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실천하지 않으면 오히려 '거꾸로' 변화한다   

2018. 11. 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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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계에서 '본성(nature)이냐, 양육(nuture)이냐'라는 학문적 논쟁(혹은 대립)이 계속되는 것처럼, 심리학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대립이 오랫동안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성격은 바뀔 수 있다. 아니다. 바뀌지 않는다'입니다. 성격 변화의 가능성에 일반인들도 두 파로 나뉘어 대립하는데(어떤 사람들은 '성선설' 혹은 '성악설'을 꺼내며 지나치게 거창하게 이 문제를 논하려 하기도 함),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인간의 기질은 안정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정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공감대가 심리학계에서 생겨나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림들이 동의하듯이 성격의 변화는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행동으로 실천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지, 그저 단순히 성격이 변화되기를 '바란다(desire)'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겁니다. 예전에 한창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날렸던 <시크릿>이란 책에서 주장하는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은 뼈를 깎는 듯한 실천이 전제되지 않으면 헛된 바람에 지나지 않겠지요. 




그런데, 성격의 변화 노력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되지 않는다면, 즉 단순히 바라기만 하면 오히려 변화하고자 하는 방향과 '반대로' 성격이 움직인다는, 조금은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네이선 허드슨(Nathan Hudson)과 동료들은 377명의 심리학 전공 학생들의 성격을 '빅 5(Big Five)' 관점으로 측정하여 알려준 다음, 각자가 변화시키고 싶은 성격 요소를 두 개 정도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신경증성(Neuroticism)'은 낮추고 싶고 '외향성(Extroversion)'은 높이고 싶다고 답했죠.


이 연구는 15주 동안 진행되었는데, 학생들은 매주 성격 테스트(총 60문항)를 받아야 했고, 매주 초에 성격 변화를 위한 실천 과제를 최대 4개씩 선택해야 했습니다. 실천 과제들은 성격 요소 하나당 50개씩이었는데, 11명의 성격 전문가들이 제시한 것들로서 난이도가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까지 다양했습니다. 예를 들어, 외향적으로 성격을 바꾸고 싶을 경우에 마트의 계산원에게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쉬운 과제와 '동료나 이웃에게 함게 저녁을 먹자고 청한다', '자청하여 리더 역할을 맡는다'처럼 어려운 과제가 있었죠. 매주 말에 학생들은 각자가 선택한 실천 과제를 얼마나 잘 실천했는지를 보고해야 했는데, 허드슨은 학생들이 점점 어려운 과제를 선택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지만, 실천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할수록 학생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성격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실천 과제의 난이도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어려운 과제라고 해서 쉬운 과제보다 성격 변화의 효과가 크지는 않다는 의미였죠. 어쨌든, 15주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도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이 변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성격 변화를 일으켰다는 점(적어도 빅 5 관점에서)은 이 연구의 중요한 시사점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의미있는 시사점은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따로 있었습니다. 성격 변화를 바랐지만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않을 경우에는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성격 특성이 '후퇴'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외향성을 높이고 싶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한다든지, 리더 역할을 자청하는 등의 실천을 '게을리 한다'면, 외향적이 되기는커녕 내향성이 오히려 강화된다는 의미입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자신이 실천 과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아,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라고 실망하는 탓에 자신의 성격을 좀더 가혹하게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짐작됩니다.




실험 설계상 몇 가지 문제가 있지만(배경지식이 있는 심리학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점, 성격 측정을 설문 응답에 의존한 점 등), 이 연구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단순한 바람'은 변화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 단순히 바라고 아무것도 실천하지 않으면 오히려 '거꾸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직의 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연하고 수평적이며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조직문화를 꿈꾸는 리더들이 많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한 실질적 과제가 없거나 제대로 실천되지 않을 경우, 그래서 늘 언급만 되고 리더 본인부터 그런 방향으로의 변화를 실천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구성원들의 냉소만 얻게 되거나 '우리 회사는 글러 먹었어'라는 패배주의 혹은 '변화하면 뭐 해. 그냥 지금이 낫다'라는 보수주의가 '굳건히' 자리를 차지하고 말 겁니다. 변화하려면 변화하려는 실천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말로만' 변화할 거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연구에서 빅 5 요소 중에 '개방성(Openness)'라는 성격 요소에 대해서는 실천 과제를 꾸준히 실천한 사람은 개방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아무것도 제대로 실천하지 않은 사람의 개방성은 높아지는 '이상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이 논문에는 없네요.



