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만 보면 조급해진다?   

2013. 2. 2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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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린 포스팅에서 IBM 로고에 로고에 노출될 때보다 애플의 로고에 노출될 때가 창의적인 결과물을 더 많이 내놓는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하면서 우리 주위의 광고와 제품 로고가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에 알게 모르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은 이와 비슷한 실험을 소개하겠습니다.


(출처 : http://office.microsoft.com)



토론토 대학의 첸보 죵(Chen-Bo Zhong)은 패스트 푸드 로고에 노출될 경우 사람들의 행동과 의사결정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먹는 시간을 절약해 준다'는 패스트 푸드의 이미지가 사람들로 하여금 '시간을 절약하려는' 행동을 유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죵은 57명의 학생들에게 모니터 화면 중앙을 보면서 어휘를 알아맞히는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화면 모서리에는 색깔 있는 사각형이 떠 있었지만 죵은 학생들에게 그것을 무시하라고 했죠. 


사실 그 사각형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학생들 중 절반에게는 12밀리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주요 패스트 푸드 업체의 로고(맥도날드, KFC, 타코벨, 서브웨이 등)들이 사각형 위에 무작위로 나타났다 사라지도록 했던 것이죠. 나머지 절반의 '대조군' 학생들에게는 평범한 사각형만 나타나도록 했습니다. 12밀리초는 찰라의 시간이라서 학생들은 아무도 패스트 푸드 로고를 봤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무의식은 그 로고들을 분명히 알아차렸던 모양입니다. 죵은 모두 320개 단어로 구성된 토론토 소개 자료를 학생들에게 읽으라고 하고 다 읽었으면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랬더니, 패스트 푸드 로고에 노출된 학생들은 대조군에 비해 약 14~15초 정도 빨리 읽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패스트 푸드에 노출되니 행동 역시 빨라졌던 겁니다.


죵은 학생들에게 패스트 푸드점에서 식사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서 시간을 절약해 주는 제품과 일반 제품 중에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 물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번에 린스까지 가능한 샴푸와 일반 샴푸, 빵 넣는 구멍이 4개인 토스터와 1개인 토스터 등을 물었던 거죠. 그랬더니 학생들은 대조군에 비해 '시간 절약 제품'을 더 많이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 결과는 패스트 푸드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무언가를 가능한 한 빨리 끝내야 한다는 욕구가 커진다는 것을 뜻합니다(시간 절약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패스트 푸드를 연상시키는 도구를 은근히 제시할 필요도 있겠군요).


후속 실험에서 패스트 푸드에 노출되는 것이 돈을 저축하고자 하는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는데, 예상대로 패스트 푸드에 노출된 학생들은 저축하려는 의지를 덜 보였습니다. 더 조급하게 만들었다는 뜻이죠. 


이처럼 패스트 푸드는 사람들의 영양 문제 뿐만 아니라 행동을 빠르게 유도하고 조급함을 가중시키며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게 하는 등의 광범위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 행동이 지양되어야 할 업무를 수행하거나 그런 행동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면 Fast Food-Free 환경을 추구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냐는 해법은 스스로 만들어야겠지만요.



(*참고논문)

Chen-Bo Zhong, Sanford E. DeVoe(2010), You Are How You Eat : Fast Food and Impatience, Psychological Science, Vol.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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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로고를 보면 창의력이 증진된다?   

2013. 2. 2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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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는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의 광고와 제품 로고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헌데 그런 광고와 로고들이 우리의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평소 사람들에게 제품의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냐에 따라 그에 맞춰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심지어 애플 로고와 IBM 로고에 각각 노출되었을 때 창의적인 행동의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출처 : http://www.clickege.net )



이 흥미로운 사실은 워털루 대학의 그래인 피츠시몬스(Grainne M. Fitzsimons)와 동료들이 실험으로 증명한 것입니다. 그는 참가자들을 모니터 앞에 앉힌 후에 1부터 13까지의 숫자가 무작위로 짧은 시간(1000~2500밀리초) 동안 나타났다 사라지는 화면을 보도록 했습니다. 헌데 숫자가 점멸하는 중간 중간에 매우 짧은 시간 동안(13밀리초) 애플 혹은 IBM의 로고가 나타나게 했죠. 참가자들 중 절반은 애플 로고를, 나머지 절반은 IBM 로고에 노출(자신도 모르게)되었습니다.


