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적체일 때 몇 명을 승진시켜야 할까?   

2018. 1. 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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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회사는 고직급자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생산성은 얼마 안 되는데 인건비만 과도하게 지출되는 것 같다” 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인력구조가 항아리형을 넘어서 고직급자가 50% 선에 육박한 ‘역피라미드 형태’로 근접해 있는 경우도 가끔 보곤 한요. 창립된 지 20년 이상된 회사라면 이런 문제를 거의 대부분 가지고 있다.




철저한 승진심사 없이 승진연한에만 도달하면 쉽게 승진시키는 관행이 굳어져 있는 회사인 경우, 고직급화 문제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간단하게 우리회사의 고직급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해보는 방법이 있다. 만약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직급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사원비율)*1 + (대리비율)*2 + (과장비율)*3 + (차장비율)*4 + (부장비율)*5 를 계산해 보라. 이 값이 ‘고직급화지수’이다. 고직급화지수가 과거 5년 동안 어떻게 변해왔는지 추세선을 그려 보라. 만일 오르고 있거나 그 기울기가 심하다면, 머지않아 고직급화로 인한 폐해가 발생할 것이니 대비해야 한다.


고직급화지수 값을 동종업체와 비교해 보는 것도 좋다. 다만, A사와 B사의 고직급화지수값이 같다고 해서 두 회사가 똑 같은 인력구조를 가진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A사의 직급별 인력 비율이 (10-20-30-20-20)이고, B사가 (10-10-30-20-24) 라면 고직급화지수는 똑같이 3.2가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회사와 고직급화 수준을 비교할 때는 고직급화지수와 겸하여 고직급자의 인력비율 자체를 비교하는 것이 좋다.


고직급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여기엔 3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고직급자를 퇴직시킨다. 둘째, 저직급자 채용을 늘려서 균형을 맞춘다. 셋째, 고직급 구조가 안 되도록 승진을 통제한다.



part 1


첫 번째 방법은 노동시장과 노동관련법률이 유연하지 않은 우리나라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어렵고, 두 번째 방법은 단지 고직급화 정도를 희석시키려고 필요치 않은 저직급자를 뽑게 될 수 있으므로 논외로 하겠다. 세 번째 방법인 승진을 통제하는 방법, 즉 승진율을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인데 이에 대해 알아보겠다.


먼저, 바람직한 인력구조를 설정해야 한다. 직무분석 등을 통해 우리회사의 적정조직구조를 설정하고 단위조직별로 적정인력을 산정해 낸다. 기본적으로 적정인력은 업무량을 고려하되 일반적인 의사결정구조인 ‘승인-기획-실행-지원’의 체계가 단위조직별로 갖춰질 수 있는 최소한의 인력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인사팀에 팀장이 1명이 있고 부장급이 2명, 사원급이 1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업무량에 있어서는 총 4명의 인력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겠지만, 고직급자가 많은 관계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중간직급자는 부족하므로 고직급자를 줄이는 대신 중간직급자를 늘려야 한다.


 



그림 1처럼 바람직한 인력구조가 설정되면, 현재의 인력구조와의 갭이 계산된다. 만일 제대로 적정인력구조를 파악해 냈다면, 현재의 인력구조와 상당한 크기의 갭이 나타나기 때문에 1년 내에 해결할 수는 없다. 따라서, 바람직한 인력구조로 개선되는 데에 소요될 기간을 설정해야 한다.


조직에게 충격을 주되 그 충격이 수용될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매년 어느 정도씩 갭을 줄여나가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고직급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면 10년 정도의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할 테지만, 보통 5년 내외가 적당하리라 보인다. 그림 2는 5년 내에 순차적으로 갭을 해결할 경우의 연도별 인력증감목표이다.