*참고문헌

Hudson, N. W., Briley, D. A., Chopik, W. J., & Derringer, J. (2018). You have to follow through: Attaining behavioral change goals predicts volitional personality chang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Advance online publ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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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업무가 고객에게 얼마나 의미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2018. 11. 1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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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폴 그린(Paul Green)을 포함한 3명의 연구자들은 미국 서부 지역의 토마토 농장에서 일하는 180명의 '수확 담당자(harvester, 이 글에서는 농부라고 부르겠음)' 들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현장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농부들을 세 그룹으로 나눈 다음 첫 번째 그룹과 두 번째 그룹의 농부들에게 세 번에 걸쳐 짧은 동영상을 시청하도록 했고, 세 번째 그룹의 농부들은 대조군(control)으로 남겨 두었죠. 


첫 번째 그룹이 시청한 동영상에는 같은 수확 작업을 담당하는 듯한 농부가 등장하여 '우리(we/us)'라는 자주 사용하고 '우리는 모두 같은 회사의 일원이다'라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소속감(belongingness)'을 강조했습니다. 수확 작업이 우리 회사 내부의 다른 작업 수행자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닌 일인지를 알리기 위함이었습니다.


반면, 두 번째 그룹에게 제시된 동영상에는 역시나 한 농부가 등장하여 '우리 회사는 미국 시장에서 소비되는 토마토의 거의 절반을 생산하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고객에게 각자의 업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죠. 또한 이 동영상에는 '수잔(Susan)'이라는 가상의 '고객사 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아서 '얼마나 토마토 수확 작업이 고객사(토마토 가공업체)에게 중요한지', '수확의 질과 안정적인 생산성이 최종제품의 품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설명했습니다. 이것 역시 농부들의 작업이 고객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런 조치를 취한 후에 농부들의 생산성 데이터(시간당 수확량)를 분석하니까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소속감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접한 농부들(첫 번째 그룹)이 고객사와의 관계를 강조한 동영상을 본 농부들(두 번째 그룹)보다 많은 시간당 1.983톤의 토마토를 수확했습니다. 이 기록은 대조군에 비해 7퍼센트가 높은 생산성이었습니다. 반면 두 번째 그룹의 농부들은 대조군에 비해 생산성의 향상을 나타내지 못했죠. 


이 결과는 고객의 말이 직원들의 성과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내부 직원들의 말이 성과 향상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을 말해 줍니다. '내가 하는 이 일이 최종고객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를 인지하는 것이 성과를 높이는 데는 생각보다 별로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은 지금껏 많은 이들이 알고 있던 상식을 깨뜨려 줍니다. 아무리 강조한다 한들 최종고객과 '나의 업무' 사이의 연관성은 직원들의 마음에 그리 와닿지 않는다는 뜻이죠. 직원들의 피부에 와닿는 메시지는 '지금 나와 한 조직에서 일하는 동료 직원들에게 내 일은 큰 의미가 있어'라는 것이 이 현장 실험의 시사점입니다.


헌데 이 실험은 소속감과 생산성 향상과의 직접적인 관계까지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이 관계의 유무를 증명하고자 실험실 내에서 후속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연구실 소속의 멤버로 일하는 분위기를 느끼도록 조치한 다음, 첫 번째 그룹에게는 '같은 대학교 박사과정 학생'이 보낸 감사편지를 읽도록 했습니다. 이 실험실의 연구가 본인의 연구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요지의 편지였습니다. 반면, 두 번째 그룹은 '다른 대학교 박사과정 학생'이 보낸 감사편지를 읽었습니다. 편지의 세부적인 내용은 물론 달랐지만, 주된 차이는 같은 학교 박사과정 학생의 편지냐, 다른 학교 학생의 편지냐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나는 이미 연구팀의 일원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연구팀 멤버들과 가깝게 느껴진다'라는 설문을 돌려 소속감의 정도를 답하게 하고, '나는 여러 가지 과제에 노력할 것이다'라는 항목으로 동기부여의 수준을 측정했습니다. 그런 다음, 연구 데이터를 입력하는 과제를 참가자들이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소속감 혹은 동기부여 수준이 생산성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보기 위함이었죠.


