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하는 CEO께 드리는 말씀   

2013. 7.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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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하는 CEO에게 드리는 말씀] 2013년 7월 9일(화)


1.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 대표와 연결돼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좀 쑥쓰럽지만 최근에 제가 책을 냈는데, 제목이 <착각하는 CEO>이다. 제목이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끄는지 많은 분들이 이 책에 관해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 제목만 딱 들으면 책의 내용이 ‘자기경영’과는 좀 거리가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회사의 관리자들이 리더로서 부하직원을 관리할 때 착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또 올바른 방향으로 직원들을 이끄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자기경영이다. 그래서 오늘은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조직의 리더들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조직을 관리해야 하는지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2. <착각하는 CEO>라... 어떤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인가?


말 그대로 CEO들이 직원들의 심리를 잘 안다고 믿는, 그런 자신만만함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표적으로 이런 사례가 있다. 회사가 어려워져서 인력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하면, 많은 경영자들이 정보를 감추고 밀실에서 몇명이 구조조정을 계획을 세운 다음에 발표하곤 한다. 그래야 직원들이 덜 반발하고 덜 동요할 거라고 생각하고, 또 그래야 구조조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구조조정한다는 소문을 듣고 어떤 마음일까? ‘이러이러 하더라’라는 이야기, ‘카더라 통신’ 때문에 마음을 잡지 못하고, 불안감 때문에 소문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해고 대상자라고 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할 텐데, 아무일도 못하게 되고, 나중에 발표가 나면 정신적 충격까지 받게 된다.


이런 식으로 직원들을 구조조정한 회사가 바로 씨티뱅크였다. 씨티뱅크는 직원들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직원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통제할 권리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구조조정의 후유증이 깊게 남아서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말았다. 아무도 모르게 일사천리로 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더 손해를 보고 말았던 것이다. 이렇게 직원들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영자의 시각을 고발하기 위한 이야기들로 책이 구성되어 있고, 여러 가지 심리 실험으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3. 단적으로, 경영자들이 직원 심리를 헤아리지 못해서 생긴, 재미있는 사례가 책에 소개돼 있나?


2001년에 미국 보스턴 소방본부는 소방관들에게 병가 일수를 1년에 15일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원래 소방관들은 일수 제한없이 병가를 쓸 수 있었는데, 소방관들이 아프지 않은데도 병가를 쓸까봐 그랬는지 이렇게 제한 규정을 두기로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방침을 실시하고 나서 병가일수가 줄어들었을까? 새 제도가 시행되고 나서 오히려 소방관들은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에 병가를 더 많이 신청했다. 전년도 같은 시기에 비해 오히려 10배나 증가했던 것이다. 소방관들이 쓴 총 병가일수를 계산해 봐도 2배나 증가한 수치였다.


왜 이런 이상한 결과가 나왔을까? 원래 소방관들은 아프거나 다쳐도 공공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조금 아프거나 불편해도 사명감을 가지고 출근했다. 그런데 1년에 15일만 쓸 수 있다고 하니까, “15일까지는 병가를 써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15일을 다 써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고 말았다. 이처럼 직원 심리를 잘 모르고 무조건 통제하면 직원들이 따라올 거라고 경영자들은 잘못 생각한다. 내 블로그에도 많은 분들이 댓글로 비슷한 사례를 제보하기도 했다.



4. 어떤 제보였나? 


한 회사가 야근을 마치고 자정 이후에 퇴근하면서 택시를 이용할 경우에만 택시비를 지원해 주겠다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는데, 그전엔 그런 규정 없이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택시비를 청구할지 말지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자 직원들은 야근한 다음에는 자정까지 PC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자정이 넘으면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방법을 썼다고 한다. 택시비를 줄이려고 하다가 오히려 택시비가 예전보다 많이 나가게 된 것이다.


규정을 만든다는 것은 직원들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직원들은 자신들이 불신의 대상이란 것을 알게 되면, 이렇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규정을 지키면서도 ‘최대한 활용’하게 된다. 경영자가 되면 이런 심리를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5. 아직 읽어보지는 못하고 책의 목차만 쭉 살펴봤는데, ‘뛰어난 직원은 뛰어난 지원자를 거부한다’란 흥미로운 소제목이 눈에 띈다. 어떤 내용인가?


