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1퍼센트만 먹으면 된다'는 착각!   

2013. 3.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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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한때 "중국은 인구가 13억이 넘으니까 시장에서 1퍼센트만 차지해도 그게 얼마야?"라고 이야기하며 중국에서 사업하면 아무리 못해도 매출이 몇 억 원은 족히 될 것이라는 상상에 부풀던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언뜻 들으면 매우 솔깃한 말이죠. 요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전체 시장 규모가 이 정도니까 우리가 1퍼센트만 점유해도 매출이 짭짤하겠는데?'라는 가정을 하고 사업을 계획하는 예비 기업가들이 있을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1퍼센트를 먹어도 된다'는 발상을 자세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특정 산업에서 매출 순으로 꼴찌부터 1위까지 나열해 보면 그 분포는 어떤 모양을 띨까요? 만일 정규분포의 모양을 떠올렸다면 여러분은 틀렸습니다. 기업의 분포는 매출 상위의 기업들이 거의 대부분의 매출을 가져가고 중위부터 하위의 기업들은 그보다 훨씬 못한 매출을 기록하는 모양을 띱니다.



(출처 : http://office.microsoft.com/ko-kr/images/)



로버트 액스텔(Robert Axtell)은 미국 기업들의 규모가 '지프 분포(Zipf Distribution)' 혹은 '지프의 법칙(Zipf's Law)'을 따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지프(George K. Zipf)는 성경이나 문학 작품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영어 단어는 두 번째로 자주 쓰이는 단어에 비해 사용 빈도가 두 배나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영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인 'The'는 사용 빈도가 7%인데, 두 번째로 자주 등장하는 'of'는 사용 빈도가 3.5%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지프의 법칙은 이렇듯 사용 빈도의 순위가 낮아질수록(the → of → and → to ...) 사용 빈도가 급감한다는 점을 설명하는 규칙인데, 액스텔은 기업의 규모도 비슷한 패턴을 나타낸다는 점을 규명했습니다.


지프 분포(멱함수 분포라고도 부르기도 함)를 따르는 기업의 분포를 그려보면 산업 전체 매출의 1퍼센트를 달성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한 시장에 1,000개의 기업이 존재할 경우 1퍼센트의 매출을 기록하는 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매출 순위로 몇 위면 될까요? '800~900위 정도만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영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앤디 브라이스(Andy Brice)의 계산에 따르면 무려 13위가 되어야지 겨우 시장 전체 매출의 1퍼센트를 차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시장에 업체 수가 100개라면 좀 나을까요? 그러나 이때도 19위는 해야 1퍼센트를 겨우 먹을 수 있을 뿐입니다.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한 스타트업이 과연 13위 혹은 19위로 뛰어오를 수 있을까요? 그 확률은 매우 낮을 겁니다. 만일 시장 전체 매출의 1퍼센트를 먹을 수 있다고 가정하여 장비나 인력 등에 투자했다면, 그 투자는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 뻔합니다.


지프의 법칙과 브라이스의 계산은 이제 막 어떤 산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예비 기업가가 '1퍼센트만 먹어도 매출이 꽤 괜찮을 거야'란 생각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스타트업을 계획하거나 이미 시작한 독자가 있다면, '1퍼센트의 오류'에서 빨리 탈출해야 합니다. '1퍼센트의 유혹'에 빠진 상태에서 시작하는 사업은 곧 망할 것이고 망하지 않는다 해도 고통이 매우 클 겁니다. 투자자 앞에 가서 '1퍼센트만 먹으면 이러저러 하다'란 말을 내세우는 것처럼 바보같은 행동은 없다고 브라이스는 꼬집습니다.


사업은 달콤한 몽상이 아니라 냉혹한 현실입니다. 비전을 가지되 그 비전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참고문헌)

Axtell, R. L. (2001). Zipf distribution of US firm sizes. Science, 293(5536), 1818-1820.


앤디 브라이스의 블로그 : http://successfulsoftware.net/2013/03/11/the-1-percent-fall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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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있는 더 좋은 해법을 못찾는 이유   

2013. 3. 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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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과학자들이 새로운 정보를 객관적으로 해석하려 하기보다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이론 체계에 매우 영향 받는다고 이야기한 적 있습니다. 기존의 증거 위에 형성된 전문가들의 이론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말이죠.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갖춤새(Einstellung) 효과'라고 부릅니다. 기존의 것들에 익숙해지면 자신도 모르게 그것에 고착되어 더 나은 대안을 찾아내려고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튀빙겐 대학의 메림 빌라릭(Merim Bilalic)과 동료 연구자들은 간단한 실험을 통해 갖춤새 효과가 일반인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빌라릭은 체스 실력이 평균인 자들로부터 국제 수준의 마스터에 이르는 자들까지 실험 참가자로 모집한 다음, 이미 어느 정도 게임이 진행된 체스판을 보여주고 '외통 장군(mate)'를 선언하기 위한 가장 짧은 수를 말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체스판 위에 놓인 말들은 체스를 잘 두는 사람이라면 다섯 수만에 장군을 외칠 수 있음을 아는 '익숙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국면에서는 다섯 수가 아니라 세 수만에 외통 장군을 부를 수 있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사람들에게 그리 익숙한 것이 아니었죠.


