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에 지각하는 사람은 누굴까?   

2013. 3. 2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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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조직에 몸 담고 있다면 크고 작은 여러 종류의 회의에 참여할 겁니다. 정보 공유를 위한 회의나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 아니면 그저 상사의 일장 연설을 듣기 위한 회의 등 하루에 여러 회의에 참석하다가 정작 할 일을 못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죠. 미국, 영국, 호주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1주일에 평균적으로 6시간을 회의하는 데 사용한다고 합니다. 회의가 곧 일이 되어 생산성을 잡아 먹는 경우가 제법 잦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회의를 효율적으로 운영할지, 어떻게 해야 회의 없이도 회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을 겁니다.


효율적인 회의 운영을 저해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회의 주제와 관련이 적은 사람을 멤버로 참석시키거나, 참석자들이 사전에 관련 내용을 습득하지 못했거나, 회의 주제와 상관없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경우 등이 그렇죠.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회의 시간에 늦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회의 시간에 5분 이상 늦으면 이미 도착한 사람들은 그 사람 때문에 회의를 시작할 수 없거나, 늦게 온 그 사람을 위해 이미 논의한 내용을 다시 설명해줘야 하는 등의 비효율이 꽤 크죠.



출처 : http://office.microsoft.com/ko-kr/images/



스티븐 로겔버그(Steven G. Rogelberg)와 그의 동료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회의에 늦는다(lateness to meeting)'란 개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회의에 늦게 참석하는 것과 상관이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회의에 늦게 참석하는 것이 다른 참석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먼저 로겔버그는 66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여 '회의에 늦었다'란 것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회의 시작 시간에 딱 맞게 도착해도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이미 다 와 있다면 '아, 내가 늦었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 자신이 회의 시작 시간보다 늦게 도착했더라도 자기보다 더 늦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늦은 것은 아니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죠. 조사 결과, 응답자들의 90퍼센트 이상이 자신보다 더 늦는 사람이 있건 없건, 자신을 빼고 이미 회의가 시작되었건 아니건, 회의 시작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는 경우를 '회의에 늦었다'라고 인식했습니다.


로겔버그는 이 조사와 병행하여 195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따로 설문조사를 벌여 '회의에 늦는 것'과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응답자들은 개최되는 회의의 37퍼센트가 예정 시각보다 늦게 시작되고(다시 말해, 제시간에 시작되는 회의는 63퍼센트), 늦게 시작하는 회의는 평균 15분 정도 지연되어 시작하고 역시 15분 정도 늦게 종료된다고 답했습니다. 회의가 늦게 시작되면 그에 따라 회의가 늦게 끝난다는 뜻이죠. 이렇게 회의가 지연되어 시작되는 까닭은 '회의에 지각하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이 많은 응답자의 답변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회의에 지각하는 경향을 보일까요? 로겔버그의 조사 결과, 직무 만족도가 낮을수록, 이직 의사가 클수록 회의에 지각한다는 상관관계가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성실성이 낮을수록, 나이(연령)가 적을수록 회의에 늦게 참석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성별이나 회의의 중대성은 별로 상관이 없었죠. 보통 직급이 높은 사람이 회의에 늦는다고 생각하지만 조사 결과 직급은 그다지 관련이 없었습니다.


회의에 늦게 참석하면 당연히 다른 회의 참석자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 수밖에 없겠죠.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회의에 늦은 참석자들을 무례한 사람이라고 간주했고 그들 때문에 짜증이 나고 '열 받는다'라고 답변했습니다. 늦은 이유가 합당하지 않으면 더욱 그렇겠죠.


로겔버그의 연구는 미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터라 우리의 상황과 다를 수 있지만, 전체적인 면에서는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 연구는 어떻게 하면 회의에 지각하는 버릇을 줄일 수 있을지에 관해 명쾌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일종의 '민족지학적'인 연구이기 때문이죠. 로겔버그가 논문에서 언급했듯, 이 연구는 '회의에 늦는 것'에 관련된 후속 연구의 기초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회의에 늦게 참석하는 경향이 큰 사람들에 대한 조사는 새겨둘 만 합니다.


여러분의 조직에서도 과연 '직원들이 회의에 늦는다는 개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회의가 늦게 시작되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늦게 도착하는 사람들을 기다리기 위해 소모되는지' 조사해 봄으로써 어떤 부분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힌트를 얻기 바랍니다. 현상에 대한 면밀한 조사 없이 '회의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바로 적용하면 문제의 핵심원인을 건드리지 못할 수 있으니까요.



