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하려면 한 가지만 제대로 하라   

2013. 8. 2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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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계획 중이라면 오늘 읽는 이 글이 조금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살을 빼려면 운동을 해서 지방을 태워야 하지만 그보다는 습관적인 군것질을 줄이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운동을 한들 몸 안으로 들어오는 칼로리를 줄이지 않는 한 몸무게의 변화는 크지 않겠죠. 그렇다면 군것질을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예전에 올린 글 중에 '실행 의도(Implementation Intention)'에 관련된 내용이 있었습니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려면 'If…Then…' 방식의 조건문을 설명하면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었죠. 실행 의도란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저녁시간이 다가오는 오후 4시가 되면 슬슬 공복감이 찾아오고 '입이 궁금하여' 군것질거리가 생각나게 됩니다. 이런 경우 "오후 4시가 되면, 과자 대신 몸에 좋은 과일을 먹자" 혹은 "군것질거리가 생각나면, 계속 물을 마시자"와 같은 조건문을 만들어두고 실천하면 목표를 훨씬 용이하게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실행 의도 이론입니다. 이미 많은 학자들이 실행 의도의 유용함을 증명했습니다.



출처 : www.nicolaiswallner.com



그렇다면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조건문을 하나만 설정할 것이 아니라 여러 개를 설정할수록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아마 여러분은 "오후 4시가 되면, 과자 대신 몸에 좋은 과일을 먹자" 뿐만 아니라 "군것질거리가 눈에 보이면, 무조건 그곳을 떠난다", "군것질하고 싶어지면, 명상에 관한 책을 읽자"와 같은 조건문을 더 설정해두면 더 효과적일 거라고 직관적으로 생각할 겁니다. 군것질하고 싶은 상황마다 실행 의도라는 장치를 설치하면 불필요한 칼로리 섭취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직관이 틀렸음을 알려주는 실험이 있습니다. 오크제 베르호에벤(Aukje A. C. Verhoeven)과 동료 연구자들은 조건문을 여러 개 설정할 때보다 오직 한 개를 설정할 때 실행 의도의 효과가 훨씬 높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베르호에벤은 체중이 평균 이상인 63명의 여학생들을 모집하여 그들에게 자신의 군것질 습관을 3일 동안 기록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 '모니터링 다이어리'에 언제 얼마나 많이 식사 이외의 음식(건강에 그다지 좋을 것 없는 음식)을 섭취했는지 기록하게 함으로써 군것질 회수와 칼로리 섭취량을 계산할 목적이었죠. 


베르호에벤은 모니터링 다이어이를 작성하고 모인 학생들을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눴는데, 첫 번째 그룹에겐 1개의 실행 의도문을 작성하게 하고 두 번째 그룹에게는 3개의 실행 의도문을 설정하도록 했습니다. 세 번째 그룹은 대조군으로서 그들에겐 몸에 좋은 간식거리 10가지를 열거하도록 했죠. 이 작업이 끝나고 학생들에게는 다시 다이어리가 주어졌는데 실행 의도 조치 이후에 3일 동안 먹게 되는 군것질 회수와 칼로리를 측정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요? 먼저 대조군 학생들의 군것질 회수가 2.01회에서 1.47회로 줄었고 불필요한 칼로리 섭취도 416Kcal/일에서 292Kcal/일로 감소했습니다. 1개의 실행 의도문을 작성한 학생들의 개선효과는 더 컸습니다. 군것질 회수는 2.45회에서 1.45회로 줄었고 칼로리도 420Kcal/일에서 243Kcal/일로 떨어졌죠. 반면, 실행 의도문을 3개 작성한 학생들의 개선효과는 발견되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군것질 회수는 1.95회에서 1.83회로 미미하게 감소했고 칼로리는 358Kcal/일에서 368 Kcal/일로 오히려 증가했죠(통계적으로는 변화 없음). 대조군보다도 못한 결과였습니다.


이 실험의 결과로 알 수 있는 것은 '나쁜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 실행 의도라는 장치를 쓸 때는 조건문을 여러 개 설정하는 것보다는 오직 하나를 설정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이죠. 군것질과 같은 나쁜 습관을 없애려면 '적은 것이 더 낫습니다(Less is More)'. 욕심 내지 말고 한 가지만 제대로 하라는 것이죠.