그것 역시 경영자가 직원들의 심리를 모르고 착각하고 있다는, 또 하나의 사례인데, 우리는 보통 누군가를 채용할 때, 일 잘하는 직원이 지원자들을 만나보면 좋은 직원을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이미 심리 실험으로 나와 있다. 스티븐 가르시아라는 심리학자가 실험을 해서 규명한 사실인데, 같은 팀에서 활동할 팀원을 선발하라고 하니까 수학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수학보다는 어휘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뽑으려고 했고, 어휘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어휘보다는 수학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뽑으려고 했다고 한다.


뛰어난 사람이 뛰어난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 말은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뛰어난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있기 때문에 그 뛰어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배제하려는 게 사람들의 심리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뛰어난 직원을 채용 과정에 참여시키지 않는 게 좋을지 모른다. 



6. 경쟁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을 하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가?


환경이 급변하고 글로벌한 사회가 되면서 기업들은 직원들을 경쟁의 장으로 계속 내몰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성과가 높아질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은 단기적인 성과를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인 성과는 창출하지 못한다. 직원들이 성과급만 잘 받으려고 꼼수를 쓰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식민 통치하던 시절에 쥐가 많아서 아주 골치였다.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에게 쥐를 잡아서 쥐가죽을 벗겨서 오면 그만큼 돈을 주기로 했다. 그랬더니 베트남 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 그 사람들은 쥐를 잡지 않고 쥐를 사육했다고 한다. 쥐는 전혀 줄지 않고 오히려 예전보다 더 창궐했다.


이 사례처럼 직원들을 경쟁시켜서 그에 따라 연봉을 차등해서 주면,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돈만 잘 받아갈 수 있는지, 그런 것에만 신경 쓰도록 만들어서 장기적으로 성과가 더 나빠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 돈은 일하고자 하는 동기가 사라지도록 만든다.



7. 일반적으로 돈을 많이 주면 열심히 일하려고 하지 않나?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돈은 열심히 일하려는 동기를 없애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에드워드 데시라는 학자가 학생들에게 퍼즐 놀이를 하도록 했는데, 퍼즐 하나를 할 때마다 1달러의 상금을 주었다. 그렇게 했더니, 학생들은 휴식시간에 퍼즐에는 관심을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반대로 상금을 받지 않았던 학생들은 휴식시간에도 퍼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돈을 주면 신이 나서 일할 거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아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연봉을 올려주면 그 효과가 얼마나 갈까? 약 3개월 밖에 못간다고 한다. 3개월이 지나면 연봉을 덜 받을 때와 일하는 태도나 성과가 비슷해지고 만다. 돈은 절대로 열심히 일하려고 하는, 진정한 동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8. 끝으로, <착각하는 CEO>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정리해서 말씀해 주신다면?


멕시코의 마야 문명, 이스터 섬의 문명, 로마 제국...이렇게 찬란한 문명의 꽃을 피웠던 제국이 왜 멸망하게 됐을까? 학자들이 여러 가지 원인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레베카 코스타라는 사람은 “믿음이 사실을 대체”했기 때문이라는 말로 정리했다. 마야 사람들은 고질적으로 물 부족 문제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대응하려고 했다. 그 방법으로도 안 되니까, 믿음이 사실을 대체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마야 문명 발굴 현장에 신체가 절단된 여성과 어린아이들의 유해가 많이 발견되었는데,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인 방법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방법만 생각했다는 증거다.


“내가 이렇게 하면 직원들이 이렇게 따를 거야”라는 믿음이 직원들의 진짜 마음, 즉 ‘사실’을 대체해 버리면 회사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착각하는 CEO>를 읽어서 직원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여 현명하게 조직을 경영하기를 이 방송을 듣는 경영자들에게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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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여름휴가 때 읽을 만한 책'   

2013. 7.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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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유정식입니다.