그랬더니, 같은 학교 박사과정 학생이 보낸 편지를 읽은 참가자들의 소속감과 동기부여 수준이 더 높았고, 데이터 입력 과제의 생산성도 더 높았습니다. 흥미롭게도 다른 학교 학생의 편지를 읽은 참가자들의 생산성은 대조군(아무런 편지를 읽지 않은 참가자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 두 개의 실험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내부 구성원들이 주는 메시지가 고객이 주는 메시지보다 생산성에 더 큰 효과를 발휘하고, 생산성 향상의 비결은 '나는 이 조직의 일원이다'라는 소속감 증진에 있습니다. 내 일이 고객에게 그리고 인류에게 얼마나 공헌하는가라는 점은 강조한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자신의 업무가 내부 동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식하는 것보다 생각보다 효과가 없습니다. 그런 거시적인 '연결성'은 생산성 향상의 핵심요소들 중 하나인 소속감에 별로 기여하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직원들이 느끼는 소속감을 증진시켜야 합니다. 소속감을 증진시키고 싶다면, 각각의 업무가 옆에 있는 동료들에게, 다른 부서의 직원들에게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동시에, 조직의 제도나 불문율들이 직원들의 소속감을 갉아먹지는 않는지도 경계해야겠죠. 여러 가지 생산성 향상 도구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리더들은 이러한 긍정적인 문화가 생산성 증진의 전제조건임을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내 업무가 고객에게 얼마나 의미있는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생산성(성과)을 향상시키는 데 말입니다. 



*참고문헌

Green, P., Gino, F., & Staats, B. R. (2017). Seeking to Belong: How the Words of Internal and External Beneficiaries Influence Performance, Working Paper 17-073, Harvard Business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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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이 있어도 직원들이 입을 다무는 이유   

2018. 11. 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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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들은 직원들이 의견이 있으면 거리낌없이 목소리를 내주기를 기대합니다. 조직에 대한 우려이든, 새로운 아이디어의 제안이든 간에 직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조직을 건강하게 유지시킨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리더가 생각만 그렇게 하고 직원들이 의견을 거침없이 제안하는 것을 본인에 대한 반발이나 공격이라 간주하는 경우가 많지만,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직원들이 침묵을 지키지 않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하죠.


헌데 어떤 리더들은 직원들의 성격을 탓하기도 합니다. 내성적이고 조심스러우며 갈등보다는 조화를 추구하는 직원들이 많아서 의견이 있어도 자유롭게 제안하지 않는 것 같다고 불평하는 경우가 있죠. 리더 자신은 언제나 오픈 마인드로 직원들의 목소리의 귀를 기울이려 하는데,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니 답답할 지경이라고 토로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직원들은 이렇게 항변합니다. "문화적으로 우리 조직은 주류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 다른 의견을 조직의 진보에 뒷다리를 잡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고 그런 발언을 하는 직원들을 비판한다. 그래서 아무말 하지 않는 것이 조직생활에 편하다." 




정리하면, 직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이유가 '개인적인 성격' 탓이라는 관점과 '조직문화의 문제' 때문이라는 관점이 서로 충돌하는 것이죠. '개인적인 성격' 문제라면 채용할 때부터 적극적이고 '말이 많은' 직원들을 뽑아서 자유로운 토론 문화가 정착된 조직으로 바꿔 나가면 될 겁니다. 하지만 런던 경영대학원의 헤먼드 카카르(Hemant Kakkar)와 3명의 공동연구자들은 연구를 통해 그런 방법은 실패할 거라고 경고합니다. 즉, 개인적인 성격이 아니라 조직문화의 경직성이 직원들이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는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비누와 세제 등을 만드는 말레이시아의 모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설문을 돌려 자신을 둘러싼 환경으로부터 기회를 찾으려는 경향이 선천적으로 어느 정도 되는지를 물었습니다. 이것을 자신의 생각을 목소리 높여 표현하고자 하는 개인적 성격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했죠(이를 심리학에서는 'approach orientation'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런 의견 개진이 조직에서 얼마나 권장되고 보상받는지, 목소리를 높일 때 얼마나 비난이나 꾸중을 듣게 되는지를 질문했는데, 이것을 조직이 직원들의 의견을 얼마나 용인하고 수용하는지를 가리키는 문화적인 지표로 간주했습니다. 또한 관리자들에게는 직원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의견을 제안하는지를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설문 결과를 분석해 보니, 'approach orientation'이 높은 직원일수록, 의견 제시가 자신의 역할이라고 믿는 직원일수록 실제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경향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개인적인 성격 관점을 지지하는 결과였죠 . 하지만 조직문화라는 환경적인 요소가 이런 경향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결과도 동시에 도출되었습니다. 풀어 말하면 이렇습니다. 성격적으로 원래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직원이라 할지라도 조직에 반하는 의견들을 권장하지 않거나 오히려 벌을 주는 문화라면 입을 닫게 되고, 조용하고 'approach orientation'이 낮은 직원이라고 해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때 칭찬 받고 격려 받는 문화 속에서 일을 한다면 자신의 목소리를 높인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직원들이 할말이 있어도 입을 닫는 이유는 개인적인 성격 때문이 아니라 직원의 개별적인 목소리가 팀워크를 해친다고 여기는 조직문화의 문제  때문이라는 뜻입니다.