(*참고논문)

Rogelberg, S. G., Scott, C. W., Agypt, B., Williams, J., Kello, J. E., McCausland, T., & Olien, J. L. (2013). Lateness to meetings: Examination of an unexplored temporal phenomenon. European Journal of Work and Organizational Psychology, (ahead-of-print),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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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여, 조언을 수집하지 마라   

2013. 3.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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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8일부터 3월 20일까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남긴 나의 짧은 생각들.



[자기계발에 대하여]


- 성실함 자체는 행운을 보장하지 못한다. 행운은 만남에서 온다.


- 실패는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깨닫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고마운 일이다.


- 지금의 일을 잘 하는 것이 새로운 일을 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 잘 나갈 때를 제일 조심하라는 말, 김미경 강사에게도 해당되는 말.


- 잘 나갈 때는 내 몸에 흐르는 테스토스테론을 조심하자.


- 불행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 자기 깜냥의 한계를 망각하는 것.


- 카메라보다는 사진찍기를, 이북리더보다는 책읽기를, 스마트폰보다는 소통을, 자동차보다는 여행을....


- 모두 리더가 될 필요는 없다. 모두 리더가 되어서도 안 된다. 리더지상주의 사회에서 자학하는 모든 the leader-unable 에게 드리는 말씀.


- 행복하게 살기에도 짧은 인생이다.


- 가끔 나에게 이메일로 진로를 묻는 젊은이들이 있다. 몇번 답장을 보내던 나는 언제부턴가 답장을 안 보낸다. 내 조언을 따르지 않으리란 걸 알기 때문이다. 내 조언을 따르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자신이 찾은 답이라야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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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 충고]


-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조언을 수집하지 마라" (실천하라)


- 상사나 동료들로부터 주목 받고 싶다면......"결과로 말하라"


- 프리랜서를 하고 싶다는 누군가에게 한 마디 해주었다. "프리랜서는 준실업자에요."



[경영에 대하여]


- 왜 채용할 때 사장이 최종면접관이 되어야 할까? 채용된 사람과 같이 일할 일선 직원들이 최종면접관이 되어야 한다.


-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이 아니다. 행복이다.


- 사람들을 경쟁시킬수록 능력을 중시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은 완전 엉터리다. 경쟁이 격화될수록 능력을 무시하는 족벌주의가 만연해진다.


- 고객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는 것이 아니다. 고객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구매한다.


- 지금 여러분의 회사를 비효율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시스템화, 자동화, 제도화 등) 때문일지 모른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바로 그것들을 없애고 단순화시켜야 한다. No More Add-ONs!


- 다른 부서의 고충을 공감하기 위한 가장 좋고 유일한 방법은 그 부서의 일을 직접 해보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순환보직은 유용하다. 순환보직 때문에 전문성이 훼손된다는 말을 듣는데, 어쩔 때는 그 말이 핑계라는 생각이 든다.


- 기업이 커져 관료화되면 그 관료제를 유지하는 데에 엄청난 자원이 투입되고 만다. 기업이 커지면 세포분열하듯 나뉘어야 한다.



[이런 저런 단상]


- 인간에게 영혼이란 게 있을까? 영혼이 있다고 믿고 싶은 건 아닐까? 우리가 영혼이라고 생각하는 무언가는 뇌세포의 복잡한 연결 위에 창발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을까? 깊은 밤, 떠오르는 생각.


- 석유가 고갈된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절대로 석유 소비를 줄이지 않을 것이다. 석유 소비를 줄이기엔 사회는 너무 복잡해졌다. 방법은 대체에너지 개발 뿐이다.


-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연결'이 강화되어 가는 현상을 긍정적인 것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 바로 복잡성의 증가.


- 우리 사회의 자원이 현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만 쓰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쓰이지 않는다면, 그리고 매번 똑같은 미봉책에 의존하고 믿음이 사실을 대체해 버린다면, 우리 사회는 심각한 붕괴의 위험에 처할 것이다.


- 어떻게 살 것이냐의 문제는 어떻게 죽을 것이냐의 문제다.


- '힐링' 열풍은 시스템의 부조리를 감내하라고 강요하며 정당한 분노를 억압한다.


-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묻지 않고 고작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를 묻는다.