 

part 2


연도별 인력증감목표가 설정되면, 금년에 얼마를 승진시켜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소 복잡한 수학방정식을 계산해야 한다. 승진자수를 결정하기 위해 그림 1의 각 변수를 이렇게 정의해 보자. β는 외부채용률, ω는 퇴직률, n은 현 인원수, p는 승진율, δ는 인력증감목표를 말한다. 각 변수에 붙은 숫자는 각 직급을 의미한다. (p12는 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하는 비율을 말하며, p11은 승진하지 못하는 비율을 말함)




승진율을 구하기 전에 일단 β(외부채용률)값과 ω(퇴직률)값을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정한다. 회귀분석을 하거나 연평균(CAGR)을 내는 방법으로 추정하면 적절하다. 외부채용률은 해당 직급의 인력을 충원하는 데 있어 외부에서 영입하는 비율을 말하는데, 사원은 당연히 100% 외부로부터 인력을 수급하는 반면, 나머지 직급들은 내부에서도 인력을 수급 받으므로 외부채용률 값은 100%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 사원급을 제외한 나머지 직급의 외부채용률은 회사의 정책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 2와 같이 산출됐다고 가정해 보자.




이제 이 값들을 가지고 승진율을 구하면 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복잡한 행렬방정식을 푸는 일이다. 수학에 약한 독자를 위해 중간 과정은 생략하고, 각 직급별 승진률을 구하는 공식만 제시한다.(그림 3 참조)  한가지 주의할 점은 반드시 p55 부터 차례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엑셀과 같은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에 승진율 공식을 만들어 놓고 그림 2의 값을 넣어 보면 승진율을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제대로  계산했다면 그림 4와 같이 승진율이 도출된다. 이 예에서, 과장에서 차장으로 승진되는 비율인 p34 는 1.45%이고, 차장에서 부장으로 승진하는 비율인 p45는 1.95% 임을 알 수 있다.



승진율을 구했다면, 이제 승진자수를 계산할 수 있다. 대리의 경우 현인원수가 140명이므로, 이 중 85.46%인 120명은 그대로 대리로 있게 하고 13.04%인 18명을 승진시키면 된다. 과장을 예로 들면, 현 인원수 293명의 96.85%인 284명은 현직급에 머물게 하고 1.45%인 4명만을 승진시킬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하면 그림 5의 결과를 얻는다.




여기서 한가지 더 고려할 것이 있는데, 바로 신규채용자수이다. 사원의 경우 향후의 인원수 목표가 109명이므로, 109 - 73 = 36명을 신규로 채용해야 하며, 대리의 경우 향후의 인원수 목표가 145명이므로, 145 - 23 - 120 = 3명을 신규로 채용해야 한다. 동일한 방법으로 계산하면, 과장-차장-부장의 신규채용인력수는 각각 1명, 0명, 0명 이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정량 모델이지만, 이처럼 인력증감목표에 맞춰 승진율을 통제해야 바람직한 인력구조로 개선되거나 유지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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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률이 높으면 좋은 회사가 될 수 없는 이유   

2018. 1.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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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로부터 A라는 회사를 소개받을 때(혹은 헤드헌터로부터 제의를 받았을 때) "이 회사가 좋은 회사인가, 아닌가?"란 궁금증이 아마 제일 먼저 들 것 같다. 이럴 때 그 회사의 무엇을 보고 '좋은 회사인지 아닌지'를 금방 가려낼 수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좋은 판별 지표는 그 회사의 '이직률(Employee Turnover)'이다. 내 경험상 이직률 데이터와 추이는 '회사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고 외부인이 회사의 분위기를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지표이다(요즘엔 크레딧잡이란 사이트를 통해서 이직률(혹은 퇴사율)을 알 수 있다). 


이직은 직원 개인에게 매우 중대한 의사결정이다. 요즘처럼 고용이 불안한 시절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을 포기하고 이직을 결심한다는 것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얼마나 비전을 주지 못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이직률이 낮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일시적으로 노동시장이 경직되고 일자리가 줄어들면 안정을 추구하려는 심리로 사람들이 현재 다니는 직장에 머물려고 하기 때문에 이직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이직률이 높다고 해서 항상 나쁜 것만도 아니다. 회사가 사양사업을 버리거나 축소할 때(즉 구조조정할 때), 또는 성장사업이라서 여러 회사에서 영입 제의가 쏟아질 때 일시적으로 이직률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특별 요인이 없는데도 이직률이 높아진다면 이미 심각한 문제가 여기 저기에서 불거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직을 결심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다음과 같이 크게 7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한번 이상 이직해 본 경험이 있다면 이 7가지 이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 연봉이 적다(다른 회사가 더 많이 준다)

