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하는 CEO께 드리는 말씀   

2013. 7.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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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하는 CEO에게 드리는 말씀] 2013년 7월 9일(화)


1.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 대표와 연결돼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좀 쑥쓰럽지만 최근에 제가 책을 냈는데, 제목이 <착각하는 CEO>이다. 제목이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끄는지 많은 분들이 이 책에 관해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 제목만 딱 들으면 책의 내용이 ‘자기경영’과는 좀 거리가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회사의 관리자들이 리더로서 부하직원을 관리할 때 착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또 올바른 방향으로 직원들을 이끄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자기경영이다. 그래서 오늘은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조직의 리더들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조직을 관리해야 하는지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2. <착각하는 CEO>라... 어떤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인가?


말 그대로 CEO들이 직원들의 심리를 잘 안다고 믿는, 그런 자신만만함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표적으로 이런 사례가 있다. 회사가 어려워져서 인력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하면, 많은 경영자들이 정보를 감추고 밀실에서 몇명이 구조조정을 계획을 세운 다음에 발표하곤 한다. 그래야 직원들이 덜 반발하고 덜 동요할 거라고 생각하고, 또 그래야 구조조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원들은 구조조정한다는 소문을 듣고 어떤 마음일까? ‘이러이러 하더라’라는 이야기, ‘카더라 통신’ 때문에 마음을 잡지 못하고, 불안감 때문에 소문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해고 대상자라고 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할 텐데, 아무일도 못하게 되고, 나중에 발표가 나면 정신적 충격까지 받게 된다.


이런 식으로 직원들을 구조조정한 회사가 바로 씨티뱅크였다. 씨티뱅크는 직원들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직원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통제할 권리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구조조정의 후유증이 깊게 남아서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말았다. 아무도 모르게 일사천리로 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더 손해를 보고 말았던 것이다. 이렇게 직원들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영자의 시각을 고발하기 위한 이야기들로 책이 구성되어 있고, 여러 가지 심리 실험으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3. 단적으로, 경영자들이 직원 심리를 헤아리지 못해서 생긴, 재미있는 사례가 책에 소개돼 있나?


2001년에 미국 보스턴 소방본부는 소방관들에게 병가 일수를 1년에 15일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원래 소방관들은 일수 제한없이 병가를 쓸 수 있었는데, 소방관들이 아프지 않은데도 병가를 쓸까봐 그랬는지 이렇게 제한 규정을 두기로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방침을 실시하고 나서 병가일수가 줄어들었을까? 새 제도가 시행되고 나서 오히려 소방관들은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에 병가를 더 많이 신청했다. 전년도 같은 시기에 비해 오히려 10배나 증가했던 것이다. 소방관들이 쓴 총 병가일수를 계산해 봐도 2배나 증가한 수치였다.


왜 이런 이상한 결과가 나왔을까? 원래 소방관들은 아프거나 다쳐도 공공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조금 아프거나 불편해도 사명감을 가지고 출근했다. 그런데 1년에 15일만 쓸 수 있다고 하니까, “15일까지는 병가를 써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15일을 다 써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고 말았다. 이처럼 직원 심리를 잘 모르고 무조건 통제하면 직원들이 따라올 거라고 경영자들은 잘못 생각한다. 내 블로그에도 많은 분들이 댓글로 비슷한 사례를 제보하기도 했다.



4. 어떤 제보였나? 


한 회사가 야근을 마치고 자정 이후에 퇴근하면서 택시를 이용할 경우에만 택시비를 지원해 주겠다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는데, 그전엔 그런 규정 없이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택시비를 청구할지 말지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자 직원들은 야근한 다음에는 자정까지 PC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자정이 넘으면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방법을 썼다고 한다. 택시비를 줄이려고 하다가 오히려 택시비가 예전보다 많이 나가게 된 것이다.