벌써 2013년도 중반을 넘어서 7월이 되었습니다. 곧 있으면 많은 분들이 휴가를 떠나시겠지요. 여름 휴가 때 책 한 권 정도는 읽어야겠다고 다짐하신 분들에게 책 선정에 약간의 도움을 드릴까 하여 제가 나름대로(그러니까 제 취향대로 ^^) 8권의 책을 선정해 보았습니다. 모 경제연구소에서는 신간을 위주로 선정하지만, 저는 구간을 포함하여 유용한 책을 골랐으니 겹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모두 다 읽기 어렵다면, 1~2권은 꼭 읽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짧게 평을 달았으니, 책 선정에 참고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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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트 빅, 씽크 스몰

제가 자기계발서는 거의 읽지 않는데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열정에 대한 우리의 환상을 깨뜨리면서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찾으라는 조언은 헛되며, 무엇을 할까보다는 어떻게 일할까가 더 중요하다는 점, 그래서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점을 역설합니다.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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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천개의 가닥으로 이어져 있다

제품 자체에 집중하는 혁신에서 생태계를 혁신으로 관점을 확장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는 매력적이고 실용적인 책입니다. 가치 청사진, 리더십 프리즘 등 전략적 통찰력을 주는 프레임워크도 신선합니다.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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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작동법

'자율성'에 관한 심리학의 대가인 에드워시 데시의 책입니다. 분량은 얇은 편이지만 그 안에 내용은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느끼게 해 줍니다. 동기부여는 기법으로 절대 이루어지지 않고, 오직 내면에서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당연한 듯하지만 새롭게 다가옵니다. 꼭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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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 눈감기

알면서도 외면하는 여러 가지 양상들을 속시원히 고발하면서 그런 눈감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 줍니다. 작금의 여러 사회문제가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 까닭은 바로 의도적인 눈감기에 있습니다. 모든 이에게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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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ack(슬랙)

사실 별 생각 없이 들춰본 책이었는데, 읽으면서 내용에 빠져든 책입니다. 저자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유와 약간의 비효율에서 창의가 발현된다는 저자의 생각에는 깊게 공감합니다. 무조건 열심히 하면 뭔가 이뤄진다는 생각에 천착한 경영자라면 이 책이 여러분의 경영철학을 반성케 할 겁니다.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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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가 세상을 지배한다

동물행동학과 사회생물학의 관점에서 겁쟁이들의 '비겁함'을 옹호하고 예찬하는 책입니다. 재미있게 술술 잘 읽히네요.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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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보스, 배드보스

휴가를 보내면서 '이제부터 좋은 관리자(보스)가 되겠다'고 다짐하기도 할텐데요, 이 책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마음만 먹으면 2시간 내에 읽을 만한 짧은 책이지만, 자신이 나쁜 보스인지 되돌아보는 계기로서 이만한 책이 없을 겁니다.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힘을 빼고 쉽게 기술한 것도 장점인 책이죠.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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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미국에서 공화당이 집권할 때 자살률과 살인율이 올라가고 민주당이 집권할 때는 줄어들었다는 근거로부터 논지를 풀어가는 책입니다.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상황과 대입하게 됩니다. 다른 나라 상황이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참 큽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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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번외인데요, 이번에 나온 제 책 <착각하는 CEO>도 자천해 봅니다.( ^^ 맞습니다. 광고입니다. ㅋ) 직원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다는 자신만만함이 경영을 그르칠 수 있음을 여러 가지 심리학 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그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현재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경제경영 부문 2에 랭크되었습니다.



좋은 책과 함께 휴가의 즐거움을 배가하기 바라며, 건강하게 휴가 잘 다녀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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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에 실패한 전문가들의 핑계   

2013. 7.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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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예측이 실패로 돌아간 후, 전문가들이 내놓는 변명을 들어보면 일정한 유형을 따르는 것 같습니다. 대략 따져보니 다음과 같이 6개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어법 1 : '거의 맞은 셈이다'

자신이 못 맞춘 부분이 훨씬 큰데도 비슷하게 맞춘, 극히 일부분을 강조하면서 이런 핑계를 대죠. 


어법 2 : '그것만 터지지 않았더라면 내 예측대로 됐을 것이다'

이런 변명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자신의 예측력이 형편 없음을 만천 하에 공개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이 터질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꼴이니까요.