- 회사가 위태위태하다(회사가 비전을 못 준다)

- 공부를 더 하고 싶다(진학이나 유학)

- 조직문화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

- 사람과의 관계에서 피로감을 느낀다

- 직무가 자신의 역량이나 성격에 맞지 않는다

- 입사할 때의 기대와 많이 다르다


본래 직원이 사직서를 내면 '퇴직 인터뷰'를 거쳐야 한다. 그 직원이 왜 나가기를 결심했는지 조사해야 무엇이 회사의 문제인지 파악하여 개선할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퇴직 인터뷰는 고사하고 사원증이나 PC를 반납했는지 등과 같이 '정산 처리'만 겨우 하는 회사가 의외로 많다는 데 놀란다. 게다가 퇴직 인터뷰를 의무화하는 회사들 중 많은 곳이 기록을 남기기 위한 절차로 인터뷰를  형식적으로 운영한다. 개선을 위한 데이터로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직원 한 사람이 이직하면 회사는 얼마나 큰 데미지를 입게 될까? 어떤 경영자는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면 그만큼의 임금이 절약되니 이익이라고 터무니 없는 말을 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다음과 같은 각종 비용이 직원 한 사람의 이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 대체인력을 뽑는 데 드는 비용

- 대체인력을 뽑기 전까지 공백기간에 발생하는 생산성 저하

- 대체인력이 어느 정도 일을 하기 전까지 발생하는 생산성 저하

- 대체인력과 기존직원들이 호흡을 맞추기까지 발생하는 생산성 저하

- 대체인력을 교육시키는 비용



비즈니스 위크 지의 조사에 따르면, 퇴직하는 직원 1인당 1만 달러에서 3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직원 규모가 1천 명이고 이직률 10%이면, 1년에 100명의 직원이 이직을 한다는 소리니까 대략 100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의 비용(10억~30억 원 정도)이 알게 모르게 지출된다는 말이다. 


얼마 전 '엽기적이라고' 할 만큼 높은 퇴사율로 사람들을 놀래킨 쏘카의 경우 퇴사율(이직률과 같은 개념)이 70.5%이고, 직원 수는 2017년 4월 기준으로 280명 정도이다. 1년에 무려 196명 가량이 그만 둔다니까, 비즈니스 위크의 추산에 따르면 그 비용은 적어도 약 200만 달러, 최대 약 600만 달러(20억~60억)이 되는 셈이다. 엄청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2016년 기준, 쏘카의 매출액이 907억원 가량인데, 인력 유출로 인한 비용을 매출액과 비교하면 정말로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이 비용이 별로 크지 않게 느껴질지 모르지만(체감이 안 될 테니까), 퇴직하는 직원과 함께 바람처럼 사라지는 '암묵지'의 가치를 감안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은 생각보다 아주 크다. 게다가 회사가 어려워지면 우수인재일수록 서둘러(?) 이직을 하기 때문에 기업의 핵심역량에 큰 타격을 입는다. 따라서 이직률을 1%P 낮추려는 노력이 매출을 1%P 높이려는 노력보다 중요하다.


이미 높은 이직률 혹은 갈수록 높아지는 이직률을 간과하는 일은 회사의 암세포 덩어리를 그냥 방치하는 것과 같다. 이직률 상승은 조직에 문제가 있다는 대표적인 '자각증상'이기 때문이다. 자각증상까지 이르지 않도록(이직률이 높아지지 않도록) 평소에 조직관리를 잘 해야 좋겠지만, 이직률이 올라갈 때 신속히 문제해결에 나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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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회사로 이직해도 만족도는 높아지지 않는다   

