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때때로 기대하는 자에게 찾아온다   

2013. 3. 1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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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실험에서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첫 번째 그룹에게는 불이 들어오면 곧바로 스위치를 누르게 했습니다. 반면, 두 번째 그룹에게는 반응 속도가 아주 빠른 전투기 조종사가 됐다고 상상하게 한 다음에 역시 불이 들어 오면 스위치를 누르도록 했죠. 그랬더니 두 번째 그룹(전투기 조종사를 상상한 그룹)이 첫 번째 그룹보다 훨씬 빠른 반응 속도를 보였습니다. 단순히 상상했을 뿐인데 실제로 반응 속도가 더 빨랐던 것이죠. 잘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자기도 모르게 행동에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출처 : http://office.microsoft.com/ko-kr/images/)



어떤 불행도 역시 기대감에서 찾아옵니다. 그 기대하는 바가 '나쁘다'는 것이 문제죠. 데이비드 필립스(David Phillips) 등의 연구자들이 1973년 1월부터 1998년 12월 말까지 중국계 및 일본계 미국인(약 21만명)들과 백인계 미국인(약 4733만명)의 사망일을 조사했더니 이상한 패턴이 발견되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매월 4일이 되면 중국계 및 일본계 미국인이 만성심장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다른 날보다 눈에 띄게(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으니 말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알다시피 동양에서 숫자 '4'는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기에 죽음을 연상시키는 불길한 숫자입니다. 숫자 4의 불길함이 사람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결과는 아닐까요? 매월 4일이 된다고 해서 물리적인 환경과 의학적인 환경이 특별히 달라졌다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필립스는 이런 현상을 '바스커빌 효과(Baskerville Effect)'라고 명명했습니다. 이 말은 아서 코난 도일의 작품 <바스커빌 가문의 개>에서 따온 것인데, 이 작품의 주인공 찰스 바스커빌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심장마비로 사망했죠. 바스커빌 효과는 백인들에게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서양에서는 숫자 13을 불길하게 여기지만 그 숫자는 '발음상'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기(no linguistic link) 때문이라고 필립스는 설명합니다.


때때로 행운은 인생에 거는 기대치가 높은 사람에게 찾아온다고 합니다. 우리가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우연하게 온 것이라기보다는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 낸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불행도 어떤 것들은 자기가 불러 들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만일 오늘 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면 불길한 상상은 떨쳐 버리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됐다고 자기암시를 걸어보면 어떨까요? 아마 자신도 모르게 일이 술술 풀릴 겁니다. 



(*참고문헌)

리처드 와이즈먼, <잭팟 심리학>, 이은선 역, 시공사, 2008


Phillips, D. P., Liu, G. C., Kwok, K., Jarvinen, J. R., Zhang, W., & Abramson, I. S. (2001).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effect: natural experiment on the influence of psychological stress on timing of death. BMJ: British Medical Journal, 323(732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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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에 열정을 갖지 말라   

2013. 3.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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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9일부터 3월 7일까지 페이스북에 올린 짧은 생각들



[열정에 대하여]


- 열정에 열정하지 말라.


- 열정은 선(善)이 아니다. 추구해야 할 가치도 아니다. 열정은 그저 여러 도구 중 하나일 뿐이다.


- 열정을 갖는 게 먼저가 아니라, 무엇에 열정해야 하는가가 먼저다. 그 무엇이 찾아지기 전까지는 당신은 열정적이지 않아야 한다.





[재택근무에 대하여]


- 직원들에게 재택근무제를 실시하기 전에 경영자(혹은 관리자)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 5개


1. 나는 결과만 보고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가?

2. 직원들의 업무는 집에서도 충분히 수행될 수 있는가?

3. 이미 직원들은 집에서 상당량의 일을 하고 있는가?

4. 집에서 일하고 싶다는 직원들의 욕구가 큰가?