[<다시 쓰는 경영학> 최동석 저, 21세기북스, 2013]


- "경영학은 우리를 지치게 한다. 경영학은 (우리에게) 질문하지도 않고 응답하지도 않는다"


- "인간은 볼펜처럼 뭔가에 사용될 쓰임새가 있기 때문에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살아있다는 것 자체로 존귀한 존재다. (중략) 경영자들은 인간을 오로지 숫자로 본다. 우리의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 "많은 경영자들은 부하가 자신의 아바타이기를 원한다. 이런 소원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를 나타낸다. 인간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강압적인 경영은 경영이 아니다, 돈을 벌어오도록 부하들을 쥐어짜는 경영이라면 누군들 못하겠는가? 경영학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다른 회사의 성공사례를 찾는 기업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기업경영에 관한 자신만의 이론이 없다는 뜻이다"


- "헤멀과 드러커는 '프레데릭 테일러'가 경영을 학문으로 확립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인물로 치켜세우지만, 테일러는 과학적 관리의 원칙은 세운 것이 아니다. 그는 또 하나의 종교를 만든 것이다. 숫자와 성과급을 숭상하는 믿음의 종교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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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보너스가 좋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2013. 3. 2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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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제조업체 굿이어(Goodyear Tire & Rubber Co.)의 마케팅 관리자였던 톰 그라발로스(Tom Gravalos)는 경영진에게 현금 보너스보다는 물품이나 여행상품과 같은 비금전적 보너스가 더 낫다는 점을 납득시키려고 애썼습니다. 현금은 '나의 업적'을 표시하는 '트로피 효과'도 없고 동기부여 효과도 오래 가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했죠. 


하지만 경영진은 모든 직원들이 현금을 원하기 때문에 직원들을 동기부여하려면 현금 보너스가 제일이라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당시(1990년대 중반) 여러 곳에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도 경영진의 생각을 지지했습니다. 전국망을 갖춘 유명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534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어느 설문조사에서 현금을 인센티브로 가장 많이 원한다는 답변이 나왔으니 말입니다.




그는 현금 인센티브보다 비금전적 인센티브가 낫다는 데 확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그에게는 분명한 증거가 부족했습니다. 근거라고 해봐야 직원들로부터 수집한 피드백이 전부였죠. 그것만 가지고는 '돈이 최고다'라고 생각하는 경영진을 설득하기 어려웠기에 그라발로스는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현금 인센티브를 줄 때와 비금전적 인센티브를 줄 때의 성과를 비교하기로 한 것이죠.


그는 회사 직영 매장과 서비스 센터 900개를 매출 순으로 나열한 후에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1위는 A그룹에, 2위는 B그룹에, 3위는 A그룹에, 4위는 B그룹에 나누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두 그룹이 통계적으로 동일한 집단이 되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A그룹에게는 12개의 타이어를 판매할 때마다 금전적인 보상을 주는 제도를 실시했고, B그룹에게는 포인트를 적립한 후에 그에 상응하는 상품(물품이나 여행상품)으로 주기로 했죠. 직원들이 포인트를 현금과 동일시하면 비금전적 보상과 현금 보상의 차이가 사라지기 때문에 그라발로스는 제공하는 상품의 소매가가 포인트로 곧바로 환산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상품 카탈로그를 구성했죠(특정 포인트로 얻을 수 있는 상품들의 소매가를 최대 25달러의 차이가 나도록 함).


6개월 동안 실험을 실시한 결과는 비금전적 인센티브의 효과를 확신했던 그라발로스에게도 매우 놀라웠습니다. B그룹(비금전적 보상 그룹)이 A그룹(현금 보상 그룹)보다 46퍼센트나 높은 이익을 달성했고, 과거의 매출과 대비하여 37퍼센트나 많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투자이익률(ROI)를 따져봐도 B그룹이 훨씬 높았죠. B그룹은 플러스 31퍼센트였지만 A그룹은 마이너스 20퍼센트였으니 말입니다. 이런 명확한 증거를 접한 경영진은 비금전적 보상을 위주로 한 인센티브 제도를 실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현금 보너스의 효과가 별로 없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첫째, 현금 보너스를 자신의 연봉으로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현금으로 인센티브를 받았는데 금년에 받지 못했다면 연봉이 삭감됐다고 느끼게 되어 동기는 저하되고 맙니다. 둘째, '트로피 효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달성한 업적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며 자랑할 수 있는 것도 동기 지속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통장에 들어가 버린 현금은 이런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죠. 