2018. 1. 1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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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직장의 개념이 옅어지면서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한번 이상 이직을 하는 추세다. 동료들과의 갈등 탈피, 경력개발의 기회, 높은 연봉, 자아실현 등 이직을 하는 이유야 사람마다 각기 다르겠지만, 아마도 이직의 가장 큰 동기나 계기는 결국 기존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 직무에서 금전적으로나 비금전적으로 충분한 만족을 느낀다면 굳이 다른 직장을 찾아 나서는 힘겨운 여정을 감내할 이유가 없을 테니 말이다. 이 때문에 이직율이 직원들의 직무만족도를 가늠하는 요소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여러 날 동안 어려운 절차를 거쳐 드디어 새 직장에 첫출근하는 날 아침,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찾아오는 설레임은 새로운 직무에 대한 만족을 기대하게 한다. 그런 기대를 갖는 것만으로도 실제로 이직자의 직무 만족도는 입사 초기에 상승하곤 한다. 설사 새로 들어온 회사가 예전의 회사보다 객관적으로 볼 때 힘든 근무 조건일지라 해도 새출발한다는 감정이 직무 만족도를 끌어 올린다. 텍사스 A&M 대학의 웬디 보스웰(Wendy R. Boswell)은 이런 현상을 깨가 쏟아질 정도로 각별한 신혼부부의 모습에 빗대어 '신혼 효과(Honeymoon Effect)'라 부른다. 




하지만 신혼부부의 열렬한 사랑이 오래 지속되는 법이 없듯이 이직자의 직무 만족도는 어느 순간 정점을 찍고 하락하고 만다. 신혼 효과는 어느새 '숙취 효과(Hangover Effect)'로 바뀌어 입사한지 1년이 지나면 입사 초기에 가졌던 직무 만족도보다 떨어져 버린다. 미국 남서부에 위치한 어느 공공기관의 신규 입사자 132명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연구를 수행한 보스웰은 이런 통념이 옳고 일반적일지 모른다는 결론을 얻었다. 


보스웰은 신규 입사자들에게 입사 시점, 3개월 후, 6개월 후, 1년 후, 이렇게 총 4번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입사자들은 여러 직무에 분포돼 있었는데 대부분 전문직무이거나 행정 직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었다. 설문조사 항목은 크게 4가지였다. 첫 번째 항목은 새 직무와 옛 직장에서의 직무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 수준을 1점부터 5점까지의 척도로 각각 평가하라는 것이었다. 두 번째 항목은 이직이 자발적인 이유 때문이었는지 해고 등의 비자발적인 이유였는지를 묻기 위한 것이었다. 


보스웰은 경력개발의 기회 부여, 안정적인 급여와 복리후생 혜택 제공 등 세 번째 설문 항목에 포함된 18개의 세부항목을 통해 사용자(employer)가 입사자에 한 약속(commitment)를 잘 이행한다고 생각하는지의 여부를 측정했다. 네 번째 항목은 회사의 여러 제도, 직무의 내용, 업무 프로세스 등에 관하여 입사자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얼마나 새로운 회사에 잘 적응했는지 보기 위한 항목이었다.


조사 결과, 입사 후 3개월~1년 사이의 직무 만족도가 입사 시점의 값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헌데 흥미로운 점은 입사 시점부터 3개월까지는 만족도가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하다가 그 이후(6개월 후, 1년 후)에는 하락한다는 것이었다. 보스웰은 사용자의 약속 이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회사 제도 등에 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에 기초하여 직무 만족도의 변화를 살펴봤다. 


흥미롭게도 '숙취 효과'는 사용자의 약속 이행과 회사 제도에 관한 이해 정도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평균보다 1표준편차만큼 더 높게 평가한 사람들)에게서 크게 나타났다. 그들의 1년 간의 직무 만족도 변화를 그래프로 그려보니 포물선 모양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입사 후 3개월까지는 만족도가 상승하다가 그 이후로 뚝 떨어지기 시작하여 1년 시점의 만족도는 입사 시점의 만족도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초기에는 회사 측에서 제시한 좋은 조건들,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정도가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그 효과는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는 빛이 바래진다는 의미다.