규정을 만든다는 것은 직원들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직원들은 자신들이 불신의 대상이란 것을 알게 되면, 이렇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규정을 지키면서도 ‘최대한 활용’하게 된다. 경영자가 되면 이런 심리를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5. 아직 읽어보지는 못하고 책의 목차만 쭉 살펴봤는데, ‘뛰어난 직원은 뛰어난 지원자를 거부한다’란 흥미로운 소제목이 눈에 띈다. 어떤 내용인가?


그것 역시 경영자가 직원들의 심리를 모르고 착각하고 있다는, 또 하나의 사례인데, 우리는 보통 누군가를 채용할 때, 일 잘하는 직원이 지원자들을 만나보면 좋은 직원을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이미 심리 실험으로 나와 있다. 스티븐 가르시아라는 심리학자가 실험을 해서 규명한 사실인데, 같은 팀에서 활동할 팀원을 선발하라고 하니까 수학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수학보다는 어휘 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뽑으려고 했고, 어휘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어휘보다는 수학실력이 뛰어난 사람을 뽑으려고 했다고 한다.


뛰어난 사람이 뛰어난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 말은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뛰어난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있기 때문에 그 뛰어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배제하려는 게 사람들의 심리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뛰어난 직원을 채용 과정에 참여시키지 않는 게 좋을지 모른다. 



6. 경쟁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을 하고 있는데, 어떤 내용인가?


환경이 급변하고 글로벌한 사회가 되면서 기업들은 직원들을 경쟁의 장으로 계속 내몰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성과가 높아질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은 단기적인 성과를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인 성과는 창출하지 못한다. 직원들이 성과급만 잘 받으려고 꼼수를 쓰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식민 통치하던 시절에 쥐가 많아서 아주 골치였다.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에게 쥐를 잡아서 쥐가죽을 벗겨서 오면 그만큼 돈을 주기로 했다. 그랬더니 베트남 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 그 사람들은 쥐를 잡지 않고 쥐를 사육했다고 한다. 쥐는 전혀 줄지 않고 오히려 예전보다 더 창궐했다.


이 사례처럼 직원들을 경쟁시켜서 그에 따라 연봉을 차등해서 주면,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돈만 잘 받아갈 수 있는지, 그런 것에만 신경 쓰도록 만들어서 장기적으로 성과가 더 나빠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 돈은 일하고자 하는 동기가 사라지도록 만든다.



7. 일반적으로 돈을 많이 주면 열심히 일하려고 하지 않나?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돈은 열심히 일하려는 동기를 없애버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에드워드 데시라는 학자가 학생들에게 퍼즐 놀이를 하도록 했는데, 퍼즐 하나를 할 때마다 1달러의 상금을 주었다. 그렇게 했더니, 학생들은 휴식시간에 퍼즐에는 관심을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반대로 상금을 받지 않았던 학생들은 휴식시간에도 퍼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돈을 주면 신이 나서 일할 거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아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연봉을 올려주면 그 효과가 얼마나 갈까? 약 3개월 밖에 못간다고 한다. 3개월이 지나면 연봉을 덜 받을 때와 일하는 태도나 성과가 비슷해지고 만다. 돈은 절대로 열심히 일하려고 하는, 진정한 동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8. 끝으로, <착각하는 CEO>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정리해서 말씀해 주신다면?


멕시코의 마야 문명, 이스터 섬의 문명, 로마 제국...이렇게 찬란한 문명의 꽃을 피웠던 제국이 왜 멸망하게 됐을까? 학자들이 여러 가지 원인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레베카 코스타라는 사람은 “믿음이 사실을 대체”했기 때문이라는 말로 정리했다. 마야 사람들은 고질적으로 물 부족 문제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대응하려고 했다. 그 방법으로도 안 되니까, 믿음이 사실을 대체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마야 문명 발굴 현장에 신체가 절단된 여성과 어린아이들의 유해가 많이 발견되었는데,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인 방법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방법만 생각했다는 증거다.


“내가 이렇게 하면 직원들이 이렇게 따를 거야”라는 믿음이 직원들의 진짜 마음, 즉 ‘사실’을 대체해 버리면 회사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착각하는 CEO>를 읽어서 직원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여 현명하게 조직을 경영하기를 이 방송을 듣는 경영자들에게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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