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은 축복이 아니라 사회악이다   

2012. 11. 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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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POSCO)는 직원들의 금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2008년에 30퍼센트였던 흡연율이 거의 제로에 도달했다고 말합니다. 정준양 회장이 직접 나서서 직원들이 매년 건강검진을 받을 때 금연 여부를 진단 받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웅진그룹도 불시에 소변검사와 모발검사를 실시하여 금연 여부를 확인한다고 알려져 있죠.1) 직원들의 건강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것이 이 기업들이 내세우는 이유일 겁니다. 


하지만 야근에 대해서는 말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은행의 김중수 총재처럼 “젊었을 때 일을 안 하면 아주 나쁜 습관이 들어서 그 다음에 일을 하나도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야근은 축복인 것이다.”라고 말하며 야근을 개인의 경쟁력과 동일시하는 경영자들이 많죠.2) 흡연과 야근 중 무엇이 조직의 지속가능한 역량과 성과를 갉아먹는 진짜 주범일까요?




수면과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하버드 대학의 찰스 짜이슬러(Charles A. Czeisler)는 밤을 새우며 업무에 몰두하는 모습을 권장하고 그것을 미화하는 말은 술을 마시며 만취한 채 일하는 모습을 미화하는 말과 같다고 꼬집습니다.3)  "24시간 한숨도 자지 않거나 1주일 동안 하루에 4~5시간 밖에 자지 않으면, 혈중 알코올 농도 0.1퍼센트에 해당하는 신체 장애가 나타납니다.” 


짜이슬러는 적어도 24시간 연속으로 줄곧 일하는 병원의 인턴 의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들이 자신도 모르게 메스나 주사 바늘로 자신을 찌를 확률이 61퍼센트나 증가하고 자동차 충돌 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168퍼센트나 높아지며 일촉즉발의 상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무려 460퍼센트나 증가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연일 계속되는 야근이 생산성의 향상은커녕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짜이슬러는 음주, 흡연, 성희롱 등에 관한 기준만 마련할 것이 아니라 수면에 관한 행동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의 조언에 따르면, 적어도 하루에 12시간 이상 근무하지 않도록 하고 절대로 16시간 이상(아침 8시에 출근하여 밤 12시에 퇴근) 연속으로 근무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하루에 11시간 이상은 휴식을 취해야 하며, 일주일에 60시간 근무도 지양해야 합니다.


"어떤 관리자들은 직원들을 일찍 퇴근시키면 어차피 밖에 나가 술 마시며 노느라 잠을 자지 않을 것이 뻔하다고 말합니다. 책임감 없는 일부 직원들은 그렇게 하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주일에 100시간씩 일하게 하면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회사 문화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짜이슬러는 말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야근을 계속해야 한다면 회사에서 그 후의 휴식을 충분히 보장해 줘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직원 개인의 건강과 회사의 장기적인 성과를 위해서 말입니다.


기계를 가혹하게 사용하면 반드시 그 후에는 운행을 중단하고 충분히 정비해야 한다는 말은 상식에 속합니다. 그렇다면 일을 가혹하게 한(자발적이든 타의에 의해서든) 후에도 쉬지 말고 계속 일할 것을 권장하는(은연 중 혹은 직접적으로) 문화는 과연 상식적인 문화일까요? 요즘 '스마트'라는 말이 유행하다보니 직원들에게도 스마트하게 일하라고 주문하는 모양입니다. 첨단기기와 시스템을 제공한다고 해서 직원들이 스마트 워커(smart worker)가 되지는 않습니다. 혹자들이 유행에 편승하여 운운하는 '스마트 경영'은 본질에서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직원들이 누구나 가진 두뇌를 스마트하게 사용하도록 독려하는 데 있어 '충분한 수면 보장하기'만큼 스마트한 전략도 없습니다.


젊은 직원들에게 '야근은 축복'이라고 말하는,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발상은 이제 그만두어야 할 때입니다. 이제 야근은 축복이 아니라 음주운전이나 성희롱 같은 사회악이라고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덧불이는 그림)

우리나라가 1등을 놓치지 않는 부문!