어법 3 :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 아직 내 예측은 유효하다'

이것 역시 어법2와 마찬가지 이유로 핑계에 불과합니다. 때가 되지 않을 것을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어법 4 : '내 예측대로 사람들이 행동했기에 그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본인이 오피니언 리더임을 은근히 자랑하면서 예측의 실퍠를 무마하려는 어법이죠.


어법 5 : '그럴 수도 있다고만 말했을 뿐이다'

예측을 할 때 자신만만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나요?


어법 6 : '그 당시에 내놓은 예측은 그게 최선이었다.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가장 솔직한 대답이고 가장 뻔뻔하지 않은 핑계입니다. 하지만 예측을 내놓을 당시에 당당한 모습이었다면, 이 말 역시 비난을 피하기 위한 변명이죠.


여러분은 예측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전문가들의 예측이나 여러분의 예측이나 얼마나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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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비친 '착각하는 CEO'   

2013. 7.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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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주일 동안 언론에 소개된, <착각하는 CEO>에 대한 서평을 한데 모아봤습니다. 책 선택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현재 인터넷 교보문고 기준으로 경제경영 부문 4위에 랭크되었고, 출간한지 1주일 만에 2쇄 인쇄에 들어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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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출판 잠깐 독서', <한겨레> 2013년 7월 1일자


착각하는 경영, 심리학에서 길을 찾다


스펙이 뛰어난 사람은 정말 회사에 도움이 될까? 지은이는 심리학 실험 결과를 제시하며 “꼭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모자란 스펙인’이 ‘뛰어난 스펙인’보다 더 열심히 일함으로써 채용에 보답하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가 ‘스펙이 뛰어나지 않음에도 당신을 뽑았다’는 메시지를 줄 때 유효하다. 반면 ‘뛰어난 스펙인’은 그 스펙을 쌓기까지 소요된 비용이 커 노력하려는 동기가 덜하다. 결국 스펙은 회사에서의 노력과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이 ‘유도된 상호성’이라는 심리학 개념은 ‘이왕이면 뛰어난 스펙이 낫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영자에게 일침을 가한다.


“심리학은 경영학의 사촌”이라고 말하는 지은이는 예상을 뒤엎는 다양한 심리학 실험 결과들을 보여주며 경영을 지배하고 있는 고정관념들에 돌직구를 던진다. 가령 직원들을 서로 경쟁시킬수록, 야근을 많이 할수록, 핵심인재가 존재할수록, 능력에 따른 차등보상을 할수록 성과가 높아진다는 것은 경영의 ‘상식’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이 ‘상식’은 타파돼야 할 ‘편견’일 뿐이라며, ‘당연시해온 것’들을 곱씹게 만든다.


경영컨설턴트이자 유명 파워블로거이기도 한 지은이는 <시나리오 플래닝>,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등 경영 서적을 꾸준히 펴내고 있고, 현재 국민티브이라디오에서 매주 <최동석 유정식의 경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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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다이제스트] "경영계 통념은 틀렸다", <동아일보>, 2013년 6월 30일자


경영계의 일반적 통념 중 상당 부분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며 그것을 심리학의 관점에서 낱낱이 깨부수는 책이다. 책은 남의 성과에 기생하는 ‘무임 승차자’를 없애야 하고, 경쟁이 성과 향상을 견인하며, 일 잘하는 직원일수록 승진을 빨리 시켜야 한다는 일반적 명제를 내놓은 뒤 전 세계에서 진행된 심리 실험 결과와 다양한 기업의 실제 사례를 들이대며 이를 반박한다. 씨티뱅크의 폐쇄적인 인력 구조조정부터 얼룩무늬딱새의 이색적인 협력 본능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사례가 흥미를 더한다. 관리자로 하여금 합리적 인사와 업무 효율 제고를 유도하는 전혀 새로운 방법을 상상하도록 자극하는 책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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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중앙일보>, 2013년 6월 29일자


● 착각하는 CEO(유정식 지음, RHK, 592쪽, 2만원)=직원들의 경쟁심을 유발하면 성과가 커질까. 돈은 동기부여의 강력한 도구일까. CEO와 관리자들이 저지르는 생각의 오류와 그 원인을 진단하고 그 해결방법을 제시했다. 경영의 오류와 실패를 줄이려면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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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경향신문>, 2013년 6월 29일자