이후 참가자들은 '벽돌'과 같이 평범한 물건을 얼마나 비범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지를 측정 받는 창의성 테스트에 임했습니다. 피츠시몬스는 참가자들이 제시한 개수 뿐만 아니라 두 명의 심사자로 하여금 창의성 점수를 매기도록 해서 양과 질을 모두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애플 로고에 노출된 참가자들이 IBM 로고에 노출된 참가자들보다 전반적으로 더 많은 수의 용도를 생각해 냈습니다. 게다가 그들의 창의성 점수 역시 더 높았죠. 또한, 피츠시몬스는 참가자들이 모니터를 보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벽돌 테스트'를 해보기도 했는데, 흥미롭게도 오히려 애플 로고를 본 참가자들과 IBM 로고를 본 참가자들 간의 창의성 점수는 더 벌어졌습니다. 이런 차이는 'Think Different'를 강조하는 애플의 광고가 참가자들에게 창의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신호를 주기 때문에 발생한 거라고 추측됩니다. 반면 IBM은 전통적이고 보수적이며 책임감이 강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창의적인 행동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못했던 것이죠.


이 실험의 결과만 보면 애플의 맥북이나 아이맥을 구입하고 눈길 가는 곳마다 애플 로고를 붙여 놓으면 창의력이 향상되지 않을까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애플 효과'는 평소 창의성에 대한 갈망과 동기가 강한 사람에게만 통한다는 것이 후속 실험에서 밝혀졌습니다.


피츠시몬스는 참가자들에게 애플 로고와 IBM 로고가 각각 박힌 컴퓨터 사진을 각각 보여준 후에 역시 '벽돌 테스트'를 수행하게 했습니다. 이 과제를 수행하는 중간 중간에 피츠시몬스는 참가자들이 얼마나 창의성에 대해 관심이 많은지, 창의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등을 질문함으로써 창의성에 대한 갈망(혹은 동기)의 정도를 측정했습니다.


결과를 분석해 보니, 창의성에 대한 동기가 적은 참가자들에게서는 '애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애플 로고를 봤어도 IBM 로고를 본 참가자들에 비해 특별히 창의적이지 않았던 겁니다. 하지만 창의성에 대한 동기(갈망)가 큰 참가자들은 '애플 효과'를 뚜렷이 보였습니다. 벽돌의 비범한 용도를 더 많이 제시했고 창의력 점수도 훨씬 높았으니 말입니다. 단순히 애플 로고에 많이 노출시킨다고 해서 창의성이 증진되는 게 아니라, 창의성이 자신의 삶과 일에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고 있는 사람, 평소 창의성에 큰 관심을 가지고 창의력 증진을 목표로 삼고 있는 사람에게만 애플 로고가 일종의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뜻이죠.


요컨대,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진 자들은 창의성의 이미지를 가진 제품에 노출되었을 때 영향을 받습니다. 그들에겐 주변 환경을 어떻게 꾸미느냐가 중요하죠. 비단 창의성 뿐만 아니라, 본인이 '나는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그 목표와 연관된 이미지를 가진 제품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것도 목표를 이루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수많은 광고에 노출된다고 불평하느니 자신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제품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게 낫겠죠. 그게 무엇일지 생각해 보세요.