5. 모든 법적 요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

(출처 : http://feeds.inc.com/~r/home/updates/~3/PVPkoUawzks/story01.htm)


- 50년간 주의깊게 조사한 결과,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거의 비슷했다고 한다. 옛날보다 요즘에 일을 더 오랫동안 한다는 생각을 옳지 않다. 옛날보다 시간적 압박이 더 강해졌기 때문에 더 오래 일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갑과 을에 대하여]


- "옛날 옛날에 갑과 을이 살었어요. 갑은 프로젝트를 수주한 을에게 곧 계약을 체결할 테니 일단 프로젝트를 진행하라고 했어요. 한달이 지나자 갑은 을에게 없던 일로 하자고 했어요. 을은 한달 동안 들어간 비용은 어떻게 하냐고 따졌어요. 갑은 다음에 일 안하고 싶으냐고 눈을 부라렸어요. 어쩌겠어요. 을은 계속 '다음 일'을 기다릴 수밖에요."


- "옛날 옛날에 갑과 을이 살았어요. 갑은 을에게 뭔가를 의뢰했어요. 을은 겨우 일정을 빼서 해주겠다고 말했죠. 며칠 후 갑이 취소 통보를 했어요. 을은 화가 났지만 참았어요. 다시 갑이 을에게 뭔가를 의뢰했어요. 이번에도 겨우 일정을 빼서 해주겠다고 말했죠. 하지만 을에게 피치못할 사정이 생겨 그것을 해주기가 불가능해졌어요. 을은 갑에게 못하겠다고 말했죠. 갑은 말그대로 '길길이' 날뛰었어요. 업계에 나쁜 소문을 내겠다고 협박도 했어요. 갑은 ''취소할 수 있는 자'이고 을을 '취소할 수 없는 자'라는 씁쓸한 현실을 을은 통탄했어요."



[소통과 의사결정에 대하여]


- 소통을 잘하려면 소통이 안 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 사람 머리 속이 어떤지 어찌 아랴?


- 소통을 강조하는 리더일수록 권위적이더라.


- 소통을 강조하는 리더일수록 하향식 소통에만 관심이 있더라.


-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말이 어느 조직이나 나온다. 하지만 의사소통 안 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동일한 사건을 두고 서로 기억을 달리 하는 '기억 왜곡'이라는 현상이 의사소통을 자연스럽게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 어려운 보고서, 복잡하고 긴 분석 절차, 연 이은 회의, 오고가는 최신의 생소한 용어 등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자기 만족 혹은 자기 위안의 결과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것보다 고리타분한 아이디어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더 어렵다."...by 존 메이너드 케인스


-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2단계 절차

1단계 : 언제까지 의사결정을 늦출 수 있는지 가늠한다

2단계 : 1단계에서 얻은 시간까지 의사결정을 늦춘다




[우리의 시간에 대하여]


아들 : 아빠는 1시간에 얼마 벌어요?

아빠 : 몰라도 돼. 그건 왜 물어?

아들 : 그냥 알고 싶어요. 좀 알려 주면 안 돼요?

아빠 : 1시간에 10만원 번단다.

아들 : 그래요? 그럼 저에게 5만원만 빌려 주세요.

아빠 : (화가 나서) 그 돈은 뭐에 쓰게? 장난감 사려고? 넌 어쩜 철이 없니? 아빠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모르니?


아들은 자기 방에 들어가 버렸다. 아빠는 자기가 너무 심했나 싶어 아들 방을 노크했다.


아빠 : 자니?

아들 : 아뇨. 아직요.

아빠 : 생각해 보니 아빠가 너무 심했다. 아빠가 오늘 좀 힘들었거든. 여기 5만원 받아라. 그런데 5만원은 뭐에 쓰려고?

아들 : 아빠, 고마워요! 


아들은 베개 밑에서 구겨진 지폐 몇 장을 꺼내어 돈을 세기 시작했다. 아빠는 그걸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


아빠 : 돈 있으면서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니?

아들 : 돈이 부족했으니까 빌려달라고 했죠. 하지만 이제 충분해요. 아빠, 이 10만원으로 아빠의 시간을 1시간 사고 싶어요. 1시간 일찍 집에 오면 안 돼요? 같이 저녁 먹으면 좋겠어요.


아빠는 뒤통수를 한 방 얻어 맞은 듯 했다. 아빠는 아들을 안으며 용서를 빌었다.


우리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람들을 위해 시간을 쓰고 있을까?