(*참고문헌)

1) 독한 회장님들?..”금연해야 승진” 은근협박, 뉴시스, 2012년 4월 8일

2) 김중수 총재 “젊을때 일 안하면 습관 나빠져… 야근은 축복”, 동아일보, 2012년 9월 17일

3) Bronwyn Fryer, <Sleep Deficit: The Performance Killer>, Harvard Business Review(on-line version), Nov. 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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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란 말이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2012. 11. 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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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가서 자기계발서들을 살펴보면 여러 키워드 중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행복'입니다. "행복하려면 이렇게 하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행복을 느낄 수 없다", "행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는 식으로 독자들에게 행복의 중요성을 호소합니다. 그런 책을 읽어보면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자연스레 듭니다. 미디어나 언론에서도 우리 사회의 지향점이 국민의 행복이 되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의견을 내놓습니다. 여러분은 그런 책이나 기사를 접할 때마다 어떤 느낌이 듭니까? 행복하게 살겠다는 긍정적인 의지가 샘솟아 오릅니까? 아니면, 행복하지 않은 현재의 자신이 초라하고 나약하게 느껴집니까?


호주 퀸즐랜드 대학의 브록 배스티언(Brock Bastian)이 이끄는 연구팀은 행복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배스티언은 123명의 참가자(호주인과 동아시아인들이 섞인)들에게 설문을 돌려 '우울함을 느낄 때 나는 내가 나쁜 사람인 것처럼 생각된다(자기 평가)', '나는 우울함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자신에 대한 기대)', '다른 사람이 날 우울한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사회적인 기대)' 등의 질문에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그랬더니,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사회가 자신들에게 기대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믿는 참가자일수록 자신들이 느낄 수 있는 부정적인 감정(우울함이나 슬픔)을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이를 바꿔 생각하면, 행복을 강조하는 쪽으로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될수록, 그리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행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받을수록 사람들은 '난 슬퍼하면 안돼', '좌절하면 안돼'라면서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부정적인 감정을 억압하려 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는 자기 자신을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며 비하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행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가 오히려 행복하지 못한 상태로 이끄는 것이죠.


배스티언은 후속실험에서 '부정적인 감정은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자신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끼친다'라는 결론을 낸 연구 결과를 참가자들 중 일부에게 읽게 했습니다. 반면, 다른 참가자들은 '부정적인 감정은 잠시 지속되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라는 연구 기사를 읽었습니다. 기사 읽기가 끝나자 배스티언은 참가자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시키기 위해 과거에 경험한 좋지 않은 사건을 회상하며 글을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현재 감정 상태가 어떤지 측정해 달라고 했죠.


그 결과, '부정적인 감정은 좋지 않다'란 연구 기사를 읽은 참가자들이 '부정적인 감정은 괜찮다'란 기사를 읽은 참가자들에 비해 자신들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더욱 부정적으로 여긴다는 경향이 발견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부정적인 감정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연구 기사(비료에 관한 연구)를 읽은 대조군들 역시 '부정적인 감정은 좋지 않다'는 기사를 읽은 참가자들만큼 부정적인 감정을 부정적으로 느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만큼 '행복하지 않은 것은 옳지 않다'라는 식의 사회적인 분위기(혹은 압박)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결과였습니다.


배스티언의 연구를 종합하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거나 슬픔이나 우울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안 된다는 쪽으로 사회적 인식이나 기준이 편협하게 흘러갈 때 정상적으로 경험하는 부정적인 감정을 죄악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행복을 강조할수록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 행복하라는 말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행복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자기계발서를 가급적 멀리하는 것, 행복해야 한다는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는 것이 더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대로 사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참고논문)

Brock Bastian, Peter Kuppens,Matthew J. Hornsey, Joonha Park, Peter Koval, Yukiko Uchida(2012), Feeling bad about being sad: the role of social expectancies in amplifying negative mood, Emotion,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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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할 때 휴대폰을 완전히 감춰라   

2012. 10. 3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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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상의할 내용이 있어서 상사가 이야기를 나누는데 상사가 별로 바쁘지 않는 것 같은데도 컴퓨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여러분의 말을 듣는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상사가 비록 귀로 들으며 여러분의 말에 제법 반응을 보이더라도 '내 말을 제대로 듣는 건가?'란 의구심에 사로잡힐 겁니다. 더 자세하고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그냥 이 정도 말하고 끝내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알다시피 상사와 직원 사이이든 동료들끼리든 간에 모든 대화의 기본조건은 상대방의 눈에 시선을 맞추고 경청하면서 적절하게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대화의 질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대화를 통해 서로의 친근감과 신뢰 관계를 높이기 위해서는 대화를 하는 그 시간만큼은 상대방의 말에 무엇보다 집중해야 하죠.