사용자의 약속 이행과 회사 제도에 관한 이해 정도를 낮게 평가한 사람들(평균보다 1표준편차만큼 낮게 평가한 사람들)의 직무 만족도는 입사 시점부터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였고 그 후에 거의 변화가 없거나 변화폭이 작았다. 입사 후 1년이 지나면, 사용자가 약속을 잘 이행한다고 보든, 또 입사자가 회사에 잘 적응하든 간에 느끼는 직무 만족도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해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로써 입사 후 3개월 지나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면 허니문 기간이 종료되고 그 이후에는 직무 만족도가 하락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일지 모름을 짐작할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러한 직무 만족도 하락을 어떻게 막아야 할까? 보스웰은 신혼 효과가 숙취 효과로 진행하는 패턴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놀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입사자에게 제시한 조건들과 약속 이행 여부, 입사자의 회사 적응 등에 특별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직무 만족도가 오르다가 저하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마치 새로 자동차를 구입하면 처음에는 누가 흠집이라도 낼까 애지중지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세차하기도 귀찮아지는 마음과 비슷한 일이다.


관리자들은 입사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시점에 적절하게 개입할 필요가 있다. 다시금 직무를 명료하게 인식시켜 준다든지,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도전적 과제를 제시한다든지,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든지 등의 노력을 통해 입사자들이 직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대처해야 한다. 또한 초기부터 입사자들에게 1년 내에 그러한 만족도의 변화가 있으리란 것을 솔직하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입사자의 급격한 직무 만족도 저하를 예방하고 최소화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보스웰은 옛 직장에서의 직무 만족도가 새 직장에서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또한 지적한다. 옛 직무에 부정적일수록 새 직무에 대한 만족도 저하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고, 옛 직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던 입사자일수록 새 직무에 대한 태도 변화가 별로 없으리란 점이다. 따라서 경력 입사자의 경우 현 직무에 대한 만족도 뿐만 아니라 입사 전의 직무 만족도를 함께 평가해야 직무 만족도 조사로부터 올바른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보스웰의 연구는 이직을 계획하는 자들에게도 의미가 있다. 새로운 직장에서 느끼는 '새로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으니 너무 높은 기대를 가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력개발이나 자아실현의 동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현 직장에서의 무료함과 낮은 만족도를 견디지 못해 이직할 경우에 또다시 그런 덫에 걸릴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나는 지난 11월부터 12월까지 ‘퇴사마귀를 물리치는 사람(퇴마사)’ 상담을 8회 진행한 바 있다. 현재의 직장에 만족할 수 없어서 퇴사 혹은 이직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퇴사가 능사가 아님을 일러주기 위한 상담이었다. 다양한 분야의 분들이 다양한 고민을 가지고 찾아 왔는데, 대부분 현재의 직장을 그만두면 밖에는 새로운 것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거나 현재 겪고 있는 나름의 고통이 해소되리라 기대하는 듯 했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나는 현재의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없으면 계속해서 회사를 다닐 것을 그들에게 권했다. 그런 분들은 밖에서도 유사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사실 어딜 가든 똑같다.


이직자들이 처음엔 높은 열의를 보이다가 1년이 지나면 타성에 젖은 듯한 모습을 보이는가? 이를 이직자 개인 혹은 회사의 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호들갑을 떨기보다 입사자가 조직에 적응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할 때 올바른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자.



(*참고 논문)

Boswell, W. R., Shipp, A. J., Payne, S. C., & Culbertson, S. S. (2009). Changes in newcomer job satisfaction over time: examining the pattern of honeymoons and hangover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4(4), 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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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퇴사를 안 해서 문제?   

2018. 1. 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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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이직률(turnover rate)이 낮은 회사가 좋은 회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개인 차원에서 볼 때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 일에 만족할뿐더러 상사와 직원들 간의 유대관계 역시 좋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조직 차원에서 볼 때도 오래도록 일하는 직원들은 이미 서로를 잘 알고 있어서 의사소통의 단절과 왜곡에 따른 비용이 덜 들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자기 일에 능숙하고 업무지식과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회사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노련한 직원들의 이직은 회사의 무형자산을 훼손시킨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그러나 이런 생각에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게 많다. 나는 간혹 몇몇 회사의 인사 담당자들로부터 "회사에 한번 들어오면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직률이 너무 낮아서 문제다"라는 말을 듣곤 한다. 신규 인력을 충원하려면 기존 직원들이 나가줘야 하고, 능력이 떨어지고 성과가 저조한 직원들(혹은 부적응자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직원들이 그 자리를 메워야 조직에 '새바람'을 일으키면서 회사 성과를 높일 수 있다면서, 나름의 논리를 전개한다.