리더들은 이렇게 불평하곤 합니다. "나는 오픈 마인드이다. 직원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도 좋다고 항상 말하는데, 왜 내 앞에서 아무말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기 전에 자신의 언행 중에 무엇이 직원들의 입을 막는지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잠재적인 위험에 대한 경고이든, 참신한 아이디어에 대한 제안이든, 직원들이 보다 목소리를 크게 내도록 하려면, 그런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하나의 'work norm'으로 자리잡도록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런 직원들을 격려하고 보상(꼭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도)하려는 리더의 실천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문헌

Kakkar, H., Tangirala, S., Srivastava, N. K., & Kamdar, D. (2016). The dispositional antecedents of promotive and prohibitive voice.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101(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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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항상 '훈련'해야 할 6가지 스킬   

2018. 11. 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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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리더스 핸드북(Harvard Business Leaders Handbook)의 저자인 론 애쉬키나스(Ron Ashkenas)와 브룩 맨빌(Brook Manville)은 "리더가 반드시 훈련해야 할 6가지 스킬"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1.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기꺼이 도전하고픈 '비전(vision)'을 제시한다


2.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명확한 전략'으로 구체화한다


3. 그 전략을 수행할 '좋은 인재'를 채용하고 육성하며 보상한다


4. '측정가능한 결과'에 초점을 맞춘다


5. 조직을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새로운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혁신 및 학습' 문화를 조성한다


6. 자기 자신을 파악하고 향상시키며, 삶의 균형을 추구한다.



사실 두 사람이 제시하는 6가지 스킬에 새로운 내용은 없습니다. 어디에선가 들어봄직한 말들이라 진부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진부하다는 말은 바꿔 생각하면 '진리'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리더십에 어찌 '참신한' 스킬이 있을 수가 있을까요? 처음부터 이 6가지 스킬을 한꺼번에 잘할 수 있는 리더는 별로 없을 겁니다. 이 6가지 스킬을 매일 머리에 떠올리면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점검하고 반성하는 '진정한 훈련'을 통해 훌륭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죠.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반성(Reflection)'입니다.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와 브래들리 스태츠(Bradley Staats)는 매일밤 15분씩 시간을 들여서 "내가 무엇을 잘 했는지", "무엇을 잘 하지 못했는지", "오늘 배운 것은 무엇인지"를 짧게 글로 쓰면서 '반성'하는 리더들은 20퍼센트 정도 성과가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몇 번 교육 받고, 책을 읽는다고 갑작스레 리더십이 자라나지 않습니다. 이 6가지 스킬을 책상 앞에, 혹은 다이어리 맨 앞에 적어 두고서 하루의 결과를 반성한다면,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언젠가는 좋은 리더로 빛날 수 있을 겁니다.



*참고문헌

"The 6 Fundamental Skills Every Leader Should Practice", Ron Ashkenas, Brook Manville, OCTOBER 24, 2018, HBR

Gino, F., & Staats, B. (2015). Why organizations don’t learn. Harvard Business Review93(11), 1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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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분 토론을 해도 왜 해결되는 게 없을까?   

2018. 10.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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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방어하고 변호하며 타인에게 본인의 생각을 이해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엄밀한 조건 하에 실시된 과학 연구처럼 반박하기 어려운 결과에도 자신의 기존 의견과 반하는 경우 '아,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라고 의견을 수정하기보다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라며 연구 결과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 곧 소개할 연구 결과에도 이렇게 반응할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 같군요.)