이렇게 '메이트!'를 외칠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익숙한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가 존재하는 상황을 제시했더니, 국제 마스터 수준의 체스 선수들은 익숙한 수를 바로 찾아냈지만 익숙하지 않은 수(하지만 더 짧은 수)를 찾아낸 선수는 50퍼센트에 불과했습니다. 그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준마스터 수준의 선수들 중 더 짧은 수를 찾아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빌라릭이 체스의 말 하나를 옮겨 놓아 외통 장군을 부를 수 있는 방법이 오직 하나인 체스판을 제시할 때는 준마스터 이상의 선수들이 모두 그 방법을 찾아냈다는 사실입니다. 방법이 2가지일 때는 익숙한 수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바람에 더 나은 방법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방법이 오직 1가지일 때는 그런 편향 없이 바로 좋은 방법을 찾아냈다는 뜻입니다.


빌라릭은 수를 찾기 위해 체스판 위를 탐색하는 참가자들의 눈동자 운동을 추적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세 수만에 외통 장군을 부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섯 수에 장군을 부를 수 있는 '익숙한 경로'에 눈동자의 움직임이 고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어떤 상황에 딱 맞는 방법(혹은 딱 맞다고 믿어지는 방법)이 발견되면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모르게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미 적합한(혹은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방법이 있으면 더 나은 대안을 탐색하는 데 드는 시간이나 비용을 아깝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고정된 생각이 혁신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혁신은 기본적으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럭저럭 잘 굴러가는 조직이나 시스템은 그럭저럭 잘 굴러간다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새로운 관점을 얻기 힘듭니다. 애석하게도 이런 갖춤새 효과는 빌라릭의 실험에서 봤듯이 새로운 관점을 채택하라고 요구해도(혹은 가지려고 노력해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습니다. 전문가도 예외는 아닙니다.


여러분이 바라보고 있는 해법이 가장 좋은 해법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걸 일단 제쳐두고 더 나은 해법을 찾으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비록 힘들지만) 갖춤새 효과를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혁신은 자기부정으로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참고논문)

Bilalić, M., McLeod, P., & Gobet, F. (2010). The Mechanism of the Einstellung (Set) Effect A Pervasive Source of Cognitive Bias.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19(2), 1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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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보너스, 돈으로 줄까 상품으로 줄까?   

2013. 3. 1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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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회사들이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로 종종 직원들에게 여행 상품이나 전자제품과 같은 비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어떤 직원들은 "현금으로 주면 더 좋을 텐데..."라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하죠. 여러분이 만일 비금전적 보너스와 금전적 보너스 중에 무엇이 더 마음에 드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아마도 대다수가 금전적 보너스(현금)를 선호한다고 말하겠죠. 그도 그럴 것이, 현금은 여러 가지를 구매할 수 있는 '대체 가능성(Fungibility)'이 매우 높지만, 여행 상품이나 물품은 다른 것으로 바꾸기가 아주 어렵기 때문이죠.


경영자 입장에서는 섭섭한 마음일 겁니다. 경영자는 이러한 직원들의 반응을 보고 다음부터는 '돈 쓰고 욕 먹을 바에야' 돈으로 보너스를 주자고 마음 먹겠죠. 그러나 빅토리아 샤퍼(Victoria A. Shaffer)가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금전적 보상에 쏠리는 직원들의 선호를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지 말아야 합니다. 현금을 좋아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여행 상품이나 물품과 같은 비금전적 보너스에 더 큰 의미를 둔다는 것이죠.