이직률에 관하여 이렇게 상반된 두 개의 의견 중에서 무엇이 옳을까?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른 대답이 나오겠지만, 이직률이 회사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엄정한 증거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박태윤(Tae-Youn Park)과 제이슨 쇼(Jason D. Shaw)이 발표한 논문은 여러 연구자들이 이직률과 회사 성과 간의 관계를 밝히려고 지금까지 내놓은 255개의 연구 결과를 '메타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기에 무엇이 옳은 의견인지 우리에게 알려준다.


논문을 찾아 읽어보면 다소 복잡한 상관관계 분석이 나오는데, 요약하면 이렇다. 이직률은 회사 성과에 확실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 값은 -0.15 였는데, 이것은 이직률이 1표준편차만큼 증가하면 회사 성과는 0.15만큼 감소한다는 뜻이다. 이 결과는 직원들이 회사를 많이 그만두면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일반적인 시각이 대체적으로 옳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직률 증가 --> 회사 성과 감소


좀더 구체적인 결과를 살펴보면, 이직률의 증가는 회사 성과 중에서 특히 고객 만족도와 품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장 크게 끼쳤다. 반면, 직원들의 태도나 생산성 그리고 재무적인 성과에는 상대적으로 그 영향이 적었다. 또한 이직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은 직원이 회사를 나간 순간에 가장 크게 나타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직률 증가 --> 고객만족도 저하, 품질 저하


또한, 작은 기업일수록, 임원 레벨의 이직일수록, 장비나 설비보다 인적 역량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일수록 이직률의 부정적인 영향이 컸다. 이직률이 어느 정도는 되어야 '새로운 피'를 수혈 받아 조직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옳지 않음을 이 메타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다. 사실 부적응자나 저성과자가 회사를 그만둠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회사의 이득은 새로운 직원을 뽑음으로써 소요되는 비용(채용, 교육, 기존직원들과의 chemistry 등)에 의해 상쇄되고 만다.


정리하면, 이직률이 높은 것보다 낮은 것이 좋다. 아주 특수하고 협소한 분야를 제외하면 그렇다. 이직률이 높아지면 직원들의 성과도 저하되고 그에 따라 재무적 성과도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박태윤과 쇼의 결론이다. 


최근 카셰어링 업체인 쏘카의 이직률이 70.3%나 된다는 놀라운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크레딧잡'의 정보) 동종업체가 27.7% 정도니까 이례적으로 높은 이직률이라고 할 수 있다. 근본 원인을 알 수 없지만, 회사의 이직률이 높다면,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이 우선적인 관심 영역이어서는 안 된다. 회사의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이 곧 성과 창출의 출발이다. 이직률이 높다면 만사 제쳐두고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참고논문)

Park, T. Y., & Shaw, J. D. (2012). Turnover rates and organizational performance: A meta-analysi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8 (2), 268-309


(*참고기사)

<쏘카 직원 퇴사율 70.3%, 직원들 혹사 의혹 불거져>

http://www.sporbiz.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9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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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껏 먹으면서 다이어트하는 과학적 방법   

2017. 12.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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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제가 월간 샘터 2017년 5월호의 <과학에게 묻다>라는 칼럼에 소개한 글입니다.



2017년도 4개월이 흘렀다. 3분의 1이 지난 시점에서 올해 세웠던 계획을 다시 점검해야 할 시기다. 많은 이들이 여러 목표 중 하나로 살빼기를 설정했을 터인데 과연 그 목표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아직 8개월이나 남았으니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말을 반복하며 여전히 치맥을 즐기고 있지 않을까?.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내가 바로 허풍 떨듯 ‘기필코 다이어트!’를 밤마다 외치는 사람이니 말이다.