셋째, '죄책감'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현금 보너스를 받으면 가외돈이라는 생각에 저축하기보다는 사치품을 구입하거나 즐거움을 위해 소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돈을 받을 때는 좋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돈을 유용하게 쓰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밀려오기 십상이죠. 비금전적 인센티브는 이런 죄책감('막 쓰지 말걸')을 유발시키지 않습니다. 넷째, 목표에 몰입시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현금 보상은 조직이 달성할 목표보다는 '내가 받아갈 돈'에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도록 만듭니다. 이러한 현금 보상의 부작용은 이미 여러 포스팅을 통해 강조했으니 이 정도로 줄이겠습니다.


아직도 현금이 제일이라고 생각합니까? 굿이어의 사례를 보고도 '우리는 굿이어와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합니까?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확실한 증거가 있습니까? 굿이어의 사례에 따라 현금 인센티브를 모두 없애고 비금전적 인센티브로 전환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 회사에 무엇이 맞는지, 직원들이 진짜로 원하는(겉으로 말하는 것 말고) 바가 무엇인지 면밀하게 실험하여 그 근거에 기반해 제도를 운영해야 합니다. 다른 회사가 다 그렇게 하니까, 그게 세계적인 트렌드이니까 우리도 그리 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영혼 없는 경영'의 대표적인 모습입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Alonzo, V. (1996). The trouble with money. Incentive, 170(2), 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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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족의 IQ가 더 높은 이유?   

2013. 3. 1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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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밤 늦도록 잠자리에 들지 않은채 TV를 보거나 공부를 합니다. 해가 지면 곧이어 잠을 청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이렇게 밤 늦게까지 깨어있는 습성은 진화적으로 볼 때 최근의 일입니다. 과거에 인간들은 어둠 속에 웅크린 맹수나 적으로부터 공격 당할 것을 염려하여 해가 뜨면 일과를 시작하고 해가 지면 잠을 자는 패턴으로 생활했죠. 이는 선사시대의 생활습성이 남아 있는 부족들을 대상으로 한 민속지학적 연구에서도 규명되었습니다.


런던 대학교의 사토시 카나자와(Satoshi Kanazawa)는 지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낯선 자극과 새로운 상황을 저항감 없이 수용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IQ가 높은 사람일수록 밤 늦도록 깨어 있는 '올빼미족'일 거라는 가설을 수립했습니다. 원시인들에게 밤에 깨어 있다는 것은 낯설고 한편으로는 두려운 상황이기에 그런 낯선 자극을 '즐겼던' 조상들은 지능이 높았을 거라고 추정한 것이었죠.



(출처: http://office.microsoft.com/ko-kr/images/)



카나자와는 미국에서 중고등학생이 성인이 될 때까지(1994년부터 2002년까지) 3차례 실시된 조사를 토대로 자신의 가설을 입증하고자 했습니다. 조사 당국은 응답자들에게 "학교나 직장에 갈 때 언제 일어나는가?", "보통 언제 잠자리에 드는가?", "휴일에는 언제 일어나는가?" 등을 질문하여 평균 기상시간과 평균 취침시간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Peabody Picture Vocabulary Test(PPTV)라는 방법을 써서 응답자들의 IQ를 조사했죠.


카나자와는 응답자들의 연령, 성별, 인종, 학력, 수입, 종교 등의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평균 취침시간과 IQ와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랬더니, IQ가 높은 응답자일수록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Q가 가장 낮은 응답자군은 주중에 평균 23시 41분에 잠을 자는 반면, IQ가 가장 높은 응답자군은 평균 0시 29분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또한 IQ가 높은 응답자일수록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07시 20분 대 07시 52분). 간단히 말해, IQ가 높을수록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족이었던 겁니다.



(출처: 아래의 논문)



이 결과를 보고 지능이 높아지려면 올빼미족(혹은 저녁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은 IQ가 낮다고 일반화하면 곤란하겠죠. 카나자와의 연구는 지능과 취침시간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가 '어둠'이라는 두렵고 낯선 상황을 수용하게 된 계기로부터 나왔을지 모른다는 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아침형 인간이든 저녁형 인간이든 자신의 생체리듬에 가장 잘 맞는 시간대를 선택한 것일 테니 말입니다. '밤 늦도록 깨어 있는 나는 필시 IQ가 높을 거야.'라고 자기 자신을 뿌듯해 하는 것까지 뭐라 할 수 없겠지만요. ^^



(*참고논문)

Kanazawa, S., & Perina, K. (2009). Why night owls are more intelligent.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47(7), 685-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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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만 모르네. 목표 달성 힘들다는 것을"   

2013. 3. 1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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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리드하는 경영자들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무엇이 긍정적인 정보이고 무엇이 부정적인 정보인지 잘 파악하고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목표지향적인 성향을 가진 경영자들은 다른 이들보다 목표 달성과 관련된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편입니다. 목표 달성에 책임을 지는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이죠. 