(출처 : http://office.microsoft.com/ko-kr/images/)



샤퍼는 190명의 학생들에게 졸업 후 연봉 3만 5천 달러의 직장에 취직한 상황을 상상하게 하고는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 1500달러 현금 보너스에 얼마나 만족할지 평가하게 했습니다. 두 번째 그룹에게는 홈 오디오 시스템, 소니 51인치 와이드 스크린 HDTV, 웨스턴 캐리비언 크루즈 5박 6일 여행권 등 1500달러 상당의 비금전적 보너스 프로그램 중 하나를 택하는 조건을 얼마나 만족할지 평가하도록 했죠. 이와 달리 세 번째 그룹에게는 1500달러의 현금 보상과 1500달러 상당의 비금전적 보상을 비교하여 어느 쪽을 더 원하는지 물었습니다. 즉, 첫 번째 그룹과 두 번째 그룹은 오직 금전적 보상 아니면 비금전적 보상에 대한 선호도를 따로 평가했지만(separate evaluation, SE), 세 번째 그룹은 금전적 보상과 비금전적 보상을 같이 놓고 평가했던 겁니다(joint evaluation, JE).


결과는 어땠을까요? SE 조건에서 전반적으로 비금전적 보상을 받는 학생들은 금전적 보상을 받는 학생들에 비해 선호도가 뚜렷하게 높았습니다. 하지만 JE 조건에서는 비금전적 보상보다는 현금을 더 선호한다는 대답이 63퍼센트나 됐습니다. 금전적 보상과 비금전적 보상을 각각 따로 상정할 때는 비금전적 보상을 선호했지만, 둘을 같이 평가하도록 하자 금전적 보상을 더 선호했던 겁니다. 소위 '선호의 역전' 현상이죠.


이 실험에서 비금전적 보상 프로그램으로 제시했던 것은 실용품이라기보다는 '향락'을 위한 사치품이었죠. 만일 잔디깎기 기계, 식기세척기, 오븐 등과 같이 실용성 높은 물품을 제공한다면 선호도가 어떻게 될까요? 샤퍼가 비슷한 방식으로 실험을 해보니, 참가자들은 SE 조건에서 금전적 보상보다 비금전적 보상(실용품)에 더 높은 선호도를 나타냈습니다. JE 조건(금전적 보상과 비금전적 보상을 같이 보며 평가하는 조건)에서는 현금과 비금전적 보상(실용품)을 거의 비슷하게 선호했습니다. 사치품을 비금전적 보상으로 제시할 때는 현금을 더 선호했지만, 실용품을 비금전적 보상으로 제시했더니 현금과 비슷하게 좋아했던 겁니다.


그렇다면 금전적 보너스와 비금전적 보너스를 각각 따로 제시 받을 경우, 사람들이 예상하는 즐거움, 만족, 행복의 수준은 어떨까요? 후속실험에서 85명의 참가자들을 반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는 현금 보상만을, 두 번째 그룹에게는 HDTV, 크루즈 여행 상품과 같은 비금전적 보상만을 제시하고서 그 보상을 받은 후에 얼마나 즐거울지, 얼마나 만족스러울지, 얼마나 행복할지를 물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비금전적 보상을 제시 받은 참가자들의 즐거움, 만족, 행복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샤퍼가 실제 기업에서 일하는 150명의 직원들에게 설문을 돌려 조사한 결과도 비금전적 보상이 금전적 보상보다 낫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비금전적 보상을 받는 A라는 직원과 현금 보상을 받는 B라는 직원이 있을 때 '당신은 둘 중에 어떤 사람이길 원하느냐?', '보상을 받기 위해 누가 더 열심히 일할 것 같냐?'는 질문을 던지니 예상했던 바와 같이 설문 참가자들은 현금 보상을 받는 B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누가 더 오랫동안 자신이 받은 보상을 즐거워 할 것 같냐?', '친구에게 자신이 받는 보상을 누가 더 자랑할 것 같냐?'는 질문에는 비금전적 보상을 받는 A라는 대답이 더 많았죠. 이는 비금전적 보상이 사람들의 '정서적 측면'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지금까지의 실험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사람들은 비금전적 보너스와 금전적 보너스를 함께 놓고 선택할 때는 금전적 보상(현금)을 더 선호하지만, 각각 독립적으로 평가할 때는 비금전적 보상을 더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보상의 '의미 부여' 차원에서는 비금전적 보너스(사치품이든 실용품이든)가 현금 인센티브보다 훨씬 낫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 결과를 어떻게 제도에 반영해야 할까요? 모든 현금 보너스를 비금전적 보너스로 대체해야 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직원들이 '현금으로 보상 받기를 기대하는 시점이나 상황'에서 비금전적 인센티브를 제시하면 오히려 만족도가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위의 실험에서 JE 조건에 해당되니 말입니다. 직원들이 금전적 보너스와 비금전적 보너스를 메뉴 위에 같이 올려 놓고 상정하지 않을 경우에는 비금전적 보너스가 낫다는 점으로 샤퍼의 실험 결과를 해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현금 보너스를 운영하지 않는 기업이라면 직원들에게 비금전적 보너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낫겠죠.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줄 때 '돈으로 줄까, 상품으로 줄까'란 문제는 경영자의 골치를 꽤나 아프게 하는 문제입니다. 샤퍼의 실험 결과를 현명한 판단의 길잡이로 삼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Shaffer, V. A., & Arkes, H. R. (2009). Preference reversals in evaluations of cash versus non-cash incentives. Journal of Economic Psychology, 30(6), 859-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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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은 때때로 기대하는 자에게 찾아온다   