여러분이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경청하기를 원한다면 컴퓨터나 휴대폰에게 한눈을 팔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영국 에섹스 대학교의 앤드루 프르지빌스키(Andrew K. Przybylski)는 진실한 대화를 나누려면 휴대폰을 포함하여 세상과 연결되는 모든 전자기기들로부터 멀리 떨어지라고 조언합니다. 프르지빌스키는 실험을 통해 휴대폰이 단지 옆에 놓여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질이 떨어지고 서로에 대한 친근감과 신뢰감이 약해진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는 74명의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두 명씩 짝을 이루도록 하고, 휴대폰이 옆에 놓여져 있는 조건이거나 휴대폰 대신 수첩이 놓여져 있는 조건 하에서 지난 달에 자신에게 일어난 흥미로운 일에 대해 10분 동안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했습니다. 휴대폰(혹은 수첩)은 참가자들의 시선이 직접 닿지 않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죠.


대화과 종료되자 프르지빌스키는 참가자들에게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누면 상대방과 내가 친구가 될 것 같다."는 식의 문항을 통해 '관계의 질'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휴대폰이 놓인 조건 하의 참가자들은 수첩이 놓인 조건 하의 참가자들에 비해 관계의 질을 낮게 평가했습니다. 상대방에게 느끼는 '친근감'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휴대폰이 서로의 시선을 직접적으로 방해하지 않더라도 '저기에 휴대폰이 놓여져 있구나.'란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으로 신경이 분산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상대방과 의미 있고 진지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할 때 휴대폰의 존재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프르지빌스키는 참가자들을 반으로 나눠 플라스틱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가볍게 이야기하라고 하고,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에게는 작년에 경험한 가장 의미 있는 사건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라고 요청했습니다.


10분 간의 대화가 끝나고 나서 "나는 대화 상대를 진정으로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질문으로 '신뢰감'을 측정하고, "상대방이 나의 생각과 느낌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한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으로 '공감'의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그랬더니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한 참가자들은 휴대폰이 있던 없던 신뢰감과 공감의 수준이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진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 참가자들은 휴대폰이 있을 때보다 휴대폰이 없을 때 높은 신뢰감과 공감을 나타냈습니다. '관계의 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중요하고 신중한 주제로 대화할 때는 휴대폰의 존재 유무에 큰 영향을 받았죠.


그렇다면 왜 휴대폰이 단순히 옆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 (특히 진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눌 때) 대화의 질과 상대방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는 걸까요? 아마도 휴대폰의 존재는 둘 사이의 대화를 방해하는 제3자가 언제든지 끼어들 수 있다는 점을 프라이밍(priming)하기 때문이겠죠. 따라서 상사와 직원 간의 면담이든 팀원들끼리의 회의든 간에 휴대폰이 눈에 띄지 않도록 해야 대화와 회의의 질을 높이고 유대감을 공고히 할 수 있습니다.


프르지빌스키는 휴대폰을 대상으로 실험했지만 노트북 PC나 태블릿 PC와 같이 인터넷으로 '세상의 다른 곳'과 연결된 전자기기들도 역시 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짐작됩니다. 직원이 진지하고 심각한 주제로 면담을 청해 오면 상사는 반드시 세상과 연결되는 모든 전자기기로부터 '해방된 곳'에서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가벼운 주제이거나 정보 전달을 위한 짧은 대화가 아니라면 노트북 덮개를 덮거나 휴대폰을 꺼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추어 둬야 하겠죠. 


이게 어렵다면, 최소한 대화 중에 PC에서 눈조차 떼지 않는 무심한 태도는 버려야 합니다(사실 이런 분들이 꽤 많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유대감은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그리고 그렇게 작은 무심함에 의해 무너진다는 점을 깨닫는다면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요즘 까페에 가면 연인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애니팡이나 카카오톡을 하느라 휴대폰에서 손을 떼지 않더군요. 둘 사이에 과연 얼마나 깊은 대화가 오고 갈까요?