목표 달성과 관련된 정보를 둘로 나누면, 목표 달성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이는 '목표 촉진 정보'와 목표 달성에 브레이크를 걸거나 제약이 되는 '목표 제약 정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목표가 '매출 20%P 성장'이라면 목표 촉진 정보는 '우리 제품에 대한 고객의 기대감이 크다'가 되겠고, 목표 제약 정보는 '투자할 만한 충분한 돈이 없다'가 됩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당연히 목표 촉진 정보 뿐만 아니라 목표 제약 정보도 잘 파악해야겠죠.



(출처 : http://office.microsoft.com/ko-kr/images/)



헌데, 경영자들은 목표 촉진 정보를 곧잘 떠올리면서도 목표 제약 정보는 잘 기억해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텍사스 주립대의 제니퍼 위트슨(Jennifer A. Whitson)과 동료 연구자들은 조직에서 권력을 가지게 되면 자신보다 힘이 약한 구성원들보다 목표 제약 정보에 둔감하게 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밝혔습니다. 위트슨은 48명의 학부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각각 '권력자'와 '약자'로 프라이밍(priming)한 다음에 '아마존 밀림지대로 여행 가기' 또는 '화훼 판매 사업 시작하기'란 목표를 부여했습니다.


각 목표에 대해 모두 18가지의 관련 정보가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참가자들에게 제시되었는데, 그 중 9가지는 목표 촉진 정보(예 : '예전에 정글을 탐험한 적이 있다')였고, 나머지 9가지는 목표 제약 정보(예 : '토종 동물들에 대해 두려움이 있다')였습니다. 위트슨은 참가자들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잠깐 다른 활동을 하게 한 후 얼마나 많은 정보를 기억하고 있는지 참가자들에게 물었습니다.


그 결과, '권력자'와 '약자'들 모두 목표 촉진 정보에 대한 기억력은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권력자'들은 '약자'에 비해 목표 제약 정보를 기억해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조직의 리더들이 목표 달성에 긍정적인 요소에는 집중을 잘하지만 목표 달성을 저지시키거나 어렵게 만드는 요소에는 관심을 덜 두게 됨을 시사하는 결과였습니다.


후속실험에서 이런 시사점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위트슨은 어떤 왕이 어린 공주를 성에 남겨 두고 전장으로 떠나려 한다는 미완성 동화를 참가자들에게 제시하고는 세 문장으로 나머지 부분을 채우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야기 속 왕의 목표는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공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겠죠. '권력자'로 프라이밍된 참가자들은 '약자'에 비해 목표 제약 정보(공주를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를 덜 기술했습니다. 또한 '권력자'들은 '약자'에 비해 왕이 공주를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는 말로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경향을 보였죠.


이 두 가지 실험을 통해 조직의 리더(최고의사결정자)들이 목표 달성에 제약을 가하는 정보를 과소평가하고 목표 달성에 긍정적일 것으로 여겨지는 정보를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큼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관심의 불균형'이 목표를 미완에 그치도록 만듭니다. 이런 이유로 직원들의 의견에 귀를 여는 리더야말로 현명한 사람이겠죠. 위트슨의 실험에서 보듯 권력은 목표 달성에 유리한 정보로 관심이 편향되도록 만듭니다. 그러므로 지나친 자신감으로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위험을 제어하고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리더 스스로가 만들어야 합니다. 이사회가 그런 일을 해줘야 하겠죠. 많은 기업에서 이사회가 경영자의 결정에 동조하는 거수기 역할만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목표 달성에 권력이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조직의 리더들은 필히 새겨둬야 하겠습니다.



(*참고논문)

Whitson, J. A., Liljenquist, K. A., Galinsky, A. D., Magee, J. C., Gruenfeld, D. H., & Cadena, B. (2012). The blind leading: Power reduces awareness of constraint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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