(*참고논문)

Gráinne M. Fitzsimons, Tanya L. Chartrand, Gavan J. Fitzsimons(2008), Automatic Effects of Brand Exposure on Motivated Behavior: How Apple Makes You “Think Different”,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Vol.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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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게 면접 보면 불리한 이유   

2013. 2. 2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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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회사에 입사하거나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면접 시험을 본다면 당일 오전에 '1번 타자'로 인터뷰를 하는 게 유리할까요, 아니면 그 날의 맨 마지막에 인터뷰하는 게 좋을까요? '나는 가수다'란 프로그램에서 맨 마지막에 노래한 가수가 유리하다는 걸 기억한다면 아마도 마지막에 면접 시험을 보는 게 제일 유리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 반대입니다.


(출처 : http://office.microsoft.com )



왓튼 경영대학원의 유리 사이먼손(Uri Simonsohn)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모 경영대학원의 MBA 프로그램에 지원한 9323명의 실제 점수 분포를 분석한 결과, '면접일의 맨 마지막에 인터뷰를 치를수록 점수를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면접관들은 하루에 평균 4.5명의 지원자와 인터뷰를 했는데, 사이먼손은 먼저 인터뷰를 치른 4명의 지원자가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다섯 번째 지원자는 그가 원래 받을 수 있는 점수보다 낮게 평가 받는다는 경향을 발견했습니다.


좀 더 면밀하게 분석하니, 먼저 인터뷰한 지원자의 점수가 0.75점 오를수록 뒤에 인터뷰하는 지원자의 점수는 0.075점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아주 작은 차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GMAT 점수를 30점 더 받아야 하고 경력도 23개월 더 많아야 하며 지원서(written application) 작성 점수를 0.23점(만점 5점) 더 받아야만 벌충할 수 있는 차이였으니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습니다.


이런 현상을 '내로우 브래키팅(Narrow Bracketing) 효과'이라고 부릅니다. MBA에 지원한 사람들은 매우 많기에 현실적으로 하루에 인터뷰를 치를 수 없으니 몇 명씩 나누어 여러 날에 걸쳐 인터뷰를 치를 수밖에 없습니다. 면접관들은 사실 지원자 전체를 생각하고 '내가 지금 면접하고 있는 지원자의 실력은 어떠한가?'를 따져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면접관은 자신이 그 날 면접한 지원자들만을 '좁게' 따지게 되죠. 이것이 내로우 브래키팅 효과입니다. 면접관들은 그 날 만나는 지원자들의 실력이 엇비슷하기에 처음에는 점수를 잘 주다가 맨 마지막 지원자로 갈수록 채점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마지막 지원자는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큰 거죠. 


물론 앞의 지원자들이 모두 실력이 형편 없어서 마지막 지원자가 반사 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습니다(이를 '대조 효과'라 부름). 그러나 MBA에 지원하는 자들은 서류 전형에서 이미 걸러진 자들이기에 실력차가 그리 크지 않겠죠. 마찬가지로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도 지원자들의 실력은 특정 인물 몇 명을 빼고는 거기서 거기일 겁니다. 그렇다면, 오후 늦게 인터뷰를 받는 지원자는 자신이 받아야 할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할 확률이 크겠죠. 


물론 하루에 몇 명의 지원자 중 한 명을 뽑는 채용 인터뷰에서는 내로우 브래키팅 효과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때는 맨 마지막에 면접 보는 게 유리합니다. '나는 가수다'에서 마지막에 노래 부르는 가수가 유리한 것처럼 말입니다(지난 번에 올린 글 '맨 마지막에 면접 보는 것이 유리한 이유' 참조). 하지만, 여러 날에 걸쳐 지원자들을 면접하여 'Short List'를 뽑기 위한 과정이라면 충분히 내로우 브래키팅 효과에 의해 피해 받는 지원자가 생길 겁니다.