(출처 : http://www.facebook.com/jungsik.yu/posts/509180282461740 )



[기타]


- 직원들을 의심할 때 평가제도는 복잡해진다.


- 불만이 없다는 것이 만족한다는 증거는 아니다. 직원들이 별로 불만이 없다는 게 회사에 만족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 직원들이 하는 실수는 경영진이 저지르는 실수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다. 직원들의 실수를 벌하지 말라.


- 나의 강점을 칭찬하는 회사로 가라. 나를 사랑하는 회사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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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우리를 거짓말하게 한다   

2013. 3. 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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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만나 대화를 나눌 때 진실을 말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상당히 자주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란 책도 있을 정도입니다(로버트 펠트만 저).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거짓말을 통해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약점을 감춤으로써 상대방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보존하기 위함이겠죠.



그런데 이런 거짓말이 직접 대면하여 이야기를 나눌 때보다 온라인 의사소통 수단을 사용할 때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매티탸후 짐블러(Mattityahu Zimbler)라는 대학원생은 로버트 펠트만(Robert Feldman)과 함께 이 같은 사실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습니다. 짐블러는 220명의 학생들을 같은 성별끼리 둘 씩 짝지은 다음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직접 대화, 인스턴트 메신저를 통한 대화, 이메일을 통한 대화를 하도록 했습니다. 


15분 간 대화를 나누게 한 후에 의사소통의 부정확성을 측정한 결과, 세 가지 의사소통 방법 모두에서 일정 수준의 속임수(기만)가 발견되었습니다. 헌데 흥미로운 것은 이메일과 인스턴트 메신저를 사용한 학생들, 즉 컴퓨터를 사용한 학생들에게서 속임수가 더 크게 나타났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이메일을 쓴 학생들에게서 거짓말의 빈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죠.


짐블러는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를 몰개성화(Deindividualization)이라는 말로 설명합니다. 컴퓨터를 사용한 의사소통(이메일, 인스턴트 메신저)이 사람들로 하여금 심리적, 물리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기 때문에 대화 상대에게 속임수를 시도하거나 거짓말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죠. 특히나 이메일은 대화 방식이 '비동기적'이기 때문에, 다시 말해 상대가 질문을 던져오면 즉각 대답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 느끼기 때문에 거짓말할 가능성이 증가한다고 짐블러는 말합니다. 아무래도 이메일을 사용하면 대화 상대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이 강한 탓이겠죠. 


온라인 의사소통 수단이 거짓말을 용이하게 만든다는 짐블러의 연구는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심지어 야외에서까지 인터넷이 일반화된 요즘, 과연 우리의 의사소통은 얼마나 진솔할지 뒤돌아보게 만듭니다. 조직에서 의사소통을 촉진시킨다며 온라인 도구(사내 메신저, 사내 SNS 등)를 도입할 계획이라면 재고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을 했었지만, 이제는 의사소통의 몰개성화로 인해 10분에 여섯 번 이상 거짓말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참고논문)

Zimbler, M., & Feldman, R. S. (2011). Liar, liar, hard drive on fire: How media context affects lying behavior. Journal of Applied Social Psychology, 41(10), 2492-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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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의 고통이 크다면 진통제를 먹어라?   

2013. 3. 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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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느끼는 고통 중에서 물건이 발등으로 떨어질 때처럼 몸부림조차 치기 어려운 고통은 없습니다. 온몸이 경직되면서 입은 떡 벌어지는데 말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죠. 뇌에서 이러한 물리적인 고통이 처리되는 부분은 '전방 대상피질(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곳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거절 당하거나 버림 받았을 때 느끼는 '사회적 고통'과도 연관된 부분이라는 사실이 뇌과학자들의 연구로 밝혀졌습니다. 물리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이 뇌의 같은 부분에서 처리되는 것입니다.


