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6일(화)


1.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 대표와 연결돼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나의 직업을 뭐라고 하는지 아는가? 컨설턴트다. 컨설팅을 하는 게 나의 일인데, 컨설팅이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한 마디로 정의하면 무엇인지 아는가? 컨설팅의 앞 부분인 con(콘)을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속이다’라는 뜻이 있다. 부정적인 말이라서 나는 컨설턴트라는 말 대신에 카운셀러라고 나를 불러 달라고 부탁하는데, ‘속이다’라는 말을 긍정적으로 해석해 보면 ‘남에게 나의 의견을 설득하다’란 뜻으로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컨설턴트라는 직업은 ‘좋은 아이디어’를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아이디어를 잘 설득하는 사람’이라고 봐야 한다. 서두가 좀 장황했는데, 오늘은 좋은 컨설턴트처럼 상대방에게 나의 의견을 잘 설득하기 위해서 쓸 수 있는, 몇 가지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2. 설득을 하기 위해서 쓸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면 소개해 달라.


‘문간에 발 들여놓기’라는 기법이 있다. 이 말은 작은 요청을 승낙하도록 하면 더 큰 요청도 쉽게 받아들인다는 것인데, 조나단 프리드만이 실시한 실험에서 이미 입증된 것이다. 프리드만은 주부들에게 소비와 관련한 8개의 설문 문항에 답하도록 한 다음에, 조사팀이 2시간 동안 집에 머물면서 청소와 요리에 관해 조사해도 되겠느냐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43퍼센트의 주부들이 흔쾌히 승낙했다. 반대로, 설문에 답해 달라고 먼저 요청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안 조사를 요구해 봤는데, 그때는 겨우 22퍼센트의 주부들만 요청을 받아들였다.


작은 것을 요청하면 ‘해줄까 말까’하는 마음의 장벽이 높지 않아서 바로 받아들이고, 그 다음에 큰 것을 요청하면, ‘이미 한번 들어줬으니까, 또 해줘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받아들이게 된다. 무턱대로 큰 것부터 처음에 요청하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 때문에 작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3.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그게 무엇인가?


선택의 자유를 상대방에게 넘기는 것이 그 방법인데, “제가 이렇게 요청을 드리지만, 당신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설득의 효과가 배가된다고 한다. 언뜻 생각하면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면 설득 효과가 떨어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게겡이란 학자가 주민들에게 "앞으로 한 달 동안 유리, 플라스틱, 종이 등을 분리 배출할 때마다 무게와 개수를 기록해 주십시오."라고 요청했는데, 그 말과 함께 "수용하시든지 거절하시든지 그건 당신의 자유입니다."라는 말을 했다. 그랬더니, ‘선택이 당신 자유’라는 말을 듣지 않은 주민들은 40퍼센트만 수락했지만, '선택은 당신의 자유'란 말을 들은 주민들은 56퍼센트가 수용했다. 


'선택은 당신의 자유'라고 말해도 웬만해서는 상대방이 "그럼, 난 안 할래."라고 대답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잘 설득하려면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설득을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방법이 있다면?


2001년 9월 11일에 어떤 일이 있었나? 많은 사람이 9.11사태가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건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오래 전부터 예견됐고 경고가 됐던 일이었다. 피터 슈워츠란 사람은 사태가 발발하기 7개월 전인 2001년 2월에 조지 부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부시는 대충 훑어보다가 딕 체니 부통령에게 '당신이 대신 읽으시오'라고 했다. 체니도 머리가 아팠는지 그 보고서를 읽지 않았다. 그 이유는 ‘보고서가 너무 두껍다’라는 것이었다.