그렇다면 "이 삼단논법 전개가 논리적으로 옳은가 그른가?"와 같이 명백하게 참/거짓을 가리기가 쉬운 문제를 풀어야 할 경우, 만일 삼단논법의 전개 내용이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신념이나 의견과 다르다면, 정답을 맞힐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본인의 의견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삼단논법의 전개가 유효한지를 잘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정말로 '기이하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폴란드 슬로바크 과학 아카데미(Slovak Academy of Sciences)의 블라디미라 카포요바(Vladimíra Čavojová)와 동료 연구자들은 387명의 실험참가자들을을 모은 다음, '낙태'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물어 '낙태 찬성(Pro-choice)파'와 '낙태 반대(Pro-life)파'로 구분했습니다. 그리고 36개의 삼단논법 예시를 참가자들에게 제시하고서 삼단논법이 유효하게 전개됐는지를 물었죠. 아래는 그 중 두 개의 예시입니다


('낙태 반대'를 지지하는 '유효한' 삼단논법).

모든 태아는 보호받아야 한다.

몇몇 태아는 인간이다.

고로, 몇몇 인간은 보호받아야 한다.


('낙태 반대'를 지지하지만 '유효하지 않은' 삼단논법).

모든 태아는 인간이다.

몇몇 인간은 보호받아야 한다.

고로, 보호받아야 할 대상 중 몇몇은 태아이다.


알다시피 삼단논법은 대전제와 소전제를 통해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인데,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대전제와 소전제가 '참'이라고 '무조건 가정'하고서 결론의 '참/거짓'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순수하게 논리적 추론을 테스트하는 것이니 자신의 의견과 상관없이 삼단논법의 유효함을 가려 달라"고 당부했죠. 이렇게까지 주의를 주었으니 참가자들 거의 대부분이 문제를 쉽게 풀 것 같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습니다.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수준으로,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내용을 지닌 삼단논법의 유효성을 잘 맞히지 못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이런 경향은 '낙태 반대파'에서 좀더 크게 나타났지요. 이러한 경향을 '우리편 편향My-side bias'라고 부릅니다. 내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느냐, 내가 어느 쪽 편인가에 따라 판단하는 바람에 비합리적인 오류를 범하는 것이 바로 '우리편 편향'입니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과거에 논리학을 배웠거나 연습했던 참가자들에게서 이런 '우리편 편향'이 훨씬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이상한 일이죠. 논리를 배운 친구들이라면 자신의 신념과 상관없이 삼단논법의 유효성을 쉽게 맞힐 것 같은데, 오히려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더 틀렸으니까요. 왜 그럴까요? 아마도 본인이 논리학을 배웠고 남들보다 잘 안다는 점이 자신의 현재 의견을 지지하는 삼단논법을 더욱 자신있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합니다.




이 연구를 통해 우리는 2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객관적 판단이라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것입니다. 논리 판단처럼 어찌 보면 기계적인 판단 문제조차 자신의 기존 신념에 의해 잘 맞히지 못하니까 말입니다. 둘째, '많이 알수록' 남들보다 객관적 판단을 잘 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잘 알고 많이 안다는 것이 객관적 판단을 흐리게 만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려는 완고함을 더 강조하고 말죠.


연구자들이 지적했듯이, 이런 '우리편 편향'이 있기 때문에 사실 TV에서 첨예한 주제에 관해 찬성측과 반대측이 나와 벌이는 토론은 무익하고 소모적인 논쟁에 그치고 맙니다. 서로 의견 차이를 좁히고 새로운 해결책을 생각해보자는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각자의 원래 의견을 더욱 강화하면서(또한 더욱 적대적이 되어) 토론이 끝나 버리죠. 상대방 논리가 옳다면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토론의 미덕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우리편 편향'은 기업에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논리적 맹점입니다. 상하간 부서간 의견 대립이 발생할 때 그 의견 차이를 좁히기는커녕 감정의 골이 더 커지는 이유 중 하나가 '우리편 편향'에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혹은 많다고 착각하는) 리더들의 신념이 강력할 때(자수성가한 리더들에게 자주 보이는 특성)는 직원들의 조언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을 '내 말을 안 듣는 적'으로까지 여길 수 있습니다. 내가 혹시 우리편 편향에 빠져 있지 않는지, 제3자의 입장에서 저쪽 편 논리 중에 옳은 것은 없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성찰하는 것만이 '우리편 편향'을 줄이고 객관적 판단에 좀더 다가서는 유일한 길입니다.



*참고논문

Čavojová, V., Šrol, J., & Adamus, M. (2018). My point is valid, yours is not: myside bias in reasoning about abortion. Journal of Cognitive Psychology, 30(7), 656-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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