(*참고논문)

Andrew K. Przybylski, Netta Weinstein(2012), Can you connect with me now? How the presence of mobile communication technology influences face-to-face conversation quality,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July 1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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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재미없으면 성과관리는 무용지물   

2012. 10. 3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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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두 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A는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의무감이 투철한 사람이라서 일을 하지 않는다든지 일을 했어도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고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직원입니다. 반면 B는 일 자체를 흥미롭게 느끼고 일에서 기쁨을 얻는 사람으로서 일의 결과가 썩 좋지 않아도 낙담하거나 자책하지 않습니다. 평균적으로 둘 중 누구의 성과가 높게 나타날까요? 누구의 자존감이 더 높고 경력에 대한 만족감이 더 높을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자존감과 경력에 대한 만족감은 B의 경우에 더 높게 나타나겠죠. 하지만 성과 측면에서는 A와 B 중에 누가 더 높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성과 창출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느끼는 A, 성과보다는 일 자체에서 재미를 찾는 B, 누가 더 성과가 높으리라 생각합니까?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클라크 대학교의 로라 그레이브스(Laura M. Graves) 등의 연구자들은 5일 짜리 리더십 향상 프로그램에 등록한 346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먼저 참가자 각자의 자존감(Self-Esteem)을 "전반적으로 나는 내 자신에 만족한다."와 같은 10개의 문항으로 측정했습니다. 그런 다음, 현재 각자가 얼마나 성과 창출에 대한 의무감을 느끼는지를 "내가 일을 즐기지 못하더라도 열심히 일하는 것이 나에게는 중요하다.", "나는 때때로 내 안의 누군가가 내게 열심히 일하라고 말하는 것을 느낀다."와 같은 문항으로 평가했죠.


그레이브스는 또한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측정하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내 일이 너무 흥미로워서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일이 재미있어서 내게 요구된 것보다 더 많이 일을 한다.", "가끔 아침에 일어날 때 얼른 일하러 나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 등의 문항을 제시했습니다. 이 밖에 그레이브스는 참가자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감과 경력 만족도도 측정했죠.


가장 중요한 측정치인 '업무 성과'는 해당 참가자의 상사, 동료, 직속 직원들로부터 '360도 평가'를 받는 방식으로 확보했습니다. 전략적 마인드, 적극성, 결단성 등 리더가 갖춰야 할 16가지 스킬과 리더로서의 약점 등을 158개 문항을 통해 해당 참가자의 수준을 측정하도록 했죠.


다소 복잡한 분석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는 이러했습니다. 첫째, 성과 창출에 대한 의무감은 경력 만족도와 업무 성과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하더라도 그것이 높은 업무 성과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둘째,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을수록 경력 만족도와 업무 성과가 높았으며 심리적인 압박감이 덜했습니다. 셋째, 자존감이 높은 참가자일수록 업무 자체에서 만족감을 크게 느끼고 성과에 대한 압박감이 덜했습니다. 이를 통해 높은 자존감은 높은 경력 만족도와 높은 성과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죠. 


네 번째 결과가 가장 중요한 것인데, 일 자체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에는 성과 창출에 대한 의무감(혹은 압박감)이 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일을 재미있게 여기는 참가자들에게는 성과를 높여야 한다는 의무감이 가해진다고 해서 더 나은 성과가 창출되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성과 창출에 대한 의무감은 일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사람에게나 효과가 있었던 겁니다.