2013. 3. 1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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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실험에서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첫 번째 그룹에게는 불이 들어오면 곧바로 스위치를 누르게 했습니다. 반면, 두 번째 그룹에게는 반응 속도가 아주 빠른 전투기 조종사가 됐다고 상상하게 한 다음에 역시 불이 들어 오면 스위치를 누르도록 했죠. 그랬더니 두 번째 그룹(전투기 조종사를 상상한 그룹)이 첫 번째 그룹보다 훨씬 빠른 반응 속도를 보였습니다. 단순히 상상했을 뿐인데 실제로 반응 속도가 더 빨랐던 것이죠. 잘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자기도 모르게 행동에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출처 : http://office.microsoft.com/ko-kr/images/)



어떤 불행도 역시 기대감에서 찾아옵니다. 그 기대하는 바가 '나쁘다'는 것이 문제죠. 데이비드 필립스(David Phillips) 등의 연구자들이 1973년 1월부터 1998년 12월 말까지 중국계 및 일본계 미국인(약 21만명)들과 백인계 미국인(약 4733만명)의 사망일을 조사했더니 이상한 패턴이 발견되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매월 4일이 되면 중국계 및 일본계 미국인이 만성심장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다른 날보다 눈에 띄게(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으니 말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알다시피 동양에서 숫자 '4'는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기에 죽음을 연상시키는 불길한 숫자입니다. 숫자 4의 불길함이 사람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결과는 아닐까요? 매월 4일이 된다고 해서 물리적인 환경과 의학적인 환경이 특별히 달라졌다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필립스는 이런 현상을 '바스커빌 효과(Baskerville Effect)'라고 명명했습니다. 이 말은 아서 코난 도일의 작품 <바스커빌 가문의 개>에서 따온 것인데, 이 작품의 주인공 찰스 바스커빌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심장마비로 사망했죠. 바스커빌 효과는 백인들에게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서양에서는 숫자 13을 불길하게 여기지만 그 숫자는 '발음상' 죽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기(no linguistic link) 때문이라고 필립스는 설명합니다.


때때로 행운은 인생에 거는 기대치가 높은 사람에게 찾아온다고 합니다. 우리가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우연하게 온 것이라기보다는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 낸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불행도 어떤 것들은 자기가 불러 들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만일 오늘 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면 불길한 상상은 떨쳐 버리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됐다고 자기암시를 걸어보면 어떨까요? 아마 자신도 모르게 일이 술술 풀릴 겁니다. 



(*참고문헌)

리처드 와이즈먼, <잭팟 심리학>, 이은선 역, 시공사, 2008


Phillips, D. P., Liu, G. C., Kwok, K., Jarvinen, J. R., Zhang, W., & Abramson, I. S. (2001). The Hound of the Baskervilles effect: natural experiment on the influence of psychological stress on timing of death. BMJ: British Medical Journal, 323(732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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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에 열정을 갖지 말라   

2013. 3.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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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9일부터 3월 7일까지 페이스북에 올린 짧은 생각들



[열정에 대하여]


- 열정에 열정하지 말라.


- 열정은 선(善)이 아니다. 추구해야 할 가치도 아니다. 열정은 그저 여러 도구 중 하나일 뿐이다.


- 열정을 갖는 게 먼저가 아니라, 무엇에 열정해야 하는가가 먼저다. 그 무엇이 찾아지기 전까지는 당신은 열정적이지 않아야 한다.





[재택근무에 대하여]


- 직원들에게 재택근무제를 실시하기 전에 경영자(혹은 관리자)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 5개


1. 나는 결과만 보고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가?

2. 직원들의 업무는 집에서도 충분히 수행될 수 있는가?

3. 이미 직원들은 집에서 상당량의 일을 하고 있는가?

4. 집에서 일하고 싶다는 직원들의 욕구가 큰가?

