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기 전에 사무실을 쭉 훑어보기 바랍니다. 아마 여러분은 어떤 사람의 자리는 반듯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의 책상은 이것저것 잡동사니가 쌓여 있고 지저분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꼭 있어야 할 것만 놓여있고 깔끔히 정리된 책상에서 일할 때와, 이런 저런 자료가 흩어져 있어 어지럽게 보이는 책상에서 일할 때, 여러분은 어떨 때 일이 더 잘 되는 것 같습니까? 


아마 각자의 성향에 따라 다를 텐데, 미네소타 대학교의 캐슬린 보스(Kathleen D. Vohs)와 동료 연구자들은 책상의 주인이 수행하는 업무가 무엇이냐에 따라 책상의 '깔끔함' 또는 '지저분함'이 업무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정리정돈된 사무환경은 사회적 전통, 규정 준수, 보수적인 관리가 중요시되는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되고, 어지럽고 지저분한 사무환경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비전통적인 방식을 추구하는 업무에 적절하다는 것이죠.



(출처 : http://kuiliu.wordpress.com/2009/04/06/messy-room-collection/ )



연구팀의 첫 번째 실험은 사무환경의 깔끔함이 기부 성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되었습니다. 34명의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깔끔한 방'과 '지저분한 방'에 들어가게 하고 실험과 관련 없는 설문에 응하게 함으로써 10분 정도 머물게 했죠. (지저분한 방에는 사무용품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음) 그런 다음, 보육시설의 아이들에게 책과 장난감을 보내주는 기부 프로그램에 자신이 수고료로 받은 돈(3유로) 중에 얼마를 기부할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깔끔한 방에 있던 참가자들이 지저분한 방에 있던 참가자들에 비해 2배나 많은 돈을 기부했습니다(2.95유로 대 1.17유로). 보스는 참가자들에게 방에 있는 동안 사과나 초콜릿 중 하나를 선택해 먹도록 했는데, 깔끔한 방의 참가자들이 몸에 유익한 사과를 더 많이 골랐습니다(67% 대 20%). 정리정돈된 환경이 참가자들로 하여금 사회통념적으로 '좋은' 행동을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한 셈이죠.


후속실험에서 보스는 48명의 학생들에게 역시나 깔끔한 방과 지저분 방에 각각 머물게 한 후에 탁구공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지를 묻는 창의력 테스트를 했습니다. 실험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두 명의 심사자에 의해 창의성을 평가하도록 하니 이번에 지저분한 방에 머물렀던 학생들이 창의성 점수에서 훨씬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기본적으로 '창의'란 기존의 질서와 전통을 깨뜨리고 새로움을 발굴하는 것에서 출발하는데, 여러 물건들이 지저분하게 놓여져 있는 환경이 참가자로 하여금 기존과 '다르게' 생각하도록 유도했습니다. 탁구공이 탁구 경기에만 쓰여야 한다는 규칙을 해체하도록(해체해도 된다고) 참가자들을 자극했던 것입니다.

 

마지막 실험에서 보스는 참가자들에게 과일 스무디에 첨가할, 건강에 좋은 재료를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재료에는 'New' 혹은 'Classic'이란 라벨이 붙어 있었죠. 깔끔한 방에 있던 참가자들은 New보다는 Classic 라벨이 붙어 있을 때 건강에 좋은 재료를 더 많이 선택했고, 반대로 지저분한 방에 있던 참가자들은 New 라벨이 붙었을 때 건강에 좋은 재료를 더 많이 선택했습니다. 이 실험 역시 지저분한 환경은 참신함을 자극하고 깔끔한 환경은 질서를 추구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보스의 연구가 알려주는 시사점은 규정 준수과 중요시되고 정확한 업무 처리가 요구되는 업무는 정리정돈된 책상이, 창의성과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업무는 어질러진 책상이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성격과 지능이 업무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처럼, 개인을 둘러싼 환경도 업무가 요구하는 특성과 어울려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야 하는 직원에게 책상을 정리정돈하라고 핀잔을 주거나, 규정 준수와 정확한 일 처리를 요구 받는 직원에게 책상이 너무 반듯하다고 놀리면 곤란하겠죠. 놀리거나 핀잔을 주려면 그 반대의 경우에 해야 할 것입니다. ^^



(*참고논문)