(*출처 : http://office.microsoft.com/ko-kr/images/)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던 C. 네이선 드월(C. Nathan DeWall)과 동료 연구자들은 '물리적 고통을 줄여주는 진통제가 사회적 고통에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란 재미있는 발상을 합니다. 진통제를 먹으면 전방 대상피질의 활동을 둔화시켜 실연을 당했거나 동료들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등 사회적 연결을 거부 당함으로써 겪게 되는 고통이 줄어들지 않을까, 라고 드월은 추측했습니다.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드월은 25명의 건강한 대학생을 실험에 참여시켰습니다. 참가자들 중 절반은 500밀리그램 짜리 진통제(타이레놀)를 아침에 일어나서 두 알, 잠자리에 들기 한 시간 전에도 두 알을 복용해야 했습니다.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은 동일한 약의 위약(가짜약)을 복용했죠.


이렇게 여러 날 진통제 혹은 위약을 복용한 참가자들은 실험의 마지막 날에 실험실에 모여 일종의 '공 주고 받기 게임'을 했습니다. 각 참가자들은 다른 두 참가자들과 함께 3인 1조가 되어 이 게임을 컴퓨터 상에서 진행했는데, 사실 다른 두 참가자들은 실제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로 프로그래밍된 가상의 존재였습니다. 이렇게 조작한 이유는 참가자를 무시하고 자기네끼리 공을 주고 받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즉 사회적으로 배제될 경우 참가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찰할 목적이었죠.


게임이 끝난 후에 참가자에게 "나는 다른 참가자들에게 배제된 것 같다고 느꼈다"라는 식의 질문을 통해 얼마나 사회적 고통을 경험했는지 답했습니다. 그러자 타이레놀을 복용했던 참가자들이 위약을 먹은 참가자들에 비해 고통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만으로도 진통제가 사회적 고통을 경감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할 수 있지만, 좀더 확인하기 위해서 참가자들을 기능성 자기공명 장치(fMRI) 안에 눕도록 하고 동일한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했습니다. fMRI를 사용하면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볼 수 있기에 좀더 확실한 증거를 얻을 수 있죠. 그랬더니, 공 주고 받기에서 배제될 때 타이레놀을 복용한 참가자들의 관련 뇌 활동(즉 전방 대상피질의 활동)이 위약을 먹은 참가자들에 비해 현저하게 둔화된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진통제는 뇌의 다른 부분인 전전두엽 피질(anterior insula)의 활동도 역시 둔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부분은 정서적인 프로세스를 담당하는 곳이죠. 이로써 진통제가 물리적 고통 뿐만 아니라 사회적 고통을 경감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죠.


위 연구는 실험 효과를 위해 장장 3주 동안 진통제를 복용하도록 했기에 '진통제를 그렇게 많이 먹어야 하는가'라는 걱정이 앞서긴 합니다. 진통제에 의존하지 말고 어떻게든 이겨내는 것이 낫겠죠. 하지만, 다른 사람들로부터(특히 사랑하는 사람) 배제 당했을 때 느끼는 고통이 너무나 힘겹다면 진통제 한 두 알을 먹고 잠시 잊는 게 좋을지 모릅니다. 물론 중독되지 않도록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



(*참고논문)

DeWall, C. N., MacDonald, G., Webster, G. D., Masten, C. L., Baumeister, R. F., Powell, C., ... & Eisenberger, N. I. (2010). Acetaminophen Reduces Social Pain Behavioral and Neural Evidence. Psychological science, 21(7), 93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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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이 높으면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2013. 3. 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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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많은 돈을 벌수록 그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아지고 더 많은 시간을 여가 생활에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내가 지금 여유가 없고 시간에 쫓긴 듯 생활하는 이유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죠.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경제적인 문제가 시간에 쫓기며 생활하도록 만드는 원인이겠지만, 일반적으로 '돈을 많이 벌수록 시간적 압박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토론토 대학의 샌포드 드보(Sanford E. DeVoe)와 스탠포드 대학의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가 이런 직관에 반하는 결론에 도달한 연구자들입니다. 그들은 먼저 호주에서 2001년부터 이루어진 '가계 수입과 노동 간의 역학 조사' 자료를 확보하여 성별, 학력, 결혼 여부 등의 조건들을 통제한 상태로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수입의 크기와 시간적 압박감 사이에 정(正)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수입이 높을수록 시간적 압박을 크게 느낀다는 것이죠.