그렇다면 왜 여러 개의 실행 의도문은 나쁜 습관을 없애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걸까요? 그 이유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겠습니다. 여러분의 나쁜 버릇을 고치기 위해 단 하나의 조건문을 설정한다면 무엇을 채택하겠습니까?



(*참고논문)

Verhoeven, A. A., Adriaanse, M. A., Ridder, D. T., Vet, E., & Fennis, B. M. (2013). Less is more: The effect of multiple implementation intentions targeting unhealthy snacking habits.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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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라   

2013. 8.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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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통방송 스튜디오 949의 <유정식의 색다른 자기경영>에서 방송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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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술] 2013년 8월 13일(화)


1.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 대표와 연결돼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조금 무거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데, 오늘은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삶을 어떻게 사는 것이 좋겠냐고 물어보면 아마도 거의 모든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불행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이 시간에 모두 다룬다는 것은 욕심이겠지만, 오늘 이 시간에는 어떻게 해야 조금은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그 방법을 이야기해 보겠다. 먼저 첫 번째로 말하고 싶은 것은 ‘행복해야 한다’고 강박관념을 가지면 오히려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 행복에 강박관념을 가지면 불행해진다? 어떤 뜻인가?


서점에 가서 여러 자기계발서들을 살펴보면, "행복하려면 이렇게 하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행복을 느낄 수 없다", "행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는 식으로 독자들에게 행복의 중요성을 호소한다. 그런 책을 읽어보면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그런데, 그런 글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행복하게 살겠다는 긍정적인 의지가 솟아날까? 아니면 자신이 초라하고 나약하게 느껴질까?


브록 배스티언이란 사람이 연구를 했는데, 그는 행복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사회가 자신들에게 기대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믿을수록, 우울함이나 슬픔과 같은 감정을 더 부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이 결과를 바꿔서 생각해 보면 이렇다. 행복을 강조하는 쪽으로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 '난 슬퍼하면 안돼', '좌절하면 안돼'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억압하려 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행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가 오히려 사람들을 행복하지 못한 상태로 이끄는 것이다. 행복에 강박관념을 가지면 오히려 불행해진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3. 사람들은 돈이 많으면 행복해질 거라고 상상한다. 돈에 대한 강박관념과 행복은 어떤가?


사회자께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돈이 많으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까? 청취자들도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더 오래 일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일에 쏟아붓는다.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도 정작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러 연구에서 이미 밝힌 것이지만, 돈과 행복과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 돈이 별로 없는 사람이 더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돈 많이 벌면 행복하겠지?’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돈이 너무 강조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불행해질 거라는 걱정으로 인해서, 돈이 많으면 행복해질 거라는 착각이 더 강화되는 것이다. 돈은 행복에 필요한 여러 조건 중에 하나일 뿐이다. 현재 수입이 낮다고 해서, 향후에 낮은 수입이 예상된다고 해서 자신의 삶이 불행으로 치닫게 될 거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돈이 많아야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은 돈이 우리 삶의 불확실성을 줄여주고,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행복해질 거라는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4. 불확실성이 행복하게 만든다? 언뜻 와닿지 않는 말인데, 어떤 뜻인가?


요즘에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많아서 생활이 편리해졌지만, 그것 때문에 오히려 짜증을 느끼고 조급함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부산에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서울 시내 버스들이 정류장에 언제 도착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스마트폰 어플이 있다. 버스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앞으로 몇 분 안에 정류장에 도착할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어플을 통해서 버스 도착 시간을 알게 되면 행여나 버스를 놓칠까봐 조바심을 내면서 뛰어가게 된다. 어플이 궁금증을 해소해 주지만, 그만큼 느긋하게 걸을 수 있는 자유를 빼앗는다. 따지고 보면 바쁘게 서두를 상황도 아닌데, 버스 도착 시간을 알게 되어서 더 조급해지고 불안감을 느낀다.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없애는 것보다 우리의 삶을 그냥 불확실하게 놔두는 것이 행복의 길일지도 모른다. 때로는 무작위적인 상황이 행복한 순간을 더 행복하게 느끼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5. 조급함을 느끼는 것이 행복감을 떨어지게 만든다고 했는데, 좀더 자세히 말씀해 주신다면?