◆ 착각하는 CEO(유정식 | 알에이치코리아) = 경쟁은 동기를 강화할까. 돈이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까. 사람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까. 저자는 많은 심리학 실험 결과를 들어 ‘아니다’라고 답한다. 옳다고 믿어온 경영 상식을 논박하면서 경영의 오류와 실패를 줄이기 위해선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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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시야가 좁은 리더는 실패한다", <한국경제>, 2013년 6월 28일자


커피 브레이크 공식화하면 일처리 시간 20% 빨라져

노는 시간이 생산성 높여


경영과 심리를 접목해 고정관념에 새 시각 제시


2001년 12월1일, 미국 보스턴 소방본부는 소방관들에게 무제한 제공되던 유급 병가를 최대 15일로 제한하기로 했다. 병가 일수가 15일을 넘으면 그만큼 급여에서 일정 금액이 공제됐다. 소방본부는 소방관들이 아프지 않은데도 핑계를 대며 일을 게을리할까 우려했고, 새로운 제한규정이 실제 사용하는 병가 일수를 줄일 거라 기대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새로운 제도 아래서 소방관들은 전년도에 사용한 6432일의 약 두 배인 1만3431일분의 병가를 신청했다. 새 제도는 아프거나 다쳐도 공공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다는 소방관들의 자부심, 즉 ‘사회 규범’을 서비스 제공의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시장 규범’으로 바꾸고 말았다. 아파도 사명감으로 출근하던 소방관들에게 15일까지는 병가를 써도 되고, 그것이 당연하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시나리오 플래닝》《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등으로 유명한 경영컨설턴트 유정식 씨(인퓨처컨설팅 대표)의 신간 《착각하는 CEO》는 이런 사례를 통해 규정과 통제로 구성원을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당신들을 믿지 못하겠다’는 메시지로 인식돼 조직에 역효과를 준다는 걸 보여준다. 저자는 경영자들이 당연시하는 경영상식과 전략 등의 적잖은 부분이 뿌리 깊은 편견과 오해, 잘못된 상식 등에 입각하고 있음을 밝혀낸다. 


저자의 무기는 ‘인간 심리’다. 일사불란한 관리와 통제에 대한 선호, 금전적 보상이 동기를 부여할 것이란 희망 등이 인간의 심리를 잘못 이해한 데서 나온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책에 제시된 다양한 심리 실험과 경영 일선 사례들은, 자기도 모르게 갖고 있던 고정 관념에 신선한 충격을 가하고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한다. 


금전적 보상을 강조하는 성과주의는 어떨까. 혼자 사는 어느 노인의 이야기를 보자. 동네 아이들은 남루한 이 노인을 매일 찾아와 욕설하고 놀려댔다. 노인은 아이들에게 “내일도 여기에 와서 놀리는 아이들에게 1달러씩 주겠다”고 말했다. 횡재라고 아이들은 모두 다음날 와서 욕을 퍼부었다. 노인은 다음날엔 25센트를 주겠다고 했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아이들은 또 와서 노인을 놀렸지만, 보상이 1센트로 내려가자 노인에게 “됐어요!”라고 외치곤 다시 오지 않았다. 


아이들이 오지 않은 건 자발적으로 하던 ‘내적 동기’를 돈에 의한 ‘외적 동기’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물론 돈이라는 ‘당근’이 단기적인 노력을 이끌어 내겠지만 ‘A를 하면 B를 주겠다’는 보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A라는 본질보다 B에 집중케하는 역효과를 발생시킨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때로는 조직 구성원에게 일보다는 돈이 더 중요하다는 엉뚱한 신호를 줄 수도 있다.


