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조직에 몸 담고 있다면 크고 작은 여러 종류의 회의에 참여할 겁니다. 정보 공유를 위한 회의나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 아니면 그저 상사의 일장 연설을 듣기 위한 회의 등 하루에 여러 회의에 참석하다가 정작 할 일을 못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죠. 미국, 영국, 호주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1주일에 평균적으로 6시간을 회의하는 데 사용한다고 합니다. 회의가 곧 일이 되어 생산성을 잡아 먹는 경우가 제법 잦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회의를 효율적으로 운영할지, 어떻게 해야 회의 없이도 회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을 겁니다.
효율적인 회의 운영을 저해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회의 주제와 관련이 적은 사람을 멤버로 참석시키거나, 참석자들이 사전에 관련 내용을 습득하지 못했거나, 회의 주제와 상관없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경우 등이 그렇죠.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회의 시간에 늦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회의 시간에 5분 이상 늦으면 이미 도착한 사람들은 그 사람 때문에 회의를 시작할 수 없거나, 늦게 온 그 사람을 위해 이미 논의한 내용을 다시 설명해줘야 하는 등의 비효율이 꽤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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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로겔버그(Steven G. Rogelberg)와 그의 동료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회의에 늦는다(lateness to meeting)'란 개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회의에 늦게 참석하는 것과 상관이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회의에 늦게 참석하는 것이 다른 참석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먼저 로겔버그는 66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여 '회의에 늦었다'란 것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회의 시작 시간에 딱 맞게 도착해도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이미 다 와 있다면 '아, 내가 늦었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 자신이 회의 시작 시간보다 늦게 도착했더라도 자기보다 더 늦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늦은 것은 아니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죠. 조사 결과, 응답자들의 90퍼센트 이상이 자신보다 더 늦는 사람이 있건 없건, 자신을 빼고 이미 회의가 시작되었건 아니건, 회의 시작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는 경우를 '회의에 늦었다'라고 인식했습니다.
로겔버그는 이 조사와 병행하여 195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따로 설문조사를 벌여 '회의에 늦는 것'과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응답자들은 개최되는 회의의 37퍼센트가 예정 시각보다 늦게 시작되고(다시 말해, 제시간에 시작되는 회의는 63퍼센트), 늦게 시작하는 회의는 평균 15분 정도 지연되어 시작하고 역시 15분 정도 늦게 종료된다고 답했습니다. 회의가 늦게 시작되면 그에 따라 회의가 늦게 끝난다는 뜻이죠. 이렇게 회의가 지연되어 시작되는 까닭은 '회의에 지각하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이 많은 응답자의 답변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회의에 지각하는 경향을 보일까요? 로겔버그의 조사 결과, 직무 만족도가 낮을수록, 이직 의사가 클수록 회의에 지각한다는 상관관계가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성실성이 낮을수록, 나이(연령)가 적을수록 회의에 늦게 참석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성별이나 회의의 중대성은 별로 상관이 없었죠. 보통 직급이 높은 사람이 회의에 늦는다고 생각하지만 조사 결과 직급은 그다지 관련이 없었습니다.
회의에 늦게 참석하면 당연히 다른 회의 참석자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 수밖에 없겠죠.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회의에 늦은 참석자들을 무례한 사람이라고 간주했고 그들 때문에 짜증이 나고 '열 받는다'라고 답변했습니다. 늦은 이유가 합당하지 않으면 더욱 그렇겠죠.
로겔버그의 연구는 미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터라 우리의 상황과 다를 수 있지만, 전체적인 면에서는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 연구는 어떻게 하면 회의에 지각하는 버릇을 줄일 수 있을지에 관해 명쾌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일종의 '민족지학적'인 연구이기 때문이죠. 로겔버그가 논문에서 언급했듯, 이 연구는 '회의에 늦는 것'에 관련된 후속 연구의 기초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회의에 늦게 참석하는 경향이 큰 사람들에 대한 조사는 새겨둘 만 합니다.
여러분의 조직에서도 과연 '직원들이 회의에 늦는다는 개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회의가 늦게 시작되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늦게 도착하는 사람들을 기다리기 위해 소모되는지' 조사해 봄으로써 어떤 부분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힌트를 얻기 바랍니다. 현상에 대한 면밀한 조사 없이 '회의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바로 적용하면 문제의 핵심원인을 건드리지 못할 수 있으니까요.
(*참고논문)
Rogelberg, S. G., Scott, C. W., Agypt, B., Williams, J., Kello, J. E., McCausland, T., & Olien, J. L. (2013). Lateness to meetings: Examination of an unexplored temporal phenomenon. European Journal of Work and Organizational Psychology, (ahead-of-print),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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