시계를 잘 들여다 보거나, 다른 사람보다 식사를 빨리 하는 편이거나, 또 앞에 가는 차에게 경적을 자주 울리고, 하는 일 없이 앉아 있으면 불안해지는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조급증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의심해야 한다. 조급증이 심각하면, 시간적 압박이 없는데도 서둘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그런 강박관념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조급함이 심할수록 관상동맥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한다. 


현대인 중에는 "바쁘다, 바빠", 이런 말을 항상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무언가에 쫓기듯이 일을 하고, 하나의 일을 하면서도 다른 일 걱정 때문에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은 "한 시간이라도 낭비하지 않는 사람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조급증이 심하면 왜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지, 그 의미를 알지 못한 채 바쁘게만 산다는 것을 지적하는 말이다.



6. 그래도 시간적인 압박감을 적절하게 느껴야 행복한 것 아닌가?


맞는 말이다. 시간적인 압박이 너무 심해도 문제지만, 시간적 압박이 너무 없어도 문제다. 동물원에 가면 원숭이들이 과자를 던져 달라면서 박수를 치기도 하면서 애가 타는 모습을 보인다. 사육사들이 끼니 때마다 충분한 양의 먹이를 줄 텐데 왜 그러는 걸까? 왜냐하면 매우 지루하기 때문이다. 좁은 우리에 갇혀 있고, 몇 마리 안 되는 다른 원숭이들과 함께 지내야 하니까 매우 지루할 것이다. 그런 지겨움을 해소할 유일한 방법은 그저 먹는 것뿐이다. 동물원 관리자들이 사람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이유는 무엇이든 다 입으로 가져가고, 배가 다 차도 끊임없이 먹어대기 때문이다.


사람도 똑같다. 늘어질 대로 늘어지고, 별다른 자극 없이 일상이 지루하게 흘러가면, 건강이 아주 나빠진다. 폭식과 같은 잘못된 자극에 탐닉하게 되기 때문에 비만뿐만 아니라, 여라 가지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다. 시간적 압박이 전혀 없는 사람은 행복하지도 않고, 건강하지도 않다. 시간적 압박이 매우 적다면 자신의 삶에 변화를 기하도록 해야 한다.



7.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해 다른 사람과 교류를 많이 하면, 행복에 도움이 될까?


페네 디터스란 사람이 실험을 했는데, 평소보다 페이스북에 글을 많이 올린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외로움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글을 많이 올리는 학생들은 친구들과 더 가까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글을 많이 게시하는 학생들은 친구들로부터 받는 댓글이나 '좋아요' 숫자와 상관없이 외로움을 덜 느낀다고 한다.


SNS를 통한 연결이 직접 만나는 것을 대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외로움을 덜 느끼게 하는 방법'으로 SNS가 도움이 된다. 혹시나 지금 외롭다면 페이스북 담벼락을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도배'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물론 페이스북 친구들이 도배를 참아줘야 겠지만.



8. 끝으로, 행복하게 살기 위한 조언 한마디를 해 주신다면?


헨리 데이비스 소로는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은 더 많은 물건을 포기할수록 더 부유해진다. 저택에 살건 감옥에 살건 근본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법정 스님은  욕심을 버리고 덜 쓰고, 덜 입고, 덜 즐기는 '가난함'이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의미로 무소유를 이야기했다. 법정 스님이 말한 ‘무소유’는 물건을 가지지 말라는 뜻보다는 물건을 많이 가지려는 욕심을 덜어내라는 뜻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법을 수학방정식으로 만들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행복 = 1 / 욕심’ 이다. 욕심이 분모에 있다는 말은, 욕심을 줄일수록 행복이 커진다는 뜻이다. ‘행복=1/욕심’, 이 ‘행복방정식’을 오늘부터 머리 속에 넣어두고 산다면, 조금은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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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분한 책상이 창의력에 도움 된다   

2013. 8.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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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기 전에 사무실을 쭉 훑어보기 바랍니다. 아마 여러분은 어떤 사람의 자리는 반듯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의 책상은 이것저것 잡동사니가 쌓여 있고 지저분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꼭 있어야 할 것만 놓여있고 깔끔히 정리된 책상에서 일할 때와, 이런 저런 자료가 흩어져 있어 어지럽게 보이는 책상에서 일할 때, 여러분은 어떨 때 일이 더 잘 되는 것 같습니까? 