5. 모든 법적 요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

(출처 : http://feeds.inc.com/~r/home/updates/~3/PVPkoUawzks/story01.htm)


- 50년간 주의깊게 조사한 결과,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거의 비슷했다고 한다. 옛날보다 요즘에 일을 더 오랫동안 한다는 생각을 옳지 않다. 옛날보다 시간적 압박이 더 강해졌기 때문에 더 오래 일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갑과 을에 대하여]


- "옛날 옛날에 갑과 을이 살었어요. 갑은 프로젝트를 수주한 을에게 곧 계약을 체결할 테니 일단 프로젝트를 진행하라고 했어요. 한달이 지나자 갑은 을에게 없던 일로 하자고 했어요. 을은 한달 동안 들어간 비용은 어떻게 하냐고 따졌어요. 갑은 다음에 일 안하고 싶으냐고 눈을 부라렸어요. 어쩌겠어요. 을은 계속 '다음 일'을 기다릴 수밖에요."


- "옛날 옛날에 갑과 을이 살았어요. 갑은 을에게 뭔가를 의뢰했어요. 을은 겨우 일정을 빼서 해주겠다고 말했죠. 며칠 후 갑이 취소 통보를 했어요. 을은 화가 났지만 참았어요. 다시 갑이 을에게 뭔가를 의뢰했어요. 이번에도 겨우 일정을 빼서 해주겠다고 말했죠. 하지만 을에게 피치못할 사정이 생겨 그것을 해주기가 불가능해졌어요. 을은 갑에게 못하겠다고 말했죠. 갑은 말그대로 '길길이' 날뛰었어요. 업계에 나쁜 소문을 내겠다고 협박도 했어요. 갑은 ''취소할 수 있는 자'이고 을을 '취소할 수 없는 자'라는 씁쓸한 현실을 을은 통탄했어요."



[소통과 의사결정에 대하여]


- 소통을 잘하려면 소통이 안 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 사람 머리 속이 어떤지 어찌 아랴?


- 소통을 강조하는 리더일수록 권위적이더라.


- 소통을 강조하는 리더일수록 하향식 소통에만 관심이 있더라.


-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말이 어느 조직이나 나온다. 하지만 의사소통 안 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동일한 사건을 두고 서로 기억을 달리 하는 '기억 왜곡'이라는 현상이 의사소통을 자연스럽게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 어려운 보고서, 복잡하고 긴 분석 절차, 연 이은 회의, 오고가는 최신의 생소한 용어 등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자기 만족 혹은 자기 위안의 결과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것보다 고리타분한 아이디어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더 어렵다."...by 존 메이너드 케인스


-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2단계 절차

1단계 : 언제까지 의사결정을 늦출 수 있는지 가늠한다

2단계 : 1단계에서 얻은 시간까지 의사결정을 늦춘다




[우리의 시간에 대하여]


아들 : 아빠는 1시간에 얼마 벌어요?

아빠 : 몰라도 돼. 그건 왜 물어?

아들 : 그냥 알고 싶어요. 좀 알려 주면 안 돼요?

아빠 : 1시간에 10만원 번단다.

아들 : 그래요? 그럼 저에게 5만원만 빌려 주세요.

아빠 : (화가 나서) 그 돈은 뭐에 쓰게? 장난감 사려고? 넌 어쩜 철이 없니? 아빠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모르니?


아들은 자기 방에 들어가 버렸다. 아빠는 자기가 너무 심했나 싶어 아들 방을 노크했다.


아빠 : 자니?

아들 : 아뇨. 아직요.

아빠 : 생각해 보니 아빠가 너무 심했다. 아빠가 오늘 좀 힘들었거든. 여기 5만원 받아라. 그런데 5만원은 뭐에 쓰려고?

아들 : 아빠, 고마워요! 


아들은 베개 밑에서 구겨진 지폐 몇 장을 꺼내어 돈을 세기 시작했다. 아빠는 그걸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


아빠 : 돈 있으면서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니?

아들 : 돈이 부족했으니까 빌려달라고 했죠. 하지만 이제 충분해요. 아빠, 이 10만원으로 아빠의 시간을 1시간 사고 싶어요. 1시간 일찍 집에 오면 안 돼요? 같이 저녁 먹으면 좋겠어요.


아빠는 뒤통수를 한 방 얻어 맞은 듯 했다. 아빠는 아들을 안으며 용서를 빌었다.


우리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람들을 위해 시간을 쓰고 있을까?


(출처 : http://www.facebook.com/jungsik.yu/posts/509180282461740 )



[기타]


- 직원들을 의심할 때 평가제도는 복잡해진다.


- 불만이 없다는 것이 만족한다는 증거는 아니다. 직원들이 별로 불만이 없다는 게 회사에 만족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 직원들이 하는 실수는 경영진이 저지르는 실수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다. 직원들의 실수를 벌하지 말라.


- 나의 강점을 칭찬하는 회사로 가라. 나를 사랑하는 회사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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