어떻게 해야 내로우 브래키팅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요? 가능하면 지원자들 전체에서 해당 지원자의 실력이 어떤지를 평가해야 하겠죠. 그러나 이는 인지능력의 한계 때문에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이먼손은 그다지 참신하진 않지만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바로 스프레드 시트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각 지원자들에게 부여한 점수를 입력하고 그 분포를 보면서 특정 지원자(특히 그 날 마지막으로 면접 보는 지원자)의 점수가 별다른 이유 없이 낮게(혹은 높게) 매겨지는 것을 줄이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여러 날 계속해서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는 면접관들은 자신이 내로우 브래키팅 효과에 빠져 있지 않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겠습니다. 여러분이 많은 지원자들이 몰리는 회사와 대학원에 면접 시험을 보게 된다면 (만일 할 수만 있다면) 가능한 한 오전 일찍 인터뷰를 치르는 게 대체적으로 유리합니다. 애석하게도 이런 사실은 객관적 평가가 존재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증거입니다.



(*참고논문)

Uri Simonsohn, Francesca Gino(forthcoming), Daily Horizons: Evidence of Narrow Bracketing in Judgment from 10 years of MBA-admission Interviews, Psychological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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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익선이 목표 달성에 해가 될 수도 있다   

2013. 2. 2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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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나 수단이 하나 밖에 없을 때와 여러 가지가 있을 때, 어느 경우에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질 수 있을까요? 다다익선이 좋은 거라고, 언뜻 생각하면 방법이나 수단이 여러 개가 있을 때의 동기가 더 높을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쯔치 후앙(Szu-chi Huang)은 목표 달성의 초기 상태일 때는 이런 직관이 옳지만, 어느 정도 목표가 달성되어가는 중간 상태일 때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수단)이 오직 하나일 때 더 높은 동기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후앙은 사람들에게 어느 커피숍에서 12잔을 구매하면 커피와 쿠키를 공짜로 마실 수 있는 스탬프 카드를 배포할 거라면서 초청장을 배포했습니다. 그 초청장을 가지고 수요일에 커피숍을 방문하면 스탬프 카드로 교환해 주기로 했습니다. 초청장에 적힌 내용은 사람들마다 달랐는데, 어떤 사람들은 도장을 모두 12개 찍어야 하는 스탬프 카드를 받을 거라는 내용을 봤고 다른 사람들은 이미 도장 6개가 찍힌 스탬프 카드를 받을 수 있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전자는 목표 달성의 초기 상태를, 후자는 목표 달성의 중간 상태를 의미했습니다.




초청장에는 또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는데, 오직 자바 음료를 살 때만 도장을 찍어 주겠다는 경우와 자바 음료 이외에 다른 음료를 구매할 때도 도장을 찍어 주는 경우로 나뉘었습니다. 전자는 목표 달성의 수단이 오직 하나일 때를, 후자는 그 수단이 여러 개일 때를 의미했죠.


후앙은 과연 이렇게 다른 초청장(모두 4가지)을 받은 사람들이 수요일에 얼마나 많이 커피숍을 방문하여 스탬프 카드로 교환해 달라고 요구할지를 살폈습니다. 도장을 처음부터 찍어야 한다는 초청장을 본 사람들은 도장을 찍을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개일 때 더 많이 방문했습니다. 반면, 이미 6개의 도장을 찍어 준다는 초청장을 본 사람들은 도장을 찍을 수 있는 오직 하나일 때 더 많이 방문하는 경향을 보였죠. 이는 목표 달성의 초기 상태에서는 달성 수단을 여러 가지 제시하는 것이 좋지만,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는 여러 가지 수단을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동기를 저하시킨다는 뜻입니다.