아마 각자의 성향에 따라 다를 텐데, 미네소타 대학교의 캐슬린 보스(Kathleen D. Vohs)와 동료 연구자들은 책상의 주인이 수행하는 업무가 무엇이냐에 따라 책상의 '깔끔함' 또는 '지저분함'이 업무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정리정돈된 사무환경은 사회적 전통, 규정 준수, 보수적인 관리가 중요시되는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되고, 어지럽고 지저분한 사무환경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비전통적인 방식을 추구하는 업무에 적절하다는 것이죠.



(출처 : http://kuiliu.wordpress.com/2009/04/06/messy-room-collection/ )



연구팀의 첫 번째 실험은 사무환경의 깔끔함이 기부 성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되었습니다. 34명의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깔끔한 방'과 '지저분한 방'에 들어가게 하고 실험과 관련 없는 설문에 응하게 함으로써 10분 정도 머물게 했죠. (지저분한 방에는 사무용품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음) 그런 다음, 보육시설의 아이들에게 책과 장난감을 보내주는 기부 프로그램에 자신이 수고료로 받은 돈(3유로) 중에 얼마를 기부할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깔끔한 방에 있던 참가자들이 지저분한 방에 있던 참가자들에 비해 2배나 많은 돈을 기부했습니다(2.95유로 대 1.17유로). 보스는 참가자들에게 방에 있는 동안 사과나 초콜릿 중 하나를 선택해 먹도록 했는데, 깔끔한 방의 참가자들이 몸에 유익한 사과를 더 많이 골랐습니다(67% 대 20%). 정리정돈된 환경이 참가자들로 하여금 사회통념적으로 '좋은' 행동을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한 셈이죠.


후속실험에서 보스는 48명의 학생들에게 역시나 깔끔한 방과 지저분 방에 각각 머물게 한 후에 탁구공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지를 묻는 창의력 테스트를 했습니다. 실험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두 명의 심사자에 의해 창의성을 평가하도록 하니 이번에 지저분한 방에 머물렀던 학생들이 창의성 점수에서 훨씬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기본적으로 '창의'란 기존의 질서와 전통을 깨뜨리고 새로움을 발굴하는 것에서 출발하는데, 여러 물건들이 지저분하게 놓여져 있는 환경이 참가자로 하여금 기존과 '다르게' 생각하도록 유도했습니다. 탁구공이 탁구 경기에만 쓰여야 한다는 규칙을 해체하도록(해체해도 된다고) 참가자들을 자극했던 것입니다.

 

마지막 실험에서 보스는 참가자들에게 과일 스무디에 첨가할, 건강에 좋은 재료를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재료에는 'New' 혹은 'Classic'이란 라벨이 붙어 있었죠. 깔끔한 방에 있던 참가자들은 New보다는 Classic 라벨이 붙어 있을 때 건강에 좋은 재료를 더 많이 선택했고, 반대로 지저분한 방에 있던 참가자들은 New 라벨이 붙었을 때 건강에 좋은 재료를 더 많이 선택했습니다. 이 실험 역시 지저분한 환경은 참신함을 자극하고 깔끔한 환경은 질서를 추구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보스의 연구가 알려주는 시사점은 규정 준수과 중요시되고 정확한 업무 처리가 요구되는 업무는 정리정돈된 책상이, 창의성과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업무는 어질러진 책상이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성격과 지능이 업무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처럼, 개인을 둘러싼 환경도 업무가 요구하는 특성과 어울려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야 하는 직원에게 책상을 정리정돈하라고 핀잔을 주거나, 규정 준수와 정확한 일 처리를 요구 받는 직원에게 책상이 너무 반듯하다고 놀리면 곤란하겠죠. 놀리거나 핀잔을 주려면 그 반대의 경우에 해야 할 것입니다. ^^



(*참고논문)

Vohs, K. D., Redden, J. P., & Rahinel, R. Physical Order Produces Healthy Choices, Generosity, Conventionality, Whereas Disorder Produces Creativity. Psychological Science. 2013 Aug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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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을 잘하는 것도 기술이다   

2013. 8.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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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6일(화) 부산교통방송 스튜디오 949의 <유정식의 색다른 자기경영>에서 방송된 내용입니다. 칭찬을 잘 하는 것도 기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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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 대표와 연결돼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다른 사람들에게 칭찬을 하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칭찬 받기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칭찬하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어떤 상사들은 직원들에게 왜 칭찬하냐고, 직원들이 원래 자기네들이 할 일을 한 것인데 왜 칭찬하냐고, 되묻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자기는 칭찬을 잘 한다고 말하지만,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칭찬에 인색한 사람으로 평가 받는 상사들도 많다. 직장에서는 상사가, 가정에서는 부모가 부하직원과 아이들에게 적절하게 칭찬하고 인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오늘은 칭찬을 잘 하기 위한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2. 칭찬의 효과에 대해 정리해서 말씀해 주신다면?