(출처 : http://office.microsoft.com/)



통제된 조건에서 실험을 실시해도 동일한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드보와 페퍼는 학생들에게 가상의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는 상황을 가정하게 하고서 '어떤 업무에 얼마의 시간을 투여했는지'를 기록하고 청구하는 과제를 맡겼습니다(컨설팅 업체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분들은 이게 뭔지 잘 알 겁니다). 학생들 중 절반에겐 1분에 1.5달러를 받는 고임금의 직원으로, 나머지 절반에겐 1분에 0.5달러를 받는 저임금의 직원으로 인식시켰습니다. 


학생들은 과제를 끝낸 후에 "나는 오늘 시간적 압박을 느낀다", "어제와 비교해 나는 오늘 시간에 대해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낀다" 등의 질문에 7점 척도로 답해야 했죠. 그랬더니, 1.5달러 조건의 학생들이 0.5달러 조건의 학생들보다 시간적 압박을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무작위로 두 조건을 설정했기 때문에 시간적 압박의 차이는 임금의 높고 낮음에서 비롯된 것이죠.


'나는 가난하구나' 혹은 '나는 돈이 많은 편이구나'라는 상대적인 느낌도 시간적 압박과 관련이 있을까요? 드보와 페퍼는 학생들에게 11개의 보기를 주고 통장 잔고에 해당하는 것에 체크하도록 했습니다. 학생들 중 절반은 범위가 0에서 500달러 이상까지 표시된 설문을 받았고, 나머지 절반은 범위가 0에서 40만 달러 이상까지 표시된 설문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전자는 학생들에게 '나는 돈이 많은 편이네'라고 느끼게 만들고, 후자는 '나는 돈이 별로 없구나'라고 느끼게 만들겠죠. 


이렇게 조작한 상태에서 시간적 압박에 관한 질문을 던졌더니, 전자의 학생('부자라고 느끼는')들이 후자의 학생들보다 시간적 압박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부자라고 느끼는' 학생들에게 토론토를 소개하는 소개 자료를 읽으라고 하니 '가난하다고 느끼는' 학생들에 비해 더 빨리 읽는 모습을 보였죠(64.7초 대 80.9초). 단순하게 시간적 압박을 느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시간에 쫓긴다는 걸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보와 페퍼는 직장인들에게 연봉과 근무일을 물어 본 후에 시간당 임금을 계산하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들은 시간당 임금을 계산하도록 요청 받지 않았던 사람들에 비해 시간적 압박을 더 크게 느낀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시간의 경제적 가치'가 강조될수록(다르게 말해, '내가 한 시간에 얼마를 버는구나'를 인식할수록) 시간에 쫓기는 듯한 압박감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죠.


요즘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 시간에 쫓긴다는 소리를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그 원인은 개인적인 능력, 과제 수행에 주어진 물리적인 시간량, 각자의 근무 환경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시간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도 중요한 원인이라는 점이 이 연구의 시사점입니다. 많은 이들이 옛날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다고 불평하지만, 아귀아르(Aguiar)가 2007년에 출간한 논문에 의하면, 1965년부터 2003년까지의 데이터를 면밀하게 살펴보니 노동시간은 거의 변함이 없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가 시간에 쫓기듯 살고 있다는 느낌이 노동시간의 증가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어려움을 시사합니다. 그보다는 드보와 페퍼의 연구에서 보듯이 사람들이 '한 시간에 얼마를 벌까?'라는 시간의 경제적 가치를 더 크게 주입 받기 때문이겠죠. 


시간의 경제적 가치를 크게 느끼는 사람들, 즉 고임금을 받는 사람들이 시간적 압박을 더 강하게 받는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높은 임금이 경제적으로는 여유를 가져다 주겠지만 심리적인 여유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말이죠.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는 말이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니었나 봅니다. 어쩌면 높은 연봉은 심리적인 여유라는 비싼 대가를 치른 것인지 모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참고논문)

DeVoe, S. E., & Pfeffer, J. (2011). Time is tight: How higher economic value of time increases feelings of time pressure.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6(4), 665.


Aguiar, M., & Hurst, E. (2007), Measuring trends in leisure: The allocation of time over five decades,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22, 969-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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