확인을 위해 후앙은 사람들에게 백혈병에 걸린 두 살 짜리 여자 아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헌혈 프로그램에 참여해 달라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사람들 중 절반은 총 100핀트의 혈액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고, 나머지 절반은 이미 80핀트를 헌혈 받았기 때문에 이제 20핀트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전자는 목표 달성의 초기 상태를, 후자는 중간 상태를 뜻했죠. 그런데 후앙은 사람들을 다시 절반으로 나눠 "11월 16일, 이날 하루만 09시부터 17시까지만 헌혈 받겠다"고 말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09~12시, 12~14시, 14~17시, 이렇게 3개의 시간대중 하나를 선택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전자는 목표 달성 수단이 오직 하나인 경우에, 후자는 그 수단이 여러 개인 경우에 해당됩니다. 사실 표현만 다를 뿐, 절대적인 헌혈 가능 시간은 동일하죠.


과연 몇 사람이나 기꺼이 헌혈하겠다는 의사를 보였을까요? 이제 막 혈액 기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헌혈 시간대가 3가지일 때(수단이 다양하게 느껴질 때) 더 많이 헌혈 의사를 밝혔습니다. 반면, 20핀트의 혈액만 더 모으면 된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오직 하루에 헌혈을 완료해야 할 때(수단이 오직 하나라고 느껴질 때) 헌혈 의사를 더 나타냈습니다. 이 역시 목표 달성의 초기 상태일 때는 달성 수단을 여러 개 제시하고, 어느 정도 진척된 상태일 때는 달성 수단을 하나만 제시하는 게 효과적임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목표 달성의 난이도와 달성 수단의 개수 사이의 관계는 어떨까요? 후속 실험에서 후앙은 목표 달성이 쉽게 느껴지는 상황과 어렵게 느껴지는 상황으로 나눠서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습니다. 그랬더니 목표 달성이 어렵게 느껴질 때는 여러 개의 달성 수단을 제시할 때의 동기가 더 높았습니다. 


후앙의 연구는 목표 달성을 독려할 때 어떤 방법으로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지에 시사점을 줍니다. 목표 달성의 초기 상태이거나 목표 달성을 어려워 할 때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가능한 한 다양하게 제시하는 것이 좋지만, 어느 정도 목표를 이루어 갈 때는 여러 가지 수단이 오히려 주위를 산만하게 하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수단 하나만을 제시하는 것이 동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직원과 함께 MBO 목표를 수립하는 연초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 좋고, 시간이 흘러 중간 면담을 할 때(보통 6~8월)는 그동안의 시행 착오를 통해 가장 좋은 수단으로 떠오른 것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게 유리하겠죠.


다다익선이 동기부여에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Szu-chi Huang, Ying Zhang(2013), All roads lead to Rome: The impact of multiple attainment means on motiva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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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물건을 훔치는 직원, 어떻게 할까?   

2013. 2. 2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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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어느 제재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절도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이 1년에 1백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통나무를 자르는 데 쓰이는, 무게가 1톤이 넘는 톱까지 훔쳐 갈 정도였죠.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절도를 줄일 수 있을까 고심하던 경영진은 토론토 대학의 게리 랜섬(Gary P. Lantham) 교수에게 문제 해결을 의뢰했습니다.


랜섬은 직원들의 절도 자체를 줄이는 방법보다는 직원들이 어떤 기대(outcome expetancy)를 갖고 회사 물건을 훔치는지를 조사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1200명의 직원에서 무작위로 60명을 뽑아 인터뷰를 진행하며 다음과 같은 4가지 질문을 직원들에게 던졌습니다.


(1) 정직한 행동을 하면 좋은 점이 뭘까?

(2) 정직한 행동을 하면 나쁜 점이 뭘까?

(3) 부정한 행동을 하면 좋은 점이 뭘까?

(4) 부정한 행동을 하면 나쁜 점이 뭘까?




이 인터뷰를 통해 직원들을 무엇을 위해 회사 물건을 훔치는지, 그 이유가 드러났습니다. 그것은 바로 '스릴과 재미'이었습니다. 직원들은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려고 훔친 회사 물건을 내다 팔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개인적인 그 물건들을 사용하기 위해 훔친 것도 아니었죠. 자기 집 차고나 다락에 그것들을 고히 모셔 놓는다고 답했으니 말입니다.