칭찬하는 목적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칭찬이 곧 상’이라는 목적을 가장 많이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좋은 행동을 지속시키고 반복시키는 데에 칭찬의 목적이 있다. 다시 말해서, 어떤 행동이 자꾸 반복되어서 다시 발생하기를 기대하기 위해서 칭찬을 하는 것이다. 아이가 열심히 공부하면 칭찬하는 말을 할 텐데, 그것은 계속해서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각자 알아서 자기가 할 일을 수행하도록 하려면 칭찬이라는 연료가 가해져야 한다. 칭찬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으면 직원들은 그냥 앉아서 수동적으로 일하려고만 할 것이다.


폴 마르시아노란 사람은 1분 동안 칭찬을 해주면, 직원들은 100분 동안 자기주도적으로 일한다고 말한다. 칭찬은 아주 수익률이 좋은 투자라는 것이다. 회사 일이 많아서 직원에게 야근하라고 지시했는데, 야근한 직원들에게 아무런 칭찬을 하지 않는다면, 직원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나중에 또 야근하자고 하면 거부감이 아주 커질 것이다. 상사들은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 일을 하면 좋겠다고 불평을 많이 하는데, 그렇게 말하기 전에 자신이 직원들에게 얼마나 칭찬을 많이 했는지, 얼마나 직원들의 업적을 인정해 줬는지 돌아봐야 한다.





3. 이렇게 칭찬의 효과가 분명한데, 왜 직원들에게 칭찬을 잘 안 하는 건가?


여러 가지 변명을 하면서 칭찬을 안 하는 상사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가장 자주 나오는 핑계는 뭘까? ‘시간이 없어서’란 핑계가 가장 많은데, 이해가 별로 안 되는 핑계다. 칭찬하는 데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몇 초 밖에 걸리지 않고, 길어져도 1분이 안 걸린다. 만약 시간이 없고 바빠서 칭찬을 못하고 넘어갔다면 퇴근하면서 문자메시지라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해서는 안되는 핑계다. 


비슷하게 많이 나오는 핑계는 처음에 말했듯이, ‘직원들이 할일을 했을 뿐인데 왜 칭찬을 하느냐’는 것이다. 이런 핑계를 대는 상사에게 이 말을 되묻고 싶다. ‘본인은 본인의 할일을 다 하고 있냐’고 말이다. 상사의 할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은 직원들의 업적을 인정하고 칭찬해주는 것이다. 직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도 칭찬을 하는 것이 관리자 본연의 역할이다. 그래서 역시나 그런 핑계는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것 외에도 ‘내 윗사람도 날 칭찬 안 하는데, 내가 왜 부하직원들을 칭찬하냐’, ‘내 성격과 맞지 않아서 칭찬 못하겠다’란 상사도 있는데, 이렇게 말하려면 관리자를 그만 두는 게 좋다.



4. 혼은 잘 내면서 칭찬에 인색한 상사가 있는데, 그건 왜 그런가?


사람들은 보통 다른 사람의 바람직한 행동은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잘못된 행동은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낸다. 어쩔 수 없이 옛날부터 지금까지 살아오기 위해서 부정적인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우리의 뇌가 진화됐기 때문인데, 역시나 부하직원들이 잘한 행동보다는 뭔가 어긋나게 행동하는 것이 더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칭찬보다는 혼을 더 많이 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심리적인 한계를 극복하려면, 관리자들은 일부러 직원들의 긍정적인 행동을 바라보려고 해야 한다. 말은 쉽지만 연습이 좀 필요한데, 한 시간에 한 두 명의 직원을 관찰한 다음에 그 직원들이 잘한 행동이 무엇인지 유심히 관찰한 다음에, 바로 칭찬을 하기로 하면 칭찬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더 이상 받지 않을 것이다. 보다 자세한 칭찬의 기술은 조금 있다가 말씀 드리겠다.



