않은 데에 있었습니다.1) 


베트남 전쟁의 목적은 물론 '이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병사들의 목적도 역시 '살아서 돌아가는 것'이었죠. 하지만 베트남 전쟁은 '이기면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징집된 병사들은 '내 임무가 끝나야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어이없게도 막사에 수류탄을 까 넣거나  등 뒤에서 총을 쏴 상관을 살해하는 일(fragging, 프래깅)이 빈번했습니다. 1000여 명의 장교와 하사관들이 프래깅으로 죽었다고 합니다.2) 결국 베트남 전쟁은 철저히 패배하고 말았죠.





기업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이윤 추구, 아니면 사회적 기여? 유일한 답은 없습니다. 기업의 목적은 기업마다 다르고 또 달라야 합니다. 직원들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조직 내에서 인간으로서 '존중 받는 것'입니다. 돈으로 존중 받든 일로 존중 받든 인간은 신뢰와 배려를 갈구하는 동물이니까요. 만일 고귀한 것이든 속물적인 것이든 간에 기업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 과정에서 직원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직원들이 그들의 상사를 어떻게 대할 것 같습니까? 프래깅이 전쟁에만 있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이런 기업은 자기네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끝내 망하고 말 것입니다.


조직의 목적의 개인의 목적이 일치하기는커녕 서로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을 때 실패는 자명합니다. 성과관리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KPI를 어떻게 하면 객관적으로 도출하느냐가 아니라, 조직의 목적과 개인의 목적을 일치시키는 일이 성과관리의 유일한 목적이자 목표여야 합니다.



(*참고 문헌)

1) Steven Kerr(1975), On the Folly of Rewarding A, While Hoping for B.,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Vol.18(4)

2) 조너선 닐, <두 개의 미국>, 문현아 역, 책갈피,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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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떨어지는 자를 채용하는 게 낫다   

2012. 10. 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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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와 B, 이렇게 2명의 지원자 중에 한 명을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A는 누가 봐도 스펙과 경력이 뛰어난 반면, B는 그보다 못하다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둘 중 누구를 뽑아야 할까요? 상식적으로 볼 때 당연히 A를 뽑는 게 유리하겠죠? 하지만 이런 상식적 결정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막스 플랑크 경제연구소의 나탈리아 몬티나리(Matalia Montinari)와 동료들은 학력, 경력, 자격 등이 썩 좋지는 않은 평범한 지원자(less qualified)를 뽑아야 유리하다는,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실험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몬티나리가 어떤 실험으로 이와 같이 직관에 반하는 결론을 내렸는지 살펴볼까요? 몬티나리는 총 630명의 실험 참가자를 모집하여 3명씩 그룹을 이루도록 하고 각자 격리된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각자에게 고용주, 지원자 A, 지원자 B의 역할을 무작위로 부여했죠. 이때 지원자 B는 능력이나 스펙이 평범한 사람으로 인식시켰습니다. 참가자들이 수행한 과제는 고정 임금 조건으로 채용된 이후 지원자가 회사의 생산성을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쏟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종의 게임이었습니다.




몬티나리는 크게 2가지의 실험 조건을 설정했는데, 하나는 고용주가 A와 B 중에 한 사람을 채용하기로 결정한 후에 자유로운 형식으로 합격자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조건('소통 조건')이었습니다. 메시지의 내용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조건은 합격자에게 합격됐다는 알림 이외에 아무런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게 하는 조건('불통 조건')이었죠. 각 그룹은 무작위로 이 2가지 조건으로 배정됐습니다(사실 다른 조건 2가지가 더 있는데 여기서는 생략).


실험으로 얻은 첫 번째 결과는 제법 많은 고용주들이 평범한 지원자인 B를 합격시켰다는 것입니다. '소통 조건'에서 29.3%, '불통 조건'에서 36.2%의 고용주가 지원자 B를 선택했습니다. 거의 모든 고용주들이 스펙이 우수한(high qualified) 지원자를 선택할 거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입니다. 두 번째 결과는 고용주가 누구를 선택했든 상관없이 '소통 조건'에서 선발된 지원자들이 '불통 조건'에서 선발된 지원자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더 많은 노력을 쏟기로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원자 본인이 '왜 선발됐는지'를 분명히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우리의 상식을 확인시켜 주는 결과입니다. 


세 번째 결과는 가장 충격적이었고 이 연구의 핵심이었습니다. '소통 조건'에서 선발된 평범한 지원자들은 스펙이 뛰어난 지원자들에 비해 50퍼센트나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로 결정했습니다. 게다가 이 조건에서 고용주가 얻는 이익은 평범한 지원자를 뽑을 경우가 뛰어난 지원자를 뽑을 경우보다 40퍼센트나 많았습니다. 반면, '불통 조건'에서는 지원자들이 내놓는 노력의 차이와 고용주가 얻는 이득의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몬티나리는 이런 결과를 '유도된 상호성(Induced Reciprocity)'란 말로 정리합니다. 선발되기에 조금 모자란 능력과 스펙을 지닌 자들이 스스로 능력과 스펙이 뛰어나다고 느끼는 자들보다 더 열심히 일함으로써 고용주의 채용에 보답한다는 뜻입니다. '불통 조건'에서는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는 평범한 지원자에게 '능력과 스펙이 그리 뛰어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뽑았다.'란 메시지를 어떤 식으로든 전달할 때 지원자가 그에 대한 보답으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그에 따라 고용주가 얻는 이득도 높아짐을 뜻합니다. 일종의 부채감이 더 열심히 일하도록 만드는 동력이 된다는 것이죠.


몬티나리도 밝혔듯이 이 연구는 몇 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장기적인 효과는 다루지 않았다는 점, 2명의 지원자 중 한 명을 뽑는 가장 단순한 상황을 가정했다는 점, 임금을 고정으로 설정했다는 점, 평범한 지원자의 보답이 더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나타날지 의심스럽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적어도 스펙이 떨어지는 직원을 뽑는다고 해서 손해는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시사합니다. 고용주가 적절하게 의사소통하면 스펙이 떨어지는 직원들을 통해 더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난 자격이 충분해'라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고(高) 스펙의 직원들은 그런 스펙을 얻기까지 소요된 비용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자신의 노력을 덜 기여하려는 동기를 갖습니다. 그래서 잘난 직원들로 조직을 채워도 드림팀이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예전 글 '잘난 직원들을 모으면 드림팀이 될까' 참조). 몬티나리 실험에서 평범한 지원자를 선택한 고용주들은 이런 점을 알았던 모양입니다.


스펙은 회사에서의 노력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높은 성과는 더더욱 담보하지 못합니다. 지금 이순간도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수많은 예비지원자들, 그리고 이왕이면 스펙이 뛰어난 자를 뽑으면 회사에 좋지 않겠냐며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영자와 인사 담당자들에게 몬티나리의 연구가 따끔한 일침이길 바랍니다.



(*참고논문)

Natalia Montinari, Antonio Nicolò, Regine Oexl(2012), Mediocrity and Induced Reciprocity, Jena Economic Research Papers 201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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