어떤 직원은 랜섬에게 이런 제안까지 했습니다. "박사님이 원하시는 물건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그러면 우리가 45일 안에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직원들은 도저히 훔치기 어려운 물건일수록 훔치는 재미와 자부심을 더 크게 느꼈습니다. 훔치는 과정 속에서 여럿이 계획을 세우고 팀워크를 발휘해야 했기 때문이었죠. 이처럼 부정한 행동이 가져다 주는 재미, 스릴, 자부심은 정직한 행동이 가져다 주는 좋은 점을 압도했습니다. 물건을 훔친 적이 있는 직원들은 정직한 행동으로 인한 좋은 점은 '없다'고 답했으니까요.


랜섬은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경영진, 노조 관계자와 함께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절도를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해 토론을 거듭했습니다. 경영진 중에 누군가는 눈에 띄지 않게 CCTV 카메라를 설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직원들은 감시 카메라를 훔치면 더 재미있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그 제안을 조롱했죠. 정직한 행동을 한 직원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그것도 역시 기각됐습니다. 또한 노조가 워낙 힘이 강해 절도를 저지른 직원을 해고하겠다는 방법도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죠.


수차례 논의를 거치는 동안 직원들이 회사 물건을 훔침으로써 느끼는 스릴과 재미를 없애는 데 있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래서 채택된 해법은 '도서관 대출 시스템'을 모방한 것이었습니다. 직원들이 훔쳐간 물건과 똑같은 물건을 진열해 놓고 언제든지 원하는 물건을 빌려갈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빌릴 수도 있는 물건을 애써 훔치려고 하지 않을 거라는 게 해법의 포인트였죠.


또한 회사는 '사면 기간'을 지정하여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훔쳐간 물건을 반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당초 하루만 운영할 생각이었던 '사면 기간'은 직원들이 훔쳐간 물건을 트럭에 실어 올 만큼 넘쳐나는 바람에 3일로 연장되었죠. 직원들이 훔친 물건을 차고나 다락에 쌓아두아 집이 좁아 보인다는 직원 부인들의 불만이 컸기 때문이었죠(위의 4번째 질문에서 나온 답변이었음).


직원들의 절도는 즉시 사라졌습니다. 이런 조치가 시행되고 3년이 흘러 랜섬이 확인을 해보니 그때까지도 절도율이 거의 0퍼센트라는 추세는 유지됐습니다. 동시에 동료 직원들의 물건을 훔치는 일도 사라졌습니다. 회사 물건을 훔칠 이유가 사라지자 재미, 스릴, 자부심을 느끼려고 다른 일탈 행위(벽에 낙서하기, 기물 파손하기, 무단결근하기 등)가 늘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그런 점은 발견되지 않았죠. 


직원들이 회사 물건을 훔치면 훔치는 행동 자체를 처벌하기 위한 해법을 제일 먼저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이 어떤 결과를 기대하고 물건을 처벌하는지 알지 못하면(알려고 하지 않으면) 절도가 줄지 않을뿐더러 이 회사의 직원들처럼 오히려 물건을 훔치려는 의지가 더 강해질 뿐입니다. '강경한 조치'가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죠. 


부정한 행동을 하는 직원을 벌주어야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리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해법보다는 이 회사의 사례처럼 창의적이면서 부드러운 해법은 없는지 다양한 방향으로 탐색하기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잘못된 행동을 저지르는 구성원이 어떤 '긍정적 결과(혹은 보상)'를 기대하는지 꼭 살피기 바랍니다. 그것이 문제의 근본원인이기 때문입니다. 그 기대와 보상을 다른 것으로 치환하거나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창의적인 해법입니다.



(*참고논문)

Gary P. Latham(2001), The importance of understanding and changing employee outcome expectancies for gaining commitment to an organizational goal, Personnel Psychology, Vol. 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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