5. 효과적으로 칭찬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 달라.


개그맨들이 코미디로 청중을 웃기기 위해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무엇일까? 웃기는 말 자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똑같이 웃긴 말도 적절한 타이밍에 해야 ‘빵’ 터진다. 칭찬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직원이 칭찬 받을 행동을 했다면 언제 칭찬을 하는 게 좋을까? 가장 좋은 타이밍은 바람직한 행동을 한 직후에 칭찬하는 것이다. 나중에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칭찬을 하는 것은 썰렁한 농담과 마찬가지여서 효과가 거의 없다.


또 하나의 중요한 기술은 구체적으로 칭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잘했어’, ‘훌륭해’ 이렇게 이야기하면 별로 효과가 없다. 만약 상사가 평소에 간단한 칭찬을 입에 달고 산다면, 그런 칭찬을 들은 직원들은 ‘그냥 입에 발린 소리’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직원이 사장님 앞에서 발표를 끝냈는데 그 직원에게 ‘잘했어’라고만 말하면 ‘발표자료를 잘 만들었다는 것인지’, ‘사장님의 질문에 잘 대답했다는 것인지’, 그 직원으로서는 알 수 없다. 뭘 잘 했는지 알아야 나중에 계속 ‘그 잘한 것’을 반복할 수 있다. 그래서 칭찬의 3단계 기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6. 칭찬을 3단계로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인가?


먼저, 첫번째 단계는 칭찬 받을 만한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것이다. 그냥 ‘잘했다’라고 말하지 말고 ‘사장님이 예산에 대해 질문하셨는데 자네가 잘 대답했다. 사장님이 원래 예산에 민감하다는 걸 알고서 미리미리 잘 대처했어’라고 일러줘야 한다. 그런 다음, 두 번째 단계는 그런 바람직한 행동으로 인한 ‘영향’을 말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서, ‘자네가 사장님의 질문에 잘 답해줘서 사장님이 우리팀이 올린 계획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실 거야’라고 해야 칭찬의 효과가 더 배가된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단계는 ‘기대’를 덧붙이는 것이다. 다시 예를 들면 ‘앞으로 사장님에게 올릴 계획에서 예산 수립에 관한 자네의 전문성을 계속 발휘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하면, 직원의 바람직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조직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칭찬하는 데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1분도 안 걸린다. 1분만 투자하면 훨씬 더 큰 성과로 돌아온다는 것이 칭찬의 효과다.



7. 칭찬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을 또 소개해 준다면?


어떤 상사는 자기 자리에 앉아서 사무실 구석에 있는 직원에게 ‘어이, 잘했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것 칭찬이 아니다. 칭찬하라고 하니까 마지못해 칭찬한다는 느낌을 들게 만든다. 반드시 가까이 있는 상태에서 칭찬을 해야 한다. 서로 얼굴 표정도 보고 제스처도 봐야 칭찬의 효과가 커진다. 


말투도 중요한데, 칭찬할 때는 성의 있게 또박또박 말을 해야 한다. 말투가 이상하면, 듣는 사람은 ‘이 사람이 나를 빈정대는구나’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무뚝뚝하게 말하는 사람이라면 사전에 연습을 좀 해야 할 필요도 있다. 부하직원에게 잘 보이려고 칭찬하는 것이고, 칭찬하는 것이 그저 관리자의 임무일 뿐이라고 여긴다면, 칭찬의 진정성은 사라진다. 자신의 칭찬이 진정 마음에서 우러난 칭찬인지 꼭 주의를 해야 한다.



8. 끝으로, 직장생활에서 서로 칭찬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간단한 팁이 있다면 말해 달라.


하루에 한 번 이상 회의를 할 텐데, 그날 칭찬 받아 마땅한 사람에게 칭찬하면서 회의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칭찬을 주고 받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회의를 시작하면 회의가 부드럽게 잘 시작될 것이다. 또, 어쩌다가 칭찬 받아야 할 직원이 사무실에 없어서 칭찬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휴대폰은 이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전화를 걸어서 바로바로 칭찬하는 습관을 상사 뿐만 아니라 모든 직원이 생활화해야 한다. 


전화도 어려우면, 다른 직원에게 칭찬의 말을 전달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좋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런 칭찬이 더 효과적인데, 다른 동료들에게 그 직원의 잘한 행동을 소문 내도록 하면 칭찬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처음이라 칭찬이 좀 뻘쭘하다면, 하루에 한 사람의 직원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칭찬하겠다는 다짐을 실천하는 것도 좋겠다.