저자가 심리와 경영을 접목하려는 건 왜,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를 조직 내부의 관습과 고정관념을 없애기 위해서다. 일하는 시간에 노는 직원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처벌하거나 인력을 감축하는 걸 답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의 양은 정량적으로 평균치를 내기가 어렵다. 일이 한꺼번에 몰릴 때를 감안한 유휴 인력과 시간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해외 대형 은행 소속 콜센터 두 팀을 골라 ‘커피 브레이크’를 정식으로 하루 일과 속에 넣었더니, 3개월 후 평균 콜 처리시간이 적게는 8%에서 많게는 20%까지 개선됐다. 금액으로는 최대 160만달러가 절감됐다. 이 사례를 통해 커피나 담배를 즐기는 직원들의 ‘노는 시간’이 생산성을 오히려 높인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저자는 이외에도 실수가 적은 조직보다 오히려 실수가 많은 조직의 효율이 높다는 점, 소수의 핵심인재보다는 다수의 평범한 인재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 많은 경우 강력한 리더보다는 유약한 리더가 낫다는 점 등을 다양한 ‘케이스 스터디’로 설득한다. 최고경영자(CEO)뿐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들에게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여름 휴가 때 읽고 돌아온 뒤 조직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 달라져 있지 않을까.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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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줄이려면 경영 상식 깨라", <서울경제>, 2013년 6월 28일자


1913년 독일의 심리학자 링겔만은 한 가지 실험을 진행한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줄다리기를 하도록 지시했는데, 그 줄에는 참가자들이 각자 얼마나 세게 줄을 당기는지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장착했다. 집단 전체가 줄을 당길 때의 힘과 개인 혼자 줄을 당길 때 힘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럿이 줄을 당기면 당연히 혼자 당길 때보다 힘의 총합이 커지기 마련이지만, 놀랍게도 한 명의 참가자가 집단에 추가된다고 해 집단 전체의 힘이 그와 비례해 커지는 것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집단이 세 명이면 2.5명분의 힘이, 8명이면 4명분의 힘이 측정됐기 때문이다. 이 실험을 토대로 집단에 속한 개인들이 혼자 있을 때보다 힘을 덜 들이려는 심리를'링겔만 효과'(사회적 태만)라 이름 붙였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옛말과는 거리는 있는 결과다. 조직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뛰어난 인재를 무조건 많이 모은다고 해서, 개인보다 집단에서 보다 그럴싸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다.


책은 이처럼 여러 심리학 실험을 근거로 조직 내 경쟁과 보상, 경영을 지배해온 잘못된 상식들에 일침을 가한다."경영의 오류와 실패를 줄이려면 사람의 마음에 주목하라"는 게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다. 그는 실수가 없는 조직이 오히려 더 위험하고, 이타적인 동료는 축출대상이 되며, 베테랑 인사책임자일수록 엉뚱한 사람을 뽑기 쉽다고 지적한다. 경쟁을 시킬수록 성과는 늘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나빠지기 쉽고, 무능한 사람일수록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 예도 소개한다. 직관적으로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경영의 상식들이 실은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착각임을 차근차근 증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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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새책", <문화일보>, 2013년 6월 28일자


★착각하는 CEO(유정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유명 경영 카운슬러인 저자가 조직 내 경쟁과 보상 등에 대한 오해를 파헤쳤다. 여러 심리학 실험을 근거로 기존 상식을 철저하게 비판한다. 경쟁을 시킬수록 성과는 늘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나빠지기 쉽고, 무능한 사람은 늘고 인재는 떠난다는 것. 저자는 “경영의 오류를 줄이려면 사람의 마음에 주목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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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연합뉴스>, 2013년 6월 27일자


▲착각하는 CEO = 유명 경영 카운슬러인 유정식 씨가 조직 내 경쟁과 보상 등에 대한 오해를 파헤친 책.


저자는 여러 심리학 실험을 근거로 기존 상식을 철저하게 비판한다. 


경쟁을 시킬수록 성과는 늘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나빠지기 쉽고, 무능한 사람은 늘고 인재는 떠난다는 것. 실수가 없는 조직이 오히려 더 위험하고, 이타적인 동료는 축출대상이 되며 베테랑 인사책임자일수록 엉뚱한 사람을 뽑기 쉽다고 지적한다. 무능한 사람일수록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 예도 소개한다.


저자는 "경영의 오류와 실패를 줄이려면 사람의 마음에 주목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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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판단인지 늘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2013. 7. 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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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월 2일) 부산교통방송의 <유정식의 색다른 자기경영> 코너에 방송된 내용을 여기에 옮겨 봅니다.