그레이브스의 연구 결과를 정리하면, 직원들에게 성과 창출에 대한 의무감을 강조하기보다는 일 자체로부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여러 모로 배려하는 것이 더 나은 성과, 더 높은 경력 만족도, 더 낮은 업무 스트레스를 추구하는 길입니다. 직원들이 업무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할 때 성과 창출에 대한 의무감을 강조하면 성과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그레이브스의 연구에서도 이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가해지든 스스로 의무감을 느끼든지 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높여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몇 가지 소소한 문화적 장치를 통해 직원들이 일에서 재미를 찾도록 유도하는 방법으로는 부족합니다. 조직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깜짝 이벤트에 그치고 직원들의 냉소는 심화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관리자들이 직원들을 코칭할 때도 성과에 대한 의무감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업무에서 흥미를 찾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지를 조언하고 피드백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직원들이 조금이라도 개선되는 모습이 있으면 진심으로 칭찬하고, 실패했더라도 그것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을 직원에게 이해시키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관리자들은 보통 당장 발등에 떨어진 성과 목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원들에게 성과 창출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직원들이 '아침에 일어나 얼른 출근하고 싶어지는' 조건을 형성할 때의 이로움을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압박은 다시 또 다른 압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관리자나 직원이나 모두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의 일은 '놀이'처럼 즐겁습니까? 아니면, '숙제'처럼 괴롭습니까? 일이 재미 없으면 성과관리는 무용지물입니다.



(*참고논문)

Laura M. Graves , Marian N. Ruderman, Patricia J. Ohlott, Todd J. Weber(2012), Driven to Work and Enjoyment of Work: Effects on Managers’ Outcomes, Journal of Management, Vol.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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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분위기가 좋아야 하는 이유   

2012. 10. 2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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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분위기가 밝고 즐거울 때와 어딘지 모르게 가라앉아 있을 때, 둘 중 어느 상태일 때 일이 더 잘 될까요? 당연히 전자의 경우에 업무가 잘 되고 좋은 성과를 거두겠죠. 이는 상식에 해당하지만, 긍정적인 분위기가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를 증진시키기 때문에 더 나은 업무 성과를 낸다는 점을 실험으로 밝힌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의 루비 내들러(Ruby T. Nadler)와 동료 연구자들은 87명의 참가자들에게 유튜브(YouTube)에서 수집한 음악과 동영상을 접하게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즐거운 음악과 긍정적인 내용의 동영상, 우울한 음악과 심각한 내용의 동영상,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중립적인 음악과 동영상을 듣고 시청했습니다.




그런 다음, 내들러는 참가자들을 컴퓨터 앞에 앉히고 모니터 상에 나타나는 여러 개의 패턴(Gabor patch라고 불리는 것)들을 보고 패턴들 사이에 존재하는 법칙을 찾아 내는 과제를 맡겼습니다. 이런 류의 과제는 '법칙 기술 범주(Rule-described Categories)'라는 어려운 말로 분류되는 것인데, 간단히 말해서 가설을 설정하여 테스트함으로써 법칙을 찾아내는 과제를 말합니다. 


실험 결과, 사전에 즐거운 음악과 긍정적 내용의 동영상을 접한 참가자들이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보다 월등한 성적을 냈습니다. 즐겁고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법칙 기술 범주에 해당하는 과제를 보다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였죠. 흥미로운 것은 우울한 음악을 듣고 심각한 내용의 동영상을 봤다 하더라도 중립적인 음악과 동영상을 접한 참가자들보다 과제 수행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두 그룹의 참가자들은 성적이 거의 비슷했으니까요.


법칙 기술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 과제를 수행하면 어떻게 될까요? 내들러가 참가자들을 반으로 나눠 쉽사리 법칙을 찾아 표현하기 어려운 과제를 부여하자 즐거운 음악과 동영상을 접했던 참가자들의 성적이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음악과 동영상을 접하든 참가자들은 동일한 성적을 보였죠. 이는 까다로운 업무에 대해서는 즐거운 분위기 조성이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결과입니다.


여러분이 담당하는 업무는 법칙 기술 범주에 해당하는 과제와 그렇지 않은 과제가 섞여 있을 겁니다. 그 비율이 각자 다르겠지만, 내들러가 논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즐겁고 긍정적인 업무 분위기가 과제를 잘 수행하기 위한 최적의 전략을 선택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우울하고 가라앉은 사무실 분위기는 직원들의 인지적 유연성에 악영향을 미쳐 일상적인 업무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생산성을 10%P 이상 높일 목적으로 시스템을 도입하고 제도를 신설하는 일보다는 즐거운 분위기에서 직원들이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먼저이겠죠.


여러분의 사무실 분위기는 지금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Ruby T. Nadler, Rahel Rabi, John Paul Minda(2010), Better Mood and Better Performance: Learning Rule-Described Categories Is Enhanced by Positive Mood, Psychological Science, Vol.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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