(끝)


(*참고도서)

<존중하라>, 폴 마르시아노, 처음북스,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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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스토밍을 올바르게 하는 방법   

2013. 8.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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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자 부산교통방송의 <유정식의 색다른 자기경영> 코너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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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스토밍을 올바르게 하는 방법] 2013년 7월 30일(화)


1.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 대표와 연결돼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회사에서 직원들이 어떤 주제에 관하여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할 때 자주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브레인스토밍이다. 말 그대로 폭풍을 일으키듯이, 모두 모여 함께 머리를 굴려보자는 말인인데, 알렉스 오스본이라는 사람이 창안한 ‘아이디어 창출법’이다. 아시겠지만, 브레인스토밍을 효과적으로 실시하려면, 각자가 내놓은 아이디어를 절대 비판하지 말아야 하고, 가능한 한 양적으로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내려고 독려해야 한다. 하지만, 좋은 방법이지만 애석하게도 브레인스토밍은 조직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늘은 브레인스토밍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 브레인스토밍을 재밌게, 그리고 유용하게 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해 보겠다.



2. 구체적으로 브레인스토밍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브레인스토밍으로 얻어낸 아이디어가 별로 참신하지 않다는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는 아이디어의 양도 별로 되지 않는다는 증거가 아주 많다. 여럿이서 토론하면 아이디어가 어느 한쪽 분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아무리 타인의 의견을 비판하지 말라고 주의를 줘도 스스로 자기 아이디어를 검열하는, 다시 말해 ‘자기검열’을 막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 또 어떤 특정인이 좌중을 압도하면 그 사람 의견에 동조하고 순응하는 문제들도 발생한다.


이렇게 브레인스토밍의 문제를 지적하면, 브레인스토밍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브레인스토밍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러 실험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브레인스토밍이 특정한 아이디어로 쏠리고 동조하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결코 생산적인 도구가 되지 못한다고 한다. 기대와 다르게 브레인스토밍은 아이디어의 양과 질적인 측면을 보장하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브레인스토밍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3. 브레인스토밍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고? 왜 그런가?


아마 브레인스토밍이란 말을 들으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 나도 많이 해봤어’라고 말하는데, 얼마나 자주 브레인스토밍을 하냐고 물으면 ‘한 달에 한 번’ 정도 한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밖에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게 하니다. 아마 한 달에 한 번 한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은 여럿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는 것을 브레인스토밍으로 잘못 생각하는 것 같은데, 브레인스토밍은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모여서 해야 하고, 충분한 연습이 필요한 과정이다. 브레인스토밍을 한다고 말하면서 한 달에 한번 밖에 안 한다고 말하는 것은, 책읽기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한 달에 1권 밖에 읽지 않는것과 같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브레인스토밍의 규칙들은 준수하기가 쉽지는 않다. 다른 사람이 낸 의견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지 말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원래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비판하는 것을 더 편하게 여긴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비판하는 표정을 보이면, 아이디어를 마음대로 내놓기가 쉽지 않다. 또 한가지 브레인스토밍 효과를 달성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브레인스토밍에 참가하는 회사 동료들이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4. 회사 동료들끼리 브레인스토밍을 하면 효과가 없다는 뜻인가?


그렇다. 처음에는 출신과 배경이 달라도 같은 회사의 직원이 되면 자연스럽게 동질성이 형성된다. 이런 동료의식이 잘못 심화되면 머리가 딱딱하게 굳어서 한쪽 방향으로 생각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 그런 현상을 ‘집단 극화’라고 부른다. ‘극화’라는 말은 말 그대로 극단적으로 한쪽 아이디어에 쏠린다는 뜻인데, ‘집단’이란 말이 붙어서 ‘집단 극화’가 된 이유는 혼자서 결정을 내릴 때보다 집단이 결정을 내릴 때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훨씬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야니프란 심리학자가 밝혀낸 현상인데, 끼리끼리 모인 집단일수록, 다시 말해서 동질성이 큰 집단일수록 집단 극화가 자주 난다고 한다. 브레인스토밍을 효과적으로 진행하려면,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지닌 사람들을 참여시켜야 한다. 끼리끼리 모여서 아이디어를 내봤자 ‘그 나물에 그 밥’인 것 밖에 나오지 않는다. 효과적인 브레인스토밍을 위해서는 외부인을 브레인스토밍에 참여시키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5. 지금까지는 브레인스토밍의 문제를 알아봤는데, 잘 진행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해 준다면?


