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들은 직원들이 의견이 있으면 거리낌없이 목소리를 내주기를 기대합니다. 조직에 대한 우려이든, 새로운 아이디어의 제안이든 간에 직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조직을 건강하게 유지시킨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리더가 생각만 그렇게 하고 직원들이 의견을 거침없이 제안하는 것을 본인에 대한 반발이나 공격이라 간주하는 경우가 많지만,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직원들이 침묵을 지키지 않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를 기대하죠.
헌데 어떤 리더들은 직원들의 성격을 탓하기도 합니다. 내성적이고 조심스러우며 갈등보다는 조화를 추구하는 직원들이 많아서 의견이 있어도 자유롭게 제안하지 않는 것 같다고 불평하는 경우가 있죠. 리더 자신은 언제나 오픈 마인드로 직원들의 목소리의 귀를 기울이려 하는데,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니 답답할 지경이라고 토로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직원들은 이렇게 항변합니다. "문화적으로 우리 조직은 주류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 다른 의견을 조직의 진보에 뒷다리를 잡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고 그런 발언을 하는 직원들을 비판한다. 그래서 아무말 하지 않는 것이 조직생활에 편하다."
정리하면, 직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이유가 '개인적인 성격' 탓이라는 관점과 '조직문화의 문제' 때문이라는 관점이 서로 충돌하는 것이죠. '개인적인 성격' 문제라면 채용할 때부터 적극적이고 '말이 많은' 직원들을 뽑아서 자유로운 토론 문화가 정착된 조직으로 바꿔 나가면 될 겁니다. 하지만 런던 경영대학원의 헤먼드 카카르(Hemant Kakkar)와 3명의 공동연구자들은 연구를 통해 그런 방법은 실패할 거라고 경고합니다. 즉, 개인적인 성격이 아니라 조직문화의 경직성이 직원들이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는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비누와 세제 등을 만드는 말레이시아의 모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설문을 돌려 자신을 둘러싼 환경으로부터 기회를 찾으려는 경향이 선천적으로 어느 정도 되는지를 물었습니다. 이것을 자신의 생각을 목소리 높여 표현하고자 하는 개인적 성격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했죠(이를 심리학에서는 'approach orientation'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런 의견 개진이 조직에서 얼마나 권장되고 보상받는지, 목소리를 높일 때 얼마나 비난이나 꾸중을 듣게 되는지를 질문했는데, 이것을 조직이 직원들의 의견을 얼마나 용인하고 수용하는지를 가리키는 문화적인 지표로 간주했습니다. 또한 관리자들에게는 직원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의견을 제안하는지를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설문 결과를 분석해 보니, 'approach orientation'이 높은 직원일수록, 의견 제시가 자신의 역할이라고 믿는 직원일수록 실제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경향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개인적인 성격 관점을 지지하는 결과였죠 . 하지만 조직문화라는 환경적인 요소가 이런 경향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결과도 동시에 도출되었습니다. 풀어 말하면 이렇습니다. 성격적으로 원래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직원이라 할지라도 조직에 반하는 의견들을 권장하지 않거나 오히려 벌을 주는 문화라면 입을 닫게 되고, 조용하고 'approach orientation'이 낮은 직원이라고 해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때 칭찬 받고 격려 받는 문화 속에서 일을 한다면 자신의 목소리를 높인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직원들이 할말이 있어도 입을 닫는 이유는 개인적인 성격 때문이 아니라 직원의 개별적인 목소리가 팀워크를 해친다고 여기는 조직문화의 문제 때문이라는 뜻입니다.
리더들은 이렇게 불평하곤 합니다. "나는 오픈 마인드이다. 직원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도 좋다고 항상 말하는데, 왜 내 앞에서 아무말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기 전에 자신의 언행 중에 무엇이 직원들의 입을 막는지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잠재적인 위험에 대한 경고이든, 참신한 아이디어에 대한 제안이든, 직원들이 보다 목소리를 크게 내도록 하려면, 그런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하나의 'work norm'으로 자리잡도록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런 직원들을 격려하고 보상(꼭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도)하려는 리더의 실천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참고문헌
Kakkar, H., Tangirala, S., Srivastava, N. K., & Kamdar, D. (2016). The dispositional antecedents of promotive and prohibitive voice.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101(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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