[과도한 판단인지 늘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2013년 7월 2일(화)


1.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 대표와 연결돼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오늘도 시작하기에 앞서서 질문을 드려보겠다. 만약에 사회자께서 어떤 게임을 재미있게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게임 점수에 따라 돈을 준다면, 그 게임을 계속 해서 하려고 싶어질까? 실제로 이런 실험을 데이비드 그린이란 사람이 수행했는데,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돈을 받자마자 게임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돈을 받기 전에는 재미있게 했지만, 돈을 받고 나니까 돈을 받기 위해서 게임을 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게임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돈 때문에 게임을 한 것이다, 라고 자기 자신을 과도하게 합리화하는 것인데, 이런 것을 심리학에서는 ‘과다 합리화’라고 부른다. 오늘은 이렇게 우리가 이런 저런 판단을 할 때 과도하게 자신을 합리화하거나 지나친 자신감을 가지고 결정 내리는 버릇들을 살펴 보고, 어떻게 하면 그런 과도한 판단을 줄일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겠다.



2. ‘과다 합리화’라? 일반적인 사례를 하나 들어준다면?


여성분들이 보통 쇼핑을 좋아하니까, 쇼핑으로 예를 들어보겠다. 백화점에 갔는데, 평소에 좋아하는 브랜드이긴 하지만, 새 옷이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것을 봤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특별히 그런 종류의 옷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해보자. 그러면 그 옷을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까? 당연히 쇼핑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매장 직원이 그 옷을 많이 할인해 주겠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많은 경우, 횡재라고 생각하면서, 그 옷을 쇼핑백에 담고 신용카드를 내미는 자기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자기에게 별 필요가 없는 옷인데도, “꼭 필요해서 샀다. 난 알뜰한 사람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니까”라고 자신을 과다하게 합리화하고 만다. 자신이 할인해주겠다는 말에 혹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몇몇 분들은 싸게 구매해 놓고서 정작 입지 않는 옷들이 옷장에 여러 벌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과다 합리화’의 결과물들이다. 몇몇 기업들은 이런 소비자들의 과다합리화를 잘 알기 때문에, 일부러 일부 옷의 정가를 높게 붙여 놓고 할인해 주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그래서 할인해 주겠다는 말을 할 때는 과다합리화의 덫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3. 무언가 결정할 때 자기 결정에 대한 자신감을 조심하라는 말로 들리는데, 사람들이 원래 그런가?


그렇다.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통제력 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피쇼프라는 심리학자가 사람들에게 일반상식 문제를 풀게 했는데, 사람들이 자신은 100점 만점이라고 확신한 답안지를 나중에 살펴보니까 실제 점수는 70~80점 밖에 안 됐다고 한다. 이런 경향을 ‘과도한 자신감 편향’이라고 심리학에서는 말한다.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내가 쓴 보고서는 완벽해”라고 말하는 사람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사실 헛점이 많이 발견된다. 오타는 물론이고, 보고서의 논리도 엉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누군가가 자신은 완벽하다고 말할 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능력을 어느 정도는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진짜로 완벽한 사람은 자신이 완벽하다고 말하기보다는, 그렇게 말할 시간에 더욱 완벽을 기하려고 애를 쓴다. 아는 것이 많아지면, 자신의 판단이나 능력이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런 경향 때문에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직원 간에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4. 상사와 부하직원의 갈등이 과도한 자신감 때문에 생긴다? 왜 그런가? 


일반적으로 상사와 부하직원 중에 누가 업무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을까? 당연히 상사와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부하직원보다는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 그런데 정보를 많이 알고 있으면, 자신이 내린 결정이나 판단을 완벽에 가깝다고 확신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결과는 오스캄프란 학자가 실험으로 밝힌 것인데, 참가자들에게 무언가를 판단하게 했더니, 정보를 많이 가진 참가자가 정보를 적게 받은 참가자보다 자신의 판단을 더 확신했다고 한다. 


상사의 위치에 가면 부하직원일 때보다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는데, 그래서 예전과 다르게 자기 주장이 강해지고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으려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러한 과도한 자신감이 부하직원의 말을 경청하지 않으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상사들은 이런 과도한 자신감을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5. ‘과도한 자신감 편향’을 조심하라고 했지만, 자신감을 갖는 게 좋지 않나?