브레인스토밍을 하자고 하면, 처음부터 마구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막 던진다’라는 말이 있잖나? 그러면 ‘쓰레기 아이디어’만 가득 쌓이고 좋은 아이디어를 고르기도 어렵다. 그래서 브레인스토밍을 하기 전에 일단 각자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수적이다. 니콜라스 콘이라는 사람이 실험을 했는데, 먼저 각자 생각해 보고 나서 아이디어를 내게 했더니, 처음부터 여럿이서 같이 아이디어를 내게 했던 경우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고 한다.


브레인스토밍 전에 서로의 의견을 확인하지 말고, 일단 각자 생각해볼 시간을 가진 다음에 본격적으로 브레인스토밍에 돌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의 의견을 확인하면, 남의 의견을 비판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아이디어를 제시하기가 두려워지기 때문에 꼭 ‘각자 생각할 시간’을 먼저 가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브레인스토밍에는 휴식도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해둬야 한다.



6. 휴식이 중요하다? 왜 그런가?


조금 전에 소개한 니콜라스 콘이 수행한 다른 실험에서 규명된 것인데, 실험 참가자들을 둘로 나눠서 한쪽 그룹은 브레인스토밍을 하다가 중간에 게임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도록 했고, 다른 그룹은 휴식 없이 계속해서 브레인스토밍을 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중간에 휴식을 취한 참가자들이, 휴식하지 않았던 참가자들에 비해서 40퍼센트나 많은 아이디어를 냈다. 아이디어의 질도 더 좋았다.


브레인스토밍을 너무 오랫동안 하면 오히려 안 하는 것보다 못한데, 한번 브레인스토밍을 하면 적당한 시간이 얼마 정도일 것 같은가? 경험상 가장 좋은 시간은 60분이라고 한다. 조금 넘어갈 수는 있겠지만, 브레인스토밍이 길어지면 두뇌는 피로해져서 더 이상 아이디어를 진척시킬 힘이 없어진다. 브레인스토밍을 업무로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수시로 필요할 때마다 한다고 생각하고 60분 정도만 하고 바로 끝내야 한다.



7. 브레인스토밍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방법을 또 하나 말씀해 주신다면?


브레인스토밍이라고 하면, 입으로 아이디어를 말하고 그것을 포스트잇에 쓰거나 칠판에 쓰는 행위를 생각하는데, 그런 것도 좋지만, 몸을 직접 움직이는 방법을 함께 결합해 보는 것도 좋다. 이런 방법을 ‘바디 스토밍’이라고 부르는데, 브레인스토밍과 관련된 물건을 직접 사람들 앞에 보여주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몰입을 유도할 수 있고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아주 도움이 된다.


나는 워크숍을 진행할 때 가능하면 참가자들에게 레고 블럭을 사용하게 한다. 레고 블럭으로 현재의 문제 상황을 비쥬얼하게 만들어 보라고 하고, 만들어진 레고 블럭을 바라보도록 한다. 그러면 참가자들이 문제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지 방법을 생각하기가 용이해 진다.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는 게 좀 유치해 보일지 모르지만, 정말 효과적이다. 한번 써보기 바란다.



8. 끝으로, 좋은 브레인스토밍을 위해서 ‘이것만은 절대로 하지 말아라’ 라고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모인 사람들 중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절대로 먼저 말을 꺼내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절대로 지켜야 하는 브레인스토밍의 규칙이다. 브레인스토밍은 아주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어야 하는데, ‘사장님’이 회의를 시작하면서 ‘이 회의가 얼마나 중요하다는 둥,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길 바란다는 둥, 당장 써먹을 아이디어를 내놓아 달라는 둥’... 이렇게 으름장을 놓고 나면, 나머지 사람들은 사장님의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되어 버린다. 명령한다고 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생겨나는 게 절대 아니다. 만약 사장님이 매번 그렇게 찬물을 끼얹는 말을 하면서 브레인스토밍을 하라고 명령한다면, 계략을 써서 사장님을 회의실 밖으로 모시고 나가는 게 좋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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