Vohs, K. D., Redden, J. P., & Rahinel, R. Physical Order Produces Healthy Choices, Generosity, Conventionality, Whereas Disorder Produces Creativity. Psychological Science. 2013 Aug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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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Favicon of http://www.freedomsquare.co.kr BlogIcon 전경련 자유광장 2013.08.19 11:28

    굉장히 흥미로운 실험이네요. 깔끔한 환경과, 지저분한 환경. 환경에 따라 다른 특색을 살릴 수 있는 것 같아요. 필요에 따라 자리를 치웠다 어질렀다 해야겠는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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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ggasi66.tistory.com/ BlogIcon 화장품 빚남 2013.08.19 12:27

    회사내에서는 업무 특성에 맞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좋다고 셍각합니다.
    너무 획일적으로 관리한는 것 좋지 않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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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jk 2013.08.19 16:38

    저런 심리학 논문은 실제로 시사하는 바가 별로 없고
    나중에 실험해보면 반되되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아서리

    심리학 실험중에서는 흥미로운게 많지만 몇몇 정말 오랫동안 비슷한 결과가 도출되고 그리고 정설로 굳어진 실험들 빼고는

    걍 재미로 참고삼아서 보는겁니다.
    나중에 다 뒤집히거나 그거 별거 아닌거였어... 이렇게 결론납니다.
    워낙에 상반된 실험들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실험들이 많습니다.

    본인 전공자..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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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jh 2013.08.19 22:01

    제가 볼땐 결과물 같습니다.

    좀 책상을 덜 정리된 상태가 많은 본인으로선

    지저분한 책상이 창의적인 업무에 도움이 된다기 보다... 그런 일을 하다보면 복잡다양한 사고에 따라 책상 상태가 그렇게 결과적으로 들어나는 것같네요.

    즉 전통적인 일을 잘하는 이는 잘정리된 책상이 업무에 도움이 되기에 결과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유도될가능성이 높고 다른 경우에는 또 역시 책상 상태가 그렇게 될것같다는 거죠...

    제가 보기엔 결과물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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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하라아빠 2013.08.20 16:31

    확실한건....

    제 책상은 더럽구요 -_-.. 우리팀에서 제일...
    그리고 전 누구보다 New 를 좋아합니다.
    점심메뉴를 제가 고르면 무조건 안가본집에서 안먹어본 메뉴를 시키죠.... ㅎ
    그리고 기본 틀을 깨고 생각해보려는 성향도.. 제가 좀 있긴 하죠...

    그런면에서는... 말이 된다고 생각이 드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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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Favicon of https://theuranus.tistory.com BlogIcon 소인배닷컴 2013.08.22 15:20 신고

    재미있는 실험결과로군요.
    제 책상도 이것저것 많은게 널부러져 있어서 지저분한 편인데, 조금 더 창의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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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IQ168 2013.09.10 04:51

    질서/혼돈이 각각 표현된 이미지에 노출되면 그에 걸맞는 정신적 표상이 형성되고, 그것이 행위에 각기 다른 영향을 준다는 가설을 실험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질서있는/어질어진 책상은 좌/우뇌 중 어느 쪽의 우세형이냐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물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 연구는 양 반구의 우세형과 관계없이 외부적 환경의 조작을 통해 좌우뇌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다는 매우 재미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게 해주네요.

    또한 행동심리학적으로 볼 때, 인간은 어떤 일상의 행위들, 예컨대 방청소 같은 일을 함으로써 다음에 일어날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두뇌의 최적화를 시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시간개념이 없다거나, 순서가 요구되는 작업, 세심한 업무처리, 수학, 논리적 에세이를 써야한다면 방청소를 미리 해두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거나, 직관적으로 답을 찾고 싶다거나, 발명을 하거나, 예술적 발상이 필요하다면 (방을 어지를 필요없이) 시장을 산책하면 되겠군요. 특히 '의지력'과 '정리(Organisation)' 때문에 가슴을 치는 분들은 일단 청소라는 행위와, 그 결과물인 정돈된 방을 바라보는 절차를 통해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겠습니다.

    다른 면으로는 '흡연'과 연관해서, 그렇다면 창의적인 사람들, 방이 더 어지러운 사람들의 흡연율 조사를 해보면 이 연구를 뒷받침 하지 않을까요? 이미 제 추론은, 금연을 하려면 방청소를 하고 정돈을 하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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