살이 찌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말을 하면 운동을 권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운동은 오히려 입맛을 좋게 하여 뱃구레를 늘려 버린다. 그래서 운동을 중단하면 고스란히 살로 축적되어 다이어트고 뭐고 포기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섭취한 칼로리보다 운동으로 더 많은 칼로리를 태워야 살이 빠지기 때문에 운동은 습관이 들기 전까지 괴로움 그 자체다. 조각 케이크 하나에 해당되는 칼로리(500Kcal)를 모두 연소시키려면 10Km 정도 뛰어야 한다.




분자생물학적으로 살찌지 않으면서 미식을 즐기는 방법은 한번에 먹을 양을 조금씩 나누어 자주 먹는 것이다. 질량보존의 법칙을 떠올려 보면 이 방법은 이치에 맞지 않는 듯 보인다. 한번에 먹든 몇 번에 나눠 먹든 몸 안으로 들어가는 음식양은 똑같으니까 축적되는 체지방도 같지 않을까? 1000Kcal를 섭취할 경우 100그램의 체지방이 쌓인다면, 100Kcal를 섭취할 때는 10그램의 체지방이 생기지 않을까? 그러니 1000Kcal를 10번에 나눠 먹어도 체지방이 모두 100그램 쌓일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그렇게 비례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들어간 양이 많아진다고 그에 따라 아웃풋이 ‘선형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 오디오의 볼륨 조절 다이얼을 돌려본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소리가 조금씩 커지다가 나중에는 약간만 돌려도 볼륨이 갑자기 커지는 현상을 경험했을 것이다. 인간의 몸도 그렇게 ‘비선형’적이다. 1000Kcal을 한꺼번에 먹으면 100그램의 체지방이 생기더라도 100Kcal씩 나눠서 먹으면 10그램보다 훨씬 적은 체지방이 쌓인다. 




왜 그럴까? 섭취한 영양소는 몸 속으로 들어와 최종적으로 포도당으로 변하고 혈액에 스며들어서 모세혈관을 통해 각 세포에 공급된다. 그리고 지방세포는 포도당 수용체를 세포막에 배치시켜 혈액 속의 포도당을 안으로 흡수하고 지방의 형태로 저장한다. 이를 관장하는 기관이 바로 췌장이다. 췌장은 인슐린이란 물질을 통해 지방세포로 하여금 포도당 수용체를 세포막에 배치하도록 한다. 혈중 포도당이 갑자기 증가할 경우 췌장은 다량의 인슐린을 각 세포에 뿌려대는데, 이런 신호를 받은 세포는 인슐린의 양만큼 포도당 수용체를 만들어내어 다량의 포도당을 지방으로 쌓아둔다. 포도당이 지방으로 축적되는 걸 최소화하려면 인슐인의 대량 방출을 막아야 하고, 그럴려면 조금씩 적게 먹음으로써 췌장에게 ‘나 많이 먹지 않았어’라고 속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일하거나 공부할 때 먹을 것을 옆에 두고 오며가며 조금씩 먹는 것이 고통을 동반하지 않으면서도 살을 빼는 방법이다. 치즈 케이크라도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먹지 않으면 다이어트 걱정은 덜해도 괜찮다. 하지만 사무실이나 학교에서 항상 음식을 꺼내 놓으며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된장찌개 백반을 옆에 두고 30분마다 두 세 숟갈씩 퍼먹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다이어트의 관건은 섭취하는 칼로리의 총량이 아니라 칼로리의 흡수속도라는 점을 떠올리면 해결책이 생긴다. 음식을 한번에 먹되 가능한 한 칼로리의 흡수속도가 느린 음식을 먹음으로써 혈당의 갑작스런 증가, 인슐린의 과다 분비, 포도당 수용체의 과다 활성화를 막는 것이다. 흰 쌀밥의 흡수속도가 85인 반면 현미는 50이니 똑같은 양을 먹더라도 현미로 식단을 바꾸면 적어도 살이 찌는 것은 막을 수 있다. 


2017년이 7개월 정도 남았다. 나눠서 자주 먹고 칼로리 흡수속도를 조절한다면 한달에 1Kg씩 감량하여 연말이 되면 7~8kg을 뺄 수 있지 않을까? 맛있는 음식을 양껏 먹으면서 말이다.



* 이 글은 월간 샘터 2017년 5월호의 <과학에게 묻다>라는 칼럼에 소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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