만약 그들이 피터 슈워츠의 보고서를 읽어봤다면 9.11 사태를 미연에 방지했거나, 사고가 터진 후에 신속히 대처했을지 모른다. 피터 슈워츠는 안타까운 마음에 이 사실을 인터뷰 때 밝혔는데, 사실 그에게도 문제가 있다. 두툼한 보고서를 주는 바람에 상대방을 '질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설득하려면 일단 보고서를 얇게 쓰라는 것이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5. 설득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상대방에게 ‘그건 너의 책임이다’라고 말하면서 너무 의무를 강조하지 말아야 한다. 의무보다는 자긍심을 자극하는 것이 설득에 매우 효과적이다. 텍사스 주는 고속도로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골치였는데,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이 시민의 의무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캠페인에 막대한 돈을 들였다. 하지만 쓰레기 투기는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방향을 전환하여 "진정한 텍사스인이라면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지 않는다"라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곧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1년 후 쓰레기 투기율은 29퍼센트나 감소했고, 5년 후에는 도로변의 쓰레기가 72퍼센트 감소했다. 다른 주와 비교해도 도로변의 쓰레기 양은 절반에 불과했다고 한다. 상대방에게 의무를 강조하면 설득되기보다는 반발심만 생기게 만든다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6. 아무리 해도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이 코너 <색다른 자기경영>에서 여러 가지 실험 결과를 소개하는데, 근거를 제시해서 설득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여러분도 누군가 설득하기 어렵다면, 실험을 해본 다음에 ‘이것 봐라. 실험해보니까 진짜 그렇게 되지 않느냐?’라고 말할 수 있으면 아주 좋다. 회사에 계신 분들은 ‘우리 회사가 잘 되려면 이런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고 경영자들을 설득하려고 할 텐데, 아무리 해도 설득이 안 되면 우선 조그만 부분이라도 실험해보자고 설득하면 된다. 


제가 컨설팅한 어떤 회사에서 평가제도가 문제가 많아서 그걸 없애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그렇게 하면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겠느냐며 경영자가 반대를 했다. 그때 회사 내에 독립적으로 일하는 작은 부서에게만 그렇게 조치를 취해보자라고 아이디어가 나왔다. 실험적으로 해보니까, 평가가 없어진 부서 직원들이 훨씬 더 열심히 일하고 성과도 잘 나왔다. 이 모습을 보고 경영자는 문제 많은 평가제도를 없애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설득하기 어렵다면, 작은 부분이라도 실험해보자, 그렇게 제안해보기 바란다.



7. 혹시 설득의 기술을 생각해 내고 적용하기 어려운, 급박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만약 급히 보고서를 복사하여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데, 사무실에 한 대 밖에 없는 복사기에 복사를 하려고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면, 기분이 어떨까? 아주 초조하고 다급해질 것이다. 앞의 사람에게 "제가 복사를 먼저 할 수 있을까요?"라고 양해를 구하고 싶지만, 그 사람이 거절하거나 기분 나빠 할 것을 염려해서 선뜻 말을 꺼내기 어렵다.


엘렌 랭어라는 학자는 이럴 때 '왜냐하면'이란 말을 뒤에 붙이면, 앞의 사람이 "먼저 복사하세요."라고 말할 확률이 극적으로 올라간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밝혔다. 랭어는 학생들을 시켜서 복사기 앞에 줄을 선 사람에게 "제가 먼저 복사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보도록 했다고 한다. 약 60퍼센트의 사람들이 양보했다. 다른 학생들에게는 “제가 먼저 복사할 수 있을까요? 왜냐하면 제가 좀 바쁩니다.”라고 말하게 했다. 얼마나 양보했을까? 사실 별로 이유가 특별한 것도 아니었는데도, 93퍼센트의 사람들이 양보했다고 한다. 급하게 설득할 때에도 ‘왜냐하면’이라는 말을 붙여서 이유를 반드시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8. 끝으로, 남을 설득할 때 쓸 수 있는 간단한 팁이 있다면 알려 달라.


아까 보고서를 얇게 쓰라고 언급했는데, 보고서 내용을 설득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보고서에 간단한 수학공식을 하나 집어 넣으면 신뢰도가 높아지고 설득도 잘 된다고 한다. 보고서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것도 수학 공식을 집어넣으면, 우수한 보고서라는 인상을 준다는 사실을 킴모 에릭손이라는 학자가 실험으로 밝혔다. 보고서를 읽는 상대방이 수학에 뛰어나지 않은 사람이라면 설득의 효과가 더 커진다는 것도 알아냈다. 


아마 수학을 잘 모르는 사람은 수학 공식이 들어가면, ‘뭔가 있겠거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오늘 결재를 맡거나 발표해야 할 보고서가 있다면, 수학 공식을 집어넣을 여지가 있는지 살펴보면 어떨까? 밑져야 본전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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