자신감을 갖는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자신감이 있어야 도전도 할 수 있고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문제는 자신감이 과도해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획을 세울 때 과도한 자신감이 작용해서 나중에 계획을 그르치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예를 들어 사람들은 원래 1개월 걸릴 일을 1주일 안에 끝낼 수 있다고 계획하는 습성이 있다. 부어러하는 학자가 학생들에게 졸업논문을 완성하는 데 얼마 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냐고 질문했는데, 학생들은 평균 34일 정도면 된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56일 정도나 걸렸다고 한다.


이러한 과도한 자신감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것을 염두에 두지 못하게 만드는데, 더욱 큰 문제는 개인에게 나쁜 결정을 하도록 해서 오랫동안 불행해지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6. 과도한 자신감을 갖게 되면 불행해진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도한 자신감은 개인에게 나쁜 결정을 하도록 해서 오랫동안 불행해지도록 만든다. 지난 번에 ‘사업은 아무나 하나’란 주제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 자신이 사업가로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사업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는데, 사업을 시작하는 분들 중에 꽤 많은 분들이 “내가 회사에서 이렇게 일을 잘하니까, 독립해서 사업하면 사람들이 날 알아줄 거야”라는 생각을 갖고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다.


사실 나도 그런 과도한 자신감의 희생양이었다. 컨설팅 회사를 잘 다니다가 재미가 없어져서, 몇몇 사람들과 함께 벤처기업을 하겠다고 회사를 나왔는데, 의욕을 가지고 시작했다가 일이 잘 진행이 안 돼서 몇 개월 만에 사업을 접고 말았다. 간단히 말해서, ‘망해 버린 것’이다. 이렇게 과도한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했다가 실패해 버리면, 실망이 커서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나도 한동안 그랬던 적이 있다.



7. 과도한 자신감을 갖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지난 번에 ‘열정은 생계를 책임지지 않는다’에서 말씀 드렸지만, 열정은 자신의 능력을 과도하게 높다고 평가하게 만든다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그럴려면, 다른 사람의 의견과 평가를 경청해야 한다. 어떤 일에 자신감이 충만하면 다른 사람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데, 그럴수록 일부러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려고 애써야 한다. 주변의 사람들은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을 일러줄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내가 타인이라면 어떻게 결정 내리겠는가?”라고 스스로에 물어보는 것도, 간단하지만, 아주 좋은 방법이다. 야니프란 학자가 어떤 음식의 칼로리를 맞춰 보라는 실험을 했는데, “다른 사람이라면 그 음식의 칼로리를 얼마라고 생각하겠는가?”란 질문을 받은 참가자들이 더 근사하게 맞혔다고 한다. 이렇게 타인의 입장에서 지금 ‘내가 내리는 결정’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게 꼭 필요하다.



8. 끝으로,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와닿는 사례를 하나 말씀해 주신다면?


소개팅을 한다든지 선을 볼 때 이성을 처음 만나면,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인가, 아닌가?”를 열심히 판단하려고 여러 가지 정보를 얻으려고 한다. 그럴 때 자기 자신이 판단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판단을 참조하면 좋은 사람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버드 대학의 길버트란 심리학자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실험에서 밝혀진 것인데, 어떤 남자의 매력도에 대해서 다른 여학생이 쓴 글을 먼저 보고 나서, 5분 동안 그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다. 그렇게 했더니, 그 남자의 프로필만 보고 이야기 나눴던 경우보다 남자와의 대화하면서 느끼게 되는 즐거움을 정확하게 평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가 이렇게 나왔는데도, 많은 여학생들은 다른 여학생의 의견을 참고할 때보다, 자기가 스스로 판단할 때 더 정확하게 만남의 즐거움을 평가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수용하면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쉽사리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결과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타인의 의견을 적절하게 수용하면 과도한 판단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면 좋겠다.



(끝)


(*본 글에 참고한 도서)

<나도 모르게 빠지는 생각의 함정, 편향>, 이남석 저, 옥당,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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